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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 떨어진 곳 ㅣ 푸른 동시놀이터 4
정지용 지음, 전병호.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17년 4월
평점 :
정지용 동시집 《별똥 떨어진 곳》
정지용 동시, 양상용 그림
전병호 신형건 엮음
푸른책들
최초의 정지용 동시집.
최초라는 말에 의아했다.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정지용 님의 [향수]라는 시는 노래로도 우리에게 익숙한데, 이 시인의 동시집은 왜 처음 나온것일까?
답은 머리글에서 얻을 수 있었다.
1989년 테너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듀엣으로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 곡을 붙여 부른 이 곡이 나오기 전
1988년까지 수십년동안 이 시는 우리가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6.25 전쟁 때 납북되거나 월북한 작가들의 작품을 나라에서 금했기 때문이다.
정지용시인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1926년부터 시를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정지용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뛰어난 작품을 많이 써서
한국 현대시 개척뿐 아니라 후대 시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시인이다.
정지용시인은 동시도 여러 편 남겼는데, 어른들의 위한 시집에 숨어 있어서 그동안 어린이들에게 읽힐 기회가 거의 없다가
이번에
동시와 대표시 들을 모아 동시집이 나오게 된 것 이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1,2부는 동시와 동시로 읽힐만한 시들로,
3부는 시인의 대표시들 중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시들로 구성되어있었다.
1부에서 만난 시 중 표제작이기도 한 시 [별똥]의 전문을 옮겨보았다.
별똥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 날 가 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소.
...
마음에 두었지만 이루지 못한 그 꿈. 그 소원.
아이들에게 읽혀도 좋지만 어른이된 나에게도 울림이 되는 시였다.
내 안에는 어떤 '별똥'이 있었을까. 화석으로 남겨둘 것인가, 그것을 찾는 기쁨을 맛보려는가.
오늘도 먼발치서 별똥 떨어진 곳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쉬운 듯 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글. 시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글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온 지 벌써 세달째 접어든다.
그래도 바다를 보면 설렌다.
유난히 많아 보이는 바다에 관한 시들.
시인도 바다를 보면 나처럼 설렜을까.
어제는 비가 계속 내렸는데
뇌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푸르러진 바다.
시를 보며 나도 오. 오. 오. 오. 오. 바다소리를 따라 읊어본다.
*
정지용 시인의 시 안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들 - 한국 고유의 정서와 민족의식,
전통적 리듬, 당시 일제 식민지 하에서의 고단한 삶과 민족의 비애 등 -은
시집을 통해, 또 해설을 통해 더 깊이 보시길 바란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시를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어려운 해석이 없어도
시 자체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정지용시인이 시.
동시집 [별똥 떨어진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