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가겠다 - 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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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참 행복할 것 같다.

그가 쓴 책들을 읽다보면,

그가 퍼뜨리는 행복함이 마치 햇살조각처럼 여겨진다.

난 그 햇살조각을 주워모아서라도 좋으니,

수해(혜)를 누리고 싶어진다.

가끔 ‘열하’가 미웠다. 나는 혼자 읽을 때는 이런 생각을 단 한 순간도 한 적이 없지만, 그녀가 온통 책에만 빠져, 나를 무시하고, 나와 운우지락을 나눌 때처럼 흥분할 때, 책이야말로 만만치 않은 연적이었다. 단둘이 있을 때는 책 대신 나만 보라 말할 수도 없다. 책을 질투하는 사내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이런 내 마음이 때론 우습고 때론 한심했다. 더욱 비참한 사실은 이 책이야말로 너무 멋지고 사랑스러워, 내가 여자라도 매혹당하리라는 것이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틈만 나면 책과 사귀었다. 깨끗하게 멀찍이 두고 조심스럽게 한 장 한 장 넘기는 식이 아니라 연모하는 사내 대하듯 그 책에 자신의 감정을 옮겼다. 겉표지에 입 맞추고 손바닥으로 쓸고 글자 하나하나를 검지로 만지며 내려가고 옆구리에 끼거나 젖가슴에 댄 채 잠들고 머리맡에 두었다가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냄새 맡고 여백에는 검지로 도장 찍는 흉내를 내며, 이 책과 영원히 함께 머무를게요 맹세했다. 그 책에 비하자면 나와의 사랑은 드문드문 허거웠다. 그녀와 나 사이에 책이 낀 것이 아니라 그녀와 책 사이에 내가 불청객처럼 찾아드는 격이다. 내가 슬쩍 책을 서안 밑으로 밀어두기라도 하면 그녀는 냉큼 책을 찾아서 품에 안고 앙처럼 웃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도 분명 저는 살았었죠. 한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요. 제삶의 첫 자리엔 이 책이 놓였고, 그때부터 전 비로소 숨 쉬고 걷고 밥 먹기 사작하였답니다.”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 고백이었다.(열하광인 상,114쪽)

책읽기를 이렇게 황홀하게 표현하니 말이다.

이렇게 행복한 그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그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책을 자기가 좋아서 기꺼이 읽는다는 느낌이 든다.

 

책을 두고 많은 말들을 한다.

그리고 알라딘 서재, 이 동네는 책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있다보니,

책을 읽고 권하고 추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책을 읽고 권하는 행위가 재밌고 좋아서, 인 경우도 있지만,

직업과 관련된 경우도 있고,

개인이나 집단의 신념과 이익과 관련된 경우도 있다.

내지는 습관처럼 책을 읽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책팔이나 도서평론가라는 직함을 달고 어쩔 수 없이 읽는 경우도 봤다.

 

이렇게 자기가 좋아서 책을 읽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 느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건 (그들은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덕분에,

그의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행복했고,

'읽어가겠다'를 통해 그를 엿보는 동안,

한 없이 유쾌했다.

 

기실, 한때 그에게 열광했었다.

그가 책을 내놓을때마다 잉크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사서 읽었었고,

그가 다작의 작가라는 사실이 축복 같았다.

그런 내가 그를 향하여 시큰둥해진 것은 아마도 내가 책을 좀 넓고 깊게 읽어보겠다며 고전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였나보다.

그의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문장이나 내용들이,

언젠가 읽었던 박지원에서도 본것 같고,

노자, 장자에서도 본것 같고,

이옥의 그것이랑도 일치하고 하는데,

그걸 개연성과 핍진성의 관점에서 소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고전을 베껴 자기 것인양 젠 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걸 중복해서 읽는건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나이를 점점 더 먹어가고,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게 아닌데도,

읽다보면 내용이 중첩되는 부분이 생겼다.

그걸 꼭 모방이나 베껴 쓴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는데,

그런 상황이 자주 생겼다.

 

그건 고전 이론이나 사상, 학설의 핵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고,

또는 정수,

또는 근간이나 엑기스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일텐데,

그게 같은 걸 두고 모방이나 베껴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읽어가겠다'를 고전을 읽듯 야금 야금 아껴 읽었다.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검소하고 소박해지자고 많이 얘기한다.

그리고 검소해지고 소박해지는 방법으로 버리고 단출해지는 걸 얘기한다.

난 여지껏 버리고 단출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안으로 여미고 응축시키는 것을 내포한다는 의미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건 편견과 선입견 안에 날 가두는 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어느 누구도 버리고 단출해지고, 여미고 응축시키고, 를 등가로 놓지 않았었는데,

나혼자서 '홀쭉해진다'는단어를 가지고 그리 상상한 것이었다.

