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삶 - 그들은 어떻게 일과 생활, 집까지 정리했나?
이시카와 리에 지음, 김윤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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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다길래 옷을 껴입었더니,

허리께는 배둘레햄인데다가,

몸이 둔해서 굴러다니게 생겼다.

 

얼마 안 있으면 돌아올 성탄절 맞이 산타할아버지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자위 하는데,

실상 치킨집 앞의 그 할아버지랑도 닮았고,

내가 매일 만나게 되는 할아버지 ㆍ할머니들의 몸매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추위에 대한 반응은 어르신들이 더 민감하신듯,

할머니 한분이 몸의 두배는 되는 부피에다가 무게도 제법 나가는 털모자가 달린 가죽 외투를 입고 오셨는데,

얼핏 보면 입으신게 아니라, 끌고 짊어지고 다니는 듯 힘겨워 보였다.

 

"이래뵈도 작년에 L백화점에서 이백만환을 넘게 주고 산 옷이여~.

 이래 저래 무겁긴한데,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옷을 새로 장만하겠어."

하며 쓸쓸하게 웃으시는데,

꽃이 져야 열매 맺을 줄 알기 때문에 꽃잎을 떨어뜨리는 꽃송이인듯 여겨져서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나는 그런 마음을 들킬세라,

"맞아요, 엄마.

 요즘은 옷이 떨어지거나 해지지도 않더라고...싫증나서 못 입지."

라며 헤프게 웃으면서 설레발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나에겐 못 버리는 병이 있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소유와 집착, 무소유, 정리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 프리랜서작자가 기획한 것이라서 그런가,

일본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라서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정서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내게는 낯설기만 했다.

 

집 안에 돌아가신 분의 넋을 기리고 공양하기 위한 불단을 만드는 것도 그랬고,

이젠 우리에게도 보편화되고 있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을 요양원에 모시는 것도 그랬다.

화이트 수납이 깔끔해서 좁은 집을 넓게 보인다는 얘긴 들어봤지만, 이런 화이트 수납은 병적이지 싶다.

색깔옷이나 색깔 침구들을 감춰둔다는 것도 그랬지만, 손님이 올때는 텔레비전도 감춰둔다니 말이다.

 

집은 편하게 쉴 수 있는게 최우선이 아닐까?

효율적인 수납이 필요한 것도 적재적소에 물건을 배치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내게,

보이기 위한 수납으로도 부족해 손님이 올때를 대비해서 텔레비전까지 감추는 수납이라니 아이러니 컬 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외엔,

연령대 별로 삶을 홀가분하게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준비하여야 할지,

홀가분한 삶이라는 것이,

자신의 소유를 홀쭉하게 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쭉 벌여 놓았던 것들을 정리하고 홀쭉하게 하되,

나다운 삶을 모색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걸 어떤 이는,

긴장하며 버틸 때와 느슨하게 풀어줄 때를 구분하여 균형을 잡는다. 시간에 쫒기는 생활을 호되게 경험해본 덕분에 시간의 앞에 서서 '쫒기기 전에 리드한다'는 감각을 깨달은 셈이다.(43쪽)

라고 하고 있고,

누군가는,

 "굳이 말하자면 번창하지 않으면서도 망하지 않는 것, 그것이 목표예요."(68쪽)

라고 하며,

다른 누군가는,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일이 생기면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먼지 생각한다(95쪽)

고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절벽 아래에 있는 통나무 가게를 여는 날은 금, 토, 일 사흘 뿐이다. 다른 날은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한다. 종종 두 사람의 개인전을 열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126쪽)

라고 하고 있다.

 

내가 거의 매일 만나는, 만성통증을 앓아 오신 어르신들은 주사 한 대, 침 한 방으로 단숨에 낫게 해달라고들 하신다.

당신들을 향하여 내가 녹음기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듯 하는 말이 있다.

"더 아프지 않으면 낫는거지, 어케 주사 한대, 침 한방으로 나아요?

 주사 한대, 침 한방으로 낫게 해준다는 사람들 다 거짓말쟁이다~ㅅ!"

 

이 책의 제목처럼 홀가분한 삶이란,

그동안 전투하듯 앞만 보며 치달려 왔다면,

이제 좀 느슨하게 내려놓고 홀가분해져도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방법은 각자 나름대로 모색해 볼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인 것이지,

어떤 롤모델이나 모범답안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 책에 나오는 누군가의 말처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앞날을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67쪽)

에 격하게 동의하며,

지금 이순간을 재밌게, 바로 여기 이곳이 천국이라는 느낌으로, 내 옆에 또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홀가분한 삶'을 꿈꾸는 나는 온천까지는 아니어도, 사우나와 찜질방을 좋아한다.

