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의 시 한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게 홀로 외로운 존재이지만,

누구나 다 그 섬에 가 닿고 싶어하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소통과 공감을 꿈꾸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말로는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영어로 표현하자면, unique- Something that is unique is the only one of its kind. 정도 되겠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란 이런 사람이 되겠는데,

김영하 작가야 말로 unique라는 단어가 꼭 들어맞지 않을까 싶다.

 

<보다><말하다><읽다> 연작 시리즈의 하나인 이 책은 그간의 인터뷰와 강연 모음집이란다.

난 작가는 작품으로 보여주면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소설가는 소설로, 시인은 시로, 화가는 그림으로...)

작품외의 것으로 이러저러하게 중언부언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산문집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때문에 작가의 그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글보다 말이 좋은 작가라는 것이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아니, 전작 <보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의외로 좋았다,

아주 좋았다.

 

이렇게 좋았던 것은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는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을 하거나 교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고,

그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작품 속의 인물이나 내용과 소통이나 교감을 하는 것이라는,

(작가-작품), (작품-독자)의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제가 겪은 가장 깊은 소통은 동료 작가와의 만남에서 경험한 적도 없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경험한 적도 없어요. 고요히 혼자 집에서 읽은 책의 내용과 거기 나오는 인물들, 그러니까 책 자체와 소통했던 순간이었어요. 영화는 두 시간이라 너무 짧아요. 뭘 깊이 소통했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가장 깊은 수준의 소통은 소설을 통해서 얻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즉 소설을 통해서 획득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실제의 인간과 만날 수 있게 됩니다."(172쪽)

가장 깊은 소통을 책에서 느꼈다는 작가의 견해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그런 작가가 왠지 안쓰럽게 여겨지지만 말이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다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워 졌을 거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 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러잖아요. 근데 아니더라구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게 더 중요한 거예요.(38~39쪽)

살아가는데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 또한 심히 못 마땅하지만,

김영하처럼 unique한 인물에게서 나오는 말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군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시절 6번이나 전학을 다니느라 속깊은 친구를 못 사귀었을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책이 유일한 친구가 되었을 수는 있겠다.

그런 그의 성향이 한곳에 정착을 못하고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게 만들고,

결혼은 했으되 아이는 갖지 않으며 고양이는 키우는 '딩크족'의 마인드를 갖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정확한 내용인지 확신할 수 없지만, 요시모토 바나나가 어릴 때 친구도 안만나고 책만 읽었대요. 작가의 아버지가 요시모토 다카아키라고 유명한 학자인데, 일본 같은 사회에서 친구 없이 지낸다는 건 좀 위험한 일이다, 아이가 이상하다,주변에서 걱정을 하니까 그가 그렇게 말했대요. 친구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가 그냥 책을 읽게 내버려두라, 인간에게는 어둠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거예요. 동감이예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에요. 친구들 만나서 낄낄거리며 웃고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면 당시에는 그 어둠이 사라진 것 같지만 실은 그냥 빚으로 남는 거예요. 나중에는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해요.(38~40쪽)

 

그러니까 이 책이 좋아진 것은 작가의 unique함, '솔.까.말' 때문이다.

폼 잡지 않고 솔직히 까놓고 얘기한다.

은유의 글쓰기 최전선 때도 나왔던 얘기인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글쓰기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여건이고,

김영하의 사인회에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학생이거나 알바이거나 비정규직, 취업준비생이라고 한다.

 

작가의  '솔.까.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군부대 강연 내용은 책의 초반부터 비중있게 등장한다.

제대를 앞둔 병장이,

자기는 집안형편도 어렵고 스펙도 변변치 않고 학벌도 시원찮은데,

자기 같은 젊은이가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고 묻자,

김영하는 "음, 잘 안 될 거예요."라고 말문을 연다.

ㆍㆍㆍㆍㆍㆍ미안하지만, 여러분 앞에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나는 작가라서 성공하는 법 같은 걸 가르쳐줄 수가 없다.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곡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어온다. <안나 까레니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만다.<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충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21쪽)

 

하지만 이 책이 좋아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 따위 시시한 책은 왜 읽냐?"라든지,

"소설 나부랭이는 읽어 뭐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었는데,

'콕~'꼬집어서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따위 시시한 책이나, 소설 나부랭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이것이 곧 간접체험이고 인생의 보험이라고 당당하게 맞서야 겠다.

아무런 대비없이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이따위 책이라도 읽으면서 대비하는게 훨씬 낫지 않은가 말이다, ㅋ~.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표절과 관련하여서도,

김영하 정도의 '솔.까.말'이면 당당히 비껴갈 수 있겠다.

그가 주로 읽는 것은 고전이고, 그가 하는 것은 고전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란다.

 

어렸을때부터 라디오를 들으며 성장한 세대여서 그렇다면서, 

꿈이 심야음악방송을 하는 거라는데,

새벽 2~3시쯤 외계를 향해 장렬히 전파를 발사하고 사라지는 황당한 방송ㆍㆍㆍㆍㆍㆍ(웃음)(41쪽),

데이비드 미첼의 <유령이 쓴 책>의 결말부와 같은 내용이지만,

그걸 표절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동시대를 살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따위,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나와 흡사하여서 더 애정하게 됐다.

 

저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볼 때는 단순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이야기가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에요.(120쪽)

이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좋은 글(책)이란 새로운 학문적 이론이나 대단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는 글(책)이 아니라,

글쓴이가 체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리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놓은 글이 좋은 글(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 경험이나 고철이 담겨있는 그런 것을 능가하는 것은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자기 자신을 이해시키고 정당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121쪽)

그간의 인터뷰와 강연 모음집이라는 이 책은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작가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도 조금씩 변했겠지만,

일관성을 갖는다.

"백 명의 독자가 있다면 백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 백 개의 세계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읽은 책이 다르고, 설령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그것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다릅니다. 자기 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그렇게 단단하고 고유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 자기 세계를 가진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입니다." (181쪽)

때문에, 다른 인터뷰 모음집의 경우 중언 부언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 것에 비해,

이 책은 김영하가 말하려는 바가 명확하다.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까 묻는 이에겐,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는 몰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라고 하며,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도 자기가 즐거워서 기꺼이 쓰는 글이어야 한다는 의미이겠다.

