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 동시야 놀자 10
안도현 지음, 설은영 그림 / 비룡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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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동시집 읽고 아이들도 동시 한번 써보고]

 

 

노란 표지에 냠냠이라고 쓰인 문구도 마음에 들지만 라면인지 국수인지 맛나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담은 그림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다. 마치 너도 같이 냠냠 멋어볼래?라고 묻는 듯한 느낌도 든다.

 

요즘 나오는 동시집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동시를 대했던 우리들과 달리 아이들이 동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고 동시의 대상이나 주제도 참 다양해졌다. 대상을 이미지화 하거나 운율에만 집착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아이들에게 말의 운율을 통해 말놀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대상으로 하기도 하면서 아주 솔직하고 담백해졌다고 할 수 있다.

 

 

<멸치볶음>

프라이팬은 뜨거워!

고추장은 매워!

팔짝팔짝 뛰던 멸치들

얌전해졌네

냠냠

 

 

프라이팬에 올려진 멸치들은 뜨겁고 맵다고 난리지만 결국 아이들은 이 멸치볶음을 맛나게 먹고야 만다. 어떻게 냠냠~  그림 속의 멸치들은 앗뜨거워 하는 대신 마치 프라이팬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표지 그림이 있는 동시도 찾아냈다.

제목은 <국수가 라면에게>

그런데 내용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 푸하하~~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딱 한줄로 된 이 동시의 내용인즉...

 

너, 언제 미용실 가서 파마했니?

 

 

아주 짧고 간결하지만 아이들 마음을 콕 집어서 표현했음에 동감한다.

 

오랜만에 동시를 읽던 아이들, 동시를 써볼 기회가 별로 없던 탓인지 둘째 녀석이 자기가 지은 동시에 그림도 그리면서 예쁘게 꾸며보기로 했다.

 

작년 무렵 아들이 쓴 동시에 온 집안 식구가 배꼽을 잡고 웃고 오랜만에 집에 오신 시어머니께서 안봐도 집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하셨는데 이 동시를 공개해야 할 때가 왔다. 짜잔~~

 

<우리는 붕어빵>- 2학년 서현수

 

뚱뚱한 배

아빠 닮았다

 

방귀가 구린 건

엄마 닮았다

 

쿨쿨 코 고는 건

아빠 닮았다

 

잘 때 발로 차는 건

누나 닮았다

퍽퍽!!

 



 



 




아빠 배는 여지없이 부풀어 있고 엄마는 대포같은 방귀를 쏘아대고 누나는 불이 나도록 퍽퍽 차는 그림을 야물딱지게 그려놓았다. 이 동시화는 우리집 가보로 대대로 간직할 것! 아들의 말에 웃으면서 지금은 냉장고에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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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항하는가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
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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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아닌 표현의 필요성에 절감] 

 

"뉴욕타임스 전격 연재 중단" 이라는 문구가  눈에 뜨인다.  어떤 식의 내용이 실렸을지 미루어 짐작할만 했지만 단지 짐작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모두 미루어 짐작하는 직감이 발달해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직감을 떠나 좀더 구체적으로 지구상에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알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예술가인 세스 토보크먼은 내겐 낯선 인물이다. 그의 약력을 통해 반세계화와 반전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전세계 시민운동가들이 그의 만화를 포스터와 프래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아닌 시민의 편에서 어찌보면 무시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운동하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이 그의 편을 든다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보내게 된다. 