받아드리기에 따라 그걸 충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홀가분한 삶'의 취지에 맞는것 같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난 너무 많은 것들에 샘내고 집착하는 욕심쟁이 인지도 모르겠다.

 

맨날 말로만 불끈 할 것이 아니라,  책을 들이는 것을 좀 줄여야 겠고,

여기 저기서 주는 공짜 사은품 따위도 필요없으면 받지 말아야 겠다.

필요한 물건들도 편리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로 대체할 수 있으면 구입에 신중해야 겠다.

 

하지만 이 모두를 차치하고,

일단은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다움을 회복하는게 '홀가분한 삶'의 최우선 요소일 것이다.

이젠 그렇게 줄이고 비워 홀쭉하게 살고 싶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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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5-12-19 20:58   좋아요 2 | URL
싸이(psy)의 dream, 노래도 가사도 너무 좋다~^^



내게 있을 땐 옆에 있는 게
그게 그렇게 소중함을 소중한지 잊는다
결국 잃는다
결국 실은 나
그렇고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감사한 걸 감사할 줄 모르는
간사한 남사스러운 사람
행복 찾아 왜 먼 산만 바라봤을까

보이는 그대로 믿기 싫어서
믿고 싶은 대로 보기 시작해
외로워지는 지름길인데
괴로워지는 기름칠인데
꿈을 잃거나 이루거나
그 다음 날을 다시 살아가잖아
걱정하지마 이 모든 게 꿈이야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그 모든 게 그대로 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해 여전했으면 해
그때는 영원했으면 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
지난날처럼 다시 행복을 위해
노래 부르며 그 노래 들으며
인생이란 꿈에서 깨어날 때

믿기 어려운 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원래 혼자 왔다가 혼자 살다가
혼자 떠나가는 외로운 길
외로움이 굳은살이 되어
그만큼 내게 피와 살이 되어
담담해져 가 점점 변해 가
무덤덤해져 나
어른이 되어가

갈 사람은 간다
또 산 사람은 산다
신이 내게 주신 가장 잔인한 감정
그 익숙함에 눈물 말라간다
해가 지면 아쉬워하다
달이 뜨자마자 아름답구나
기쁘면 꿈이 아니길 바라는 나
슬프면 꿈이길 바라는 나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그 모든 게 그대로 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해 여전했으면 해
그때는 영원했으면 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
지난날처럼 다시 행복을 위해
노래 부르며 그 노래 들으며
인생이란 꿈에서 깨어날 때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짧은 순간인 것을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짧은 순간인 것을


서니데이 2015-12-19 21:39   좋아요 0 | URL
연말이라서 그런지, 정리나 간소화에 대한 책이 많이 보여요.
저는 주말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어보려고요.
어쩌면 이 책과 생각이 많은 부분 비슷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5-12-20 16:08   좋아요 1 | URL
나 허리 또 삐긋했오.
근데 우리 집 근처의 한의원은 침을 너무 아프게 놔.... 흑, 월요일에 또 가봐야 하는뎅.
자기가 놔 줘, 침. ^^

서니데이 2015-12-23 15:12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날씨는 오늘도 그냥 많이 춥진 않지만,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지음 / 수필세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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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책머리에서 '세상이 한 권의 거대한 책이라면 사람은 또 한 권의 작은 책이다.'라고 했지만,

내가 그 말의 의미를 헤아려 수긍을 할 깜냥은 아니어주시고,

'글은 그 사람을 반영한다'정도에서 타협을 보아야 할 것 같다.

 

한번도 실물로 본 적이 없는 그녀이지만, 글들이 야무지고 정갈하다.

책 뒤 '해설'의 박양근 님의 말대로, 열정과 냉정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실은 이 책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의 글들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랬다.

실물을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넷 상에선 엄청 친한 척 설레발을 치고 호들갑을 떨던 그녀를 향하여,

실체가 없는 대상을 향하여 명확하지 않은 일종의 부러움과 질투, 시샘 따위의 감정을 느꼈다.

 

책을 주문하고 내 손에 도착할 때까지 문득 문득 고개를 들었던 감정은,

책을 받아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감히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직시한 순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이쯤에서 다시 박양근 님의 '해설' 중 한대목을 인용할 수밖에 없겠는데,

그녀의 글은 '자기 성취의 탑이 아니라 달란트를 나누는 기쁨'이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내가 부러움을 느끼고, 질투와 시샘으로 몸부림을 쳐도 그것은 나의 사정일뿐,

경지에 다다른게 아니라 경지에 넘어선 글들을 쓰는 그녀의 입장을 헤아려 보자면 이쯤이 되겠다.

