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도서관 개암 그림책 12
우지현 지음 / 개암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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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느리면 뒤처지고 게으른 것이라 생각할 때가 많다. 행동과 생각이 느린 반면 신중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우선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빠르게 변화되는 시기에 살고 있다, 그 빠름에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되는건 아닌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빠르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빠름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는 책을 만난다.

 

 

 

제목부터 느리게 읽게 된다. '느릿느릿'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일까. 다른 책들과 달리 제목부터 느리게 읽으며 여유롭게 보게 된다, 느리면 조급함이 생기는데 표지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표정이 밝다. 눈에 띄는 것은 모두가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고 있기에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표정이 이해가 되지만 책 읽기 싫어하는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친구들도 이 책을 보면서 이런 표정을 지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며 본다.

 

느릿느릿 꼬물꼬물.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날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민달팽이 느린이. 느린이와 친구들은 오늘 안으로 숨고 찾는 것이 가능할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느린이가 지렁이 할머니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보면서 어떤 일이든 강요가 아니라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을 쓰는 지렁이 할머니 곁에서 느린이는 읽기와 쓰기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배운다기보다는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과정을 학습으로 생각하고 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즐겁게 배우는 느린이를 보면서 그런 것을 강요했던 어른이라는 것을 반성하게 된다.

 

느린이가 지렁이 할머니가 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다른 동물들도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바람직한 모습이다. 어느 한 아이가 책을 읽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들이 따라 읽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보면서 느린이와 다른 친구들처럼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른이라 이런 점을 눈여겨보지만 아이들은 책읽기도 그냥 즐거운 놀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어른들은 교육적 측면에서 바라보니 아이들의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봄꽃이 우리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 봄에 만나는 즐거운 책이다. 봄에 만난 책에는 사계절이 담겨 있다. 그림이 주는 편안함도 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느린이와 친구들이 책을 통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만나게 된다.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귀여운 스티커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직접 붙이며 나만의 이야기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기보다는 스티커를 붙이며 함께 노는 것이 더 즐거운 시간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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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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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이 넘었다고 한다.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은 이제 하지 않는다. 그 용어가 사라지며 이제는 주종이 아나란 동반자의 개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들은 선택되고 있으며 버려지는 일이 많다. 이 책을 보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려면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된다. '자격'이라는 것도 주어져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왜 자꾸 나만 따라와>에서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하고 책임감 없이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그들과 함께 지내려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곱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반려동물들은 특별하다. 지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만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야 할 반려동물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온기를 전하고 있다.

 

 

첫 번째로 만나는 이야기는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인 <너만 모르는 엔딩>의 최영희 작가의 작품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친근한 반려동물이 아닌 공생동물이 등장한다. 공생동물은 유전자 설계로 인간이랑 짝을 지어서 태어난 반려동물이다. 세상을 떠난 엄마가 재하에게 '퍼슬'이라는 공생동물을 입양했다. 인기있는 공생동물은 유니콘인데 엄마는 왜 재하에게 퍼슬을 입양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퍼슬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이 반려동물과 만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 있는 반면 외면받는 동물들도 있다. 그런 동물들은 버려지는 일이 많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피라온'을 만난다. 피라온은 인간의 복제품이다. 미르는 자신이 피라온인줄 몰랐다, 부모님이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고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도록 늘 사랑을 주었기 때문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을때 버려진 강아지 '송이'를 만난다. 미르는 어쩌면 자신도 송이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서일까, 송이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송이가 미르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버려지는 존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너도 나도 인간이 아니야. 그렇지?"
(중략)

"하지만 너도 나도 감정이 있어. 안 그래? 우리 가족이 누구인지도 알아. 그들이 언제 기뻐하고 슬퍼하는지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나는 있잖아……." - p.74~75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것일까.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동물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 일곱 편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웃을 수만은 없다. 그들이 행복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쌍방향으로 통하는 관계이다. 인간의 부속품이 아닌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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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6
알베르 카뮈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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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작품은 학창시절 권장도서라 의무적으로 읽었다. <이방인>과 <페스트>는 내가 선택한 작품이 아니라 학교에서 내준 숙제였기에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페스트>는 죽은 쥐들의 모습이 가장 떠올랐다. 그 부분을 묘사하는 것이 오래도록 남아있고 다른 것들은 크게 다가오지 않아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는 <페스트>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시기적으로 맞물려서인지 이런 상황을 우리들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랑'을 알제리 해안에 위치한 프랑스의 평범한 도시라 소개하고 있다. 평범한 이 도시에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사 베르나르 르외는 여느 와 같이 퇴근하는 길에 층계참 한복판에서 줄은 쥐를 발견한다. 쥐가 나올 곳이 아니기에 마음에 걸린다. 이것이 오랑시에 벌어진 불행의 시작이었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건 사실이죠." - p.57

 

쥐와 사람들이 죽는 이유가 페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랑시는 폐쇄된다. 도시가 폐쇄됨으로써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이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껴지는 시기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의 만남의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의 우리들은 전화나 SNS를 통해 연락하지만 오랑시의 사람들은 편지조차 주고받을 수 없게 된다.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이들에게 고통이었다.

