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한자
김동돈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서 길(道)을 만든다.

그 길(道) 위에 있을때,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와,

따사로운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 내 몸을 감싸는 넉넉한 대기 따위...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길 위에 있을 때(道) 나 또한 대자연의 일부인 인간(人)으로 거듭난다.

 

도(道)를 갈고 닦아 도통한 사람이 되는 것도 도인(道人)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길을 만드는 사람도 도인(道人)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길에서 주운 한자'를 쓰신 김동돈 님은 양쪽을 아우르는 '도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제부턴가 길을 갈 때 한자ㆍ한문이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사진을 찍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간 찍어온 것들을 정리하고 약간의 군말을 덧붙여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길에서 주운 것들로 책을 꾸린 만큼 읽히는 것 또한 길에서 읽히길 바라며, 특히 한자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 유익한 벗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라고 적힌 책 날개 안쪽 프로필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저자의 길과 한자에 대한 애정을 가히 짐작하겠다.

 

계절별로 길거리에서 만났던 한자들을 다루고 있는데,

한자를 만나면서 느꼈던 저자의 생각을 풀어내고,

그 한자들의 어원이나 변천과정을 알기쉽게 설명하는데, 재미있고 임팩트 있다.

매 단원마다 정리 문제를 곁들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선 공부한 한자만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같이 생각해볼 문제들이나 따로 깊이 생각해볼 문제들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는 수상집도 아니고, 본격 학습서도 아닌 모호한 책이라며,

서술방식도 일관성이 떨어지고 활동 반경이 좁다보니 다루는 소재도 폭넓지 않다며,

겸양을 부리지만,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드는 생각은 웬만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것이며,

그러니 이런 좋은 책이 탄생할 수 있었구나 싶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길에서 주운 한자니까,

사람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한자들이겠고,

그러려면 보편적이고 쉬운 한자들이라고 미루어 짐작했기 때문에,

다 아는게 아니라 다 알고 있다고 착각을 했고,

좀 만만하게 봤었던게 사실이다.

 

읽어가면서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되었는데,

길에서 주운, 주변에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한자여서,

자주 쓰이는 비교적 쉬운 한자들인 것은 맞지만,

내가 그 한자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또 아는 한자라고 생각했던 것 중엔,

한자의 음 부분을 알고 있어서 대충 때려맞춰 읽는 것도 있었고,

한자의 부수나 뜻 부분을 미루어 음가를 읽어내지는 못해도 단어 속에서 뜻을 짐작하는 경우도 읽었다.

 

또 분명히 아는 한자여도 읽어낼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하면,

복잡한 한자의 경우 축약되어 간단한 형태로 쓰여도 전혀 새로운 글자가 되었고,

길에서 주운 글자라는 특성 상, 장식이나 포장물들이 많다보니, 장식용 글씨체나 멋부린 글씨체로 쓰여지기도 하는데,

살짝만 멋을 부려도 전혀 다른 글자 같아서 읽을 수가 없었다.

간판이나 현판처럼 쉬운 글자들을 비교적 읽기 쉽게 사용하고 있지만,

글자가 눈에 익지 않거나, 중의적인 의미라서 버거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길에서 한자를 제대로 줍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도 지식이겠지만,

전각이나 현판의 글씨, 비문과 비문을 탁본한 글씨 따위의 낯선 서체를 눈에 익히는 작업도 필요하겠다.

거기다가 중국의 역사와 고전에 대한 이해는 기본으로 깔고 있어야 할테고 말이다.

 

때문에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알 수 있는 한자인 것은 맞지만,

중학생은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도, 우러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쯤이었다면, 도인(道人)을 들먹여가며 설레발을 치진 않았을 것이다.

때로 한자나 한문에 대한 과한 애정은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랄까, 중화중심의 그것으로 변질되어 나타나곤 하는데,

이분에게선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언어에 대한 앎이라는 차원을 넘어 적당한 간극을 유지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느껴져 명징했으며,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애정의 온기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훈훈했다.

 

'찝찌름한 중국식 춘장을 달착지근한 우리식 장으로 색다르게 만든 점'을 내세우며

짜장면에서의 창조적 변형이 만들어낸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얘기하는가 하면,

오미자차와 관련하여선 포장지에 한자가 잘못 쓰인 것을 지적하며 농촌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안타까워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정부에서 농촌에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쪽 방면으로도 지원을 좀 해주면 어떨까 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경복궁의 현판을 설명하면서 '주역'을 예로 드는가 하면,

갑오동학혁명군추모탑에선,

천간ㆍ지지 육십갑자를 꿰고, 동학과 동학혁명군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설명한다.

동학혁명군의 행동강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면을 많이 할애하여 설명에 공을 들이는데,

이들의 목적뿐만 아니라 실패요인이기도 했다고 명확히 진단해 낸다.

 

개인적으로는,

절집들을 기행하면서 절집의 뒷간, 목판, 현판 따위 뿐만 아니라,

한자ㆍ한문 따위는 한 글자도 없는 토굴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승의 뜻을 되새기며 오늘날의 종교를 반성할 수 있게 해서 좋았고,

추사기념관과 추사고택 등 추사의 흔적을 따른 글들도 좋았다.

'인물성동이'란 주제를 놓고 벌인 남당과 외암의 논쟁을 언급한 부분 따위는 가히 범접할 수가 없었다.

 

이 분의 설명방식을 한 부분만 옮겨보면 이렇다.

