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전생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였을 때다.
텔레비전에서 코요태의 '신지'라는 여자가 전생 체험 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됐었다.
전생에서의 신지는 남자였는데,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엄마에게 버림받고 거지로 성장하게 된다. 어느날, 신분이 높은 부잣집 잔치에 갔다가 그 집 딸을 보고 이루어 지지 못할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도 울어서 검은 마스카라가 번진 그녀에게, 전생 최면술사가 물었다.
그 부잣집 딸은 누굴 닮았느냐고. 놀랍게도 '신지'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때 그냥 한참을 따라 울고 말았었는데, 이 책 <신과 함께-저승 편>과 맞물려...묻어두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전생에 누굴 사무치게 사랑하여 내가 되었을까?
우리 모두가 전생에서 사랑했던 그 누구라 생각한다면, 삶은 정말로 신비로운 게 아닐까?
과거의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고 염려하여, 지금의 나로 알맞게 실현된다고 생각하면...
나와 내 주변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동안의 난 전생이나 이승, 저승 따위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정신적으로 성숙치 못해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접촉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쪽이라고 해야 할까?

보조국사 지눌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기가 약한 사람이 자기가 부처가 되겠다고 생각을 하면 오히려 기가 죽어 정신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이런 사람은 자기 밖의 부처를 믿고 이승을 떠난 서방정토를 믿고 염불이나 외워야 한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이승에서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이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것 마냥 불안불안한 내겐 좀 겁나고 못마땅한 내용들이지만, 그래도 수양을 제대로 하면 그 업보의 방향이 달라지고 누그러진다고 하니, '휴우~'다행이다.
마음 한구석을 쓸어내리며...수양에 힘써야겠다.

이 책의 주인공 김자홍은, 평생 남에게 서운한 소리 한번 못한 무골호인으로 직장에서 얻은 과로와 술병으로 서른아홉의 나이로 죽는다.

이렇게 죽게 되면 49일동안 저승에서 심판을 받고 갈 곳을 정하게 된다.
여기엔 억울한 사연으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원귀도 있다.

“우선 전 자홍씨가 살아 온 얘기를 들을겁니다.”

염라국 국선 변호사 진기한의 이같은 주문에, 김자홍은 어디 살았고 어느 학교 무슨과를 나왔고 어느 회사를 다녔는지 이력서를 쓰듯 써내려간다.
하지만 이런 이력은 이승에서나 관심이 있을까...저승에서는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만 본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심판 가운데 가장 뜨끔하였던 건,
“느닷없이 찔려서 받는 고통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비수...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는 것. 그것은 함부로 내뱉은 말입니다.”
“거짓을 전하여 오해를 불러일으켜 서로 다투게 하는 말.
전해서는 안 될 말을 전해 서로 미워하게 만드는 말.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다른 사람을 욕보이는 말.
이런 말들은 비수가 되어 다른 이의 심장을 깊숙이 찌르지요.”(중,101쪽)

입으로 지은 죄가 얼마나 대단하면, ‘혀를 뽑는다’는 뜻의 발설지옥에선 ‘입으로 지은 죄만 따로 심판할까?
발설지옥의 염라대왕은 컴퓨터를 배우는 데, 혀만 아니라 손가락도 뽑아야 하나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다,ㅋ~.

얼마든지 무겁고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내서 좋았다.
웃음과 따뜻함으로 버무려내서 거부감 없이 찬찬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한빙지옥은 효도를 본다고 하셨죠? 그럼 전 안 될 거예요, 아마...”
아예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마음 한구석의 죄책감이 말이죠.”
“돈으로 안 받습니다. 손과 발을 잘라가지요. 대부분의 죄는 손과 발로 짓는 것이기에...”
“하지만 이곳이 寒氷지옥인 이유는...타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자를 심판하기 때문이다.”(상,186,230쪽)
“박힌 못을 빼낼 수는 있지만...구멍은 남는단다.”(상,235쪽)

“다만 불행히도 피고인은 표현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피고인은 그야말로...전형적인 한국 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현을 하지 못할 뿐 마음속엔 늘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있죠.”(중,12쪽)

“착하게 살 걸 그랬네요.”“저승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그겁니다.”(중,56쪽)

“너는 좋은 가족과 친구들을 두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네 자신이 후에 그들에게 공덕이 되겠구나. 네 가족과 친구들이 죽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는 말에는 그들은 너로 인해 많은 가산점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먼저 간 네 생각을 하겠지. 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고...”(하,88쪽)


저승이라는 곳이, 이 만화에서처럼 깨끗한 영혼이 등장하는 살만한 곳은 아닐 것이다.
죽으면 그걸로 모든 게 끝나버려서 누군가의 꿈 속에 들어가서라도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말을 하기도 힘들 것이고, 49일간의 심판에서 깨끗한 영혼으로 판명되어 거듭 태어난다는 건 더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저승을 믿어서 좋은 점은, 이승에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되는 정도가 아닐까?
오랫만에 영혼의 굳은 살을 떼어내는 것 같은 책이다.


댓글(3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절로 2011-01-21 12:12   좋아요 0 | URL
사후세계를 상상하고 믿기까지 하는 건
'심리극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테리 중권씨가요.

근데 큰일이에요 아직까지도 저는 심리가 극복이 안되니 말이에요!




sslmo 2011-01-22 23:20   좋아요 0 | URL
실은...저도 심리극복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지 같은 인간들 욕하면서 보내버릴 곳도 없다 생각하면 너무 가슴에 쌓이는 게 많을 것 같아서 말이죠~ㅠ.ㅠ

비로그인 2011-01-21 11:23   좋아요 0 | URL
전 인터넷으로 보다가.. 다리 짤라지는데서 허걱하고 다시 못보고 있어요. 저승 얘기는 은근 무시무시하지요?

김연수 좋아하세요? [7번 국도 revisited] 보셨나 해서요.

sslmo 2011-01-22 23:24   좋아요 0 | URL
만화 답게 잘린 다리는 우리의 진기한 변호사님의 임기응변으로 다시 붙어요.
김연수는 장만했어요.
신경쓰지 마세요, 이사 잘 하시고 나중에요~^^

2011-01-24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0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1-21 13:04   좋아요 0 | URL
발설지옥 염라대왕이 컴퓨터를 배우는 데 혀만 아니고 손가락도 뽑아야 하나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대목에서 뿜-

갑자기 손가락이 덜덜덜... 가뜩이나 추운데, 책임져요. c.. ㅋㅎ

sslmo 2011-01-22 23:30   좋아요 0 | URL
님은 악성댓글 이딴 건 안달고 다니실것 같은데여, 뭘~^^

전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찌되었건...상처주게 되는 말들 때문에 맘 고생해봤어요.

책가방 2011-01-21 14:08   좋아요 0 | URL
이거... 예비중1이 읽어도 될 만한 내용인가요??
리뷰를 읽어보니 작은아이에게 읽히고 싶네요.
사춘기라 그러하겠지만... 제 마음에 비수를 너무 많이 꽂아요~~~ㅋ

sslmo 2011-01-23 00:15   좋아요 0 | URL
음~ 아이의 입장보단 엄마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지만 말예요.
울 아들은 낄낄대며 읽었어요.