애증의 기억과 생각의 결을 갈무리하며 흔들릴 때마다 낭독 녹음 해 둔「무비 스님의 신심명 강의」를 들었다. 구하지 않으니 행복이라는 말도 없고 내치지 않으니 불행이라는 말도 없다는 일침을 얻었다. (4쪽)

 

그녀의 글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적재적소에 적절한 글들을 배치하여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

이 말은 감정의 과잉이 없다는 말로 바꿀 수가 있겠는데,

이게 박양근 님이 말씀하신대로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는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세상과 동떨어진 글을 쓴다는 얘기가 아니다.

삶의 중심부를 통과하며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글을 쓸때는 마냥 감성으로만 치닫지 않도록 기억과 생각을 갈무리하고,

그것들을 묵혀 숙성시킨,

말하자면 관조적인 깨달음이 배어나는 글들이다.

 

온몸으로 겪고 통과한 깨달음이니 울림이 클 수밖에 없고,

그런 울림이니, 읽는 이로하여금 감동을 줄 수밖에 없다.

 

책 속의 글들은 처음 보는 것도 있고, 알라딘 서재에서 봤던 것도 있었다.

알라딘 서재에서 봤던 것들이지만 새롭게 읽히는 거슬도 있었다.

글이 야무지고 정갈해서 그런지, 책으로 만들어진 품- 예를 들면 책의 형식이나 배열, 앉음새 또한 단정하다.

책 표지의 앵두 그림도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의 글들 못지 않게 좋았던 사진들을 이 곳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칼라인쇄를 사용하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흑백사진처럼 단색의 삽화를 넣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녀의 알라딘 서재에서 느꼈던 것은,

책 뒷표지의 홍억선 님의 말씀처럼 문학 주변의 다양한 장르들과의 접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이라는 제한성 때문에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좋은 작품들을 잘 읽었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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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16 18:02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이 책 검색해보니 18일 부터 배송된다고 했다가 21일 부터 배송된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했는데 양철나무꾼님 글을 읽으며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시기와 질투를 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살포시 하게 되네요 ^~^

sslmo 2015-12-19 21:04   좋아요 1 | URL
요밑 책읽는 나무 님 말씀처럼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책을 읽기 전에는 부러움과 질투, 시샘에 배가 아파 몸부림을 쳤었는데...(ㅋ~.)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걸 까맣게 지워버렸어요.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던게죠.
글들이 정말 찰집니다, 님도 읽어보세요~^^

책읽는나무 2015-12-16 20:23   좋아요 2 | URL
`질투`는 나의 `힘`이라지요?
많이 질투하면 더 좋지않겠습니까?^^
아~~전 프레야님이나 나무꾼님이나 모두 다 `질투`가 납니다
그래서 전 무한파워 장착중입니다^^

앵두책 무척 읽고프네요?

sslmo 2015-12-19 21:10   좋아요 2 | URL
와아~, 너무 좋아요.
무한파워 장착중이시라는 말이, 너무 이쁜걸요~^^

전 기실 알고보면 전투력 제로의 속빈 강정입니다.
무한도전은 하시되, 무한파워 장착까지는 안하셔도 되실 줄로 사료되옵나이다~!

서니데이 2015-12-16 22:03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의 신간이네요. 바쁘실텐데, 벌써 읽고 리뷰를 쓰셨네요.^^
리뷰를 읽고 나니, 저도 읽어봐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요.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많이 추웠는데, 내일은 더 춥대요. 아침에 따뜻하게 입으셔야 할 거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sslmo 2015-12-19 21: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도요.
한해를 마무리한다 생각하면 마음이 분주해져서 괜히 부산을 떨게 되어요~^^
하지만 삶은 도돌이다 하는 생각으로 조급해하지 않으려구요.
님도 훈훈한 주말 저녁시간 보내고 계시겠죠?

2015-12-17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12-19 21:21   좋아요 1 | URL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그냥 말줄임표로 생략할래요~^^
제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빈말은 몬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죠~(,.)
책을 앉힌 품이 좀 아쉬웠지만, 글들은 정말 좋았어요.
저 이 수필집 옆에 놓고 필사하면서 글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청출어람이청어람`이라고 몇년후엔 제가 앞서갈지도 몰라요~~~~, 불끈~!

서니데이 2015-12-19 21:42   좋아요 1 | URL
조금은 생각이 많은 주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양철나무꾼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따뜻하고 좋은 위로 받는 것만 같아요,

연말이 다가오니 많이 바쁘실것만 같은데, 감기조심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sslmo 2015-12-19 21:26   좋아요 2 | URL
곰돌이 푸우라는 만화 영화를 보면 피그렛과 크리스토퍼가 `생각`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둘다 꼬마인데, 심각한 척 하는게 어찌나 웃기고 귀엽던지~~~~~^^
님도 마찬가지예요.
생각은 잠시 한쪽으로 접어두자구요.

