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먼저 읽은 '상상목공소'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상상목공소에서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해 내는데서 오는 한계점에서 '목공'이 시작되었다면,
이 책에선 사유를 언어로 표현해 내는데서 오는 한계점에서 '악보'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이미지를 하나의 '목공'으로 탄생시켰다면, 악보는 '중의성'을 담은 하나의 텍스트이다.

상상목공소의 날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이 연결된 공간을 넘나드는 꿀벌이나, 
날씨에 따라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건사하며 나는 한마리 제비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의 날개는,
몇번 크르렁 대고는 탈탈거리다가 풀섶에 머리를 처박고 곤두박질치는 무선조종 글라이더의 프로펠러가 연상됐다고 해야할까. 

상상목공소의 그것은 낮게 날때 지형이나 입지를 자세히 관찰하며 즐길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면,
이 책의 낮은 비행은 풀을 꺾고 땅을 파헤치는 것이 불안하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고치고 재정비해야할 여지가 있다.(이건 어디까지나 악보가 담고 있는 중의성을 내 맘대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투덜이 스머프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똑똑하지만 잘난 척하는 '똘똘이 스머프'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투덜이 스머프에 가깝다.
투덜이 스머프로 말할 것 같으면 '난 OO가 싫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캐릭터이다.
세상일 모든 것에 불만이 있는 듯, 생각하는 것도 싫고, 일하는 것도 싫으며, 치장하는 것도 싫고, 요리하는 것도 싫으며, 즐거운 것도 싫다고, 다 모든 것이 다 싫다고 하는 불평분자, 비관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그 투덜거림의 근원을 살펴보면 모든 일에 두루두루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는다.
(그가 아기 스머프에게 쏟는 정성을 보면 본심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관심을 갖는데서 변화를 모색할 수 있고 발전도 가능한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는 서곡에서, 나는 이 책이 소수의 단수들을 위한 책이 되는 것에 만족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되기를 극적으로 의도하고 적극적으로 조장한다고 얘기한 뒤 바로 몇 줄 아래에서 나는 나의 이 책이 하나의 전염병이 되기를, 역병처럼 창궐하기를 소망한다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난 번역에 관심이 많아, 이분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 사건(?)이 자세히 알고싶어 이책을 구입하였고, 이 부분을 읽고 말 생각이었다.
읽다보니 어려워 책장을 후두둑 넘긴 부분도 있지만 나와 관심사가 겹쳐 재밌게 읽은 부분도 있다. 

랑시에르의 번역과 관련하여서는 '번역이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의 일부분만을 옮겨 보면 이렇다. 

'그 번역의 전반적인 느낌이랄까, 서론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차례로 검토해 보면서 받은 개인적인 인상은, 역자가 단어들의 일차적이고 표면적인 의미에만 얽매여서 그로 인해 기계적인 번역에 빠지게 된 경우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오히려 무엇보다 슬프고 쓸쓸하고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비교 독해의 과정이었다고 할까. 번역본을 포함하여 하나의 책이 독자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으려면, 저자/역자와 독자가 모두 함께 그 책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것은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나만이 품고 있는 지극히 '도착적'이고 '이상적'인 몽상일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좋아했을,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을, 존 레논의 노래<Imagine>가사의 한 구절처럼 "나만 그런 것은 아니리라 But I'm not the only one".(368쪽)


이쯤되면 그의 투덜거림이 어지간한 애정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언젠가 읽었던 이세욱님의 '로아나'가 떠오른다. 
이세욱님은 '로아나' 하날 번역하길, 이탈리아어판 불어판 미국판 번역을 일일이 비교하셨다. 

4악장 문학적 분류법을 위한 야구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이 글은 15년 전 품었던 서적 분류법에 대한 투덜거림으로 시작한다. 
현재 서른 네 살이니까 15년 전이면 열 아홉살인데, 그때 이미 서적 분류법에 의문을 품고 투덜거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이 책이 '음악'코너에 분류되어 있지 않을까 우려를 표한다. 

그는 문학적 분류법에 머물지 않고, 우리 문학의 위치를 재정비하고 문학의 나아갈 바를 조망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이니 어쩜 세계문학 전집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게다가 현재성까지 아우르고 싶어한다.
내가 그의 시선이 따뜻하다고 여긴 이유는 다음 구절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세계문학은 없다' 따위의 부정적이고 확정적인 언사를 내뱉으며 어설픈 포스트모던의 몸짓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문학은 존재하며, 그러나 동시에 지금 존재하는 방식이 아닌 어떤 다른 형태로 존재하기를 요청받고 있다. 문제는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이며 또한 그 '문힉'이 어떤 문학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계적'이고도 '문학적'인 요청으로부터 한 순간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세계문학'이 우리에게 불편하게 묻고 있는 물음은 바로 이것이다.(161쪽)

5악장 테제들의 역사를 위한 현악사중주는 어떻게 보면 한없이 난해해 질 수도 있는데,
음악의 예술적 통일성과 통일적 일관성, 수행적 행위를 적절히 연결시키는 것도 경이로웠지만,
마르크스에서 맑스로 옮아가는 과정, 거기서 근로자와 노동자의 명명법으로, 김영하가 언급한 문학이 될 수 있는것과 없는 것으로 옮아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거기서 또 표리로, 인간의 내면으로, 모더니즘 소설의 주제가 되고 있는 인간 내면으로 넘나드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기서 또한번 번역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둔중하지만 무게감 있게 와닿는다.

...번역이란 단순히 일대일 대응의 옮기기가 아닌 것, 번역이란 오히려 무엇을 잃거나 덧붙인 상태에서의 어떤 변환 내지 전화轉化를 의미하는 것이다. 번역은 기본적으로 어떤 상실이거나 덧칠이다. 번역에 있어서는 언어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대일 대응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가감 없는 번역이란 없고 곡해 없는 해석이란 무의미하기까지 한 것...(179쪽)

요번엔 피식민지인, 식민지 종주국, 민족주의라는 용어가 나오고 식민지적 언어의 특수성이랑 말이 나오는데, 그 자체로 근대적 번역이 처한 일종의 '보편성'이기도 하지 않은가.라고 얘기한다. 나도 고민하던 문제여서 슬프지만 공감할 수 있었다. 

마르크스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보고 '메치니코프'라고 했다는 일화, 거기서 확대해석한 '생명연장의꿈'등은 질펀한 웃음 속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이었다. 

깔깔거리고 웃고 있을때, 조르조 아감벤의 '장치란  무엇인가'가 슬그머니 등장한다.
적재적소에 변주들이 등장하는데, 그게 이 책의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요소였지만...워밍업 하다가 싸늘해지는 요소이기도 했다. 

