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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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ㅁ양이 '자긴 사랑을 해야 해..드라마도 보고..^^' 이런 문자를 보내왔을 때만 해도,
'ㅋ,ㅋ...점심시간에 잤어.  드라마 볼 시간 있음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할 시간 있음 잠을 자겠어. 상태가 메롱이야'
하는 답 문자를 보냈었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또 얼마전 '지인과 도인' 얘기를 들은 몸도, 마음도, 직업도 자유분망한 내 오랜 친구는, 
말 안해도 뭐든 다 안다는 듯,
나를 아프게 한 것도 사람이고, 그런 사람의 빈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사람 뿐이라며...
1,2,3...리스트를 뽑아 내 코 앞에 " 입맛 맞춰 골라봐~"하며 들이댔었다.

"또 다른 사람이라니, 친구야..."
말 안해도 다 알아주는, 한참을 어긋나 앞서 나가는 이 친구의 자유분망한 사고에 속으론 경악을 했었는데,
(당근, 이 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오늘은  이 친구에게도, 내게 땡큐한 문자를 보내준 ㅁ양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기실,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뛴다는 소리를 듣는 나는...개떡 같이 말해도 콩떡 같이 말해주는 사람에게 홀릭하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이 사람은 말을 안해도 알아듣는 묘한 재주를 지녔다.
이 사람이 건네는 시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뚫고 들어와 심장에 콕 하고 박혔고, 나를 어루만졌으며, 나를 울고 헤헤거리고 의기소침하고 지분거리게 만들었다. 
이 사람이 쓴 산문들은 다소 헐거워 내 손가락이나 마음 한자락을 집어 넣어 그를 만지고 쓰다듬고 침 발라 넘길 수도 있겠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작정한 것이,
"세상의 모든 정은씨,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십시오."(123쪽)
라는 구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 사람도 '내키는 대로 아무 네나 펼쳐 읽다가 '이것이 날개다'라는 제목의 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시를 읽는데, 기습처럼 눈물이 고여들어, 그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도사려야 했다.'고 하고 있으니, 나의 눈물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요즘 나는 제대로 '비틀리고  구겨지고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는 몸부림 따위는 헛되이 느껴지던 터였다.
'파시즘의 시대에 자연을 노래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를 내 삶에 대입시켜 보자면, '희망'이나 '행복'따위를 얘기하는 게 가혹한 형벌 같았으니 말이다.

   
 

뇌성마비 중증 지체 언어장애인 마흔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첫째 연이다.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을 제외한다면 (이 구절, 참 야속하고 절묘하다) 죄다 덤덤한 진술로만 돼 있다. 시인이 이런 식으로 시치미 떼면 읽는 쪽이 외려 조마조마해진다.(121쪽) 

      (...중략...)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 나왔다, 다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마지막 연이다. 이제야 시인이 끼어든다. 정식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겨우 말했다.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 몸부림쳤던 일생이었는가. 그리되어서 라정식 씨의 얼굴은 이제 이토록 고요한가......시인은 이렇게 이해해버렸고, 읽는 나도 수긍해버렸다. 그래야 망자의 영혼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니까.(122쪽) 

 
   

그리고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골랐다면 이런 류의  시는 안 읽었을 것이다.
읽다보면 눈물을 뚝뚝 떨구게 마련인데...
(나는) 너무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일상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를 부러 재현하고 동정의 눈물을 흘리듯 여겨져서이다.
나는 '부러' 재현하는 그것을 막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인은 "좋겠다. 죽어서......"라는 아픈 말을 모질게 옮겨놓는 것으로 진심을 얘기했고,
이 사람은 말을 안해도 알아듣는 묘한 재주를 발휘하여,
시인이 끝내 절제한 그 문장을 경박한 내가 대신 써야겠다. "세상의 모든 정은씨,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십시오."
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시 쓰는 마음이 나온다.
당연히 시를 읽는 마음도 나온다.
시를 쓰는 마음에 시를 읽는 마음이 널을 뛰듯 화답을 하고 있는데,
나는 시 대신 사람 또는 사랑을 대입시켜 보기도 했다. 

김경주의 몽상가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 '몽상가' 중에서 

그의 첫 시집에서 이보다 더 잘 만들어진 시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런 문장들 앞에서 유독 서성거리게 된다.
...우리를 사로잡아 사유를 강제하는 것은 절차탁마된 노회한 시들이 아니라 온몸이 악기인 자가 연주하는 이와 같은 혼신의 노래들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때로 난해하지만 그 난해함은 읽는 이를 소외시키지 않고 외려 빨아들이는 이상한 난해함이다. 이모든 것이 다 '사유하는 감각'의 권능일 것이다.(29쪽)

 
   

시 쓰는 마음 하나를 배웠다, 읽는 이를 소외시키지 않는 마음.  

문태준을 두곤 이렇게 얘기한다.

   
  부럽다. 자신의 마음을 '뒤란에서 수런거리는' 것들에게 몽땅 주는 방심(放心)이 먼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그런 것들의 존재를 혼신으로 호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어떤 것들이 단지 '있다'는 사실만을 지극하게 기록한다. 깨달음의 발설을 자제하고, 감탄문이나 느낌표를 아낀다. 혹은 그럴 때 아름다워진다.출석을 부르는 시간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평등해지듯, 그가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고 그 존재를 호명해줄 때 만물은 서정적 사해동포주의로 느릿느릿 물든다.(38쪽)  
   

시 쓰는 마음 또 하나, 그런 것들의 존재는 혼신으로 호명하되 깨달음의 발설을 자제한다.

이 사람의 문태준을 향한 마음을 옮겨보면 이렇다.

   
  몰인정의 시대에 그의 시는 갸륵하다. 그의 다정(多情) 때문이다. 이조년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라 했다. 병 맞다. 이를 다정증이라 부르려 한다. 문태준은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다정증 환자다. 이 환자가 우리 딱한 '정상인'들의 가슴을 찌른다. 저 환자의 눈에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휑하고 뻔한 인생일까 싶어진다. 그래서 돌연 아연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되는 것이다. 서정시란 그런 것이다. 언제 그 맥이 끊어질지 모를 이 소중한 환후(患候)를 우리는 아껴 기린다. 그는 낫지 마라. 그래야 우리가 산다.(39쪽)  
   

손택수를 향해선 이렇게 얘기한다.

   
  앞뒤 문을 다 열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마음을 놓아 버리고 드러누워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결심'이 아니라 '방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아야 그 틈으로 시도 찭아들어오곤 하는 거이다.
그 방심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속으로 타인들의 곡절이 흘러들어온다. 그의 시들은 사연을 품고 있을 때 특히 아름다워진다.(42쪽)
 
   

시를 쓰는 마음 또 하나, 마음을 편히 내려놓기. 

이 사람의 사랑법, 연애하는 방식은 덤으로 얻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받침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기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좀 들어야 한다. 네 말이 내 모서리를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너의 사연을 먼저 수락하지 않고서는 내가 네게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서정시가 세상과 연애하는 방식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내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너의 사연을 받아 안지 않으면 내 말이 둥글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손택수는 문태준과 더불어 1970년대산 서정시의 본령이다. 방심한 자가 뜨는 사랑의 눈 덕분에 얻은 성취라고 믿는다.(43쪽)  
   

내가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었던 구절이 있는데,
지금 내가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상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 충분히 지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47쪽)
나는 충분히 지극했고... 고로, 나는 지금 떠나야 한다. 

<읽어야 할 것 투성이>는 내 직업과 관련하여 몰입하여 읽었으며,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을 굳힌 건 <여인숙으로 오라>이다.
제대로 남자이다.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
옮기기에 길기도 하지만, 너무 좋아서 나눠 갖기 아깝다. 

시에 노이즈를 도입하는법(136쪽)도 나오고,
시인을 향하여 '낫지 마라'라고 모질게 말해 놓고, 시인의 직업은 문병(137쪽)이라고 얘기한다.
또 어디서는 시인의 직업은 발굴(154쪽)이라고 얘기한다.

존 버거를 인용하지 않아도 될 뻔했다.
시의 일은 부상당한 이를 돌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위에 시 쓰는마음, 시 읽는 마음을 살짝 바꾸기만 하면...시란 마음의 빨간 약임을 알겠다.

좋은 시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아름답게 말할 때, 그것은 지금 이 세계가 충분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계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뜻(196쪽) 이란다.

그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가 들려주는 사랑론을 귀담아 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 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12쪽)   
   

나는 내 자신에게 백전백패할 것이다.
no woman, no love 
제목을 신형철 식으로 옮겨보자면 이렇다. 

마오, 여인아, 사랑하지를 마오......땡! 
여자가 없으면 사랑도 없다......땡! 
여자가 없으니 사랑도 못하겠네......땡!

