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한때 '다마고치'라고 하여 '전자 애완 동물 사육 게임기'가 한창 열풍이었었다.

난 다마고치에는 별 관심 없었고,

'하얀 마음 백구'라는 강아지 한마리가 집을 찾아가는 인터넷 게임은 몇번 해봤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라는 게임을 하는 걸 보게 되었는데,

헐~, 이 게임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더라.

여러 말끼리 레이스를 펼치는 게 주 게임이지만,

게임에서 획득하는 점수를 가지고 마구와 안장 따위를 살 수 있고,

말의 품종도 다양하게 분양받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말에게 먹일 여물과 사료도 다양하게 택할 수 있었으며,

레이스에서 다치면 치료도 정성스럽게 해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좀 다른 얘기인데, 존스칼지가 쓴 '노인의 전쟁'에 보면 75세 이상 된 사람들 중에서 우주개척방위군에 스스로 인간병기가 되어 투입된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내가 좋아하는 '테드 창'의 이 책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란 이 책은,

내가 장르소설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인지,

아님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아서인지,

7월에 나온걸로 되어 있는데 지난 주말에서야 나온 줄 알게 되었다.

 

어쩜 번역자가 내가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우리나라 장르소설이 발전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염원하는지라,

외면이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하여 바로 잡았을때,

언젠가는 번역의 완성도가 나아지리라 기대해본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넷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사람 둘, 그들이 키우는 일종의 가상 애완동물(virtual pet)인 디지언트 둘 또는 셋.

디지언트를 둘 또는 셋이라고 하는 것은 복제양 돌리처럼 쌍둥이 복제물이기 때문이다.

 

전직 동물원 조련사인 여자는 신생 게임 회사(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사교 게임인 '데이터어스'에 가상 애완동물(virtual pet)인 디지언트를 제공하는 회사)에 백지 상태의 디지언트를 교육시켜, 인간 사회의 언어와 지식, 사회성을 익히도록 훈련하여 '팔릴 만한 상품'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남자는 신생 게임회사 소속 애니메이터이다.

데릭은 경험이야말로 최상의 교사라는 블루감마사의 AI 설계 사상에 공감하고 있었다. AI에게 지식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능력을 갖게 해 고객이 직접 가르칠 수 있는 AI를 판매하는 것이 블루감마사의 목표였다. 그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그런 고객들의 흥미를 끌어야 했다. 성격도 매력적이어야 하고 겉모습인 아바타도 귀여워야 한다. 전자는 개발자들이 맡고 있었고, 후자는 데릭의 몫이었다.(18쪽)

 

여기서 말하는 디지언트라는 것은, 인터넷 상의 아바다에다가 로보트를 결합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좀 쉬울 수가 있겠다.

 

이쯤에서, 내가 이 글의 처음에서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을 언급한 이유를 밝혀야 겠다.

'노인의 전쟁'에서는 내일 죽어도 두렵지 않을 노인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좀더 나은 쪽으로의 '인간병기'화 되는 것만을 얘기했었는데,

이 책은 제목에서 '소프트 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고 하여,

어찌보면 '객관화'를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몰입하고 감정이입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객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라는 미명하에 학습 능력과 귀여움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하는데,

이 학습 능력이라는 말 속에는 자체적으로 깨닫고 터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숨어있음을,

귀여움이라는 말 속에는 성장이라는 복병이 숨어있음을,

간과하고 인정하지않는다.

 

먼저,

아주 기본적인 맞춤법부터 틀리고 있으니 신뢰가 안 생긴다.

 

 

"ㆍㆍㆍㆍㆍㆍ. 이따(가) 봐."가 되어야 한다.

'있다/없다'와 '이따/지금'의 상관 관계를 생각하면 쉽다.

 

ㆍㆍㆍㆍㆍㆍ복잡한 정신은 자체적으로는 발달할 수 없다. 그럴 수 있다면 야생화한 인간 어린애들도 그렇지 않은 다른 어린애들과 같아야 한다. 정신이란 그냥 내버려 두어도 혼자서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자라지는 않는 법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아원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야 할 것이다. 정신이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다른 정신들에 의한 교화敎化()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이런 교화야말로 데릭이 마르코와 폴로에게 주려는 것이었다.(81쪽)


이 책의 번역을 갖고 툴툴 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 단락의 요지는,

복잡한 정신은 자체적으로 발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야생화한 인간 어린애도 그렇지 않은 다른 어린애들과 같아야 한다.