전, 지옥까진 아니어도 '저승체험 캠프' 이딴 거 있음 보내봤음 좋겠어요.
요즘은 시뮬레이션도 있고 하니 불가능할 것 같진 않아요, 그쵸~^^

아이리시스 2011-01-21 16:00   좋아요 0 | URL
사후세계 재밌겠다.. 상상력이 기발하네요. 혀뿐만 아니라 손가락,ㅋㅋ
그럼 발로 치지 않을까요? 그럼 발가락도 뽑아야 하고, 또..

sslmo 2011-01-23 00:34   좋아요 0 | URL
네, 상상력이 기발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지만, 인기만발인 웹툰인가 봐여.
발가락마저 뽑히고도 정신 못차리는 넘은...어쩌죠?^^

cyrus 2011-01-21 21:43   좋아요 0 | URL
주호민 <짬>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몇몇 분들도 이 책 추천하는데,
나무꾸님까지 소개하셨으니 읽어봐야 겠네요. 특히 만화니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sslmo 2011-01-23 00:35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보세요.
특히 님은 군에 다녀오신지 얼마 안되셔서...공감의 폭의 넓으실 듯~^^

순오기 2011-01-21 23:38   좋아요 0 | URL
이거 마노아님이 서평단으로 받았다는 책이군요.
아래 댓글 확인했어요~ 감사!^^

sslmo 2011-01-23 00:37   좋아요 0 | URL
네, 마노아님 리뷰 저도 확인 했어요.
아래 댓글은...에이, 뭘요~^^

마녀고양이 2011-01-22 14:34   좋아요 0 | URL
노란색으로 칠해진 구절들... 엄청 뜨끔하다눈...
아이고, 아이고, 진짜 반성하고, 조심해야겠어요. 아하하.

잼나겠어요, 책들~

sslmo 2011-01-23 00:44   좋아요 0 | URL
저는, 박힌 못은 빼낼 수 있지만 구멍은 남는다는 말이 제일 뜨끔했어요.

잼나요, 코알라랑 함 읽어보세요.
근데, 코알라가 이해하기엔 좀 어린가?^^

혜덕화 2011-01-22 19:3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댓글 남깁니다.
님의 리뷰 읽고 주문했습니다.
'수양에 힘써야겠다' 읽고 웃었습니다.
어릴 때 일기 쓸 때 마지막엔 꼭 결심을 넣었거든요.
'다음부터는 숙제를 잘 해야겠다' 이런 거^^

sslmo 2011-01-23 00:52   좋아요 0 | URL
네,반갑습니다.
저도 님의 글들을 종종 읽곤 했는데 말이죠.
실은 이 책이 그렇게 불교적으로 깊숙한 것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불교적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읽기엔 좀 맥 빠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리뷰 하나로 님을 웃게 해 드렸다니...다행인걸요~^^

2011-01-23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0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6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1-01-23 01:08   좋아요 0 | URL


주호민 이 만화 참 좋아요~ 2010년 웹툰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듯


sslmo 2011-01-23 01:49   좋아요 0 | URL
ㅎ,ㅎ...님에게 땡스투하고 구입했다는~^^

다이조부 2011-01-23 04:39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ㅎㅎ 고마워요.

저도 웬만하면 찾는 책이 있으면 익숙한 닉네임 사람 위주로 땡스투 누른다는~

적립금이 하루에 천원 넘는 날이 없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천원 넘었네요.

왜 이렇게 사소한거에 살짝쿵 기분이 좋을까요 ^^

sslmo 2011-01-25 01:52   좋아요 0 | URL
우와~적립금이 하루에 천원이요?^^
쏠쏠하겠는걸요, 왕 부럽~!!!

lo초우ve 2011-01-23 14:53   좋아요 0 | URL
헉~!~!! 신지 이야기 소름끼쳐요
나도 전생이 어느때 궁금한적 있었는데...
전생이 정말 있긴 하는걸까요?
궁금하군요 ㅋ

sslmo 2011-01-25 01:54   좋아요 0 | URL
그건 저도 잘 모르겠다는~ㅠ.ㅠ

하지만, 착하게 살자...부르짖을 때는 꼭 들먹이게 된다는~
그리고 양심에 거리낄 때도요~^^

같은하늘 2011-01-23 16:47   좋아요 0 | URL
이거 마노아님 서재에서 보고왔는데, 볼만 할 것 같아요.^^

sslmo 2011-01-25 01:55   좋아요 0 | URL
저도 마노아님 리뷰를 봤는데, 책보다 리뷰가 훨씬 이해가 잘 되던걸요~
만화책을 가지고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따라쟁이 2011-01-24 22:53   좋아요 0 | URL
자판을 쳐야 하는데.. 뭔지.. 모르게.. 손가락이.. 후덜덜덜..

sslmo 2011-01-25 01:57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제부터 그랬다고...한 글자 한 글자 왕 집작했다니까요,ㅋ~.

글샘 2011-01-30 00:00   좋아요 0 | URL
영혼에서 굳은 살을 떼어 내셨다구요?
그럼 좀 가벼워 지셨나요?
아니면, 상처를 입기라도 하셨는지요...
왜 굳은살 잘못 떼내면 아프잖아요. ㅎㅎ

영혼이 어디쯤 있는지... 한번 돌아봐야겠습니다. ^^ 잘 지내시죠?

sslmo 2011-01-31 01:41   좋아요 0 | URL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멋진 것만 찾아 헤맬 때도 있었지.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 안에 상처를 내는 것도 나쁘진 않아. 이 가슴 속 비명을 혼자 듣는 거라네."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 한구절이에요~^^

 

 

 

 

 

 
세속화 예찬
조르조 아감벤 지음, 김상운 옮김 / 난장 / 2010년 11월

  

이 책을 읽는 내내 '재스퍼 포드'의 '제인에어 납치사건'이 떠올랐다. 

형이상학, 신학,법학, 미학, 정치학을 종횡무진하는 아감벤에서 재스퍼포드를 떠올렸다는 게 아이러니 컬 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란 인간의 삶이 장르소설을 떼어 놓고는 설명이 불가하니...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크게 벗어나질 못한다.  

이 책은 저자 조르조 아감벤도 물론이지만, 김상운의 번역 또한 훌륭하다. 
번역, 뒷 부분의 옮긴이 상세 주석, 간주곡Ⅱ가 어우러져 한권의 멋진 작품으로 태어나고 있다.

이 책은 좀 어렵다. 
형이상학, 신학,법학, 미학, 정치학 등은 각각 떼어놓아도 호락호락한 분야가 아닌데,
그걸 두루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각 분야를 두루 섭렵하지 않으면 이런 번역이 나와 줄 수가 없다. 
내용 자체가 수사 만발, 극도로 응축시켜 놓은 것이 산문시 같은데,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았어야만 이 같은 재해석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풍속화(=세속적인 그림)예찬인 줄 알았다.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든 건 멋지구리한 책 표지가 한 몫했다. 