그대, 사랑할 일만 남았다......딩동댕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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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16 07:59   좋아요 0 | URL
양철님 흐리고 눅눅한 아침이에요.
아침부터 사랑스러운 페이퍼에 복작대는 마음 한켠 다듬어봅니다.
밑줄긋기한 문장 일부는 제가 안아서 가요~
어떤 것일까요? 너무 좋으네요.
황인숙 시인의 "사랑은 그 사람의 생을 한번더 사는 것이다"와 일맥상통하는...
지치지 마시고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하루 되길 바래요.^^

sslmo 2011-06-19 16:48   좋아요 0 | URL
서울은 흐리고 눅눅하지는 않은데,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요.

님이 사랑스럽다고 해주셔서 참 좋아요.
실은 페이퍼를 쓸때만 해도 복작대는 마음을 어떻게 눌러 감춰야 하나 했었거든요.
요즘은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하는 가시나무가 제 주제곡 같다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6-16 11:18   좋아요 0 | URL
이거야 원, 책을 통해서 저자와 사랑에 빠졌단 말이지....
음, 안 돼 안 돼, 그건 내 처방이 아니란 말이야. 아하하.

자신을 사랑해야쥐........ 난 그거였어! 본인을 혹사 좀 시키지말란 말이야!!!!!!!! (고래고래~ 악 쓰는 중. 흐흐)

그런데, 자기 넘 바빠서 여름 번개 못 하겠지?

sslmo 2011-06-19 16:54   좋아요 0 | URL
그거였군, 내 자신을 사랑해라~
난 다요트해서 바람 피우자...뭐, 그렇게 알아들었지=3=3=3

여름 번개라...이제 여름 시작이잖아.
여러 명이 만나는 번개는 시간 조율이 그래서 힘들것 같고,
어떻게 울 둘이라도 한번 보자, 여름 가기 전에~^^

루쉰P 2011-06-16 12:54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과 같은 사랑에 빠져야 진정한 독서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 전 나름 독서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깊이 있게 사랑을 하지 못하거든요. 무어랄까? 양철댁님은 진짜 책을 사랑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아요. 전 항상 겉으로 또 겉으로 도는 것은 아닌지하고 생각을 해요. 아주 극심하게 사랑에 빠질 정도의 책에 대한 몰입이 저에게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기분이 우울하고 무거울 때..그럴 때 특히나 필요한 듯 싶어요. 그래도 사랑할 것을 만나 그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강함을 보여주시는 면에서 대단하십니다!! 흠...전 항상 배웁니다.

sslmo 2011-06-19 17:07   좋아요 0 | URL
저, 교주님과 같은 AB형이예요.
변덕이 죽 끓듯 한걸 AB형의 전형으로들 생각하지만,
전 한번 제 안에 들여 놓으면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할 자신 있어요, 들이기 전에 한눈을 좀 팔아서 그렇지...ㅋ~.

사람이랑은 사랑하다가 어긋나고 헤어지기도 하고 그래 봤는데,
책이랑은 아직 없어요.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루쉰P 2011-06-22 20:48   좋아요 0 | URL
오우 역시 어쩐지 양철댁님과 뇌파가 맞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같은 혈액형이셨군요. ㅋ 양철댁님의 지적처럼 AB형의 특징 중에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미칠듯한 스토커성 기질도 있다고 보거든요. 풉!
저도 책은 영원히 사랑할거에요. 헤헤헤

글샘 2011-06-16 14:38   좋아요 0 | URL
신형철이 힘드신 양철댁님을 잘 잡아주고 있군요.
책 참 좋죠?
매력적인 글로 가득한 책, 만나기 힘든 세상인데 말입니다.
상태가 메롱일수록 마음을 기댈 데가 있어야 돼요.
이렇게 양철댁님이 알라딘에라도 기대고 계신 거 같아서 마음이 조금 놓이네요. ^^
힘내세요~~(비록 이런 말이 힘은 안 될지라도 말입니다. ^^)

sslmo 2011-06-19 17:11   좋아요 0 | URL
그냥 알라딘이 아니고 샘도 계신 알라딘이라고 해야 겠죠~^^
때론 알라딘 때문이기도 하고, 때론 알라딘 덕분이 될 때도 있어요.

샘도 제가 개떡같이 하는 말,콩떡이나 찰떡 같이 알아듣는 재주 있으시잖아요.
문제는 샘이 하시는 콩떡이나 찰떡 같은 말들을 제가 개떡 같이 못 알아 들어서 그렇지...
늘,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6-16 18: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어제 샀어요. 그런데 왜 이 사람이예요? 저도 있는데, 아하하하. 그냥 저를 사랑해요. 요즘 어때요, 좀 쉬고 계세요? 아, 이 책 실물로 만나고도 펼쳐보기 전에 양철댁님 리뷰 보게 되어서 좋아요~^^

sslmo 2011-06-19 17:13   좋아요 0 | URL
지금쯤 읽고 계실까?
좋죠, 좋죠?^^

님도 읽고 나시면 저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 사람과 연애하겠다고 하실걸요~^^
저, 님의 리뷰 기다리고 있어도 되는거죠?^^

2011-06-16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6-18 00:39   좋아요 0 | URL
"그대 사랑할 일만 남았다" 아 사랑스러워라~~~~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이란 표현은 남용해도 좋을꺼 같아요. 불륜만 아니라면요. ㅋㅋ


sslmo 2011-06-19 17:18   좋아요 0 | URL
'아 사랑스러워라~~~~'라고 표현하실 수 있는 님도 '쫌' 사랑스러우세요~^^

전 정신건강에 '사랑만큼'좋은게 없다고 생각해요.
간혹 그 사랑이 길을 잃기도 하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서 그렇지~

2011-06-18 22:19   좋아요 0 | URL
음. 'ㅁ'은 역시 마녀고냥님이신거죠~
전 진짜 좋아하게 될까봐 좋아한다고 못해요.ㅎㅎ 그나저나 글 참 맛있게 쓰시옵니다요.

sslmo 2011-06-19 17:21   좋아요 0 | URL
헤,헤...들켰네.

전 넷상에서랑 책이랑을 향해선 좀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맛있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섬님의 맛있고 멋있는 글들에 비하면 저야...쑥스~^^
 

어릴 시절 나는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병원을 드나들었다.
병원에서 받아먹는 시럽이 달콤하니 맛있어 어느 때는 일부러 였던 것도 같다.

지금은 좀처럼 아프지 않다.
감기에라도 걸렸으면 싶은데 그러지도 않는다. 

얼마전 이 동네의 누군가가,
"아픈데가 없는데 타이레놀을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괜찮아요?"
하고 묻는 데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아니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그 마음을 내가 아는데, 그 마음을 내가 알겠는데...다독여 주는 대신 엉뚱한 댓글을 달고 도망치듯 나왔었다. 

실은,
맥이 쑥 빠지고, 목이 아프고, 미열이 나고, 어딘가 허전한 것 같고,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을 때...
타이레놀ER 한두 알이면 몇시간은 거뜬하다는 걸 안다.
약 기운이 떨어지기 전 몇 알을 더 챙겨먹는 수고만 하면 된다.  

그런데, 어떤 시련이 오는 걸 감지하고 습관적으로 먹는 타이레놀ER 한두 알 때문에, 
나의 사랑은, 나의 상처는, 나의 고통은, 그리하여 나의 삶은...몇 시간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폐암 기왕력을 가지고 계신 어머니는 내가 며칠 뜸한 틈을 타 폐렴에 걸리셨고,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로 옮기셨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주책맞은 남편은 이상한 자료를 들고와서 봐달라고 하는데, 저자가 중국출신이어서 우리말이 서툴다.
자료를 뒤집어 다시 쓰는 꼴이다.

한 사흘 감기나 앓았으면 좋겠다.
이불 뒤집어 쓰고 아무 생각없이 끙끙 앓았으면 좋겠다.
앓고 난 후, 조금은 퀭한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 아픈데가 없냐고 당신이 물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타이레놀 ER 따위는 던져버리고, 내 이마를 짚어주는 그 손을 고마워 하며 끙끙거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아침 일찍 어머니께도 들러야 하고,
자료도 손봐야 하는데,
이 책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이리저리 야금야금 타이레롤 ER 대용으로 들추고 있다.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일단 쉬고 다시 잘 살아볼게요. 알았어요, 좀 쉬고 다시 잘 사랑해볼게요."
삶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다행이다. 조금씩, 병아리 눈물 만큼일지라도, 조금 조금씩,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거다. 산다는 게 영 녹록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갸륵한 수고, 아 좋은 날이다. (6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존재다. 어차피 존재의 고독은 혼자 감당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고독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고독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행복한 사람일수록 존재의 고독에 명민하게 깨어 있고 고독을 잘 보살피는 것이리라. 그러니 고독은 존재의 자기 증명 방식이기도 하다. 고독을 잃어버린 삶은 영혼의 어떤 부분이 마모되어버린 삶일 것이다(46쪽)