굵직한 선에  검은 색과 흰색을 사용하고 때로는 강렬한 붉은 색으로 핏빛을 연상하게도 하는 그림들. 사람들의 표정은 섬세하지만 강렬한 분노와 욕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단 한번만 봐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토보크먼 만화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시민운동가들의 시위에서 쉽사리 그의 그림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단지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으로부터 받는 강렬한 인상을 뒤로 하고, 그의 만화가 담고 있는 저항정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처럼 정치와 사회상황에 민감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쉽사리 알 수 있도록 자세하고 복잡한 것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상황에 대해서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그의 글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국가와 개인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국가의 이익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이 누려야 할(이것은 인권과도 연관된다) 권리에 대해 교묘하고 철저하게 유린하는 현장을 포착한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은 권력층이나 부유층과는 대비되는 사회적 약자가 해당된다. 마치 내 일은 아닌듯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이익을 얻는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사회적 약자이면 부당함을 당하는 자신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토보크먼은 강렬하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국가와 다국적기업 등에 항변하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듣던 구조조정의 실체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세계은행이나 IMF는 1970년대 빈곤국가에 많은 대출을 했다. 그러나 이런 대출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환경파괴를 자행하게 되고 지금은 새로운 빚을 안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그로인해 대출국은  다국적기업에 구조조정을 허락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이자율이 옾아지고 노조는 탄압되고 천연자원은 팔려나갈 수 없는 악순환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살피고 우리의 미래를 그린다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쓰러져가는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기업으로 유명한 사모펀드 회사인 칼라일 그룹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기업의 이윤밖에는 없다. 전쟁을 하든 사람이 얼마나 죽어가든 그것은 관심 밖이다. 그런 기업과 무관하지 않은 인물이 바로 부시와 오사마빈라덴이다. 그들의 석유를 둘러싼 이윤다툼이 결국 이라크전쟁을 발발하게 했다는 비난에 칼라인 그룹과 부시정권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국가와 권력의 이득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재정적자를 이유로 8곳의 소방관을 폐쇄한다는 정책에 브루클린 시민의 항쟁이나 이스라엘 국가가 네게브의 원주민인 배두인에게 구획을 정해 살게 하거나 마을에 거대한 발전소 유해성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하면서 슬럼가로 만드는 일련의 행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런 이스라엘에 충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군인이 된다는 배두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비합리적인 이스라엘의 처사에 분노감이 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항쟁은 나체의 힘이었다. 아이들 책을 통해서 케냐에서 나무를 심는 여인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로 알고 있었는데 그녀의 나무심기는 이유가 있었다. 케냐의 독재자가 농작물 대신 다국적기업이 원하는 커피재배를 강요하고 이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다국적기업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왕가리는 이에 항거해서 여인들과 농작물을 심고 저지하는 세력을 향해 나체시위를 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여성의 나체를 보여주는 것을 최고의 저주를 퍼붓는 행위라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아프리카 여성의 나체시위는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시위였다. 가장 원초적이면서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그녀들의 시위에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런데 세브런에서는 이런 여성들의 나체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성폭행까지 감행되었다고 하니 문명과 개발을 가장한 거대 기업과 국가의 탐욕에 분노를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라는 단어에 잠시 당황했다. 토보크먼이 지칭하는 우리는 미국인들이어서 미국상황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다 돌아오곤 했다. 그러면서 토보크먼이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 우리나라의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인식하게 된다. 일자리 창출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4대강 개발이 그러하고, 항거하는 사람들을 무참히 저지하는 과정에서 목숨까지 앗아가버린 용산개발상황이 그러하고, 지금도 구조조정을 통해 잘려나가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기니 말이다. 

그러나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한탄이 아니다. 이런한 구조 속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니다"라고 말하고 항변하는 행동하는 태도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작은 힘이라도 모이면 큰 힘이 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미비한 변화가 결국 나비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토보크먼의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지만 가장 큰 배움은 역시 침묵이 아닌 표현의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그것이 촛불을 밝히는 시위이든, 혹은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이든, 책을 쓰는 것이든 침묵보다 우위에 있음이 분명하다.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기 위한 표현보다 더 중요한 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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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4
김유정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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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 가득 담아 쥔 해학과 풍자의 이야기] 

 

