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명작
엘리스 브로치 지음, 켈리 머피 그림, 김영선 옮김 / 사파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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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그림 그리는 딱정벌레의 기발한 모험과 우정]


어른들은 자주 아이들의 마음을 잊어버린곤 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좋은 것을 안겨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선물보다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헤아려주는 대화인데 말이다.

이혼한 부모 곁에서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외관상으로 말 잘 듣는 아들 역할을 하는 제임스는 쓸쓸하고 외로운 소년이다. 제임스의 외로움을 알아보는 이는 엄마도 아빠도 아니고 부엌 한 견에 자리잡은 딱정벌레 마빈이다. 화려한 생일 파티에서도 외로운 제임스를 알아본 마빈은 생일 선물로 받은 제임스의 잉크로 멋진 그림을 그려낸다. 오로지 제임스를 기쁘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그림이 발단이 되어 갑자기 타고난 그림 천재로 오해받은 제임스는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그림 구경을 나서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뒤러의 그림이 도난 당한 이야기를 듣고 위조품 의뢰를 받게 되는 제임스. 물론 그림을 그린 이는 제임스가 아닌 딱정벌레 마빈이지만 앞으로 모험을 하게 될 이는 딱정벌레 마빈과 외로운 소년 제임스였다.

딱정벌레와 소년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를 현실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가는 과정에 촛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제임스는 따뜻한 가정의 사랑이 필요한 반면 딱정벌레 가족은 그 사랑으로 충만한 가족이다. 그렇기에 외로운 제임스에게 자신의 사랑을 나눠주고 그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었다.

두 주인공이 뒤러의 이조 그림과 명작을 둘러싸고 벌이는 모험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마지막에 천재 호가로 오해받은 제임스를 위해 손을 다쳤다는 아이디어까지 함께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쿡쿡 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선물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준 아빠의 생일선물인 잉크를 마빈에게 선물해 주는 마지막 장면이 흐뭇하다. 명작을 둘러싼 모험 덕분에 가족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을 얻게 된 제임스는 최고의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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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클래식 보물창고 5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 보물창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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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윤동주의 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뽑혔다는 윤동주. 일본에서 독립 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해방을 얼마 앞두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작고한 그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젊은 저항 시인으로 기억된다. 그가 얼마나 항일 운동을 했는가 하는 것보다 그의 마지막 시집이 남긴 메시지를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사실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책을 좀 읽는다 하는 우리 집에 윤동주의 시집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세상에...중학생이 된 아이가 찾지 않았다면 그동안 난 집에 윤동주의 시집이 없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학교 교과서에 실린 탓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이제는 잊혀져 기억의 저 밑바닥에 있었던 작가와 작품을 종종 거론하곤 한다. 맞아..그랬지 하면서 아이 덕분에 새록새록 기억해 내고 있는 요즘이다.

보물창고에서 윤동주의 시집의 표지가 너무도 마음에 든다. 까만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과 한켬에서 그런 하늘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젖었을 시대의 젊은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그랬는가 보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른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청춘의 기운과 번뇌가 느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젊은 날 죽어가는 모듬 것을 등지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던 그는 분명 주변을 외면하지 못하는 피끓는 지식인이었으리라. 요즘 내신과 대입에 목메는 아이들에게 이 시는 어떤 느낌으로 읽힐까 새삼 궁금해진다. 하나하나 해부해서 시를 배웠던 때와는 다르게 배울까? 그랬으면 좋으련만...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책에는 독특하게 윤동주의 동시와 동요를 한데 모아 2부에서 소개하고 있다. 윤동주의 동시를 읽어보지 못했기에 2부를 읽으면서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이미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된 동시가 있다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오줌싸개 지도>
발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동생이 요에 그린 지도를 보고 엄마와 아빠를 떠 올린 걸 보며 무척이나 그리움에 사무쳐서 지냈는가 보다. 지금 한국에 나와 일하는 조선족 사람들이 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 시대가 지나도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늘 함께 하는 것 같다.

