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름사전 -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구름! 파도구름에서 면사포구름까지 구름의 다양한 삶을 사진으로 읽는다
무라이 아키오 외 지음, 고원진 옮김 / 사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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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직접 오프라인에서 마실을 다니면 여기저기 바람따라 구름따라 다니며 햇살에 광합성이라도 하고,

구름에 가리운 해님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그늘에 숨기도 하고,

바람에 옷깃이나 머리카락이 날리면 날리는대로,

그렇게  발 닿는대로 나를 내맡기면서 말 그대로 유람이고 여행이고 하지만,

이 곳 알라딘 서재에서 마실을 다니게 되면, 

도처에 책에 관해선 달인과 숨은 고수들이 포진해 있는 고로,

지름신만 강림하게 될 뿐,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이 또 그렇게 늘어 얼굴이 누렇게 뜨고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

별 영양가 없다.

 

암튼 서재 이웃 마실을 다니지 말든지 해야지,

언젠가 이웃 알라디너에게 놀러갔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름사전"이라는 멋진 제목에

표지는 바라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파란 색이다,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오늘, 그 맘 대신 이 책을.

이란 소개를 보고 필 충만하여 구입한 책이다.

 

난 옛날부터 하늘색을 참 좋아했다.

파란 색이 아니라,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하늘 색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지금은 방치해 두긴 했지만, 카카오스토리 대문도 한가득 하늘 사진으로 꾸몄을 정도로 하늘과 하늘색을 좋아했다.

이 사진을 참좋아하는데, 비행기 유리창을 통해 내려다 본 하늘과 구름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 몸이 공기인형처럼 빵빵하게 공기가 들어가 부풀어 올라 날아 오를 것만 같다.

 

책에는 구름의 생성과정과 구분 방법, 10종 기본 구름과 약호, 별명, 10종 기본 구름을 판별하는 방법 등이 나와 있고,

11번째 구름이라고 해서 비행운과 살면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희귀한 구름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그밖에 소소하게 촬영기기나 광학현상 등에 대한 소개도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10년 동안 찍은 사진을 갖고 만든 책이라서 사진을 많이 싣고 싶은 욕심에 그랬겠지만,

하나같이 좋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다는 느낌보다는,

사진이 너무 많다보니 조잡하고 복잡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컷 수를 줄이더라도 사진의 크기가 좀 더 컸으면,

하늘이 주는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138쪽의 봄이 되었음을 알리는 적운 사진이 가장 좋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저분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수평의 분할 구도가 만들어 내는 선이 안정감을 주고,

못자리에 댄 물에 빠진 하늘과 시이 사이 모들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 사진도 두페이지에 걸쳐 실리다보니 잘렸다, 아쉽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비행운이 발달해서 넓게 퍼질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단다.

 

이 책은 의도도 좋고 내용과 사진 모두 훌륭하나,

'일본 아마존 천문학 분야 4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라는 겉표지의 노란 딱지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저런 기획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온 사람들이 있을텐데,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우리나라의 그것을 기획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에는 구름을 알면 무엇이 좋을까 하여,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하고 끝을 맺는다.

 

물론 고개를 들어 하늘과 떠가는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되겠지만,

드넓은 하늘에서 호연지기 따위를 키울 수 있겠지만,

그냥 아름다운 구름의 사진을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할 말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예로부터 '진인사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이니,'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이라고 하여,

인간이 노력해서 어쩌지 못하는 일은  자연환경이나 하늘의 특별한 도움이 있어야만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살다 보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좋은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때 운명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느냐,

아님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치환시키느냐는 내 마음 먹기 나름이다.

그렇다면 고칠 수 없는 운명을 어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러니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이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하늘'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삼국지>의 제갈 공명이다.

사마중달을 호로곡으로 유인하여 펼치는 화공 작전은 신영복 님이 말씀하시는 적벽대전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

사마중달에게 남은 것이라곤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된 그 순간,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그때 제갈공명이 이렇게 얘기한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이란다.

옛날 구름의 모습으로 미루어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을 때는 하늘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마음먹기 나름이니, 마음을 곱게 먹어야겠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을 오늘날의 버전으로 바꾸면 이쯤 될듯 하다.

마음은 닦을때 아름답고 쓸때 빛난다.

 

비가 와서 잔뜩 가라앉은 하늘 때문에 오늘은 구름을 보기가 여의치않았다.

못자리 물에 빠진 적운 사진을 흉내 내려다가 새만 한마리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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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4-29 18:40   좋아요 0 | URL
저도 구름 정말 좋아해서,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가 절판이어서 당분간은 다행이다 합니다ㅎ; 도서관 검색도 일부러 하지 않았어요!

sslmo 2015-04-30 11:58   좋아요 0 | URL
전 어릴적 장래희망 중에 천문학자가 되는 것도 들어 있었어요, ㅋ~.
전 용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알라딘 상품권을 먼저 사는데 말이죠,
언제 부턴가 지름신 제대로 강림이어서,
도서관 검색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이고,
이젠 신간 안내 메시지 서비스 받는 것도 중지해얄까 봐요~^^

해피북 2015-04-29 19:35   좋아요 0 | URL
이곳도 비가온뒤 흐려서 구름을 볼 수 없지만 정말 청명한 하늘에 유유자적 흘러가는 구름을 볼때마다 저렇게 사는게 인생인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양철나무꾼님두 고수 중에 고수님이시라 글을 읽을적마다 감 하고 동하여 북카트에 자주 책이 실리곤 한답니다 ㅋ 그래도 전 좋아요 다른 분들은 인문학 강좌다 무슨 강좌다 비싼 돈 들여 배우시러 다니는데 저같은 소생은 이곳이 강의실이자 배움터랍니다 부디 발길을 끊지 말아주소서~~~ 호호호(붉은돼지님 버젼) ^~^

sslmo 2015-04-30 12:01   좋아요 0 | URL
하긴 책처럼 비용 대비 저렴하고 알차며,
게다가 에너지소모도 적은 강좌가 어디있단 말입니까여?