생각 속에 침잠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밤이에요~^^

서니데이 2015-12-19 21:42   좋아요 1 | URL
앗, 지금 제가 그런 모습으로 심각한 얼굴일 거예요.
(화면 앞의 제 얼굴을 보고 계신 건 아닌가요.^^)
네, 생각은 조금 밀어두어도 괜찮은 그런 주말 보낼게요.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6-01-18 13:43   좋아요 0 | URL
지금 이 글을 앉힌 양철나무꾼 님 글쏨씨도 보통아니셔서
벌써 아이구ㅡ질투는 요...무슨...그냥 존경만 할랍니다.
이러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님도 어여 어여 결실을 맺으소서..^^
저야 무심한 인간이라 ㅡ서재로 드나드는 걸 잘 못하니 북플에서만 소통을 주로 하는편인데 그분의 인격은 이미
아 ..내가 아는 차원을 넘어 있다 ㅡ라는 것 였죠.
책을 내신것도 겨우 알았답니다.
모두 다 다녀가신 후 저는 늑장 걸음을 했더라고요.
ㅎㅎㅎ
곧 볼참입니다.리뷰는 감히...그러는 중...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손맛으로도 먹고삽니다 - 10인의 먹거리 소상공인 성공기
박희선.은유 지음 / 황금시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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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은유' 님이 작가로 나오셔서 구입하게 되었다.

'올드걸의 시집'이나 '글쓰기의 최전선'을 내신 분이 이런 책은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이런 류의 글을 쓰는 사람하며 김서령과 한정원이 떠오르는 고로,

은유 님이 이런 책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궁금했다고나 할까?

 

부제가 '10인의 먹거리 소상공인 성공기'라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음식점 창업을 위한 안내서는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이 책은 이런 방식으로 '음식장사'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까지는 아니어도,

소자본 창업자들의 분투기 정도로 읽힌다.

 

사람들에게 먹고사는 일은 원초적이지만 신성한 일인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글쎄 뭐라고 해야할까...

먹고살기 위해 하는 창업이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내가 맨날 얘기하는 공방 느낌이 강했다.

소꿉놀이 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책의 내용이 다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모든 순간이 다 그렇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모든 순간 다 그랬다면 이 성공기에 등장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열 명이 등장해서 이러저러한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들려주고 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애정하는 은유 님은,

'그러니까 손맛으로 먹고사는 비결은, 이것이다. 가혹한 경쟁이나 무모한 유행에 휘말리지 않고 '먹다'와 '살다'의 가치를 지키는 것. 내가 잘하는 음식으로 나도 살고 남도 살고. 이 얼마나 멋진 삶의 시나리오인가.'

라는 말로 머리말을 끝맺는다.

 

이 책을 읽다보면,

플리마켓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그러면서 입지를 굳힌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등을 통해서 홍보를 한 경우도 있다.

아직 사업자등록증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블로그 이웃들의 부탁을 받고 판매를 해서 영업행위로 이어진 사람도 있고,

프렌차이즈 계약을 해서 몇번의 시패를 거듭한 사람들도 있다.

 

수익이 빤한 동네상권에서 수요가 한계가 있자,

저녁에 맥주도 팔고 배달도 하고 하며, 운영방식을 원화하여 위기를 극복한 사람도 있다.

 

이쯤에서 고대 앞의 영철 '스트리트 버거'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포장마차 형식의 햄버거 가게에서 사세를 확장하여 점포를 임대하고,

프렌차이즈 가맹점도 열고 했는데,

지금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전전 긍긍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이 책은 지금 만들어진 따끈 따끈한 신간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비교적 최근의 상황들을 나열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막 시작하는 점포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소자본창업이라고 하는데,

정말 소자본 창업도 있지만,

시댁에서 친정에서 원조를 받은 경우도 있다.

 

손맛만 있고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따위의 말은 시대의 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말이 되겠다.

왜냐하면 먹는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손맛은 검증된 사람들일 것이고,

손맛이 별로라면 적어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고,

겉으로 보기엔 띵가띵가 노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게 영업방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맛과 노력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고,

내가 생각하기엔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는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1이 책의 한쪽에선,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소비자는 함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비싼게 문제가 아니라 비싼 값을 치르고도 대가가 부실할 때 외면한다. 그러니 젊고 감각적인 딸의 입맛과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ㆍㆍㆍㆍㆍㆍ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조리법과 스타일링을 고급화했다. 집밥 같지만 일반적인 집밥 같지 않은, 조금 색다르고 한번 더 정성을 쏟은 메뉴들이 새로 구성됐다.(142쪽)

 

빼어난 손맛을 자랑하며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것과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여 돈을 버는 것은 다르다.

음식을 판매하겠다고 하는 순간, 위생이나 법률, 각자의 역할분담 따위의 많은 것들이,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손맛과 노력은 기본이고,

트렌드를 읽고 얼마큼 잘 합류하는가 하는 것이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이기는 하지만,

한가지를 더 꼽으라고 한다면,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을 꼽고 싶다.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미래의 먹거리 소상공인을 위한 스타트업 가이드'가 쪼로록~ 열개가 나열되고 있는데,

나름 알찬 팁이다.

