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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를 타면 바람이 분다
석우주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학창시절 친구들이 알콩달콩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결말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왜 읽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학창시절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로맨스 소설을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하게 된 것이다.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이고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뻔한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빠져들고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무언가 특별함을 기대하지만 뻔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뻔한 이야기같지만 나와 우리의 모습을 만날수 있기에 읽게 되는지도 모른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5/06/27/21/naetoile_3289732988.JPG)
표지의 제목을 보니 우리의 마음속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듯 하다. 아마도 책이 주는 매력은 이런 것이지 않을까. 활자로 만나지만 오감이 받아들인다. 분명 바람이 분다라는 활자로 제목을 만나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설레임의 바람이 분다.
표지의 스쿠터를 보면서 떠오르는 장면은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이였다. 이런 상상을 하며 책을 읽는데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탔던 스쿠터와 같은 모델이 등장한다. 영화속에서 봤을때는 작고 귀여운 스쿠터라 생각했는데 크기와 달리 비싼 모델인 것이다. 스쿠터에 대해 문외한이니 괜히 큰거에 비해 작은 제품은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표지의 스쿠터는 책속에서는 아주 중요한 인연의 고리가 되는 물건으로 등장한다. 미리 살짝 이야기하자면 로마의 휴일에서 두 배우가 타고 가는 장면처럼 책속의 인물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아 나온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 장면을 읽으며 애틋하면서도 그들처럼 설레이지 않았을까한다.
공원 기증식에서 일년 만에 재회한 태신묵과 연강희. 신묵은 연강희가 아닌 연분홍으로 남아있다. 일년 전과 달리 다른 이름으르 재회한 두 사람. 나이차만큼이나 신분차도 나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인연이라고밖에 할수 없다.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 속에 남자 주인공인 인연에 세 번이면 운명이라 고 말하지 않았던가. 신묵과 분홍의 만남도 운명이지 않을까. 스쿠터를 타고 횡단보도에 서 있던 분홍에게 길을 물어오던 신묵. 분홍은 그 날의 일을 계속 되새긴다. 그날 신묵이 길을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그 뒤에도 우연의 만남은 계속된다. 또한 둘 사이에는 거미줄같은 인연의 관계들이 놓이게 되는 것이다.
돌의 공통점이 있다면 부모를 잃고 자신이 불행의 씨앗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묵에게는 누나가 있지만 분홍에게는 사랑하는 오빠마저 세상을 따나고 혼자라는 것이다. 모두 부모를 잃었지만 부모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신묵은 그런 현실을 피하지만 분홍은 강희가 되어 당당하게 맞선다는 것이다.
불행한 사람들의 인생은 제각기 사연이 다르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비슷한 이유들로 행복하다고, 그래서 불행한 사람들은 소설가가 되고 행복한 사람들은 일기를 쓰다가 금방 싫증이 난다고 생각했다. - 본문 283쪽
둘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 닿을듯 말듯한 그들의 관계를 만나는 설레임도 있지만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마음이나 어릴적 아픈 상처로 인해 어른이지만 어린 아이같은 신묵의 아픔도 만나는 이야기이다. 사랑으로 받은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말이 맞나보다. 자신의 슬프고 아픈 상처를 결국은 분홍의 사랑으로 치유해가니 말이다. 해피엔딩은 언제나 행복하다. 아픈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더이상 아파할 일도 없고 설령 그런 일이 다가오더라도 이제는 곁에 남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니 안심이 된다. 이제 그들에게 칼바람이 아닌 포근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