그런 의미에서 해피북님의 요리 강좌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cyrus 2015-04-29 22:40   좋아요 0 | URL
‘구름’ 하면 모네의 풍경화가 떠올려요. 한창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 모네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구름을 움직이는 순간을 그림으로 옮기려고 했어요. 그래서 구름이 떠다니는 인상파 풍경화를 보면 무언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져요. ^^

sslmo 2015-04-30 12:03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역쉬 cyrus님의 그림 얘기는 흥미진진한 것이, 제겐 신기루 같습니다여~ㅅ!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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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끝에 가면, 네덜란드의 의사이며 작가인 반 에덴의 동화 『어린요한』중 '버섯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산책로에 버섯 군락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버섯 중 하나를 지팡이로 가리키면서

"아들아, 이건 독버섯이야!"

하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을 것이지만,

독버섯이라고 지목된 버섯은 충격을 받고 쓰러진다.

옆에 있던 버섯 친구가 그동안 베푼 친절과 우정을 들어 절대로 독버섯이 아님을 역설하지만, 위로가 되지 못한다.

지팡이 끝이 자기를 가리키며 독버섯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위로하다 지친 버섯 친구는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라고 한다.

 

'독버섯'은 사람들 '식탁의 논리'일뿐 버섯세계의 논리가 아니다.

버섯은 버섯세계의 언어로 얘기하고 버섯세계의 논리로 판단해야 한다.

신영복 님이 '죽지않은 이유'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단다.

 

이 책 <담론>은 신영복 님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달았다.

신영복 님의 지난 책 <강의>가 어려웠던 나로서는 이 책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거기에서 조금 업그레이드 됐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가르치는 것'을 '강의'라고 한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봤을때,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렀다는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겠다.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알아 듣지 못하면,

조금 어렵든지 많이 어렵든지 큰 차이는 없다,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강의 1회를 팟캐스트에서 맛보기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강의는 교재를 함께 읽는 것부터 한다고 하여서 쉽고 편하게 생각했다.

하루종일 제각기 바쁘고 지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니,

미리 공부해 올것 없이,

같이 교재를 읽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두어 보는 식으로 강의가 진행된다고 하길래,

책도 그런 형태에서 크게 안 비껴가는 줄 알고, 요행을 바랬었나 보다.

 

책의 내용은 강의의 취지에서 크게 비껴가지는 않았지만,

강의는 이끌고 나가주는 사람이 있다면,

책은 스스로 읽고 깨우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게 강의 내용과 책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마무시하게 큰 변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때문에 지난 <강의>에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먹지 못한 사람은,

요번 <강의>에서 더 깊어지고 넓어진 그것들을 마찬가지로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지난<강의>와 이번<담론>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시말해 떠먹여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하겠다.

 

옛날에는 공부를 구도求道라고 했고, 구도에는 반드시 고행이 전제된단다.

구도자와 도인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겠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적유산을 물려받고, 그것을 토대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실천이기 때문에,

고전공부는 텍스트를 읽고, 텍스트의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는 독자자신을 읽는 삼독三讀이어야 한다,그리고 텍스트를 뛰어넘고 자신을 뛰어넘는 '탈문맥'이어야 한다." 는 이 부분은 <강의>의 주요 내용이기도 하다.

 

녹록치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있다.

언제부턴가 책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내가 하나라도 배울 게 있는 그런 책이 좋고, 그런 사람이 좋았다.

알기 쉬운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나 배울게 없는 사람, 본보기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깨우침과 깨달음을 주지 못하는 고로,

마음을 움직이거나 삶에 변화를 가져 오지 않는다.

그 변화가 눈곱만큼씩 더디고 느리게 오는 것이라도 말이다.

 

신영복 님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선입견을 통렬히 깨부순다.

이 글의 처음, '버섯 세계의 논리'는 내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는 '내 자신의 논리'이기도 한 것인데,

고전이라고 하여, 무조건 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맹모삼천지교'를 예로 들면서, 맹모 보다는 한석봉의 어머니가 나을 수 있다고 하며,

교언영색에서 귀곡자를 인용하는 예는 많은걸 생각케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와의 대화가 기쁜 것이어야 한다. 자신의 지식과 도덕성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면 인간관계에서 실패하게 마련이다. 귀곡자는 언어를 좋은 그릇에 담아서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것을 誠이라고 했다.(55쪽)

 

또, 고전을 읽는 것이 삶의 기본이고 근본이라고 하여,

그리고 저자 신영복이 감옥에 있는 동안 동양고전을 주로 공부하였다고 하여,

강의에서 동양고전만을 취하지는 않는다.

 

문사철, 시서화로 회자되는 동양고전은 물론이고, 서양고전까지 회자되고 있으며,

게다가 현대문학이라고 할 수있는 안도현의 연탄재,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가 등장하고,

베토벤의 심포니 5번, 차잌코프스키의 심포니6번의 명명된다.

엘리엇의 '황무지의 명구는 초서의 켄터베리이야기에서 착상했다고 하고,

아인슈타인, 갈릴레이, 뉴턴까지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기승전결의 4단개 전개구조와 헤겔 변증법 정반합 3단계를 비교한다.