"성스러운 것이나 종교적인 것은 모종의 방식으로 신들에게 속하는 것이었다." 

'봉헌하다'가 인간이 만든법의 영역에서 사물을 떼어낸다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였다면, 거꾸로 '세속화하다'는 사물을 인간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돌려준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세속화한다는 것은 성스러운 예외상태에 종속되어 있는 사물(봉헌됐던 사물)을 그 원래의 맥락으로 되돌려준다는 것이었다. (184쪽)

이렇게 근대 세계의 형성·조직 원리로서의 세속화 개념을 해부함으로써 왜 자본주의가 근대적 종교 자체인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으로 만드는지 분석 했단다. 

이책에서 꼭 알아야 할 개념이 '세속화'와 구별되는 '환속화' 라는 개념인데,
아감벤의 이론은 환속화의 역사에서 종교가 차지했던 그 자리에 '법'을 놓으려는 시도를 한다.  

여기서 '호모 사케르'가 등장하고,
사회생활과 공동체의 법제화로부터 고립이란 용어가 나온다.  

이쯤에서...내가 이 책을 읽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장치란 무엇인가'를 언급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장치란 무엇인가? 장치학을 위한 서론
조르조 아감벤.양창렬 지음 / 난장 / 2010년 8월
  
 
따라서 얄궂게도 장치가 만들어내는 주체는 어원 그대로의 주체가 아니다. 주체의 어원인 라틴어 ‘수비엑툼’(subjectum)은 그리스어 ‘휘포케이메논’(hypokeimenon)의 번역어로서 원래 ‘본질’(본래 사물을 그 사물로서 형성하고 있는 바로 그것)을 뜻했다. 그러나 장치가 만들어내는 주체는 이런 본질로서의 주체라기보다는 장치가 뽑아내려고 겨냥한 어떤 ‘기능’을 구현한 ‘부품’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치가 부여한 이 기능을 거부할 때, 단순한 부품이기를 그만두려고 할 때 장치는 그 주체를 클리넥스 티슈처럼 버려버린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크나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장치가 만들어낸 주체의 가장 좋은 예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정규직이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부터 대체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양창렬에 따르면 아감벤 역시 장치에 의한 주체화가 사실은 모든 주체성의 파괴로 이어지는 탈주체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속화’라는 개념을 통해 탈주체화가 인간이 지닌 잠재성 회복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아감벤과 달리, 양창렬은 장치의 탈주체화 탓에 서로 분리된 존재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요컨대 법적으로 시민이지만 사회적으로 시민 취급을 못 받는 시민-비시민(쓰다 버릴 수 있는 인간, 비정규직)과 비시민으로 배제되면서도 시민의 역할을 강제받는 비시민-시민(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자 등)의 연대 말이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까지는 게니우스, 즉 우리 안에 있으나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 것과 타협한다. 각자의 성격은 그 사람이 게니우스를 멀리하고, 그로부터 도망치려는 방식에 달려 있다.[우리가 게니우스를]피하게 되고[게니우스가]표현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게니우스는 자아의 얼굴에 우거지상을 새겨 넣는다. 그렇지만 어떤 저자의 문체는 (모든 피조물이 보여주는 기질[품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재능보다는 오히려 재능을 결여하고 있는 그의 일부에, 즉 그의 성격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가 실제로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재능도, 성격도 (심지어 자아도) 아니며, 오히려 이 모두로부터 도망치는 그 사람의 특별한 비법, 재능과 성격 사이를 재빨리 오가는 방법이다.(23쪽)

내가 이 책을 훌륭하고 멋지다고 하는 것은 위 구절 때문이다.
좀 복잡하고 머리 뽀글거리게 쓰였지만, 사랑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뭐 사랑을 하는 데, 재능이나 성격, 자아 따위를 따진단 말인가?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다.
마음이 그냥 어쩌지 못하게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사진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한 인물들의 사진을 무슨 짓을 해서든 손에 넣으려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22살 무렵의 프루스트가 사랑했던 소년들 중 한 명인 에드가 오베르는 프루스트가 집요하게 요구한 결과 마침내 자신의 초상사진을 보내줬다.오베르는 사진 뒷면에 헌사를 대신해 이렇게 써놓았다. "제 얼굴을 보세요. 제 이름은 '한때는 그랬을 수도 있어'에요. '더 이상 아니야,' '너무 늦었어,' '그만 안녕' 이라고도 불리죠." (41쪽) 

사진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건 '육신의 부활'같은 좀 어려운 내용이라서 내가 언급할 수 없고, 
난 마르셀 프루스트가 사랑했던 '에드가 오베르'의 통통 튀는 헌사가 맘에 들어 옮겨본다. 

'세속화 예찬' 끝부분에서 아감벤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놀이가 끝났을 때 그 장난감이 얼마나 끔찍하고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어린아이들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126쪽)

라고 얘기한다. 

여기서 어린아이들이란 '장난감을 직접 가지고 논 주체'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책에서 아감벤이 제시하는 대책을 옮겨보자면 세속화할 수 없는 것까지 세속화하라 이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1-01-19 07:14   좋아요 0 | URL


조금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 조금 어렵나요? ^^

아감벤 이라는 사람의 이름에 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까요 ㅋㅋㅋ

sslmo 2011-01-21 02:04   좋아요 0 | URL
이쪽으로 깊으시던데...엄살은요~^^
저도 읽었으니(비록 장장 20일에 걸쳐) 님은 식은 죽 먹길 거예요.

쟈니 2011-01-19 10:25   좋아요 0 | URL
아.. '한때는 그랬을 수도 있어.. 라는 헌사를 썼다니, 프루스트의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적이군요.
살다보니 정말, 오베르의 헌사를 입 밖으로 말할 때가 많더군요. 때론 씁쓸하게, 때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

sslmo 2011-01-21 02: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프루스트의 사랑을 받았겠다 싶지요?^^
더 이상 아니야...까지는 그럭저럭인데,
‘너무 늦었어’나 ‘그만 안녕’쯤 되면 우울해지죠.

우리 너무 늦지는 말기로 해요~

잘잘라 2011-01-19 13:21   좋아요 0 | URL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시인~~~~,을 난 난 이이즐테요!
너무 어려워요. 헤롱헤롱~

sslmo 2011-01-21 02:10   좋아요 0 | URL
제겐 ‘블루 이코노미’가 그랬다니까요~^^

stella.K 2011-01-19 14:12   좋아요 0 | URL
'제인에어 납치사건'이라. 이 책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하네요.
완독 축하해요.^^

sslmo 2011-01-21 02:12   좋아요 0 | URL
이리저리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게 비슷해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의 진수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다니, 제 스스로 대견해요~^^

cyrus 2011-01-19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표지가 브뢰겔의 그림이길래 미학 관련 책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내용이 어려워보여요.

sslmo 2011-01-21 02:15   좋아요 0 | URL
표지 그림이 브뤼겔의 ‘장난감’인가 그랬죠.^^
더 어려운 책도 두루 섭렵하시면서요.
용어의 정의만 잘 잡고 읽으면, 의외로 재밌어요.
테리 이글턴 ‘반대자의 초상’ 문체랑 닮았어요.

