예정된 전쟁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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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 (2018) 

책의 흥미로운 내용에 관한 평을 쓰기에 앞서  
화려한 오역의 향연을 먼저 감상해보자.

전문서 번역은 전공자한테 맡기지는 못할지언정 감수라도 받자. 
제발.

1. 리하르트 노이스타트(Richard Neustadt) 

-> 리처드 뉴스타트
미국 출생, 미국인이다. 
아니면 리하르트 노이슈타트라고 하든가.

2. 매슈 페리와 그의 함대 블랙십(Black Ship) 

-> '구로후네' 또는 '흑선' (黒船) 
페리가 잭 스패로우도 아니고 함대명이 블랙십인가?

3. 프랑수아가 동맹국들을 카를을 자극할 졸로 삼아

-> pawn '앞잡이', '장기말', 하다못해 '졸개' 정도로 옮겼으면

4. 새로 만든 15인치짜리 총 

-> 15인치 포(gun)
15인치 구경 총 쏴보셨습니까? 키야 손맛이 아주 그냥!!(쥬금)

5. "그러나 우리도 이제 아늑한 양지 쪽 자리를 요구합니다."

-> "허나 이제 우리도 양지에 한자리를 잡으려 한다."

"a place in the sun"의 번역은 그렇다치고 당당하게 강대국 반열에 들겠다는 선언을 하는 제국 수상의 말투치고는 너무 얌전하지 않은가? 

제가 영국 아바탑니까? 갑독일입니까?
독일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 누굽니꽈아아아!

6. 빌헬름은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런 뒤에 루스벨트를 향해 강하게 힘주어 말했다. "저는 영국을 흠모합니다."

-> 이것 또한 말투 문제. 카이저가 (당시) 2류 국가 대통령에게 쓸 말투는 아니지 않은가? 

"짐은 영국을 흠모하오." 까지는 아니라도 
"나는 영국을 흠모하오." 정도는 되어야.

7. 새 해군제독 존 '재키' 피셔 장군은...에드워드 왕에게 처음으로 건의했을 때 왕의 반응은 이랬다. "세상에, 피셔 장군, 당신 미쳤군요!"

-> 원문 어디에도 장군(general)은 없고 제독(admiral)만 있다. 

-> 또한 보통 서양의 왕을 지칭할 때는 구분을 위해 '에드워드 7세'라고 하지 '에드워드 왕'이라고 하지 않는다. 앞서 '빌헬름'도 마찬가지. 

->그리고 왕이 자기 신하인 제독에게 저렇게 말할 리가. "세상에, 피셔 경, 자네 미쳤구만!(My God, Fisher, you must be mad!)"이라고 하든지.

8. 그는 한때 자신의 조카에 대해서 "윌은 불량배같은 놈이야. 불량배들은 반격을 당하면 대부분 겁쟁이가 되지.".

-> 유럽 왕실에서 빌헬름 2세의 애칭은 빌리(Willy)였다. 왜 제멋대로 y를 삭제하나? 

그리고 most bullies, when tackled, are cowards 는 "대개 깡패(불량배)들은 제대로 붙어보면 겁쟁이지."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9. 1815년 이후 9년 동안 이어졌던 프랑스와 영국 간의 해군 경쟁이었을 것이다. 

-> 9년이 아니라 90년(ninety years)이다.

10. 금은 캐나다에 있었지만 미국이 바다에서 육로로는 대체로 접근이 불가능한 클론다이크 강으로 가는 중요한 통로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 대체 무슨 말인가??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gold was in Canada but the US controlled the critical routes from the ocean into the Klondike, which was largely inaccessible by land."

(금은 캐나다에 있었지만 바다에서 클론다이크 강으로 들어가는 요로[중요한 길]는 미국의 차지였고 육로는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11. 중심부에서 '두툼한 꼬리' 부분이 남쪽으로 500미터쯤 뻗어...

-> 500 미터가 아니라 500마일("fat tail" extends some five hundred miles south)이다. 500미터면 세계지도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12. 그는 유라시아를 세계도(世界島)라고 이름붙이고

-> 그냥 매킨더가 썼더 원어 그대로 'world island'라고 써줬으면 이해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왜 굳이 어색한 한자를 썼는지 도무지...

유라시아를 지정학적 관점에서 하나의 거대한 섬으로 본다는 뜻이다.

