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채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6
A. J. 크로닌 지음, 이은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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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영국의 가장 중요한 작가 크로닌의 자전적 소설

 

현실과 맞서 이상을 구하는 인간의 싸움을 감동적으로 그린 드라마

이것은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공격이다

 

강력 추천하는 흥미 만점의 소설 <성채>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재미라고 한다면 <성채>는 독자의 요구를 충족한다.

 

생동감이 넘치는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주인공 앤드루와 크리스틴의 관계는 앤드루가 어떤 의사를 추구하는지에 따라 롤러코스터 마냥 오르락내리락한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생생한 묘사와 극적인 플롯에 따라 주인공의 심리묘사 역시 탁월하다.

 

요즘 의료계의 현실과 처우개선이라는 점은 의사라는 직업인이 가지는 어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그가 마지막 변론을 펼치며 지적하는 영국의 공공의료 체계와 일반의, 전문의 제도는 후일 영국 공공의료를 구축하는 촉매가 되었다고 한다.

 

문학적 성공과 공공성의 확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지금 읽어도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고,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시청한 느낌이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책 속으로 ]

 

앤드루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만끽했다. 그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이 지금껏 신조로 삼았던 길과 얼마나 다른 길로 가고 있는지는 잊어버렸다. 허영심이 자극을 받았다. 그는 전보다 더욱 기민해지고 자신감에 넘쳤다. - 84

 

인생은 미지의 것에 대한 도전이며,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은 알지만 보이지는 않는 어떤 성을 차지하기 위해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잖아요.” -143

 

주인공이 추구하는 성채에 대한 의미를 표현하는 부분이다.

성채에 대한 표현은 소설의 엔딩에도 나타난다.

 

앤드루가 열차 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정하며 발걸음을 돌렸을 때 눈앞에 펼쳐진 하늘에는 성채 모양을 한 뭉게구름이 밝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 295

 

성채는 앤드루가 앞으로 동료인 대니와 호프와 팀을 이루어 종합병원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망과 그가 도달하고 싶은 희망을 표현한다.

 

내가 마치 더러운 사기꾼이라도 되는 듯 말하지. 만일 내가 돈을 원한다면 그것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내 신분이나 재산으로 나를 평가해. 못 가진 놈은 남에게 부림만 당한단 말이야. 그런 건 지금까지 충분히 겪었어. 앞으로는 남을 부리면서 살 거야. 이제 내 마음 이해하겠어? 다시는 내게 그런 바보 같은 말 하지 마.” - 145

 

하느님의 눈은 속일 수 없어! 크리스가 말했듯이, 하느님의 눈은 속일 수 없어. !” - 249

 

아일랜드 출신의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 출신의 개신교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크로닌은 7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외가가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종교적 분위기에 차이 때문에 영혼에 상처를 입은 어린 크로닌은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잘 탄다.

그는 종교적 갈등으로 무신론자로 지내다 말년에 가톨릭에 귀의한다.

 

과학적 의학 분야에서 가장 위대한 그 루이 파스퇴르가 의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파울 에를리히, 의료계 역사상 가장 효과적이고 우수한 치료법을 개발한 그도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도에서 전염병과 싸우며 어느 자격 있는 의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 사람입니다. 업적에 있어선 파스퇴르보다는 못하지만 메치니코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기초적인 사실을 알려드려서 죄송합니다만, 분 씨, 이런 사실은 비록 의사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아도 질병과 싸우는 모든 사람을 반드시 악한이나 어리석은 자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 285

 

 

 

[ 작가에 대하여 ]

 

A.J. 크로닌 (1896~1981)

 

1896년 스코틀랜드의 덤바튼셔 카드로스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외가에서 가난하고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14년 스코틀랜드 서남부의 항구 도시인 글래스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해군의 군의관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했다.

 

전쟁 후에는 인도행 선박의 촉탁의로 일했다.

 

그 후 1921년부터 약 3년 간 웨일즈에서 개업의로 지낸 그는 광산촌 광부들의 직업병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 그 연구 논문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는 1926년에 런던에서 다시 병원을 개업했다. 그러나 그는 곧 병원 문을 닫았다.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였...으나 사실은 어릴 때부터 꿈꾸어 오던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

 

이때의 경험은 <성채>를 쓰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채>는 저자가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짧은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100년 전 영국의 한 탄광마을에서 벌어지는, 아니 영국 전체의 의료현실과 마을의 위생, 의료인의 자세를 가감없이 소개한다.

 

의료인의 범주는 대단히 다양해서 일반의로 자괴감을 느끼는 천재의사 필립 데니에서, 보조 의사의 급여 일부를 착복해서 왕처럼 행세하는 의사도 있다.