가장 재미있어서 여러번 되풀이해 읽은 장은 '불가능한 대화를 위한 자동번역기'였다.
여기서 또 '오역'에 관한 얘기가 등장한다.
지하철 걸인들이 사용하는 배경음악에서 절실한 문제는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시선의 구걸'이라고 한다.
우리의 제사를 예로들며, 공자의 유물론을 언급한다. 죽어서 없지만, 있는 것처럼 살기.
철수와 영희의 '선생님, 안녕하셔요?'
등을 오역의 예로 들지만, 그러나 이 오역이 반드시 오역일 수만은 없다고 얘기한다. 

오랫만에 난해한 책을 만났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테지만, 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또는 '아는 만큼 보인다'등을 이용해 적절히 자위한다.
다 읽어내고, 다 완벽하게 해석하고, 다 완벽하게 이해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생각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나름 재미있었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그러니까 감정이입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노래 한곡을 예로 들면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다른 느낌의 곡이 탄생할 수 있듯이,
그가 만들어낸 악보를 이렇게 저렇게 읽고, 거기에 내 감정을 적절히 섞어 해석하고, 어떤 노래로 불러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보자 일때는 어렵지만, 악보를 읽는 데 탄력이 붙으면서 변주가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묵혔다가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 그때는 작가의 투덜거림이 세레나데처럼 들려질지 또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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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7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8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8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4-17 10:08   좋아요 0 | URL
난해한 철학책들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합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난 읽어야 하는가하고 말이죠 ^^. 저자가 난해다고하니 도전의식이 생겨서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런 성향은 국가의 교육으로 인해 정답만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생긴 병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사실 제 멋대로 세상도 철학도 해석하고 사는 타입이라서요.ㅋㅋ

군대시절 일어를 번역해 보겠다고 원어 일본 소설을 하나 사서 2년 동안 군 생활 동안 쉼 없이 번역을 했는데 13페이지를 하니 전역하더라구요. -.- 번역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은 그 경험을 통해 아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 역시 양철댁님처럼 철학책은 내가 해석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읽어요. 그게 더 도움이 되더라구요. 저자와의 지적 결투는 저는 절대 사절입니다. 푸훗.

리뷰 중에서 제가 제일 집중이 된 것은 34살이라는 양철댁님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32살이니 누나세요..ㅋㅋ 하지만 생긴 걸로는 제가 더 나이 먹어 보일 듯.

sslmo 2011-04-18 23: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뭐 드시고 싶으셔요?
현재 서른네 살인 건 저자인걸요.
전 70 개띠랍니다. 이렇게 나이 공개하게 만드시네여~^^

절 영거하게 생각하셨다는게 나이 값 못하는 거랑 동의어일지 모르지만, 암튼 지금 이 순간 만은 덕분에 유쾌합니다.

서른두 살이라~
참 좋을 때네요.
예수가 거사를 마시고 생을 달리하였을때가 서른넷이었는데,,,아직 2년이나 남았네요~^^

루쉰P 2011-04-19 16:08   좋아요 0 | URL
아 완전 죄송^^;; 역시나 철학책에는 제가 잼병이라서 완전 실수했네요. 읽다가 그만 실수로 양철댁님의 나이라고 확신하고 우리 누님하고 동갑이네라고 하며 반가운 마음에 댓글을...T.T

제가 80년 잔나비 띠거든요.여자분께 나이를 말하게 하는 결정적 실수를 하다니 완전 죄송합니다. ^^;;;
저랑 별반 나이차도 별로 안 나시는데요. ^^ 젊음이란 것이 나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빤한 생각을 전 거부합니다. 전 젊음이란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암튼 덕분에 유쾌하시다니 뭔가 잘한 행동이라 스스로 여기고 있어요. ㅋㅋㅋ

전 32살도 뭔가 많이 지나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좋을 때라고 하시니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드네요. 푸훗.

sslmo 2011-04-20 00:48   좋아요 0 | URL
ㅎ,ㅎ,ㅎ...개의치않습니다.
한순간 유쾌했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hnine 2011-04-17 10:23   좋아요 0 | URL
아, 제목부터 너무 어려워요.
(그나저나 한때 제 별명이 리뷰 제목에 등장해서 깜짝! ㅋㅋ)

sslmo 2011-04-18 23:42   좋아요 0 | URL
생각만큼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더군요.

저, 스머페티도 알아요.
랄랄라 랄랄라
싱 어 해피 송...노래도 기억하구요~^^

반딧불이 2011-04-17 11:37   좋아요 0 | URL
어제 책을 받아놓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미리 보기를 마련해 주셨어요. 주로 번역위주로 보신듯한데 번역에 관한 내용만은 아니겠지요?

sslmo 2011-04-18 23:43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
한권의 잡학사전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비로그인 2011-04-17 18:06   좋아요 0 | URL
마침 오늘 제 옆에.. 읽고 투덜이스머프스러운 느낌인지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ㅎ

sslmo 2011-04-18 23:46   좋아요 0 | URL
어떤가요?
혹 투덜거림이 세레나데로 들리진 않던가요?
그렇담, 적어도 책이랑 사랑에 빠지신건데~
바람의 결을 얘기할 수 있는 님이시라면, 파파스머프를 얘기하실지도 모르겠다는~^^

비로그인 2011-04-17 19:23   좋아요 0 | URL
어려운 책이라고 들었는데 능수능란하게 요리를 하시는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과감히 한번 도전해보게 될 때 이 페이퍼를 다시 읽어야겠네요^^

sslmo 2011-04-18 23:47   좋아요 0 | URL
능수능란은 아닌 것 같고요~
제맘대로 였으니, 퓨전요리쯤으로 할까요?^^

마녀고양이 2011-04-17 21:14   좋아요 0 | URL
ㅠㅠ, 어려웠어요... ^^
즐거운 한주되세요. 내일은 비 온다니, 우산 챙기구염.

sslmo 2011-04-18 23:50   좋아요 0 | URL
님도 읽으셨어요?
그렇담 님 특유의 번호 붙여 요점 정리가 보고도 싶은데 말이죠.

