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느 책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등대로에 관련된 내용이 나와 이 책을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매번 생각뿐이였는데 이제서야 이 책을 읽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작가의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목마와 숙녀'라는 시에 버지니아 울프가 등장하기에 우리들에게 친근한 작가이다. 사람들은 술 한잔 마시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박인환 시인은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학창시절 만났을때는 그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술 한잔 기울일수 있는 나이가 되니 왜 작가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이해가 된다. 작품을 읽고나면 그 감정을 더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중략)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 목마와 숙녀 중에서
누군가는 <등대로>를 읽으며 짜증을 낼거라 말한다. 눈에 보이는 줄거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소설들은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책은 실체보다는 눈에 보이는 않는 것을 다룬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그들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 '의식의 흐름' 이라는 표현으로 이 책에 대해 말한다. 눈에 보이는 사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의식을 따라 가느라 정신이 없다. 아니 그들의 의식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인물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보며 그들을 이해하는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이해하려하면 어려운 이야기기 된다. 그냥 그들이 말하는대로 그들의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본다면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많은 인물들속에 램지 부인이 눈에 띄는 것은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이기 때문이다.
내가 엄마라서 그런지 자연히 아이들이 내게 와서 하루 종일 이런 거 저런 걸 얘기해요. 누구는 이거 해달라, 누구는 저거 해댈라, 그래요. 아이들이 자라고 있어요. 종종 내가 온갖 감정에 다빠진 스폰지로 여겨질때가 있어요. 그 외에에는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걸로 느껴져요. - 본문 50쪽
전체적인 내용을 떠나 부분부분 공감하며 볼수 있는 것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벽창호 같아 보이는 남편과 지혜롭게 대처해나가는 램지부인을 보면서 그들이 등대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보다는 그들이 매순간 어떤 감정으로 지내는지에 대해 관심있게 보게 되는 것이다.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는 책이다. 기존에 보았던 것처럼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서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묘미가 있다. 감정을 들여다보지 못하면 확실히 책의 내용들이 겉돌게 느껴진다. 눈에 띄는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감정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수 있는 책이다.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 힘들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나갈수 있다.
등대로에 대해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 얀 마텔, 작가정신>
1. 울프는 정심을 탐구합니다, 즉 의식이 현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합니다.(중략) 울프가 <등대로>에서 탐구하는 것은 시간 순서대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아니라 그 사건들을 걸러내는 정신입니다.
2. 울프는 시간을 탐구합니다. 또한 시간의 영향과 경험을 탐구합니다. 따라서 울프의 소설이 시계의 규칙적이고 객관적이 흐름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주관적인 반응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설명됩니다. - 본문 176쪽
<평생독서계획 - 연암서가>
'등대로'에서도 독자는 등장인물의 마음속을 무시로 출입하게 된다. 때때로 아주 갑작스럽게 그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울프의 가족들을 모델로 삼은 등장인물들은 캐릭터라기보다 하나의 의식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인물들의 생각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 본문 367쪽
<고전의 유혹- 잭 머니건, 을유문화사>
'등대로'에 나오는 사실상 모든 등장인물의 내면에 여러분이 얼마나 많이 다가가는지 알게 된다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 본문 4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