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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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들의 또 다른 추리 이야기>

 

추리소설을 그닥 즐기는 편이 아니라고 하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학창 시절 셜록홈즈 시리즈에 한번쯤 빠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가 정석인데 어떻게 추리 소설을 읽지 않느냐면서,,,어쪄랴 개인적인 취향이  그런걸.  그런데 뒤늦게 추리소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순전히 홈즈 소설을 좋아하는 중딩 딸아이 덕분이다.

 

셜록의 소설을 하나씩 읽으면서 재미난 것은 아서 코난 도일이라는 인물이 차이한 이 인물이 가상이 아닌 실존 인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셜록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도가 높은가 보다. 해결되지 않는 미지의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가 쇠도했을 정도고 지금도 영국에는 셜록 하숙집도 있고 셜록을 좋아하는  팬들(셜로키언)이 모여 사건을 재구성하기도 한단다. 이런 사실은 이번 소설을 읽고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셜록 시리즈 중의 하나인가 했더니 저자가 다르다.  이 작품은 셜로키언들이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 모여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시리즈가 아니라 에르에 의해 만들어진 셜로키언들의 또 다른 추리소설인 셈이다. 셜록의 팬들이라면 모두가 재미있다고 할 것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데 과연 그 정도인지는 각자 판단하기 바란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이 호텔에 묵는 사일동안 모두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라고 하겠다. 마지막 희생자인 호드리가 남긴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그 정도가 셜록 시리즈를 읽었을 때 가졌던 명쾌함과 어떻게 다른지는 읽는 독자의 몫이 되련다. 셜록 시리즈가 명쾌하고 깔끔했다면 이 작품은 현대 작품이 그러하듯 단순함 보다는 꼬이고 꼬여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 실려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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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63
이순신 지음, 박지숙 엮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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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난중일기 만나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전세계가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가치를 인정받은 또 하나의 기록문화유산이 바로 이순신의 [난중일기]이다. 올 6월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제때 접하지 못한 무심함에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실은 이번에 난중일기를 읽게 된 것도 학창시절 제대로 읽어보지못한 탓에 더 늦기 전에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평소 책은 거창하기보다 작고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이번 네버엔딩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은 한손에 쏙 들어와 오가며 지하철에서 꺼내보기에 너무 좋았다.

 

이순신이 처음에 초고로 쓴 일기에는 [난중일기]라는 제목이 없었다고 한다. 후에 이를 붙여 국보로 지정하여 지금은 아산 현충사에 보관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이라는 7년 동안의 전쟁을 치루면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개인적인 일기를 통해서 후세의 사람들이 엿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개다가 나라를 구하고자 노력한 수장의 마음을 읽게 되니 더 없는 영광이다.

 

처음에는 이순신의 난중일기만 있는가 했더니 이순신의 일대기를 이해하기 쉽게 지은 이야기가 서두에 있고 제목 또한 중요사항이 있어서 일기를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일기 속에 숨은 역사>라는 페이지를 두어 일기 만으로 부족한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실었다. 이런 정보가 아이들에게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전쟁을 준비하면서 닥치는 많은 상황들이 있었을터, 전쟁에 대한 준비보다 사리사욕을 일삼는 사람들때문에 생기는 곤란함, 노모를 모시지 못하는 가슴 아픈 아들의 심정, 많은 군사를 이끌고 나라를 지키지만 자식 목숨하나 지키지 못한 통한의 슬픔, 전쟁에 대한 상황을 알 수 있는 사실 외에도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솔직함이 묻어난 글이었다. 전쟁을 겪는 장수의 솔직한 심정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워야 하는가 잠시 생각해 본다. 국보를 넘어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이 문헌을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알아야 할지 교육과정에서 좀더 심혈을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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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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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지고 잊혀진 근대사,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중학생인 딸아이는 세분화 된 역사내용을 이해하고 외우느라 연신 공부를 하고 초등5학년 아들은 뭔지 이해는 잘 되지 않는 내용들을 책으로 보고 동화책으로 읽으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배워가고 있다.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는 무엇일까? 학창시절 배우고 역사와의 단절의 시간이 너무도 긴 다음 부모가 되어서야 또 다시 접하는 역사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 이제는 시험을 보기 위한 역사가 아니라 그만큼의 세월을 살아 세상을 보는 눈과 귀가 생긴 성인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덕일 작가의 글을 처음 읽고 조선의 왕이나 고대사이 다른 시각에 참으로 놀랍고 새로웠으며 우리가 배운 역사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번에 읽었던 <근대를 말하다>는 그동안 너무도 방치되어 왔던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사에 대해서 세세하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번에 근대사의 또 다른 패러다임으로 1918년부터 해방전까지의 근대사를 살피게 된다.