혼자 술을 마시는데, 비처럼 좋은 핑계는 없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1-04-18 23:57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리뷰가 어려웠다구. 헤헤.

sslmo 2011-04-19 00:04   좋아요 0 | URL
엄머머, 반가워라~
아니, 이시간에 어인 일?^^

잘잘라 2011-04-18 01:09   좋아요 0 | URL
제목두 난해,
표지두 난해,
리뷰에서두 쫌 그런 낌새가.. 헤헷^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sslmo 2011-04-18 23:52   좋아요 0 | URL
제목두 난해한데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고,
표지도 난해한데 맘에 들어요~헤헷^^;;

더 어려운 책들도 두루 섭렵하시는 님이 엄살은요~^^

차좋아 2011-04-18 02:1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리뷰를 보면 책 하나를 읽은 기분이 들어요. 포만감이랄까^^ 저자가 이 리뷰를 꼭 봤으면 좋겠어요^^

sslmo 2011-04-18 23:54   좋아요 0 | URL
설마 리뷰를 뜯어 드시는건 아닐테고...쫌 길었나요?^^
제 맘이 지금 좀 가난해서 말이지요, 글 하나로 님에게 포만감을 드렸다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쉽싸리 2011-04-18 10:18   좋아요 0 | URL
서문을 읽고(서문만 읽는데 무쟈게 오래 걸리데요. 전체 500 페이지가 넘던데, 유난히 글씨가 자잘한 느낌입니다.)1악장을 삼분지 이 쯤 읽었어요.
서문은 참 재미있더라구요. 저자의 문체가 참 독특해요. 어줍잖게 얘기하면 박상륭 선생의 문체같아요.(전 이분의 <칠조어론>을 결국 못 읽고 있어요. 안읽은게 아니라. <죽음의 한 연구>는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사유의 악보는>칠조어론과 죽음의~의 중간쯤 이랄까요? 뭐 그런 느낌이.)

우중충한 월요일 시작입니다. 이곳 대전은 금방 비라도 뿌릴것 같네요.

sslmo 2011-04-18 23:57   좋아요 0 | URL
아직 1악장도 다 안 읽으셨는데 박상륭의 문체를 언급하시다니 어줍잖은 게 아니신걸요.
8악장엔가? 박상륭이 아주 자세히 파헤쳐지지요.
저도 칠조어론은 감히 범접 못하고 있다는...
박상륭을 얘기하시다니 쫌 반가운걸요~^^

감은빛 2011-04-18 12:56   좋아요 0 | URL
정말 어려운 책인가봐요.
양철님께서 어렵다하시니 말예요.
말씀하신 번역에 대한 부분은 저도 공감이 갑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사람 기분을 확 떨어뜨리네요.

sslmo 2011-04-18 23:59   좋아요 0 | URL
어렵다기 보다는 난해하다고 해야할까요.
이리저리 펼쳐져 있어서 그러모으느라고 힘들었어요~ㅠ.ㅠ

날씨가 술 푸게 해요~

2011-04-18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9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1-04-18 19:00   좋아요 0 | URL
뭐...번역이나 이런건 잘은 모르겠고... 난 투덜이 스머프를 스머프 중 가장 사랑합니다..ㅎㅎ 나랑 닮았거덩요..^^

sslmo 2011-04-19 00:03   좋아요 0 | URL
와~머큐리 님이당~!!!
(제가 버선발로 마중 나온 거 아실려나~^^)
저도 투덜이 스머프를 가장 사랑합니다, 저랑도 닮았거든요~^^

첫눈 2011-04-20 13:15   좋아요 0 | URL
굉장히 난해한 책이라 저는 접근도 못했던 책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오우~~
저는..이렇게 어려운 책은 ...지인들의 서평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
잘 읽었습니다 ^^

sslmo 2011-04-21 01:23   좋아요 0 | URL
더 난해한 책들도 두루 섭렵하시는 걸 보면...지나친 겸손이시다 싶지만,
암튼, 세상은 넓고 책들은 무궁무진하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읽고 싶은 책만 읽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죠~^^

람혼 2011-04-26 12:42   좋아요 0 | URL
꼼꼼하고 섬세한, 결을 따라 읽는 서평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자로서는 이만한 호사가 없을 듯합니다. 너무 흥미롭게 잘 읽었답니다.
난해함에 대한 인상에서 머무는 독자 분들도 많은데,
양철댁님의 세심한 서평이 제게 정말 큰 힘을 줍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투덜이 스머프, 람혼 올림.

sslmo 2011-04-28 11:39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오히려 제가 감사드리는 걸요~^^
 
상상목공소 -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너무 똑똑한 책.
뭐라고 다른 수식어를 붙여줘야 할지 모르겠다. 

김진송님을 표현하라면, '게으름뱅이를 위한 테레비 시청용 두개골 받침대' 하나면 되지 않을까?

책 겉표지와 띠지에 수많은 말들이 나오는데, 그 말들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그 말들이 틀린 말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은 코끼리의 몸통을, 또 어떤 사람은 코끼리의 다리를, 또 어떤 사람은 코끼리의 꼬리를 가지고 달리 표현하듯...
커다란 코끼리의 일부분만을 표현하는 말이어서 추상성이 구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돌도 있고, 저렇게 생긴 돌도 있다지만...
그걸 그냥 나열하였을때는, 다시말해 장황하게 늘어놓았을때 우리는 그걸 자갈밭이라고 부른다.
돌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우리는 그걸 꽃밭이나 보석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런 나무 저런 나무가 있어도 밑둥이나 가지가 댕강 잘리워진 나무일때 우리는 그걸 폐목이나 장작이라고 부른다.
폐목이나 장작이 누군가의 상상력에 의해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는 걸 보는 일은 기쁘고 설레인다. 

이 책을 만나기 전 상상력이라고 하면 이른바 '환타지',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뛰는 걸 생각했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여,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지만...쓸모있거나 건설적인 생각이었던 적은 없다.
그냥 많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다듬이지 못했을때는 잡념에 불과하다.

이 책은 상상력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상상력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궁긍적인 목적은 소통이라는 것을 조곤조곤 예를 든다.

물질의 화학적인, 또는 물리적인 변화처럼...
상상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상호 유기적으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
백조가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몸통을 최대한 넓혀 부력을 이용하는것도 중요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필사의 발길질을 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흡사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돌아가는 이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보면 그런 톱니바퀴의 이치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이런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치가...변화이기도 하지만,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면 봄이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꽃이 져야하는...순리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벌레구멍(worm hole)이 사과의 반대편으로 가기 위한 최단거리인지는 모르지만,
그 최단거리를 위해서 벌레는 사과를 조금씩 갉아 구멍을 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상상과 현실은 구분되어 있거나 단절된, 서로 다른 공간이 아니라 뒤섞여 있는 동일한 공간이다.(124쪽)

를 이해하는데, 사차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그는 불안을 상상력의 원동력으로 보았던 것 같은데, 그걸 '벌레'라고도 칭한다.

개미들의 전쟁을 살펴보고 실감나게 기록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 흑산도의 물고기를 기록한 정약전, 앤토니오 수전 바이어트의 '천사와 벌레' 등을 언급하며...할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자연을 성찰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특유의 반어법을 구사한다.
종국에는 카프카의 변신도 등장한다.
 
