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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ㅣ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창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친숙한 유홍준 교수님의 새 책이 나왔다.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벌써 30주년! 한국 인문서 최초 500만 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밀리언셀러.
문화유산으로 이미 전 국토가 박물관임을 글로 풀어내셨는데 아직 남아 있는 곳이 있는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 책들과 중첩되지 않는 지역을, 역사 순서에 따라 그 시대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을 제목 그대로 '박물관'을 중심으로 엮은 글을 세상에 내 놓으셨다. 바로, 《국토 박물관 순례》시리즈 . 총 4~5권으로 펴내실 예정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고구려까지 차례 차례 담아 놓은 이야기를 1권에서 만날 수 있고, 2권에서는 백제, 고신라, 가야 답사기를 담으셨다. 1,2권이 동시에 출간된 지금, 가제본 책으로 1권을 만나보았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
본래 역사는 문화유산과 함께 기억해야 그 시대의 시각적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법이다.
... 각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유적지를 답사처로 삼았을 뿐 그 지역의 유래와 명소에 대한 해설도 곁들이면서 기행문학으로서 '답사기'의 기조를 유지하려 했다.
국토박물관 순례1 p6
지난 시대를 지금 또렷이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증언할 수 있는 유물이 필요하다. 그 유물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선행되어야겠지만, 이 답사기에서는 지금 학계에서 거의 인정하고 있는 시대 유물과 그 유물이 발견되고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글을 펼치고 있었다. 저자의 앞선 글 처럼, 단순히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설명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지역의 유래와 명소도 함께 소개하면서 더 풍성한 '답사기'를 만날 수 있었다.
1권 첫 이야기로 등장하는 연천 전곡리의 주먹도끼 이야기부터 반가웠다. 몇 해전, 아이들과 전곡 선사박물관을 방문하고 그 넓은 야외에서 신나게 다녔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 군인이 연천에서 발견한 주먹도끼로 구석기사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박물관에서 보았지만 사실 깊이있게 보지는 못하고 왔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연천에서 발견된 주먹도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최초 발견한 사람부터 어떻게 학자들이 수십년을 연구하고 발굴하며 지금의 박물관을 만들고 유적을 보존하고 알리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연천에서 볼 수 있는 고구려의 성과 한탄강 세계 지질공원과 연천 임진강 생물권 보존지역, 민통선 안에 있는 미수 허목의 묘소와 은거당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되었다. 한탄강 주상절리와 재인폭포를 보고는 정말 절경이다 하며 감탄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알게 되니 다시 찾아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학령기인 자녀들과 함께 가면 역사공부가 절로 되겠고, 그렇지 않더라도 역사의 한 장면 속에 내가 있음을 깊이 경험하는 시간이 될테니말이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신석기 시대 유적지 부산 영도도 낯설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몇년간 머물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신석기 조개더미, 조개무지 패총으로 동삼동 패총이 나오는데 실제 그곳 전시장은 소박하기만하다. 가리비로 만든 사람 얼굴형상, 흑요석 도구, 조개껍데기 팔찌, 빗살무늬토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면 한반도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을 가장 풍부하게 보여주는 곳인데 말이다. 그곳을 책에서 소개해주고 부산 영도의 역사부터 재조명해주니 그 지역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눈에 그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신석기 청동기 초기 철기시대를 보여주는 울산 언양. 저자는 언양이라고 부르는게 익숙하다는데, 내겐 울산 반구대 암각화라 하는 말이 익숙했던 탓에 이번에 언양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고구려를 다룬 답사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한국인의 고구려,발해 유적 답사지를 엄격히 통제하는 탓에 지난 2000년 9월 중앙일보 '압록,두만강 대 탐사단'의 일원으로 만주를 다녀온 답사 경험을 토대로 기록되었다. 저자와 함께 답사를 한 이들과의 대화를 지면으로 읽으며 나도 그곳에서 함께 답사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중국쪽의 고구려 발해 유적지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눈으로도 확인해보고 싶다.
이어지는 국토박물관 순례의 여정은 어디로 이어질까.
전 국토가 박물관인 이 나라에서 그 중에서도 콕 짚어 소개한 지역, 박물관들.
자녀들과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또 생생한 역사를 몸소 보고싶어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국토 박물관 순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