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루베일의 시간 -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 윤이경 엮음 / 북폴리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지만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해보는 일은 거의 없다.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힘겨운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무엇이든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하지만 죽음에 대한 준비는 두렵다. 그것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가지지 못하다. 하지만 준비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가족들은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그렇게 준비를 할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는 것이 행복한 일인가하는 의문도 가지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이 하루라도 내 곁에 더 머문다는 것이 얼마라 행복한 일인지 알지만 그 행복의 대가가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5/05/30/22/naetoile_9767158288.JPG)
<블루베일의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떠나는 사람들도 담담하게 받으들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저자는 수녀들이 세운 한국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인 강릉의 갈바리의원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웃음이나 행복이라는 말이 어울릴수 있을까. 죽음 을 앞둔 당사자도 힘이 들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은 더한 고통은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이 눈 앞에 다가온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리들이 어떻게 이해할수 있을까.
마리아의작은자매회의 하늘색 베일로 인해 '불루베일'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임종자의 벗이라 불리는 분들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떨까. 이기적이고 부족한 사람이라 그런지 병문안만 다녀와도 기가 빠지는 느낌이다. 아프지 않은 사람도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환자가 된듯한 느낌이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 죽음이 당장 눈 앞에 다가온 사람들을 있는 곳에서 어떠한 기운이 흐를까. 죽음은 음의 기운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양의 기운을 받아야 힘을 내며 살아갈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죽음의 기운이 있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양의 기운을 만날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당당하게 만드는 것일까.
죽음은 산 자의 것이다, 죽은 자는 죽음을 얘기하지 않는다. 산자만이 다른 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하는 숙제에 골몰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애통한 죽음도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도 죽은 자가 된다. - 본문 29쪽
호스피스 병원인 갈바리 의원의 모습이 방송으로도 나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선뜻 보지는 못했다.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라 그런지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책에서는 갈바리 의원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해서 죽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삶과 무관하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그들의 죽음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려해도 솔직히 힘든 이야기이다. 나와 무관한 사람이 아니라 나의 형제, 부모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힘들겠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들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우리들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죽음의 이별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늘 지금처럼 살아갈수 없음을 알기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