사실, 이 책에는 글을 쓰고 목물을 만드는 그의 이중적인 특성 상 이미지와 텍스트 등 어려운 용어를 규정하고 들어간다.
'상상력은 창조성이다'라는 얘기를 하기 위하여 '인식된 모든 것은 상투적이다.'라는 대조를 이용한다. 

하지만, 그가 진짜 얘기하려는 것을 나는 이 책의 끝부분에 가서야 짐작할 수 있었는데,

   
  목리란 나무의 품성이다. 나무는 단단하고 무른 정도, 거칠고 부드러운 정도, 결의 방향과 치밀함의 정도 등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 나무의 목리를 파악하고 나면 비로소 구조와 형태가 결정된다. 물질의 기능 형태 색채 구조 등등은 심미적 기능에 우선한다. 작가의 기분 태도 감정 정서 등등은 창작활동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목수에게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개인적 성향이나 취향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심미적인 요소조차 목수에게는 기능과 구조의 문제로 귀결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바우하우스의 이념도 따지고 보면 목수가 추구하는 생각과 다를 바가 없다. 기능에 충실한 기하하적 구조는 인위적인 미학을 중시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오직 기능에 충실한 자연이 자연스럽듯이 기능에 충실한 물건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미학을 가져다 준다.(248쪽)   
   
   
 

목수일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가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착실하게 여러 목공학교를 돌며 목공수업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나의 조언을 구하려 했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였다."그냥 하세요." 더 이상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없었다. 도대체 나무를 깎는 데 무슨 절차가 필요한가? 나무를 구하고 연장을 사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깎기 시작하면 될 것 아닌가? 오히려 너무 많이 배워 알고 있는 것이 그에게 방해가 되는 듯 싶었다. 그는 어떤 나무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고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를 결정하고 여기에 맞는 가장 적절한 연장을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여...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기에게 부족한 내용을 늘어놓았다. 그가 말한 내용은 부족하거나 필요한 내용이 아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대 끌 한 자루와 망치와 톱 그리고 대패 하나만 있으면 충분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목수일이 그렇듯이 일일이 누구에게 배우는 것보다 혼자서 그냥 하는 게 백번 더 나은 일이 세상엔 많다. 나무가 쪼개지거나 구멍을 잘못 뚫으면 나무를 하나 버리고 다시 작업해야겠지만, 그로써 얻어지는 목리와 방법에 대한 지식은 갑자기 엄청나게 증폭한다.(279쪽) 

 
   

인간에게는 본능과 경험과 지식이 분리되어 나타나는 법이 없다. 

참 좋은 책이지만,
자아를 통해 타자를 인식한다는 말을,
인간만이 소통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너무 많이 에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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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1-04-14 11:44   좋아요 0 | URL
그냥 하는게 참, 어려운 부분이 있는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도, 막상 본격 시작 할려면 사람에 따라 또 다른거 같아요.
준비를 철저히 해서 덤비는 사람, 일단 저질러 보고 덤비는 사람, 그 중간인 사람, 다양한 거 같아요.
저 젊은 목수는 준비도 철저히 했고, 어찌보면 진작에 시작한 셈인데, 어떤 결정적인 또 다른 계기 같은게 필요해서 조언을 구하는것 같은데, 그냥 하라고 했으니 조금 맥이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저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sslmo 2011-04-17 01:52   좋아요 0 | URL
책엔 작가의 본심이 등장해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냥 하라'는 부분을 제 마음대로 해석하면 간 본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저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하는 것은...
그냥 보편적인 관계에서 얼마든지 가능한거잖아요~^^

하늘바람 2011-04-14 11:46   좋아요 0 | URL
목공소에 가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프단 생각 많이 했었어요
상상 목공소
나무는 사람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 것같습니다.

sslmo 2011-04-17 01:54   좋아요 0 | URL
님이라면 능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님의 서재 놀러가서 보면, 님의 솜씨도 장난이 아니던걸요~^^
나무는 꽃처럼 수선내지는 않지만 사람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1-04-14 13:39   좋아요 0 | URL
목리, 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예전엔 목공 관련 책을 읽고 나서 저도 종종 썼던 단어인데... 양철댁님의 글에서도 목리 같은 게 느껴지는군요^^

sslmo 2011-04-17 02:02   좋아요 0 | URL
목리라는 말 참 좋아요.
제 글에서 목리 같은 게 느껴질 까닭은 없겠지만, 닮고는 싶어요~^^

마녀고양이 2011-04-14 20:47   좋아요 0 | URL
코알라가 토론 시간에 할 말을 적느라 끙끙 거리는데,
할 말이 없다는거예요. 그런데 그 반대로 주장을 펴면 할 말이 많다는거야.
그래서 주장을 바꿔라 그랬지, 그게 바로 네가 하고픈 말이니까 라고.

상상력이란게, 내가 생각한거랑 다르네요. 이쯤되면, 교육이랑 사회랑 회사가 생각나는걸?
그런거 있잖아... 창의력 수학, 창의력 과학, 회사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자 머 이런거.
이 책, 그런 느낌 맞아요?

sslmo 2011-04-17 02:04   좋아요 0 | URL
코알라는 그림으로 상상하고 소통하고 하는 것 같던데...
마고님은 좋겠어요, 코알라가 펼쳐내는 상상의 날개를 맘껏 같이 하실 수 있잖아요~^^

차좋아 2011-04-15 09:15   좋아요 0 | URL
욕심이 날 때가 가끔 있어요. 더 키가 컸었으면 하고, 돈이 더 있었으면 하고 진정으로 소망하지도 않는 것을 바라며 상상를 하곤 해요. 제 상상은 그래요. 상상이라기 보다는 욕심이겠죠...