정신은 자체적으로 자랄 수 없다.

잡초는 혼자서 쑥쑥 자란다.

=>정신이란 그냥 내버려 두어도 혼자서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자라지는 않는 법이다.

위의 내용으로 볼때, 만약 그렇다면 고아원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야 할 것이다...가 되어야 한다.

'이중부정은 강한긍정'이라는 영어식 어법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가져오다보니,

우리 문장에서는 뜻을 알 수 없는 엉뚱한 문장이 되어 버렸다.

 

암튼, 이 책은 깊이 파고 들어가다보면,

애완동물, 반려동물,

컴퓨터를 비롯한 가상 현실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 등,

가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것,

제대로 된 교육의 의미와 정의,

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마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 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불어,

이 땅의 아이들이 우리가 가르치는 데로만 성장하고,

그들 스스로 부쩍부쩍 자라나는 것에 대하여,

우리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책임 의식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름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라고 있는 데,

왜 우리 기준과 우리의 틀에 가두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결국 이 책의 주인공 여자는 자신의 틀에 가둔 덕분에,가상의 애완동물인 디지언트를 왕따로 만들고...

주인공 남자는 위험 요소를 걸러내지 않아 성에 노출시키게 되고 그때문에 성상품화를 시키게 된다.

 

우리는 항상 사랑의 존재 여부만을 가지고 얘기한다.

사랑만 있으면 될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인터넷, 무생물을 향한 과도한 사랑은 집착이 되고...

번지수를 잘못 찾은 사랑은 배송 사고가 난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컴퓨터의 차이는, 예외가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예전 같지 않으면 우린 사랑이라고 하지만,

컴퓨터가 예전 같지 않으면 우린 '에러'내지는 '고장'이라고 하여

방전시키거나 전원을 꺼버리거나 리셋시키거나 한다.

나날이 과학이 발전하고,

그러면서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우리 주변의 현실이 되었다.

이럴때일수록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가치관의 정립인 것 같다.

생명이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살아있는 애완동물의 그것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여야 하나?

그렇다면, 컴퓨터 상의 아바타로 대표되는 가상 애완 동물이나 로봇 기타 등등에 대하여서는 우린 어떤 취급을 하여야 하나?

나름대로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가치관 마저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하루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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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20:10   좋아요 1 | URL
번역이 좀 심하군요.. 거의 만행 수준. 이 책 평가 좋던데 집에 있는 당신의 이야기부터 좀 해치우고 이거 읽어야겠져?! -_-

야요 2013-08-30 13:2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스피어 출판사입니다.
먼저 부족한 부분으로 마음 쓰시게 해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맞춤법 부분은 편집부의 잘못입니다. 2쇄 때 반영하여 수정하겠습니다. 이중 부정에 관한 대목 역시 김상훈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이미 정오표에 반영했습니다. 관심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봐 주시는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amoo 2013-09-02 12:18   좋아요 1 | URL
번역이 완전 헬이군요!ㅎㅎ 공감을 안 할 수 없는 좋은 글입니다!!
 

난 이력제, 경력제...이딴 지나온 자취에 대해서,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자취에 '등급이 매겨진다는데 대해서' 발끈하는 편이다.

얼마전 지인과 노닥거리면서,

소의 등급을 얘기할때는 마아블링의 상태를 가지고 얘기하는거다, 아니다...해가며 카톡으로 몇차례 설왕설래를 했었는데...

그만, '그류' 하는 '단어'를 노안이었는지 잠시 잠깐 '2류' 로 읽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갑자기 꼭지가 '팽~' 돌아서 'what?'했더니,

'아이참, 우리 말 못 알아 듣네...Yes라고요.'하는 소고기를 사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난 민망한 마음에,

'내가 미류나무 꼭대기의 '미류'는 들어봤어도 '그류'는 첨 들어봤네, 참~--;'

이러고 말았는데,

이 책 <충청도의 힘>에서 원없이 '그류'를 접한다.

 

 

 

 

 

 

 

 

 

 

 충청도의 힘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그류!ㆍㆍㆍㆍㆍㆍ"(31쪽)

"히히히ㆍㆍㆍㆍㆍㆍ 그건 그류!"(62쪽)

 

처음 이 책의 제목과 겉표지만을 보고선,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직업성 특성 상,

저런 깜장 비닐 봉지를 든 어르신들이 낯설지 않은 나로서는,

충청도든 서울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 같고,

"인생 별거 있간디?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를 너무 일찍 터득해 버렸다고 자만했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낄낄 거리고 웃고 말 수 있을 책일 줄 알았다.