 

주인공 앤드루는 조금씩 성장을 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수습하는 가운데 명성을 얻는다.

 

사건이 벌어지고, 수습하는 과정과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은 소설을 흥미롭게 만든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몰입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소설 <성채>를 추천합니다.

 

탄광 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런던 프라이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어요.

 

#성채 #크로닌 #민음사 #세계문학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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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5
A. J. 크로닌 지음, 이은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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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영국의 가장 중요한 작가 크로닌의 자전적 소설

 

현실과 맞서 이상을 구하는 인간의 싸움을 감동적으로 그린 드라마

이것은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공격이다

 

강력 추천하는 흥미 만점의 소설 <성채>

 

[ 작가에 대하여 ]

 

A.J. 크로린 (1896~1981)

 

1896년 스코틀랜드의 덤바튼셔 카드로스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외가에서 가난하고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14년 스코틀랜드 서남부의 항구 도시인 글래스고 의과대학에 진학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해군의 군의관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했다.

 

전쟁 후에는 인도행 선박의 촉탁의로 일했다.

 

그 후 1921년부터 약 3년 간 웨일즈에서 개업의로 지낸 그는 광산촌 광부들의 직업병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 그 연구 논문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는 1926년에 런던에서 다시 병원을 개업했다. 그러나 그는 곧 병원 문을 닫았다. 건강이 나쁘다는 이유였...으나 사실은 어릴 때부터 꿈꾸어 오던 소설을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

 

이때의 경험은 <성채>를 쓰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채>는 저자가 전달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짧은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100년 전 영국의 한 탄광마을에서 벌어지는, 아니 영국 전체의 의료현실과 마을의 위생, 의료인의 자세를 가감없이 소개한다.

 

의료인의 범주는 대단히 다양해서 일반의로 자괴감을 느끼는 천재의사 필립 데니에서, 보조 의사의 급여 일부를 착복해서 왕처럼 행세하는 의사도 있다.

 

주인공 앤드루는 조금씩 성장을 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수습하는 가운데 명성을 얻는다.

 

사건이 벌어지고, 수습하는 과정과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은 소설을 흥미롭게 만든다.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몰입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소설 <성채>를 추천합니다.

 

탄광 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런던 프라이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어요.

 

 

[ 등장인물 ]

 

<블라넬리 에서>

 

앤드루 맨슨 : 24세의 젊은 의사,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블라넬리라는 마을의 보조 의사로 취임한다.

크리스틴 발로 : 앤드루 맨슨의 연인

에드워드 페이지 : 중풍에 걸린 의사

블로드웬 페이지 : 에드워드의 아내

필립 데니 : 케임브리지 최우수 졸업생. 외과 전문의. 일반의로 자괴감을 느낌

 

<애버럴로 에서>

 

루엘린 박사 : 원장

어거트 : 노인 의사

리처드 본 : 탄광 소유자

챌리스 교수 : 카디프 대학 야금술학 교수

 

 

 

[줄거리] <스포 있음>

 

여기서부터는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으니,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는 건너뛰어도 됩니다.

 

블루넬리의 보조 의사가 된 앤드루는 괴짜 천재 의사 필립 데니와 어울리며 마을 주민을 괴롭히고 있는 감염의 원인이 오염된 우물이란 걸 확인한다.

 

데니는 위원회에 새로운 하수 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거절이 반복되어 다이너마이트를 얻어 우물과 하수도를 폭파한다.

 

앤드루가 블루넬리에서 인정을 받는 몇 가지 사건은 모건 부부의 늦둥이 아이를 출산하게 하면서부터이다.

 

태어나면서 호흡을 정지한 태아를 손바닥으로 CPR을 시행하는 방법으로 아이는 다시 호흡을 재개한다.

 

모건은 감사의 대가로 5파운드 수표를 주고, 이를 주립은행에 예금하는 앤드루는 블로드웬의 연인인 어나이린 리스 지점장에게 발견된다.

 

블로드웬은 이를 문제 삼아 앤드루를 겁박하고, 앤드루를 사직 의사를 밝힌다.

 

데니의 소개로 더 큰 마을인 애버럴로의 조합 의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애버럴로로 떠나게 된다.

 

애버럴로로 합격하기 위한 조건은 기혼자인데, 앤드루는 크리스틴에게 청혼하지도 않고 자신은 약혼녀가 있다고 하면 합격한다.

 

크리스틴은 앤드루를 사랑하며 애버럴로로 그를 믿고 신혼집을 꾸민다.