白은 해가 떠오르기 전의 빛깔은 하얗다는 의미예요. ㆍㆍㆍㆍㆍㆍ말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죠. 告白의 白이 그런 의미죠. 해뜨기 전에, 다시 말하면, 늦기 전에 얼른 말해야 일이 성사된다란 의미로 '말하다'란 의미로 사용하게 된 거예요.(80쪽)

 

이 白과 관련하여, 다른 책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글꼴은 간단하지만 해설이 다양하다. 엄지손톱, 쌀알, 불꽃, 설명하다, 사람의 머리, 일출, 심지어 해골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ㆍㆍㆍㆍㆍㆍ따라서 백의 본뜻은 '동이 트다'이다. 동이 트면 어둠이 흰색으로 변하면서 밝아지므로 '희다, 하얗다'의 뜻이 나오게 되었다. ㆍㆍㆍㆍㆍㆍ흰색은 깨끗한 느낌이므로 '깨끗하다'는 뜻이 나왔다.ㆍㆍㆍㆍㆍㆍ깨끗하게 하면 텅 비기에 '없다, 비었다'의 뜻도 나왔다. ㆍㆍㆍㆍㆍㆍ밝아지면 사물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므로 '분명하다, 말하여 밝히다'의 뜻도 나왔다. (이인호 '하루한자공부' 부분 인용)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어찌보면 약간 다르다.

한자의 역사가 오랜 만큼이나, 간단하다고 생각되었던 한자도 해설에 다양한 견해가 분분한가보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때도, 꾸준함을 이기는 그 무엇도 알지 못하겠다.  

 

가장 놀라웠던 건, 결혼하는 후배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주려고 한시를 지었다는 거였다.

한시를 짓는것은 고사하고, 읽으며 뜻이라도 짐작하려다 보면,

단지 한자나 한문만을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란걸 알게 된다.

게다가 각운이나 압운 등 우리나라 시에선 생소한 운율이나 형식 등 고려해야 것이 많은 작업이다.

 

난 이 책을 이렇게 좋게 읽었고,

한 장이 끝날때마다 정리 문제를 통해서,

한자를 정리하고,

인문학적 입장에서 깊게 또는 폭넓게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꺼리들을 제공하고 있어서 내 스타일에 맞춤했지만,

 

이 책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은 하나의 상품이고, 무형의 지식을 유형화해서 파는 것이다.

때문에 내용이 아무리 좋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겉표지나 책의 편집 상태 따위는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달리 읽히기도 하니 차치하고,

불빛에 뻔득뻔득 반사되는 종이를 사용해서 눈이 너무 피로하였고,

사진 속의 한자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암튼, 이제 1권을 막 끝냈을 뿐인데 2권을 기다리는걸 보면,

단점은 구실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길에서 만난 한자들을 매만져 길위에 풀어 놓았으니,

나도 길위에서 그 한자들을 익히며,

길 위의 도인이 됐든, 도통한 도인이 됐든, 무엇인가를 꿈꿔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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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5-19 18:54   좋아요 1 | URL
저희 집에는 한자 책이 무지 많아요. 급수 공부한다고 사놓은것두 있어서 탑을 쌓아도 될 정도죠. 급수책이 워낙 두껍기도 하고 말이죠 ㅋ

그런데 이번에 일본어 공부하며 어떤 분이 공부 잘하는 사람은 책 한 권이면 된다던 말에 어찌나 뜨끔하던지요ㅋ

왜이렇게 한자 공부가 안되나 생각해보면 평소에 그닥 사용할 일이 없어서 그렇구나 생각해요. 그런데 이 책은 길가나 유적지에서 접할 수 있는 한자라니 제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ㅋ
그동안 절이나 유적지에가면 보이는 한자마다 눈만 꿈뻑 거리면서 까막눈 들키지 않으려고 피해다녔는데 어린아이처럼 천천히 한자씩 읽어보는 기쁨을 누려보고 싶어집니다 ㅋㅂㅋ

sslmo 2016-05-21 09:27   좋아요 1 | URL
전 언제부턴가 중국 고전에 관심을 갖게됐고,
그러면서 한자 공부를 했다고는 할 수 없고, 한자책만 엄청 사들였죠, ㅋ~.
유명하다는 것은 물론, 재밌어 뵈는 것들도...다 그러모으고 봤는데,
한자책을 보면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유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맘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게 된달까, 완전 엉뚱하지만...재밌어요~^^

전 무인도에 가게 되면 옥편 한권 들고가고 싶어요.
온 우주삼라만상이 옥편에 들어있는 것 같아서, ㅋ~.

yureka01 2016-05-19 18:59   좋아요 1 | URL
공부를 상당히 많이 하신 분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요즘 한문학관련 공부가 전혀 안되어 있는 저로써는
신기하기도 하구요..

오래전에 한문으로 모두 글공부했는데 말이죠....

잘봤습니다^^..

sslmo 2016-05-21 09:32   좋아요 1 | URL
저도 yureka01님과 크게 다를게 없어요~--;
학교 다닐때 한자를 잠깐 배우긴 했는데,
전 이과였을뿐이고,
그 이전엔 한자를 이해하고 깨우치는 학문이 아니라,
무조건 외우는 걸로 생각해서 진짜 공부하기 싫어했어요, ㅋ~.
(공부 못했다는 말은 곧죽어도 하기싫어 이핑계 저핑계 댄다~, 헤에~^^)

나이 먹고 고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자가 재밌어지기 시작합니다.
님도 트라이 투 해보세요.

우리, 같이 해보는 건 어떨까요?
Let`s cheer up~!

cyrus 2016-05-19 21:19   좋아요 1 | URL
지금도 찔레꽃님이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중인데, 꾸준히 기록하시는 모습을 보면 많이 자극받습니다. ^^

sslmo 2016-05-21 09: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꾸준함은 힘이 세죠.
그런 의미에서 전 cyrus님께도 늘 자극받습니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시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마실을 다니면서 글을 꼼꼼이 읽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고맙습니다, 꾸벅~(__)

2016-05-19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1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6-05-20 10:17   좋아요 1 | URL
이 책 재미있죠..저도 아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sslmo 2016-05-21 10:02   좋아요 1 | URL
전에 님이 귀띔해주신 이이화보다 전 한결 재밌고 쉬웠어요~^^
날 더운데 잘 지내시죠?
오늘 같은 날은 어디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맥주 한잔 해야는데...ㅋ~.
 