반딧불이 2011-01-19 19:09   좋아요 0 | URL
표지만 보고 저도 풍속화에 대한 예찬인줄 알았지 뭐에요. 그런데 이건 꼭꼭 씹어 읽어야 할 내용인가보군요. 맛날 것 같아요.

sslmo 2011-01-21 02:16   좋아요 0 | URL
꼭꼭 씹어 먹으면,
맛날뿐더러 피가 되고 살이 될거예요.^^

느린산책 2011-01-19 21:26   좋아요 0 | URL
오, 세속화 예찬이라..참으로 신선 발칙(?)하군여..^^
마르셀 푸르스트의 일화도 재밌네용.

sslmo 2011-01-21 02:19   좋아요 0 | URL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것을 세속화한다는 뜻이더라구요.
중세와 맞물려 읽으면 잼나요~^^

머큐리 2011-01-19 23:47   좋아요 0 | URL
오~ 양철님...존경하옵니다..ㅎㅎ

sslmo 2011-01-21 02:19   좋아요 0 | URL
저도 심히 제가 대견해요,ㅋ~.

모름지기 2011-01-20 02:33   좋아요 0 | URL
제겐 너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의 글은,
저를 심하게 유혹하십니당~~

sslmo 2011-01-21 02:21   좋아요 0 | URL
제가 누군가를 유혹하는 글을 쓸 수 있다니...기분 좋습니다.
시도해 보세요, 나름 읽을만 할 거예요~^^

風流男兒 2011-01-20 09:52   좋아요 0 | URL
흠, 아감벤의 이름은 몇번 들었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게으름으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네요. 그래도 덕분에 조금은 아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좋고 고맙네요. 요새 조큼 바쁘다는 핑계로 뭐 글도 못쓰고 있지만, 한번 꼭 읽어보고 싶고 그렇습니다!! ㅎㅎ 추운데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또 좋아보이네요 ㅎㅎ

sslmo 2011-01-21 02:24   좋아요 0 | URL
저도 ‘장치란 무엇인가’가 아니었다면...그냥 지나갔을지도 몰라요.
한번쯤 읽어줘도 좋을 책이예요.
어제 그래도 대한이라고 추웠어요.
님도 감기조심하시구요~^^

아이리시스 2011-01-20 15:20   좋아요 0 | URL
형이상학, 신학,법학, 미학, 정치학을 넘나든단 말이죠. 흐흑.
저는 서른 다섯쯤에 한번 읽어보겠..습니당. 아하하.
아감벤. 열심히 기억해놓고.

아~ 리뷰도 어렵당.ㅠㅠ

sslmo 2011-01-21 02:27   좋아요 0 | URL
서른다섯이면...몇 년 후에요?‘속닥’
예수처럼 서른 넷 까지만 살고, 그 이후의 삶은 덤이다 생각하시려구요?^^

저, 나이 먹어 읽으려니 머리가 안 돌아가 고생했어요.
한 살이라고 영거하셔서 ‘휙,휙’돌아갈 때 읽으셔요.

아이리시스 2011-01-21 16:01   좋아요 0 | URL
아직 다섯 손가락 넘게 남..
내공이 쌓여야 읽히는 게 아니고, 영거할 때 읽힐 거란 말이죠? 크하하.

sslmo 2011-01-22 23:17   좋아요 0 | URL
아, 좋을 때군여~^^
네, 제대로 캐치 하셨습니다,ㅋ~.

같은하늘 2011-01-23 16:49   좋아요 0 | URL
헉~~ 어려워서 전 도저히... 양철나무꾼님의 글로 만족할께요.^^*

sslmo 2011-01-25 01:50   좋아요 0 | URL
네, 완벽녀 같은하늘님께도 어려운 구석이 있어야지요~^^
 

 

 

 

 

토닥토닥 그림편지
이수동 글.그림 / 아트북스 / 2010년 12월

 
날씨가 너무 춥다.
추위 속에서 잠들면 죽으니까 자지 않고 깨어 있어야 하는 사람도 아닌데,
난 겨울 밤이면 쉬이 잠들지 못한다.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였다.
그날도 지하철 역 앞 좌판에 채소들을 펼쳐놓은 할머니에게서 이런 저런 채소들을 샀었다.
할머니는 추위에 얼어 사그러든 이런저런 채소들을 사주는 내가 고마웠던지 아들을 향하여,
“고 녀석, 참 이쁘게 생겼다. 너 나랑 가서 살자.”
라고 한 마디 하셨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분주히 통장과 돼지 저금통을 유치원 가방에 넣고 엄마, 아빠에게 배꼽 인사를 한다.
황당하여 말을 잇지 못하는 우리에게,
“엄마, 아빠는 나 없어도 어떻게든 한 세상 살아갈 수 있지만,
 할머니는 나랑 이 돈 없으면 추운데 눈사람이 되지 않을까?"

골프채를 집어든 남편을 향하여 아들놈은 침통을 들고와서,
(그때 이연걸이 나오는 ‘키스 오브 드레곤’이라는 영화가 유행이었을때였다.)
“쉽게 한방에 끝내 줘.”
라고 하여 아무 소리도 못하게 했었다.

한 번은 새벽녘에 이런 일이 있었다.
냉동실 바스킨라빈스 스티로폼 아이스크림 통에 하얀 아이스크림 두덩이가 들어 있길래,
초코시럽 딸기시럽을 듬뿍 얹어 맛나게 먹고난 다음날 아침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는거다.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서...눈사람을 동생 삼으려고 했었는데, 냉장고가 고장났나 봐. 으엉~ㅠ.ㅠ”
아직도 그 눈사람이 내 입 속으로 들어간 건 비밀이다.

암튼, 오늘 같은 날은 모두에게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약속했던 마르크스와 레닌 옹이 생각난다.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빛나고 반짝이는 자본주의에 홀려서 어둠을 바라보지 못하고 사는 삶을 돌이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동’의 <토닥토닥 그림편지>는 너무 예쁘다.
예쁜 것만을 그리고, 예쁜 얘기만 하는 데도 처연해서 눈물이 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동네는 없어졌고 꽃처럼 곱던 어머니도 하늘나라에 가셨으며, 낭만 아버지도 병석에 누워 계신다. 그리고 나도 쉰이 넘었다. 하지만 골골이 몸에 밴 ‘목표를 위한 몸부림 같은 의지’는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 모진 의지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걸 알면서도 아이로니컬하게도 스스로에게 내리는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부디 이 악다구니 같은 의지가 약해지기를 바라면서, 부디 질 줄 아는 미덕이 생기길 바라면서, 목표라는 걸 아예 세우지도 않게 되길 바라면서, 그저 모든 이를,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길 바라면서......이 그림책을 낸다.
                                                                                            (7쪽, 프롤로그 중에서)

 

 

 

 


좋은 술이 생기면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올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불러서 한잔하시라. 나를 포함해 셋 정도만 되어도 인생 잘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157쪽)

심성이 엇비슷하게 곱고,
한마디 말로도 상대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엇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늙었으면 좋겠다.