학창 시절 김유정을 소설을 읽고 정말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된 듯하다. 몇 해 전에 문학캠프를 가면서 아이와 김유정에 대한 책을 읽어보리라 했는데 마음만 먹고 실천을 못했는데 이번에 아이와 김유정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세월 탓인가?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세세한 감정이 떠올랐다. 교과서 속의 작품이나 우리나라 대표작가의 작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순수하게 작가와 작품에 몰입할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말 짧은 생애를 살다간 김유정, 그의 짧은 집필 기간에 비한다면 작품의 수가 적지는 않다. 집필에 몰두한 만큼 그의 작품에는 색깔과 목표가 뚜렷한 듯하다. 작가가 주인공을 내세우는 이들은 모두 지식인과 부유한 지주들과는 대비되는 소탈하고 순수한 소작농이나 빈농들이다. 이들의 삶을 처절하게 그리기보다는 해학과 웃음을 담아내었고 그 웃음 속에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운을 더 오래도록 안고 가게 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청소년과 성인들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작품 8편을 실었다고 하는데 1부의 작품이 친숙한데 비해 2부에서는 낯선 작품도 만나게 되었다. 강원도 토박이인 김유정이 그의 작품 속에서 강원도 사투리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사투리의 맛도 느끼면서 생소한 말에 당황하게도 되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주석을 뒤에 달고 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을 뒤적거리면서 찾는 것이 무척이나 번거롭다. 주석이 해당 단어가 있는 페이지 밑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빼고는 정말 마음에 든다.  

요즘 나오는 책들 가운데는 양장이 많은데 사실 별로 반기지는 않는다.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도 힘든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양장을 하는 대신 책값을 낮추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한 손에 쏙 드는 책사이즈에 저렴한 책값이 마음에 드는 시리즈물이다. 책의 사이즈와 양장이 내용보다 한 수 위일 수는 없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의 책을 네버엔딩 스토리시리즈에게 지속적으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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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박한별 동심원 4
박혜선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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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아이의 마음을 담은 한편의 동화같은 시집] 

 

처음에 아이들이 동시를 쓸 때 운율이 어디있고 행과 연 구분이 어디 있나? 그래도 참 묘하게 아이들이 있었던 일을 쭉 늘어놓은 듯한 글이 참 맛깔스럽고 진실한 동시로 와닿는다. 꾸미지 않은 그 마음이 바로 동시의 첫걸음이기 때문일까? 

이 동시집을 읽기 전에 여느 동시집과의 차별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작가의 감수성이 그려낸 동심을 만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 편 두 편 읽다보니 참 마음이 착찹해졌다.  

<세상에서 젤 무서운 말>  

엄마랑 살 거야? 

아빠랑 살 거야? 

<중략>........누구랑 살 거야? 선택해! 선택해! 

 

첫번째 동시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동시라고 해서 아이들의 밝은 감수성을 건드려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님의 언성이 높아지면  두려움을 느끼면서 "엄마 아빠 이혼할 거야?"라는 질문을 한단다. 그만큰 우리 주변에서 이혼하는 가정을 만나기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아이들이 질문을 떠올리게 만드는 첫번째 동시는 살짝 충격적이었다. 감정에 격한 부모의 질문이 아이에게는 커다란 두려움으로 다가옴을 단번에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어 <우리 집 일기예보>에는 엄마 목소리는 천둥에 비유되고 아빠 눈빛은 번개에 비유된다. 그리고 아이의 눈에는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부모의 불화가 아이의 마음에 폭풍 속의 빗줄기가 되고 그런 아이를 감싸는 것은 따뜻한 손길이 아니라 뿌연 안개라는 표현에 아이가 안고 있을 불안과 암담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웃음 먹는 괴물>은 비단 한별이 가정의 일만은 아닌듯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아무런 일 없다는 듯 거짓 눈웃음을 보내지만 집안에만 들어서면 서로의 불만때문에 냉랭해지는 분위기. 아이의 말처럼 우리집에는 웃음 먹는 괴물이 혹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가슴 캥기면서 뒤돌아보게도 만든다. 