하루종일 컴퓨터를 끼고 살지만, 하도못해 요즘은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까지 끼고 살지만,

그걸 통하여 정보나 뉴스를 접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순위라는 것이,

'인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나한테는 생소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시대에 한창 뒤떨어진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고,

그럴때면 한번씩 주의깊게 들여다본다고 들여다보는데,

다 그넘이 그넘 같이 생겨서 분간이 안 가는데다가,

전하는 정보나 뉴스도 나름의 일정한 주기를 갖고 리바이벌하는 것 같아서,

진지하게 맘 먹고 접근했다가도 이내 시들해져 버리곤 했다.

 

그런데 요며칠은 가수이자 라디오방송 진행자로 알고 있었던 조영남에 진중권이 합세했는지라,

궁금함이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영남과 대작 작가의 입장은 다들 알고 있을테니까 차치하기로 하고,

내가 알쏭달쏭 야릇한건 진중권의 코멘트이다.

 

난 미술계의 관행은 물론이거니와 팝아트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고로,

이런 쪽에 훌륭한 책도 쓰시고 고명하신 서울대 미학과 출신 진중권 님의 코멘트를 인용해 보겠다.

화가 난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고 사기죄로 고소한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조영남이 사기범이라면 그걸 도와준 사람(대작한 사람)은 공범이죠. 그러니 본인의 주장이 옳다면, 논리적으로 고소를 할 일이 아니라 자수를 했어야죠. 그의 분노와 좌절, 수치와 모욕감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이건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죠.

ㆍㆍㆍㆍㆍㆍ

생각해 보세요. 검찰과 언론과 여론이 달려들어 사기죄로 처벌 한다고 합시다. 검찰과 법원의 미적 교양수준이란 게 믿을 만한 게 못 되니, 그 인민재판의 분위기 속에서 단죄가 되면, 그게 어디 조영남으로 그치겠습니까? 그럼 애먼 다른 작가들까지 줄줄이 말도 안 되는 이유에서 곤욕을 치르겠죠.

 

진중권 님의 논리에서 궁금한 것은,

애먼 다른 작가들까지 말도 안되는 곤욕을 치른다고 해서,

그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것이,

그게 잘못된 관행이어도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니까 답습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누가 한말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가수에겐 목소리가 지문 같은 것이고,

배우에겐 몸짓이나 행위가 그런 것이란 얘길 들었다.

그렇다면,화가에겐 붓터치라고 뭉뚱그릴 수 있는 필체랄까, 그림체가 고유지문 같은 것일게다.

 

내가 글씨가 좋은 사람에게 홀릭한다는 얘긴 누차 반복했었고,

언젠가 조영남의 글씨체를 보고는 그의 그림체와 어울리지 않길래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난다.

 

조영남을 향하여 궁금한 것은,

다른 화가들이 그러하듯

그 또한 기초부터 탄탄히 쌓아올린 것인가 하는 점과,

그런 연후에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대작화가인 조수에게 그림의 90퍼센트의 과정을 맡겼나 하는 것이다.

오늘은 '판화'라는 말까지 하는 걸 보면 90퍼센트 이상인 것 같다만~--;

 

군대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는데,

자신이 그렇게...그림을 구상하고 방향을 설정하여 오랜시간에 걸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그렇게 그림 한점을 완성하는데 드는 시간과 수고와 노동을 체험했다면,

군대시절부터 여지껏 오랜 세월동안 그림에 관심을 갖고 그려왔다면,

가수로서의 그 만큼이나 화가로서의 그도 몸에 각인되었을텐데,

그런 자신의 그림을 향하여 판화를 찍어내듯이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아이디어와 예술혼이 담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면 말도 안되는 헐값에 대작 의뢰할 수 있었을까 하는거다.

 

어쩌면, 진중권 님의 말대로 그게 미술계의 관행이고 사기죄까진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음악을 하고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에게 보일, 적어도 자신의 그림을 대신 그리는 작가에게, 체온만큼의 온기를 가지고 대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젊어서부터 그림을 그려 그 정도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면 더 더욱 치사하고 졸렬한 착취이다.

 

피카소도 그렇고 단원도 그렇고,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게...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들도 기본기부터 탄탄히 한다.
 
이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지극히 절제됐다는 차원을 넘어서 소박한 느낌마저 드는데,

그것은 후끈한 열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이다.
다다르지 못함이 아니라, 최고의 경지에서 구사할 수 있는 덜어냄이고 비워냄이다.

조영남, 그가 가수와 화가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화수'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 어떤 호칭 앞에서도 '대중'이란 말은 빼야 한다.

 

대중이란 말은 자기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우기고, 자기가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주어지는 수식어가 아니라,

적당한 온기를 지녀,

지친 마음을 감싸고 어루만지고,

그리하여 위로가 되어줄 때 붙는 '헌사'이다.

 

그는 더이상 대중가수도 아닐뿐더러, 팝(대중)아트를 하는 화가도 아니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곽진언 - 정규 1집 나랑 갈래
곽진언 노래 / 로엔 / 2016년 5월

 

 

 

그런 의미에서 난 곽진언이 좋다.

그의 무색, 무취, 무미의 목소리가, 담박한 노래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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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5-19 18:38   좋아요 0 | URL
저두 진중권님이 코멘트 달았대서 궁금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군요.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철나무꾼님 말씀처럼 관행이니까 괜찮다는 논리도 생각해봐야할 문제 같아요.
그리구 저두 인터넷으로 기사보면 믿음이 안가서 잘 안보게 되더라고요. 오늘만해도 한강 작가님의 책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인가, 무튼 그분이 한국책을 번역하기 위해 6년을 공부했다, 7년을 공부했다,9년을 공부했다 등등 매체마다 달리 이야기하더라고요 ㅋㅂㅋ. 이럴땐 신문이 최곤데 구독할 수 없어서 입맛만 쩝쩝 거리며 아쉬워지곤 하더라고요 ㅋ

sslmo 2016-05-21 09:11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대작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그 자리에 조영남이 있었느냐 아니냐, 가 관건인것 같아요.
연애하랴, 사람들 구설수에 오르랴, 방송활동하랴,
맞다, 최근까진 쎄시봉인가 그것까지 하느라 바빴을 그가,
손오공처럼 머리카락을 뽑아 분신을 여럿 만들지 않고서야 그 작품을 어찌 감당했을까 싶었어요.
언젠가 `나를 돌아봐`인가에 나온걸 보니까 옷도 혼자 못 갈아입는 할배더구만~--;

맨부커 상만 해도 그렇죠.