그리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존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의 하루하루는 즐겁고 기꺼운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그리고 내가 자의로 선택해서 읽고 있는 이 한권의 책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시시해보이고, 책 나부랭이로 보일지라도,

내겐 즐겁고 기꺼운,

그래서 행복해서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가는 그런 책읽기인 것이다.

 

하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정현종이 얘기했지만,

본 조비는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고 했단다.

소통과 불통은 한끗 차이지만, 마음 먹기 나름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 지금 여기도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되고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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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6-30 17:06   좋아요 0 | URL
고요한 마음으로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서로서로 사랑스레 흐르는
숨결이 되지 싶어요

sslmo 2015-07-05 13:23   좋아요 0 | UR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cyrus 2015-06-30 20:21   좋아요 0 | URL
이번 표절 사건 때문에 소설의 순기능도 평가절하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썩어빠진 문단이 정신 차려야 할텐데 말이죠. ^^;;

sslmo 2015-07-05 13:25   좋아요 1 | URL
도려내는 것과 가라앉히는 것이 있대요.
어떤 방법을 쓸지 궁금해요.

우리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겠죠~!

서니데이 2015-07-01 09:35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강연용이라서 그런지, 글로 쓰여져 있더라도 술술 잘 읽혔던 기억이 있어요.
양철나무꾼님의 페이퍼로 다시 만나니 또 반가운 기분입니다.
7월 첫날이에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sslmo 2015-07-05 13:27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더운 여름이예요.
바쁘시더라도 쉬이 지치지 않도록 건강 돌보시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망중한을 즐기자구요~^^

해피북 2015-07-01 11:36   좋아요 1 | URL
책을 왜 그렇게 읽냐고 물어본다면 저두 내 인생에 보험을 들어두는 중이야라고 대답해줘야 겠어요ㅋㅂㅋ 이 책 읽으려고 뒀는데 빨리 읽어봐야 겠어요^~^

sslmo 2015-07-05 13:28   좋아요 1 | URL
전 보험은 싫어하는데,
이런 보험이라면 근사할 것 같아요, 헤헷~^^
그쵸, 그쵸~?^^

icaru 2015-07-01 17:09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이 좋았어요,, 보다, 보다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보통은 제가 읽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권하지는 못하는데, 이 책은 안 그랬거든요.
그리고 잘 읽었다는 즐거운 피드백을 받았고요 ^^;; 한 지인이 김영하가 한 말중에
지나보니, 학창시절(성인기에도 마찬가지겠고요)에서 `친구`라는 존재들에 연연한 것에 대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맥락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작가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려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되려 작가의 말이 너무 잘 공감이 됐고요. ㅎㅎ
친구는 어릴적부터 관계에 초연한 스타일이고 친구 사귐에 의미를 두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는 스타일인데, 이게 문제가 있다는 걸 지금은 느낀다는 맥락이었어요. 하하.. ! 자기 성정에 따라 작가의 글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것도 다르죠 ㅎ;;

sslmo 2015-07-05 13:3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책은 무궁무진한것 같아요.
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뱀은 독을 만든다는 말처럼,
좋은 책 나쁜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케미를 일으키는냐 하는 것이니까, 상대적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메아쿨파가 되고 말이죠~.

더운 여름이예요, 잘 지내시죠~?^^
 

하지다.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이 가장 긴 날이다.

태양도 가장 높이 뜨고 낮도 가장 길고 정점에 치달았으니,

이제 태양의 고도도 낮아지고 낮도 짧아질 일만 남았다.

 

그렇게 놓고 보면 세상은 참 공평하지 싶다.

뜰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고, 필때가 있으면 이울때가 있게 마련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옷을 잔뜩 껴입고 움추리고 추워추워 했었는데,

이제는 옷을 풀어헤치고는 더워더워 노래를 부른다.

 

 

 

 

 

 

 

 

 

 독한 것들
 정준호.박성웅 외 지음, EBS 미디어 기획 /

 Mid(엠아이디) / 2015년 5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꼭지가 팽 돌면 사람들이 독기가 오를대로 올랐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화가 났을때 달래줘야 화가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드리면 더 독을 내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때 말하는 독은 독한 기운, 즉 사납고 모진 기운이나 기색이지,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또 아침에 먹는 사과는 약,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독이란 것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데,

같은 물이라도 누가 얼마만큼 먹느냐에 따라 우유가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인지,

또 사과를 아침에 먹는냐 저녁에 먹느냐 하는 때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것인지, 하고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반되는 면을 가지고 있고,

한쪽 끝에 다다르면 정점을 찍고 다른 쪽으로 이동을 하게 마련인가 보다.

가끔 동전의 앞면이 어디인가를 놓고 헷갈리는 나로서는, 독과 약도 마찬가지이다.

독은 무엇이고 약은 무엇인지,

독은 나쁘고 약은 좋은 것인지,

그렇다면 나쁘고 좋은 걸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천지만물, 사람과 동ㆍ식물 가리지 않고 자연이라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

약과 독을 구분하는 기준은 '인간의 주관'적인 견해라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 약과 독으로 구분을 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다른 동식물에게는 약이나 음식(먹이)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우리 인간이 약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독은 동종(同種) 사이에는 그토록 치명적이지가 않고,

독이 되더라도 치료약 내지는 해독제가 존재한다.

문제는 동종이 아닌 이종( 異種)사이에,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이해받을 수 없는 상황일때 발생하게 되는데,

동종 사이에는 어떤 단계에서 어떤 치료제나 해독제로 사용되던 것들이,

이종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그 과정의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어디로 튀거나 섞여 잡종이 될는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하면서, 종족을 보존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쉽게 말해 약과 독을 가르는 기준은,

기준을 정하는 것(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들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이로우면 ,

해롭거나 치명적이면 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고, 인간의 기준으로 약 또는 독이라 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착각만 하는 동물이 아니라 이기심과 욕심도 가진 종족이기 때문에,

눈 앞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외래종이나 변종을 유입하게 되고,

그리하여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던 생태계가 교란된다.