관계론이란 것이 글씨 이야기가 아닙니다. '관계'가 바로 우리 강의의 화두입니다.ㆍㆍㆍㆍㆍㆍ'愚公移山'을 쓴다고 합시다. 첫 획을 너무 위로 치켜 그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우고 다시 쓸 수는 없습니다. 인생과 마찬가지입니다. 지우고 다시 쓰거나 개칠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다음 획으로 그 실수를 만회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字가 잘못된 경우에는 그다음 자 또는 그다음다음 자로 보완해야 합니다. 한 행은 그다음 행으로, 그리고 한 연은 그 옆의 연으로 조정하고 조화시켜 가야 합니다. 그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면서 써야 합니다. 그것도 필맥과 전체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써야 합니다. 그러려면 굉장한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전에는 두 시간쯤 계속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시간이 힘에 부칩니다.(314쪽)

 

버섯에게 '버섯의 논리'를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은 내 자신을 관계속에서 자리매김 할수 있다는 얘기이다.

 

어렵지만 이 책이 좋은 이유는, 폼잡지 않아서이다.

 

머리로, 가슴으로, 폼 나는 얘기를 하기는 쉽지만,

발을 내딛는 실천, 니체의 '철학은 망치로 한다'는 '탈문맥'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신영복 님의 낱말이나 문장 등은 단순한 화두로 들리지 않고,

행동지침으로 들린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머리에 무언가 자극을 주고, 그리하여 가슴에 울림을 주고, 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겠다.

그래서 이 책이 단순히 책 한권으로가 아니라, 내게 중압감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영복 님은 내인생 한권의 책을 고르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권을 고르지 못하고 세권을 골랐단다.

논어, 자본론, 노자가 그것인데, 나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추사의 죽기전에 쓴 글씨가 있는 것은 강남 '봉은사'로 알고 있다. 편집실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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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28 19:07   좋아요 0 | URL
큰일입니다..... 저는 이번주 이 책 읽겠다고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다음으로 줄세워놨는데 말이죠 양철나무꾼님이 어렵다 느끼셨다면 전 아마도 계속 졸고 있을꺼 같아요 크흡!

저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뭔가 생각이 남고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책들이 좋고 어렵지만 자꾸 구입해 곁에 두게 된다는. <강의>와 요 <담론> 둘 중에 뭘 먼저 읽어볼까하다가 최근게 더 잘 읽힐꺼란 기대심이 컸는데 마음 단디 먹어야겠어요^~^ 잘 배우고 갑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참 그리고 팟캐스트 음질이 좋지 않아서 아쉽더라구요~^^

sslmo 2015-04-29 00:27   좋아요 0 | URL
음~, 신영복 님의 이 책은 녹록한 책은 아니지만 해피북 님의 내공이라면 거뜬하실거예요.
사서삼경과 제자백가의 철학을 훑고 있는데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으세요.
신영복 님은 특히 묵가를 힘주어 얘기하고 계십니다.
주역의 경우도 그 어렵다는 퇴계와 다산을 한꺼번에 언급하고 계시는 걸 보면, 숙연해지더라구요~^^

2015-04-28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04-29 00:35   좋아요 0 | URL
네, 저를 통렬히 깨부순 부분은 바로 저 부분이었어요.
대화가 기분 좋은 것이어야 한다는...
바로 저 부분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바로 그 부분이고,
그 부분이 바로 발로 내딛는 실천가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님에게도, 저에게도~^^

2015-04-29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9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4-29 01:0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서재오면 제 독서계획이 자꾸 헝클어져서 고민입니다. 좀 더 자유로워져야 겠어요ㅎ 하지만 기억에 담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인사는 남깁니다/

sslmo 2015-04-29 09:08   좋아요 0 | URL
Agalma님, 누가 할 소리를요~(,.)
님 대문에 걸려있던 다뉴브15일날 ttb 들어갔죠?
그거 저거덩여, 이렇게 자수하게 만드시네~--;

AgalmA 2015-04-29 09:39   좋아요 1 | URL
이히히. 그런데 이의 있습니다. 다뉴브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읽은 사람이라면 기필코 관심이 갈만한 책이라 생각되거든요. 저 아니어도 사셨을 책이란 말씀이지요. 하여간 감사는 또 감사죠~ (책사탕 사먹어야지. 흐흣)
그나저나 다뉴브 책,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참 멋지지 않던가요? 빨리 읽고 싶은데 진도가, 진도가 ㅜㅡ

낭만인생 2015-05-11 21:09   좋아요 0 | URL
중국 고전에 흠뻑 빠져 있을 때 <강의>를 읽고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구나 싶어 꽤나 고마웠습니다. <감옥으로부터 사색>을 읽은 후 신영복 교수의 광팬이 되고 말았죠. 이 책도 꼭 읽고 싶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글이 달짝지근합니다.

sslmo 2015-05-13 16:40   좋아요 0 | URL
전 신영복 님은 우러르겠다는 생각도 언감생심이더라구요.
팟 캐스트 `담론` 맛보기 강의에서 우스개소리를 하시는데,
그게 어르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 섞인 욕같은 그런 거였는데,
그것도 시처럼 음악처럼 들리게 만드는 묘한 재주를 가지셨더라구요~^^

제 글이 달짝지근하다는 건가요?
저도 글이 사탕이어서 책바꿔 먹고 싶어요, ㅋ~.

 
라이브 진료실 : 고혈압 편 - 당신이 그토록 녹음하고 싶었던 진료실 대화
성지동 지음 / 힐링앤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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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대한 내 입장은 불가지론(不可知論, agnosticism)에 가깝지만,

만약 신이란 분이 존재한다면 공평하신 분이겠지,

어느 한사람을 향하여 몰아주기로 편애하는 그런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여지껏 살아왔다. 

그리하여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못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고,

나의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의 남고 나은 부분으로 채우면서,

그렇게 어울리고 더불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세뇌시켜 왔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모르게 불공평하다고 툴툴거리게 된다.

저자 '성지동'으로 말할 것 같으면 1990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95년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전임의와 존스 홉킨스 의대 순환기내과 연구전임의를 거쳤다.

심장 질환 예방 및 재활 전문가로 고혈압, 이상지혈증, 심장병 환자들의 운동치료 등이 주요 진료 분야란다.