일단 한강 님의 맨부커상 수상은 축하드리고요~!
그니나, 영문 번역자를 가지고 뭐라고 하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언어라는게,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이라는게 6년이나,9년, 10년 정도 공부했다고 해서,
정서까지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그런 거라고 합디까, 어디?
데보라 스미스인가 하는 사람이 맨부커 상 후보에도 오른 작가라지요?
그리고 영문본으로 읽은 사람들 말에 의하면 완전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났다고들 하고요.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들 하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 말로 출판될때 보면 편집될때 토씨하나 건드리는걸 원치않는 작가들도 있다고 하던데,
생각해볼 꺼리가 많은 문제이긴 합니다.
이래 저래 저는 할일없이 영문판 `채식주의자` 한권 읽게 생겼습니다여~ㅠ.ㅠ


2016-05-19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1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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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었던 어떤 책인지, 정확하게 어떤 문장이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데,

책 속에서 '사람의 몸 중 가장 정직한 곳이 어딘 줄 아니?'라고 묻는 걸 보고 읽던 책을 집어 던졌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난 그간의 경험으로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라,

몸의 정직함을 가지고 '가장'이라는 최상급을 적용할 수도 없거니와,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터였다.

 

사람은 자기가 맘 먹고 상상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일의 중요도나 자신이 주로 쓰는 신체부위의 효용에 따라,

시간의 순서를 혼동하거나, 통증의 경중이나 아픈 부위가 바뀌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의도된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정직하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을까?

 

반면, 몸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람의 상태를 반영하고,

그걸 가감없이 실시간으로 표출해 내고 있기 때문에,

몸이 표현해내는 언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능력만 갖추게 된다면,

얼마든지 정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바디무빙>은,

띠지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문장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둣,

의학적으로 접근했으면 마냥 심각하고 어려웠을 수도 있는 내용을,

에세이의 형식이어서 쉽고 재밌게,

몸이 들려주는 언어를 읽어내는 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바디무빙, '몸을 움직이는 것'은 어찌보면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이나 글 따위의 표현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를 놔두고,

바디무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몸이 표현해내는 언어를 제대로 읽어내는 법을 따로 터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그렇지,

몸이 표현하는 언어를 읽어낼 수만 있게 된다면,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나,

중간에 벽이나 담벼락이 가로막고 있어도, 

무의식중에 무장해제시킬 수 있으며,

몸이 들려주는 정직한 얘기들을 왜곡없이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몸 따위는 (의지가 개입하게 되면)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다고들 한다.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의지박약이니 뭐니 따위로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가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를 인용하며 힘주어 얘기하지 않더라도 몸은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생각이나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도 버거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논외로 하고,

생각이나 느낌을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체화'라고 하는, 몸에 배기까지의 '상당한' 시간이 소용되는 일이다.

 

어떤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오갔을지, 마음은 얼마나 잘게 무서졌을지, 짐작할 수 없다. 아득한 시간들이 보니 그레이프의 곁을 천천히 지나갔을 것이다.(39쪽)

 

39쪽에서 <길버트 그레이프>가 인용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는 누구에게든지 너무 쉽게 '알겠다' 내지는 '이해하겠다'라는 말을 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감과 소통을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러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누군가를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는 건

보여주고 들려주려 하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뿐만이 아니라,

'바디무빙'이라는 정직한 무언의 언어를 읽어낸다는 걸 의미하고,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쉽거나 호락호락한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이어서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가,

그가 직접 그려넣은 삽화 몇 점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몸이 들려주는 언어를 읽어내는 법을 자상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는 '상실에 대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상실을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가 더 좋다(41쪽)' 고 하는데,

'같아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습관 외에,

시각적 각인이 오래가는, 시각적 충격에 약한것까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자 애정만발, 하트 눈이 되었다.

 

같은 의미의 연장선 상일 수도 있는데,

영화 <그녀>를 통하여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영화 속에서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정 본능적인 사랑의 욕구가 '바라보는 행위'에서 출발하기 때문일 것이다.(90쪽)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두고 훌륭하다고 열변을 토하는데,

훌륭한 점이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훌륭한 점 하나만 얘기하라면 '그 어떤 것도 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한다.

ㆍㆍㆍㆍㆍㆍ

춤이란 그런 것이다. 춤이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같은 스텝으로 같은 리듬을 타며 서로의 몸에 기대는 것이다. 미친듯이 춤을 춰본 사람은 모두 알 것이다. 내 춤을 내가 의식하지 않게 되는 순간, 몸이 생각을 이기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그런 뜻밖의 순간에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서로에게 기대어 춤을 추다보면 그런 뜻밖의 순간이 오지 않을까.마냥 즐겁고 기뻐서 자신의 나이 따위, 살아온 이력 따위 잊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 맛에 콜라텍을 다니는 게 아닐까.(125~126쪽)

 

얼마전 배우 문정희가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살사를 추며 노래하는 것을 봤었다.

그녀가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무대에서 맘껏 끼를 발산하는 것쯤이야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살사를 한지 17년 정도 됐으며,

'상대방의 손을 잡으면 느낌이 확 온다.'고 하는데,

그게 '바디무빙'이 들려주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정직한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구나 싶어 고개를 주억였었다.