<만돌이>라는 동시에서는 지금이나 예나 시험 때문에 걱정하는 아이들 마음이 엿보인다. 더구나 만돌이처럼 돌은 던져 맞힌 수만큼 시험에서 맞겠거니 하는 거나 연필을 굴려서 답을 찾는 아이들이나 매한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아이들도 없을 것 같다. 모두 학원으로 돌면서 아이들 성적이 포도알처럼 상위권에 다닥다닥 붙었다는 이야기가 얼핀 떠오른다.

마지막 5부에는 윤동주의 산문이 실려있어 시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100편에 가까운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소장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시대가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윤동주의 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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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가디언 푸른도서관 44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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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성장을 아우르는 SF판타지 모험]


개인적으로 SF 소설이나 영화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대부분 인간의 욕심에 의해 이기적인 문명의 발달을 이룩한 미래 사회는 안정적이고 희망적이기 보다는 전쟁과 욕심으로 파괴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으로 미래를 그리게 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에 혹시 그렇게 될 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도 암울하게 그려지기에 늘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대하는게 되는 것 같다.

제목보다도 작가 때문에 읽고 싶었던 책<타임 가디언>. 이미 <주몽의 알을 찾아라>에서 판타지적 요소를 사용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었고 최근 작인 <집이 도망쳤다>에서 마치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판타지적 재미를 최대화 시킨 재치있는 작가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 역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SF와 판타지가 결합되니 미래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에 대한 호감도가 아니면 사실 중반에서 읽기를 멈추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살짝 말하고 싶다. 너무도 복잡하게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고 알수 없는 용어가 난무해서 SF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중도 포기할 수도 있었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오묘한 최신 장비들에 대해서 감탄하기 보다는 헐리우드의 영화 속에서 봄직한 것들을 다시 언급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루함에서 벗어나 책속의 긴장감에 빨려들기 시작한 것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이다.

주인공인 아라가 현실 속에서 이중인격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혹시 자신의 친아버지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진서를 2033년 과거 속에서 만난다. 미래에서 과거를 바꾸는 것은 어디서는 해서는 안될 일로 나오지만 이들이 꼭 바꿔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 또한 작품마다 제시된다. 아라가 과거에서 꼭 바꾸어야 하는 그것에 대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극적 긴장감을 더하는 것이다.

과거의 아버지 최명호는 지금과 달리 더 없이 다정한 사람이지만 그를 변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아라는 있었는지도 몰랐던 다재다능한 고모 최소영이 어린 시절 행방불명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고모가 후에 성이 달라진 진서로 명호 앞에 나타나게 되고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엄마에 대한 새로우 사실까지 알게 되는 것이다. 아라가 미래에서 온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과거 속에서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그동안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이해와 사랑으로 뒤바뀌는 과정이었다. 작가는 아라의 변화를 통해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됨으로 성장하는 아라, 아버지와 화해하는 아라를 그리고자 했다.

그런 과정에서 놀라운 요소로 작용하는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거대 기업의 진실은폐이다. 이것은 미래가 아닌 현실의 독자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리남바이러스에 걸려서 성변환이 일어났다고 알고 있었던 진서가 사실은 아라의 고모 최소영이었다. 최소영은 수리남바이러스에 걸린 것이 아니라 거대 기업 샤인스타샤가 만든 유전자변형농산물에 의해 GMO돌연변이가 된 것이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혼재되 성을 갖은 자신의 괴물 같은 모습을 감추고자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독자에게 다가선다.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유전자변형농산물이 지금은 인류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저마다 거부를 하지만 거대기업의 은폐 하나면 온 인류가 속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아라가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보다 대기업의 은폐 사건과 GMO에 대해서 적절한 배치를 한 작가의 탁월한 재치에 더 감탄을 했다.