'손재주로도 먹고 삽니다'도 읽은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 책이 '소상공인'이라는 의미에 잘 맞는것 같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먹기 위해 사는걸까, 살기 위해 먹는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엉뚱한 의문이 되겠지만,

내 경우...맛난 걸 먹기 위해, 맛난 걸 먹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사는 것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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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15 13:13   좋아요 1 | URL
저 같은 사람만 있으면 세상에 음식장사 하시는분들 다 망하지 싶어요.ㅎㅎㅎ
요즘은 매일 저녁한끼 먹는거..김장 김치 이거 하나라서요.
하루 밥 굶지 않고 물에 밥말고 김치면 족할 줄 알면 행복이거든요.
(장모님 양념에 김치는 제가 비벼 넣었던 김치라서 그런가? 싶더군요)

sslmo 2015-12-19 21:31   좋아요 0 | URL
저 지금 심히 궁금하여 턱괴고 바짝 당겨앉았습니다.
하루 한끼 드시고 어찌 사시나요?
제가 댓글 해석을 잘몬 한거겠죠?@@

세상에 맛난게 얼마나 많은데,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요~ㅅ!!!

세상에 많은 욕구가 있다지만, 명예, 권력 다 필요없고 말이죠~...
성욕과 더불어 식욕은 사람이 건강하다는 `정거`아니겠습니까???

하늘바람 2015-12-15 13:43   좋아요 0 | URL
멋진 언니

sslmo 2015-12-19 21:32   좋아요 1 | URL
감솨, 꾸벅~(__)

서니데이 2015-12-15 14:37   좋아요 0 | URL
책을 읽다보면 책마다 강조하는 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로 시작하면 하나하나 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일거예요.
사소해보이는 것들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들도 많으니까요.
이 책에 소개되는 분들 정도라면 그래도 성공한 케이스에 속할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sslmo 2015-12-19 21:38   좋아요 1 | URL
이 책, 책을 앉힌 품이 좀 많이 아쉬웠어요.
글을 띄어쓰기 단위로 앉혀서 군데 군데 여백이 너무 많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처음엔 오타나 교정오류인줄 알았어요.
근데 가만보니까 책 전체가 다 그렇더라구요.
그렇게 띄어쓰기 단위로 하는게 어쩜 정석인데,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에 어색한 건지도 모르지만요~^^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이들이 소자본 창업을 해서 지금 궤도에 올랐는지 어땠는지가 알 수 없는 `미지수`라는거죠.
책을 보다보면 올해 개업한 곳도 있고 하던데,
올해 개업한 곳이라면 성패를 얘기하기엔 조심스러운게 아닐까 싶었어요.

조심스럽지만, 제 견해는 그랬습니다. 헤에~^____^

서니데이 2015-12-19 21:46   좋아요 0 | URL
네, 그 말씀에 공감해요.
올해 개업한 케이스라면, 개업까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창업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조금 짧은 시간으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나중에 다시 이분들이 책을 출간하신다면, 그 때에는 그 사이의 과정을 조금 더 소개할 수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 되어 성공한 케이스에서도 시행착오나 실패한 경험이 있을 수 있겠고, 그러한 것들이 이후에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cyrus 2015-12-15 19:59   좋아요 0 | URL
먹기 위해 사는걸까, 살기 위해 먹는걸까? 이 질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정답이 없는 우문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sslmo 2015-12-19 21:40   좋아요 0 | URL
우문 아니랍니다.
전 아주 진지하게~!!!
먹기 위해서 산답니다~^^
 
망원동 에코 하우스 - 레알 도시 여자의 적당 생태 백서
고금숙 지음 / 이후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요즘 내 삶의 주된 관심사는 공방과 전원생활이었다.

공방이라고 하면 물건을 파는 행위로까지 연결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서 내가 쓰는 일종의 자급자족의 삶을 원해서였다.

전원생활도 자급자족의 연장선 상에서 얘기하고 했는데,

그럼 되돌아오는 대답은 전원생활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둥,

상추에 달라붙은 달팽이를 보고도 경기를 일으키는 니가 잘도 견뎌내겠다, 면서 기함을 토해내곤 한다.

 

그런 이들을 향하여,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내가 꿈꾸는 공방과 전원주택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뒤죽박죽 얽혀서 그럴듯한 대답을 못해주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환경'이나 '생태'라고 하면 어떤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근 내용은 무겁고 들어보지 못했으니 이해불가-재미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깔깔대며 웃다보니 그동안 내가 그려왔던 공방과 전원생활이라는 것이,

그녀와 이 책의 그것과 똑같은데 적절한 용어를 찾지못해서 빌려쓰고 있었던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적절한 용어를 찾게된 지금도 '환경'이나 '생태'라는 말은 사용하고 싶지않다.