 

저자 김중혁은 그걸 이렇게 표현하는데,

이런 문장은 그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완전 매력적인 문장이다.

아직 인생의 비밀 같은 것은 전혀 모를 나이이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지만, 죽을 때까지 팔다리를 흔들어야 하는 운명이라면 버둥거리기보다 춤을 추며 살고 싶다.춤을 추고 죽고 싶다. 조르바처럼? 아니, 지르박을 추며.(127쪽)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삶은 어떤 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런 의미에서 몸이 하는 정직한 언어를 읽어내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읽어나가면서,

말이나 글 따위의 표현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언어나 바디무빙 같은 정직한 언어 말고,

말 없는 말이나 행위 없는 몸짓처럼,

언어의 형태를 띄지 않고 무형의 형태를 띈 채로,

'나를 상대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나?'에 관한 것이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어떤 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라지만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어찌보면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죽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위 사진 속의 왜가리와 거북처럼,

살기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하여, 먹이를 잡느라 움직이지 않고 정물처럼 앉아 있는 것일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상대방과의 공감과 소통을 가장하지만,

공감과 소통을 가장하는 그 순간에도...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에둘러 얘기하려던 것은 아닐까?

 

사진 속에서...살기 위하여 몸을 움직이지 않고 정물처럼 앉아 있는 왜가리와 거북처럼,

무용지용-쓸모없음의 쓸모있음, 움직이지 않음의 움직임, 삶의 연장선 상에서의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니, 수필집이 철학책처럼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는 아니니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재밌고 가벼운 문체라고 해서, 별 노력 없이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몸에 관한 각종 서적, 영화, 연극 등을 연구했을 것이고,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러모으느라 애썼을 것이다.

그것들을 체화하여 글로 썼을 것이고,

그리하여 <바디무빙>이 탄생하게 됐을 것이다.

 

암튼, 덕분에 읽는 내내 행복하였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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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6-05-17 21:06   좋아요 1 | URL
어휴, MBTI 유형 검사를 하면 틀림없이 두 번째 항목은 N 직관형일 거야.
왜가리부터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버려서 따라잡느라 힘들었네. ^^

나도 그대의 페이퍼를 읽으면서 행복했소.

sslmo 2016-05-18 09:12   좋아요 1 | URL
으허엉~ㅠ.ㅠ 전엔 S감각형이라더니?
생각이 이리저리 짬뽕공처럼 튀는 거, 이젠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왜가리가 왜 날라가나?
쟨 어제 아침 내 출근시간을 한 20분 잡아먹고 저러고 정물이 되어있었음.
먹이를 잡기 위하여, ㅋ~.
그 옆 바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거북은 또 어떻고, ㅋ~.
하긴 사람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쟤들 입장에서 보면 독선이겠지?

옛날엔 내 글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하면 속상해서 어떻게 고쳐볼까 했었는데,
생각을 바꿨어.

난 나야. 내가 좀 앞서 가나? `으쓱으쓱~^^`쯤으로~!!!

마녀고양이 2016-05-18 10:02   좋아요 1 | URL
자기가 s 감각형일리가..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일 없는데, 내가 언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쏘리~~~
머리 회전이 빨라서 날아가는 자기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매력인데 멀 고치누? 옆에서 쫓아가거나 날려보내야징~

날이 벌써 덥네!

sslmo 2016-05-18 11:04   좋아요 1 | URL
S여도 좋고 N이어도 상관없어, ㅋ~.
난 그런 것에 별반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까 말야.

세상 사람의 유형이 얼마나 많은데,
몇가지로 제한시켜 유형을 만들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드는 접근법이야, ㅋ~.

옛날엔 친해지기 위해서 날 상대방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자기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아직 변함이 없지만,
이젠 일부러 날 바꾸거나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경험으로 알게 됐다고나 할까?
더운 날씨에 지치지않게 힘내자~!^^

해피북 2016-05-17 22:59   좋아요 1 | URL
이 글의 발췌문을 읽을 적마다 김중혁 작가님의 음성 서비스가 되는건 저만이 아니겠죠? ㅎㅎ
매일 팟캐스트로만 듣다가 글로 읽는 김중혁님도 색다르네요. 아직 한 권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만요 ㅎㅎ
그리고 `삶은 어떤 방식으로든 몸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는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또 저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문정희씨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저 취미로 춤을 추는게 아니라 17년이나 되었다며 유희열씨를 리드하는 모습에서 자신감 내지 열정이 내다보여서 이래서 배우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끼도 많고 열정도 많고 말이죠 ㅎㅎ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저녁, 꿀밤 되세요^~^

sslmo 2016-05-18 09:16   좋아요 1 | URL
네, 전 유희열과 손을 맞잡는 행위만으로,
유희열의 속내를 읽어내는걸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는 말이나 글의 형태로만이 아니라,
몸짓이나 분위기, 그 사이 무언의 말줄임표 따위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거겠죠?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입니다, 좋은 아침이구요~^^

2016-05-18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8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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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청개구리 한마리가 사는 것 같다.

누가 참견하거나 시키지 않으면 알아서 잘하던 일들이고 순리적으로 그렇게 되어져야 마땅한 일들인데도,

참견하거나 시킨다 싶으면 정반대로 해놓고 나몰라라 하고 싶어지니 말이다.

이런 내가 고분고분해지는 때가 있는데, 책에 관해서 추천을 받았을 때다.

책에 관해선, 귀가 얇은 정도가 아니라 팔랑귀여서...누가 좋다더라 하면 일단 들이고 보는데,

그게 아무리 믿을만한 소식통이어도 '일단 보류'하고 보는 종류가 있는데 '일본 소설'되시겠다.

 

다른 이들은 우리와 정서가 비슷해서 쉽게들 감정이입을 한다는데, 난 어쩐 일에선지 영 불편하고 마뜩잖았다.

그래서 완전 애정하는 신형철 님이 강추할때도 못들은척 꿋꿋하게 버텼는데,

요번엔 뒤늦게 듣고 있는 팟 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 님과 이다혜 님이 침을 튀기며 추천하는 것이다.