이것만으로도 우월한 유전자를 '모아 모아서'이고 공평하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백번 양보하여 그럴 수 있다고 치자.

 

1990년대 내과 전공의 시절,

PC 통신 하이텔에 ‘jazzman’이라는 아이디로 올렸던 의료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글들로 화제가 되었고,

2002년 '청년의사' 신문이 주최한 제1회 한미수필문학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자타가 공인하는 글쟁이 의사'라는 대목에 이르면 심사가 뒤틀리다 못해 제대로 배가 아파 주신다.

전공분야 경력이 실력을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인데, 글도 그저그런 정도가 아니라 빼어나다.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같은 凡人은 '공평하신'이란 말 앞에 잔뜩 움추러들고 의기소침해져 의욕을 상실하는 고로,

살면서 이런 사람을 자주 안 만나게 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전 같으면 혼자 끙끙거리며 겉으로 내색 못했겠지만,

이젠 주변에 심경을 얘기하고 위로를 기대할 줄도 알게 되었으니, 나름 성장이고 발전이다.

 

한명은 욕심통이 뒤집어진다고 하면서,

간절히 원한다면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할것이며,

관심을 다방면으로 두루뭉술하게 넘나들려 하지말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으며,

 

다른 한명은, 유려하지만 힘이 없다는 말과 함께,

힘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책 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 책의 저자 성지동은 자신의 주요 진료 분야인 고혈압을 가지고 자타가 공인하는 글쟁이 의사답게 책으로 내 주셨으니,

two thumb up해도 부족하겠지만,

이 책을 한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아주 좋지만 매우 위험한 책' 되시겠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고혈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책의 형태로 만들어진 의도는 좋았다.

꽁트 형식을 취하여 재밌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환자 캐릭터를 만화 그림으로 보여줘서 진료실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거나 권위주의에 무게 잡지도 않고,

환자에 맞는 적절한 진료법과 치료법, 처치법, 투약법 등을 캐치해내고 친절하고 조곤조곤하게 안내하고 있다.

학계의 동정을 꾸준히 반영하고 있었으며,

논문 등의 자료를 이해하기 쉽도록 도표 등을 적절히 배치하였다.

이 책 한권만 제대로 읽는다면, 고혈압에 대한 웬만한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겠다.

이 책의 꽁트 속에 나오는 재치 만점의 의사는 저자 성지동을 반영한 것이니까 심정적으로는 일치하겠지만,

의사도 그렇고, 간호조무사도 그렇고, 현실세계에선 찾을 수 없을텐데,

좋은 의사에 대한 기대치만 너무 높게 잡아 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로 걸어나온다면 백수가 될 날을 받아놨다고 장담한다.

 

암튼, 우리가 고혈압에 대해서 수없이 들어왔던 '~라 카더라'하는 류의 통신들 중에서,

잘못된 것들을 왜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사례집의 형태로 알려주는데, 몇가지만 맛보기 형태로 소개해 보면 이렇다.

 

"그런데 왜 혈압약 끊으면 큰일 난다,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된다고 다들 그러죠?"

"사람들이 혈압약을 평생 복용한다는 것에 워낙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고혈압이란 게 별다른 증상도 없어서 불편한 점도 없고 하니 그냥 약을 중단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 지속적으로 충실히 복용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려고 그런 얘기가 나온 거죠. 하지만 안전벨트에 비유했듯이 잠깐 걸렀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고혈압 약이 무슨 중독성이 있어 계속 먹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혈압강하제는요, 그냥 혈압을 낮춰 주는 약이에요. 드시면 혈압이 낮아지고, 중단하면 혈압이 높아집니다. 그뿐이에요. 쓸데없는 의미를 가져다 붙일 필요는 없어요. 혈압 조절을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서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 낮다고 하는 것은 하루 이틀 만에 결정되는 것이 절대 아니고요, 장기적인 문제입니다."(35쪽)

 

위상황과 아래 상황은 다른 사람을 상대로 하는 다른 콩트이지만 내처 읽고 말을 고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뭥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혈압강하제는 '그냥 혈압을 낮추려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목적은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의 심혈관계 합병증을 낮추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합병증의 발병 위험은 혈압의 평균 수준이 높으면 옾을수록 커지고요, 혈압강하제로 혈압 조절을 잘할수록 낮아집니다.ㆍㆍㆍㆍㆍㆍ약은 '좋다'혹은 '나쁘다' 이렇게 단순하게 얘기할 수 없는 것이고요, 일단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약을 써서 얻을 수 있는 부작용 등의 손해와 저울질해 봐야만 하죠."(59쪽)

두 상황은 혈압강하제를 한번 먹으면 평생 먹는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상반된 논리를 펴고 있다.

 

그리고 아래 돌출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다소 강한 발언도 소신껏 하는데,

이 글 처음에서 얘기했지만, 콩트이고 상상속의 의사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혈압강하제라는 약들은 애당초 거의 대개 평생 먹게 된다는 걸 감안하고 만들어진 약들입니다. 먹는 사람마다 부작용이 나고 먹기 힘들다면 혈압약으로 사용할 수가 없지요.ㆍㆍㆍㆍㆍㆍ콩팥이 나빠질수도 있다, 혈관이 늘어진다, 혈액이 끈끈해져서 막힌다, 혈관이 좁아져서 피를 내보내려고 혈압이 높아진 건데 억지로 낮추면 오히려 안 좋다, 성기능이 떨어져서 남자구실 못한다는 등 수도 없이 많지요."ㆍㆍㆍㆍㆍㆍ"이게 다 사실이고 약을 먹을 때 항상 벌어지는 일이라면 그런 약을 팔라고 허가해 준 보건 당국은 도대체 뭘까요? 그걸 국민들에게 처방하는 의사는 또 뭐고요? 지금 이 자리에서 저 다양한 혈압강하제에 대한 편견을 일일이 다 반반할 순 없는데요, 세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첫째, 옛날, 그러니까 1950년대 이전쯤에는 혈압강하제 중 정말 먹을 만한 약이 별로 없고 부작용 많고 쓰기 어려운 약들뿐이어서, 혈압 때문에 거의 다 죽게 생긴 환자들, 소위 악성고혈압 환자에게나 약물치료를 할까, 약을 쓰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혈압강하제에 대한 편견은 따져 보면 이때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이 당시엔 편견이 아니라 상당 부분 사실이었지만요. 둘째, 현재는 대단히 많은 종류의 혈압강하제들이 개발되어 있어서 1950년 이전에 개발된 약이 현재에 쓰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ㆍㆍㆍㆍㆍㆍ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압강하제에 대해 음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데요, 평생 약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일반적이다 보니 약은 나쁘다, 대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약 안 쓰고 조절할 수도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분들이 일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아요."(60~61쪽)