발전 시킬 수 있는 그런 상상를 많이 해야겠어요.^^

sslmo 2011-04-17 02:09   좋아요 0 | URL
전 키는 더 안 컸으면 좋겠어요, 지금 딱 남편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거든요.
키가 크면 남편을 바꿔야 하잖아요~^^

전 책을 빨리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책을 스르륵 넘기기만 하면 다 읽고 내용 파악하고 느끼고 감동 받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브레인스토밍이란 것, 꽤 흥미롭더라구요~

소나무집 2011-04-15 10:56   좋아요 0 | URL
그냥 하세요.
요게 가장 좋은 방법일 때도 많은 거 같아요.

sslmo 2011-04-17 02:10   좋아요 0 | URL
그냥 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을 때도 있잖아요~^^

세실 2011-04-17 16:27   좋아요 0 | URL
"목리란 나무의 품성이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게 해줍니다. 따뜻함이 느껴져요.
나무의 형태이다라고 했음 참 멋 없었겠죠. ㅎ

sslmo 2011-04-18 23:31   좋아요 0 | URL
김진송님 자체가 나무를 닮은 사람이더라구요~
참 이상하죠, 싱그러운 것이 따뜻함이랑 동의어가 될 수 있다니요~
님은 나무를 키우느라 바쁘신걸까요, 아님 소를 키우느라,ㅋ~.
잘 지내시죠?^^
 

*특별;보통과 구별되게 다름

*보통;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일반적으로 또는 흔히

 

얼마 전 화이트데이때의 일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특별한 날들은,'이름이 붙지 않은' 보통인 그런 날들 사이에 방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
음악으로 치면 스타카토 쯤 되는 것 같아, 삶을 경쾌하고 활기있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평상시 씩씩한 대장부처럼 행동하시던 이순의 어느 여사장님이,
"20대 총각에게 사탕을 받았다.내가 여자라는 걸 확인했다.'"
라고 했다는 일화를 빌리지 않더라도,
연인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특별한 날이라지만,
연인이 아니어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주머니 사정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사탕 선심은 애교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연인들끼리의 사탕선물은 뭔가 특별해야한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지만,
그게 다 비 연인들 사이에서 '보통'으로 건네지는 '보통'의 사탕 선심으로 인하여...
더 크고,더 비싸고,더 특별해진다는 걸 인식하지 못 했었다.

일년을 먹어도 다 못 먹을 양의 사탕바구니를 보면서도...
크기나 가격에 의해 '특별'함이 정해지는 건 중국집 자장면 정도인 줄 알았었다.

나는 그동안 '특별'함이란 '보통'인 것들에 '마음'이 더해지는 건 줄 알았었다.
비연인에게도 줄 수 있는 사탕선심에, 마음이 담긴 메세지 한줄 정도면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철딱서니없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세상이 그렇지 않은 줄 알게 된 지금,
약간은 당혹스럽고...
'먹이는 주되,사랑하지 않는다.'
는 어느 작업남의 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이럴바엔 차라리,
양이나 가격으로'특별'함을 결정하는 것이 인간적이라는 엉뚱한 발상의 전환으로까지 이어지고,
이렇게 되니 아이러니컬하게도...
엄청 큰 사탕바구니를 향하여, 상술이라고 툴툴거리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


 

 

 

 

 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수많은 특별과 수많은 보통에, 더듬이와 나침반을 잃은 기분이다.
나도 숨 쉴 곳이 필요하다, 숨 쉬러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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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4-12 08:29   좋아요 0 | URL
특별함의 의미가 낱말 그대로의 특별함이 아니라는 걸 세상이 알려주지요.
오~ 조지 오웰!
숨 쉬러 나가야겠다, 나도~~~~~~~~^^

sslmo 2011-04-14 10:44   좋아요 0 | URL
어떤 기준을 정하고 비교하고 견주고 하는 거 싫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떤 기준이나 경계가 있으면 슬금슬금 지우고 싶어져요~^^

차좋아 2011-04-12 09:18   좋아요 0 | URL
사탕의 양이 마음이에요. 그레서 마음 내키지 않아요.
저는 특집일에 무던해요. 살다보니 특집일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이러다가 보통일이 없어지겠지요? 가반히 조용한 날 말이에요.

조지 오웰이다^^

sslmo 2011-04-14 10:46   좋아요 0 | URL
저, 참 이중적인가 봐요.
특집일이 너무 많아서 싫은 것은 맞지만,
어느새 특집일이 다가오면 슬금슬금 챙기고 있는 절 발견하는걸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자장면 먹는 날이당~!!!

차좋아 2011-04-14 11:44   좋아요 0 | URL
특별과 보통. 자장면 생각을 왜 진작 못했을 까요? 자장면 특별(곱배기)와 보통 ㅋㅋㅋㅋ

sslmo 2011-04-17 01:3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보통'이 '알렝 드 보통'으로 읽히는 걸요~^^

pjy 2011-04-12 12:03   좋아요 0 | URL
보통은 따라가지 어려운 사회의 중산층이고, 특별은 주변에서 보이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테러본능을 일깨웁니다ㅋ
아, 특별도 어렵고 보통도 힘든 난 몰까요?

특수한거랍니다ㅋㅋㅋㅋㅋㅋ

sslmo 2011-04-14 10:52   좋아요 0 | URL
특수한거, 유니크한거요?^^
독보적이어서 비교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참 맘에 드는걸요~^^

잘잘라 2011-04-12 13:11   좋아요 0 | URL
오~ 조지 오웰! ^ ^
제 이름이 조00 이라, '조'로 시작하는 이름 보면 예사롭지 않아요. 조인성, 조니뎁, 조용필, 조승우, 조민수, 조로, 조르바, 조조,,, 심지어 옛날에 혜화동 살 때, 대학로에 '조아저씨 햄버거' 가게가 있었는데, 지나다닐때마다 그 집 간판이 어찌나 특별하게 느껴지던지..ㅋㅋ(진심입니다.)


감은빛 2011-04-12 13:23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댓글이 너무 재밌어요~! ^^

sslmo 2011-04-14 10: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조로, 조르바, 조조요?^^

학교 다닐때 교실에 붙어있던 '조용~!'은요?^^

꿈꾸는섬 2011-04-12 13:10   좋아요 0 | URL
사탕 하나로 특별과 보통을 생각하는 감수성 예민한 양철댁님^^ 특별한 오늘을 보내시길......

sslmo 2011-04-14 10:56   좋아요 0 | URL
오늘 블랙데이잖아요.
저 자장면 특으로 먹으려고요~^^

감은빛 2011-04-12 13:24   좋아요 0 | URL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 누군가에게 나는 특별한 사람일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sslmo 2011-04-14 10:57   좋아요 0 | URL
저에게 감은빛님은 때때로, 어느 면에서는, '특별한' 분이십니다~^^

울보 2011-04-13 11:52   좋아요 0 | URL
전 정말 보통도 힘듭니다,
보통이고 싶어서 악착같이 노력하는데 제가 지금 보통으로 살아가고 있는걸까라는 반문을 요즘 너무 자주하는데,,

sslmo 2011-04-14 11:01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는 보통이고 싶어 악착같이 노력했었는데 말이죠.
'악착같이'라는 수식어를 빼니까 삶이 좀 여유로워 지고,
그러고보니 길가 보통의 풀 한포기가 특별해 보일때도 있더라구요~^^

