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병, 정신질환 등의 단어를 들으면 흔히 우리는 부정적인 느낌을 가집니다. 정상이라는 범주에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과 범주를 벗어난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의학은 그들을 환자로 규정해왔고, 뭔가가 모자라거나 고쳐야 부분이 있는 사람들 부족하고 같이 살기엔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심리학에는 관심이 있지만 이런 병리학적인 접근은 접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저자의 시각은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뇌와 신경 쪽의 부분적인 이상으로 부인을 모자로 착각하거나 얼굴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의 부분이 없어졌다고 느끼는,’완벽한 인지 오류가 가능하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큰 매개가 되었으며 그만큼 신경증의 문제를 비주류에서부터 관심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경과 전문의로서 직접 치료하거나 만났던 사람들 혹은 직간접적으로 마주했던 흥미로운 케이스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주제로 신경심리학적 손상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가 단편 이야기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환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제목을 진단명으로 붙일 법도 한데, 저자는 제목을 진단명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붙였다는 점입니다. 만약, 제목이 진단명이었다면 독자는 책의 내용을 읽기도 전에 인물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병이 있든 없든, 장애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성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든지 간에, 윤리적으로 인간이라는 점에서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인물의 특징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어떤 특징 하나로 규정지어지는 것이 아님을 드러냅니다. 한편 환자를 대하는 소설 속 의사의 모습을 통해 만약 진단을 붙이게 된다 하더라도, 그 규정이란 것 또한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Part 1에서 저자는 장애를 연구함에 있어 예술적인 발전과 병리학적 발전을 함께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환자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진정으로 환자의 삶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Part2 에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며 인간은 감정, 의지, 감수성을 가진 윤리적 존재라는 점"입니다. 그의 이러한 관점에 의한다면, 기억에 문제가 생긴 인간은 소위 '정상적인' 인간으로 대우받을 수 있게 됩니다.

책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마지막 이 부분에서 4부에 자신이 하고싶은 결론적인 이야기를 넣어놓은 듯합니다. 자신이 환자나 저능아들을 만나면서 관점이 변화하고 그들을 개별자로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려는 따뜻한 의학자의 시선으로 가득합니다.

차갑고 기술적인 의술의 직업의사라는 타이틀을 넘어, 따뜻하고 휴머니티 넘치는 마음을 가진 저술가인 저자의 관점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을 의사가 고민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실생활에서도 우리가 어떤 사람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대하는 것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그는 ';에서로 규정됩니다. 저자는 책에서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1인칭 관점에서 서술하며, 독자가 이를 통해 의사의 사고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 대체적으로 이 소설의 탄탄한 내용을 둘째로 치더라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생물학 분야뿐만 아니라 니체, 베르그송, 비트겐슈타인 등 고대와 현대를 아울러 여러 철학자를 인용하며 생각을 펼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 책에서 연구된 내용보다 더 많은 내용의 자료와 새로운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최근 신경심리학은 엄청나게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신경심리학이나 심리학이라는 분야에 처음 발을 디디는 사람에게는 관점과 내용적으로는 좋은 입문서가 되겠지만, 과거에 씌여진 책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듯합니다.

24가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중첩되는 부분들도 약간 있지만 개별적으로 소설 소재로 쓰일 있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라 책장이 빨리 넘어갔습니다. 사례 중심의 책이 늘 그렇듯이, 뒤로 갈수록 점점 지루해져가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 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도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 P61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는 아무 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 P108

"아, 알았다. 선생님, 거울 따위는 필요 없어요. 수준기만 있으면 돼요. 머릿속의 수준기는 사용할 수 없지만 머리 밖에 있는 거라면 사용할 수 있어요.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준기라면 말예요." - P137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 P187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있는 상태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 P206

뇌는 그 사람의 전 생에 걸친 기억을 완전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보관하고 있다. 모든 의식의 흐름은 뇌에 보존되며, 생활 속에서 필요할 때마다 언제라도 떠오른다 - P260

더러는 지능이 낮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물쇠를 열지도 못하고, 하물며 뉴턴의 운동법칙을 이해하거나 세계를 개념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세계를 구체적인 것, 상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마틴이나 호세, 쌍둥이 형제처럼 재능이 풍부한 ‘바보‘들이 가진 또 하나의 측면이다 - P2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새들이 지저귀고 시끄러워야 봄에 적막한 기운만 감돈다면 얼마나 황량할까요? 만일 우리가 사는 땅에 세상의 모든 새들이 사라진다 어떤 느낌일까요?