 

우리에게는 낯선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학교에서도 근대사는 기말과 시험에 간신히 걸쳐 휘리릭 배우거나 혹은 시험범위에서 밀려나는 때도 종종 있을 만큼 대강 훑고 지나간다. 그 속에서 배운 것은 늘 나오는 상해임시정부의 활동이나 김구, 안창호, 윤봉길 같은 의사의 활동 정도이다. 그러나 이 책의 목차에서도 드러나듯 우리가 알고 있는 독립운동사 외에 일제하의 사회주의 운동사나 아나키즘 운동사를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읽으면서도 우리의 근대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익숙하지 않은 사회사를 접하게 되므로 무척 당황하게 된다.

 

 역사학자들에 의해 조사를 하고 연구를 하기만 하면 방대한 자료가 있을 것인데 우린 해방 이후 냉전체제로 인한 역사적 대립시각에 막힌 독립운동사는 전혀 접하지 못한 꼴이 되어버렸다.일제하에서 이러한 독립운동 뿐 아니라 부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뤄진 부분이 참으로 흥미롭다. 사람살아가는 모습이 과거나 현재 모두 동일하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음을 느끼게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선택해서 걸러진 것을 배우고 말게 되는 우리 역사 교육의 현실이었다. 주어진 것만 배우고  별고민 없이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해버리는 태도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고민이라는 것을 구지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이념적으로 선택된 것을 배우는 것보다 다양한 현실을 제시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르는 몫을 우리들에게 주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세계 2차대전 후 나치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만행에 대한 청산이 이루어진 서양에 비해서 동양은 그와 반대의 기를 걷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시작이 지금의 역사에까지 미치고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태도가 지금까지 기세를 부리고 우리의 역사까지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에 분노할 줄 알아야할 것이다. 

 

 얼마전까지도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서 교과서 외곡에 대해서 논하던 교학사의 저자들의 이야기에 혀를 차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그러한 영향이 근대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것에 시발점이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묻혀진 것, 혹은 감춰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잊혀진 근대에 대해서 이렇게 들춰내는 값진 작업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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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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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꿈, 욕망의 경계>

 

 

 

요즘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서 소설이나 웹툰을 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또 다른 문화의 일면이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은 종이책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라서 웹툰이나 웹소설에는 전혀 문외한이나 다름 없다. 근래에는 웹에서 인기 있는 만화나 소설이 영화화 되거나 종이활자화 되어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의 경향과는 반대라고 할 수 있으려나. 여하튼 이번에 읽게 된 <하품은 맛있다>도 웹상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장르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나와 또 다른 내가 공종하는 듯한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빨간 배경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얼굴은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 상하로 보이는 표지로부터 이 소설의 암시가 시작된다. 소설을 읽고 나면 표지 작업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하튼 소설의 주인공 이경은 참 특별한 일을 하는 학생이다. 아버지의 병원비를 위해서 아버지가 하던 일을 대신 하게 되는 이경. 그녀가 하는 일은 일상에서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하고 힘든 일이다. 살해현장에서 그 모든 것을 뒤치닥거리하는 특수청소라니.. 설정 자체부터 참으로 독특하다. 역겨운 냄새와 살떨리는 공포를 뒤로 하고서라도 이 일을 해야할 만큼 이경의 경제적 상황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이런 일을 전전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스스로 못났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외모는 그 비참함을 더하게 만든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이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외모를 지닌 다운 이라는 인물의 살해현장을 청소한 다음부터 그녀의 꿈에는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의 등장, 그것은 꿈을 통해 이루어진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의 연결고리가 되는데 곧잘 사용되는 꿈의 통로. 그 통로를 통해서 이경은 다운이 되고 다운은 이경이 되는 현실과 꿈이 분리되지 않는 묘한 경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시점에서 독자들은 단순히 살해현장을 치웠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런 일일 생기리라는 짐작은 하지 않는다. 그녀과 죽은 다운에게 특별한 뭔가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바로 그 시점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경악하게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숨가쁜 인간의 욕망과 나락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경은 누구이고 다운은 누구인가?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는 누구인가를 풀고 대답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작가가 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러한 인물을 창출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우리 내면의 문제를 맞닥트리게 하는 것이 작가의 필력이 아닌가 싶다.