작품을 읽고나서 현재와 과거 미래에 대한 씨실과 날실을 엮으면서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과거에 대한 연구나 미래를 대비하는 모든 것의 중심은 역시 현재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두렵기만 하던 미래의 SF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선명하게 현실을 보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역시 탁월한 감각과 재치가 보이는 작가이다. 그녀의 다음 작품 역시 판타지고 갈까? 이제는 조금 다른 감각으로 그려진 작품을 만나보고자 하는 바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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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
제임스 로이 지음, 황윤영 옮김 / 청어람메이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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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모두 남의 이야기가 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것을 책속에서 경험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다른 생을 경험하게 된다. 성인이 된 나 역시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책속에서 하지만 자라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더 많은 부분을 타인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뻥도 적당히 치면서 말이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딸이 있기에 청소년기의 아이들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이 작품 역시 그런 맥락에서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목을 보면서 얼마전에 딸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학기 초에 수련회에 가서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자면서 진실게임을 했다고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비장의 무기를 꺼내면서 이야기 잔치를 벌였는데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역시 이성친구 이야기란다. 이성친구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모두 저마다 있다면서 이야기를 했다는데 절반은 진실, 절반은 뻥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이 하는 경험에서 자신이 소외당했다고 느꼈을 때 아이들은 저마다의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서 경험자의 범주에 머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야기>는 그런 맥락에서 청소년들의 또 다른 경험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다른 또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호주 청소년들의 1년 동안의 13가지 이야기 속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녹아있다. 화자는 모두 나이지만 모두가 주인공이자 동시에 주변인이 되기도 하는 독특한 방식이 새로웠다.단지 형식의 새로움 뿐 아니라 동양권과는 다른 아이들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놀라울 뿐이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적잖은 불편함을 느끼고 설마..하면서 현실에 대해서 두려움과 걱정을 동시에 느꼈으리라 본다.

사실 작품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했기에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경험이 되고 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지만 누구든지 해야 할 경험은 아니기에 소설이 주는 허구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성장할 기회가 되겠구나 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성장하지만 모든 것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소설 속의 다른 경험을 통해 올바르게 성장하길 바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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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2
임다솔 지음, 정은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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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 운동을 다시 생각하며]


제목과 얼핏 본 이쁘장한 그림에서 할머니와 손녀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추측이 빗나갔다. 전혀 추측하지 못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아픈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다. 그때의 상처로 아직까지 고통받는 사람이 많이 있고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처벌받지 않은 현실에서 이런 문제를 접하게 되니 여러 감정이 앞선다. 그러고보니 [꽃잎]이라는 영화 역시 아름다운 제목 속에 아픈 광주의 일을 다루었던 기억이 난다.

광주의 일을 겪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리고 6.25를 겪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자신과 너무도 멀게 느껴지는 역사적인 한 사건으로 생각된다. 어떤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만 알지 지금 그 때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거나 통일이 중요하다는 필요성을 느끼는 아이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에 가장 민감해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할 지 모른다. 작가도 그런 점을 감안했기에 손녀인 나빛이 엄마와 외할머니의 시대적 아픔을 이해하기 위한 장치로 판타지적 요소를 사용한 것 같다.

엄마를 따라 외할머니 간병을 나선 나빛에게 외할머니나 엄마의 고통이 무엇인지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처럼 나와 상관없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 짜증이 날 뿐이지. 그렇지만 곳간의 불빛안으로 사라져간 외할머니를 따라 5.18이라는 끔찍한 상황을 경험하고 그 가운데 엄마와 쌍둥이인 이모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또 다른 아픔을 느끼게 된다. 큰 사건은 지나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잊혀지지 않은 큰 상처로 남는다. 지금 광주는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그 속에 수많은 고통이 묻혀져 있는 것이다.

외할머니와 엄마의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독특한 또 하나의 인물이 당시의 광주를 경험한 군인이었던 고물장수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은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은 학살에 가담했고 이들 역시 역사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고통을 받은 사람과 고통을 준 직접적인 인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명령하고 진두지휘했던 수뇌부들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지금 그들은 마땅한 역사의 심판을 받았는가를 물으면 누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나간 역사라지만 지금 그 역사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린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앞으로의 역사에서 다시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좀더 신중하고 현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아쉬웠던 점은 내용과는 영 딴판으로 그려진 그림이 거슬렸다. 좀더 맥아리 있는 삽화가 실렸으면 작품에 대한 감동이 더 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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