해운대 포장마차 촌에 ‘갈매기13호’라는 곳이 있다.
작년에 우연히 처음 간 후로 부산에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 되었다.
죽 늘어선 포장마차들에서 흔히 호객을 하는데
그집은 그렇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그냥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날의 내 기분처럼.
혼자 마시는 모양새가 마음이 쓰여서 그랬는지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조갯국, 멍게, 성게 알 등 서비스가 계속 나왔다.
사람에 지쳐 바닷바람 쐬러 온 해운대에서
사람의 정을 다시 느끼다니. 아이러니다.
마치 생일상처럼 그득한 해산물을 안주 삼아 오랜만에 대취했다.
바에서 젊은 아가씨와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하지만
누이 같은 포장마차 주인과 이야기하는
세상사는 온몸에 팍팍 스며든다.(160쪽)

이 추운 밤, 어디서든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을 이들에게 날씨는 참 모질다.
빨리 날이 밝고 그리하여 햇살이 그들을 향하여 넉넉하게 비춰주었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장미꽃 한 다발 사들고 문을 나서지는 못하고 이 페이퍼로 대신합니다.


댓글(60) 먼댓글(1)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KIAFE 2007
    from 제발 제발 2011-01-15 15:19 
          이수동 <토닥토닥 그림편지>,<아직 피어 있습니까, 그 기억>,<사랑을 묻는 당신에게>,<단 하나뿐인 당신에게>                    2007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모름지기 2011-01-20 02:38   좋아요 0 | URL
요걸 먼저 봤어야했는데..위..조르조,쩝..넘 어렵구요. 이 책은 확 땡겨요.
읽는책 취향도 상향조정해야겠고
그림에 대한 섣부른 욕심까지 챙기느라...에궁~
양철님, 나빠요.

sslmo 2011-01-21 01:51   좋아요 0 | URL
ㅎ ㅎ ㅎ ...더 어려운 책들도 두루 섭렵하시더구만, 엄살은요~^^


이 책 진짜 토닥 토닥 위로가 되어 줘요.
그림도 그렇고, 그림에 붙인 제목도 그렇고, 곁들인 글들도 그렇고...^^

아이리시스 2011-01-20 15:23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아들 나 줘요. 저 주세요.
아, 귀엽다^^

그림 너무 예뻐요.
특히 핑크로다가.. 담번에 제 서재에 댓글 다실 때 선물주세요. 아하하.^^

sslmo 2011-01-21 01:57   좋아요 0 | URL
얘가 어릴 땐, 좀 귀여웠지요.
지금은 애물단진데...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그러지 말고, 다른 쪽으로 한번 눈을 돌려 보시죠.

같은하늘 2011-01-23 16:51   좋아요 0 | URL
너무 이쁜 아드님의 마음과 너무 이쁜 그림의 책이 눈에 쏙 들어와요.^^
보관함에 담아 두어야겠어요.

sslmo 2011-01-25 01:47   좋아요 0 | URL
그림도 예쁘고,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도 참 예쁘고, 글도 하나 같이 다 예뻐요~^^

꿈꾸는섬 2011-01-24 07:27   좋아요 0 | URL
멋진 리뷰 올려주신 나무꾼님^^ 너무 좋아요.

sslmo 2011-01-25 01:48   좋아요 0 | URL
꿈섬님께 멋진 리뷰라고 칭찬을 받으니,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는...^^

따라쟁이 2011-01-24 22:54   좋아요 0 | URL
아.. 이뻐요.+_+

sslmo 2011-01-25 01:49   좋아요 0 | URL
그쵸~?^^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미녀가 머리를 숙이면 부끄럽다는 것이고, 턱을 고이면 한(恨)을 나타내는 것이다. 혼자 있으면 생각에 잠긴 것, 눈썹을 찡그리면 수심에 빠진 것, 난간 아래 있으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이며, 파초 밑에 앉았으면 꿈이 있다는 뜻이다. 만일 그녀가 서있기를 반듯이, 앉아 있기를 조각처럼 하지 않는다고 나무란다면 양귀비가 치통을 앓고 번희가 머리칼을 만진다고 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박지원이 한 말인 것 같다.
그림 하나를 그리면서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태도를 지적했었던 것 같은데,
마이클 코넬리에 이어 로버트 크레이스를 읽으며 이 구절이 떠올랐다. 
똑같은 외롭고 고독한 캐릭터를 그려내는 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어서 였다.
 

 

 

  

 워치맨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최필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1월


마이클 코넬리와 로버트 크레이스가 한 동네에 사는 친구라는 건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로버트 크레이스의 <라스트 디텍티브>에 해리 보슈가 카메오로 잠깐 등장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지만, 아직 책으로 만나 보지는 못했다.
‘마이클 코넬리’는 전작을 꼼꼼히 챙겨 읽었지만, ‘로버트 크레이스’는 전작이래야 이제 겨우 세권이어서...어떻게 보면 비교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버트 크레이스의 <투 미닛 룰>을 넘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책 <워치맨>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초반에 끌어 들이는 흡입력이 좀 약한 데, 그 부분을 참고 읽어내면 참 괜찮은 작품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문장을 짧게 끊어 급박함과 긴장감을 표현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조 파이크의 캐릭터를 표현해 내는 데도 성공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끊어놓으니 호흡이 잦아 맥이 살짝 빠지는 것만 빼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군데 군데 직역한 듯한 부분도 있어 거슬리긴 하다.
파이크의 집은 비어 있었다. 그들은 파이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신중을 기했겠지만, 주방에 놓아둔 주소록이 사라졌고,(158쪽)
이 부분은  ‘파이크의 집은 털려 있었다’ 정도가 적절하겠다.

207쪽의,
상완신경얼기는 상완신경총이라고 더 많이 사용하고,
노보카인은 국부마취제로 두루 두루 쓰인다. 치과용 국부 마취제로 주석을 달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 파이크가 너무 좋아졌는데, 조 파이크는 그의 친구 엘비스 콜(로버트 크레이스가 밀고 있는 명탐정)과도 다르고,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도 다르다.
내친 김에 이 둘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무엇보다 조 파이크는 친구가 많다.
해리 보슈에게 친구들이 공존공생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 파이크의 친구들은 그의 인간됨을 알고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파이크가 말했다. "선배님이 그리워질 겁니다."
아버지나 다름없었던 사람.
파이크는 트럭에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쥐고 있는 패가 형편 없더라도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때때로, 파이크는 더 나은 삶을 꿈꿨다.(270쪽) 