 

난 시민단체 활동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모양처'놀이나 코스프레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요즘의 공방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눈여겨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재활용이나 리폼에 주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프로방스, 북유럽, 킨포크 따위 내가 알도보도 못한 지역명에다가 '스타일'이라는 말을 붙여서 만든,

재료를 새로 구입하거나 심한 경우 그 지역의 재료를 수입하기도 한,

'그린'이나 '에코'라는 말을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사용하기는 하지만,

전혀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는 형태와 럭셔리한 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보여지는 결과물은 나와 다르지만, 나와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나의 행보에 대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딴지를 거는 이들에게 이 책 한권만 들이대면 될 것 같다.

 

ㆍㆍㆍㆍㆍㆍ물론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는 참으로 값지다. 그런데 자급적 삶을 위한 실천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만족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이라면, 차라리 대안 제품을 조금씩 구매해 아껴 쓰는 편이 나은 것 같다.(289쪽)

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여러가지 책들을 인용하며 나열한,

작은 집에서 작은 살림으로 심플하고 군더더기없이 사는 삶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손이 가는 공간과 물건을 줄이고 욕심을 내려놓는 대신, 하루에 한 번씩 하늘을 보며 구름의 움직임을 살피고, 생각나는 사람들 안부를 묻고, 동네 고양이들을 살피며 산책하는 삶이라고 정리한다.

ㆍㆍㆍㆍㆍㆍ책을 사도 이사할때 책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생각이 났고, 공짜로 주는 사은품도 내용물을 확인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면 거절했다. 책과 사무용품은 지금 가진 책장과 서랍 용량을 넘지 않도록, 옷과 가방, 장신구 등은 옷장에 들어갈 만큼만 허용해 웬만하면 살림 규모를 '지금, 이대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했다.(210쪽)

고 하고 있다.

 

나의 그것도 공방과 전원생활이라는 용어로 불리우지만,

심플라이프나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 모두를 강제적으로, 전투적으로 행할 마음은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직접 내몸을 부딪혀 움직이며 살다보니,

필요한 것이 별로 없어지고 소박해져서 몸에서 배어나오는 몸이 먼저 느끼는 깨달음이었으면 좋겠다.

 

그걸 그녀는,

ㆍㆍㆍㆍㆍㆍ사람마다 포기할 수 없는, 그리고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사치가 하나쯤 있다고 인장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 귀농해서 비전력 삶을 살거나 스몰 하우스에서 실험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처럼 극적으로 인생을 리셋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더, 꾸준히 실천해 나가면 된다.ㆍㆍㆍㆍㆍㆍ나도 화분과 커피 내리는 도구는 내 인생의 사치로 여기고 조금씩 늘어나도 내버려둔다. 각자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사치를 한두 가지 정한 다음, 나머지는 뺄셈으로 일관해 보자.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며 보태지 말고, 즐겁게 감당이 될 만큼 비우는 뺄셈의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스몰 하우스는 공간과 살림의 크기를 통해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자세와 철학을 보여 준다.(218~219쪽)

라는 말로 나에게만 하는 말은 아닌데, 나를 강하게 위로한다.

 

그녀의 그것이 나와 다른 점을 들라면,

그녀의 그것이 '시민단체 활동가'에서 근거한, 말 그대로 10년을 버텨온 것이라면,

나는 살면서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이며,

조금 부족하거나 못하는 것이 있어도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나만의 기준과 속도를 가지고,

소신껏 살겠다는 말의 다름 아니다.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녀의 것이 부럽지 않아야 하는데,

비전력스피커는 쫌 부럽다.

비전력 스피커(<=고금숙 님의 홈페이지 링크)

 

이 책이 적절한 일러스트와 공간 배치를 사용해 답답하지 않고 쉽게 읽히고 재밌을 뿐만 아니라,

참고서적과 그 밖의 참고자료, 집을 장만할때의 체크리스트 따위가 꼼꼼하게 적혀있는 훌륭한 책임에 틀림없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녀의 그것들이 생소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환경'이나 '생태' 또는 재활용이나 리폼이라는 말만 듣고 구질구질하거나 지지리 궁상을 연상할 수도 있을텐데,

사진이 하나도 실리지 않아서 이해와 공감이 반감될 수도 있겠다.

 

링크한 홈페이지에 가보면 알겠지만,

이쁜 사진들이 적당히 실려서 이해가 훨씬 수월하고,

자연스레 시도해 보고 싶어진다.

 

특별히 의식있는 사람이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아니어도,

마음 먹고 하고자 한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진이 없으니 좀 추상적으로 느껴졌었다.