따라쟁이 2011-04-13 12:26   좋아요 0 | URL
그저 보통이면 딱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

sslmo 2011-04-14 11:02   좋아요 0 | URL
전, 누군가에게 좀 과한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군가에겐 좀 부족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루쉰P 2011-04-13 17:27   좋아요 0 | URL
조지 오웰의 새 책이 나왔네요. ^^ '숨 쉬러 올라오기'란 책 제목을 조지 오웰 책 중에서는 가장 좋아해요. '보통'에 마음에 더 해져 '특별'함이 된다는 것은 양철댁님의 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요즘은 '특별'함을 가장한 '보통'이 판을 치죠. 몇 년 전 어떤 여성분께 초콜렛을 받은 적이 있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먹지도 못하고 집에 잘 모셔 놨었죠. 근데 알고 보니 제 옆에 있던 동료를 주다가 제가 걸려서 '덤'으로 준 거였죠. 그 '덤'도 '특별'하다라고 생각하고 자체적으로 의미를 붙여 즐기던 중 직원들의 잡담 속에서 그 여성분은 마음이 착해 저만 안 주면 그래서 초콜렛을 주니 눈치도 없이 받아 챙기더라는 소리를 듣고 얼굴이 붉어지더군요. ^^ 기를 쓰고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고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주셔서 받은 거거든요. 졸지에 눈치 없는 인간이 돼서 그 날 하루는 아주 '특별'한 날이 돼 버렸죠. ㅋㅋㅋ

sslmo 2011-04-14 11:07   좋아요 0 | URL
전 '숨쉬러 올라오기' 원서로 가지고 있는데...뭐, 읽거나 한건 아니구요~

왜 그런 일 종종 있잖아요~
예전에 '사랑합니다, 고객님'도 그랬었고...
아줌마가 듣게 되는 여자의 호칭 '미스'도 그렇고...

오늘 블랙데이라는데, 자장면은 드시나요?^^

루쉰P 2011-04-15 13:59   좋아요 0 | URL
아뿔싸 자장면도 못 먹고 지나쳤네요. 전 대신 어제 뜬금없이 수제비를 먹었는데...뭐랄까 더 우울해지는데요.

sslmo 2011-04-17 01:37   좋아요 0 | URL
어제 수제비가 땡길 정도로 날씨가 운치있었잖아요~^^

cyrus 2011-04-15 00:39   좋아요 0 | URL
이번에 국내에 초역한 오웰의 작품 기대되요. 저는 이미 학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아마 시험 끝나고 읽을 수 있을거 같아요. ^^

sslmo 2011-04-17 01:39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feel받아서 장르소설 몇권 주루룩 읽어주려구요~
시험 끝나면 축제가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반딧불이 2011-04-15 10:07   좋아요 0 | URL
오웰의 이런책도 있었군요. 웬만큼 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sslmo 2011-04-17 01:4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이 책을 원서로 가지고 있어서 번역본도 이미 나왔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저도 어떤 책일지, 어떤 번역일지 기대되는걸요~^^
 
흐르는 강물처럼 - 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송기역 지음, 이상엽 사진 / 레디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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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최성각의 '추천의 글'을 인용하며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최성각은 내게 감성을 건드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인식되어 있었고, 이 책 '흐르는 강물처럼'은 '4대강 르포타주'라는 부제가 붙었을만큼 사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는데, 사실이야말로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코드이고, 감성이 자극을 받았다는 얘기는 다른말로 바꾸면 사실이라는 얘기이다.
사실은 아프지만 힘이 세다.

...시인은 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의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그 눈물방울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강믈'로 여기며 동변상련했다.(5쪽)

눈물방울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강물이라는 표현, 오래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최성각은 언어의 마술사답게,

'...파괴는 가치 없는 짓이며 그 과정이나 결과가 매우 흉악하지만, 파괴를 담은 기록은 이 책처럼 그것이 제대로 담긴 기록이었을 때 너무나 슬프고 아름답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아이러니이고, 서글픈 소득이 아닐 수 없다.(7쪽)'

는 문장으로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그동안 '4대강'이라고 얘기할 때 (우리나라의 지리를 속속들이 모르는 나는) 4대강이라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강 중에 그래도 큰 4개의 강만 개발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는데...
각 장의 시작마다 실린 지도를 모아놓고 보면 우리나라 전체인데,
책에 실리지 않은 마을과 사람들, 그들의 눈물이 만들어낸 작은 강까지 합하면...
전국 방방곡곡 파헤쳐지지 않은곳, 피눈물 흘리지 않는 곳이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넘어져 무릎이라도 깨지면 그 상처에 염증반응이 생기고 딱지가 앉기까지, 우리의 몸은 싸우느라 몸살을 앓는다.
4대강 공사를 상처라고 치면 우리의 산하 전체가 파헤쳐져 있다는 건데,
최소한의 적응 기간을 갖도록 순차적으로도 아닌, 전국 방방곡곡이 한꺼번에 파헤쳐져 있다는 건데,
우리의 산하 전체가 앓고 있을 몸살을 생각하면 내 몸이 같이 욱신거린다.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가 덮쳐버린 건 일본 땅의 한 부분인데, 우리나라의 파헤쳐진 곳이 전국방방곡곡인 것을 보면...
참담함의 정도로 보면 우리가 나을 것도 없지 싶다.  

저녁에 산책을 나갔다보니, 밤하늘에 조각달이 떴었는데...그들이 보낸 이포 바벨탑엔 보름달이 떴었나 보다.

"여강 이포에 달이 떴습니다. 당신과 내가 있는 곳은 다르지만 우린 함께 달을 봅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주저앉지 않고 깨어나 흐른다면, 우리의 강은 영원히 흐를 것입니다."(100쪽)


그들이 바벨탑에서 41일동안 읽었다는 책을 만나게 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법정 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신정섭의 한강 답사기 <한강을 가다>,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종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등 대략 10권 정도 된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지율스님을 좀 자세히 만나게 된 것인데,
지율스님이 왜 상주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부터 시작해, 4대강 사업을 얘기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어려운 용어들이 쉽게 설명되어 이해가 쉬웠다.


낙동강변을 걷는 지율 스님의 발. 스님은 모래사장을 걸을 때 늘 맨발이다. 마치 그 땅의 맨살을 느끼려는 듯 스스로도 맨발을 한다. 스님을 따르는 자들도 역시 맨발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은 강바닥을 지하 4미터를 파요. 물 높이는 평균 6미터 이상이 될 거예요. 물고기들은 그렇게 깊은 데 살 수 있는 애들이 많지 않아요. 우리 삶을 생각해보면 알 거예요. 우리가 갑자기 지하 6미터에 가서 사는 거하고 똑같은 거죠. 맑은 공기와 익숙했던 지상을 버리고 갑자기 6미터 지하에서만 사는 겁니다."(117쪽)

 

내가 숙연해지고 결의를 북돋우었던 대목도 있다. 