인간은 그들이 독이라고 부르던 것들을 이용하여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건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종의 입장에서만 해롭거나 치명적인 독일 뿐이지,

인간을 제외한 그들, 동족의 입장에서는 독이 아닐 수도 있고,

독으로 작용해도 치료제나 해독제가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두고도,

변이되었을지 모른다,

변종의 가능성이 있다, 고 해서 조심스럽게 의심해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그것이 변이ㆍ변종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메르스의 변이 또한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게 된것이고,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게 되면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짬뽕되면서 출처나 근본을 알 수없는,

어떻게도 되돌릴 수 없고 수습 불가능한 외래종이나 변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독과 약의 구별이 분명하리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그리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15세기 화학자인 파라셀수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다만 올바른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별한다."(17쪽)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처럼,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되었던 소금도 농도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햇빛도 거의 모든 생명체가 의지하고 있는 에너지원이지만,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올바른 용량이나 용법이란 나로 비롯함이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만큼 모호한 것 같다.

 

오늘은 하지다.

하지 감자를 먹는 날이란다.

오늘 밥에 감자를 넣어 먹어야 감자 풍년이 든다고 했다는 걸 보면,

먹을 게 귀하던 시절 구황작물 노릇을 톡톡히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사랑을 받은 감자도 처음 유럽에선 감자싹의 솔라닌 때문에 악마의 음식이라고 하여 다 버렸다고 한다.

 

한쪽 끝에 다다르면 정점을 찍고 다른 쪽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고,

메르스도 이제 충분히 정점을 찍었으니 수그러들때도 됐고,

날씨도 메말라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걸로 바닥을 쳤으니,

이제 기우제가 없이도 비를 뿌려줄 때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귀곡자
 박찬철.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귀곡자
 귀곡자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1월

 

 귀곡자 교양강의
 심의용 지음 / 돌베개 /

 2011년 9월

 

 

내가 '귀곡자'를 이리저리 들추고 있으니,

누군가는 '정치 처세'서적 쯤으로 알고 치부하는데,

그렇지 않다, 중국 최초의 심리학 서적쯤으로 볼 수 있겠다.


처한 상황을 분별해서 심리를 파악하고, 우호적인 말을 하여 서로 간의 뜻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상대의 심리에 맞추어 그의 신임을 얻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고,

기회를 틈타 상대의 약점을 장악해서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둬야 한다는 내용도 있으며,

상대를 잘 위무()해 그의 진심을 끌어내 확인함으로써 상황을 추측하고 파악해서 책략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신영복 님의 '담론'에서도 언급된 내용인데,

귀곡자를 교언영색하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의 처세서로 볼 것이냐,

아니면 상대의 상황을 분별하고 파악해서 나를 맞추어서 서로 간의 공감과 소통을 끌어낼지는 사용자의 몫이다.

같은 물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지 않던가?

그런데 오늘 날 우리나라 정치인은 우리 국민에게 우유를 만들어내는 소인가, 독을 만들어 내는 뱀인가?

그게 가끔 헷갈린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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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22 18:34   좋아요 0 | URL
어제 저도 비슷한 생각 잠시 했어요. 그자체가 독이 될 수 없고, 이종과의 만남, 남용되는 관계성이 더 문제니 주체의 사용과 선택이 중요하다라고요. 밥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되잖습니까....
독, 감자를 먹는 날(감자 먹는 사람들), 교언영색....에서 요즘 시끌한 사태가 계속 오버랩이 되니 제가 독 속에 빠져있는 나날이 오래인 건지, 세상이 독 속에 있는 건지....
이 毒이든 저 瓮(항아리 독)이든 답답하네요.

sslmo 2015-06-30 15:41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을 읽는데 왜 `독안에 든 쥐` 생각이 나죠?
이 독 안에 든 쥐는,
쥐도 달아날 곳을 남겨두고 몰아붙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널을 뛰고,
거기서 공주님이나 독 안에 집어 넣었으면 좋겠다...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세실 2015-06-22 19:38   좋아요 0 | URL
하지엔 햇감자를 먹어야하는군요^^
우유를 만들어내는 소,
독을 만들어내는 뱀!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할까요?

sslmo 2015-06-30 15:43   좋아요 0 | URL
장마라는데,
비는 오실 것 같지도 않고...이름 하여 마른 장마래요.
감자 갈아서 감자전 부쳐먹고 싶어요, 아흑~ㅠ.ㅠ

cyrus 2015-06-22 20:32   좋아요 0 | URL
더운 날에 뜨거운 감자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니 처음 알게 됩니다. 아일랜드가 감자 때문에 제일 큰 피해를 입었죠.

sslmo 2015-06-30 15:44   좋아요 0 | URL
이맘때쯤이 보릿고개였다지요.
그래서 밥에 감자를 넣어서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하네요~^^

해피북 2015-06-22 22:53   좋아요 0 | URL
어쩐지 마트에 종류별 감자가 많이 보인다고 했어요 ㅎ 감자를 먹는 날이군요 내일 아침엔 감자밥을 ㅎㅎ

이 글을 읽으며 한 권의 책으로 생각의 가지가 다양하게 뻗어가시는 양철 나무꾼님의 깊은 생각들이 참 부럽습니다.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며 저는 소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뱀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였답니다~^^

sslmo 2015-06-30 15:47   좋아요 0 | URL
감자는 오븐에 구워서 아일랜드 드레싱 얹어 먹어도 맛나고,
껍질이 뽀얗게 일어나는 감자는 쪄서 설탕이랑 소금 적당히 뿌려 먹어도 맛나는데,
밥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이것저것 먹고 싶은게 왜 이리많은지~--;
궁금한게 많아서라고 자위해 봅니다여~^^

차트랑 2015-06-25 09:58   좋아요 0 | URL
오랫만 찾아 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그간 별고 없으신지요.

그동안 찾아주신 분들께 답방을 드리지 못하고 이제서야 답방을 드리는 중입니다.

말씀해주신대로 그동안 가뭄이 심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곧 비가 올 예정이라니, 비 기다리기를 님 기다리듯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무더위게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양철나무꾼님...
평안하십시요~~

sslmo 2015-06-30 15:5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게을러서 이웃 서재 마실 잘 못 다니는 걸요~--;
님도 별일 없이 건강하시지요~?^^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라는게,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격언인가 봅니다.
헤에~^_______^
 
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주말의 일이다.

메르스 때문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손가락의 기능이 텔레비전 리모콘의 성능에 미치는 상관관계를 나름 분석하고 있는데,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로다주 로다주' 하는거다.