 

'빨간 책방'에서 이 책이 언급된 것은 좀 오래 전인듯,

이다혜 님은 한번 읽은 후 다시 읽고 싶은데 절판이라고 하고 있었고,

그러다보니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하셨다.

이동진 님은 가지고 있으니 빌려줄 수는 있으나 책은 누구에게도 빌려주지 않는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대목에서 그만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사람들이 왜 열광했는지 짐작은 하겠으나,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기대치는 희소성에 비례하는 원칙이 적용되는듯,

책이 재출간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자위하는 수밖에~--;

 

 

'환상의 빛'이라는 표제작과 '밤벚꽃' '박쥐' '침대차'이렇게 모두 4편의 중단편이 소개되고 있는데, 

언뜻 보기엔 삶의 간난신고를 담담한 어조로 그리고 있는 듯도 보이고, 

나이듦과 죽음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인듯 여겨지기도 한다.

감수성과 필력이 대단하다보니, 화려한 수사를 거추장스러워 하는 나도 어느순간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아름답다 못해 애잔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으로부터 한발자국 떨어져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바라보려고 하니,

다시말해, 감정을 될 수 있는 대로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려 하니,

아름다운건 바다나 벚꽃 따위의 풍경이나 배경을 묘사하는 필력이고,

애잔한 건 그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나이먹고 죽어가는 일들, 삶의 간난신고라는 걸 깨닫겠다.

 

<환상의 빛>은 결혼하고 첫아이를 낳은지 세달만에 남편이 자살해버린 유미코가 주인공이자 화자이다.

유미코는 재혼을 해서 해변 마을로 거처를 옮기고 새남편과 그럭저럭 평화롭게 살면서도 죽어버린 전남편에게 계속 말을 건다.

유미코의 그것이 죽은 전남편을 향한다고는 하지만 일종의 습관같은 것일뿐,

남들이 봤을땐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 내지는 혼잣말에 가깝다.

 

소설은 유미코가 남편을 잃은지 칠 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해변 마을로 시집 온지 만 삼 년이 되는 어느 봄날,

그동안 사람들에게 들었던 '환상의 빛'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어느샌가 그녀가 직접 느끼게 되는 '환상의 빛'을 얘기하며 끝을 맺는, 양괄식 구조이다.

첫 부분을 잊지말고 잘 기억해뒀다가 끝부분과 연결시키면 유미코의 심경 변화를 짐작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읽으면 서럽다 못해 섬뜩하고 오싹하기까지 하다.

 

ㆍㆍㆍㆍㆍㆍ커다란 물고기 떼가 바다 밑바닥에서 솟아올라 파도 사이로 등지느러미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작은 파도가 모인 것에 지나지 않답니다. 눈에는 비치지 않지만 때때로 저렇게 해면에서 빛이 날뛰는 때가 있는데, 잔물결의 일부분만을 일제히 비추는 거랍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속인다, 고 아버님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대체 사람의 어떤 마음을 속이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그러고 보면 저도 어쩌다 그 빛나는 잔물결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11쪽)

 

 

"사람은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이야."

"ㆍㆍㆍㆍㆍㆍ?"(79쪽)

 

대체 무슨 생각에서 다미오 씨가 그런 말을 했는지, 그 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저는 확실히 이 세상에는 사람의 혼을 빼가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체력이라든가 정신력이라든가 하는 그런 표면적인 게 아닌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중요한 혼을 빼앗아가는 병을, 사람은 자신 안에 키우고 있는 게 아닐까. 절실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ㆍㆍㆍㆍㆍㆍ바람과 해님이 섞이며 갑자기 저렇게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저것과 비슷한 빛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시선을 주고 있으니 잔물결의 빛과 함께 상쾌한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곳만은 바다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부드럽고 평온한 일각처럼 생각되어 흔들흔들 다가가고 싶어집니다.(81~82쪽)

 

언뜻 보기엔, '왜 죽었을까?'하고 계속 되뇌는 것으로, 예고되지 않은 죽음을 애도하고 안타까워 하는 듯 보이지만,

내가 보기엔 죽음과 삶의 폭폭함을 대비시켜서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마냥 자기자신을 방어하고 정당화하는 듯 했다.

 

"그래도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전 결혼하고 나서 훨씬 더 행복해졌어요."(18쪽)

어렸을때부터 알고 지냈고, 죽고 못살게 사랑하는 사이라지만,

갓 결혼한 가장에게 '가난'이 중압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배려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고려치 않고 자신의 행복만을 중요시 한다.

 

전 남편은 자살하기 열흘쯤 전 자전거를 도둑맞자 '나도 훔치지' 하며 자전거를 훔친 일이 있었는데,

자살한 그날, 출퇴근용으로 쓰던 자전거를 어찌하고 선로를 따라 걸었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 후로도 자전거의 행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모두 고만고만하게 가난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가난이 두드러지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지고는 있지만,

유미코의 전남편은 다소 무리해서 산 자전거를 도둑맞고 훔친 자전거를 또 도둑 맞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또 다시 훔치러 나섰지만 허탕을 치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이었을 수도 있다.

커피 한잔 값이 없어 외상을 한 사람이라면,

집으로 돌아올 차비가 없어 선로를 되짚어 걷다가 만난 사고일 수도는 있을 것이고,

 

집에서 자기만을 바라보는 아내와 아이가 있고, 그들을 향하여 계속 크게 작게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가난한 가장이 중압감으로 택한 자살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극단적이긴 해도) 죽음은 선택이 아니라 당면이었을 수도 있을텐데,

유미코는 '왜 죽었을까?'하고 계속 되뇌는 것으로 자신의 짐작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환상의 빛'의 앞부분을 읽을때만 해도 나이듦과 죽음을 삶과 대비시키는 것이, 삶의 간난신고를 두드러지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사람의 혼을 빼가기도 하는 '환상의 빛'이란,

(소설의 처음에서 유미코는 사람의 어떤 마음을 속이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현실을 부정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일상의 희망이나 행복 따위는 자기가 맘 먹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과거 속에 퍼질러 안주하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허상의 빛이 아닐까 싶었었다. 