"앞서서 했던 사람들은 끝까지 해줘야 해요. 환경문제는 10년 이상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으로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선례가 안 생기잖아요. 새만금 하다 끝나면 뭐하고, 또 뭐하고, 이렇게 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이 결론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대해 조사하고 책임을 져야 해요."(132쪽)

 

책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중에서 이런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이해는 못했지만,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러나 난 아직도 그들과 교감하고 있다. 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블랙풋강의 소리, 낚싯대를 던지는 네 박자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든다. 그리고 강이 그것을 통해 흐른다.(238쪽)

나와 나의 아이는... 강을 잃게 되면 무엇을 통해서 그들과 교감을 하게 될까?
강은 아는지 모르는지 무던히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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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4-10 10:44   좋아요 0 | URL
긴 강물의 흐름으로 보면, 이 미친 짓을 하는 인간들도 하나의 작은 생채기에 불과한 걸요. 뭐.
눈물이 가장 작은 강의 하나라는 말이 가슴을 치고 가네요.

sslmo 2011-04-12 00:37   좋아요 0 | URL
강만 보지 말고, 강이 바다가 되는 것도, 그 바다가 비를 만드는 것도, 비가 다시 내를 만들고, 내가 강을 만드는 순환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순환이 순리가 되기도 하지만, 악습이 되기도 하는 걸 눈앞에 두고 보면서 말이지요~ㅠ.ㅠ

잘잘라 2011-04-10 13:33   좋아요 0 | URL
이렇게 책으로, 역사로 모조리 기록되는데, 두렵지 않은걸까요?
허긴 모든걸 뒤덮어버리는 거짓책, 거짓역사를 만드시느라 바빠서
진실을 두려워할 시간이 없겠지요. ㅠㅠ

sslmo 2011-04-12 00:41   좋아요 0 | URL
강이 자정작용을 하듯, 역사도 강처럼 자정작용을 하지 않을까요?
끝까지 하야 한다는 지율스님의 말씀을 되새길 밖에요~ㅠ.ㅠ

순오기 2011-04-11 11:13   좋아요 0 | URL
주말에 예당저수지를 보고 왔는데, 불부족 국가라서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저수지를 또 만들어야 한다는데...심란했어요. 4대강은 결국 전국을 모두 파헤치는 폭력이군요.ㅠ

sslmo 2011-04-12 00:45   좋아요 0 | URL
우리도 물부족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건가요?
예전엔 3면이 바다여서 물은 부족하지 않은걸로 배웠었는데 말이죠.

하긴 에너지 절약, 자원 절약 캠페인 나오면...예전 같지 않게 국가 전략 홍보인줄 알고 귀를 막아버려요~
아름다운 경치를 더 이상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현실이 슬퍼요~ㅠ.ㅠ

순오기 2011-04-12 08:30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건 아주 오래전이어요.
내가 기억하기론 90년대부터~~~~ 점점 현실로 실감하고요.

sslmo 2011-04-14 10:3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라디오 공익광고에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귀를 막고 살았나 봐요.
하긴 구제역 침출수도 그렇고, 일본 방사능 오염도 그렇고...천일염이 그렇게 인기라네요~

감은빛 2011-04-11 13:40   좋아요 0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곧 읽기 시작합니다.

요위에 메리포핀스님의 댓글이 무척 인상적이네요!

sslmo 2011-04-12 00:47   좋아요 0 | URL
네, 읽었어요.
쉬이 읽혔지만 아프게도 읽혔어요~ㅠ.ㅠ

메리포핀스님이야 통통~하시잖아요~^^

차좋아 2011-04-12 09:27   좋아요 0 | URL
무력해요...... 저는 옳은 소리에도 이제 아무런 감흥이 없어졌어요. 어떤 흉한 뉴스가 들리든 그냥 마음 한 번 찌잉 하고는 곰방 잊어요. 어쩌겠어요. 알면 아프고 모르면 좀 나은걸요.

어제는 노노데모라는 재밌는(?) 카페를 구경했는데 어떤 안타까운 뉴스보다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니가 거기는 나라를 좀 특별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인데 정말....... 네이버 카페인데 어쩌다 사람들이 그 지경이 됐는지 겁납니다.

sslmo 2011-04-14 10:38   좋아요 0 | URL
저도 님이랑 크게 다르지 않죠.
알면 아프고 모르면 좀 나으니까요~ㅠ.ㅠ
하지만, 이런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라도 한번씩 자극받게 돼요.

오늘 아침 어느 뉴스를 들으니 4대강 사업은 거의 파헤쳐져서 손 쓸 수 없는 상황인데,
이젠 지류 지천까지 정비한다고 난리도 아니라네요~ㅠ.ㅠ
 

어제 저녁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데, 내가 좋아하는 남경태가 나왔다. 
내가 남경태에게 처음 반하게 된 건 '개념어사전'이지만, '종횡무진 시리즈'를 읽으며 그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그는 '개념어사전' 책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한 개인이 '사전'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면 둘 중 하나다.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팔려 할 만큼 무모하거나,아니면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팔 수 있을 만큼 뻥이 세거나. 하지만 이 책의 제목 앞에 생략된 문구를 밝히면 면죄를 바들 수 있지 않을까? '내 멋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개념어사저.' 이것이 이 책의 원제목이다.

'개념어사전'에서 나름 기억해 두고 싶었던 구절을 하나만 옮겨보자면,'제로섬'이다.

우리 사회가 유신독재에 신음할 때 어느 시인은 반정부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너더러 정직하게 살라 하면/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이 땅의 논리가 무서워서/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 편히 살고자 하면 도둑놈, 정직하게 살고자 하면 가난뱅이. 편함과 정직함이 공존할 수 없는 사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잘 살 수 없는 사회, 당시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에서 제로섬  사회였다.(344쪽)

일요일 아침에<타박타박 세계사>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건 알았지만, 일주일에 하루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은 이 프로그램의 끝나는 시간을 훌쩍 넘긴다.
 
배철수와의 대화는 만담수준으로 아주 재밌고 유쾌했지만,
내겐 웃고 흘려버릴 내용이 아니라 한번쯤 집고 되새길 내용들이었다.  
   
두어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박사나 석사가 아닌 학사 출신이고 게다가 사회학과 출신이 번역을 하고 역사서를 집필하고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것에 관해서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실력과 노력을 갖춘 사람이니까 그런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었겠지만~) 
그는 바둑을 두는 것에 비유하는데, 바둑으로 치면 실력이 있는 기전용 기사가 있고,실력이 떨어지는 보급형 기사가 있는데... 
학자들이 생산해놓은 이론을 가지고 보급하는 보급형기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학자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正誤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기주장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관련해 주류에서 벗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It felt good to be out of the rain.
 