요즘 같이 까마귀 고기를 시시때때로 먹어대는 내가,

첨 듣는 외계어를 아직도 기억한다는건 거의 기적같은 일인데,

아마도 임팩트가 있어서 그런거 같다.

 

그리고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글을 쓸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고,

예의상 그렇게 물어주시는 것인줄 알겠는데,

이젠 충분히 내 주제파악을 하고 있는고로, 나무에게 미안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은유는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그녀의 필력은 충분히 간파했고,

글들에서 느껴자는 따뜻하고 편안함이 좋아서 찾아 읽는 것이지,

작법서로 이 책을 대하는 것은 아니니 나무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좋겠다.

 

나는 두가지 부류의 (책 또는) 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칠게 나누자면, 공부하며 읽어야 하는 글과 감응하며 읽는 글이다.

이 책도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쓰여진 작법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매순간순간 어떻게 반응하고 감응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려 하였는지를 그려내는 생활문으로 볼 수도 있겠다.

때론 치열하게,

때론 눈물겹게,

주변과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지 ,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대기와,

삶의 따사로움과 인생의 간난신고를 동시에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증언이고,

그래서 부제도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인데,

이건 바꾸어서 얘기하면,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을 쓰는 것이다.

삶을 풀어내는데 매개가 되는 것이 글이면 글쓰기의 최전선, 그림이면 그림그리기의 최전선, 사진이면 사진찍기의 최전선이라 이름 붙이게 되는것이고, 바꾸어 말하면 '삶'그 자체이다.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처럼,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다보면 글의 주제를 쉽게 파악하게 되고,

내 자신이 글을 많이 쓰다 보면 내 자신의 주제를 파악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다 보고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왜 좋으냐 하면,

내 자신의 삶에 기준을 정해야, 이를 반추하여 타인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를 마련할 수 있고,

그리하여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감정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다.

 

삶에 기준과 잣대를 정하고,

그리하여 글쓰기를 삶이란 말로 치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곧,

삶의 매순간순간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를 훈장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상처는 덮어두기가 아니라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고 하고 있으며,

글쓰기는 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하기 좋은 방편(63쪽)이라고도 하고 있다.

글쓰기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인터넷 발달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사적 독서와 사적 글쓰기(일기쓰기)가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거울 삼아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게 되면서,

타인에게 공감(내지는 반감)과 소통,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인터넷이 발달되어서  안 좋은 점도 있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여론을 형성하게 되는데,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다 보니 덩어리가 금방 커진다.

대중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에 자신의 개성을 가질 사이도 없이,

영화는 흥행영화만 보게 되고 책은 인기작가의 베스트셀러만 읽게 된다.

 

이 책에서 유난히 와닿았던 구절은 『어린 왕자』의 '여우'가 한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제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점에 가서 다 만들어진 물건들을 사는 거야.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어."(106쪽)

 

글쓰기를 통하여 타인에게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게끔 한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주체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고통 감수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르포와 인터뷰 쓰기'를 가장 좋은 공부로 꼽는걸 보면 말이다.

 

나 혼자만의 주절거림이 아니라, 대화이고 오고감이고,

시시한 대화는 심오한 대화와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글쓰기를 통하여,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이다.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로다주'는 '버트 우니 니어'였다.

'버트 우니 니어'를 '로다주'라고 부른 것은 임팩트라기 보다는 축약에 의한 낯설게 하기 효과였고,

아이언맨의 주인공답게 겉으로 보기에는 정의의 사도이며 바른생활 사나이일것만 같았던 그가,

한때 마약중독이었었고,

이제는 마약을 끊었다는 사실이 더 임팩트 있게 다가왔는데,

마약을 끊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치즈버거 매니아였던 그가,

'마약중독으로 치즈버거의 맛을 느낄 수 없어'서였단다.

 

임팩트라는 '단어'에서 생각이 널을 뛰어 내 글에 임팩트가 없다고 했던 친구가 떠오르는데,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공부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든 감응하며 읽는 책이든, 체화하여 내것으로 만들고 보는 경향 때문이지 싶다.

나의 글쓰기란 그런 책을 읽은 느낌에 다름 아니다.

꼭꼭 씹어 먹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원재료의 개성을 찾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쓰기는 단순히 물리적 변화를 넘어 화학적 변화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래서일까?

내가 쓴 글이 곧 나이고,

내 글은 내 삶의 반영이고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삶의 반영이라고 하여,

나의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글쓰기의 언어로 여러사람을 이해시키려는 욕심 따윈 없다.

대신 한사람이라도 오롯하게,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싶고,

나도 속속들이 이해받고 싶다.

하지만, 이것도 억지로나 일부러 그렇게 된것이 아니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化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글쓰기는 내 독서의 확인이자 끄적거림이고, 내 삶의 반영이다.

임팩트 따위는 없어도 좋으니,

쉬워서 금방 알아먹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임팩트 있는 글이 순간적인 각인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섬세하고 따뜻하여, 그리하여 편안하게 느껴지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혼자 있어도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훈훈한 온기를 느끼며 공감하고 소통할 수 그런 글 말이다.

 

내가 얘기를 했던가 모르겠다.

은유의 이 책도 '표절'이 아니라, 책 통째를 필사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필력이 뛰어나다.

거기다가 책의 끝에가면 50여권의 참고도서가 나오는데, 알차다.

완전 제대로 지름신이다.

이런 책을 다른 알라디너에게 양쪽 엄지 손가락 곧추 세워가며 강추해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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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5-06-20 11:18   좋아요 0 | URL
로다주가 사람 이름이었군요. ^^
누군지 몰랐는데, 깡통을 뒤집어 쓴 그 사람이라니 얼굴이 떠오르네요.

양철님의 이 글 참 좋네요. ^^

sslmo 2015-06-22 16:34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께 글이 좋다는 칭찬을 받으니 하늘 끝까지라도 날라갈 것 같이 기분 좋습니다.
앗싸~^^

마녀고양이 2015-06-20 12:56   좋아요 0 | URL
우아.... 책에 대한 구분 너무 명확해서 좋네,
공부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과 감응하여 읽게 되는 글, 이렇게 쏙 들어올 수가. ^^

난 정말 로다주를 좋아하는데, 그보다는 셜록 홈즈의 왓슨 역으로 같이 나오는 주드 로가 더 좋더라,
주드 로의 이마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탄스럽지만.