조 파이크와 해리 보슈 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해리 보슈가 ‘마초’인 것과는 달리 조 파이크는 ‘쿨 가이’ 되시겠다.
나이,직업 불문하고 죄다 집적거렸던 해리 보슈와는 달리, 조 파이크는 고객이라는 구실로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잠든 라킨의 모습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였다. 몸도 작아 보였다. 마치 몸의 일부가 소파 안으로 빨려 들어가버리기라도 한 듯이. 파이크는 이것이 바로 그녀의 솔직한 모습일거라고 생각했다. 밖으로 노출되는 모습은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안에서 밖으로. 안쪽 사람은 긴장과 의지로 바깥쪽 사람을 꼭 붙들어놓는다. 바깥쪽 사람은 세상에 내보이는 얼굴이다. 가면, 눈속임, 메시지, 그리고 목적을 이루는 수단. 그것은 안쪽 사람이 단단히 붙들고 있는 동안만 존재한다. 안쪽 사람이 가면을 놓는 순간 바깥쪽 사람은 사라지고, 원래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잠은 가끔 그 가면을 벗겨내기도 한다. 술이나 마약, 그리고 극단적인 감정 또한 마찬가지다. 단단히 붙들고 있지 않으면 가면은 쉽게 걷힌다. 가면이 벗겨지면 비로소 사람 안의 진짜 사람을 확인할 수 있다. 속임수는 무엇보다 안쪽과 바깥쪽이 일치하는 곳으로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곳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사람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콜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안쪽과 바깥쪽은 완전한 일체였다. 파이크는 그런 점이 부러웠다. 콜이 그것을 설계와 노력으로 이루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렇게 타고났던 것인지 궁금했다. 답이 무엇이건 항상 콜을 지켜보며 그런 점을 닮아보려 애썼다. 파이크의 안에는 요새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요새는 쓸모가 많았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게 했다. 요새는 외로운 공간이었다.(241쪽)

 이런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로버트 크레이스의 전작을 찾아 읽게 만든다.

또,커피를 외로움 치료제 쯤으로 달고 사는 해리 보슈와는 달리, 조 파이크는 커피를 마시기는 하지만 아침에 한잔 정도이다.
먹는 음식도 혼자 있을 때는 샌드위치 정도가 고작인 해리 보슈와는 달리, 조 파이크는 미식가에 웰빙 음식을 즐기는 베지테리언 이다.

무엇보다 내가 조 파이크의 손을 들어줄 수 있었던 건...해리 보슈는 밤이면 여자와 보내거나, 혼자 있어도 간이침대에 엎드려 악몽을 꾸는게 고작이었다면, 조 파이크는 규칙적으로 총기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 운동도 꾸준히 한다.

그러니까 하려던 얘기가 뭐냐하면 말이다.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외로움, 고독 따위나 분석하고 있지말고...
나와 내 이웃의 외로움이나 고독, 추위 따위를 돌아보자는 말이다.
왜냐하면 날이 얼어죽게 춥기 때문이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1-01-14 10:51   좋아요 0 | URL
너무 멋지군요! 뭔가 대단한 걸 얘기할 것 같은데
지극히 당연하지만 잊고 지낼뻔한 것을 결국 이렇게 멋지게 풀어 쓰다니!
양철님의 내공에 헉!하지 않을 수 없군요.ㅋ
이쯤되어주시면 저도 왠지 이 책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도 커피 좋아하는데. 해리 보슈를 좀 뜯어 봐야겠군요.ㅎ
혹시 외롭고 고독한 건 아닌가요? 그럼 강남으로 건너오시죠.
제가 커피로 따뜻하게 해 드리겠슴다.^^

이쪽엔 영 마음이 가지 않아 물만두님 리뷰대회도 포기상태라능...ㅠㅠ
물만두님이 천국에서 저 보시면 한숨 한번 푹 쉬시고,
"알아요. 괜찮아요. 다음도 있잖아요."하시지 않을까 내 멋대로 상상중입니다. 이그~

sslmo 2011-01-17 00:58   좋아요 0 | URL
멋지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 평범한 페이퍼였는데, 님과 여러분의 댓글 덕에 멋져진 것 같습니다.

강남 사시는 군요.
저는 강북이라서...강남 건너가는 일이 요원하답니다.
직장 때려치우고 한번 건너가겠습니다.
그때를 위해서 커피 저축해 놔도 되겠죠?^^

stella.K 2011-01-17 10: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직장을 그만 두시는 게 더 요원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저의 은행을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자도 붙여드려야겠군요.^^

sslmo 2011-01-18 01:31   좋아요 0 | URL
따뜻한 봄바람이 불 때쯤은 가능할 듯도 하구요.
그 은행, 이자까지 쳐주시고 인심이 후한걸요~^^

글샘 2011-01-14 12:09   좋아요 0 | URL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전부 사랑하라.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전부 사랑하라.

빛이 있는 곳에서도, 어둠이 드리운 곳에서도.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까맣게 하얗게,

잿빛으로 초록빛, 황금빛,
그리고 진한 갈색 빛으로 사랑하라.

낮에도 밤에도 먼동이 틀 무렵에도,
열린 창문으로 나를 사랑하라.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버리지 마라.

아니면 나를 사랑하지 마라.

둘세 마리아 루이나스, <날아가는 어떤 꿈의 감시원>

sslmo 2011-01-17 01:02   좋아요 0 | URL
우와~이 시 아주 멋져요.
이 시인 좀 더 찾아봐야겠어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1-14 12:39   좋아요 0 | URL
어제 진짜 얼어죽게 춥더군요. ㅠ

그렇지, 외로움, 집착, 고립, 광기에 대한 찬미는 20대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생산의 시기잖아요. 주위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해리 보슈 보다는 조 파이크 같은 타입을 좋아해요. 나두 그렇게 되고 싶구요.
따뜻하면서도 절제하는 사람, 절제를 통해 주위에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아요.

sslmo 2011-01-17 01:05   좋아요 0 | URL
그쵸? 해리보슈보다는 조 파이크가 낫죠?^^
근데 조 파이크보다는 매튜 스커터가 좋아요, 저는.

cyrus 2011-01-14 14:44   좋아요 0 | URL
장르소설 속에는 각기 다른 개성적인 성격의 탐정들이 많이 있네요.
이번에 소개하신 조 파이크,, 정말 괜찮은 캐릭터인데요 ^^

sslmo 2011-01-17 01:07   좋아요 0 | URL
괜찮다 뿐이겠어요, 매력적인 캐릭터죠.
조 파이크 같은 남자 소설 속에서 걸어나오지 않나 모르겠어요~^^

잘잘라 2011-01-14 16:27   좋아요 0 | URL
'파이크 안에는 요새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요새는 쓸모가 많았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게 했다.
요새는 외로운 공간이었다'...

요새는 외로운 공간이다,에 공감 백만개요.

콘크리트-폐쇄-단절-단절-단절.. 단절을 끊고, 닫힌 문을 열고, 콘크리트를 콘크리트를 쳐부수고? ㅜㅜ

sslmo 2011-01-17 01:16   좋아요 0 | URL
파이크-명사;헤엄치는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인 긴 몸의 포식 물고기
-옥스포드 아메리칸 사전

이 소설 첫 부분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요새가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보자구요~^^

애쉬 2011-01-14 16:32   좋아요 0 | URL
아, 쿨가이란 말이죠?
고독하고 외롭고 쓰라린 남자 주인공 참 멋지긴 하지만,
제가 고독하지 않고 그다지 외롭지 않고 거의 쓰라리지 않다보니, '멋' 이상은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헤리 보슈가 그냥저냥인가 봐요.
근데, 쿨가이란 말이죠? 아하~~~ 조 파이크. 접수.

sslmo 2011-01-17 01:22   좋아요 0 | URL
그니까~~~애쉬님도 해리보슈 시리즈 몇 개 읽어 주셨잖아요.^^
전 마이클 코넬리 것, 반은 제가 좋아하는 역자 때문에 읽었어요.
로버트 크레이스가 말예요, 장르 소설을 읽는 분이라면 은근 매력 있더라구요.
전 워치맨보다 투 미닛 룰이 더 멋졌어요.