*그녀는 '가장 중요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로빌에 살면서 여러 일에 종사했는데, 최근에 하는 일이 바로 타운홀에서 마사지를 해주는 일이다. 오로빌리언 중에서 타운홀 근무자들은 외부인들을 상대해야 하고 비교적 많은 실무에 시달리는 편이라 내면을 돌볼 여유가 너무 없어 보였단다. 조는 화도 짜증도 자주 날 수밖에 없는 타운홀 근무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바로 그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91~93쪽)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금세 친해진다. '밥힘'이랄까. 커다란 식당의 내부와 외부의 식탁을 가득 메운 오로빌리언들은 음식을 통해서 이웃의 연대감을 확인한다. 함께 밥 먹는 이 솔라키친이 오로빌의 생활의 중심이기도 하다. 마트리만디르가 영적 생활의 중심이라면 솔라키친은 몸 생활의 중심. 둥근 두레밥상에 모여 앉듯이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을 나눈다.(151쪽)

*사랑에 빠진 이들은 예쁘다. 지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깊은 친밀감과 마법 같은 일체감. 사람이 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랑의 감정이 있기 때문일 터.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할 것이냐.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손해다. 설령 사랑 때문에 아프게 될지라도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남는 장사다.(166쪽)

*풀잎을 닦아주는 여자라니!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는 난도 아니고, 전체가 나무며 풀 천지인 숲에서 특별해 보일 것 없는 덩굴풀의 넓적한 잎사귀를 닦아주는 여자! 가까이 다가가는 내 기척을 느끼자 여자가 고개를 돌리고,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여자는 내 게 아주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내 풀잎 닦는 자세로 돌아간다. 매우 매우 평화롭고 맑은 에너지가 그녀 주변에 흐른다.(205쪽)


 

 

 

[수입] Bob Marley & The Wailers - Live Forever [2CD+3LP][Super Deluxe Edition]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 (Bob Marley & The Wailers) 노래 / Island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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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6-15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 선우라면 시를 쓰는 그 김 선우, 맞나요? 에세이도 시처럼 초감성으로 썼을까요? 타이레놀을 원하는 그분에게 인간 타이레놀을 찾아보라고 댓글 달았더랬는데, 여기 종이 타이레놀이 있었네요. ER 정도가 아니라 PR (permanently의 p ^^) 어디 없을까요?
호흡곤란이 와서 중환자실로 가신 시어머님도, 사흘만 앓아누웠으면 좋겠다는 양철댁님도, 잘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양철댁님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길들이 여기 많이 있지 않을까요?

sslmo 2011-06-16 06:08   좋아요 0 | URL
ㅎ,ㅎ...인간 타이레놀과 종이 타이레놀이요?
기발하세요.
하긴 extended release정도론 부족하죠.
제겐 김선우와 어제 읽은 신형철만으로도 어느 정도 쭈욱~ 지속될 듯 해요.
님도 감사하다고 인사드릴 많은 분들 중 한분이시지요~^^

루쉰P 2011-06-15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근하기 전에 양철댁님께 들려 잘 계시나 보고 갈려고 했더니 이건 왠걸...더 힘 빠져서 머리가 복잡한 양철댁님을 뵙네요. 중환자실에다가 자료라...날카로워진 신경을 잠재울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신 건 아닌지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그 복잡한 와중에 타이레놀 대신에 책을 읽으시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구요. ^^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마를 짚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어디 아프신지 물어도 보고 싶구요. 여러 가지로 지치게 만드는 모든 일 속에서 꼭 헤쳐나가시기를..

sslmo 2011-06-16 06:09   좋아요 0 | URL
교주님을 우울하게 만들어서 어쩐대요?
오늘은 좀 나아졌어요, 덕분이예요.^^

루쉰P 2011-06-16 11:47   좋아요 0 | URL
교주는 절대 감정에 치우치지 않습니다. 신자의 고통에 동화하는 것 뿐이지요. ㅋ
그래도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뭔가 하는 것은 없지만 말이죠. 고민을 그리고 떨어진 기분을 어떻해야 다시 정상 알파파로 만드는가 그게 요즘 제 고민이에요. ^^ 저도 좀 기분이 다운돼 있다고 느끼거든요. -.-

sslmo 2011-06-19 16:35   좋아요 0 | URL
기운이 좀 다운되셨었구나~
제가 기운 내시라고 그 동네를 향하여 염력을 마구 날렸으니,
지금쯤 바닥을 치고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계시겠죠?

날씨가 덥고 꾸물꾸물하지만,
나의 교주님이라면...쿨하고 멋진 하루 하루를 만드실 수 있을거예요.
기운 내세요~^^

루쉰P 2011-06-22 20:49   좋아요 0 | URL
넵! 충전!

2011-06-15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9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6-1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하벤 먹는데.... ㅠㅠ
먹으면서 먹을 때마다 반성하지.... ㅠㅠ

솔직하게 말하면, 우울증 약도 병원에서 받아놓은 상비약으로 20회치 정도 있음....
아마 머리 아프고 졸린 부작용 없었으면, 그것도 남발하고 살지 않았을까, 그러면 안 되는건데 하면서 말이지.

힘내. 글구 남편 일, 남편 얼굴에 딱 집어던지면 안 될까? 안 된다구? 그럼 내가 머리 마사지 해줄게,, 이리와.
어머님의 빠른 쾌차를 기원합니다.

sslmo 2011-06-16 06:18   좋아요 0 | URL
머리 마사지 보다 더 멋진 처방을 내 어제 들었지, ㅋ~.

남편 일은 아냐.
남편이 중간에 낀 내 일이야.
중국 전통 비방 같은 거...좀 야한데, 재밌었어.^^

마노아 2011-06-1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치료 전용 타이레놀이 필요해요.
어머님도 걱정이고 양철댁님은 더 걱정이에요.
그저 기운내시란 말만 더 보탭니다. 그 손 꼭 잡아주고 싶어요.

sslmo 2011-06-16 06:21   좋아요 0 | URL
우와~승환 오라버니 멋져요.
실루엣이 장난이 아녜요, 예술이예요. 아흑~.

저도 제 자신이 염려스럽지만,
너무 많은 분들을 걱정시켰네요.

잡아주시는 손, 꼭 붙들겠어요~^^

좋은날 2011-06-1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책 주문해서 꼭 읽어야겠어요.

sslmo 2011-06-16 06:22   좋아요 0 | URL
네, 좋았어요.
신형철과 같이 종이 타이레놀 permanently정도 될 것 같아요~^^

섬사이 2011-06-15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저는 김선우 시인의 시집보다 산문집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저 책에도 마구 끌리네요.
사흘만 앓아 누웠으면 좋겠다는 양철댁 님 말에 후유~하고 한숨이 따라나와요.
부디 저 책이 양철댁 님께 힘이 되어주기를..

sslmo 2011-06-16 06:26   좋아요 0 | URL
저는 김선우 님은 감성을 약간 불편하게 뒤흔들어 놓는 솔직함이 좋아요.
살잧에 소름을 돋게 하는 바람이 때론 위안이 되는 것처럼...

이런 위로가 있어서 자주 엄살 떨고 투정 부리게 되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잘잘라 2011-06-1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
주님은 아시네 당신의 아픔을
사랑으로 감싸주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어
마음이 무너질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못하는 노래지만, 마음을 담아 한 곡 부르고 갑니다.)

sslmo 2011-06-16 06:27   좋아요 0 | URL
ㅎ,ㅎ...이거 라이브로 듣고 싶어요.
라이브로 들음 살만해질 것 같아요~^^

穀雨(곡우) 2011-06-1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고 나면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지만 개운한 느낌이 있어요. 아픈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증강된 느낌..
하지만 진짜 이유는 외로움이더라는...어릴 적 아플때마다 온전히 엄마를 차지할 수 있는 특권...다시 하기엔
너무 먼 현실입니다.ㅎㅎ

sslmo 2011-06-16 06:30   좋아요 0 | URL
저는 앓고 나면 하나를 마무리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옛날에 이불 뒤집어 쓰고 땀 흘리고 나면...베게랑 이불이랑 꼬슬꼬슬한 새거로 갈아줏는 게 너무 좋았어요.

님도 아프지 않고도 면역력이 증강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는 처방은 종이 타이레놀인데...나름 괜찮았어요.

머큐리 2011-06-1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몸이 너무 쑤시고 아파서... 자다 깨어 타이레놀ER을 먹었더니...정신까지 말똥...오늘 오후 졸려서 헤롱거리다 이 페이퍼를 봅니다... 고통을 즐기는 건 아니지만...웬지 약은 안먹는게 좋을거 같아서 참고 있는데...치과가기전 타이레놀을 달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sslmo 2011-06-16 06:32   좋아요 0 | URL
타이레놀 드시지 마시고, 시간 내서 치과를 가시죠~^^
혹, 치과가 더 무서워 타이레놀을 드시는 건 아니시죠?^^

2011-06-15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6-1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금야금 읽고 계시다는 김선우의 에세이가 눈길을 사로잡네요. 김선우의 감성에 위로가 되었다면 좋겠어요.
양철댁님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아무리 그래도 아프지 않은게 제일이에요. 너무 안타까워요. 가까이 살면 소주라도 한잔 하자고 할텐데 말이죠.

sslmo 2011-06-16 06:3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부디, 제발, 플리즈, 포 더 피스 오브 올 맨카인드...아팠으면 좋겠다니까요.