또 번역료 얘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왈칵 눈물이 나려하였다. 
- 번역료를 많이 받으시나요? 
많이 받기도 하고 많이 받는다고 얘기도 한다는데, 그가 얘기한 액수는 원고지 장당 6천원이었다. 
하루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10시간 정도 되는데, 그중 5시간 정도는 번역을 한단다. 
 
다시말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걸 견딜 수 있어야 번역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겠지. 
이 분도 번역가의 자질로 외국어 실력, 국어 실력, 번역하는 책에 관련된 지식...이렇게 셋을 꼽았다.  
그럼 우리말로 되어있는걸 외국말로 번역하는 건 어떻습니까?하고 묻자, 
"따로 공부를 하거나 공부를 해도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하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명함과 이력서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름 자유로운 영혼이라는데... 
만약 명함을 갖게 된다면 '기타마니아 남경태' 이렇게 박아넣고 싶단다. 
기타는 80년대 4만원을 주고 사서, 13년동안 연습하는 한곡이 있는데, 바흐의 샤콘느를 기타버젼으로 편곡한 곡이란다. 
들어보고 싶었는데, 왕 겸손하시더구만~ㅠ.ㅠ 
 
누가 개념어 사전을 일곱번 읽었다고 하자, 
배철수가 "일곱번 읽을 정도로 명저입니까?"하고 물었다. 
남경태 왈 "너무 야만적이시네요."하고 되받는다.  
 
어눌하고 겸손하지만, 그가 담담하게 들려주는 얘기는 이런 거였다.
가급적 재밌게 살아라. 
재미를 놓치면 삶 자체를 놓칠 수 있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공부를 하면 되고, 공부가 재미없으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동안 비를 맞지 않고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나는 태양도, 비도, 어느것도 즐기지 않고 살았나 보다. 

 
 
아참참~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흐르는 강물처럼'이 나왔다.
주말에 나는 이 책을 끼고 뒹굴러야 되겠다.








송기역 지음, 이상엽 사진 /
레디앙 / 2011년 3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멋있었던 건, 아메리카의 이 곡을 얘기하면서
한옥타브 안에서 미,솔,라,도 네가지 음을 가지고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찬사를 꿈꾸듯 읊조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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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모2
    from 제발 제발 2011-04-09 12:48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 『흐르는 강물처럼』 담아옵니다.
 
 
hnine 2011-04-09 08:44   좋아요 0 | URL
페이퍼 제목을 노래 가사 중에서 따오셨군요.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멋진데요!

sslmo 2011-04-10 03:18   좋아요 0 | URL
넵~!
영국 출신의 밴드로 알고 있는데 저 곡을 10대에 만들었다죠.
그리고 바로 저곡이 마이클잭슨의 유작과도 비슷해 표절논란에 휩싸였었다죠~^^

마노아 2011-04-09 09:36   좋아요 0 | URL
남경태 씨가 더 좋아지는 걸요. 노래도 흥겹게 들었어요. 아침이 좀 더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sslmo 2011-04-10 03:18   좋아요 0 | URL
노래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죠.
남경태님도 은근 그렇구요~^^

루쉰P 2011-04-09 15:51   좋아요 0 | URL
흠..상쾌한 아파트 근무를 하게 되는 음악이군요. 뭔가 따스함으로 가득찬 이 기분! 노래를 들으며 오늘은 누군가를 향해 웃어주리라 결심해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말이죠. ㅋ 전 항상 개념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개념어 사전'이라 꼭 필요한 사전인 듯 합니다. 푸훗. 리뷰의 제목은 지금 제가 토익 공부 중이니 곧 해석해 보겠습니다. 흐흐흐 아! 리뷰에 음악 올리니 이것도 배울 점!! '궁극의 리뷰'를 향해 오늘도 달립니다.

sslmo 2011-04-10 03:23   좋아요 0 | URL
개념도 중요하지만 흐름도 중요한 것 같아요.

해석하시는 김에 노래 가사도 한번 해석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 노래 가사도 참 좋던데요~

노이에자이트 2011-04-09 16:09   좋아요 0 | URL
타박타박 세계사를 지금도 하나요? 몇 년 전 재밌게 들었어요.

sslmo 2011-04-10 03:25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다네요.
제가 4시간 30분을 안 자고 기다렸다가 '타박타박 세계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애쉬 2011-04-09 21:45   좋아요 0 | URL
보급형 기사 라는 말이 참 와닿습니다. 남편이 보급형 기사를 꿈꾸며 1년 넘게 열심히 뛰고 있어요.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어야 겠네요.

sslmo 2011-04-10 03:28   좋아요 0 | URL
저도 응원한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저 말이 참 좋았어요.
"가급적 재밌게 살아라.
재미를 놓치면 삶 자체를 놓칠 수 있다.
공부가 재미있으면 공부를 하면 되고, 공부가 재미없으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된다."

cyrus 2011-04-11 01:38   좋아요 0 | URL
평소에 남경태라는 분에 대해서 관심 있었는데 양철댁님 글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네요.
이 분도 은근히 다작에 속하는거 같아요 ^^

sslmo 2011-04-12 00:29   좋아요 0 | URL
그쵸, 그간의 번역본만도 100여권이 넘는대요.
저작도 만만치 않구요.

인생을 나름 재밌게 사시는 분 같았어요~^^
이분의 '타박타박 세계사'에선 인디밴드도 한번씩 소개한다는군요.

감은빛 2011-04-11 13:34   좋아요 0 | URL
제가 유일하게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인데, 왜 하필 그날은 방송은 못들었던걸까요?
양철님 라디오 많이 들으시나봐요!
남경태님도 멋지고, 이렇게 멋진 글을 쓴 양철님은 더욱 멋지네요!

기역 선배 책이 나왔더라구요.
금요일 시청앞에서 종교인들의 '4대강반대'집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실물을 봤습니다.

sslmo 2011-04-12 00:32   좋아요 0 | URL
저도 가끔 들어요.
집에 들어가 혼자 있으면 아무래도 라디오라도 켜놓게 돼요.
뭐랄까, 이순재가 네비게이션이랑 대화 나누는 심정이라고 해야할까?^^

느린산책 2011-04-12 20:48   좋아요 0 | URL
지난번 고미숙 강연 이 분이 진행하시는 obs프로에서 본 거예요.
아메리카 곡, 라이브 버전으로 들으니 더 좋네요^^

sslmo 2011-04-14 10:4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다시듣기로 열심히 들어볼려구요~^^

힘 빼고 부르는데, 여느 힘주는 외침보다 호소력 있게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