 

사실 그동안 웹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은 무척 감각적이고 단순한 것이 아닌가 하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진중함의 무게가 덜하다는 편견과는 달리 작품 구성의 치밀함과 긴박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에서 꿈꾸는 우리의 이상이 과연 이상이고 꿈인지 혹은 욕망인지 그 모든것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탄력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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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수수 > 창덕궁 나무이야기- 눌와출판사

<창덕궁의 나무 이야기-눌와출판사>

 

 

가을빛으로 물든 궁궐을 간다는 기쁨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들떠 있던 주말 아침이다. 궁궐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것도 역시 행운인 듯하다. 몇 년 전에 눌와에서 하는 한강생태이야기를 따라갔었고 작년에는 운 좋게도 유홍준교수님과 함께 하는 부여여행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는 마지막이라는 궁궐의 나무이야기에 함께 했으니 눌와와의 인연이 있기는 한가보다.

 

오랜만에 찾은 창덕궁은 사실 후원이 너무 궁금했지만 이번 일정에서 후원은 제외하고 창덕궁만 돌아보기로 했다. 궁궐을 찾을 때면 건물이나 역사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생태, 그 중에서도 나무를 중심으로 하는 특별한 테마로 궁을 둘러보게 되었다.

 

 

 

처음 뵙게 된 박상진 교수님 조용조용한 말씀에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머금고 열심히 설명해주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우산이 차지하는 공간만큼 서로 간격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스쳐지나치던 궁궐의 나무와 의미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생각에 불편함도 잊었던 것 같다.

 

창덕궁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있겠지만 동궐도에도 나와있는 나무들의 모습까지 찾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또  하나의 재미였다. 창덕궁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나무는 돈화문 좌측에 있는 커다란 회화나무이다. 서원같은 곳에 가면 이 회화나무가 무척 많이 심어져있다. 일명 선비나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를 잘 몰랐었는데 오늘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회화나무는 오랫동안 살 수 있는 나무이고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자유롭게 뻗는 모습 때문에 학자수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유분방하게 학업의 세계를 펼치라는 의미인가 보다. 돈화문옆에 있는 회화나무는 동궐도에 그려져있고 수명은 30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돈화문 오른쪽에는 복사 나무가 있다. 우리가 먹는 복숭아는 후에 들어온 것이고 이 복사나무가 원래 우리나라 산천에 나는 복숭아라고 한다. 산에서 보는 개복숭아가 바로 이 나무라고 하니 유심히 본다. 봄에 분홍빛의 꽃의 피우던 그 복숭아 나무의 잎이 이렇구나 하며 자세히 본다. 궁궐 내에 복숭아 나무를 심은 것은 귀신을 쫓기위한 의미가 아마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세번째로 발걸음을 옮겨서 본 나무는 봉모당의 향나무이다. 이 나무는 몇해전 태풍의 영향으로 가지가 부러져서 더 유명해진 나무이다. 창덕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고 수명은 700살이 넘었을 거라고 한다. 근처에 임금님의 어진을 모시던 선원전이 있는데 그곳에서 제사를 할 때 이 향나무를 사용했을 거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종묘에서도 제를 위해 심어졌던 향나무를 본 기억이 난다. 태풍의 영향으로 꺽인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동궐돌에 그려진 향나무 모습과 비슷하게 되었다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리고 부러진 가지 저 쪽에는 원숭이의 옆모습을 하고 있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주게도 한다.