 

이 책을 읽고,

소박하게 살겠다거나 느리게 살겠면서,

삶의 내용이나 속도 따위 내지는 질적인 면을 가지고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만의 삶의 내용과 속도를 가지고,

내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 서로의 삶을 살겠지만,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그녀에게 하는 응원은 '힘내라'가 아니라 '힘내자구요'이다~!

 

하긴 요며칠 나에게 소홀하고 삐딱한 친구에게 '제대로 삐치는 수가 있다'며 경고를 하였더니,

'난중에 보자'는 답이 돌아왔지만,

난 지금 이순간이 중요할 뿐이다.

나중에 보자는 사람은 하나도 안 무섭더라, ㅋ~.

 

모든 권리에는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

돌이켜 뉘우치고 반성하는 사람이 나중에 보았을때 한뼘쯤 훌쩍 성숙해 있을것이다.

 

나중에 제대로 보기 위해선,

돌이켜 뉘우치고 반성하는,

예를 들어 리뷰나 일기라도 쓰는 삶을 평소 생활화해야 하겠다.

 

고로, 나중에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다지만,

나중에 보자는 말이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난중 일기라도 써야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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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5-12-19 21:45   좋아요 0 | URL
시골 어디루여?
저 쫄레~쫄레~ 따라가면 안될가요?^^

그냥 꿈이나 로망 따위가 아니라, 전 진지하게 시골생활을 생각중인데,
시골생활이라기 보다는 자급자족생활이 좀 더 근접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아직 욕심을 다 접지 못했지만,
제가 이 나이만큼 살아보니 사는데 필요한게 그리 많지 않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5-12-11 18:08   좋아요 1 | URL
내 자신만의 속도
참 좋네~~~~~ 근데 삐칠 줄 알긴 아는거야? 어휴 순둥이~♡♡

sslmo 2015-12-19 21:46   좋아요 0 | URL
코알라 안 뵈주면, 제대로 삐칠 거다~~~, 흥~=3
 

며칠전 울아들이 검정 마스크 사진을 링크해서 보내주며 그걸 사달라고 했었다.

내가 보기엔 시커먼 것이 패셔니스타 울아들에게 어울리지 않아보여,

오늘 오전 내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보았다.

 

(아들이 보내준 인터넷에서 판매 중인 껌정 마스크)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스크)

 

내 딴엔 아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고른 껌정색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에서 껌정 체크를 원단을 선택하여,

한땀 한땀 이태리 장인의 정신에 감정 이입은 아니더라도, 나름 빙의하여 만들었다.

좋아할 아들을 상상하며 완전 기분이 좋아 보내줬더니,

괜히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했다며 툴툴댄다.

(이 사진은 "미디어 오늘"에서 업어왔습니다)

 

아들, 정녕 이 용도로 사용하려고 사달라고 했던거냐?

미리 얘기했으면 이 엄마가 안 돌아가는 머리라도 굴려 완전 폼나게 만들어줬을거 아니냐?

 

 

닥치고 책이나 읽어야 겠다.

 

 

 

 

 

 

 

 

망원동 에코 하우스
고금숙 지음 / 이후 /

2015년 10월

 

내가 거절 당한것 같아 완전 우울한데,

이 책은 왜 이리 잼나는거냐?

그동안 내가 봐왔던 작가들 중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가독력 있는 글빨을 자랑하는 것 같다.

암튼  고금숙이 누군지, 나한테 딱 걸렸다.

그녀의 전작 주의자가 되고 말테다~(,.)

 

몸마저 비리비리한 나는 시골에서는 영 쓸모가 없는 인간이다. 게으르고 허약해서 농사를 업으로 삼을 수가 있나, 프로그래밍이나 웹디자인 같은 기술로 시골에서도 밥벌이가 가능하기를 하나, 동네 어르신을 모시고 읍내 병원까지 운전할 수가 있나, 영 되는 것이 없다. 내가 보기에 시골에는 운전, 간호, 디자인, 홍보 등 도시에서도 통용될 기준을 가졌거나 농사를 전업으로 삼을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 도시에 남아 저항하고 싸우며 도시의 숨통을 튀워야 한다.(10쪽)

나랑 비슷한 조건인데, 분석력에다 추진력까지 갖추었다.

나처럼 되지도 않게 포크레인 앞에서 힘 빼고 삽질을 하며 진을 빼지도 않고,

번지 수를 잘못 찾아 놓고고 엉뚱한 상상으로 자아도취하여 헛물을 켜지도 않는다.

이러니 내가 어찌 멋지다고 열광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말이다.

 

암튼 마음을 추스리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사는 방식이 당신을 말해준다."
-권산,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북하우스,2010) (21쪽)

 

난 아무래도 앞으로도 한참동안을 되지도 않는 걸 두고 헛물을 켤지도 모르고,

시행착오를 몇번이나 더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배꼽 빠지게 웃을지도 모르니,

배꼽 단속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탈피했다고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습관화되어 현실에 안주하려는 매너리즘과 타성에서 탈피할 수 있다.