 

"인생 별거 있간디?"하고 읽으면 그냥 웃으며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발목을 붙잡혔다.

처음에는 그것이 서울촌놈 특유의 사투리가 주는 생경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편집과정의 지나친 자상함이 부른 과실이다.

 

46쪽의 '코를 박고 조시(시작)를 살피지는 못할망정'의 경우에,

네이버 국어사전에 '조시'가 '시작'으로 나온다고 하여,

일본어이고 ちょうし, 조건,상태, 컨디션의 뜻으로 쓰였는데,

'시작'이라는 해석을 달아준건 왠지 좀 씁쓸하고 아이러니 하다.

87쪽의 전(田)도 그렇고,

해석이 맞나 틀리나 검사하며 읽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ㅋ~.

 

실은, 내가 이 책을 페이퍼로 쓸 결심을 한 건

들추기도 싫은 이력등급제 때문이 아니라, 이 똥냄새 나는 사랑 얘기때문이다.

인연은 미수꾸리가 안 되는 것이구, 현다 혀도 헐렁하게 쩜매야지 흘릴께비 꽁꽁 묶으믄 못쓴다, 낭중에는 반다시 도로 풀르야 쓰는 것이 인연인디 꽉 쩜매믄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푼다, 그라니께 집이를 지 옆이다가 꽁꽁 묶아 둘라고 허믄 못쓴다 맴먹었슈.(110~111쪽)

 

미수꾸리(に-づくり , 作り, り 는 일본어로 묶어서 포장한다는 뜻이란다.

저 미수꾸리 같은 단어에는 해석이 없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저 인연이 부산에서의 만남이라 미수꾸리 같은 단어가 일반화되어 사용되었나 보다.

이 책에서, 저 인연에서는 보따리의 네 귀퉁이의 매듭을 묶듯 인연을 묘사했는데...

난 인연은 저런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런 것이어도 네 귀퉁이를 모두고 여미어 꼭 묶어도 나중에 묶은 시발점을 알면 그 반대방향으로 하면 잘 풀린다.

저건 무책임하고,

덜사랑하고,

(아니 한순간 뜨겁게 사랑하겠다, 가 아니라 오래 영원토록 사랑하겠다...

강신주 식으로 얘기하면 구속하겠다가 부른 욕심이다, ㅋ~.)

감정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그런 칠칠 맞은 사람의 그것으로만 여겨진다.

아님? 아님 말고~(,.)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색깔을 가진 실로 삶이라는 옷감을 짠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과 만나면 얽히고 섥히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엮이기도 한다.

만나고 스치고 헤어지고 다투고 하면서

옷감을 짜고 겹치고 모두고 자르고 매듭짓는다.

뜨게질을 생각하면 좀 쉽다.

매듭을 찾을 수 있으면 실을 풀어 거두어 들일 수도 있다.

 

'낭중에는 반다시 도로 풀르야 쓰는 것이 인연'이라고 하여,

'꽉 쩜매믄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푼다'고 두려워,

그리하여 감정을 질질 흘리고 다닐 것이 아니라...

여러사람에게 못할 노릇 만들지 말고,

묶고 풀르는걸 야무지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꽉 쩜매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풀르면 가위로 잘라내면 된다.

 

내가 맨날 하는, 만석꾼 며느리 얘기가 있다.

쌀을 빌어 죽을 먹지 말고,

쌀로 밥을 지어 배불리 먹고 그 힘으로 일을 해서 쌀 살 돈을 벌면 된다고~.

 

난 배불리 쌀밥을 먹고 삯바느질을 하여야 한다, ㅋ~.

지난번에 만든 인형은 키보드 손목 보호대였다.

말인형이어서 이름은 '마군'이었고,

마우스용으로, 말인형과 짝으로 당근을 만들었는데 이름은 '당근군' 줄여서 '당군'되시겠다.

근데, 문제는 얜 넘 크고 동그래서 마우스 용으로 부적절하다.

그래서 '당근'이 미운 털이 되어 '호박'신세가 됐다.

 

 

요즘은 알라딘 서재에서 노는 일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알라딘 서재에서 놀다보면 곳곳에 지름신인고로, ㅋ~.