저도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소박하니, 둘이 소주 한병이면 충분할텐데 말예요.^^

아이리시스 2011-06-16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너무 많이 먹어 소화가 더뎌서 늘 머리가 어지러워요. 타이레놀도 몇 번 먹었는데 사실은 컨디션이 안좋은 날이 더 많아서, 체력이 안좋은 날이 더 많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요. 어쩜 병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간혹 들 때도 있는데 뭐 설마요.^^ 아프지 마세요.

sslmo 2011-06-19 16:43   좋아요 0 | URL
병을 키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어도, 적어도 몸무게는 키우고 계시군요,ㅋ~.

님도 공부하느라 쉬이 지치실텐데...
이럴때일수록 맛난 음식 챙겨 드시고 아프심 안 되는 거 알고 계시죠?^^
 


         

 
                   나 무 에 게
                                      이시영



 


어느 날 내게 바람 불어와
잎새들이 끄떡끄떡 하는구나
내가 네 발 밑에 오줌을 누고 돌아설 때
수많은 정다운 얼굴로 알은체를 하는구나
그러나 오늘은 돌아서자
수많은 오늘 같은 내일의 날이 지난 뒤
내가 불현듯 참다운 네가 되어 돌아오마


                                <무늬, 문학과지성사, 1994>
 





일부분을 전체인양 보고 헤프게 맘 주는 게 내 일상이다.
물론 책 속이나 넷 상에서의 일이다.
일상에서는 비겁할 정도로 감정 표현에 서툴고 그래서 곁을 안준다는 소리를 듣는다.

헤프게 맘을 주는 만큼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럴때 책 속이나 넷 상이어서 좋은 점은 피드백이 없다는 거다.
감정적으로  뒤 끝이 없다.
  
 












이옥도 그런 이 중의 한명이다.
뭐, 그나 그의 글이 좋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그가 쓴 심생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의 글들을 부비고 만지고 침 발라 넘겨가며 더듬기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심생전을 읽으면서 진부하다 싶었고, 그도 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그랬다는 얘기다.
이런 얘길 절절히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를 읽기전에 김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리워하다 죽으리>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심생전의 내용이 그랬고, 김려가 유배지에서 연희라는 기생으로 하여금 수발을 들게 한 것도 '좀'그랬다. 

후세에 옛 사람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일은 조심스럽다.
현재 남아있는 일부분을 가지고 옛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상상력이 과하거나 덜하면 개연성에 실패한다.
섯부른 기대는 아쉬움이나 실망감을 낳기도 한다.
옛사람의 발자취는 그 자리에 그대로 말이 없다.
스토커처럼 집요하게 너무 많은 것을 캐내려한 내 스스로를 반성하는 수밖에 없다.

난 어릴 때부터 동성 친구가 별로 없었다.
어려선 할머니 손을 잡고 동네 마실을 다니며 하춘화의 강원도 아리랑 따위를 부르는 재롱을 부렸고,
할아버지 바지 가랭이를 잡고 다니며 장기판에서 훈수 두는 법을 배웠다.
친구가 없어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심심하면 공부만 했다.
 
지금도 동성의 친한 친구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물론 상대방이 생각하는 기준으론 가감이 있겠지만...)
그 친구들도 하나는 뉴질랜드에, 하나는 필리핀에, 하나는 결혼 15년 차 아이가 없어서, 또 다른 하나는 아이를 키우느라 자주 못 만난다.
다른 한 명은 이혼하고 아주 자유분망한 삶을 살고 계셔서 마음만 먹으면 애니타임, 애니웨이, 애니웨어 이건만...남편이 싫어한다. 

반면 남편은 친구라는 말 앞에 '친한'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이다.
손가락, 발가락 아니 내 손가락과 발가락을 합한 것보다 많다. 

남편이 첫사랑이었던 나는 그게 이상하고 신기했었다.
남들은 남녀 사이의 사랑을 가지고 고민하던 그 시절, 난 남자들끼리의 우정, 여자들 끼리의 우정이 두께가 다른 것을 갖고 고민했었다.
그때 레코드 판으로 김민우의 '친구에게', '타버린 나무' 이런 음악을 들었었다.

그런 남편은 푸릇푸릇 하던 때, 친한 친구 하나와 사업을 했었다.
그리고 친구의 배신, 부도 등의 뻔한 수순을 밟았다.
10년 전인가, 도망을 다니던 남편의 친구는 아들 초등학교 입학을 시켜야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었다.  
남편은 그 친구를 용서했고 그 아들은 어디선가 학교에 다니고 있을거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를 읽는 동안 잊혀졌던 그 일이 떠올랐고, 한참 전에 읽고도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책의 내용은 좋았지만, 이옥과 김려와 저자 설흔의 문체가 뒤섞여 어느 하나 두드러지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어느 글이 이옥의 것이고, 어느 부분이 아들 우태의 목소리인지, 어디부터가 김려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떼어놓고 보면 하나 같이 멋진데 말이다.

<그리워하다 죽으리>에서도 그랬었기 때문에 수사가 화려한 작가 설흔의 문체를 김려의 문체인 줄 잠깐 착각했었다.
 작가의 화려한 수사 때문에 잠깐 내가 방향을 잃었지만, 작가가 그려낸 김려는 제대로이다.

김려는 툭하면 입술을 감쳐무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 웃어야 그를 따라 함께 웃음을 터뜨리는 존재이다. 
웃다가 입을 틀어막기도 한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는 척 고개를 살짝 위로 젖힐 뿐이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오랜 세월 이옥을 마음 속에 담아 둘 수 있었던 것이고 그를 추억하고 아로새겨 문집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책이 청소년 용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들 우태가 등장하기 때문인듯 한데...
이팔 청춘을 갓 넘긴 나이로 묘사되는데...너무 조숙하다. 어투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거듭 말하지만 아버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외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방외인이라는 말입니다. 그 글이라는 게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건 현실에서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는, 관찰자의 시선에 다름 아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182쪽)

벗이라고 하지만, 김려가 이옥보다 여섯 살이나 어리다.
벗의 말이라 못을 박았지만 실은 이옥 자신의 마음이 담긴 말일터였다. 젊은 날의 이옥은 술을 즐기기는 하되,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모든 일에 한 발 물러나는 게 이옥이라는 사람의 특징이었다. 뛰어들기보다는 바라보는 것, 그게 바로 이옥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의 이옥은 술에 탐닉하는 자의 모습이었다. 가슴 아픈 건 술에 탐닉하는 이유였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술 없이는 근심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마시고 또 마시는 것이었다.(109쪽)
김려는 그런 이옥의 술에 대한 탐닉을 누구보다도 마음 아파한다.

하늘을 보았다. 나는 도대체 왜 태어난 것입니까? 내게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하늘은 대답 대신 거센 바람 한 줄기만을 보내 주었다.(128쪽)

이 책을 통틀어 이 부분이 가장 맘에 들었다고 하면, 이옥이나 김려에게 좀 미안한 일이 되려나?
때론 어떤 의미심장한 말이나 사건보다도 큰 울림을 주는 게 있게 마련이다.

무조건 글짓는 것은 경계해야 하네. 남들이 짓는 글이나 지어서는 안 되고 글 속의 사람이 되어야 하네.(191쪽)


이런 경계를 읽었지만, 나는 오늘도 무조건 글을 쓰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지만...누군가의 글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부분은 유사할 수도 있다.
글 속에 나를 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내 글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느낌을 붙들어 두기 위함이다.
나는 글 속의 사람 따위는 될 수도 없고 넘보지도 않지만, 읽기 쉽고 알아먹기 쉬운 따뜻한 글을 쓰고는 싶다.
내가 글을 문단 단위로 끊지 않고 내 호흡 대로 끊어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아껴 읽고 있는 <라인업>의 켄 브루언은 짱이다.
 

 

 

 

 

   

아침에도 멋지고 저녁에도 역시 멋지다. 날이 맑아도 멋지고 날이 흐려도 멋지다. 산도 멋지고 물도 멋지다.
...요컨대 그윽해서 멋진 것도 있고, 상쾌하여 멋진 것도 있고, 활달하여 멋진 것도 있고, 아슬아슬하여 멋진 것도 있고, 담박하여 멋진 것도 있고, 알록달록하여 멋진 것도 있다. 시끌시끌하여 멋진 것도 있고, 적막하여 멋진 것도 있다. 어디를 가든 멋지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멋진 것이 이렇게도 많아라!

추억을 끌어안고 되새김질 하며 사는 삶은 멋진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남편이나 아들에게 이옥이나 김려 같은 삶을 살라고는 못하겠다. 
나라면 추억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택하겠다.
 