 아이들에게 들려줄 새소리가 없다는 , 숲 속을 거닐며 새소리를 들을 없다는 , 훨훨 날아다니는 새의 모습을 없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입니다.

미국 한가운데쯤 곡식이 자라는 밭과 풍요로운 농장들 사이에 모든 생물체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은 계절별로 경관이 아름답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평화의 노랫소리 끊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은 고기를 잡으러 가까운 시냇가로 나가곤 했습니다. 특히 마을에는 다양한 종류의 새로 유명했는데, 봄가을 이동기를 맞은 철새 무리를 구경하려고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어느 낯선 병이 지역을 뒤덮어 버리면서부터 마을은 사악한 마술에 걸린 가축 떼가 죽어나가고 새들도 오지 않고 꽃도 피어나지 않을 아니라 아이들과 주민까지 없는 질병을 앓다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유는 인간이라는 생물 종이 위험하고 치명적인 유독물질로 공기토양하천바다 등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자연은 원상태로의 회복은 불가능한데 오염으로 말미암은 해악은 생물의 세포조직에도 스며들어 돌이킬 없는 재난을 불러옵니다..

강렬하고 짧은 이 이야기가 책의 제목을 더 각인시키면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이어서 2장부터 17장까지 드린계 농약과 유기 염소계 농약인 DDT, BHC 등의 살충제와 농약이 새, 물고기,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에게 미치는 파괴적 결과를 4년간의직접조사를 바탕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모두 17단계로 나누어져 있으며 단계별 내용이 모두 인간의 이기심과 부주의로 빚어내는 화학약품에 따른 환경오염과 자연 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의 배후에 생태적 연관 관계에 대해 무지하고 탐욕에 눈이 먼 전문가정책 당국자기업의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증언합니다.

간이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화학물질은 그대로 땅으로 스며들어 물을 오염시키고 물고기를 떼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 대지에 뿌려진 살충제나 제초제는 토양으로 흡수되어 위에 생존하는 식물을 죽이므로 먹이사슬이 끊어지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자연은 서서히 병들어 갑니다. 또한, 핵전쟁으로 말미암은 인류의 절멸 가능성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 것이 바로 심각한 해악을 불러일으키는 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입니다. 물질들은 식물과 동물의 세포조직에 축적되는데, 심하면 세포를 뚫고 침입해 유전물질을 변형시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화학물질이 우리에게 주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모르는 인간은 농지와 숲을 대상으로 화학물질의 공중살포 범위를 확대하였고, 살생 목표인 해충이나 잡초만이 아니라 화학약품이 뿌려진 지역에 사는 사람도 화학물질인 독극물을 뒤집어쓰는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자주 거론되는 ‘DDT 유기 할로겐 화합물에 속하는 살충제이다. 물질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중추신경계의 마비 증세를 보이며 체내에 축척이 되어 암을 유발하거나 기형아를 태어나게 하는 부작용을 유발하는 독성이 강한 화합물입니다.

지구의 역사는 생명체와 환경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과정입니다.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생존과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지구 탄생이후 인간이라는 생물종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힘으로 지구 환경을 변화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기술적 진보와 경제적 번영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오만함이 결국 인류의 파멸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수도 있다는 또한 두려운 진실입니다.

인간은 이쯤에서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입니. 그동안 고집해온 관념을 바꾸고 인간이 우월하다고 믿는 오만함도 버려야 합니다.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다양하고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간이 해충이나 잡초를 제거하려고 화학물질을 살포할수록 인간이 자리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 화학적 방제를 대신할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다양한 선택이 존재합니다. 저자가 인류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많이 늦은 지금이라도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라는 것입니다. 생태계가 살아나고 먹이사슬이 제대로 형성되면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의해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평화롭게 살아갈 있을 것입니다. 해충이니 잡초니 이름을 붙여 제초제나 살충제 화학물질을 만들어 마구잡이로 살포하는 것은 결국 지구를 병들게 하고 인류를 멸망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지적에도,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침묵의 봄은 다행히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책이 나왔기 때문에, 살충제와 여러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아직 침묵의 오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앞으로의 환경문제가 중시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경고가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인간의 이기심과 과학적 자만심을 버리고 인간의 겸손함을 드러내야 할 때입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5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등장해 사용된다. 이 놀라운 수치가 암시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매년 500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인데, 이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신물질 중 상당수는 인간이 자연에 대항해 벌이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P31

