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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는 ㅣ 창비아동문고 259
이현 지음, 김홍모 그림 / 창비 / 2010년 10월
평점 :
[변두리 주택가의 다양한 삶의 모습]
뚝딱뚝딱, 쿵쾅쿵쾅...
하루 공사하는 소리에 정신이 산란해진만큼 정신이 없다. 내가 사는 곳은 한창 아파트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산동네 근처이다. 바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라 그런지 재개발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다가 얼마전부터 겨우 공사에 착수했다. 이곳에 이사오면서 낮선 산동네를 올라가보니 오래된 주택이 즐비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산동네에서 보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
<오늘의 날씨는>...이현 작가의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는 어린 시절 살았던 산동네 풍경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현재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는 이곳의 모습도 되돌아 보게 된다. 사계절 동안 네 아이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묶은 이번 작품은 날씨처럼 변화 무쌍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사람 한사람의 모습을 삽화로 그려서 소개하는 등장인물 설명부터 남다른 느낌이 든다. 소설 속에는 주인공만 부각되지 쉬운데 이 소설에서는 개인의 삶을 모두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도 살짝 든다. 전교 1등만 독차지하는 악발이 언니와 듬직하고 사려깊은 오빠를 둔 동희네 가족, 남앞에 꿀리지 않는 자신감으로 사는 정아네 가족,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종호네 가족, 근처의 큰 아파트로 이사왔지만 결국 사업 실패로 재개발 지역의 주택가로 이사가야 하는 영은이네 가족, 그 외에 방글라데시에서 와서 일하는 키론, 늘 시끌시끌한 동네 목소리를 맡는 상배 할머니와 아름이 할머니..이들이 오늘의 날씨를 담아낸다.
단지 한번 고급스러운 친구의 시계를 빌려서 차 보았을 뿐인데 도둑으로 몰린 동희가 끙끙 앓고 있을 때 오빠는 자신이 알바에서 번 돈을 서슴없이 찔러주고 언니는 동생의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따라나서 준다. 따뜻한 말 한마디나 구차한 설명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동희 가족 이야기, 방글라데시에서 밀입국해서 일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살던 키론이 밀입국 단속반에 걸려 숨어들 때 누구의 밀고인지 괴로워하는 종호와 키론을 숨겨주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부잣집 영은이가 자신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주택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하나씩 허물어가는 주택가 속에서 자신도 떠나야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오뚝이 정아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풋풋한 진솔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이 누리는 삶에 익숙해지고 다른 삶에 관심을 갖기 힘들다. 그렇지만 외면하는 삶속에 얼마나 많은 진실과 눈물이 있는지 알면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과도한 포장없이 떠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이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사라져 가는 옥수동 달동네를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