 

흔한 물을 가지고 예로 들자면,

잘 벼리어 성체하는데 쓰면 성수가 되고,

오물을 닦는데 쓰면 개숫물이 된다.

 

바람도,

불씨를 부추겨 불길을 활활 타오르게도 하지만,

안개나 연기를 흩어 성기게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버리고 단출해지는 것도 검소하고 소박해지는 한 방법이지만,

흩어넣고, 성기게 하고, 번지고 스며 물들게 하는 것 또한,

벤다이어그램의 교집합처럼 어떤 의미로는 검소하고 소박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들,

이를테면 하늘이나 땅, 해, 달, 바람, 물, 쇠 같은 것들은,

속성을 달리한다고 하여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그것들을 가지고 누구의 소유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가짜나 도둑 따위를 얘기할 수 없듯이,

자연의 또 다른 이름인, 고전을 어찌 하였다고 해서 모방이나 베껴쓰기 따위의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검소하고 소박해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덜어내고 홀쭉해지는 방법이 아니라,

때로는 응축시키고 농축시키기도 하고,

그리하여 더 단단하게 집약시키기도 하는 걸 보면서 의문이 들었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그것들은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다.

중심부엔 본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랬다가도 이내 점묘법처럼 점점이 흩어져서,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섥히고,

번지고 스며 물들 수 있는 것들처럼,

 

모양이나 형태를 바꾸더라도,

그러면서 번지고 스며 물들더라도,

끝내 잃지 않고 지키는 본성이 있다면 그것을 우리는 자연이라고 불러야 하고,

또 다른 이름으론 고전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나 지금 여기'의 문제에 주먹을 내지르며, 어깨를 비비며, 입을 맞추며!'(9쪽)라며,

김탁환이 '젊음'이라고 부르는 책들은 다른 이름으론 '고전'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걸 삼단논법형태로 전개시키면 이렇게 되겠다.

젊음은 고전이다.

고전은 자연이다.

자연은 오랫동안 변치않는다.

고로, 오랫동안 변치않는건 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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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2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01-02 14:27   좋아요 1 | URL
ㅋㅋㅋ~.
계속 `티`를 섞어야 겠는 걸요.
님의 이런 고견도 듣고 말이죠, ㅋ~.

근데 말이죠~,
저 삼단논법형태는 고 위의 볼트 체에만 걸리는 내용이 아니고,
전체에 고루 적용되는,
말하자면, 삼단논법을 가장한 반어법의 형태를 띤 `강조`쯤이라고나고나~ 할까요~(,.)
그냥 제멋에 겨운거죠.

아니다, 더 그럴 듯 하게 변명을 하자면,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도 아닌데 얽혀진들 어떠하리 버전이랄까여, ㅋ~.

새해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__)

2015-01-02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01-02 15:27   좋아요 1 | URL
저 볼드체 부분은 그러니까 `젊음`을 얘기하는건데,
이 책의 부제가`우리가 `젊음`이라 부르는 책들`이라는걸 간과한다면,
논리적 비약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군요.

지적질이어도 좋고, 손가락질이어도 상관없습니다여.
친히 왕림해주신것만으로도 제겐 버선발로 `후다닥~!`인거 아시죠~?
저 벌써 충분히 감읍했습니다여~^^

차트랑 2015-01-03 22:51   좋아요 1 | URL
대글에 대한 답을 보니
흥미로운 삼단논법 이야기가 오고간 듯 합니다요~

삼.단.논.의. 형.태.는 결코 삼.단.논.법.이 될수가 없으니
위 글에서 삼단논법을 논할 여지는 없어보인다 싶고요

어째거나, 젊음은 고전이다.는 가언적 삼단논법의 형태라 볼수 있겠군요 ㅋ

결론은,
형태는 형태일 뿐, 본질은 아니다^^
그러니 본질이 아닌 것의 허물을 탓하면
진짜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겠다
뭐 그런 헛소리였습니다여~~(앙철나무꾼님 버전으로^^)

오랫만에 들어와서 헛소리하고 갑니다여 ㅠ.ㅠ

올해는 서재질을 좀 해야겠다 싶은데
영 손이 가질 않네요 에혀~

아무쪼록, 양철나무꾼님, 그리고 어느 분이신지는 알수가 없사오나
삼단논법의 형.태.에 문제를 제기하신 분,
두분 모두 새해에는 더욱 평안하시고
더욱 건강하시길 빌어드립니다

차트랑공 올림

어헛, 알고보니 제 닉네임도 까먹었네요

차트랑 올림 ㅠ.ㅠ


sslmo 2015-01-04 15:22   좋아요 1 | URL
가언적 삼단논법은 또 뭐래여~?@@
괜히 무식한 사람이 문자 썼다가,
이 참에 밑천이 톡톡히 드러나네여~ㅠ.ㅠ

제 생각에 가장 큰 오류는,
저기 수혜라고 써야할 것을 수해라고 써서,
물에 싹쓸이 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져.