13. 손자의 전통에서는 전략적 상황이 발생하는 맥락의 흐름이 중요하다. 그게 그 상황의 '시時'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치명적인 오역. 시가 아니라 '세(勢)'다. 

손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간인가? 
원문은 Shi라고 되어 있고 뒤에 프랑수아 줄리앙의 언급 등이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히 세(勢)를 가리킨다.
 
14. 방화범에 의한 화제 

-> 화재
방화범이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심지어 같은 페이지에 동일한 오역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15. '전쟁에 낀 안개' 

-> 전장(전쟁)의 안개(fog of war) 
(혼란한 전투 상황에서의 불확실성과 혼돈, 상충하는 정보의 범람을 가리키는 군사 용어다.) 

16. 미 국축함 

-> 미국 구축함 또는 미 구축함

17. 타이완 대통령 

-> 타이완 총통
타이완에 대통령이 계신 줄은 처음 알았읍니다.

18. 호위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 전함들은 

-> 미국 군함(warships)들은 

전함(battleship)은 군함의 한 종류(class)다. 
전함은 죽었어! 이젠 없어!
전함이 살아돌아오다니 타임머신인가?

19. 민족주의자들의 행동에 쐬기를 박는다 -> 쐐기

이말년 화백과 함께 뻐카칩에 쐬주를 먹고 싶어진다.

20. 국경 근처에 놓아둔 수천 개의 포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수천 문의 포

번역을 보고 있으면 대포 장난감 같은 어감이고 그렇다.
무엇보다 북한 장사정포 얘긴데 휴전선을 국경이라고 하다니 어느 나라에서 오셨는지?

21. 장 모네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 같은 현명한 

-> 로베르 슈망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은 작곡가다. 
로베르 슈망은 프랑스 사람이다. (이마짚)

22. 냉전은 최후의 격돌이 아니라 낮은 훌쩍거림으로 종말을 맞았다. 
(thus ended with a whimper) 

-> with a whimper는 '맥없이', '어이없이'라는 뜻의 관용구다.

23. 독자들 중에는 비스카운트 에셔 같은 고위직 관리들도

-> 에셔 자작子爵 이다. 비스카운트가 이름이 아니다.
발음조차 틀렸다. 바이카운트다.

24. 사실상 '하늘로부터 받은 권한' 

-> mandate from heaven 천명天命
중국 얘기면 당연히 이렇게 번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25. 우겨넣으려는 -> 욱여넣으려는

26.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관계'를 만들어내자고 제안한 적이
-> '신형대국관계(new form of great Power relations)' 

시진핑 주석이 했던 제안의 원래 명칭이 '신형대국관계'다.

27. 레이건의 말을 오해한 러시아 통역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 raised eybrows는 (놀라거나 거부감에) '눈을 휘둥그레 뜨다'라는 뜻이다. 눈썹을 치켜올렸다는 표현은 한국어에서는 분노의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인다.

28. 아키라 이리에入江昭 

-> 이리에 아키라 
일본인 이름이면 성-이름 순서로 써야.
심지어 한자는 제대로 써놓고...

29. 국무장관 존 헤이는 스스로 '개방 규칙'이라고 부른 것을 발표하여

-> 문호개방정책(open door policy)이라고 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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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 이성의 정치를 뒤집는 감정의 정치학
요시다 도오루 지음, 김상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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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원론이 2권이라면 반드시 하권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담겨있다. 특정 인물에 대한 열광, 계급과 어긋난 투표, 군중이 만들어내는 동물적 에너지와 같이 합리성이 도무지 해명할 수 없는 정치의 나머지 반쪽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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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3 세트 - 전3권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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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의 로마인이야기보다 진실되고, 몸젠의 로마사보다 생생하며,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보다 경쾌합니다. 로마학교를 갔던 가장 친한 벗에게도 연말에 선물했습니다. 번역과 해설도 거의 흠잡을 데 없습니다. 대망, 삼국지와 같은 반열에 두고 읽어도 손색없는 역사소설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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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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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보던 것들이 당연하게 보이지 않고 막연히 사실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물리학적 방법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지역감정이 최근에 만들어진 '인위적' 결과물이라는 첫 장의 연구결과부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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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 -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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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든 싸움은 내가 느끼는 것과 내가 아는 것 사이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에서 보여주고 있는 세상 역시 내가 아는 세상과 같으면서도 사뭇 다른 세상이다. 지역감정의 연원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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