아이리시스 2011-01-14 18:45   좋아요 0 | URL
오호라! 고독.
그러니까 혼자 커피마시는 것도 고독이란 말이죠.
남자가 하면 좀 궁상같기도 한데,,
너무 고독,광기에 집착하면 별로지만, 어떤 사람의 숨겨진 고독의 내면은 좋아해왔어요.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외로움, 고독 따위나 분석하고 있지말고..
나와 내 이웃의 외로움이나 고독, 추위 따위를 돌아보자는 말이다.]
이거 좀 힘들겠지만 반드시 그래야겠다..^^

sslmo 2011-01-17 01:2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이 ‘고독’이 궁상스럽기는 한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해주면 ‘쫌’ 멋지잖아요.
내가 이래서 장르소설에 홀릭하나 봐요.^^

순오기 2011-01-14 21:42   좋아요 0 | URL
오호~ 양철나무꾼님 읽는 책, 저자나 주인공은 나한테 낯선 분들이지만... 마지막 결론은 너무 멋진데요!! 추천 꾸욱~~~

sslmo 2011-01-17 01:29   좋아요 0 | URL
좀 멋졌어요?^^
누차 얘기하지만, 제가 멋진 게 아니라 장르소설 속의 그들이 이렇게 멋지구리 하다니까요.
저는 순오기님의 리뷰나 페이퍼들을 통하여, 또다른 책들을 만나는 걸요~^^

루쉰P 2011-06-22 21:19   좋아요 0 | URL
아...멋지네요. 제가 꿈꾸던 인간상이 여기에 있어요. ㅋ 고독계의 지존, 절대 최강자!! 해리 보슈와 조 파이크 이 두 사람 직접 만나봐야 겠어요. 흐흐흐
전 우울하고 처질때 읽고 싶은 작가를 만나면 의욕이 생기는데 양철댁님 덕분에 만난 것 같아요. 완전 감사해요. 흠..뭔가 마음 깊숙이 의욕이 확 솟네요. 케케케!!
 

눈이 징하게 내린다. 
아침에 나올때만 해도 괜찮았는데...차를 모시고 퇴근하게 생겼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눈 오는 날 이 노래를 불러주겠다던 사람이 생각난다. 
그러니까 눈을 걸고 하는 맹세 따위는 믿지 말아야 한다. 
내린 눈이 녹아 사라지면 맹세도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눈(김효근 작사/작곡)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새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길 잊어 버리오
가슴에 새겨 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눈되어 온다오

저 멀리 숲사이로 내마음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여운만 남아 있다오
눈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
나 어느새 흰눈되어 산길 걸어 간다오

      

아무리 뒤져도 최현수가 부른 건 없다.
이 사람 누군지 모르지만, 목소리가 맑다.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01-11 16:32   좋아요 0 | URL
MBC대학가곡제에서 상 받은 곡이잖아요. 저도 이 노래 참 좋아해요. 당시 서울음대 다니는 여학생이 불렀었는데...
바리톤 최현수도 불렀었군요.
여기는 가늘게 눈발이 날리다 말다 하는데 서울은 많이 오나봐요. 운전 조심하세요.

sslmo 2011-01-13 02:32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노래를 '하이 바리'로 들어서 그런가...
여자보다는 최현수의 그것이 좋더군요.

차는 직장 주차장에 모셔두고, 지하철 타고 퇴근했습니다~^^

cyrus 2011-01-11 17:50   좋아요 0 | URL
여기 대구는 아직 눈이 안 와요. 밤에 올려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밤에 눈이 안 왔으면 좋겠네요. 눈이 어느 정도 쌓이게되면
한밤중에 편의점 주변에 눈 치워야하거든요. ㅠ_ㅠ

sslmo 2011-01-13 02:33   좋아요 0 | URL
눈 와서 눈 치우셨어요?^^

대구는 눈 잘 안오잖아요?
내가 대구로 이사가면 되겠다아~^^

느린산책 2011-01-11 21:05   좋아요 0 | URL
하루종일.. 눈이 원없이 내립니다.

sslmo 2011-01-13 02:33   좋아요 0 | URL
원없이 내리는 눈을 하루종일 원망했어요~^^

잘잘라 2011-01-11 22:04   좋아요 0 | URL
차를 모시고 퇴근, 하셨어요?

울산 하늘은 종일 새파랳어요.

눈이 쌓이면 눈이 소리를 많이 흡수해서
실제로 세상이 조용해진다던데..
오늘밤 서울은 고요한 밤, 이겠군요.

sslmo 2011-01-13 02:3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눈이 쌓이면 눈이 소리를 많이 흡수해서
실제로 세상이 조용해지는 군요.
댓글이 한편의 시 같아요.

고요한 밤인지는 모르겠는데...환한 밤이었어요.
형설지공이 생각났다고 할까?

세실 2011-01-11 22:07   좋아요 0 | URL
이곳 청주에도 눈이 내립니다. 아이들과 눈 밟으면서 장난치기는 했지만 내일 상가에 가야 하는데 걱정되네요. 청주에서 왕복 2시간 30분 소요되는 곳이지만 꼭 가야 하는데....
눈 그만좀 오렴^*^

sslmo 2011-01-13 02:37   좋아요 0 | URL
상가는 잘 다녀오셨어요?
청주에서 왕복 2시간30분이면 어딜까 싶어 지도를 들여다 봤어요.
(길치에 방향치여서...들여다 봐도 모르지만~)
운전 조심하시구요~^^

세실 2011-01-13 06:36   좋아요 0 | URL
호호호 충주였답니다. 청주에서 6시30분에 출발하여 집에 돌아오니 10시 30분. 오는 길에 저는 살짝 졸고요. 다행히 운전은 옆지기가 했답니다. 제 친구였지만 함께 가주었어요. 무척 고맙더라구요.

sslmo 2011-01-17 01:32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 봤네요.

덕분에 멋진 데이트 즐기셨겠는걸요~^^

꿈꾸는섬 2011-01-11 22:08   좋아요 0 | URL
눈 오는 날, 너무 좋은데요.^^

sslmo 2011-01-13 02:38   좋아요 0 | URL
혹시, 개과?
전 개띤데...왜 눈이 그런가 모르겠습니다~^^

blanca 2011-01-11 23:03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태어나서 난생처음 눈이 오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아이랑 같이 눈을 맞아 봤답니다. 정말 아름답더라구요. 퇴근길 힘드셨겠어요. 이쁜 추억을 가지고 있으시군요.

sslmo 2011-01-13 02:43   좋아요 0 | URL
전 눈을 심지어 먹어보기까지 했어요.