모쪼록,
차트랑 님도 그렇고,
저 위에 속삭이신 분도 그렇고,
우리 새해에는 `서재질도` 쫌 열쉬미 해보자구여, 헤헷~^^
 
EBS 다큐프라임 죽음 - 국내 최초, 죽음을 실험하다!
EBS <데스> 제작팀 지음 / 책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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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늘의 화두는 남경태 님의 지병으로 인한 별세 소식이 아닐까 싶다.

나같은 경우는 당신 덕에 국사와 세계사가 재밌는, 그래서 읽어보고 공부해볼만한 학문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분위기를 바꾸어,

내가 하루종일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파서 죽을 것 같애...빨리 델꾸 갔으면 좋겠어."

뭐, 이런 류의 말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엄마~!" 내지는 "어르신~!"하고 크게 호칭을 하여 주위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면 "나 귀 안 먹었어, 조용조용 얘기해.귓청 떨어져 죽것다."

이런 말들이 들려온다.

그럴때 뜸들이지 말고 꼭 이렇게 대꾸해야 한다.

"그렇게 아픈걸로 안 죽는닷~!"

어쩜 이분들은 죽을만큼 아파서 나를 찾는다기 보다는, 당신이 아픈걸로 죽을지 알 수 없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다시말해,

오랜세월 함께 해오던 실체가 있는 통증이 두려운게 아니라, 실체 따윈 없어서 어떤지 알 수 없는 죽음을 두려워 하고 계신 셈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이런 분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자다가... 잠자듯 갔으면 좋겠다'가 희망사항이시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죽지않고 살 수 있는게,

진시황제처럼 不老, 不死가 인류의 최종 과업처럼 생각되는데,

'삶이 아름다운건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라는 카프카의 역설적인 표현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삶을 산다는 건 어떤의미로든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의미도 되겠다.

 

겉표지의 '국내최초, 죽음을 실험하다!'와  '죽음'을 '실험'으로 증명하다'따위의 돌출 문구를 보고,

그리고 이 다큐프라임의 기획 기간이 1년여가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죽음'이라는 실체에 어떤 식으로든 접근할 수 있게 될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죽음의 실체에 접근하게 됐을때,

공중파 방송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죽음의 공포에 노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움을 겪을텐데 괜찮았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런 것은 나의 기우였다.

그러면 그렇지~,

공중파 방송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가 죽음의 공포에 대해서 무언가를 느낄 정도로 그렇게 선명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런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어 냈으니

실체에 접근은 고사하고,

실험으로 증명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나는 저 '죽음을 실험하다'와 '죽음을 실험으로 증명하다' 따위의 문구를,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근사체험자)이 존재한다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그런 개인적인 경험에서 객관성을 끄집어낼 수 있는 어떤 것을 실험으로 증명해 냈다는 얘기인 줄 알았다.

물론 근사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죽음 경험에서 뭔가 유사점이나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해 낼 방법은 없다 싶어서 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의미는 이 책 자체에서 보다는,

EBS가 교육 방송국이라는 취지에 맞게,

죽음을 탐사하고 교육하는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탐사는 탐구로 바꾸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이런 속마음을 들여다본듯, 이 책의 에필로그는 위처럼 끝을 맺는다.

 

이게 방송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을때는 한줄짜리 격언과 사진, 그림들이,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느라 필요했을 것 같은데,

책에서 만나게 되니, 여백이라기 보다는 군더더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동안 양자역학, 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이 이쪽으로 내공이 깊은 게 흥미로웠다.

소설 속에서는 냉각요법이나 수면 요법 등을 통하여,

그 상태로 몇 백년동안 유지하는 것에 대하여 언급되기도 했었지만,

이렇게 양자역학, 양자 물리학이 인간의 '의식'과 관련하여 언급되어지는건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죽음을 교육해야 한다' 말고도,

'죽음을 피할 수 있다' 가 깊이있게 논의되어줘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카더라'수준으로 일축하고 말아 아쉬웠다.

 

이 책의 내용은 피상적이지만,

'참고문헌'목록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하다.

만족한다.

 

언젠가 주말의 명화에서 봤었던것 같은데,

유명 여배우가 평생 젊음을 유지하다가 죽은 후에 보니,

얼굴은 성형수술의 힘으로 젊을 때 고대로인데,

손의 주름살은 어쩔 수 없어 장갑을 껴서 감췄더라는 내용이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잠자는 동안 모든 생체의 흐름이 멈춰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비껴 갈 수 있고,

중력을 거슬러 주름살 하나 없는 팽팽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죽음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죽지 않고(못하고) 살아야 한다면,

그렇다면 살아있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나 축복,

이렇게 온몸으로 맴새맡고, 만지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감각적인 '감각'들은 무뎌지지 않을까?

 

인생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백세까지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세상 모든것을 감각하고 누리고 호흡하고,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내 멋에 겨워 살고싶다.