오늘 비가 오네, 다행이야.

sslmo 2015-06-22 16:37   좋아요 0 | URL
그렇군~^^

로다주에서 주드 로로 널을 뛰는 상상력이라니,
우리 끝말 잇기 놀이 함 할까~?^^

해피북 2015-07-01 11:58   좋아요 0 | URL
양철 나무꾼님은 은유저자의 책으로 지름신을 맞으시구 저는 양철나무꾼님 글을 읽으면 지름신이 강림하사 카트는 풍요롭게 식탁은 단촐하게 만들어주신 답니다 꺄르르 꺄르르 ㅋㅂㅋ,,

sslmo 2015-07-05 13:32   좋아요 0 | URL
해피북 님, 댓글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아십니까여~ㅅ?^^
전 이번엔 김홍민 입니다여, 에혀~ㅠ.ㅠ
 
술 먹는 책방 - 동네서점 북바이북 이야기
김진양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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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책방이나 헌책방, 북카페 같은 걸 꿈꿔봤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꿈이고 로망이고 희망사항이지만,

남편의 세번이나 되는 사업실패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나름 서비스 업종이라고 사람들이랑 보대끼는게 싫어서,

억만년 꿈이고 로망이고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하지만, 꿈에는 유효기간이 없다고,

누군가가 책방이나 북카페를 개설하겠다고 하거나,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설레는 것이 어쩌지 못하겠다.

 

책 날개 안쪽에 보면,

좋아하는 것은 '심플'하게 사는 것,

싫어하는 것은 '말'만 하고 사는 것.

이라고 해서,

꿈만 꾸는 나와는 정반대의 '실행력'을 가진 젊은 처자가 등장한다.

 

오늘 내가 그녀의 그것이 이토록 부럽고 가슴 설레는 이유는,

'누구나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심야 치유 서점을 꿈꾼다.'는 이 한마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제대로 된 책방 창업기여서도 아니고,

고사성어, 격언이 넘쳐나는 삶의 지침서여서도 아니고,

짜임새가 유난히 좋게 잘 만들어진 책이어서도 아니다.

 

나도 책방이나 헌책방, 북카페 같은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심야 식당'이나 '북 바이 북'처럼,

누군가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심야 치유 서점'을 꿈꾸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스스로가 벽과 담을 쌓고,

그리하여 스스로를 유폐시켜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이 세상에도,

천성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심야 서점의 주인장이 되어 '누구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치유'를 꿈꾼다고 하는 쉬운 일이 아닐진데,

그런 치유를 하며,

'좋은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처자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탄탄한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일할때,

부지런히 저축도 하고 나름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살때는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단다.

지금은 하루하루 매출에 신경을 쓰며 경제적으로 빠듯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어떤 이들의 상처나 고민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고 편안하단다.

이제서야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 같고, 그 행복감이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한단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하기 좋은 말, 글로 쓰여지기 좋은 구절 쯤으로 생각했을 것인데

격려해주기 혹은 따스하게 품어주기, 남의 얘기 잘 들어 같은 행동은 나 스스로가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면 절대 억지로라도 보여주기 힘든 태도라는 것을 책방 주인장을 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내가 행복한 상태일수록 나에게 속내를 털어 놓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므로. 누군가의 인생을 진실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오타)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2쪽)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 근원이 '나 스스로가 여유로운 상태'임을 감지해 내고,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서점의 상호도 그런 염원들을 적극 반영한다.

애로우 잉글리시 이론까지 들먹여가며,

'by'가 단지 '~에 의한'이라는 뜻 말고도 '~의 힘을 받는 원천'이라는 뜻을 기억해 내서,

'책의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은 책'이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생각해 냈고,

그리하여 '북 바이 북'이란 '책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은 상호를 조합해 냈다.

 

서점이지만 북카페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까,

책 이외의 것들에 진을 빼면,

정작 필요한 책을 큐레이션하는데 힘을 쏟을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간파,

포기할 것은 일찍 포기하는 결단력도 명민함의 반영인듯 싶다.

 

이태원의 파이전문점을 갔다가,

커피 농도만 맞추어 놓고 버튼 한번만 누르면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기계로 커피 서비스를 하는 것을 보고,

특정 아이템에 자신감이 있으면 일정부분은 운영을 간소화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단다.

 

천성이 사람을 좋아해서,

그래서 역시 그녀 주변엔 좋은 사람이 많은 거겠지만,

단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지금까지 인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과의 인연의 농도를 측정할 때 '얼마나 자주'라는 횟수는 측정 기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158쪽)

따위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문장도 너무 멋지다.

 

그녀는 스스로를 '복에 겹다고' 자평하는데,

북 바이 북을 만들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감사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든 이들이 고맙다는 걸 보면,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고보면,

'누구나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심야 치유 서점을 꿈꾼다' 고 하였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에게 배운 것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하여 배운 것도 있는데,

화분 선물에 담긴 의미는,  '모든 것에 정성을 쏟으라는 뜻'이란다.

화분의 꽃이나 나무 하나를 잘 기르면 그 집의 음식은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물은 항상 관심을 가져주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아야 한단다.

 

난 그동안 식물이고 동물이고 뭘 키우는 걸 싫어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잘 키울 수 없을까봐 염려를 한다는데,

난 조금 다른 이유에서 였다.

내가 아무리 잘 키워도 길들이고 정붙일려고 하면,

수명을 다하여 떠나버리거나 죽어버릴까봐,

그 상실감을 감당하기 버겁다는 좀 비겁한 구실 때문이었다.

 

요즘은 좀 나아졌는데,

아직 사람보다 수명이 긴 동물은 못봤고,

여러해살이 식물의 경우 정 붙이고 길들여서 잘 기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많은 이들에게 고마워하는 그녀조차도,

사업가로서의 그녀의 입지가 거저 이루어진건 아니라고 하며,

'어느것 하나 빠지는게 없는' 완전체의 사업가가 되기를 꿈꾼다.

 

아이돌을 예로 들면서,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완전체가 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생각하면 대단하다고 하며 책을 끝맺는다.

 

'북바이북'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북바이북'이 어떻게 거듭날지 격려하면서 지켜봐야겠다.