아들 일곱살 때 눈사람을 만들어 바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박스에 넣어놓은 걸, 초코시럽 딸기시럽 뿌려 잘 먹어주셨는 데 말이죠.

눈이 이쁜 추억이 아니고, 눈사람을 먹어버린 게 이쁜 추억이예요.
감사해요~
덕분에 이쁜 추억을 끄집어 낼 수 있었고...
덕분에 '눈'노래는 접어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2011-01-12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1-13 03:00   좋아요 0 | URL
ㅎ,ㅎ...이 노래처럼 아름답지는 않구요, 미화시키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 면으로 미루어 볼 때, 전 좀 시니컬 한 듯~^^)

근데, 이 노래 참 좋네요.


책가방 2011-01-12 01:58   좋아요 0 | URL
목소리 맑은 저분... 바리톤 조병의.... 라고 나옵디다..ㅋ

전 비오면 생각나는 사람 있는데..ㅋ

sslmo 2011-01-13 02:57   좋아요 0 | URL
비보다는 눈이 낫네요.
겨울 한철만 고생하면 되니까~^^

감은빛 2011-01-12 05:08   좋아요 0 | URL
눈 하면 생각나는 건 지겨운 군대의 기억과 작년 1월의 악몽같던 날들의 기억.
오늘 그 악몽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조마조마했습니다.
마침 책팔러 나간 길에, 선배들이 눈 내리는 걸 보고,
'눈 오면 장사 안되는데, 접고 술이나 마시고 싶다!'하더라구요.
정말 장사 더럽게 안되는 날이었습니다.
용기있게 접고 술이나 마셨더라면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을텐데 말예요.

sslmo 2011-01-13 03:06   좋아요 0 | URL
남자들은 눈하면 군대얘기를 빼놓지 않더라구요.
추억이라고 하기엔 아직 시간이 덜 흘렀나 보군요~^^
군대도, 작년 1월도~~~

아웅, 절 부끄럽게 만드시는군요~ㅠ.ㅠ

감은빛 2011-01-14 02:56   좋아요 0 | URL
그렇다기보다는 너무 강렬한 기억이어서라고 할까요?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눈이란 걸 몇 번 본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근무했던 곳에선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눈이 오더군요.
2월과 3월에는 폭설도 정말 자주 오더라구요.
눈이 오면 안그래도 경계근무 서느라 늘 부족한 잠을 못자고,
밤새 눈을 치워야했으니(안그랬으면 보급을 못받아서 굶어죽거든요.)
눈보라에 철책선이 넘어져서, 그걸 밤새 붙들고 서있었던 적도 있었구요.

아마 평생 이야기하고 살 것 같은데요. ^^

그런데 부끄럽게 만들었다는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가끔 양철나무꾼님 말씀은 중간단계를 생략해서 못 알아든는 일이 있네요. ^^

sslmo 2011-01-14 03:09   좋아요 0 | URL
ㅎ,ㅎ...나름 치열한 삶을 얘기하는 데, 전 옛추억 나부랭이나 떠올리고 있었다는게 부끄럽다는 얘기였습니다.
도대체, 제 이 띠엄 띠엄은 어찌하여야 고칠 수 있으려는지, 에효~ ㅠ.ㅠ

아이리시스 2011-01-12 15:41   좋아요 0 | URL
저도 눈이랑 관련된 군대의 기억 있어요.
동생 첫휴가때인데 엄마랑 둘이 면회 갔어요. 홍천.
여긴 눈이 거의 안오니까 눈에 대한 추억이 거의 없고,
사실 겨울에 눈이 오는 동네로 여행가는 것도 못할 짓이던데요.
저 원래 눈오면 활짝 웃으면서 막 뛰어다니고 그런 스타일아닌데
요즘 눈내리는 윗지방이 너무 그리워요.
사진 보여줘요. 보여주세요, 아하하.

sslmo 2011-01-13 03:22   좋아요 0 | URL
몇 년 전 설악 눈꽃 열차 탔던 기억 나네요.
올해는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 때문에...그쪽으로의 여행이 누가 될 수도 있겠네요.
눈 사진이라~
제가 사진을 좀 못 찍어...
다음 번 그림처럼 눈이 한번 내려주면 고려해 보지요.ㅋ~.

카스피 2011-01-12 21:28   좋아요 0 | URL
정말 눈이 많이 오네요.저처럼 뚜벅이야 상관없지만 차로 출퇴근 하시는 분들은 걱정이 많으시겠더군요.근데 내일 모레 또 온다고 하네요ㅡ.ㅜ

sslmo 2011-01-13 03:25   좋아요 0 | URL
올해 운기에는 눈이 많다는데 많대요~
오히려 저야 상관없지만, 운전이 생업이신 분들 생각하면 말이죠.ㅠ.ㅠ

글샘 2011-01-12 23:21   좋아요 0 | URL
눈이 뭐래요? ㅋㅋ
여긴 눈은커녕 비도 안 오네요.
주말에 놀러가려는데, 눈오는 동네는 못가겠군요. ^^

눈오면... 조금 멜랑꼴리해지시는 모양인데요...
따끈한 차라도 한 잔 하세요~ 기분 풀어지도록...

sslmo 2011-01-13 03:28   좋아요 0 | URL
눈 안 오는 동네 어디로 놀러 가실까요?
온 나라가 광우병이다 조류독감이다 해서 속 시끄러워요.
어디 눈 안 오는 동네로 다녀오세요~^^

같은하늘 2011-01-13 16:18   좋아요 0 | URL
정말 이번 겨울은 징하게 춥고, 눈도 많이 오지요?
저희집 아파트 단지는 지금도 딱딱하게 얼어붙으 눈이 하얗게 있어요.
오늘 아침 외출을 위해 어제는 밖에 며칠동안 묵혔던 차의 눈을 치우고, 녹이느라 30분은 걸렸나봐요.ㅜㅜ 근데 양철나무꾼님은 직장 다니시면서 새벽 늦게까지 잠도 안주무시고, 그 많은 책들은 언제 다 읽으실까요? 존경스러워요~~~^^*

sslmo 2011-01-14 03:10   좋아요 0 | URL
내일도 눈이 많이 온대요.
밤에 못 자는 건 병이예요. 고쳐야죠~^^

비로그인 2011-01-13 23:48   좋아요 0 | URL
매일 9시 30분, KBS 1FM 라디오를 켜면 나오는 우리 가곡.
가곡은 곡도 좋겠지만 저는 가사가 참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뭘까,, 조선시대 시조 같기도 하고, 한편의 짧은 수필 같기도 해서 마음을 녹이는 듯한 느낌이 들때가 종종 있습니다.

흠. 내일 연주회 보러 가는데 그 멋진 음악만큼, 아주 여리게 눈 좀 오셨음 좋겠습니다. ^^

sslmo 2011-01-14 03:13   좋아요 0 | URL
우와~부러워요.
연주회도 다니시고,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계신 듯~^^
전 직장에서 CBS-FM들어요. 맨트가 적어서 편하더라구요.
93.1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이 참에 바꿔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