 

물론 그전에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단서는 붙겠지만,

내가 날 잘 아는데,

그동안의 내 삶에 미루어 크게 비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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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12-24 11:54   좋아요 0 | URL
이 책 관심있었는데 양철나무꾼님의 리뷰로 갈음할게요. 메리크리스마스예요^^

sslmo 2015-01-02 12:31   좋아요 0 | URL
blanca님, 메리 베리 해피 뉴이어 요~^^

yamoo 2014-12-25 14:21   좋아요 0 | URL
제가 하루중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지랄`입니다~ 무슨 말만 하면 저 말을 꼭 들어요. 그래서 성격이 점점 지랄맞게 변하는거 같아욤..ㅡㅡ;
그리구..하룻밤 지식여행 시리즈 중 한권인 <의식>을 봐보세요. 거기 양자역학과 양자물리학이 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꽤 불친절하게요. 그치만 의식이 어떻게 학제적으로 연구되는지 볼 수 있어요~

sslmo 2015-01-02 12:38   좋아요 0 | URL
암튼, yamoo님의 관심 분야 또한 완전 광대하기가 하해와 같으신게죠, ㅋ~.
저 방건웅이나 양형진 이딴 사람들이 쓴 책 많이 갖고 있어요.
하지만, but,
꽤 불친절해서리,
솔직히 얘기하면 어려워서리, ㅋ~.
손도 못대고 있다나, 어쨌다나~(,.)

yamoo님, 해피 뉴 이어여~^^

서니데이 2015-01-01 23:3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새해 첫날이라 인사드리러 왔어요.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셨으면 해요.
올해도 좋은 이야기와 인연으로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slmo 2015-01-02 12:4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제가 손으로 꼼지락거리는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공방 차리는게 제 오랜 로망이라서,
전 매일 꿈꾸기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해서,
님이 여간 부럽지가 않아요.

님도 새해 복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아울러 하시는 일, 번창하시구여~^^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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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난 그 사람의 글은 그 사람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사람의 글만큼 그 사람을 잘 반영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이나 대본, 시나리오처럼 허구의 그것이든지, 붓가는 대로 쓴다는 수필이든지 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소설처럼 허구의 그것이라도 개연성이나 핍진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인간의 그것을 비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김연수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소설에 푹 빠진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허구가 아니다. 그게 다 핍진한 문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84쪽)

 

내가 이 글 처음에 밝힌 저 문장은, 김연수에게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

내가 김연수에게 느낀 심심함은 다른 사람들 또한 그렇게 느꼈는지,

ㆍㆍㆍㆍㆍㆍ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그 소설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말하지 않고 나의 어디가 잘못 됐는지를 얘기했다. "그렇게 숫기가 없어서 무슨 소설을 쓰나?" 이런 말도 들었고, "소설가가 술을 그렇게 못 마셔서야!" 이런 말도 들었고, "연수씨는 정신을 좀 내려놓고 에고에서 해방되어야만 해요", 이런 말도 들었다. 소설을 고치라면 고치겠는데, 나를 바꾸라니. 그건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인가!(100쪽)

그는 책을 빌어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이게 소설가에게만 국한된 일이라곤 할 수 없는게,

나도

"그렇게 숫기가 없어서 무슨 큰일을 하나?"라든지,

나의 직업을 들먹여 가며,

"OO가 술을 그렇게 못 마셔서야!"

"넌 정신 줄을 좀 놓을 필요가 있어."

따위의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기 때문이다.

 

결국 '소설가의 일'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직업이 소설가인 사람의 일이고,

이건 바꾸어 얘기하자면, '사람의 일'정도 되겠고,

한마디로 줄이면 '삶'정도 되겠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거라 생각하고,

내일은 오늘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인생 뭐 별거없다.

다른 사람의 삶도 나와 크게 다를 바 없고,

내일의 삶이 오늘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것이다.

 

그러면 이 평범한 삶을, 오늘과 크게 다를게 없는 내일을 다르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난 그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사람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물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짓을 하다보니까 그 선입견은 삶의 신조가 돼버렸다. 남들이 안쓰럽다고 혀를 차는데도 나만은 재미있다면, 그건 평생 해도 되는 일이다.(32쪽)

 

나는 힘쓰는 일은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뭘 짊어지고 다나는 걸 본 사람 있는가? 오직 책, 내가 그 어떤 물건보다도 사랑하는 책만을 나는 짊어지고 다닌다. 그러니 생고생은 피할 수 없는,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생고생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 사랑이 없다면 피할 수 있었던 그 많은 생고생들이 이를 증명한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이 생고생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건 내가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뜻이다. (46쪽)

 