 

싱겁고 짜게 먹는 것과 관련,

다른 반찬은 싱겁고 짠 것이 맛으로 드러나지만,

국물은 별로 짜게 먹는다는 자각 없이 소금 섭취를 많이 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은 잘 집어 설명해준 예이다.

 

뇌졸중 전조 증상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뒷머리로 뭐가 치밀어 오른다, 골이 띵하다, 또는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증상은 혈압이 오르는 것과 실제로는 별 상관이 없고요, 뇌졸중과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그럼 뇌졸중의 증상은 뭔가요?"

"뇌졸중의 '전조증상'이란 것이 있기는 하지요. 뇌졸중 자체의 증상과 또같은 증상이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건데, 반신마비, 한쪽 눈이 잘 안보이는 증상,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증상 등이 일시적으로 생기는 겁니다. 대개는 혈전으로 인하여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뚫린 경우이지요. 정확히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의 전조증상이라고 보면 되는데, 반면 뇌출혈은 혈관이 터지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전조증상'이란게 없습니다. 그냥 확 생기는 거지요. 그리고 뇌경색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조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전체 뇌경색 중 일부만이 이런 전조 증상을 보이지요. 그리고 이 전조 증상을 의학 용어로 '일과성 뇌허혈'이라고 부르는데, 실질적으로는 뇌졸중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치료합니다. 말은 전조 증상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뇌졸중이 온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럼 뇌졸중은 어떻게 미리 아나요?"

"기본적으로는 언제 어떻게 생길지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84~85쪽)

 

또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진 경우 혈압 상승을 일으키기 쉽고,

불안해서 혈압이 높아지고,

높은 혈압을 보고 더 불안해지고,

그리하여 혈압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경우,

공황장애라는 극적인 상황으로 발현하는 경우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귀밑샘(이하선)이 커져 있는 것 같은데요, 원래는 간경화일 때 커지는 경우가 있지만, 간경화까지는 아니라도 술을 아주 많이 드시는 분들이 그런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52쪽)

라는 부분의 내용과 관련하여,

이렇게 얘기하고 끝내버리면 '~카더라 통신'과 다를게 없다.

근거를 대어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림체에 관한 얘기인데,

그림 속 인물들은 각 상황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내지는 증상과 일치하지 않는다.

다시말해, 그림 속의 인물도, 글 속의 인물과 마찬가지로 가공의 인물인데,

그림은 책속에서만 존재한다면, 글은 현실로 걸어나올 수 있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내가 그림을 향하여 너무 야박한 건가?

생략할 수는 있어도, 다르면 틀리게 되고,

그러면 큰 틀에서 개연성과 핍진성이 떨어지고,

신뢰감을 잃게 된다.

 

다시 얘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내 상황을 돌이켜보니...내가 그동안 치열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나오는데,

그건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겠다.

 

하지만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하면서까지 치열하고 절실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처럼 아무 계획도 없이 잡다하게,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고,

그때 그때의 느낌들을 이렇게 붙들어 기록해 두는 걸로,

지금 이순간을 사는 걸로 만족한다.

 

며칠 전 2008년에 썼던 독서 일기를 볼일이 있었다.

나와 글을 함께 읽은 친구의 평은, '예전이랑 비교하여 많이 나아졌다'로 일치를 보았다.

그걸로 됐다.

내가 남들과 비교하면 어느 한분야'' 특출나지 못하여 그 분을 향하여 공평하지 못하다고 툴툴거리고 싶다가도,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 내가 노력한 만큼은 나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공평하신~'이랄 수밖에 없다.

비교는,

남과 나를 비교하는게 아니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거다.

그 정도면 족하다.

완전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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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6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04-29 00:41   좋아요 0 | URL
제가 말이랑 글은 이렇게 해도,
실은 욕심통이 뒤집어진다고...저도 님과 별다를게 없는,
제 자신을 들들볶는 류의 욕심 똥덩어리랍니다여.

제가 맨날 환자들한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돈은 없으면 훔칠 수라도 있지만, 건강은 그나마 훔쳐가질 수조차 없다.
우리, 욕심통을 뒤집어 쓰는 한이 있더라도,
건강은 챙기자구요~ㅅ!

2015-04-26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04-29 00:44   좋아요 1 | URL
에리하신걸요~, 사간과 신사&탑건 트레일러라고 되어있더라구요.
이 둘이 환상의 듀엣이래요~^^

이 댓글의 덧글에도 남겼지만,
저도 말만 그렇게 할뿐이지,늘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보고 나아가려구요~^^

알케 2015-04-28 17:18   좋아요 0 | URL
`12년째 매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혈압약을 먹고 있는 본태성 고혈압 환자`로서 꼭 읽어봐야겠군요

sslmo 2015-04-29 00:46   좋아요 0 | URL
강추합니다.
근데 이 책 읽고나시면 `그동안 난 속았었다~--;`하실지도~^^
 
작가란 무엇인가 2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2
파리 리뷰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 다른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김창완 밴드가 부른 노래 중에 '열두살은 열두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란 곡이 있다.

