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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ㅣ 올 에이지 클래식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평점 :
[상상력과 긍정의 목소리로 재잘대는 사랑스러운 앤]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던 빨간머리 앤은 정말 내가 좋아할 수가 없는 아이였다. 늘 말없고 수줍음이 많았던 내 성격과는 달리 수도 없이 재잘거리면서 주위의 작은 것에도 과장된 아름다운 탄성을 토해내는 못생긴 주근깨 소녀가 좋을리 없었다. 어릴 때는 나와 다른 사람들 동경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난 말수 많은 아이를 너무나도 싫어했던 아이였나 보다. 반은 나와 다르기 때문이고 반은 의도적인 반항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나는 그때로부터 25년은 훌쩍 지난 시간을 살고 있다. 마음으로 느끼는 내모습은 늘 사춘기 소녀같지만 거울 앞에 선 현재의 나는 낯설만큼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다. 사춘기 딸을 키우는 엄마가 된 지금 소녀시절 감성으로 만났거나 혹은 외면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또 다른 느낌으로 맞이하곤 하게 된다. 엄마가 들고 있기에는 너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있으니 딸 아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가 빨간 머리 앤을 읽어? 왜?"
"그냥~ 읽고 싶어서. 마음이 너무 설렌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어렸을 때는 쉴 사이 없이 재잘대고 과장대게 감탄해대는 빨간머리 앤이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이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울 수 없다. 자신이 처한 처지를 한탄하기 보다 새롭게 만나는 세상에 대해서 갖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기다림의 감탄을 내쏟는 모습이 그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울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난 누가 되어 소설을 읽고 있는가 했더니...앤을 처음 기차역에서 만나 돌려보낼 일을 걱정하면서도 앤의 말에 빨려들어가서 어느새 앤의 편이 되어버린 매튜 ,매튜보다는 냉정하게 앤을 돌려보내겠다고 생각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마릴라가 되어 앤의 재잘대는 말들을 듣고 있었다. 그런 상상력과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를 너무도 부러워하고 사랑하면서 말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명작을 지금에야 다시 읽으면서 훨씬 더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책가방에 든 책의 무게보다 훨씬 큰 삶의 무게를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을 딸과 번갈아 보게 된다. 힘들다~보다는 세상을 어떻게 만나고 대할 것인가를 가르쳐 줘야 하는데 그 몫을 앤이 톡톡히 해줄 수도 있을 듯하다 .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 2주간 책속에 파묻혀 살겠다는 딸아이, 내내 판타지만 손안에 들고 있는데 슬쩍 앤의 이야기를 밀어넣어주고 싶어진다. 왜인지 구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