꼭 남몰래 연애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욕한대도 나만은 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감정이입이란 그런 것이다. 이성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건 마치 사랑 같은 것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지, 머리로 설명한다고 되는게 아니다.(164쪽)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입니다. 잘 쓴다도 못 쓴다도 결국에는 같은 동사일 뿐입니다.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은 그는 소설가입니다.' 삶을 이 말에 대입시켜보자면,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살다'라는 동사일 뿐이다. 잘 살아도, 못 살아도 살아있는 한 사람인 것이고,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암튼, 자기가 쓴 초고를 보고 약간의 구토 증세를 느끼는게 자기 잘못이 아니고,

이 우주가, 아니, 우리를 둘러싼 언어의 세계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고,

'좀 쓸 만한 단어는 그런 너저분한 단어들을 뚫고 가야 나오(75쪽)는 것'이듯이,

내 삶을 돌이켜보고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는 것 또한 이 세상이 이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후회없는 삶이란 너저분한 삶을 뚫고 가야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의 밑바닥을 치거나 너저분한 삶을 살아도 후회없는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더라.

 

삶은 행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의미있는 삶이란 행위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기쁘고 행복했던 것은, 엉뚱하게도,

'데이비드 미첼'의 '유령이 쓴 책'을 우리나라에 전한 사람이 김연수 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유령이 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삶에 있어서 손가락 안에 꼽는 그런 책이고,

그런 책을 만나서 읽게 됐다는 걸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흔히 이런 경우, 우연이나 운명 따위를 빚대어 얘기하는데,

운명같은 책은, 책이 나에게로 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시기적으로 좀 빠르게 또는 더디게, 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읽게 된다.

 

운명같은 사람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인연이 아니라고 하여, 내가 억지로 피한다고 하여 피할 수 있는게 아닌것 같다.

시기나 장소 등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그걸 김연수는 소설가니까 소설가답게 이렇게 얘기하고,

난 삶에 대입시켜 이렇게 리뷰로 갈음한다.

생각 속에서 물은 0도씨에서 응고돼 얼음이 되지만, 감각 안에서 얼음은 펄펄 끓고 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학술적으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한 번 나를 안아주는 것만 못하다. 그건 못해도 너어어어무 못하다. 그러니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소설가는 늘 이 감각적 세계에 안기기를 갈망해야만 할 일이다.(225쪽)

 

또 한가지, 내가 요즘 고민하는 장서와 관련하여,

내 서가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진다. 한 부분은 읽은 소설, 또 한부분은 읽은 비소설, 나머지는 읽지 않은 책들이다. 읽은 책들은 내가 보기에 좋은순서대로 꽂는다. 그러니까 제일 좋은 책이 맨 앞에 있고, 뒤를 이어서 그다음 좋은 순서대로 책들이 쭉 꽂힌다. ㆍㆍㆍㆍㆍㆍ그렇게 해서 평생에 걸쳐서 소설 365권과 비소설 365권을 선정한 뒤 일흔 살이 지나면 매일 한 권의 소설과 한 권의 비소설을 읽으면서 지내고 싶다. 그러니 내 노후대책이라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730권의 책을 마련하는 것이랄까.

 아직 나는 730권의 절반도 책꽂이에 꽂지 못했다. 신간을 보면 베스트 365에 들지 못하는 책이 태반이다.(168쪽)

이런 얘기를 한다.

 

현재 나도 책을 세부분으로 나눈다.

읽은 좋은 책, 읽은 전공 관련 책, 읽지 않은 책.

난 이걸 통틀어 500권 정도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더 단출하게 줄일 수 있으면 줄이고 싶다.

 

지금도 느끼는 것이지만,

삶의 지혜나 선인들의 말씀 따위는, 

책 속에 있지않고,

삶 속에, 또는 행동 속에 녹아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삶 속에서 느끼고 깨달은 그것은,

잘못되면 시행착오라 불리우고 다시 행하면 되지만,

책을 잘못 읽었다고 하여,

어느 누가 우리에게 바로 잡아주거나 하지 않는다. 

 

 

소설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아름답고 살만한 것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간다는 것이다. 

 

책도 그렇다.

혼자 읽고 덮어버렸을 때는,

잘못이나 오류가 있는지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고,

그걸 바로 잡아줄 사람은 더더욱 없을 지도 모르지만,

이런 소셜 네트워크가 좋은 것은,

 

이렇게 남기는 리뷰나 페이퍼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게 되면서,

 

편견이나 독단, 사상의 오류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암튼, 이 책의 '소설가의 일'이란 제목은 잘못된것 같다.