 

다른 사건은 광산의 막장에 손이 끼인 광부의 손을 절단하며 그를 구출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서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진단서를 원하는 대로 발급해주지 않고, 약을 원하는 만큼 처방해 주지 않는다고 앤드루를 모함하기 시작한다.

 

앤드루는 폐질환을 연구한 논문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왕립의사협회의 회원이 되어 런던의 광산 조사국으로 떠나며 1권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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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 - 주변에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 않은 어쩌다 보니, 시리즈 2
안지영 외 지음 / 북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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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진 않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오늘 소개할 책은 육..(6개월 후에 책을 내고 만다) 그룹의 다섯 명 기자단이 모여 책을 펴낸 북산 출판의 <보통사람들>이다.

 

보통사람들에 등장하는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하지만 이들은 방송국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운영자와 기자단으로 만나게 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기자단 출신답게 자신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친다.

 

내 이웃의 근황을 잘 모르고 사는 사람이 다수일 텐데, 첫 번째 안지영 님은 이웃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16년 동안 살던 목동의 두 동짜리 아파트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한 순간, 그들이 공유한 기쁜 일과 경험은 헤어짐을 힘들게 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웃과의 이야기는 내가 어릴 적 옆집과 사이좋게 지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웃사촌이라고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좋다고 했는데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웃과 나누는 끈끈한 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엄혜령 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록하기 위해 맞벌이 증명을 위해 출판사를 차린다.

 

질문 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는 저자는 교회의 아는 동생이 다수의 교회 지인들과 다른 의견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가족이 거주하는 집에 아버지를 모시게 된다.

아버지가 오시게 되자 불편한 생활이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들은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가며 생활방식을 찾아간다.

 

방송국 기자단을 하며 출판사도 창업하고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글을 쓰며 상대방과 소통하는 일이 그녀에게 하는 일이 순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가장 공감이 가던 저자는 경남에 거주하는 신용민 님이다.

 

중년을 맞이한 남성이고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아노 관련 유튜브도 진행하고, 다른 악기를 배우고 곡도 쓰는 생활 속에 방송국 기자단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바쁜 사람일수록 시간을 알차게 사용해서 더 많은 일은 한다고 하더니 그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가 강조하는 여유 있는 중년의 삶을 누린다는 말이 유난이 귀에 맴돈다.

가을이 한창인데 계절이 변하는 모습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는 것 같다.

 

최미영 작가님이 추천하는 도보 전국 일주 여행기 <퇴직하는 날 집 나간 남자>를 찾아서 읽어보고 도보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최미영 작가님이 들려주는 주변 이웃과 관계를 쌓아가는 모습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저자들의 특징은 바쁜 와중에도 방송국 기자단이라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으로 체험단 생활을 하게 되고, 다음으로 기자단 생활을 통해 책을 출판하는 과정을 겪었다.

 

나는 방송국 기자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이들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고, 기자단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새로운 장소를 알게 되며 자신의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부러웠다.

 

다섯 명의 공저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이웃에 사는 사람이 들려주는 온전한 인생 경험이다.

 

그들의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야기가 궁금한 분은 <보통사람들>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보통사람들 #안지영 #엄혜령 #신용민 #최미영 #박세미 #북산 #에세이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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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등산가 -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김영도 지음 / 리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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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산을 좋아하는 나는 시간을 내어 집 뒤편의 낙동정맥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을 둘레를 걸었다.

 

태양은 정점을 지나 서서히 아래를 내달리고 있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간 약속을 하고 나온 터라 등산로를 벗어나 아랫길로 내달렸다.

 

아무리 동네 산이라도 등산로를 벗어나는 순간, 진정한 산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높게 자랐으나 태풍으로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나무는 넘어가기 곤란한 지경이었다.

 

때마침 넓은 공터에서 재빠르게 지나가는 고라니는 나에게 무덤으로 이어진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산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국 산악계 전설인 김영도 대장의 <서재의 등산가>를 읽었다.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1977년 한국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대장이고, 여러 산악인의 저작물을 번역한 김영도 대장님은 한국산서회 고문을 맡으면서 국내외 다양한 산악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책 속에 담겨있는 그가 전하는 믿기 힘든 이야기는 한둘이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조 심슨의 <허공으로 떨어지다>이다.

처음 나왔던 제목은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인데,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놀라운 점은 크레바스에 내려가는 조 심슨과 친구가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다리에 부상을 입은 그는 크레바스를 올라갈 수 없었고, 끝없는 크레바스의 아래로 내려갔다.

 

눈과 얼음과 돌탑이 이어지는 그곳을 조는 사흘 동안 기어가서 탈출구를 찾는다.