비슷한 가사와 멜로디가 반복되는데 후크송도 아닌것이 은근 중독력이 있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내가 왜 이 노래를 흥얼거리나 하고 곰곰 생각해보니,

김창완의 목소리가 따뜻한 것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노래 가사가 주는 무한 위로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54년생, 우리나이로 62세인 그는 꺼벙이 안경을 끼고 아무렇게나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한 채로,

그가 제일 잘 하는 노래를 통해서,

우리에게 강요하거나 호소하지 않고,

그 날은 그 날이었고 오늘은 오늘일뿐이라고...

미리 알수있는건 하나 없고
후회 없이 살 수 있지도 않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다 겪어봐야 알 수 있는게 있지

라고 읊조리고 있다.

 

ㆍㆍㆍㆍㆍㆍ동시대 작가들이 쓴 책은 점점 덜 읽고, 옛 작가들이 쓴 책을 점점 더 읽게 되었거든요. 20세기 작품보다는 19세기 작품을 훨씬 많이 읽었습니다.ㆍㆍㆍㆍㆍㆍ열다섯이나 열여덜 살일때는 앞으로도 살 날이 많다고 느끼지만, 쉰 살이 되면 살날이 제한되어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2권, 222쪽,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책이 내게 그렇다.

내가 열두살에 읽던 책이 다르고,

열여섯에 읽던 책이 다르고,

서른에, 마흔에 읽었던 책이 달랐으며,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예순까지 산다면 그땐 또 다른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단출해지는 삶을 살기로 선택했으니,

어쩜 지금까지 읽었던 책이나 앞으로 읽게 될 책들 중에서,

또 다시 읽는 책들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은 그대로여도,

책을 읽는 나와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내가 변할테니까,

또 책과 내가 만나게 되는 외적인 상황과 내적인 상황-느낌이나 생각 따위 등도 따라 변하게 마련일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구상 이렇게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과 내가 만나게 된다는 것은,

평면적인 책과 평면적인 내가 만나는게 아니라,

공감각적인 책과 공감각적인 내가 만나게 되는,

여러번의 씨줄과 날줄이 겹쳐지는 대단히 복잡한 만남인 것이니 지금 이 순간 감사해야 겠다.

 

1953년 창간된 미국의 문학잡지<파리 리뷰>에서 250여명의 소설가를 그동안 인터뷰하였다.

이 책은 그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좋아하는 36명을 추리고 추려낸 <작가란 무엇인가>에 맞춤처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이 글의 처음에서 김창완을 언급한 것은 이 잡지 <파리리뷰>와 나이가 비슷해서 였다.

나이가 비슷한게 무슨 상관인데 할 수도 있겠으나,

김창완이 와닿은 것은 따뜻하고 편안한데 은근히 배어나오는 여유가 무한 위로가 되었기 때문인데,

그걸 다른말로 바꾸면 연륜쯤되겠다.

 

<파리리뷰>의 작가 인터뷰 또한 단발이 아니고,

여러번에 걸쳐서 이뤄지기도 하고,

10여년동안 지속된 사람도 있고,

여러국가를 넘나들며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했는데,

이건 작가가 성장하고 작가의 가치관이나 사상의 변화과정을 고스란히 반영하겠다는 불굴의 신념이 없었다면,

그런 의미에서 작가와 일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와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뤄낼 수 없었던 성과이겠다. 

 

사실 이 책이 처음부터 나의 관심 도서는 아니었다.

난 작가는 작품으로 얘기하면 그만인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터뷰 집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었다.

 

그런데, 엊그제 무라카미 하루키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을 들으니,

"상대국의 마음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라고 (상대국이) 말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다.ㆍㆍㆍㆍㆍㆍ 역사 인식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제대로 사죄하는 게 중요하다. 사죄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작가란 작품을 낳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작품에 이렇게 저렇게 영향력을 미치게 마련이고,

그게 작가의 그것이 '고스란히'가 되든 '반어법'으로 비춰져 '전혀'가 되든지 간에,

작가의 그것이 개입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때,

작가마다 자기가 만들어 내는 등장인물의 자율성을 놓고 제각각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게 아니러니 컬 했었다.

 

누군가는 꿈이나 책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행동을스스로 결정한다고도 하고,

등장 인물의 고삐를 쥐고 있지만 유동적이라고 표현하는 작가가 있고,

나보코프나 모리슨 같은 경우는 매우 단호하게 등장인물의 자율성에 대해 경고한다.

 

이게 만약 우리나라에서 쓰여지거나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었다면,

등장인물의 자율성을 놓고도 일치를 보지 못하면서 '작가란 무엇인가'란 제목을 다냐고 툴툴거렸을텐데,

이 책에서는 작가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달라서 발상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신선했고,

나름의 견해와 가치관을 구축하여 그 작가만의 고유한 캐리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밀착 조명할 수 있어서 였는데,

그것이, 바로 60여년이란 기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파리리뷰>만의 저력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작가와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삶을 대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같은 것이겠다.

 

누군가는 '내 삶의 주인공은 나야.'하는 생각으로 매순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가 하면,

누군가는 관계와 연대를 중요시하여, 상대방과 내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삶이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니 거스를 수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인터뷰 내용들이 다 맘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작가란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니까 말도 잘하는 사람들일거다 싶었던 나의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적어도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위배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횡설수설인 사람, 용두사미인 사람, 멀티테스킹을 하느라 산만한 사람도 있었으며,

본인이 작가로서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는지 모르지만, 상대를 낮추어보고 무시하는 작가도 있었다.