그래도 이 책은 꼭 사고 싶은 책이다 싶은 것 몇 권만 살짝 찜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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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8-22 06:53   좋아요 0 | URL
시골 할매 할배가 일제강점기 영향으로 일본말을 자꾸 섞어서 쓰시는데,
그런 낱말 아닌 먼먼 옛날부터 쓰던
지역말, 고장말로 고소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고울까 싶으면서도
이제 그런 말은 다 잊혀졌고
시골도 텔레비전 연속극 말투에 길들여졌으니
이만 한 말투로나마 이야기를 듣는 일도
대단한 셈이리라 생각해요.

2013-08-22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트] 강신주의 다상담 1~2 세트 - 전2권 강신주의 다상담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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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이면 불혹(不惑)이라는데,

그 不惑을 한참 지난 나이인데도 사람이 미혹(迷惑)되다 보니 이리저리 정신이 널을 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혈액형이 AB형이어서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보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향도 있고,

원래가...나쁘게 말하면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 풍부한 성향의 인간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을 읽었다.

이 책은 '강신주'의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읽으면서 좀 답답하였었다.

뭐랄까,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느낌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도 그럴 것이, '벙커' 강의를 책으로 엮어 낸 것이어서...

그가 전하려던 말들이 지닌 생명력이, 글들로는 좀 약하거나 반전되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그가 얘기하는 일, 사랑, 몸, 정치, 고독, 쫄지마 이딴 것들이,

말과 표정뿐만이 아닌 어떤 공감적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전달을 요하는 것인데,

그중  말한 것만을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니 전달력이 좀 약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이다.

그러다보니 책으로 읽기에 표현이 좀 거칠고, 강하고, 과격하기고 하고,

그리하여 선동적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벙커에서 강신주에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벙커에 사연을 보내 채택이 된 사람들과 그 강연을 듣겠다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같이 착하고 반듯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심약하기까지 하다, ㅋ~.

 

특정 계층을 상대로 쓰여진, 다분히 편향적인 책이라고 생각하고 봐야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가치관에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ㅋ~.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 하면,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나도 강신주에게 사연을 보내고 상담을 의뢰하고 강연을 듣고 한 무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고,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이 책의 내용이 전부 다 그럴 듯 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강신주는 '결혼'은 상대를 사랑해서 하는게 아니라, 상대를 소유하고 구속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열변을 토해내지만...

난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접했고,

돌이켜보면...그 선택을 후회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남편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결혼을 해서 동시에 얻게 되는 상대의 배경과 집안, 기타 등등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랑과 우정을 가르는 기준도 재미있다.

사랑은 안보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것.

그렇지는 않으면 우정.

대상이 동성이고, 이성이고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는 요령은 자기감정에 충실한 거에요. '나중에 사랑이 아니면 어쩌지?' 이런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하면 사랑 못 해요. 하나만 따져요. 감정에 정직했느냐만. 내가 가진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모르죠. 하지만 사랑이라고 느꼈으면 정직하게 하고, 아니라는 게 확인될 때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이게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그것만 지키세요.(1권, 53쪽)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정직해져요. 내가 거짓이고 허영이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그 모습을 다 얘기해 주게 됩니다. 진짜로 사랑을 하게 되면 다 얘기를 해요. 자기 상처, 흉터를 모두 보여 주는 거에요. 왜냐면 자기를 다 보여주고 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죠. 그걸 숨기게 되면 평생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1권,6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강신주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명쾌하게,

간단명료하게 정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사랑에 관해서 이보다 더 정확한 해석이 있을까?

나를, 나의 몸을 악기에 비유한 이 비유보다 더 아름답고 근사하며 적절한 비유가 있을 수 있을까?

악기는 '아무나'를 만나서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아무나'를 만나서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제대로 조율이 안된 그 소리는 불협화음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강신주가 좋은 점은 사회적인 기대가치나 통념에 갇힌 그렇고 그런 교훈적인 얘기를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강신주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자기 삶을 놓고 꾸준히 돌이켜보고 반성을 하고 상담이란 것도 하려는 사람들은,