 

우리에게는 편지를 쓴다는 사소한 기쁨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 p.78

 

책에서는 폐쇄된 도시에서의 생활을 귀양살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으니 상상을 한다, 직접 기차를 탈 수 없으니 가차 타는 상상을 하고 제비가 나는 모습, 저녁때의 이슬방울 등 일상의 모습을 기억한다. 지금의 우리들도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시간을 기다린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일 것이다. 이런 것들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들과 마주하니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피할 수 없다. 페스트가 재앙처럼 다가왔을 때 사람마다 그것을 대하는 반응이 달랐다. 의사 르외, 랑베르 기자, 파늘루 신부, 보건대의 타루, 시청 직원 로랑 등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인간상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가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무능력함도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은 방관이 아니라 최선이다.

 

불안한 상황이니 불안함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확실하지 않은 것에 흔들리고 동조하게 된다. 지금의 가짜 뉴스처럼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사람들은 믿음을 갖고 옳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안한 마음이 앞서 그들은 쥐를 죽인다는 명목 아래 사람들이 사는 집까지 불태우는 일이 생긴다. 흔들리지 않는 이성으로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지금 우리가 놓여있는 현실과 닮은 점이 많은 이야기라 어느 때보다 빠져들어 보게 된다. 영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이야기 했던 것처럼 혼자가 아닌 함께 모여 그들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마지막 문장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 페스트가 사라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고 한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 않고 우리들 곁에 살아남아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위해 언젠가 다시 찾아올 거라 말한다. 끝이 아니라 다른 문제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가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며 불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며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마주했을 때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전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대처할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것이 끝인 것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간과하며 욕심의 시간을 갖는다며 언젠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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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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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평범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통념적으로 우리들끼리 정해 좋은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생각하며 우리들은 어떤 모습을 떠올릴까. 요즘은 나이 차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자와 그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렇게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모습을 만들어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은 색안경을 쓰고 본다.

 

 

 

<도쿄타워>의 토오루와 코우지가 만들어가는 모습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살짝 의문이 든다. 그 감정은 두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제3자인 우리들이 그들의 감정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위험해 보인다. 그들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에게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드러나는 것이 두렵고 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두 커플의 만남을 무어라 규정짓기 어렵지만 토오루가 감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코우지는 육체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토오루는 시후미가 읽은 책을 찾아보고 음악을 즐겨듣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토오루는 그녀와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고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을 좋아한다. 코우지는 키미코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좋아한다.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지만 이유는 다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느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듯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제 스무 살이 되어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만드는 사랑도 결국 그들이 책임지고 감당할 몫이다.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절대 같은 게 아니라고."
(중략)

"누구와 살든, 난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과 살아." - 본문 265쪽 

 

언뜻 보면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소재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축하받지 못할 관계일 수도 있다. 그들의 관계를 사랑하는 사이라도 단정 짓기도 어렵다. 우리들이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변하지 않고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들을 사랑하는 관계라 말하며 응원하기는 힘들지만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미래가 다가올까. 아슬아슬한 현재를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미래가 다가올지 여전히 위험한 미래를 살아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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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 단비청소년 문학
민경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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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조금씩 다르지만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 마음에 안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될 것이다. 죽어서까지 그 고통을 안을 수밖에 없는 분들이 있다.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나비가 되어 이제서야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많은 삶 훌훌 털어 버리고,

나 이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저 하늘 위로 훨 날아오르오. - 본문 9쪽

 

<꽃과 나비>는 고등학생 희주와 희주의 왕 할머니 춘희, 두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SKY 반에 들어가야 한다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공부를 하는 희주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유독 왕 할머니 춘희와의 추억이 많다. 따뜻한 봄날 같은 왕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왕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비가 되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픈 어머니와 하나밖에 없는 동생 복규를 위해 가죽신을 만드는 공장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는 춘희. 일분 순사가 되었지만 아버지의 어릴 적 친구이기에 춘삼 아저씨의 말을 믿고 친구들과 함께 떠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가죽신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었다. 어린 소녀들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들이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미치는 소녀들이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꽃분이도 제정신으로 살 수 없어서인지 예전과 달라졌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복규를 위해 고난의 시간을 버텨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반갑게 맞아줄 가족들은 없었다.

 

미워한다는 것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 본문 100쪽

 

춘희가 겪은 이야기들을 보면 화가 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마음의 안식처 같은 왕 할머니에게 희주가 친구와의 속상한 일을 털어놓았을 때 해주었던 이야기는 춘희가 용서할 수 없는 대상에게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당했지만 그들이 용서를 빌면 언제든지 용서할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마디 사과도 듣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왕 할머니 춘희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이 아직도 계시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어린아이들도 친구들과 싸우고 난 뒤에 '미안하다' 사과하는데 일방적인 잘못을 저지르고도 한 마디 사과가 없는 그들을 인간으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아픈 역사라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한 사람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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