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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 臣下
류기성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송촌 류기성 님의 신하라는 역사소설을 읽었습니다.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상 숨죽이며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조선왕조의 간신인지 충신인지 논란의 중심인물 중 한 명인 류자광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소설의 첫 부분은 동해의 바닷가, 조금만 시골 마을 ‘평해’
이곳에 한 초로의 노인이 젊은이와 함께 앉아있습니다.
밀려왔다 쓸려가는 파도 소리, 몽돌 구르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다.
이곳에 온 지도 어느덧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언제부턴가 눈이 침침해지고 세상이 흐릿해 보이더니 요사이에는 아예 사람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온통 세상이 허옇게 보이고 눈에는 눈곱이 덕지덕지 끼었다. -15p
이 모습은 류자광이 마지막 모습을 아들과 함께 유언을 남기며 떠나는 장면이다.
류자광은 얼자출신(양반이 아버지와 첩인 어머니사이의 아들)이고 아버지는 후실로 3명의 형제를 얻게 되나, 이들 모두 친자로 입적하지 않아 얼자라는 굴레는 평생을 류자광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를 무시하는 무리들의 도구로서 끊임없이 그를 괴롭힙니다.
류자광은 세조에게 중임을 받아 그 뒤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에 이르기까지 다섯 명의 왕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출신 성분이 서얼 출신은 정3품 이상 오르지 못한다는 경국대전의 구절에도 불구하고 종1품까지의 벼슬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삼사(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의 대간(삼사의 수장들)들은 끊임없이 류자광을 깎아내리고 탄핵을 요구하여 몇 차례의 탄핵과 유배로 생을 마치게 합니다.
이들은 성리학에 기반을 둔 신권이 강한 나라가 이상적인 조선이라 생각하여 왕권에 대해 끊임없이 견제를 하였고, 이들 출신들 중 다수가 김종직의 문하생들로 이들은 무오사화로 김종직의 부관참시와 문하생들의 희생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류자광에 돌렸기 때문입니다.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통해 세조로 등극할 때, 김종서 장군을 죽이게 되고 이에 앙심과 회령목사로 좌천된 이시애는 함경도 길주에서 난을 일으킵니다. 반란군의 기세가 등등하여 토벌군이 쉽사리 제압하지 못하자 류자광은 상소를 올려 그가 이시애를 처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세조는 류자광의 능력을 시험하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그를 믿어 토벌대를 보내게 되고 류자광은 이에 보란 듯이 멋진 계획으로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게 됩니다.
세조에게 믿음을 얻은 류자광은 장부가 자기를 알아봐주는 주군을 평생 섬긴다고 해서 그에 대해 변치 않는 지지를 보내게 됩니다.
이에 세조는 다음의 왕에게도 가장 최측근으로 믿을 수 있는 신하는 류자광이라고 지목하게 됩니다.
세조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왕의 친척과 인척들을 제거하게 되는데요.
이에 구성군 이준과 불손함을 드러내 역모를 일으켰다는 죄목으로 남이를 처단하게 됩니다.
성종 조에 이르러 양반들에게 역모를 꾸민다는 모함을 받아 국문을 당하게 되고, 결국은 모함을 밝혀져 그는 경상도 관찰사로 떠나게 됩니다.
내려가는 도중 함양 학사루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시를 쓰게 되는데 함양군수는 이를 현판으로 만들어 학사루에 걸게 됩니다. 홍문관의 수찬이었던 김종직이 학사루에 걸린 서출인 류자광의 현판을 보고 떼어내어 불태워버리게 되는데요. 이는 나중의 이들 사이에 벌어지게 되는 운명의 장난의 시작이 됩니다.
연경 사행단으로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류자광은 과거의 감정을 해결하고 싶어 낙향하려는 김종직의 집에 방문하여 그 곳에서는 김종직의 문하생들이 술자리를 열고 있었습니다.
이들 문하생중 김일손은 젊은 혈기에 류자광의 국경지역에 성을 축조하여 오랑캐를 대비해야 한다는 류자광의 계획을 무시하는 언행을 계속하게 되는데요.
이 김일손이 나중에 실록을 기록하는 사관이 되고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실록에 기록하게 됩니다.
이는 후일 연산군이 왕이 되어 일어나는 무오사화의 도화선이 되는 사건이 됩니다.
조의제문은 세조가 노산군(단종)을 폐위시킨 계유정난을 비난하는 내용인데요.
왕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신하들을 혼내고 싶어 했던 연산군에게는 조의제문은 신권을 약화시킬 구실이었습니다.
연산군은 이후 어머니 윤 씨의 죽음과 관련하여 갑자사화를 일으키게 되는데요.
폭정을 계속하는 왕을 보며 류자광은 조금씩 왕에 대한 실망을 가지게 됩니다.
이 소설 “신하”는 조선시대 가장 파란만장하고 정치적 사변이 빈번했던 세조로부터 중종에 이르기까지 류자광의 입장에서 조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을 제공합니다.
실록의 기록자인 사관들의 주로 사림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늘 날 우리가 류자광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간신이라는 이미지는 오해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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