삶을 잘 사는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삶을 착실하게 살려는 사람들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더 착하게 살아라, 바른 생활로 살아라...하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순환의 반복일 뿐이다.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뜨려야,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강신주는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고, 변화를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 본인이 죽을 것 같잖아요. 자기가 먹고 살고 그 여분이 남을 때만 타인에게 그것을 줄 자격이 있는 겁니다. ㆍㆍㆍㆍㆍㆍ차라리 '난 나쁜 년이다'라고 하는 쪽이 더 나아요. 난파선에는 있지 말아요. 예쁘게 살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렇게 예쁜 삶을 감당할 만큼 강하지가 않아요. 연락처 남기지 말고 쿨하게 떠나세요, 떠나고 나서 나중에 봅시다. 나중에 몸 추스르고 먹고사는 게 조금이라도 여분이 생길 때 그때 찾아요. 난파선에서 빠져나온 다음에 자기의 힘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1권, 137쪽)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고, 변화를 끄집어낸다는 건...어찌보면 독해지고, 모질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상처를 응시하지 마세요. 상처에는 놀라운 특징이 하나 있어요. 그 상처 난 딱지를 자꾸 건드리면 계속 피가 나고 곪지요?ㆍㆍㆍㆍㆍㆍ그건 흉터로 남는 거예요. 돌아가서 긁지 마세요.ㆍㆍㆍㆍㆍㆍ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고 살았죠? 내가 잘못해서 아버지한테 혼났다고 생각하지요? 아버지를 계속 의식하는 건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꿈꿔 왔는데 아버지가 그걸 해 주지 않아서잖아요. 상처의 핵심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에요.

ㆍㆍㆍㆍㆍㆍ

아버지가 커보이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집중해서 가까이 대상을 응시하면 크게 느껴져요. 멀찌감치 봐야지 작아 보이는 거예요.ㆍㆍㆍㆍㆍㆍ지금 중요한 건, 본인이 어른인가 아닌가의 문제예요. 지금 하셔야 할 게 뭐냐면, 아버지를 안아 드리세요. 아버지를 안아 주는 순간 본인이 어른이 되는 거예요. 용서요? 기억도 안 나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할 거예요? 남의 인정을 바라지 말아요. 그냥 안아주세요. 아버지를 안아 주고 뻔뻔스럽게 얘기하면 돼요. '고마워요. 금지옥엽으로 키워 주셔서.' 이렇게 하면서 어른이 되는 거예요.

  이제 아버지한테 인정을 받을 시기는 지났고, 본인이 아버지를 인정해 줘야 해요. 지금 아버지가 인정받고 싶어한다고요.(2권, 244~245쪽)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독해지고 모질어질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어린아이에 머물지 말고 어른으로 거듭나라는 것이지...

독하고 모질어진 마음으로 칼날을 벼리어 자신과 주위를 마구 헤집어 상처 입히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정치'랑 관련해서인데...

'상대적으로 진보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주주의가 승리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라는 구절과 관련해서이다.

'상대적'이란 말이 '정치'란 단어를 만나게 되면 얼마든지 모호해질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진보한 후보나 정당이 곧 '민주주의의 승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으로 대표되지만, 소수의 구시렁거리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향해서 표를 행사할 경우,

당선이 확실시 되지 않으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하면서 한표를 행사했었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격하게 공감하였고, 그리하여 가장 행복하였던 부분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노동하는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이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건 혼자 일을 하는 사람이나 가능할 터이니,

노동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향유하는 시간을 늘려야 행복해 질 수 있겠다.

내게도 노동하는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이 같은 잡기가 하나 있다.

잡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아직 직업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나의 일가친척들은 여자가 솜씨가 좋으면 팔자가 사납다는 이유를 들어 나의 이 꼼지락거리는 일련의 활동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는 노동의 시간과 향유의 시간이 같은 유일한 '잡기'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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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9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8-19 19:01   좋아요 0 | URL
책도 잘 읽고 리뷰도 잘 쓰는 양철나무꾼님, 오랫만이네요.
박복하다고 타박할지라도 솜씨는 여전히 좋으시고~ ^^

마녀고양이 2013-08-19 21:41   좋아요 0 | URL
나는 한 중딩 녀석이 지 성격이 B형이라서 지랄맞다고 하길래
나도 그 지랄맞은 B형이다 그래줬어... 히히.

저 인형 무지 이쁘다...
나 줘, 나 줘~ 쪼옥~~~ ^^

세실 2013-08-21 07:01   좋아요 0 | URL
어머 저도 AB형 입니다. 규환이랑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거 보면 제 문제가 더 큰듯. 서로 이기려하니......
자녀를 손님처럼!
강신주 참 똑똑한 사람, 일목요연한 사람.
님도 똑똑하지, 바느질도 잘하지~~~ 아 부러워라!
참 이뻐요~~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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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랑 카.톡.으로 수다를 떨다가 '바이'를 한다고 이모티콘을 보낸다는게 그만,

이런 이모티콘을 보내버렸다.