(번역 상의 문제인지, 어투 자체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상대에 대한 존중 내지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먼저 배워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작가는 신이 아니고, 작가이기 전에 인간이라는,

그러기에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을 다 만날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좀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다며 자위할 밖에~--;

 

내 선입견이 무너진 또 하나가 있었는데,

글을 쓰는 작가들은 필 충만하고 감성적일 것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말이고 글이란 것은 삶 속에서 생생한 것이므로,

머릿속에서 상상만으로 쓰여지거나 탁상공론으로 점철된 글은  생명력이 길지 않았음에 미루어 볼때,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들이야 말로,

발은 땅바닥에 딛고 서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거기서 뻗어나가는 상상력을 키우는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필 충만하고 감성적일거라는 데서 파생되어,

이들이 하나같이 글을 잘 쓰는 것은 타고난 예술적 감각이나 이 분야의 천재성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작가들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글을 쓰고 있었으며, 또 다른 작가가 쓴 글들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노력없이, 분투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예술가들의 창작이라는 측면과 관련하여, 약물이나, 약물 중독을 논외로 할 수는 없다.

 

백과사전식 지식을 자랑했으며,

환각제의 영향을 받은 의식을 탐구한 것으로 되어있는, 올더스 헉슬리의 경우,

인터뷰에서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식으로 잘라 말하고 있는데 좀 아쉬웠다.

 

반면 스티븐 킹의 경우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약물중독이 걸렸었음을 시인하고,

술을 끊고 담배를 제한하며, 꾸준히 알코올의존자 모임에 나가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란 무엇인가 '특별한 사람들'이라거나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동안은 신(god)까지는 아니어도 선각자나 구루 정도로 생각했던 작가도 있었던게 사실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작가들도 작가들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을 '쓰고 또 고쳐 쓰는 종류의 작가'라며,

자신의 주요한 문학적 방법 중 하나가 '차이를 가진 반복'이라고 하는데,

이 '차이를 가진 반복'이야말로 자연 그 자체이고 삶의 원천이니까 말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매일 아침 읽을 책이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걸 깨달으면서 일어나고, 그게 그의 삶이라고 하는 구절을 읽으며 황홀했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열 두살때 읽었던 책이 다르고, 열 여섯 살때 읽었던 책이 다르고, 오늘 읽는 책이 다르다.

 

나이에 걸맞게 삶이 켜켜이 연륜으로 배어나는 그런 책을 읽고 싶다.

책을 읽는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것이고 싶다.

 

어렵게 얘기했는데,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햇살을 받고 거닐고 숨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도, 나이에 걸맞는 책을 읽는 것도,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햇살을 받고 거닐고 숨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이어서,

생색내거나 수선부리지 않고,

군데 군데 여백을 만들어 가면서 숨통 트이며 편안하게,

그렇게 그렇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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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4-19 23:34   좋아요 0 | URL
1권에서도 누군가 오에 겐자부로처럼 말했었는데ㅎ 역시 작가는 가장 애독자에서 나오는 것인가 봅니다. 제가 궁금한 작가군은 3권에 그나마 많아서 기대돼요 :)

sslmo 2015-04-20 09:35   좋아요 0 | URL
애독자라기보다는 좀 치열한거 같아서,
삶이 다 그렇지만 호락호락한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뭐랄까 좀 아팠어요.
특히 오에 겐자부로는 책을 읽고 작가에 대해 연구를 하는 기간과 글을 쓰는 기간과 나눠 따로 집중 배치하더군요.
그 나이에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 게다가 사회적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작가는 작품으로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접어버렸으면 어쨌을까 싶은것이, 참 배울게 많은 작가더라구요.

웨슬리 2015-04-20 06:30   좋아요 0 | URL
사실 북 리뷰를 읽겠노라 방문하였다가, 김창완 이름 석자에 머물러 그 가벼우면서도 중량감 있는 노랫말에 무덤덤히 심취하였네요. 제 나이대로 살고, 그 외는 의미없음을 생철학화 한 노래. 음악적인 의견을 너머 그 인생살이의 개성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sslmo 2015-04-20 09:4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웨슬리님.
사실 제글은 북 리뷰라기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때 떠오른 개인적인 느낌을 붙들어두려는 노력에 가까워서 말이죠.

김창완 노래에 대해 적어주신 댓글 속에서 전 귀한 깨달음을 얻어 갖게 되었으니,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꾸벅~(__)

아이리시스 2015-04-23 15:41   좋아요 0 | URL
너무 좋아요 이책은 아직 1권만 읽었는데 더없이 꼼꼼하게 읽게되더라고요. 가볍게 봤는데ㅠㅠ 지난주말 중고샵에서 2권을 봤지만 사진 않았어요 1권도 없으니까. 저는 요즘 보르헤스가 좋은데 2권에 나오더라고요. 뿌리치고 나온다고 흙흙 이별의 아픔을 견디면서 뒤늦게 리뷰라도 읽으며 보내.. 다시 만나러 가겠어요ㅎㅎㅎ

sslmo 2015-04-25 21:16   좋아요 0 | URL
우와~~~~~^^
아이리시스님이다~ㅇ
부비, 부비~^^))((^^
이제 자주 뵐 수 있는 거예요?
헤에~^__________^

아이리시스 2015-04-25 21:19   좋아요 0 | URL
우아 양철나무꾼님이다~^-^ 이제 글도 많이 쓰고 읽으러 올거예요. 좋은 글, 그냥 글도 많이 부탁드려요^^
 

그제, 어제 비가 내리고 벚꽃잎이 눈처럼 날렸다.

강원도 어디에는 진짜 눈이 내리고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단다.

<벚꽃잎을 눈인양 좋아하는 토끼>

 

자연은 늘 그대로이고, 계절은 되돌리거나 거스를 수 없을텐데,

세상이 뒤숭숭하다보니...

계절도 세상을 따라 거꾸로 돌아가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노유진'의 '생각해봤어?'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시대상이라고 해야할까, 서민들의 공통된 정서라고 하는게 있나?