몇편의 동시만으로도 한별이의 가정이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 불화와 이혼을 통해 아이가 안고 있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동시집의 힘은 그 다음에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간 한별이가 처음에는 눈물과 외로움으로 지내다가 점차 시골 자연에 동화되고 성장해가는 변화된 모습이 그려진다. 엄마와 아빠만을 생각하던 아이가 자연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관심을 갖고 밝은 자아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정말 흐뭇하다.  

쿵쾅거리면 뛰노는 우리 덕에 고맙지 않냐고 학교에게 묻기도 하고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연필이 공부하다 지친듯해서 편히 자라고 또르르 책상 밑으로 굴려주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과 산과 들로 놀러다니면서 관찰하는 자연의 세계나 동네의 밝은 분위기를 담고 있는 글이 가득하다. 

따로 떨어진 동시가 아니라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픔을 겪다가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하는 한별이에게 "위풍당당"이라는 표현은 딱 알맞은 표현인 듯하다.  노란 표지의 밝음도 지금의 한별이와 꼭 드러맞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한별이가 새로운 가족과 잘 지내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눈을 반짝이다가 지은이가 바로 한별이의 고모임을 알게 되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좌절하는 대신 새롭게 성장하는 한별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살면서 만나는 어려움에 좌절하지 말고 박한별처럼 위풍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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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를 위하여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30
이상권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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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순리를 통해 느끼는 삶의 경이로움] 

 

만약에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이라는 상상을 가끔 해 보았다. 지금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있다는 것은 모습 자체를 떠나서 지금의 삶에 너무도 익숙해져있다는 말과 같다. 만약 지금의 내가 아니라면...이라는 상상은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그런 자극제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자극제라고 해서 강렬하다기 보다는 너무도 신비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한 단면을 그려주기에 그런 순수함에 자극을 받아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도시에서 자란 탓에 자연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탓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을 탐할 수 있는 장소를 자주 다녔다. 일명 생태공원이라고 지어졌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 장소도 인간들에게는 자연을 탐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였고 인위적인 보존을 통해서 앞으로 더 생명력과 가치를 지니는 장소들이 되어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호랑나비 애벌레를 보고 책속의 그것과 똑같다며 호들갑을 떨고 살짝 건드리자 성을 내면서 위협적으로 뿔을 내밀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자연을 모른다는 이유로 가까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 였고 새로운 세계를 안다는 즐거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면 지금은 그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가까이서 잎사귀의 잎맥을 살피는데 익숙해져 있다가 지금은 조금 떨어져서 숲의 거대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와 함께 가는 자연을 느끼고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것은 자연에게 얻는 그 무엇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너무도 치열해서 미처 먼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동동 거리면서 살 때 자연은 그 원초적인 모습으로 자연의 진리를 전해준다. 이 작품은 자연 속에서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는 가중나무고치나방 애벌레를 통해 자연의 진리를, 삶의 진리를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가시가 뾰족하게 나있던 걸로 기억되는 산초나무는 가중나무고치나방 애벌레의 서식지가 된다. 묘한 산초나무의 향이 애벌레를 지켜주는 향이 되는 것인지 이 나무는 가중나무고치나방이 알을 낳고 그 알들이 잎을 먹으면서 생활하는 장소이다. 13마리의 애벌레. 산초나무에서 태어난 13마리의 애벌레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자연의 일부이지만 태어나고 죽어가는 그 과정을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13마리의 애벌레 중에서 겨우 우화에 성공하는 것은 단 한마리. 천적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최대한 젖혀서 멀리 배설하려고 하나 결국 먹잇감이 되고 마는 애벌레가 있는가 하면, 가장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숙주로 삼는 고치벌 때문에 죽는 애벌레도 있다. 우화하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죽은 애벌레는 아치 자신의 몸 속에 자리잡은 고치벌의 알들을 부화시키기 위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듯해서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어린 시절에 나비가 되기 위한 애벌레의 이야기를 다룬 그 정도만을 상상했는데 이 작품은 생태동화이면서 동시에 애벌레의 성장을 통해 자연의 이치와 순리를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애벌레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으면서 인간이 자연 속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자연의 일부로 그의 곁에 돌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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