친구는,

"뭐가 신나?

 뙇~~~^^

 죽음이야."

이런 답문을 보내왔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상상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나는 방방 뛰는 저 또모(DDOMO)의 '늘씬한 각선미가 죽음'이라는 것인가 하다가...는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널을 뛰어서는,

얼굴과 몸통에 비해서 지나치게 얇고 가느다란 다리로 저렇게 촐싹거리며 뛰다가...

관절염에 걸리면 어쩌냐 하는 걱정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지경이었다, ㅋ~.

 

그 무렵, 강신주가 엮은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를 읽고 있었다.

연일 계속 되는 비에 쉬이 젖지 않는 하드커버로 된 것 중 얇은 것을 고르다가 보니 집어들게 되었는데...

처음 책장을 열고는 좀 실망을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책은 아주 심플한 것이 여백의 미를 한껏 살려주셨다.

한 페이지에 몇 글자 적혀 있지 않았는데, 그런 형식을 '아포리즘'이라고 한다나 어쩐다나?

근데 찬찬히 읽다보니,

그간 강신주의 책들을 따라 읽어왔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철학이라는 것을 곰곰 생각하고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왜 우리가 시집의 여백이 많다고 하여 대충이라거나, 조잡하다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이 세세하고 조곤조곤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그간의 그의 사상적 흐름을 응축시켜 정리해 놓은 느낌이다.

나무의 기본 줄기와 가지처럼, 근간이 되는 문장들만을 일목요연하게 뽑아 놓았다.

여기다가 어떤 관점에서 살을 어떻게 붙여 나가느냐에 따라서,

어떤 이파리와 열매를 다느냐에 따라서,

풍성한 나무가 되기도 하고 성글고 빈약한 나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다음이, 이 책의 주제 문장 정도 되겠다.

우리는 철학을 하는 체하면 안 되며,

실제로 철학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 에피쿠로스(BC342~BC271) (187쪽)

 

철학이 뭐, 별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그 이치를 생각해 보는게,

다시 말하면,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이 철학이고 인문학인 것 같다.

여기서 인간을 자연의 연장선 상으로 보면 '철학'이 되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보게되면 '인문학'이지 싶다.

(아닌가? 아님 말구~(,.))

 

실망을 하였던 내가, 이 책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까지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하는 '임제'의 법어가 한몫을 하였다.

그동안 임제의 이 법어와 해석을 놓고,

또 이 법어의 분분한 해석들을 놓고, 도 그 뜻을 알 수 없었는데,

요번엔 어떤 느낌이 들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얘기는,

내 안에 만들어 놓은 '부처'라는 선입견을 지우라는 말로 들린다.

상대방에 대한 내가 만들어 놓은 상(이미지)나 명명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 놓은 상(이미지)이나 명명으로 고착시킬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선과 악에 기준이 없다면,

선은 좋고 악은 나쁜 것이라고 편가를 일도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또, 나와 피와 살을 나누었고 그리하여 나에게 무한 호의적인 부모와 형제마저도...

그 무한호의적이라는 상(이미지)이나 명명으로 고착시킬 일이 없어질테니까 말이다.

 

이건,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가 아니라,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개념에서 확장시켜 볼 수 있겠는데,

상대방은 이미 내가 알고 그리하여 고착되었던 과거의 상대가 아닌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내가 잘못 새겨놓은 상대방을 죽이라는 얘기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의 나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취지에 맞게 행동을 했었다.

그런데, 이건 상대방을 선입견으로 가둘 뿐 아니라,

내 자신도 상대방의 시선이나 입장에 따라 보조를 맞춰 제약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개념으로 해석한 다음부터는,

상대방을 살피고 제약하던 일종의 선입견으로부터,

내 자신에게서 스스로 떳떳하고 자유로워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것이 좋은 이유는,

적어도 주의를 분산시킬 필요없이,

상대방을 대할 때는 상대방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생각이 이렇게 확장된 것은,

주어 개념이 거의 발달되지 않은

우랄 알타이어권 철학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인도 - 게르만족이나 이슬람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 니체(1844~1900) (104쪽)

이 부분을 보고나서였다.

 

모든 것을 알려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품어주려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모든것을 알려는 사람은 바삐 움직이고,

모든 것을 품어주려는 사람은 고요한 법이다.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 공자(BC551~BC479)(22쪽)

 

맥박을 짚어보면

인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 정호(1032~1085) (105쪽)

독서, 지식이나 앎에 있어서의 선입견을 탈피하게 해준 구절도 있다.