 

 

멀리서 보면서는 도무지 무슨 나무인지 몰랐던 또 하나의 나무는 궐내각사의 뽕나무이다. 친잠이라고 해서 왕비는 비단짜는 일을 중히 여기고 누에를 치고 옷감을 짯다는 것은 유명하다. 과거 문헌에 창덕궁에는 1000여 그루가 넘는 뽕나무가 있었다고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단짜는 일에 대한 중요성이 높았던 것 같다. 집에서 아이들과 누에를 길러본 경험이 있어 뽕잎을 먹이로 주곤 했는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보니 그래도 못알아보네~.

 

 

바로 옆 구선원전의 측백나무는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나무였다. 어딘지 다른 나무와 달리 주위를 더욱 고즈넉하고 기품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나무같았다. 과거 중국에서는 북경 명13릉의 주위에 측백나무를 심어 권위를 상징했다고 한다. 이곳 구선원전은 과거 임금의 어진을 모시던 곳이니 당연히 신성시 되었을 것이고 주위에는 측백나무를 심어 그런 기품과 권위를 나타냈는가 보다. 나무가 높고 특이해서 더욱 그런 인상을 주는 듯하다.

 

 

 

 

 

 

금천교 옆에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고 친근한 느티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일명 정자나무라 하여 마을 입구에 심어 마을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마을입구를 나타내기도 하는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는 홀로 클 때는 가지를 옆으로 넓게 뻗어 자라고 나무 재질도 좋아서 고려 중기 이전에는 모든 대표적인 목재 건축에는 느티나무가 쓰였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인사 대장경판전의 건물이나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도 모두 느티나무라고 한다. 보통 질 좋은 오래된 소나무를 궁궐의 목재로 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소나무보다는 느티나무 목재로 훨씬 좋다고 한다. 다른 나무와의 경쟁에서 강하지 못한 탓에 목재로 쓰일 수 있는 기회도 더 줄었구나 싶다.

 

오래된 느티나무는 부름켜 사이의 빈공간은 그냥 썩은 공간처럼 비어있다고 한다. 그 공간이 뚤리면 보기 싫어서 시멘트를 발라놓기도 한다는데 오늘 그 모양새를 처음 제대로 관찰하고 놀랐다. 그냥 스쳐지날 때는 수피겠거니 했는데 자세히 보니 시멘트라서 이걸 어찌 해석해야하나 싶었다. 인간이 보기에 좋도록 하는 것이 나무에게도 좋은 것만은 결코 아니기때문이다.

 

 

 

 

금천교에 자리잡은 또 하나의 나무는 바로 버드나무이다. 구지 설명하지 않아도 축 늘어진 잎들이 '나 버드나무요~'라고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버드나무때문에 딱딱하고 권위적인 궁의 입구에서 조금 여유러움과 부드러움을 전해받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때 빨리 돌아오라는 정표로 보냈다는 버드나무는 궁에서는 어떤 의미로 심어졌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 인정전을 마주하고 있으면 용마루 부분에 특이한 문양을 찾을 수 있다. 고종때 중건한 창덕궁의 인정전 용마루에는 오얏꽃무늬가 보인다. 대한제국의 황제가 된 고종이 당시의 시대조류에 맞춰 상징적인 문양으로 사용했었다는 오얏무늬는 자두나무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얏은 자두꽃이라고 한다.

 

 

 

궁에서 가장 깊숙한 곳은 왕비가 살던 곳이라고 한다. 구중궁궐의 깊은 곳에서 밖을 내다볼 수 없는 왕비를 위해 항상 뒤편에는 화계를 만들어놓았다는데 이곳 대조전의 화계 역시 갖가지 꽃나무가 많이 심어져있다.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정신없이 피어버린 곂꽃의 옥매가 인상적이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너 왜그러니?"하고 한마디 건넬 참이다.