사람 사이의 거리나 간격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요즘은 이 정의가 옳지만은 않다.
인터넷과 각종 통신의 발달도 한 몫 하겠지만,
거리나 간격의 가까움이나 좁음 따위는 친밀함의 척도가 아니라, 습관적인 만남의 덧씌워짐이 아닌가 싶다.

가까이 있어도 서로를 더 이상 가깝게 여기지 않는다면,
멀리 있어도 이미 멀어진 그 거리 이상 더 멀어지지도 않는다. 
거리나 간격은 소통할 수 있고 없음에 따라 가까워지기도 하고 한없이 멀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친구란, 또는 관계란 오래 입은 옷처럼 세월이 지나 몸에 익고 편안한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라,
해지고 낡으면 새로 장만해야 하는 그런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슬픈 이유는 헤프게 맘 주고픈 사람이나 대상이 점점 줄어든다는 거다.  

요즘 이 곡을 끼고 살았었다.
내게는 때때로 위안이 되던데...그댄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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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2 09:04   좋아요 0 | URL
흠...남편 분은 대인배가 확실하십니다. 친구의 배신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그래도 그것을 딛고 용서를 해 주시다니 아무나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 감탄스러워요.

추억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삶! 그것이 지금의 제 인생에 가장 필요한 명언인 것 같아요. 양철댁님의 글을 읽다 보면 흠칫 흠칫 놀랄 때가 많아요. 이것은 나에게 내려진 계시이지 않나란 생각에요. ㅋ

사람들과의 친구와의 관계에서 거리나 간격은 소통의 차이도 있고 덧붙이자면 마음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냥 같이 놀기만 하는 친구와 사람들, 그런 속에서 만나도 왠지 뒤돌아서면 허무하고 외롭고, 그런 것들이 소통이 음...그러니까 깊숙이 말 못하는 그런 점 때문에 왜냐면 만남이 그와 나의 다리라고 한다면 내안의 진실한 이야기 무게가 그 만남의 가벼움의 다리에 올라가기에는 너무 가벼워 그 다리가 무너질 것 같으면 목에 나온 말도 다시 삼켜 그냥 그 가벼운 다리를 지나갈 수 있는 말만 하거든요. ^^ 그러지 않은 진실한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저도 열 손가락보다 부족한 것 같아요. 근데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곳에서도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구요.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어찌보면 더 솔직하게 얘기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ㅋ 양철댁님도 그런 분 중 한 분이구요. 헤헤헤

sslmo 2011-06-13 10:19   좋아요 0 | URL
나의 교주님, 굿모닝이요~
오늘은 이 노래를, 아니 이 영화를 꼭 선물하고 싶네요~^^


루쉰P 2011-06-14 14:14   좋아요 0 | URL
으악!! 지금 컴퓨터에는 스피커가 없어서 음악을 못 들어요!! 으악!

이따가 저녁 때 들어야 겠어요. 그곳에는 스피커가 있거든요. ㅋㅋ 아 굿모닝 베트남이라 음악이 좋을 듯 해요. ^^

양철댁님도 즐거운 오후 보내시게 될거에요. 교주의 예언입니다. -.-

sslmo 2011-06-15 03:15   좋아요 0 | URL
들으셨을까요?
이 음악은 아침에 들어야 제대론데...^^


루쉰P 2011-06-16 11:45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의 조언대로 이 음악을 아침에 들으려고 아까 출근했는데 시간을 놓쳐 내일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이 노래를 들으려고 일부러 안 틀었습니다. ^^
조언해 주신대로 하는 것이 저의 습관인지라 헤헤 내일 아침에 듣고 댓글 올릴께요. 이거 왠지 기대되는데요. 헤헤

sslmo 2011-06-19 16:29   좋아요 0 | URL
혹, 만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시는 건지~

날씨가 후덥지근해요.
보양식이라도 드시고 기운내셔야 겠어요~^^

루쉰P 2011-06-22 20:49   좋아요 0 | URL
네 24시간 맞교대에요. ㅋㅋㅋ

2011-06-12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6-12 16:31   좋아요 0 | URL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는 일단 제목이 너무 혹해요. 그런데 읽고 싶게 생기진 않.. 그런 일이 있는데도 용서할 줄 안다는 것은 실제로 어떤 결단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대단해요. 드라마마다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거지만 실제로 용서가 얼마나 힘들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착한 사람 아닌 것 같아요. 관대한 사람도 아닌 것 같고..ㅠㅠ

sslmo 2011-06-13 10:28   좋아요 0 | URL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에 혹하는 사람들은 일단 이옥을 이미 아는 사람들이 많을텐데요.
이옥을 이미 아는 사람들이라면,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가 좀 맹숭맹숭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암튼, 남자들 끼리와 여자들 끼리의 우정의 두께가 다른 거...전 요즘도 가끔 고민하는 문제예요~ㅠ.ㅠ

세실 2011-06-12 18:33   좋아요 0 | URL
김려는 그 기생을 많이 의지하고 좋아했다니 덜 외로웠겠지요. 귀향온 사람 수발하는게 그 기생의 몫이라고 하니....
울 옆지기 처음 사무실 냈을때 화분이 백개는 들어왔다는....용달차에 화분 싣고온 가스 배달하는 분도 있더라구요.
제 옆지기와 님 옆지기가 닮은 점이 꽤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

sslmo 2011-06-13 10:33   좋아요 0 | URL
참 웃기죠, 귀양 온 사람에게 기생 수발이라니 말이죠.
참 멋지다고 생각했던 김려의 사유악부가 임금도 아니고 연희를 그리는 노래라니...좀 깨는 느낌이었어요,ㅋ~.

제 남편과 닮은 점이 있으시다니...심심한 위로를 보내요.
친구가 많을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열혈 효자거든요~^^

글샘 2011-06-13 00:24   좋아요 0 | URL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요. ㅎㅎ
그치만,
그 가지에 간혹, 꽃도, 별도, 노랑나비도 잠시 머무른다면,
바람부는 날이야...
거센 바람 한 줄기 보내주시는 하느님이라도,
주신 한 생이라면 살아내야 하지 싶어 삽니다. ^^

노래, 좋네요.
저도 저 해금의 청승맞은 소리 참 좋아합니다. ^^

sslmo 2011-06-13 10:42   좋아요 0 | URL
나무가 바람을 두려워 하는 것도 비겁한 일이지만,
바람을 온 몸으로 맞다보면 이리저리 휘둘리고 가지가 꺾이는 날도 있을 거예요.
다가오는 바람을 즐길 수 있을 때와 피해야 할 때를 알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니웨이,
이 바람 저 바람 큰 바람 작은 바람 많지만,
샘은 풍이라 불리우는 다른 바람을 조심하셔야 할 듯~!

눈에 핏줄 서지 않았나, 윗 눈꺼풀이 떨리지 않나...종종 거울이라도 들여다 보고 사시길~

글샘 2011-06-13 12:25   좋아요 0 | URL
집안 내력이 고혈압이에요. ^^
저도 몇 년 전부터 혈압약 꼬박꼬박 먹고 있지요.

고혈압은 스트레스가 적이니만큼, 일중독되는 게 젤 무서운데...
멍청한 인간은 늘 일을 떠안고 다닌다죠. ㅠㅜ

sslmo 2011-06-14 11:20   좋아요 0 | URL
체력은 나이 탓이고, 건강은 집안 내력이고...
계속 그러심 영원히 경로우대 해버리는 수가 있어요.
춘추가 어떻게 되시는데...몇 년전부터 혈압약 드신게 자랑은 아니시죠~

일 중독에서 빨리 빠져나와 운동 중독의 세계에 입문하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는 저요? 어머니 쾌차하시기만 하면...쿨럭--;)

섬사이 2011-06-13 10:10   좋아요 0 | URL
누군가 제게 그랬어요.
'도리를 지키되 마음은 주지 않는 사람'이라구요.
그런 얘기를 듣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마음 주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져요.
님의 글을 읽다가 우리가 소통하고 있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남들이 보면 별볼일 없는 글들을 끄적이고 있는 이유는
그저 저를 정리하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제가 죽는 날이 오면 제가 끄적여놓은 글들도 다 지워놓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sslmo 2011-06-13 10:49   좋아요 0 | URL
돌이켜 보면,
'도리를 지키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은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참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님과 저는 오늘 '외로움'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 되려나요?^^
아니다, 글을 통해 자신을 정리하고 반성한다는 점에서 소통하고 있네요.
외로우면 외로운 채로 그렇게 사는거죠, 뭐~.
또 알아요,지나던 바람이 외롭다고 말을 걸어올지?^^


하늘바람 2011-06-13 11:39   좋아요 0 | URL
그냥 읽다가 가슴아파집니다
저도 주역을 좀 배워볼까봐요

sslmo 2011-06-14 11:24   좋아요 0 | URL
주역을 어디서 배워야 할까요?
신문에 난 주역 강좌 같은 거 말고, 인문학 강좌 쪽에서 찾아보세요.
아님 혼자 책을 보시다가(이게 좀 위험하기는 해요~) 궁금한 거 저에게 물어보심 아는 한도 내에선 성실답변해 드릴게요.
근데, 저도 잘 몰라요~

글샘 2011-06-15 14:44   좋아요 0 | URL
아트 앤 스터디란 사이트에서 이기동 선생의 주역강의가 있습니다.
저는 포인트는 얻어놨는데, 시간이 없네요. ㅠㅜ

sslmo 2011-06-16 06:42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전 영어전치사 연구 쓴 이기동님도 좋던데요~

산사춘 2011-06-13 18:11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멋진 음악 선물 감사합니다. 아, 센치해지네...

sslmo 2011-06-14 11:27   좋아요 0 | URL
아, 센치해지네...를 몇번이고 따라 읽어봤어요.
흠...좋아요.