 

<밤벚꽃>에서는 젊어서 남편과 이혼하고 분신 같은 아들이 죽어도,

아들의 1주기보다 자신의 나이듦을 서러워하는 아야코라는 화자가 나오는데,

자신을 아껴주시던 시아버지에게도 '제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참을 수 있을거예요'라고 말하던,

젊은 시절부터 자기 자신의 감정을 제일 앞이 두는 철부지같은 여자였다.

 

<박쥐>에서는 학창시절 가깝게 지냈던 친구가 죽었다는데도,

왜 죽었는지 궁금했지만 쫒아가 묻는 적극성은 발휘하지 못하고,

자기식대로 자기마음 편할대로 생각한다.

둘이 같이 있었던 순간에 각인되었던 박쥐들과 지금의 애인을 그 당시의 여학생에게 오버랩시키는 방식으로 조의를 표할 뿐이다.

 

<침대차>는 또 어떠한가?

 

네 편의 소설들이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지게 된다는 삶의 비루함과 구차함에 대해서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이야기와 삶은, 산 사람 위주로 쓰여지는 역사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선악이나 잘ㆍ잘못 따위의 가치 판단을 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선악이나 인과응보의 고루한 가치관에 길들여진 나의 관점에서 봤을땐,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도 없었고, 그러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암튼,

삶과 죽음이나 부와 가난은 경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완충지대가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반면,

행복이나 불행은 경계를 중심으로 한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놓고 바라봐야 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얘기하고 있다.

현실이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음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맘 먹기 나름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잘못 해석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누구는 코끼리의 코만을, 누구는 코끼리의 이빨을, 또 누군 코끼리의 다리를, 또 누군 코끼리의 꼬리를 만지면서...

코끼리라고 할 수도 있고, 개구리라고 우길 수도 있으니,

눈 감고 손의 감각만을 이용하여 자기 입맛에 맞게 각색하고 재단한뒤 '코끼리'라고 우기는건 아닌지, 돌이키고 되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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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7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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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7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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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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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15: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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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0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1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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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1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상에서는 감정표현에 서툴고 많이 자제하는 편인데, 넷 상에서는 호ㆍ불호가 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나의 팬심을 자극하고 감정표현의 대상이 되는건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도 한살이라도 어렸을때 거쳐 갔어야지,

나이들어서 좋고 싫음을 가지고 설레발을 치려니 낯 간지럽긴 하다.

 

오늘은 도올에 관해서인데,

내가 이렇게 설레발을 칠 수 있는건...

안 좋은 쪽으로의 변화가 아니라 예전엔 아주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JTBC에서 일요일 저녁  8시 30분이면 '차이나는 도올'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그 요인은 아직도 해결된 것 같지 않으니 차치해 두기로 하고,

도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후레시한 발상을 좋아한다는데,

난 그 후레쉬한 발상을 접하기 전에,

하이톤의 쉰 목소리와 고함 지르고 침튀기는 강의를 여러번 목격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발상이 후레쉬한지 어떤지는 모르겠고 파격적이기는 했다.

 

그동안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맞닥뜨려도 그냥 지나쳤었는데,

요번엔 칠판을 가득 매운 도올의 필체가 날 끌어당겼다.

율곡과 고승의 대화를 담은 '자경록'을 칠판 한가득 적어놓고 해석하고 있었는데,

글씨가 참 좋고 멋졌다.

그동안 도올이 몇 개 국어에 능통하다더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런가보다 했을뿐 귀담아 듣지 않았었는데,

글씨를 그것도 판서를 이렇게 멋지게 하는 사람이라면 나머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강의 내용도 맘에 들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도올 정도의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의의 수준은 청강생들의 피드백에 의해서 좌우되기 마련일텐데,

예전의 강의들은 일반인이 청강생이어서 그런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 끼리 모여, 강의 수준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다면,

요번 강의는 다양한 연령과 국적을 아우르려다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강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켜 버린게 아닌가 싶다.

책으로 한번 훑어보면 될,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일반론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고 있으니,

시간의 효율성 면에서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나, 안습이었다.

 

이게 도올의 강의 방향인지, JTBC의 기획의도는 알 수 없고,

어떻게 축출된 출연자들인지 알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출연자의 눈높이에 맞추었다고 해서, 그게 '차이나는 도올'을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텔레비젼 출연자들의 호응을 얻느라 더 많은 시청자들을 놓친 듯 하다.

 

그동안 참 밥맛이라고 생각했었던 사람인데,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바꾸니 얼마든지 달라 보이고 멋져 보일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달까?

예전엔 깨닫지 못했던,

그 나이에도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그 자세도 멋져 보이더라.

내가 같이 나이를 먹게 되니,

그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여도 나는 그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보잘 것 없는, 겉으로 보이는 외양이나 현상만 보고 홀리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나 또한 나이를 먹을수록 변화를 원하지 않고 생각이 고착되고 타성에 젖게 될까봐 걱정이었다.

나의 이런 안달루시아를 눈치챈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나이들면 어차피 고루해진다.

나이들면 누구도 내 이야기 들어주지 않는다.

그걸 알아 나가야지,

ㆍㆍㆍㆍㆍㆍ

나이들면 호호아줌마처럼

웃어주고 공감해주고 자기를 녹여내는 사람이 필요하지,

뭐 얼마나 잘난 것도 다 필요없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엔 몰랐거나 비호감이었는데 요즘 들어 좋아진사람이 또 한명 있는데,

팟캐스트 '빨간 책방'의 패널로 나오는 김중혁이다.

김중혁이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처럼 '~같아요'라는 단어를 잘 쓰기 때문이다.