만약 있다면 난 과연 시대의 조류에 잘 편승하고 있는 것이며,

국가는 민심을 잘 읽고 국정에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

 

옛날엔 시가가 민심을 반영하고 대변했다고 하고,

오늘날로 치면 시보다는 가요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이 가요라는 것이 요상해서,

내가 시대에 뒤지지 않을려고 라거나 민심을 읽고 생각을 모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열심히 주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김이나의 작사법'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녀가 요즘 잘 나가는 노래의 작사가라는 걸 알게 되어,

책 한권으로  민심을 읽고 생각을 모두어 볼 수 있을까 싶어 읽게 되었다.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사가 무엇이고 작사가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뜬구름 잡는 젊은이들에겐,

참 좋고 잘 쓰여지고 잘 만들어진 책이겠지만,

내 맘에는 들지 않았다~--;

 

테크닉이랄까 작법에 관한 책인데,

디테일하게 발음을 다루는 법, 포인트를 주는 법, 서사를 끌어가는 법, 리듬을 살리는 법 등 테크닉한 면들을,

세세하게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그런 의도로 봤을때는 꼼꼼하게 하나 하나 집어내듯 쓰였지만,

이 책을 읽고 테크닉을 답습하기만 해선, 리틀 김이나나 김이나의 아류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자기만의 것을 끄집어내는 게 관건일거 같다.

그걸 끄집어내지 못하면, 완전 지루할 수도 있겠다.

 

상업작사가에게 '좋은 가사'란 '그 자체로 좋은 글'이기보다는 '잘 팔리는 가사'라고 정의하고,

그래서 그런지, 자신이 한번도 예술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다만 좋은 일꾼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명쾌하게 얘기한다.

읽을 것이 아니라 들을 것이라는 일의 속성에 대해 그만큼 간파해내고 있는 작사가를 본 적이 없다. 작사는 그저 곡의 빈칸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박자와 운율을 창조해 곡에 부여해내는 작업이다. 나는 그걸 이제야 알았다.

                                                                                                                      _허지웅(작가, 평론가)

그녀는 또,

싱어송라이터가 자기만의 화풍을 가진 화가라면,

상업 작사가는 누군가가 꾸어낸 꿈을 토대로 밑그림을 그려내는 기술자라고도 표현한다.

 

허지웅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소수가 읽고 듣는 '예술'이 아니라 '누군가'가 '일반 대중'을 일컫는 말임을 인지한다면,

이 얘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가요를 통하여, 시대에 발 맞추고 민심을 읽고 일반 대중의 생각을 모두어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멜로디가 얼굴이라면 가사는 성격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멜로디는 말 그대로 얼굴과도 같아서, 첫 호감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대중들은 대개 멜로디로 곡을 인지하고, 반복해서 듣다가 그제야 가사에 귀기울인다. 남녀관계에서는 상대가 아무리 잘 생기고 예뻐도 성격이 별로 좋지 않으면 감정이 금방 식고, 외모도 호감인데 알아갈수록 성격까지 좋으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사가 좋으면 곡은 롱런한다.ㆍㆍㆍㆍㆍㆍ작사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명심하라. 마치 외국어처럼, 어느 순간 귀가 트여 낯선 말들이 들어오듯 음악으로서의 글자가 보이는 때가 있다. 그러니 많이 듣고 분석하라. 내맘에 드는 가사만 놓고 보지 말고, 히트를 친데다 롱런하는 곡이 있다면 왜 그 가사가 좋은 건지, 왜 그 사사를 작곡가니 제작자가 선택한 건지 파고들어라. 이것만 훈련해놓아도, 당신에게 온 기회를 단숨에 잡을 확률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21쪽)

그런데 가요를 선호하는 세대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그에 맞춰 가요를 만들고 부르는 연령 층도 점점 어려지는 것을 볼때,

가요를 만들고 부르는 이들이 여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안주하면 안될것 같다.

 

시대의 조류를 잘 파악하고 앞서 나가는 것에서 그치치 않고, 그들이 바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기능과 감시하는 기능을 적절히 할 수 있어야 겠다.

 

아울러 가요를 만들고 부르는 그리고 그 가요를 듣는 연령 층이 점점 어려진다고 하더라도,

기성세대라고 해야 할까, 기존의 가요를 만들고 부르고 듣던 사람들도 나름대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요즘 같아선 기존세대란 말이 어디 쥐구멍을 찾아 들어가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난 눈물바람을 할게 뻔하니까 애써 외면했었는데,

세월호 참사가 벌써 1주기인데, 아무것도 해결되었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대통령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추모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했다는데,

박대통령은 내일 어디론가 출국을 하신단다.

 

세상이 뒤숭숭하다보니...

계절도 세상을 따라 거꾸로 돌아가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할게 아니라,

기존 세대로서,

흔들리지 않는 주변으로서,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아줘야 할텐데...

나이는 먹고 눈은 여리기만 하니, 에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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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04-16 14:07   좋아요 0 | URL
토끼가 귀엽습니다. 산토끼일까요? 집토끼일까요?

sslmo 2015-04-18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잘~--;
근데 엉덩이를 쪼옥 내밀고 포즈를 취한게 모델토끼 아닐까요?
헤에~,땀나라~``

프레이야 2015-04-18 00:2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전 다음주 변진섭 콘서트 갑니다. ^^

sslmo 2015-04-18 09:15   좋아요 0 | URL
우와~, 정녕 변집섭 오~화~콘서트에 가신단 말입니까여?
부러버라~--;
친한척 빌붙으면 저도 데려가 주세용~~~~!!!

프레이야 2015-04-18 09:45   좋아요 1 | URL
부산 오세요 다음주 화요일ㅎㅎ

sslmo 2015-04-19 16:58   좋아요 0 | URL
다녀오셔서, 현장감 있는 리뷰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