왜냐하면 난 '북 바이 북'에 제대로 감정이입하고 있고,

그녀들을 통해서 못 다 이룬 꿈을 대리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책방이나 헌책방, 북카페 같은 걸 평생 꿈으로만 가지고 있겠다는 내가,

이런 책을 왜 읽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안 읽는 불황의 시대에 책방을 살려야 되겠다는 작은 염원 때문이고,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이나 프렌차이즈보다는,

이런 동네 구멍가게, 동네 서점을 응원하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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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9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1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6-09 14:42   좋아요 0 | URL
꿈을 실천하는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죠.
전 그저 나무꾼님 책방 열면 놀러가서 노닥거리고 싶어라ㅎ
나중에 누군가 알라딘사랑방 만들어 놓으면 좋겠네요. 누군가가 문제지만!

sslmo 2015-06-11 12:05   좋아요 0 | URL
헤헷~^^
전 세실님 도서관 하시는 동네로 이사가서
도서관 옆집에서 살면서 대출카드를 채우며 사는게 꿈이라니까요~^^

AgalmA 2015-06-09 17:57   좋아요 1 | URL
갑자기 알라딘에 책방 붐이; 책방은 정원처럼 많으면 좋죠. 이웃의 책방이면 더 환영~
어렸을 때 책방하면서 나는 책 보고 소일하면 되지 낭만적으로 생각했다면, 최근 인디책방 운영하시는 분들 보면 대인관계도 활발하고 아이디어도 풍부해야 할 거 같더군요. 책방 성격도 정적인데 운영도 그러면 경영 어려워지는 건 순식간.....온라인 서점과 경쟁까지 하려면 더욱 전략적이어야 되고 인디서점 운영하는 분들 많이 응원해야죠!

sslmo 2015-06-11 12:15   좋아요 0 | URL
전 옛날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하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들으며 제 주제곡으로 삼아야 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별명이 여러개 있는데, 이 대목에서 가장 적절한 별명이 짬뽕공이 아닐까 싶어요.

책방은 공방보다 더 불가능한 꿈이기만 할 뿐이고,^^
이렇게 서재 이웃의 글들을 읽다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걸로 부족해서,
어떤때는 글내용을 이해 못하는 난독증 환자처럼 널을 뛰는 게 짬뽕공 수준이랍니다, ㅋ~.

blanca 2015-06-09 20:27   좋아요 1 | URL
저도. 설레요. 언제나, 책과 관련된 일을 하려는 사람을 보면요. 언젠가는 작은 소망들을 이루실 날이 올 거예요.

sslmo 2015-06-11 12:16   좋아요 0 | URL
누가 그랬던가요, 꿈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아름답다고...
아흑~~--;

수이 2015-06-09 20:56   좋아요 1 | URL
응원할게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장바구니에 퐁당_ :)

sslmo 2015-06-11 12:17   좋아요 0 | URL
누군가의 비밀 제보로 인하여, 저 님 서재로 고고씽 입니다여~^^

수이 2015-06-11 12:20   좋아요 0 | URL
다음달에 계약해봐야 확실히 알아요 ㅋ 미리 설레발친 거 같아서 삭제할까 하다 ㅋ 북플 친구들의 소중한 의견인데 싶어 남겨두려구요. 어제 이 책 주문했어요. 오늘 오면 마구 읽어보려구요. :)

2015-06-11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2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2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2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6-09 20:58   좋아요 0 | URL
김갑수씨처럼 책과 LP판이 가득한 개인 아지트에서 생활하는 것이 로망이에요. 김갑수씨는 아지트에 오면 커피를 볶는다면 저는 제 아지트에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고 싶어요. ^^

sslmo 2015-06-11 12:18   좋아요 0 | URL
왠지 님의 아지트에서는 알콜이 아니라 테레핀유 냄새가 날 것만 같다는...ㅋ~.

마녀고양이 2015-06-10 16:28   좋아요 0 | URL
꿈으로 간직하던 책 대여점하면서 뺘저리게 느낀 것은
꿈은 꿈일 때가 좋다, 다 비즈니스더라.... 하는 점, ^^

저자는 책을 좋아하는데다 사람도 좋아하네, 부러워라......

sslmo 2015-06-11 12:20   좋아요 0 | URL
맞다, 자기 책 대여점 해봤다고 했었지~^^
자기는 힘들었다고 하지만,
난 그래도 마냥 부럽더라는~--;

근데 이 시간에 알라딘 서재에 어인 행차~?
잘 지내시나?^^

마녀고양이 2015-06-20 12:57   좋아요 0 | URL
큭큭, 잘 지내고 있는건가.....
큰 사건은 있었쥐~, 아마 잘 지내는 것 같아.

요즘은 알라딘 서재 들락날락, 들락날락.

sslmo 2015-06-22 16:40   좋아요 0 | URL
휴가 기간~?^^
집 인테리어를 싹 바꾸는 중인가 보더라~^^
그렇게 팔방미인이면, 인테리어업자들은 모 먹고사나?
휴가면 얼굴한번 뵈주지~~~~~~?
헤에~^_________^

해피북 2015-07-01 12:11   좋아요 0 | URL
저두 작은도서관. 북카페, 헌책방을 꿈꿔봤어요 ㅋ 작은 음악회 독서모임, 야 한밤에(이건 카페 몽실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인데요 한 달에 한번 저녁에 모여 아침까지 책을 읽는 이벤트래요 저두 가까이서 산다면 참여해보고 싶더라구요 ㅋㅂㅋ) 이벤트 같은 모임을 진행해보고 싶은 꿈도 살포시 생각해봤어요ㅋ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동네에 서점이 많아지면 좋겠는데 대형서점이라고 역앞에 한군데 밖에 없고 책도 많지 않아서 아쉽더라구요 저희 집 근처엔 문구와 같이 책을 판매하는데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 밖에 없어서 아쉽구요. 제 주위에도 북 바이 북 같은 서점이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sslmo 2015-07-05 13:36   좋아요 0 | URL
그런데,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고~...
전 사람이나 취향에 호, 불호의 편차가 크고 분명해서여...
장사를 하면 당장 말아먹을거에요, ㅋㅋㅋ~.

