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 - 상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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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보는 일기임에도 지나고나면 지우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 쓰는 순간에는 솔직한 마음으로 남기지만 지나고 나서는 나중에 누가 본다면 창피하다는 생각에 이내 지워버리곤 한다. 또한 내 마음을 솔직히 남겨야하는 공간임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렇듯 개인도 자신이 남긴 기록을 지우고 싶은데 역사의 중심에 선 인물들은 더 그렇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를 남겨야한다. 개인의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진실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그 진실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관>은 계유정난의 기록 <정난일기>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여자의 신분으로 예문관 사관으로 궁궐에 들어온 서은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문관 권지로 들어온 서은후. 윤세주는 손광림의 부탁으로 서 권지를 맡게 된다. 곱상한 외모탓에 주위의 시선을 받는 은후. 세주는 손광림에게 은후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무슨 사연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녀의 곁에서 도움을 준다. 남장을 하였지만 여자라는 것은 숨길수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은후에게 곱상하다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여자라는 것을 모른다면 세주도 별 상관없겠지만 은후가 여자라는 것을 알기에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세주에게 남색을 즐기냐는 말을 들을 정도이다. 항상 붙어다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뒷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흐르는 이야기 뒤에는 사라졌던 사초가 나타나면서 궁 안은 술렁인다. 처음 사초를 발견한 김탁우는 행방이 묘연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진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 앞에 진실이 담긴 기록이 나타난 것이다. 궁 안이 이 문제로 술렁일때 은후도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 두렵다. 어쩌면 은후보다 세주가 더 불안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관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 기록하면 되는 것이네. 자신이 듣지 못한 대화 내용을 남에게 물어서 적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동이야. 똑같은 말과 행동도 보고 듣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관은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것일세." - 본문 228쪽~229쪽

 

은후가 남장을 하고 궁 안에 들어온 것은 누구의 생각일까. 단지 사관이 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들어온 것일까. 이와 더불어 사라졌던 사초를 불안에 떠는 사람들에게 가져다 놓은 이들은 누구일까. 은후와 세주가 어떻게 될까라는 것과 더불어 사초를 가져다 놓은 이들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1권의 내용이다.

 

궁 이라는 공간은 은밀한 느낌을 준다. 그 누구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사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은 진실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가끔은 그 진실이 두려운 사람들로 인해 진실이 가려지는 일도 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사람들로 인해 앞으로 피를 부르는 일이 올거라는 느낌을 받으며 2권의 내용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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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보낸 하루 라임 틴틴 스쿨 3
김향금 지음 / 라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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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중요한 것은 단지 오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늘 우리와 함께한 역사이지만 요즘처럼 관심을 가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국정교과서 문제 뿐만 아니라 필수과목이 되다보니 관심이 많을수 밖에 없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이슈가 있어야 관심을 가지는 역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역사는 단지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진다. 현재의 이 시간도 언젠가는 역사가 된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우리들을 설레이게 한다. 아는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여행을 하는 동안은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조선에서 보낸 하루>는 조선으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서를 만나면 설명형식의 글을 통해 딱딱한 느낌을 받는다.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는 내가 조선으로 돌아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온다는 느낌을 받도록 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곳의 중심이 된다면 바라보고 느끼는 것은 달라질 것이다.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지만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을 힘들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서는 피부로 와닿는 역사를 만난다.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 오래 기억된다. 마치 경험을 하는 것처럼 조선의 역사를 하나씩 알아간다. 

 

 

이야기는 새벽 인왕산 중턱에서 시작한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한양에서 보낼 준비를 한다. 이렇게 시작한 조선에서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의식주를 경험하고 다양한 문화들을 알아간다. 이야기 형식이라 지루함이 덜하다. 또한 사진자료들이 풍부하여 읽어가면서 이해를 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양반가의 며느리라고 하여 편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집안 일을 게을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술 빚는 법과 열두 가지 종류의 김치, 장을 담그는 것 등 많은 것을 배워나가야 한다. 차려주는 음식을 편하게 앉아서 받는 것은 아니였다. 책에서 만나는 며느리 한 씨의 사람을 보면 양반가의 며느리 삶이 그리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시대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다. 사람이 구름처럼 모인다는 운종가. 그곳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현재에도 볼수 있는 것들이 있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종종 찾아가는 탑골 공원.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어떤 모습이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역사에 조금더 흥미를 가지게 된다.