흔히 '지자요수,인자요수'해서 정형화된 句로 생각했었는데,

저렇게 해석을 해놓고 보니,

그 아래 정호의 '인'과 더불어 의미가 선명해진다.

참 좋았다.

 

또 한부분, 정형화된 句에 대한 선입견에서 탈피함으로 인하여,

의미를 달리 새긴 부분이 있는데,

'참다운 사람들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고 보통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구절이다.

난 그동안 진인은 발뒤꿈치까지 숨을 쉬고, 보통 사람들(衆人)은 목구멍까지 숨을 쉰다고 알고 있었다.

들숨ㆍ날숨 하는 폐활량에 관한 문제쯤 되겠는데,

以가 '~으로써'라고 해석되는 것을 생각해 볼때, 이 책의 해석이 맞겠다. 

옛날 참다운 사람들은

잠을 자더라도 꿈을 꾸지 않았고

깨어 있다 하더라도 걱정이 없었다.

그들의 음식은 달지 않았으며, 그들의 숨은 깊었다.

참다운 사람들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고

보통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

古之眞人 其寢不夢 其覺無憂 

其食不甘 其息深深

眞人之息以踵 衆人之息以喉

 - 장자 (BC369~BC289)(71쪽)

그 밖에도 고개를 주억이게 한 구절이 여럿 있다.

일독을 권한다.

사물이 우리를 귀찮게 치근거리다면,

이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는 비판이 있어야 한다.

비판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적당한 가까움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다.

- 페터 슬로터다이크(1947~ )(78쪽)

 

첫번째 고백을 하고 난 후의 "난 널 사랑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것은 텅 빈 것처럼 보이기에

약간은 수수께끼 같은

과거의 메시지를(어쩌면 똑같은 말로 전달되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 롤랑바르트(1915~1980) (111쪽)

 

내가 사는 동네는 40일 정도 비의 연속이었다.

햇살이 그립고,

뽀송뽀송함이 그리워서,

기선(sun)제라도 지내야 하겠다고 했었는데,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가 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순자의 철학을 빌리자면,

기선(sun)제따위는 필요 없다는 얘기이다.

어찌되었건,

오랫만에 비는 그쳤다.

햇살에 이불이며 옷가지 뿐만 아니라,

퉁퉁 불은 몸이랑,

푹 젖은 마음이랑, 도 내어 말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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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24 21:41   좋아요 0 | URL
포근한 햇살 듬뿍 누리면서
따사로운 마음 되소서

하늘바람 2013-07-25 00:20   좋아요 0 | URL
ㅠㅠ 철학이야기만 나오면 요즘들어 왜케 주눅이 드는지
ㅠㅠ


잘 지내시나요?

잘잘라 2013-07-25 09:53   좋아요 0 | URL
일독을.. 받아들입니다. 기쁘게 즐겁게 행복하게!
 
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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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ㆍㆍㆍㆍㆍ그 개가 유기견이란다. 개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기 인생이 좌우된다. 즉 그 개에게 개 주인은 하나의 우주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는 자신의 우주를 모조리 잃어버린, 세상의 끝으로 떨어진 처지가 된다.애교만 부리면 모든 게 해결되던 기억을 뒤로 한 채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잘 것을 걱정해야 하니까. 그런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는 사람은 그 개한테 자신의 우주를 되돌려 준 신적인 존재가 되는 셈. 김경민 편집자 님과 같이 그 개를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한 생명을 돌봐 주는, 마음 따뜻한 편집자님과 책을 내는 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 이 책이 잘 돼서 '개를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교훈이 생기기를 빈다. (303쪽, 맺는 글 중에서)

사실 난 개를 싫어한다. 싫어하는게 아니라 어쩜 무서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러 종류의 학원 중 수의간호학원도 같이 하는 이가 한때, 주말이면 실습용으로 쓰는 개들을 데리고 왔는데...

개 중에는 천방지축인 경우도 있었지만, 지독하게 훈련이 잘 된듯 눈치가 구단인 개들도 있었다.

내가 툴툴거리면 뒤치다꺼리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이 녀석들이 믹스(잡)종이라서 그렇지,

 생긴거 봐봐...얼마나 이쁘고 귀여운가~,

 게다가 눈치는 구단이어서 대소변 잘 가리고,

 뒤차다꺼리 할 거 하나 없다."