그냥 지금처럼 하는 일 쪼끔 더 하다가,
저희집 거실이나 베란다에다 1인 공방이나 1인북카페 차릴려구요~^^
 
지승호, 더 인터뷰 - 인터뷰의 재발견
지승호 지음 / 비아북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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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무슨 텔레비젼 프로를 보는데,

푸릇푸릇한 젊은 대학생들과 연예인들이 짝을 이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 한 젊은이의 목소리를 빌었지만 이구동성으로,

'지금 이 길이 내 길인줄 어찌 아느냐?'고 물었다.

 

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금 가는 이 길이 내 길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는 고로, 솔깃하였다.

대답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요지는 명확했는데,

'쭈욱 더 밀고 나가보라' 고 하는 대목에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우리 아들이 무얼 하고 다니는지,

자는 척 눈을 감고 누워 들어보면 학생의 그것은 아니지 싶다.

학생이라면 책이라도 쳐다봐야 할테고,

여친이랑 폰으로 알콩달콩한다면 '좋을때다' 하며 넘어갈텐데,

컴퓨터 모니터랑 연애도 아니고 전투 중이시다.

컴 스피커에서 이상한 굉음과 함께 '소탕되었습니다' 내지는 '적들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간간히 섞여 나오기는 하지만, 다음날 아침 밥상머리에서 보면 전투를 치른 전사의 행색이다.

아들이 지난 밤 '장렬히 전사 당하였든지, 전사시킨 전투는 'League of Legends', 소위 'L.O.L'이라고 불리우는 컴 게임이다.

텔레비젼 속의 젊은이들과 아들을 번갈아가면서 한마디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아들의 옆 얼굴에 그 옛날 '포트리스'라는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하여 컴 모니터에 각도기까지 붙여놓았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서 였다.

부분은 전체를 대표하고 세상은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변화와 반복을 되풀이한다는 '프랙탈이론'을 여기에도 적용시켜도 좋은 것인가 엉뚱한 고민을 한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장래희망은 운동 선수 아니면 연예인 되시겠다.

운동 선수나 연예인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제법 의사표현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것이고,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자신의 길인지는 평생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인터뷰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지승호, THE INTERVIEW>라는 책을 읽었다.

'서문'의 '다시 인터뷰를 위하여'에서 후배와 나눴다는 대화 부분을 읽다가 울컥했다.

"그건 뭐, 운명 같은 거 아닐까?"

이 말은 그의 후배가 한 것이라는 데 말이다.

 

좋은 인터뷰어의 조건으로 '인터뷰 대상에 대한 애정과 사안에 대한 깊은 이해' 를 꼽는데,

김규항이 그를 이렇게 얘기했단다.

"ㆍㆍㆍㆍㆍㆍ한국에서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약력이나 훑어보고 찾아가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눈 다음, 그 삶과 정신에 대해 파악하는 양 구는 일'인 듯 하다. 물론 그건 인터뷰라는 노동을 둘러싼 추레한 환경 때문이다. 지승호는 그런 환경과는 아랑곳없이 인터뷰어의 기본을 지킨다. 그는 인터뷰이가 감탄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또 거듭한다. 아직 그의 노동엔 즉각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개척자적인 인터뷰어인 셈이다."(6쪽)

 

바로 이 부분 ' 인터뷰이가 감탄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또 거듭한다'는 것 때문에,

나도 처음엔 인터뷰이가 넘겨주는 자료만 가지고 가상의 짜집기 인터뷰를 하는,

잘 차려진 상에 수저 한벌만 더 놓는 사람으로 오해했었다.

 

왜냐하면 인터뷰어도 사람이니까,

자기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으면 소홀한 분야나 취약한 분야가 있기 마련일텐데,

그가 그동안 인터뷰한 사람들을 보면 다방면인데다가 출중하였다.

그러니 좁은 소견으로 넘겨받은 자료를 갈무리하여 정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지,

얼마나 살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사전 준비를 했을지 짐작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고 여겼었다.

그걸 이 책의 뒷 날개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그는 인터뷰이를 자신의 프레임에 끼워 맞추지 않는다. 다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을 여과 없이 독자에게 전달하고 스스로의 존재는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지승호가 걸어온 방식이다. 여기에 진정한 장인 정신과 인터뷰이를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둑보적 인터뷰어라고 해서 말하기의 달인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는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봐 주고, 독자가 정말 궁금한 점을 짚어주어, 인터뷰어의 속내와 진정성을 끌어내는 대화의 센스는 단언컨대 지승호가 최고다.

 

난 한 작가나 분야에 필이 꽂히면 전작주의자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한동안 강신주에게 필이 꽂혀서가 아니라, (ㅋ~.)

그의 노장사상에 빠져서 홀릭했던 적이 있다.

그때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이라는 강신주와 지승호의 인터뷰 집을 읽으면서

그의 인터뷰라는 것이 '잘 차려진 상에 수저 한벌 놓는' 행위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의 인터뷰 집을 전부 찾아 읽게 되었다.

 

관점을 바꾸고 바라보니 많은 것들이 다시 보이는데,

그의 인터뷰어로서의 자질과 입지는 '인터뷰이가 감탄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또 거듭한' 노력의 결실인 것이다.

언젠가 공중파 방송에서 방현주 아나운서가 지승호 선생님의 인터뷰집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면 준비되고 검증된 인터뷰어인 것만은 틀림없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그가 입장 바꿔 인터뷰이가  되어보는 것도 재미있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은 왜 읽어야 할까?

방현주 아나운서처럼 인터뷰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거나,

인터뷰이에게 개인적인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강준만(전북대 교수) 강풀(만화가) 김난도(서울대교수) 박순찬(만화가) 오지은(가수) 이상호(기자) 한희정(가수)

 

이 책에 나오는 인터뷰이들은 다들 자신의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유명인들이라는 공통점과,

지승호가 인터뷰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을 발견해 내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책의 내용들은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를 제외하곤,

지면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발표된 것들이라고 해서...쉽게 읽힐 줄 알았다.

그런데 문제의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읽는데 왠지 모를 서러움이 복받쳐올라,

흐르는 눈물을 참고 마음을 다잡길 여러번 며칠이 흘러버렸다.