 

우리는 폭풍 소리를 들으며 침낭 속에 들어가 나란히 누웠다. 양초 불빛은 텐트 벽 색깔을 따라 빨간색과 녹색으로 변했다. 조의 물건들이 텐트 구석에 아무렇게나 밀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전날 밤의 폭풍을 생각하고 몸을 떨었다. 그때의 영상은 내가 잠들 때까지 남아 있었다. 저 위는 얼마나 추울까. 눈사태가 쏟아져 얼음 절벽 밑의 크레바스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조를 묻으면서……. 나는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 150쪽 언제나 산과 연결되는 삶 중에서

 

1800년대에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개발은 무덤을 파는 것이다.”라고 했다. 알피니즘이 서구 근대화와 때를 같이한 것까지는 좋으나 문명에 끌려갈 수는 없다. - 76쪽 산은 멋지다 중에서

 

산악인에게 있어 산은 그들의 인생 그 자체이다. 오늘날 세계의 거의 모든 산이 정복되고 고산 등반의 세계가 투어리즘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산악인은 산이 그 자리에 있어 등반하는 것이다.

산에 가는 사람은 많지만 산서가 많이 없는 것을 저자는 아쉬워한다.

 

<서재의 등산가>를 읽은 후, 산서에 대해 새롭게 알았다. 등산기와 산악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작품이 산서인데, 나는 산을 좋아하지만 산서를 많이 읽어보진 못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산악인과 그들이 남기거나 그들에 관한 책은 다음에 찾아볼 생각이다.

 

에베레스트에서 한쪽 손가락을 모두 잃은 곽정혜는 “2006518, 나는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나는 <선택>의 첫 문장인 이 한마디에 압도됐다. 그녀는 죽지 못해 내려오다 자기 한계에 부딪혀 추락했다. 그리고 이름도 죽음의 지대인 8,000미터 고소에서 의식을 잃었고 마침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우리나라 중동고 원정대 일행의 눈에 띄었다.

- 29쪽 산은 멋지다 중에서

 

 

내가 가장 최근에 읽었던 라인홀트 매스너의 <에베레스트 솔로>를 기억하며 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내심 기대하며 읽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한 등반가답게 라인홀트 매스너의 이야기는 하이라이트로 다루고 있었다.

 

저자는 그의 작품을 여러 차례 번역한 경험이 있고, 매스너가 울주 산악축제에 다녀간 적이 있어 그와 만남은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대장과 매스너의 만남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 아쉬웠다.

 

매스너는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고, 바로 그해 동생과 낭가파르바트에 등정하던 중 동생을 잃게 된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거주했던 대장이 전쟁통에 동생을 잃었던 이야기는 그가 지니고 살았던 아픔을 공감하게 되었다.

 

철학적 사유와 함께 우리나라 산악 문화 전반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다른 나라의 산악 문화를 알게 된 것은 즐거움이었다.

 

주문진 방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매스너의 책을 번역한 <검은 고독 흰 고독>을 찬사를 보낸 고독이라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김영도 대장의 <서재의 등산가>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산서를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서재의등산가 #김영도 #리리퍼블리셔 #등산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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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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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생생하게 만나는 역사 속 나쁜 남자

 

조선왕조의 가장 큰 특징은 방대한 역사 저작물인 조선왕조실록을 편찬한 일이다. 너무나 방대한 분량이고 대략 18938885천 만자에 이른다.

 

가장 훌륭한 역사서 중 하나로 알려진 사마천의 <사기>526천 자 정도이니, 사기의 백배에 근접하는 분량이다.

 

이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알 수 있다.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인물들의 기록이 많이 존재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최문정 작가님의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나쁜 남자 편>은 실록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왕조실록과 관련해서는 다들 한 가지씩 추억이 있을 것이다.

 

신봉승 작가님의 <조선왕조 500>을 보고 자라, 근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팟캐스트를 즐겨듣기도 했다.

 

지난 시절, 박영규 님의 <조선왕조실록>은 역사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설민석 님과 이덕일 님의 <조선왕조실록>은 많은 이들에게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집필되었다.

 

노회찬 님의 <조선왕조실록>은 실록에 담긴 일화 중, 흥미로운 사건 위주로 서술되었다.

 

이번 기회에 만나게 되는 최문정 작가님의 <조선왕조실록 나쁜 남자 편>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주인공으로 빙의해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기본적으로 실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인물과 관련한 야사나 소문 역시 같이 소개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작가님은 기존의 역사 속에서 조명을 받았던 인물 위주가 아니라, 주변인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소개하는 면면을 보면

 

왕위를 버린 남자 : 양녕대군

기도 : 소헌왕후

나만 몰랐던 사랑 : 문종

붉은 적삼 : 연산군

다홍치마 : 단경왕후

장옥정전 : 궁녀 김원미

첫사랑 : 봉이

 

첫 번째 등장하는 인물은 양녕대군이다.