저는 바삭거리지는 않고 좀 푸석거리는 아침이예요~^^

비로그인 2011-06-14 00:48   좋아요 0 | URL
시어머니는 좀 어떠신가요?

저도 점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일을 피하게 되네요. 심지어는 온라인에서 조차도요. 늙는 걸까요, 아님 나름 철이 드는 걸까요, 아니면 슬픔일까요?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고정희, 사십대>)

sslmo 2011-06-14 11:35   좋아요 0 | URL
덕분에 차차 쾌차하실 거예요.^^

저도 누구에게 선물 받은 신데, 참 좋아요.
님께도 선물할게요~^^

허 허/ 김승동

그리운가
잊어버리게, 여름날
서쪽 하늘에 잠시 왔다가는 무지개인것을
그 고운 빛깔에 눈 멀어 상심한 이
지천인것을

미움 말인가
따뜻한 눈길로 안아주게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다 가져갈 사랑
좀 나눠주면 어떤가

그렇게 아쉬운가
놓아버리게
붙들고 있으면 하나일 뿐
놓고 나면 전부 그대 것이 아닌가


세상의 그립고 밉고 아쉬운 것들
그게 다 무엇인가
사랑채에 달빛드는날
묵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인것을




비로그인 2011-06-14 22:17   좋아요 0 | URL
시 선물이란 받으면 참 기분이 좋군요.

한달 반 동안 계속되던 일을 끝내서 기진맥진하고 이상한 고민에 빠져있던 오늘, 고민도 덜어주고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시였어요.

sslmo 2011-06-15 03:17   좋아요 0 | URL
수고하셨어요.
잠시 쉬시고...새로 시작하는거죠, 뭐~^^

꿈꾸는섬 2011-06-14 13:28   좋아요 0 | URL
저도 친한 친구가 손가락에 꼽히는데 남편은 친구가 너무 많아요.

<멋지기 때문에...> <그리워하다...> 둘 다 궁금해요.^^

2011-06-15 0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5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6 0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6-14 14:43   좋아요 0 | URL
저는 친한 친구가 둘 혹은 셋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건 제 기준이구요. 상대방 기준은 좀 다를 수도 있겠네요.)
저도 어려서부터 친구가 별로 없이 자랐어요. 심심하면 책을 읽었구요.
제 아내는 저와는 정 반대입니다. 친구가 무척 많습니다.
초등학교 친구, 동네 친구,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일터를 옮길 때마다 친구들이 줄줄이 있어요.
처음 연애할 때, 아내가 남성 친구와 무척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좀 적응이 안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친구 문제에 대해서는 아내와 나는 생각이 달라서 가끔 불편을 겪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문제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sslmo 2011-06-15 03:09   좋아요 0 | URL
저랑 참 비슷하시군요~!!!
그러고 보면 우정의 두께는 남녀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사람의 마음에 관한 문제인게 되는 건가요?^^

마녀고양이 2011-06-14 22:11   좋아요 0 | URL
나보다 낫네, 나는 동성 친구라고 하면 한명 있는뎅.
그리고 더 깊이 가면, 있나? 싶기도 하고... 그러고보면 내가 더 곁을 안 주는 사람인가봐. ^^

항상 마음 어디선가 여기까지 라고 들려와요. 원래 사람은 여기까지 라고.
그리고 난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이 들구, 그렇게 생각하니 사람을 곁에 두기 더 쉬워지는거 같아.
자기 글, 느낌 변했다... 좋은데. 진짜루.

sslmo 2011-06-15 03:11   좋아요 0 | URL
앗싸, 칭찬 받았다~!
실은 나는 잘 몰라, 그대가 변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할뿐이지.

곁을 안 주기는...얼마나 살가운데...
부비 부비, 쪼옥~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pjy 2011-06-17 17:59   좋아요 0 | URL
물론 대인배남푠님이시겠지만 그래도 전 모든일이 초초초절정! 대인배이신 양철댁님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sslmo 2011-06-19 16:26   좋아요 0 | URL
우리 남편이나 저를 대인배라고 한다면...대인배란 단어가 재정의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늘바람 2015-10-23 00:56   좋아요 0 | URL
다시 이 리뷰를 읽는데 또 슬퍼집니다

sslmo 2015-10-23 16:25   좋아요 1 | URL
울 하늘바람님, 센치해지셔서 가을타시나 보다~^^
가까이 계시면 제가 웃음 3종세트루다가 배달해 드릴텐데...ㅋ~.

하늘바람 2015-10-23 16:26   좋아요 0 | URL
리뷰로 위로받았어요
 

그러니까 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을 맡고 있던 김종배님이 하차한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집에 있을 때는 그의 목소리를 반찬 삼아 아침을 먹었었는데,
요즘 어머니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을 들락거리다보니, 그가 나오는 시간대를 놓쳤었다.

이제는 정말 뉴스 따위는 보도 듣도 않고, 눈 감고 귀 막고 살게 생겼다. 

 

* 손석희의 시선 집중 마지막 멘트; 

손석희 : 한 30, 40초 정도 남았는데요,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하실 말씀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종배 : 네, 저는 오늘부로 뉴스 브리핑을 중단을 하게 됐습니다. 1999년 10월에 시작을 했으니까 11년 하고도 이제 반년 넘게 해왔는데, 아이 분유값이라도 벌려고 했던 게 어느덧 11년 하고도 반년이 넘어가고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이 아이는 중학생이 됐습니다. 그리고 방송환경도 많이 바뀌었는데, 아무튼 뜻하지 않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작별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 그동안의 격려와 질책 모두 감사드리고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시선집중에 대한 애정도 변함없이 보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손석희 : 예, 10년 이상 저보다 더 오래 이 시간을 지켜오셨는데 아무튼 몸도 많이 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 추스리시고 훗날 다시 또 뵙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종배 : 네, 고맙습니다.

 

* 김종배 님의 블로그   

* 민중의 소리 인터뷰 기사

* 미디어 오늘 관련 기사 

 

머지않아 어디서건 또 뵐 수 있을테니,
모쪼록 건강 추스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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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6-11 23:27   좋아요 0 | URL
깜짝 놀랐잖아요. 어떻게 된 줄 알고... ^^
암튼 건강이 중요한 나입니다. 양철님도 건강 잘 챙기시며 간병하시길...

sslmo 2011-06-12 08:08   좋아요 0 | URL
놀라실 것 까지야...^^

김종배 님은, 건강 상의 이유가 아니라...강제 하차입니다.
외압에 의한 강제 하차...어떻게 된 거 맞습니다.

네, 님도 건강 챙기시고...기운 내시길~


2011-06-12 0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6-12 08:5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이 깔아주신 블로그와 기사를 보고 10여년간 몸을 담고 열심히 자신의 길을 달리는 사람이 외부적 압력에 의해 그만두어야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항상 조지오웰의 '빅 브라더'처럼 이유를 알지 못한채 '그만두라'는 한 마디로 사람을 엿 먹이는지 정말 권력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욕 뿐이 나오지를 않네요.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저도 집중해서 많이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들을려고 노력합니다. 양철댁님의 말씀처럼 그곳에서 차분하게 뉴스를 평가 해 주시던 분이 김종배님이었군요.
권력자들은 민중 따위가 그런 사실을 알아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얕보면서 그런 행태를 하는데 정말 역겨울 따름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소식을 듣고 비관하고 힘 빠져 있을 것이라 아니라 뭐라도 해서 저 권력자들 똥구멍에 똥집이라도 놔 줄 수 있는 길을 찾아 봐야죠. ^^

저보고 예언을 하시면 따른다고 하셨으니 음.. 어머님 병 간호를 양철댁님 건강 해치시지 않고 잘 하실 것이며, 둘째 서방님은 갑자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거액의 병원비를 낼 것이며, 양철댁님 자녀분들은 즐겁고 힘차게 생활을 할 것이며, 양철댁님 남편 분은 정렬적으로 양철댁님을 사랑해 줄 것입니다. 휴~ 너무 예언하는데 정신력을 쏟았네요. ㅋ

sslmo 2011-06-13 09:57   좋아요 0 | URL
오늘은 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반갑게도'!' 김진숙 님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져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새도 없이...
높은 곳에서 안되면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셔서...그 후로 내내 우울해요.