라고 했었다.

난 개가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질병, 예를 들면 회충이나 심장사상충등을 예로 들며 툴툴거렸었고,

그러면 그는,

"넌 어떻게 생각하는게 그리 극단적이고 부정적이니?"

하면서 나를 닭 쫒던 개 지붕쳐다보듯이...가 아니라,

봄날 졸리운 개가 아지랭이 피는 길 위로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를 쳐다보듯이 바라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게 바로 '공신력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기생충에 관한 자료 였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내게, '복된 음성' 복음이 될 줄만 알았다.

글도 맛깔나게 쓰여있고, 재미있을뿐더러,

세계적인 공신력을 자랑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의 교수인데다가,

요즘 최고의 인기와 몸값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곳 알라딘서재에서도 다크호스,

아니다, 얼룩말의 줄무늬를 만드는 기생충 같은 존재 되시겠다, ㅋ~.

내가 왜 이렇게 구구절절 얘기하냐하면,

책이란건 공신력이나 인기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약간' 있게 마련.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읽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도록,

의학용어나 전문용어를 빼고 설명을 하면서도,

공신력을 갖도록 설명을 하는게,

눈높이와 공신력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미있어야 하겠다.

'재미'라는 건 책을 지속적으로 붙들고 있게 하는 힘이다.

그 일례로 얼마전 읽은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이란 책을 보게 되면,

'대부분의 개그가 멍청하고 과장된 말에 웃는데, 사람의 실수를 보고 웃는 것은 개그가 아니라 불쾌한 것' 이라는 말에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정한 개그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어떤 박자에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일상적인 행동해서 빠져나오고 마는 그런 것일 듯하다.

  예를 들면, 아름답고 착한 공주님이 위기에 처한 애인을 구하려고 도적을 발로 걷어차 버린다는 식이다. 이런 행동으로 공주님 이미지가 깨지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도리어 공주님이 인간답게 보일 것이다.' 따위의 내용들 말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미덕을 꼽으라면...성실히 일한 사람의 그것 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성실히 일한 사람 앞에 한마디 수식어를 붙이자면,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정도 되겠다.

여기다가 심심한 김에 한마디 더 붙이자면, 유익하면 더 좋겠고 말이다, ㅋ~.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난 가장 큰 수확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회맹판증후군을 좀더 멋지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음화화하~~~~~!!!

 

 

다시 이 글의 처음, 이 책의 '맺는 글'로 돌아가서 말이다.

이 책이 잘 돼서, '개를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교훈에서 그치치 말고,

이땅에 유기견이 없어져서,

그가 내가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犬들을 집구석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날들이 되기를 학수고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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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7-17 19:06   좋아요 0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이제 주문했습니다.
님의 리뷰에 땡스투를 했지요.^^
앞서시는 님은 멋쟁이!!!!!!!!

sslmo 2013-07-19 17:25   좋아요 0 | URL
사이좋게 하루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기로,
님한테 멋쟁이 소리까지 듣고 영광인걸요.
'땡스 투'는 '땡큐 베리 마치'입니다여, ㅋ~.

감은빛 2013-07-18 17:43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면서 유익하기는 쉽지 않은데,
게다가 눈높이까지 맞췄다니!
역시 마태우스님이시군요.

양철님의 이 글 역시 참 좋네요!

sslmo 2013-07-19 17:32   좋아요 0 | URL
기생충은 흔히들 저소득 국가에서나 발병하는 질병으로들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자연친화적으로...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시는 감은빛 님이라면,
비껴가시기 힘든 교집합 부분이 있겠네요.
이 책을 곁에 두고 보시면,
님과 공주님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saint236 2013-07-19 14:03   좋아요 0 | URL
흠...다분히 친마태적인 리뷰이군요...자꾸 이러면 한번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sslmo 2013-07-19 17:36   좋아요 0 | URL
헐~^^
정정 들어가 주세요.
친마태 아닙니다.
친마태라고 하면 제가 영광이어야 하지만,
저로 말할것 같으면...
그동안 그리 넓은 오지랖을 자랑 했으면서도 마태님 서재는 문턱 한번 넘어본 적 없는 위인입니다여,
철퍼덕~OTL.

굳이 바로 잡을 필요 없을 수도 있으나,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지극히 객곽성을 유지하여 자발적으로 구입, 자의적으로 쓰였습니다여~,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