 

세종대왕의 큰 형으로 유명한 양녕대군이 폐세자되는 과정을 실감 나게 소개한다.

자신이 어렸을 때 보살펴주던 외삼촌들이 차례로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왕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바람이 없어진다.

 

부모님이 동생 충녕대군을 세자로 염두에 둔 사실을 알고 그는 더욱 비행을 저지른다.

아버지가 했던 비행은 자신도 똑같이 하려 하고, 어리와의 사랑과 폐세자된 비교적 편안하게 일생을 보내게 된다.

 

 

두 번째 소개하는 인물을 세종대왕의 부인인 소헌왕후이다.

시아버지인 태종은 외척을 억눌러야 왕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이 12차 왕자의 난을 진압하고 승리를 도왔던 민씨 가문을 초토화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충녕대군의 배필인 소헌왕후 심씨의 아버지인 심온과 그의 식솔들 역시 태종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예전에 중전마마의 친정아버지 심온이 영의정을 한사코 거절한 것은 좌의정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좌의정은 다른 관직을 겸할 수 있으니 심온은 병권을 장악하기 위해 병조참판을 겸직하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좌의정 박은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믿으셨던 태종대왕께서는 단호하였습니다. - 68

 

소헌왕후 처지에서 가문의 원수를 등용하는 남편이 미웠을 법도 한데, 그녀는 이를 참았고 태종의 병시중까지 한다.

 

세 번째 등장하는 문종의 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세자를 생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문종은

첫 번째 세자빈 휘빈 김씨가 시간이 지나면서 본색을 드러내고 자신을 유혹해 잠자리에 끌어들이려 하자 점점 그녀를 멀리한다.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주술인 압승술을 사용하다 세종대왕의 귀에 들어가 폐세자빈이 된다.

 

두 번째 세자빈인 순빈 봉씨는 적극적이고 활달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사랑을 표현해달라고 갈구한다.

문종이 세자 시절 그녀를 피하자 순빈 봉씨는 술주정과 다른 궁녀와 동성애를 가진다.

다시 한번 폐세자 빈이 되고, 문종은 자신이 사랑한 순임과 혼례를 치르게 된다.

 

시종일관 문종만 바라보고 참는 생활을 하는 순임을 문종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가례를 올리지 않는다.

단종을 출산한 후, 출산열로 사망한 순임을 잊지 못하는 문종은 왕비 없이 왕위로 오른다.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었던 그는 왕비를 선택하지 않고, 순임과의 가례를 올리지 않고 왕위를 오래 가져가지 못해 계유정난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한다.

 

순임에게 못다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혼례를 미룬 것이 안타까운 결과로 되돌아온 것이다.

 

다음으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궁녀 김원미이다.

 

인현왕후는 현모양처고 장희빈인 사악하고 독살스러운 인물로 종종 묘사되곤 한다. 기존의 역사물과 드라마에서 이들의 관계를 이런 구도로 설정해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서인과 남인의 권력다툼 구조로 해석한다.

김원미의 동료이자 매설가 궁녀인 민서가 <왕후 민씨 덕행록>을 통해 희빈을 희대의 악녀로 묘사한다.

 

김원미는 <장옥정전>을 써서 김상궁에게 발각되고 희빈 장씨와 만나게 된다.

 

<희빈 장씨전>이 아니라 <장옥정전>이라고 지었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실록에는 왕비일지라도 여자의 이름을 남기지 않고 성씨만 남긴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마마의 존함을 후세에 널리 알리고 싶었나이다. 그래서 희빈이라는 직첩을 쓰기 싫었나이다.”라 대답합니다.

 

이날 이후로 희빈마마는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이야기를 김원미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김원미는 희빈마마의 입으로 직접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장옥정전>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는 한편, 그녀의 음성에 가득한 체념과 후회, 죽음을 준비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을 읊으시는 감정을 느낀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지금까지 악녀 장희빈과 현모양처 인현왕후가 숙종을 놓고 벌이는 대결 구도에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당시의 권력 관계를 바라보게 되어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싶었다.

 

최문정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나쁜남자편>에 이어 나쁜 여자, 좋은 남자, 좋은 여자도 출판할 예정이라 한다.

 

조선왕조실록 속에 숨 쉬고 있는 더 많은 인물을 발굴해서 우리에게 소개해 주길 바란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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