죽음에 이른 얼룩 다람쥐의 모습은 특별하다. 몸을 웅크린 책 앞발로 가슴을 잡고 있었다. ... 머리와 목은 축 늘어졌고 입에는 더러운 흙이 들어 있었는데, 불쌍한 다람쥐가 죽어가면서 땅을 물어 뜯기라도 할 듯 몸부림쳤음을 알려준다 - P126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질서가 깊고도 엄연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깐 소홀한 틈을 타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 P154

자기만족을 위해 자연을 일정한 틀에 꿰맞추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다가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결정적인 역설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만든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곤충은 자신에 대한 화학적 공격을 우회적으로 피해가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다자기만족을 위해 자연을 일정한 틀에 꿰맞추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다가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결정적인 역설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만든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 곤충은 자신에 대한 화학적 공격을 우회적으로 피해가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다 - P273

내성이란 개인별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다른 생명체보다 유독 물질에 영향을 덜 받는 능력을 타고났다면 살아남아서 후손을 낳을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 내성이란 수많은 세대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100년 동안 세대가 평균 세 번 바뀐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에는 며칠 또는 몇 주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 P303

생명이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기적이기에 이에 대항해 싸움을 벌일 때조차 경외감을 잃어서는 안된다. 자연을 통제하기 위해 살충제 같은 무기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의 지식과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야만적인 힘을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과학적 자만심이 자리잡을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 P304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도해 갈 때, 곤충과 인간이 이해할 만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 - P3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은 무()라는 점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 , 기억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흥신소에서 탐정일을 하다 퇴직한 주인공 ‘기 롤랑’은 자신에 대한 일체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자신에 대한 존재 증명을 상실해 버린 그는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찾는 것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한 장의 귀 떨어진 사진과 부고를 단서로 그는 바의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 등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한 가지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점점 자신의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기억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과 대면합니다

그 과정에서 받은 사진들을 토대로 자신이 차례로 프레디 하워드 드 뤼즈, 페드로, 페드로 맥케부아, 지미 페드로스테른 등의 이름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생각하며, 그와 드니즈라는 여성, 프레디와 게이 오를로프라는 여성 등 남녀 네 사람이 므제브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망수르라는 사진 작가를 통해 드니즈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게 됩니다. 과거의 단서들을 추적하면서 자신일지도 모를 이름들을 듣게 될 때마다 정말 자신이 그 인물이었다고 확신하며 과거의 파편들을 하나둘씩 맞춰나갑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여러가지 이름 중 어느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경마기수인 앙드레 빌드메르를 만나서 페드로 맥케부아라고 불렸던 기 롤랑의 과거가 일정부분 밝혀지게 됩니다. 그는 드니즈, 게이 오를로프, 프레디와 함께 므제브로 갔으며, 그곳에서 기 롤랑과 드니즈 둘이 스위스 국경을 넘으려다 이들을 도와주겠다는 두 명의 인물에게 속아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이후 기 롤랑은 기억찾기의 마지막 시도를 해보기로 하고,’어두운 상점들의 거리,2번지’를 찾아나서며 끝을 맺습니다.

우울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문장, 프랑스의 낯선 지명, 등장인물의 이름 때문에 쉽사리 읽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더 읽기 어려운 부분은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사실을 나열한 듯한 방식을 쓴다는 것입니다.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기억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사진 몇 장과 주변인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자신의 과거를 확신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기억이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날이나 일을 기억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같이 힘들고 아픈 기억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기억과 시간은 이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조금씩 잊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의도적으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에서 하나 둘씩 잊어가는 것들이 쌓이다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것들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다른 것들을 잃게 되는 것 말입니다.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無)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 버린다. 미(美)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 P75

나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혹시 그는 나를 알아볼 것인가? 매번 나는 같은 희망을 품고 매번 실망한다. - P87

그 여자가 나에게 이 질문을 어찌나 강요하는 듯한 어조로 물어왔는지 나는 처음으로 절망감에, 아니 절망감보다도 더한 감정, 모든 노력, 모든 유리한 점, 모든 선의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장애물과 부딪치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느껴지는 그런 충격에 사로잡혔다. - P121

