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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크슈미입니다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9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면서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 너무도 많다. 알기에는 너무 추하고 더럽고 마음이 저며오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알아야 하는 진실이 있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일이 아니기에 나와는 무관할 듯하지만 그 무관심이 또 다른 만행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이 말살 된 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흘러나온다.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서 공사장에서 하루종일 벽돌을 나르는 아이들, 살기위해서 전쟁터에서 총알받이가 되는 어린 소년들, 거리에서 꽃을 팔고 몸도 팔면서 살아가는 아이들, 사막 한가운데 낙타의 기수로 팔려가는 젖먹이 아이들, 그리고 성욕을 채우는 사람들을 위해 환락가로 팔려가는 가엾은 어린 소녀들..이렇게 하나하나 들추다 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고통받는 대상은 힘없는 아이들이고 고통을 가하는 주체는 어른들이기 때문에 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회피할 수 없다.
라크슈미 역시 어른들이 회피하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현실에 토대를 둔 이야기이다. 저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활동하면서 라크슈미처럼 사창가로 팔려가는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다량 수집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라크미슈로 대변되는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
무책임하게 술과 노름을 하면서 없느니만 못한 가장을 두고 있는 라크슈미는 결국 새아버지에 의해 인도의 사창가로 팔려가게 된다. 자신이 갈 곳이 사창가인 줄 모르고 적은 금액에 팔려가면서도 가정을 위한다는 생각, 가정부 노릇을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가족들과 양철지붕을 쌓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희망으로 떠난 라끄슈미. 그러나 어린 라크슈미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다. 네팔에서 순진하게 자란 라끄슈미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원하지 않아도 약의 힘으로 강압으로 남자를 맞아야 했고 온몸이 망신창이가 되어도 따뜻한 간호 한번 받을 수 없는 곳에 라크슈미는 버려졌다. 그곳에서 병이 들면 거리로 쫓겨나 오갈 곳 없기에 어느 순간에 여인들에게 그 장소는 벗어나고 싶지만 쫓겨나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되어버린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성적 폭력보다 이들이 삶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의 기회조차 박탈해 버리는 왜곡된 상황이었다. 사창가에 팔려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오히려 진실을 회피하고 숨어버리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에 그런 모습이 그려진다. 라크슈미를 구하기 위해서 경찰과 함께 사람들이 들이닥치지만 아니타는 그들을 믿지 못하고 라끄슈미는 그들을 믿고 따라 나선다. 라크슈미가 구조되는 마지막 순간이 가장 감동적이면서 한편으로 이들을 믿지 못하는 거짓된 정보를 믿고 벽장 속에 숨어버리는 남겨진 많은 아이들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실제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숫자가 적기에 이런 상황으로 더더욱 내몰리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제2 제3의 라크슈미를 구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주체성을 인지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마음 아픈 진실이지만 동시대를 살기에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장 한장 가슴에 새기면서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