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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특강 - 시간과 경계를 넘는 역사 여행
캔디스 고처 외 지음, 황보영조 옮김 / 삼천리 / 2010년 2월
평점 :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전에 우선 세계사의 흐름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꽤고 있지 못하면서도 제법 두려움을 갖게 할 만큼의 두께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을 잡기 시작한 것은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집필되었다는 점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학창시절 배워왔던 세계사는 시대적 흐름과 지역적 특징을 중심으로 기술되었고 그 중심에는 유럽이 있었다. 역사는 늘 약자가 아닌 강자의 입장에서 기술되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의 흐름을 먼저 주도하고 지금도 장악하고 있다는 우월감에 빠진 유럽위주의 세계사를 대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편향된 시각으로만 받아들이게 되는 세계사의 흐름에 차츰 의문이 생긴다는 점이다. 유럽 중심의 거시사적 흐름의 역사가 아닌 제 3세계 중심의 미시사적 흐름으로 역사를 만난다면 과연 어떤 점이 달라질까?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거나 혹은 감춰져있던 진실에 조금이나마 눈떠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목차 자체에서도 나타난다. 문명의 발상지부터 시작해서 시대와 지역 중심으로 기술되던 세계사 목차에 익숙한 나로써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류의 이주, 기술과 환경, 도시와 도시생활, 종교와 분쟁,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실, 가족의 발견, 민족과 국가, 지배와 저항, 문화와 기억, 경계, 세계사의 갈림길과 상상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유럽 중심이 아닌 지구상의 모든 지역과 종족과 문화를 균형있게 성찰해야 할다는 움직임이 제3세계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하면서 세계사에 대한 미시적인 성찰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거대사'보다는 '인류의 역사'에 초점은 두고 인간이 맺어온 관계에 중점을 주었다. 환경이나 생태, 기후를 통해서 살피기 보다는 기술과 문화, 이주 등 정치, 경제, 환경등 민족 상호간의 관계에 더 주목하고 이러한 주제들을 전 지구적 확산과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살폈다. 역사책을 그닥 많이 접하지 못한 내게시공을 초월한 이런 기술을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분명 세계사를 살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자연경관을 바꾼 최초의 도구인 불의 발견. 차츰 농업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는 환경조건, 그 환경조건의 변화에 따라 기술혁신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인구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고 더 많은 접촉을 통해 더 많은 변화와 기술혁신을 필요로 하게 되는 인류가 20세기 급격한 기술 향상으로인해 전지구의 문제인 환경문제까지 초래하게 되는 현실. 기술혁신과 인류의 이동, 야기되는 생태파괴로 인해 세계의 다양한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거주와 생존의 대안적인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미래의 인류까지 위협하게 되는 현실까지 직시해보게 된다. 단순한 기술의 발달이 아니라 인류가 처음 맺게되는 관계부터 시작해서 기술과 환경, 인류가 주고받는 상관관계가 인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어떤 부분까지 고민해야 하는지까지 제시하고 있다.
11가지 주제로 인류의 변화를 세밀하게 살피면서 시대적, 지역적 흐름으로 단절되게 알던 세계사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이어볼 수 있을 것이다. 주제별로 살피면서 저자가 맺는 결론과 토론 과제를 통해서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고찰할 기회를 얻는 것도 큰 장점인 듯하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세계사를 들여다 본적이 있던가? 솔직히 그런 경험이 없던 내게는 이 책이 한동안 세계사를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향력있는 가교의 역할을 하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