골목들과 대로들의 저 미궁속에서 어느날 드니즈 쿠드뢰즈와 나는 서로 만났던 것이다. 거대한 전기 당구대 위에서 때떄로 서로 마주쳐 부딪치기도 하는 수천수만 개의 작은 당구공들처럼 파리 시내에서 오가는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따라가는 저 도정들 가운데서 서로 마주치는 도정들. 그런데 그것으로부터 이제는 아무것도, 심지어는 하나의 반딧불이 지나가면서 남기는 저 가느다란 빛의 줄무늬조차도 남은 것이 없는 것이었다 - P156

어제 저녁에 그 거리들을 훑어 지나가며 나는 그 거리들이 전과 다름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들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건물들도 거리의 폭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빛이 달랐었고 다른 무엇이 대기 속에 떠돌고 있었다… - P170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난 후(나는 신부님에게 내가 사설탐정 노릇을 했었노라고는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나는 원천으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한 당신의 말은 옳았습니다
- P183

이 도시 안에서, 발걸음을 서둘러 걷고 있는 그 모든 그림자 같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서로 길을 잃은 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 P190

그녀는 반 알렌이 그녀에게 주는 원본에 따라 작업을 하거나 바느질을 했고 나는 장의자에 누워서 회고록들 중 어떤 것이나 아니면 그 여자가 그토록이나 좋아했던 마스크 총서의 탐정소설들을 읽었다. 그 저녁들은 내가 경험한 유일한 안도의 시간, 우리가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탈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환상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 P221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 P2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항상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한 것은 어떻게 하면 짧은 분량 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가였습니다. 장편소설도 좋고 단편소설도 좋지만, 그래도 호흡이 길고 이야기 자체의 서사성이 있는 장편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단편 소설은 약간 밋밋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주저 없이 "레이먼드 카버"를 꼽는다고도 해요. 특히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카버의 팬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무라카미 하루키는 카버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었다고 하네요.

레이먼드카버의 문장은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상당히 단문입니다. 게다가 어떠한 군더더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현상만을 그대로 포착하는데 주력하는 깔끔한 문장은 감정을 거의 절제하는 작가 특유의 관점과 맞물려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단편들은 각각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고, 그것은 작가의 힘입니다. 현실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순간의 힘은 단편문학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실려있는 소설들은 굉장히 터프합니다. 하지만 따뜻함과 뭉클함이 가슴속에 깊게 남겨진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대성당 외에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입니다. 아이의 생일 날 찾아 온 사고와 죽음, 그리고 빵장수가 얽힌 이야기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지켜보는 부부의 상황은 작가의 감정이 거의 개입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극이 처절하게 다가옵니다. 작가는 냉정하게 상황을 저술합니다. 빵장수라는 뜬금없는 제 3자가 등장하고, 아이를 잃은 부부가 그에게 감정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상호간의 감정적 교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빵장수의 전화에 분통을 터트리며 그의 가게에 찾아간 부부는 갓 구워낸 빵을 대접받으며 밤이 새도록 긴긴 대화를 나눕니다. 어조는 끝까지 변함이 없지만 그 긍정적인 소통으로 인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문을 발견한 부부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접한다는 것, 그 한 순간의 놀라움은 종종 앞으로의 삶 혹은 삶의 관점을 모조리 뒤흔들 만큼 강렬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 단편집은 새로운 발견입니다.

그 끔찍한 일을 다시 떠올리면서 마이어스는 그게 다른 사람의 일이라도 되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사실 그렇기도 했다. 그는 정말 그때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즈음 그는 혼자 살았고 일을 떠나서는 그 어떤 사람과도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 밤이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물새 미끼들에 관한 책을 읽었다 - P74

마이어스는 진행 방향으로 등을 돌리고 앉았다. 차창 밖 시골 풍경이 점점 더 빨리 스쳐가기 시작했다. 한순간, 마이어스는 그 풍경이 자신에게서 멀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어딘가로 가고 있었고, 그걸 알았다. 그리고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면, 조만간 그는 알게 되리라 - P86

그 순간 앤은 무슨 말이냐고 너무도 묻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종류의 기다림이라는 상황에 처한 이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도 두려웠고, 그들도 두려웠다. 다들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 P110

"꿈은 꾸잖아!" 패티가 말했다.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꿈을 꾸지 않으면 미쳐버려. 책에 그렇게 나와. 그건 배출구라구. 사람들은 잠잘 때마다 모두 꿈을 꿔. 꿈을 안 꾸면 돌아버려. 그런데 나는 꿈이랍시고 꾸는 게 비타민뿐이란 말이야. 내가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어?" - P139