ㅎ,ㅎ,ㅎ...예언 완전 감사해요.^^

아이리시스 2011-06-13 17:20   좋아요 0 | URL
김진숙 님이 나왔어요? 라디오를 안들어서 모르는데 [시선집중] 언제하는 건데요?
그렇잖아도 어제부터 내내 우울해요. 몰랐던 것도 아닌데 이제야 불붙은 점화가 오래갈까 싶기도 하고.
가까운데 사는 나는 뭐하나 싶어서요.ㅠㅠ

sslmo 2011-06-14 11:14   좋아요 0 | URL
시선집중' 방송정보

본방정보MBC 표준FM (월~토) 오전 06:15~08:00
방송중주파수95.9MHz (서울/경기) 106.5(부산)

가깝고 뭘고가 문제가 아니죠.
바리케이트 치고 못 들어가게 하는데...가까이 산 들 어찌하겠어요.
마음으로 응원하는 수 밖에...--;

아이리시스 2011-06-14 15:03   좋아요 0 | URL
ㅎㅎ, 모르고 있던 이유가 있었네요. 저는 스무살때부터 저 시간에 깨어있던 때가 없는 듯. 푸하하. 아, 사무실 일하러 잠깐 다닐 때 빼놓고는요. 쪼매난 라디오 하나 사서 들어볼까 봐요.

sslmo 2011-06-15 03:32   좋아요 0 | URL
인터넷 다시듣기도 있어요.
근데 뭐, 이젠 그리 재미없어요~^^

다이조부 2011-06-14 13:18   좋아요 0 | URL


김종배 가 쓰는 칼럼을 종종 읽을때 마다 글이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죠~ 강제하차 라 에휴 ㅜㅜ

sslmo 2011-06-15 03:18   좋아요 0 | URL
저는 김종배는...글로 읽는 것보단 목소리로 들어야 좋던데 말이죠.
손석희랑 주거니 받거니 통통 튀었었는데...^^

감은빛 2011-06-14 14:47   좋아요 0 | URL
곧 하차하게 될 거라는 말들이 나돌때, 설마 했었어요.
이 놈의 나라는 대체 얼마나 더 미친 짓을 할지 알수가 없네요.

sslmo 2011-06-15 03:20   좋아요 0 | URL
하차설이 꾸준하게 있었다지요.
추스리고 일어나신 듯 해서...그나마 안심이 돼요.
 
주역, 인간의 법칙 - 64괘에서 배우는 인간과 자연의 지혜
이창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렸어야 하는데, 배를 떠매고 힘에 부쳐하고 있는 요즘이었다.
빈 배가 자주 와서 박는 정도가 아니라, 배의 무게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없었는데...
어느 누가 떠넘긴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짊어진 것이었다. 

이 책은 인간관계가 복잡할 때 상징으로 쓰기에 적합한 게 주역이라고 누가 귀뜸해 주어 다시 읽게 되었다.
주역은 여러 권 설렁거리며 읽었었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랐다.
실은 뭐, 느낌이랄 것도 없다.
어렵다, 난해하다로 끝나는 정도 였으니...요번처럼 따뜻하다 싶은 것도 대단한 발전이다.  

이 책은 그간의 다른 책들과 다르게 따뜻하게 쓰여졌다.
주역이 무엇이냐?로부터 시작하여,
역술과 역학과의 관계,
주역의 매력,
주역이 건네는 말을 알아듣는 법,
등을 따뜻한 시선과 어조로 조근조근하게 늘어놓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얼마나 멋지구리 하냐 하면,
달이 빛을 내기는 하지만, 어둠 속에서 해의 빛을 반사해서 나는 것처럼 달은 빛보다는 어둠이 제격이다. 또 달은 가끔씩 주기적으로 암흑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주역은 '음양의 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37쪽)
라고 시처럼 읊조리고 있다.  

이런 유연한 문장도 내가 한발 다가가는데 도움이 됐다.
이런 설을 통해서 음양이 만물의 생성원리를 상징한 것이라는 관념은 수용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뚜렷한 증거에 토대를 한 설은 아니라고 보여진다(42쪽) 

역학의 여러가정들을 분자생물학과 연결시키고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것도 내게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복잡한 생명의 정보를 발현시키는 걸, 사상 64괘와 연결, 상응한다고 얘기는 하지만 입증을 해 내지는 못한다.
단지 상응시킨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었다. 

   
  역은 끝까지 가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지속한다. 易,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계사'하 2장)  
   

이 부분은 주역에서만이 아니라...삶에, 또 인간 관계에 두루 통용될 수 있는 말이다.

63쪽의,
구는 양의 대표인데, 실제 홀수의 대표인 3을 세 번 곱한 수이다.
육 또한 음의 대표이며, 짝수의 대표인 2를 세 번 곱한 수이다. 이는 주역에서 본 9와 6의 의미이다. 홀수의 대표가 1이 아니라 3이 되는 것은 1은 수를 일으키는 수의 기체基體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는 역시 짝수의 대표이다. 세번 곱하는 의미는 삼변의 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삼변이란 '삼세판'이라는 우리의 일상적 속어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변화를 결정을 의미한다
.
같은 부분은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인데,
주역에 대한 해석이야 이러저러한 버젼이 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넘어간다지만,
3을 세번 곱한 수가 9가 되고,
2를 세번 곱한 수가 6이 된다는 저 문장은 틀린 문장이다. 

삼세판 하여 3에 의미를 두고 싶었으면 3+3+3=9, 2+2+2=6의 방법을 썼어야 하며,
일반적인 해석을 따르고 싶었다면 1+3+5=9, 2+4=6을 따랐어야 하지 않을까?

160쪽의,
이것을 주역의 역사에서는 '둘을 곱해가는 법(가일배법)으로 부르고 있으며,...'하는 부분도 껄끄럽다.
가일배법은 '1에서 시작하여 차차 배를 늘려가는 계산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머물러 다른 멋진 부분을 놓친다면 참 아깝다.

주역에서 진화와 진보를 끄집어낸 논리도 멋지다.

진화나 진보는 모두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후자는 이전 단계의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으며, 이전 단계를 넘어설 때에도 전 단계를 포함하고 소통하며, 그를 발판으로 삼아 위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래 사다리 칸이 없다면 그를 밟지 않고 위로 오를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다.(97쪽) 

99쪽의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유'를 언급하는 부분도 좋았다.
이런 연구와 접근들이 주역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경지에 올려놓는 것 같아서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과학혁명에 의해서 일소된 비과학적 기술들을 언급하고 지나간다.
껄끄럽다고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조곤조곤 논리정연하게 얘기한다. 

정이천의 주역을 읽는 네가지 방법의 언급도 좋았으며,
164,5쪽에 걸쳐 등장하는 김형효의 <사유하는 도덕경>의 언급도 좋았다.
이런 참고서적을 언급함으로 해서 저자의 생각이 차근차근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무리한 변주는 아니어서,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다.

(언젠가 갈무리 해놓았던 '사유하는 도덕경'의 일부,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됐다.)

선천역학과 다산역학의 차이도 흥미로웠다.
언제 다산역학도 한번 되짚어 보아야 겠다. 

내가 마음 속에 새긴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러므로 흉은 사람이 때를 잃은 것에서 생겨나며, 길은 사람이 때를 얻는 것에서 반드시 기인한다. 성인이 역을 지은 것과 군자가 점을 치는 까닭은 한번 음이 되고 양이 되는 그 이치를 인간의 삶과 일 속에서 극진하게 하고, 온전한 천지의 조화 작용에 참여하는 데 잘 활용하기 위함이지, 하늘에 정해진 길흉이 있어서 사람이 그것에 관여할 수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왕부지의 '주역내전'재인용)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길이나 흉의 기로에서 마음을 졸이고 살지만,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천지의 조화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데 주역은 이 천지의 조화가 길과 흉이 반복될지라도 길이 영원하지도 않고 흉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말해준단다.

거북점과 시초점을 얘기하며, 
급박한 사안이나 정책적 결정의 통일성에는 미칠 수 없지만, 사색의 여지가 존재한다.(237쪽)는 접근도 좋았으며, 
238쪽의 '것은 옛것을 '우려내어' 나온다.'하는 표현도 좋았다.
 