소설가가 아닌 우리 모두, 사람이라고 해야할 것 같고,

'일'이라고 제한하기 보다는,

삶을 살고 숨을 쉬듯,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사이의 그런 짧은 일상 까지도 포함하는 '짬'을 통틀어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일상 얘기가 이렇게 재밌고 흥미진진해 보기는 처음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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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12-15 19:45   좋아요 0 | URL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유령이 쓴 책>을 찾아 떠납니다.^^

sslmo 2014-12-16 12:20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님 페이퍼 보고 try to 한거 잖아요.
님 덕분이예요~^^
 
백년식당 -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중앙M&B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요일 오전 내가 즐겨듣던 '라디오 북클럽, 방현주입니다'가 일요일 오전 6시무렵으로 바뀌고,

그 시간에 여행작가가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코너를 진행한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엉덩이가 무거운 '방콕'족이어서,

여행이라고 하면 '아들의 현장학습 제출용을 빙자하여서'가 고작이었던 터라,

여행 프로그램이라면 귀 담아 들었을 리가 만무하니 충분히 귀를 비껴가고도 남았을텐데 기억에 남는 것은,

진행을 참 따뜻하면서도, 맛깔스럽게 하고 있어서였다.

 

그리하여, 그리 많지 않은 나의 여행 경험에 대입시켜 봤을때,

그렇고 그런 여행을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화려하고 훌륭한 잠자리와 진수성찬이 아니라,

여행지의 본질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지방색이 있되 편안하고 소박하여 여독을 풀기에 적당한 그런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경우엔,

여행작가라고 하면 어떤 여행지를 소개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음식과 맛집을 소개하는지에 따라 호ㆍ불호가 나뉘는데,

그는 나의 사랑 '박찬일'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아흑~~~~~~!!!!!!

 

내가 박찬일의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근 글이 좋기 때문이지만,

난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수식이 화려한 것 보다는 소박하고 수더분한걸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박찬일의 미문은 내게 넘치는 감이 있지만, 뭐~(,.)

 

하지만, 그는 행동으로 말을 하는 요리사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배워 왔으면서도,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등,

슬로 푸드, 로컬 푸드 개념을 양식당에 최초로 적용하며,

재료의 원산지를 꼼꼼히 밝히는 방법 등을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아스파라거스 대신 진도 대파를,

수입 연어 대신 제주 고등어를,

수입 쇠고기 대신 남원 흑돼지를, 메인으로 쇠고기 스테이크 대신 내장 부산물 요리를 내놓는단다.

(책 날개 안쪽)

 

그런 두 남자가 아침 시간에 나와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여행이라는 소재가 잘못하면 몇몇 사람들의 그것이 되어,

보통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그것은 따뜻함과  사람 위주의 철학이 담겨져 있어서 그런지,

전혀 겉돌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런 두 남자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낸 책인 것이다.

그들이 소개하는 음식 중엔,

변호인을 통해 알게 됐던 돼지국밥이 있었다.

한 사람은 '변호인'을 안 봤다고,

다만 사흘 밤낮을 국물을 우려내는 과정만을 지켜봤다고 팩트를 얘기함으로써,

정치색을 용케 배제하는 대신,

보지도 않고 먹어보지도 않고 음식을 진국으로 만들어 버린다.

 

서서갈비를 얘기하면서,

갈비는 원래 고기가 적은 부위로 다른 부위를 붙일 수밖에 없다며,

얼마전 회자됐던 대법원 판결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따로국밥과 토렴하는 얘기 등을 할때도 마찬가지로 화려한 수사를 하나도 섞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이 둘을 계속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된건,

허균의 '도문대작'을 인용하는 걸 듣고나서였다.

 

암튼, 그렇게 풀어낸 얘기들이고,

그게 책으로 탄생했다.

'백년식당',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 기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당 수가 많기로 세계에서 일들을 다툰다. 그 때문인지 '식당이나 해볼까'하는 말을 흔하게 한다. '~이나'라는 말에는 식당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함축되어 있다. 음식솜씨가 좀 있으면 주위에서 식당 해보라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한다. 또 실제로 그렇게 열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다. 음식은 맛있는데 경영에 어두웠다고 진단한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 되는 식당은 음식이 맛없기 때문이다. 경영 못한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음식 맛이 없었다는 평가는 죽어도 싫어한다. 불행히도 그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맛있는 식당은 안 망한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살아남는 이유다. 손님에게 욕하고 불친절해도 맛있으면 잘된다.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老鋪)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식당 제일 많고 그만큼 제일 잘 망하고 그만큼 맛없는 식당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을 버틴 식당이다. 그 세월만으로도 가치가 있다.(5쪽)

 

노포가 희귀하다면서 엄살을 떠는데,

30년만 되어도 노포 축에 드는데, 이 책에서는 50년은 너나들이하는 집을 골랐단다.

그러면서 노포를 취재한 걸 두고 살짝  공치사 한다.

 

노포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단다.

첫째, 맛있다.

둘째, 주인이 직접 일한다.

셋째, 직원들이 오래 일하는데,

        그건 필요조건이라기보다 결과적인 면인데,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란다.

        한마디로 '사람 대우'를 해주니까 오래 다니는 것이다.

 

이 얘긴 바꾸어 말하면, 대박집 '노포(老鋪)'가 되고 싶다면,

경영에 어두우니 어쩌니 이딴 말 하지 말것이며, ㅋ~.