그는 아일린이 떠났으며, 그가 이해하는 바,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 그만뒀다. 캐럴과 함께 보내지 않는 밤들에만, 오직 그런 밤들의 아주 늦은 시간에만, 아일린에 대해 그가 여전히 지니고 있는 애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게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 P241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잘 알다시피. 계속해. 멈추지 말고." - P3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기어록 -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 (민음사)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권장되는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라고 합니다. 또,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한 첫걸음은 사마천의 사기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간학의 교과서라고 불리며 회자되는 ‘사기’는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겪으면서도 혼을 담아 써내려간, 영원한 고전입니다. 그 쉼 없는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인간 개개인의 고뇌와 갈등을 통찰한 데 있습니다.

이 책은 ‘사기’에서 200여 편의 명구를 뽑아 그것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지혜를 정리한 책입니다.

1부에서는 무엇이 나를 높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2부는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에 대해 들려 줍니다. 3부는 세상과 더불어 사는 법인 정공법과 기습을 말하며, 4부는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통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p50 미세한 털은 볼 수 있어도, 자신의 속눈썹은 보지 못하는 법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앞뒤에 하나씩 두개의 자루를 매고 다닌다고 합니다. 앞에 있는 자루에는 남의 허물을 모아 담고 뒤에 있는 자루에는 자기의 허물을 주어 담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뒤에 있는 자루는 보이지 않으니까 앞에 있는 자루에만 남의 허물을 잔뜩 집어넣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앞에 있는 자루에는 그렇게 집어넣는데도 앞이 무거워 넘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뒤에 있는 자루에 언제나 자기 허물이 꽉 차있기 때문입니다. 남을 비판하고 정죄할 만큼 깨끗한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고치려고 애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허물을 고쳐야 할 것입니다.

 

p112 용모로써 사람을 취한다면 자우에게 실수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최초로 받게 된 상대방의 정보를 이후에 알게 된 것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처음으로 알게 된 것, 믿게 된 것이 진실이며 진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적인 부분만으로 상대방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초의 정보 파워란 것은 정말 너무나 어마어마하기에, 알고 있어도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경계하는 구절입니다.

p126 성공과 실패가 뒤바뀌며 도는 것이 비유하면 먹줄을 긋는 것과 같다

사람에게는 살아가면서 공평하게 기회도 몇 번 주어집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회가 와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그 좋은 기회를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나에게는 이제 기회는 없어”라고 하기 보다는 준비되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현재의 절망에 굴복하면 결코 미래는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단지 운이 좋고 기회가 와서 그런 것 같지만 그들 대부분은 끊임없이 노력하며 준비해온 사람들입니다. 무언가를 기대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에겐 성공이란 두 글자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오고, 그 기회 역시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습니다.

 

p386 ...법도만을 따르는 공으로는 세속을 초월하기 어렵고, 옛날을 본받는 학문으로는 지금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오

변화를 읽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는 눈이 약하면 예측력도 떨어집니다.

지금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변화는 매우 빠르고 다양합니다. 우리가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눈높이를 높여 변화를 빠르게 흐름을 읽고 받아들이면 앞서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것입니다.

 

‘고전’이라고 하면 초보자들에게는 부담스럽고 어렵게 생각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사마천의 ‘사기’는 배경지식 없이 읽기엔 어려울 수 있는데, 해설이 가미된 이 책으로 먼저 시작하신 후 접한다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왼쪽 페이지는 사마천의 문장, 오른쪽 페이지는 그에 대한 배경지식과 현대적 사유를 담았 기 때문에, 천천히 읽으며 구절을 곱씹고 생각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아까워서 혹은 먹먹해서, 어릴 적 맛난 과자를 몰래 숨겨두고 조금씩 아껴 먹었듯, 한 구절 한 구절 음미하며 읽을 책입니다. 한꺼번에 후루룩 읽어치우기엔 너무 아깝고, 생각을 정리하고 가야 할 대목, 의미가 깊어서 지나칠 수 없는 구절이 숱하게 많습니다. 눈에 띄는 대로 멈춰 새기고 가려니, 끝까지 읽어내려면 뜻하지 않게, 곁에 두고 아껴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생각을 깊이 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깨달은 사람이 아니라, 본 것이 별로 없고 들은 바가 적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진실로 어렵다 - P28

그러므로 밝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고, 밝은 귀에도 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이 비록 현명해도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릴 수는 없다 - P2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