 

눈으로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조선시대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게 된다. 역사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면서 자연적으로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까지 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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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유럽 컬러링북
이수현 지음 / 참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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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언젠가 가리라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ㅠㅠ 그렇기에 이렇게 책으로나마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다양한 주제의 컬렁북을 만났었는데 이번에는 유럽을 여행할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본다. 사진으로만 본다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텐데 이렇게 컬러링북을 통해 만나니 곳곳을 유심히 보게 된다. 컬러링은 집중할수 밖에 없다. 그래서 힘들다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반대로 뭔가에 집중할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영국의 다양한 곳을 칠하면서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직접 컬러링을 하니 미처 보지 못했던 곳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당장 갈수는 없지만 잠시라도 그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소위 관광지라 불리는 곳뿐만 아니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수 있는 소품들도 만난다.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카메라일 것이다. 휴대폰의 기능이 좋아져 사진을 찍는데 무리가 없지만 괜시리 여행을 갈때 꼭 챙기게 되는 물건 중 하나이다. 평소 사진을 찍는 것과 달리 여행지에서 찍는 것은 마음이 달라진다. 책에서 다양한 카메라들을 만날수 있다. 평소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이 부분부터 만나게 된다. 처음부터 칠해야하는 부담감이 없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책을 만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지만 컬렁북은 내가 원하는 곳부터 만날수 있으니 좋다. 언젠가 책속의 그림처럼 멋진 곳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을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는다.

 

 

많이 추운 날이라 그런지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벌써 봄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추운 날에 이렇게 꽃을 칠하면서 잠시나마 추위를 잊어본다. 가끔 바보같은 생각인줄 알지만 색을 칠하다보면 향기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코를 대보게 된다. 나비나 벌이 있는 계절이라면 이 그림을 보고 찾아오지 않을까^^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컬러링을 잘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착각은 해도 되지 않을까.

 

나라와 도시 뿐만 아니라 그 나라에 직접 가서 느낄수 있는 소품들도 만난다. 어쩌면 진짜 여행은 겉모습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속으로 들어가보는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먹으며 즐기는지 알아갈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그림들만으로 모든 것을 알수는 없지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가끔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컬러링이 기술을 요하는 것이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잘하고 못하고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칠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나처럼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다는 만족감을 가지게 한다. 비록 컬렁북으로 만나는 유럽이지만 우리가 생각만 한다면 지금당장 떠날수 있다. 그림 하나하나 컬러링을 하며 언젠가 그 도시에 가 있을 나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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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이다 1 - 빨간 수염 사나이 하멜 일공일삼 85
김남중 지음, 강전희 그림 / 비룡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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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하면 학창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장난으로 시험에 문제가 나오면 하멜의 자음과 모음만으로 다른 글자를 만들어 답을 쓰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하멜이라는 글자와 다른 자음이나 모음이 들어가면 안되는 것이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아이들은 당연히 답을 적었지만 나는 성적을 포기(?)하고 장난기가 발동해 할렘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하멜 표류기라는 답 대신 할렘 표류기라고 답을 적은 것이다. 아이들은 하멜과 같은 자음과 모음만으로 답을 적었다며 신기해 했지만 선생님들께는 졸업할때까지 놀림을 받았다. 그렇기에 하멜과 관련된 이야기는 평생 잊을수 없다.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하멜 표류기를 얼마전 읽었다. 재미없을거라는 생각과 달리 읽으면서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와 흥미롭게 읽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만나게 되는 <나는 바람이다>가 다르게 느껴진다. 하멜에게 영감을 받은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하다.   

 

 

해풍의 아버지는 바다로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버지는 논 없고 밭 없는 사람이 믿을 것은 바다밖에 없다고 말했다. 넓은 바다에 갔다고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해풍의 아버지가 그럴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으니 해풍은 어머니 도실댁, 누나 해순과 힘들게 살아간다. 돈을 빌려 준 마흔 두 살 홀아비 김씨는 돈을 내놓으라며 윽박지른다. 돈이 없으면 해순을 시집보내라고 말을 한다. 이제 열 여덟살인 해순이를 욕심내는 어이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고 싶다. 아버지가 없으니 자신이 가장이 되어 엄마와 누나를 책임지고 싶은 것이다.