 

 

 

 

봄에 가장 먼저 열리는 열매가 바로 앵두라고 한다. 앵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임금이 바로 세종이다. 세종이 앵두화채를 너무 좋아했다고 하는데 아들 문종이 아버지를 위해서 앵두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대조전 화계에 있는 앵두나무도 가을을 담아 곱게 물들어 있는게 너무나 아름다웠다.

 

 

동궁이 학문을 익히던 자리이자 내의원 자리이기도 했던 성정각 부근에 커다른 살구나무가 눈에 뜨인다. 매화가 양반들의 나무라면 살구나무는 서민들의 나무라고 한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살구나무와 매화나무. 여하튼 살구나무는 초여름 과실이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씨는 약재로 쓰였다고 한다.

재미난 것은 목탁을 만드는 최고의 나무가 바로 살구나무라고 한다. 그러니 살구나무는 정말 쓰임새 많은 서민들이 좋아할 만한 나무인듯하다.

다음은 살구나무꽃과 구분이 힘든 매화나무. 꽃이 피는 봄이 아니라 가을이라서 잎으로 구분하기는 여간힘들지 않다. 자시문 앞의 매화나무는 선조 때 명나라에서 선물받은 나무이고 지금의 나무는 손자뻘 정도 되는 나무라고 한다. 보통 매화가 겹꽃이라면 이 나무는 여러 겹의 만첩홍매라고 하니 봄에 와서 보면 그 화려함을 알 수 있으려나? 꽃을 보지 못해 아쉽다.

 

 

길게 늘어진 잎이 능수버들 같아서 이름 지어진 능수벚나무란다. 역시 꽃이 피어있지 않으면 구분조차 힘든 나무들.

 

선비들이 좋아했던 나무가 회화나무라면 제대로 공부하는 선비는 앞에는 회화나무를 심고 뒤에는 바로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쉬나무~ 이름도 정말 특이하다. 쉬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으니 뒤에는 쉬나무를 심어 밤에도 글을 읽고 정진하고자 했다  한다. 그러니 앞에만 회화나무가 심어져있고 뒤에는 쉬나무가 없으면 공부 안하는 거짓선비가 되는 셈인가?^^

 

 

낙선재 쉬나무 옆에는 특이하게 생긴 또 하나의 나무가 있는데 바로 시무나무란다. 이들도 생소한 시무나무는 십리마다 심어거 거리를 알려준 나무라고 한다. 오리나무는 오리마다 심고 시무나무는 십리마다 심었다고 한다.

 

 

낙선재 옆의 소나무. 우리나라 산천에 가장 많은 나무 중의  하나가 소나무가 아닌가 싶다. 사실 아이와 생태 공부를 하면서 잎이 두 개면 우리나라의 적송이라고 가르쳐주었었는데 오늘 적송이라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를 보통 적송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지만 이제는 일반화되어버렸다는 말에 놀랐다. 산에는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한 리기다 소나무뿐인데 우리나라 소나무 이름도 제대로 몰랐다니 부끄럽기도 하다.

 

여하튼 가을이라는 이름을 달고 궁궐의 나무를 탐닉하러 온 나들이는 정말 최고였다. 그동안 궁궐을 역사의 대상으로만 보느라 건물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개중에는 동궐도에 그려진만큼의 나이를 가지고 있는 나무들도 있고 그 나무를 지금의 내가 마주한다는 사실이 또한 신기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다음에 올 때는 아이들에게 궁궐에서 만난 나무들의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

 

 

 

곱게 물들 화살나무도 구경하고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나무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나오는 출구에서 오늘 처음으로 만났던 회화나무의 가지들이 자유롭게 뻗어있는 모습을 다시 한번 감상하면서 창덕궁 나들이를 마쳤다.

 

생태와 궁궐, 문화재에 대한 책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눌와 덕분에 오늘도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흐뭇했다.집에 와서 보니 눌와에서 받은 책갈피와 궁궐사진을 담은 옆서가 얼마나 이쁘던지.... 애써부신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는 기억 간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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