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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ㅣ 그림책이 참 좋아 40
안녕달 지음 / 책읽는곰 / 2017년 4월
평점 :
안녕달 그림책 :: 왜냐면...
안녕달 글, 그림
책읽는곰
[수박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에 이어
안녕달 작가님의 새 그림책이 나왔다.
시작은 일상의 한 장면인데, 책장을 넘기면
어느덧 환상 속으로 들어가 있는 그림속 주인공과 나를 보게되는 그림책.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정겨운 인물들의 모습과 판타지같은 이야기에
엄마가 더 빨려들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
그래서, 이번 책도 궁금하고 또 기대되었다.
유치원에서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러간 엄마.
선생님이 뭔가를 건네주시는데 건네주시는 선생님도, 가방을 건네받는 엄마도 얼굴에 웃음이 보인다.
밖에는 비가 오는가보다.
노란 비옷을 입은 아이가 강아지랑 있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안녕달 그림책의 계절은 늘 여름인 듯 하다. 이번 책은 봄에 출간 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은 벌써 반팔에 반바지~
겨울 그림책을 내면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엄마와 아이가 집으로 가는 길.
아이가 묻는다.
"엄마, 비는 왜 와요?"
"하늘에서 새들이 울어서 그래."
엄마의 대답
"새는 왜 우는 데요?"
"물고기가 새보고 더럽다고 놀려서야"
*
아이와 엄마의 대화가 재미있다.
이번에도 시작은 평범했다.
'왜?'라는 질문은 아이들이 엄마에게 묻는 일상적인 이야기니까.
그런데, 엄마의 대답이 신선하다!
새가 울어서라고?
그리고 왜 새가 우냐는 질문에 물고기가 새보고 더럽다고 놀려서라니!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본 분들은 엄마의 대답이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이 가실거다.
엄마는 즉흥적이긴 해도, 길 가면서 만나고 본 상황들에서
아이에게 이야기해 줄 꺼리를 만들어 낸거다.
빨래를 널었는데 비가와서 당황해 울상이 된 아주머니의 표정에서,
'더러운'황사비가 내린다는 뉴스를 듣고 엄마는 이야기 한거다.
아주 자연스럽게!
(엄마와 아이가 거니는 풍경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 않는가?
집마다 둘러진 돌담, 뉴스를 보고 누워계신 할아버지 텃밭에 심겨진 당근..
제주도. 제주도 바다가 보고싶어진다. 관광지가 아닌 사람들이 사는 마을.
거기서 아이와 엄마를 만날 것 같은...)
아이와 엄마의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론, 엄마의 대답은 주변 상황을 담아 낸다. 어쩜 이렇게 잘 이야기 할까 싶을 정도로!!
목욕탕을 지나면서, 등을 긁는 할아버지 옆을 지나면서,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엄마의 이야기를 그려낸 듯한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아이도 엄마 못지않게 표현력이 대단하다.
대화를 이어가던 아이가 한 말,
"오늘 유치원에서 바지가 맵다고 울었어요."
ㅎㅎㅎ
갑자기 이 장면을 보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한장 한장 보다보면
머리속에 느낌표(!)가 떠오른다.
그러면, 첫 장면에서 선생님이 엄마에게 건넨것은 바로...!!!
엄마와 집으로 오는 길.
어느덧 비는 그치고,
맵다고 울던 바지도 물을 먹고는 빨래줄에 걸려있다.^ㅡ^
*
오늘 유치원에서 뭐했냐고 다그치듯 묻는 엄마도 없고,
다 이야기 하기 귀찮아서 건성으로 '몰라요' 하는 아이도 없다.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오는 길
비가 와도 좋고 비가 그쳐도 좋다.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이야기 속 한 장면을 그려내듯 주변 상황을 담아 대답해주고
그렇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엄마가 이야기 하는 그 방식으로.
평화롭게 한 낮의 열기를 피해 방문을 열고 지붕아래 누워 있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멀리 보이는 무지개가 눈웃음 짓는 아이와 내 얼굴이 비춰진것 같기도 하고.
역시나 안녕달 그림책.
[왜냐면...]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