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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롭게 -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일여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법정 스님과 길상사의 향기가 가득한 공양사진집]
올 가을 간송미술전을 관람하면서 길상사에 들린 적이 있다. 종교를 떠나서 우리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찰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그리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혹여야 예의범절에 어긋날까 하는 두려움에 쉽사리 문턱을 넘지 못함을 자주 찾지 못하는 작은 핑계로 대볼까 한다. 마침 지인이 함께 했기에 두려움없이 길상사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유명한 음식점에서 사찰로 변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은 이러한 도량의 곳이 있기에 사람들이 답답한 마음을 달랠 기회를 얻는구나 싶었다.
창피한 말이지만 40이 넘도록 법정 스님의 책 한권 읽지 않은 사람으로 스님의 입적 소식을 대하면서 얼마나 부끄럽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종교를 떠나 아픈 사람들을 감싸면 공경을 받던 인물의 부재는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 듯 허할 수 밖에 없었다. 스님의 유언대로 지금 많은 책들이 절판되었다고 하는데 예기치 못하게 스님의 모습이 담긴 공양사진집을 만나게 되니 이 또한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진공양이라는 낯선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펴낸 일여 작가분이 개인블로그에 '사진공양'이라는 이름으로 길상사와 한국불교에 대한 사진을 찍던 것이라고 한다. 공양은 말그대로 드린다는 의미로 단순한 쾌락이나 자기 보존이 아니마 함께 공감하고 나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사진공양을 하기 위해서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순간과 거리가 작가에게 허해졌음에 감동스러울 뿐이다. 묵언을 하거나 참선을 하거나 혹은 작은 버릇 하나까지 관찰하여 사진에 담았고 그때의 작가의 느낌이나 마음에 새긴 가르침을 욕심내고 담지 않았기에 누구든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법정 스님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책 속의 사진과 소소한 글밥으로 스님의 무소유의 향기가 은은히 퍼짐을 느낀다. 평생을 하나의 몸무게로 유지할만큼 자신에게는 냉정하면서도 세상을 보는 눈은 어찌 그리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는지...

길상사에서 음악회를 하면서 각계 종교의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과정이나 그러한 분위기 역시 사진을 통해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기에 주위의 수녀님들도 스스럼 없이 찾아와 거닐며 여유를 느끼고...

가을날 많은 낙엽이 떨어져도 그것을 밟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에 부지런한 동자승에게 비질을 늦추라 하는 여유로움..
하릴없는 비질같지만 줄을 긋듯 똑바로 선 비질선이 담긴 사진에 숙연함마저 들기도 한다.


불교의 상징이기때문에 너도나도 하나씩 떼어가서 없어지는 연꽃을 보면서 '마음의 연꽃을 피우자'며 시작된 '맑고 향기롭게'라는 순수시민운동 모임 역시 법정 스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질보다 마음이 중요함을 연잎 차 한잔의 사진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진첩을 넘길 때마다 도심 한가운데 살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욕심으로 가득한 마음 때문에 내 마음을 흐리고 혼란스럽게 하면서 실지는 않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으로든 물질적으로든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비움의 미학을 가르쳐 주는 또 하나의 책이 아닌가 싶다.
가을날 길상사를 가서는 왜 이곳에는 대웅전이 없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 역시 책에서 찾았다. 3공화국때 3대 요정의 하나로 수많은 사람을 접대하면서 먹었을 고기와 향락을 생각하면서 이들을 위안코자 석가모니를 모신 대웅전대신 아미타부처를 모신 극락전이 대웅전격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성모마리아를 닮은 듯한 관음석상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최종태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관세음보살상 제작을 맡겼는데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담고 있다고 한다. 성모마리아상을 닮은 듯한 것도 어찌보면 종교의 화합을 담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끝으로 가을 날 보았던 길상사의 극락전의 모습을 담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