세상에 무엇 하나 단언하거나 확정 지을 수 있는 건 없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지만,

세상도 그렇게 변하는 건,

세상이란 것이 살아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생물이 아닐까?

 

 

 바디무빙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미리보기로 몇 장 보았는데, 완전 내 취향이다.

출간일만 손꼽아 기다린다, ㅋ~.

그런데...책을 세권 버리고 한권 들이겠다고 대내ㆍ외적으로 선전포고를 한지라,

이 책에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을 들키면 큰 일인데 말이다.

제목도 '바디 무빙'이니 전공관련 참고서적이라고 우겨야 겠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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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5-04 16:45   좋아요 0 | URL
바람이 많이 불어요 . 오늘은 ...
도올의 말은 어느땐 들어오고 어느땐 안 들어오고 그래요.
^^ 김중혁 ㅡ무겁지 않아 좋아요 .

sslmo 2016-05-07 20:35   좋아요 1 | URL
오늘은 어버이날 이브이고,
날은 엄청 따뜻했고,
도로 위로 차는 다 쏟아져 나왔는지 길은 엄청 막혔을뿐이고요.

전 오늘 아빠 보러 다녀왔는데,
아빠가 갑자기 많이 늙으신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그장소] 2016-05-07 21:13   좋아요 0 | URL
어느날 부쩍 더 늙어보이실때가 있죠.
저도 올 해 그렇게 느꼈어요.
이번 어버이 날 연휴는 모두 각자들
계획이 있어 부모님도 여행중 동생들도 그러네요.^^
주말까지 좋은시간 보내세요. 밤 산책 중예요.^^

2016-05-04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7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5-04 17:49   좋아요 0 | URL
저는 외롭고 쓸쓸했던 시절 ㅎㅎ 김중혁의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를 읽고 하하하 웃으며 힘을 냈던 기억이 있어 그의 신작은 거의 다 삽니다. 김중혁, 좋아요^^

sslmo 2016-05-07 20:40   좋아요 0 | URL
전 우리나라 작가들 잘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빨간책방을 들으며, 이동진과 김중혁...닮은 듯 다른 것이,
묘하게 비교가 되고 위로가 되어 좋아요.

솔직히 이동진은 책 콜렉션 하는 것 부터 저랑 닮아서 좀 숨막혀요~^^(속닥)

2016-05-04 18:42   좋아요 0 | URL
전 똑똑한? 사람들 좋아해요. 두 분 다 똑똑하신 분들인듯요 ^^

sslmo 2016-05-07 20:41   좋아요 0 | URL
전 제가 배울게 있는 사람이 좋아요.
똑똑한 사람도 좋겠지만,
의사표현이 분명한 똑부러지는 사람이 `더` 좋아요, ㅋ~.

2016-05-04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6-05-07 20:44   좋아요 0 | URL
잘 생기고, 못 생기고, 는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모르겠고...ㅋ~.

전 범생이 같은 스탈은 쫌 싫어요.
일탈과 파격을 꿈꾼달까...ㅋ~.

하지만, 제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지구는 둥글고, 내일 아침 해는 뜰거예요.

개인적으로, 전 양동근을 최고의 미남 배우로 칩니다~!!!

북극곰 2016-05-04 21:44   좋아요 0 | URL
김중혁 소설은 저랑 잘 안 맞지만 빨간 책방에서하는 이야기들엔 공감이 많이 돼서 좋아해요. 차이나에 대해서 무지한 저는 요즘 도울의 강의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예전엔 저도 별루였는데 요즘엔 꼬박꼬박 듣네요. ^^

sslmo 2016-05-07 20:48   좋아요 0 | URL
전 김중혁은 이제 막 시작이어서...뭐라고 말씀드릴 깜냥이 아니고,
`차이나는 도올`은 열심히 듣지는 않아요.
가다오다 한번씩 보는데, 전 목소리와 퍼포먼스가 버거워서,
도올의 강의의 특징은 책과 일치한다는 것이지요, ㅋ~.
전 책으로 대신하려구요~ㅅ!

2016-05-04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6-05-07 20:51   좋아요 0 | URL
그쵸~, 그걸 퍼포먼스로 치부해야 하는 건지, 아님 아트로 봐줘야 하는 건지...
전 예술을 보는 눈이 없어서리~--;

그런데, 도올이 처음엔 반대했다가, 나중엔 인정했다죠.
범인은 아닌 듯~--;
전 딸도 없지만,
만약 딸이 있어서 그런 퍼포먼스를 한다면...그렇게 인정할 정도로
쿨한 마인드가 안될 것 같아요, 솔직히~!

2016-05-05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6-05-07 20:54   좋아요 1 | URL
고루해진다는 건 타성에 젖는다는 걸텐데,
살아온 날만큼 습관과 버릇이 고착되어,
익숙한게 편하고 일탈을 두려워하니...더더욱 그럴것 같습니다.

내 자신을 완전히 녹여낼 수 없더라도,
조금은 부드럽고 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6-05-05 17:57   좋아요 0 | URL
도올 강의는 TV로 보는 것보다는 직접 보면서 들어야 공부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

sslmo 2016-05-07 20:56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책의 내용과 강의가 거의 일치합니다.
별로 다른 점이 없는 듯~!
현장에서 타액 파편 맞지 마시고, 걍 책으로 공부하셔도...ㅋ~.

푸른희망 2016-05-07 17:07   좋아요 0 | URL
저도 빨책에서 일타강사같이 매끈한 이동진보다 김중혁이 좋아요 밀리는듯 어눌한듯 하면서 할말 다하는~~그의 작품도 좋아하는데 신간 나오는군요

sslmo 2016-05-07 20:58   좋아요 1 | URL
님, 말씀듣고보니 그렇네요.
일타강사~, ㅋㅋㅋ~.

전 요번 게 시작인데, 대형포털에서 미리보기로 좀 봤거든요.
넘 좋았어요.
딱 제 취향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