 ㆍㆍㆍㆍㆍㆍ지금은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본질을 못 보고 있지만, 저는 단언컨대 이 고통이 이른바 세월호 체제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과 자본의 갈등에서 상처 받아온 인간이 침몰한 거예요. 자본이 구조되고, 인간이 수장된 사건인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인간의 편을 들지 않은 사건입니다. 국가가 인간의 편을 들지 않은 사건인 거죠. 정정하자면, 자본과 인간이 동승한 배가 자본의 탐욕 때문에 침몰했는데, 국가는 자본을 구조했어요. 이게 사건의 본질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사건을 마주하여 진실이 드러나야만 우리 사회는 인간 존중이라고 하는 시대적 가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310~311쪽)

이 리뷰의 처음에서 자신의 길을 언급한 것은 그래서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인터뷰이들은 다양한 자기만의 분야를 가지고 있다.

그 인터뷰이들을 나름 대가라고 불러도 좋을지는 이 책을 읽게 될 이들의 몫으로 남겨 두겠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인터뷰어인 지승호부터 시작하여,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재밌게,

최대한 즐겁게 하고 있고,

강준만 같은 경우는 그걸 '중독'이라고 표현한다.

그걸 각자 자기 방식이나 그들만의 전문 용어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강준만은 체념을 가장하지만, 애정의 반대말이 독설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걸 아는지라 가슴이 무너질 따름이다.

ㆍㆍㆍㆍㆍㆍ이번에도 『싸가지 없는 진보』 를 내고 놀란 것이, 책을 안 읽고 얘기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기가 막혀 했다가, ' 정말 사람들이 뻔뻔해졌구나'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그게 하나의 새로운 모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상한 거죠. 속도가 생명인 시대에. 그때그때 느끼는 감을 토로하는 것이 하나의 생활양시그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버린 시대에 SNS 자체를 하지 않는 내가 이상한 것이죠. 책을 읽고서 코멘터리해야 된다는 것이 나의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ㆍㆍㆍㆍㆍㆍ그런데 이런저런 코멘트를 보고서 '아, 이 사람은 안 읽었어'하고 느껴지면 '책에서 다 설명했는데, 왜 이러실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읽었는데도 그랬다고 하면 그건 악의적인 것이고요. 그걸 이번에 많이 느꼈어요. 뭔가 확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 예전에 지면을 통해서 논쟁할 때는 글이 매체에 게재된 지 한두달이 지나서 반론하기도 하고ㆍㆍㆍ그만큼 생각할 시간이 많았죠. 지금은 SNS 몇자로 배설을 해버리는 건데요. 언론들이 인터넷을 통해 속보 경쟁을 하다보니 깊이 있는 기사가 안 나오고, 가십경쟁을 하니까 진지한 언론들도 없어지고, 진지한 토론들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18쪽)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터뷰이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내로라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서, 재밌게, 즐겁게 한다는 것이고,

바꾸어 말하면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을 두고,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메르스 괴담'이나 '메르스 대전'이라고 해서 유언비어가 우리나라에서만 크게 대두되는 것은,

정부가 인간을 편들지 않으니까,

국민들이 정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려고 하다보니까,

우왕좌왕해서 걸린 과부하가 아닐까 싶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라고 읊었던 이는 서산대사였던가?

이 책은 내게 그런 의미의 책이다.

 

*고칠 곳 - 290쪽(예우X, 예후 O)

 

*오지은과 한희정 편에서 계속 '신' 이란 말이 나오는데, 처음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한희정 소개 글을 보니 홍대 신(Scene)이라고 한다.

 영어사전에서 찾으니, '신조어로 젊은 사람이 인기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라는 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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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05 00:21   좋아요 0 | URL
저는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란 책을 읽고 지승호저자를 알게 되었어요 책에보면 서민님이 질문에 답하시면서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 라는 말이 자주 나오더라구요 참 꼼꼼 하신분이구나 싶었습니다.

북플에서 이웃님들 리뷰 자주 읽다보니 몇몇분의 리뷰는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왜냐면 그 리뷰를 읽고나면 꼭 북카트에 책이 실리구...밥상은 단촐해지고... 얼마후엔 그 책을 읽게된다는 ㅋㅂㅋ,, 요 책도 조만간 읽고있을거 같아요 ㅎㅎ

sslmo 2015-06-08 09:37   좋아요 0 | URL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수필 문구가 생각나는 예쁜 댓글이네요~^^

전 해피북 님 서재에 가면 책만으로 부족해,
이런 저런 요리 페이퍼에 제대로 허기가 진다는~ㅠ.ㅠ
책임지셔요~ㅅ!

아무개 2015-06-05 08:55   좋아요 0 | URL
아..카트때문에 각도계를 모니터에 붙이셨다구요?
양철나무꾼님이요? 아하하하하하 ^^:::::::::::::


김규항, 서민 두분 인터뷰한 책을 읽었는데
아 정말 이분(지승호)준비성 엄청나시구나라는 생각 했었어요.
인터뷰라는게 그냥 묻고 답하는게 아니더라구요...

sslmo 2015-06-08 09:54   좋아요 0 | URL
김규항 님 까칠(?)하시기로 유명하시죠?
전 김규항 님의 이런 까칠함이 멋져보이는 거지만요, ㅋ~.

언젠가 김규항 님의 대학 직속선배(이 분도 반듯하고 까칠하기로 유명한 책 하시는 여 사장님)께
어떠냐고 물었더니,
˝나, 걔 너무 까칠하고 반듯해서 부담스러워.˝ 이러셨대요.

그런 김규항 님이 허투루 말씀하셨을리 없죠~^^

북극곰 2015-06-05 09:40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읽다보니 괜히 울컥해요.

sslmo 2015-06-08 10:07   좋아요 0 | URL
울컥하시게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이상호 님의 인터뷰 부분을 더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다이빙 벨`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봣으면 좋겠구요.
보면 눈물 나고 맘 아프다고 해서,
눈 질끈 감아버리는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고,
그건 결국 더 큰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올테니까 말이죠~ㅠ.ㅠ

2015-06-05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8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omadology 2015-06-05 15:40   좋아요 0 | URL
잘 읽었습니다. (포트리스는 각도기를 붙이면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군요.)

sslmo 2015-06-08 10:15   좋아요 0 | URL
이리하여 포트리스와 각도기의 상관관계를 모르시는 님은 한참 영거하신걸로 사료되옵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