 

해풍이의 동네에는 남만이들이 살고 있다. 붉은 오랑캐, 빨간 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일본으로 가다가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난파한 것이다. 이들은 주민처럼 살아가지만 친해지기 힘든 사람들이다. 해풍이도 이들에게 친근함보다는 적대감이 있다. 하지만 누나 해순이와 작은 대수가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그리 싫지만은 않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떻게해서든 돈을 벌고 싶었던 해풍이는 이들을 따라 배를 타려고 한다. 

 

1권은 해풍이가 하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가다 일본에 가게 되는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어쩔수 없이 하멜 일행과 떨어져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지내야만 한다.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을까. 하멜의 일행과 일본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 기리시딴이라 말하는 연수를 통해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일들이 마주하게 된다.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가족과 떨어져 또다른 가족이라 생각한 하멜 일행과의 헤어짐. 그들과 헤어져 또다른 인연을 만나게 되면서 지금보다 더 긴장감 넘치는 일들이 생길거라 생각한다. 일본에 첫 발을 내디딘 해풍이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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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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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로 힘들때가 있다. 슬픈 현실이지만 그리 슬프지않고 행복하지만 행복만을 생각할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감정이 든다. 슬픈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지만 그것이 처량맞게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있을수 있는 아픔이나 슬픔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이야기속 인물들에 빠져들지만 이내 그것에서 빠져나와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누구나 마음속에 말못할 아픔이나 슬픔의 비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불현듯 그런 생각들이 떠올라 당혹스럽기도 하다. 지난 일이라고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속 더 단단히 새겨지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살아가야 하기에 더 슬픈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둘녕은 아버지를 따라 외가에 온다. 엄마가 사라진 후 둘녕은 외할머니, 은이 이모네와 경이 이모, 율이 삼촌이 살고 있는 외가로 오게 된다. 자주 오지 못할거라는 아버지의 말처럼 그렇게 맡겨진 후 둘녕은 아버지의 얼굴을 몇번 보지 못한다. 어쩌면 눈치를 보며 살아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은이 이모의 딸 수안과는 같은 또래이지만 환경이 다를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수안과 혼자 덩그라니 남은 둘녕.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에게 버려지다시피한 둘녕은 이곳에서 어떤 삶을 마주하게 될까. 

 

이야기는 현재의 둘녕과 외가에 맡겨진후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교차한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잔잔하다.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같은 곳. 그곳에서의 추억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둘녕에게 그늘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은 아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삶속에 녹아든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처럼 살아가는듯 보인다. 

 

둘녕의 외가나 그들의 어린시절 보면서 우리 세대들은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둘녕과 이종사촌 수안이 읽는 많은 책들은 독자들에게 또다른 추억을 선물한다. 계몽사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범우사, 삼중당 등의 책들이 낯설지 않은 것이다. 지금처럼 많은 책들이 없었기에 손때가 묻을 정도로 여러번 읽었던 것이다. 그런 추억들이 있기에 둘녕과 수안이 여러 종류의 책을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우리들의 지난 시간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장터에서 산 흔한 잠옷일 뿐이지만, 오로지 잠을 위한 옷이 생긴다니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종일 입었던 내복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일이 왠지 고상하고 격식을 갖춘 일과처럼 느껴졌다. - 본문 28쪽

 

지금은 잠옷을 입기보다는 편안한 차림의 옷이 잠옷 대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릴때만해도 잠옷은 특별한 의미였다. 새로운 시간을 부여받은 느낌이다. 지금부터는 진짜 잠자리에 들기 위한 시간이다. 잠옷을 입는 것은 잠을 자기전 특별한 의식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기에 어떤 옷보다 잠옷을 소중하게 생각한 것이다. 둘녕이와 수안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니였을까. 그들의 특별한 관계를 맺어주듯 같은 잠옷을 입히려 했던 외할머니. 원하던 잠옷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잠옷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였다.

 

잔잔한 이야기속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마주한다. 그것은 체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을 털어버리기까지의 힘든 시간들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둘녕이를 부모에게 버려진 불쌍한 아이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행복할 권리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하는 둘녕이를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쓸쓸하고 차가운 바람같은 이야기로 시작한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속에 따스한 바람 하나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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