맛이 있어야 하며,

주인이 직접 일해야 하며,

사람 귀한 줄 알고 '사람 대우'를 해주는 그런 곳이면,

대박집이 될 것이고, 노포(老鋪)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승승장구하는 대기업이라도,

사람을 사람대접 할 줄 모른다면,

언제 쪽박을 차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그 항공사의 경우,

과거 여승무원들에게 긴바지 유니폼을 제일 먼저 도입해  배려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음식은 사람이 먹는 것이다.

내가 박찬일을 애정하는 이유는,

슬로 푸드, 로컬 푸드 개념이,

우리 땅에서,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가 왜 중요한지를 알고,

소신을 갖고 '양식'을 요리하는 사람이라서이다.

 

노포(老鋪) 뿐만이 아니라, 어느 회사고 어느 일터에서라도,

심시어 논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도 알고 대우를 해주면 그에 상응하더라.

자연은 그런 것이더라.

사람을 자연에 포함시킬 것이냐,

자연에서 제외시켜, 'OO만도 못한~' 소리를 듣도록 할 것이냐는

각자의 몫이 아니고, 상호적인 문제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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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요즘 한창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정OO에 대해서 지인에게 얘기할 일이 있었다.

 

지인은 스마트폰이 사람을 망친다며,

찌라시 수준의 정보를 믿는거냐며,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막 화를 냈지만,

다 나를 위한 쓴소리라고 생각하고 참았었다.

 

찌라시 수준의 정보는 점점 구체화되어갔고, 그리하여 이젠 수면위로 부각이 되었다.

이젠 대통령까지 실명을 거론할 정도란다.

엊그젠가, 그 지인에게 그 일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는데,

본인이 정보의 진위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은 하지않고,

무조건 그 정보는 찌라시 수준이라고 일축해버리길래,

약이 오른 나는,

'베갯머리 정사 얘기 많이 들어봤어도,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바뀐 경우는 처음본다'

며 들이댔다.

그랬더니,

'독재를 할려면 제대로 해야하는데, 물러터져서 그런다'

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꼭지가 팽 돌아서 아무것도 안 보인 나는 '미친넘'이라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해버렸다.

 

태어나서 '미친넘'이란 소리를 나한테 처음 들어봤다는 지인도 충격이었겠지만,

나도 지인의 사고방식이 큰 충격이었다.

독재를 정당화한 그 사고방식에 충격을 받은게 아니라,

나랑 이상과 가치관이 달라서,

내가 몹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을 '기'라고 생각하는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와 이상과 가치관이 달라도 공존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이상과 가치관이 나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슬쩍 한부분에서 어긋나는데도 그러기 힘든 경우가 있다.

 

나는 스스로를 유연하고, 또 유연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무조건 나를 고집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가 덜 성숙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사람 싫은건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내가 좋아할려고 노력을 안해본것은 아니지만,

이젠 이름만 들어도 살갗에 소름이 돋는건 어쩔 수 없다.

 

자신에게 안 맞는 버거운 옷이면,

그걸 깨달았을 때라도 늦지 않았으니,

많은 사람을 위해서 벗어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능력밖의 것을 끌어안고 깔고 뭉개면,

선을 위한 독선이 되고,

신념이란 탈을 쓴, 개인의 ego를 위한 독재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편은 많은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건 그와 정이현이 함께 쓴 '사랑의 기초'때도 느낀 건데,

'사랑을 하면 섹스를 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다.'는 것이다.

이걸 저 위에 대입시켜 본다면,

내가 그니를 좋아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거나 우리나라의 헌법에 위배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인생학교 | 섹스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그런데 때때로 그런 지침서들에 신경이 바짝 곤두설 때가 있다. ㆍㆍㆍㆍㆍㆍ용기를 붇돋워주는 이야기들과 유용한 삽화들이 무색하게도 말이다.ㆍㆍㆍㆍㆍㆍ대다수가 위로받고 싶어 하는 진짜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ㆍㆍㆍㆍㆍㆍ그보다는 오히려 육아와 금전 문제로 티격태격하던 부부가 잠자리에서도 틀어져버려 서로 말도 못하고 애를 태운다거나, 아니면 자신이 인터넷 '야동'에 중독된 게 아닌가 싶어 괴롭다거나, 혹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성욕이 치솟는다거나, 직장 동료와 불륜을 저지르는 바람에 배우자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 등이 진짜 걱정거리다.

 

우리가 겪는 가장 절박한 성문제 중에서 섹스 기교와 관련된 것은 거의 없다.(24~25쪽)

 

암튼,

'미친넘'이 나의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었음을 감안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건 바꾸어 얘기하면 그런 얘길할 수 있을 정도로 이물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는 미친넘이란 말이 그런 이유에서 듣기 싫지 않다고도 했다.