부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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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8 15:1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잘 만드셨는데요.^^
저도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보다 사주시는 걸 좋아했던 생각이 나네요.^^


sslmo 2015-12-08 19:00   좋아요 0 | URL
감솨합니다.서니데이님 솜씨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자랑스럽고 만족합니다~^^

저희 아들은 며칠전 집회에 사용할 복면대용 마스크가 필요했던 거랍니다~--;

마녀고양이 2015-12-08 16:01   좋아요 0 | URL
고생했네~
자식이든 남편이든 맘 맞추는 게 쉽지않아. 하긴 내 맘도 헛갈리는 판국에.

이쁜 귀마개 구합니다 ^^

sslmo 2015-12-08 19:02   좋아요 0 | URL
코알라 잘 있나?
마고님은 안 보고싶은데, 코알라가 마이 보고싶네~--;
코알라가 사용할거라면 귀마개 뿐이겠음? 입마개, 눈가리개 뭔들 몬 만들겠음?
나 이러고 말뿐인 부도수표 남발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ㅠㅠ

마녀고양이 2015-12-09 10:10   좋아요 0 | URL
아하하, 코알라가 이제는 완전히 청소년인지라
엄마의 친구를 만나는 자리에는 절대 안 가려고 하네. ㅋㅋ

글구........ 울 코알라도 자기 아들과 비슷해. 취향 맞추기 어려워.... 흑.

sslmo 2015-12-11 16:22   좋아요 0 | URL
아냐, 아냐~!!!
내가 코알라는 극복할 수 있어.
뵈주기만 하면 그다음은 내가 다 알아서 하겠음~!!!

마녀고양이 2015-12-11 17:52   좋아요 0 | URL
어쩌나... 그 보여주기가 어렵다네, 내 마음대로 할 나이를 지났거든, 아들 겪어봐서 잘 알텐데 ㅋ

난 코알라랑 영화본 기억도 까마득해 ㅋㅋ

단발머리 2015-12-08 16:53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하나뿐인 너무 멋진 마스크예요.
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캉캉토끼때부터 알아봤어요. ㅎㅎㅎㅎ

sslmo 2015-12-08 19:0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캉캉 토끼 기억하고 계시네요~^^

책읽는나무 2015-12-08 17:57   좋아요 0 | URL
역시!!
왜 공방을 꿈 꾸시는지 알겠어요
님의 손재주도 부럽군요^^
전 손재주 좋으신 분들이 부럽답니다

근데 저 마스크 쓰고 사진 찍어도 폼나지 싶은데~~동물모냥 마스크가 유행인가봐요?^^

sslmo 2015-12-08 19:04   좋아요 0 | URL
저희 아들은 폼나는게 목적이 아니었고, 얼마전 복면금지 집회에 사용할 복면 대용의 마스크가 필요했답니다. 어케 저런 것도 아빠를 꼭 닮았는지...에혀~--;

cyrus 2015-12-08 19:08   좋아요 0 | URL
마스크 잘 만들었어요. 진짜 가게에 파는 마스크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제가 군인이었을 때 눈 치우는 날에 저런 마스크를 썼어요. 국방색 마스크는 촌스러웠어요. ^^

sslmo 2015-12-11 16:00   좋아요 0 | URL
하하~, 눈과의 절묘한 조화를 위해서라면 국방색보다는 힌색이나 검정, 또는 저런 흰검 체크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군대 다녀온 사람도 아닌데, 남자라면 누구나 국방색 카고(건빵)바지를 유니폼처럼 입는 건 어찌해석해야 해요? ㅋㅋㅋ

그나저나 저 마스크 함 팔아볼까요?
한 천원에 팔리려나?@@

감은빛 2015-12-08 21:35   좋아요 1 | URL
완전 잘 만드셨어요!!
추천하신 책은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다만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선 이번 주말까지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한 후에나,
책이 눈에 들어올 것 같아요.

날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죠?
늘 건강하시길~~

sslmo 2015-12-11 16:23   좋아요 0 | URL
오늘은 봄날 같이 따사로운 걸요~^^
님도 지옥같은 일정 끝내시고 한 숨 돌리시려나?


감은빛님 공주님들도 잘 지내죠? 헤에~^^

비로그인 2015-12-09 21:19   좋아요 0 | URL
마스크 완전 멋져요~~아드님도 짱 멋지구요!!!!!!!
저도 요즘 마스크에 도전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ㅎㅎ

sslmo 2015-12-11 16:25   좋아요 0 | URL
아른 님도 함 만들어 보세요.
아른 님표 마시크는 어찌나올지 기대마발입니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