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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제주야, 더디 변해가라>
작년인가 40줄이 넘어서도록 제주도 한 번 못가본 것이 늘 아쉬웠는데 무작정 친구와 제주도 올레길 여행에 나섰다. 남들은 차타고 휘리릭 둘러보느라 못보는 곳을 우리는 걸으면서 바람도 맞고 바다 내음도 맞고 발로 느껴보자며 시간이 아까워 이리저리 열심히 걸어다녔다. 그래서 2년전인데도 마치 올해인듯 1년 전인듯 그렇게 느껴져서 말을 하게 되면 늘 작년인가?라고 덧붙이게 된다.
반가운 마음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접한 것은 그래도 내가 걸었던 장소를 책속에서 다시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머릿글을 읽고 목차를 보면서 아차싶었다. 올레코스로 유명한 곳을 비껴간다는 말에 그러했고 목차를 보니 내가 걸었던 곳이 어째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두 발로 걸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을 걸었는가 싶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내가 본 제주도가 아닌 또 다른 제주도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위해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 가는 여행이 아니라 답사라는 점은 다시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다. 답사의 묘미는 여행자로 그 곳의 풍광을 보고 나혼자 좋구나..로 끝내는 것이 아닌 듯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과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사전 공부도 하고 실제로 밟으면서 느끼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것 같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어디가 경치가 좋으니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 전에 제주도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처럼 각인된 4.3항쟁에 대한 이야기, 여행자들은 스쳐지나가는 경치 좋은 곳, 곳곳에 아로 새겨진 아픈 역사의 이야기가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뽈대만 솟아난 위령탑보다 길가의 너븐숭이 애기무덤이 더 가슴사무치게 아프고 한국전쟁 발발로 죽은 사계리의 '백조일손지묘'의 희생자들의 커다란 하나의 무덤에 더 위령하고싶은 것을 보면 하늘 높이 지은 탑일수록 위령이 되는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가 잠시 스쳐간 며칠은 제주의 겉으로 웃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제주의 감춰진 아픈 속살을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몰랐던 그들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삶의 냄새가 풀풀 나는 해녀들의 변천사까지 담았으니 분명 제주 겉핥기가 아닌 느낌이다.
아직 오르지 못했지만 나와 이름이 같아서 늘 마음에 두고 있는 제주의 영실오름, 이곳에 가면 오백장군봉을 보고 할망의 아들들을 떠올려도 보고 싶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제주의 용암동굴도 보고 싶고, 그 깊이가 바다와 맞닿았다는 제주의 시조이야기가 얽힌 삼성혈에도 가보고 싶다. 왜 그리 볼 곳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은 곳인데 해외로만 다니는지...내 나라 내 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맛에 매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되고 그러는가 보다.
제주가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과정의 이야기를 하면서 개발을 통해 지역발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지정을 원지 않아 반대시위를 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물론 사는 현지민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내 자신에게 오히려 놀랐다고나 할까? 지역 주민의 이익과 미래의 유산을 위한 중간점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한번 느끼지만 그래도 다음에 제주를 찾았을 때 덜 변해있었으면 싶다. 없었으면 싶은 마음이 크지만 ,해군기지를 짓는 것도 멋진 호텔을 짓고 관광단지를 만드는 것도 더디 갔으며 싶다. 우리의 편리함과 발전은 결국 미래의 후손과 자연을 담보로 한다는 죄스러움은 여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