 

그랬는데,이번에는 그가 일부러 나에게 '자빠져 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단 한번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던 나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그런 말 한마디가 가까운 사이에만 이물없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해도,

가깝고 이물없는 사이라서 좋다기보다는 충격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내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중언부언 길었다.

북플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가 이렇게 길어졌다.

북플을 내가 직접 사용해 보지 않고 '글쎄올시다'라고 하는 건,

저렇게 경험해 보지못하고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우를 범하게 될것 같아서,

직접 사용하여 보았다.

우려했던 대로, 폭 빠져 들어 헤어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알림 기능이 있어서, 시간시간 바뀌는 변화들을 알려준다.

 

 

 

그럼 북플, 알라딘 서재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동 시간대에 일어나는 변화들 중에 누락이 되는 것도 있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내가 그 정보는 알림이 되지 않기도 한다.

컴퓨터로 알라딘 서재에 접속하여 확인하였다.

 

또 컴퓨터로 확인 했을때 내 정보는,

 

이랬었는데,

북플에 접속하여 보니,

 

 

 

 

 

대충 이렇더라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구입한 책도 아니고, 내가 리뷰를 쓴 책을 기준으로 마니아가 결정이 되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책을 읽고도 페이퍼로 썼거나 한것은 제외되었다.

 

그러니 컴퓨터에서 맛보기식으로 보여주는 저 위의 데이터는 밑의 데이터를 뭉뚱그린 것이긴 하지만,

밑의 것도 기준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으니,

예를 들면 이런 식이라고, 예시라고 명시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몇명 중에 몇번째도 아닌 저 수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의 선입견처럼 마냥 '글쎄올씨다'만은 아닌,

그렇다고 하여, 마냥 편리하고 좋은 것만도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실시간으로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글들과 알라디너와 그딴것들을 알 수 있고,

어떤 책들이, 어떤 책 얘기가 오고가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편리한것 같다.

 

이게 북플을 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나와 '친구' 설정이 된 사람의 정보를 중심으로 업데이트 되는데,

양이 방대하다 보니, 이게 알라딘 서재의 대부분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겠다.

 

좋은 점은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그리하여 그들이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도 북플의 알림만을 믿고 있다가는 알라딘서재의 다양한 정보를 간과할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겠다.

아울러 나처럼 귀가 얇은 사람에겐 완전 제대로 지름신 강림이다, 에혀~ㅠ.ㅠ

 

 

 

 

 

 [세트] 인생학교 세트 - 전6권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정미나 외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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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4-12-08 17:59   좋아요 0 | URL
신앙의 영역에서 사시는 분들 많죠. 오늘은 공주님들의 난이더군요. 비행기 세우는 공주님, 바람 난 공주님..마녀가 빨간 사과라도 들고 나타나야 와꾸가 맞는데 말이죠. 전 `보통`의 책은 정말 체질에 안맞더군요. 으웩.

sslmo 2014-12-09 09:04   좋아요 0 | URL
잠자코 잠이나 자는 공주님은 정녕코 없단 말입니까?
그럼 전 목에 걸린 사과가 언제 넘어와 깨어날지도 모르니까,
그 전에 물레를 배워 돌려얄텐데요, ㅋㅋㅋ~.

저도 `보통`사람인데 `보통`이 영 별로더라구요.
근데 저 `으웩`은 번지수를 잘못 찾지 않았나요?
왠지 저 앞 공주님의 연장선 같아서 말이죠, ㅋ~.

무해한모리군 2014-12-08 18:44   좋아요 0 | URL
박대통령의 지지률이 아무리 떨어져도 40%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저를 자주 좌절케합니다....

sslmo 2014-12-09 09:05   좋아요 0 | URL
집단 마법에 걸린것 같단 말이지 말입니다여~ㅠ.ㅠ

2014-12-08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9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08 18:59   좋아요 0 | URL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을 물러터져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 차이가 아니라 그냥 무식한 거죠. 물러터졌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착하다는 말인데 박근혜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은 형광등 100개이니 빛이 아니잖습니까. 바로 그러한 마음 자세가 결국 수많은 가난하고, 힘없고, 아픈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sslmo 2014-12-09 09:13   좋아요 0 | URL
님의 말씀에 심정적으로 격하게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님처럼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비겁한거죠~--;

cyrus 2014-12-08 23:43   좋아요 0 | URL
마니아 시스템이 재미있는 게 최근에 읽은 책이나 작가가 아닌데도 자동으로 마니아로 등업(?)하더라고요. 제가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를 오래 전에 읽었는데 뜬금없이 이 책의 마니아가 되었다고 알림이 오더군요.

sslmo 2014-12-09 09: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잘 안착되리라 믿습니다~^^

달궁 2014-12-12 02:42   좋아요 0 | URL
덕분에 앱스토어로 달려갑니다 ㅎㅎ

sslmo 2014-12-16 12:1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달궁님.
잘 지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