다산을 얘기하면서, "미치지 않으면 이를 수 없다."며,
'보고, 손으로 잡고, 읊조리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밥 먹고, 변소 가고, 손가락 놀리고, 배 문지르는 모든 것이 주역이 아닌 것이 없었다'(274쪽)를 재인용하는 부분 역시 좋았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정수는 이 부분인 것 같다.
따라서 점치는 자는 아무나 될 수 없으며, 특별한 수련이 필요하게 된다. 수련의 경지는 '무심無心'이다.
이 무심과 장자의 심재心齋, 불가의 명경지수 같은 것을 등가로 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책은 따스하다.
그 이유를 자연이나 신 따위를 뜬 구름 잡는 식으로가 아니라, 인간의 얘기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이나 상제 따위를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 안에서 숨쉬고 더불어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흉은 언젠가는 끝난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한장 첨부하여, 이 책의 끝부분을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불 위에 물을 두면 물은 끓어 증발한다.
하지만, 불 조절에 실패하면 물이 끓어 넘쳐 불을 끄기도 한다.
찬 물을 끼얹으면 삽시간에 불이 꺼져 버리기도 한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나라면 따뜻함이 돌게 하고 그리하여 살만한 세상이 되게 하는 그런 방법을 택하겠다.
그것이 어쩜 영원한 도돌이 일지라도...
 

63괘 수화기제와 64괘 화수미제가 교묘하게 바뀌었다.
퀴즈로 내볼까도 싶었지만...역시 짓궂은 퀴즈가 됐을 뻔 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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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6-08 15:50   좋아요 0 | URL
오호~~ 죽기전에 꼭 읽어봐야 할 책이지만...못읽어볼 것 같은 책이 바로 주역이지요...양철님 리뷰를 보니 다시 도전하고픈 의지가 불끈 솟지만...과연...ㅎㅎ

sslmo 2011-06-09 01:08   좋아요 0 | URL
트라이 투 해보세요.
근데...이 책은 오류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서 처음 읽는 분께 권하긴 좀~^^;

하늘바람 2011-06-08 16:15   좋아요 0 | URL
님 저도 따라 공부해 보고 싶네요
따라쟁이
님 그런데 글씨가 참 예쁘세요

sslmo 2011-06-09 01:14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하늘바람님 따라쟁이 해보고 싶은걸요.
예쁜 글을 써 책을 만드시는 감각은 부러울 뿐 엄두가 안 나는 일이고,
예쁜 바스켓 리폼도 그렇구요,
무엇보다 딸 하나 낳아서...머리 이쁘게 묶어 주기!!!


글샘 2011-06-08 16:48   좋아요 0 | URL
저는 주역과 과학의 도는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은 진도가 잘 안 나가더군요.
차라리 남회근의 '주역 계사 강의'의 상징 읽기가 더 재미있더라구요.
아직 주역을 제대로 읽을 수준이 안 되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다산의 주역 같은 것을 비교하는 글을 만나면 막막할 밖에요. ^^
불은 위에 물은 아래, 이렇게 안정되어있다면 애초에 주역이고 각 괘의 효사고 뭐고 없겠죠. 이데아일테니 말입니다.
인간은 돼먹지 않은 존재라서, 헝클어지고 그런 부분이 또 인간냄새가 나고 그런 거 아닐까요.
이 책을 반쯤 읽다가 덮어뒀는데, 여름방학쯤 다시 시작해보고 싶군요.
제 친구도 저렇게 글씨쓰는 아이가 있었는데... ^^ 성질머리가 못됐었어요. ㅎㅎㅎ

sslmo 2011-06-09 01:19   좋아요 0 | URL
ㅎ,ㅎ...눈치 채셨군요.

전에 인연설과 연기론 때도 그랬지만,
개떡 같이 말해도 콩떡이나 찰떡 같이 알아 들으시는 재주 있으세요~^^

마지막 사진,
제가 말도 안 되는 해석을 해버렸지만...오류는 오류죠.

샘 글씨체도 만만치 않으실 것 같거든요~~~~^^

sslmo 2011-06-12 08:14   좋아요 0 | URL
꼭 올려주세요.
저, 글씨 좋은 사람 쫌 좋아해요~^^


루쉰P 2011-06-08 18:35   좋아요 0 | URL
크하...왜이리 양철댁님의 리뷰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소고기란 표현처럼 그렇게 술술 넘어가서 읽히는지..감탄에 감탄을 합니다. 전 항상 양철댁님의 모든 책에 대한 그 리뷰가 너무나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이상하게 양철댁님이 읽으시면 너무나 책이 다 좋아보이죠. ㅋㅋ

근데 양철댁님 이 책 보셨으니 제 갈 길도 점 좀쳐수실 있나요. 왠지 양철댁님이 예언하시면 맞을 것 같다는 묘한 신뢰감...^^


정말 덥고 비호감인 여름이에요. 병간호 잘 하시면서 건강 무지하게 잘 챙기셔야 합니다!!

sslmo 2011-06-09 01:24   좋아요 0 | URL
크하하~~~
소고기 같은 리뷰라구요?
은유가 너무 맛깔스러워요~^^

그리고 나의 교주님!
예언은 교주님께서 하시는 겁니다, 전 믿고 따르겠습니다~^^

프레이야 2011-06-08 21:5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늘 적확하고 정밀한 리뷰 잘 읽어요.
근데 좀 다른 얘기지만 전 불이 많아요.
그런 경우에도 찬물을 확 끼얹으면 그놈의 불이 삽시간에 꺼져버리기도 할까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 오래 참지만 정말이지 확실한 찬물이 확 내 속을 덮으면 제 속의 그 많던 불이 언제 그랬냐는 듯
꺼져버리죠.
일교차 심해요. 건강 챙기며 병간하세요.

sslmo 2011-06-09 01:36   좋아요 0 | URL
음~~~
불이 좀 많으시군요.

그 불이 light일까요, fire일까요?
light인지 fire인지에 따라 끄는 법이 틀리지 않을까요?

그게 心火라면,
찬물을 확 끼얹는 방법은 잠시 사그러 들 수는 있지만, 불씨를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죠.
하나 하나 달래서 알콜램프 뚜껑 닫듯이 눌러 꺼주는 게 정석이겠죠.

전 근데 종종...꼬마 전구를 직렬로 둥글게 연결해 불을 밝히듯이,
불의 방향을 살짝 바꿔 둥글고 환하게 밝히는 걸 좋아해요.


프레이야 2011-06-09 08:41   좋아요 0 | URL
님,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않다고 생각하고싶은) 아침이에요.
잠재우긴 쉽지 않을 것 같으니
불의 방향을 살짝 바꿔 둥글고 환하게 밝히기, 그거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불을 빛으로로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힘 주세요^^
그리고 고마워요. 시적인 조언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

sslmo 2011-06-12 08:15   좋아요 0 | URL
일상에서고, 임상에서고...
적용해 볼 수 있는 일인데 응용을 안 한다 싶더라구요~^^

네, 당근 응원할 거예요.


아이리시스 2011-06-09 00:11   좋아요 0 | URL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잖아요!!!ㅠㅠ
글씨체도 예쁜데 특히 영어체가 예뻐요. 메모하면서 뭘 못읽겠는 저로선 본받을 부분이예요. 심지어 줄도 못긋고 뭘 끼워넣어놓기도 힘들어요, 저는. 그래서 항상 덮고나면 내용이 다 빠져나가요. 소설도 그러한데, 인문은 오죽할까요.

sslmo 2011-06-09 01:41   좋아요 0 | URL
저는 책에는 도그지어도 밑줄 긋기도 못해요.
포스트잇을 저렇게 잘라서 표시하고, 메모도 하고 그래요.

저렇게 깨알 같이 메모를 해놓고도...
저런 책들의 2/3는 내가 읽었었던가?@@하고 또 구입하려고 한답니다.

알라딘에 신통방통한 기능이 생겼던데요.
구입한 책을 또 구입하려고 하면, 안내 메시지가 뜨더라구요.

잘잘라 2011-06-09 09:44   좋아요 0 | URL
음... 주역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같아요. 주역에 대한 책도 그렇고(책은 만화주역만 한번 봤어요. 딱 한 번요^^) 님의 리뷰도 그렇고, 그리고 여기 있는 댓글도 그렇고... 어떤 괘든, 그걸 보는 사람의 마음이 비추는 것 같아요. 거울을 보고 매무새를 다듬듯, 그렇게 우리의 삶이나 인간관계를 다듬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구요. 일단은 공부를 해야지요! ^^;;

sslmo 2011-06-12 08:21   좋아요 0 | URL
또는 그릇 같기도 하고요~^^

깨끗이 닦아, 알맞게 채워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부도...그릇 때문에 하는 거잖아요~^^

알케 2011-06-09 09:52   좋아요 0 | URL
전 신영복선생이 주역을 강해하는 책을 언젠가는 하나 내주셨으면 하고 늘 기대합니다.



sslmo 2011-06-12 08:23   좋아요 1 | URL
네, 동양고전 강의 좋았어요.
그렇다면 더 없이 좋을텐데요~^^

꿈꾸는섬 2011-06-09 21:30   좋아요 1 | URL
와, 이리 어려운 책을 술술~~~ 존경스러워요.^^
이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단 생각은 드는데 도저히 읽어내지 못할 것 같아요.ㅎㅎ

sslmo 2011-06-12 08:24   좋아요 1 | URL
ㅎ,ㅎ...저도 쉽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이런 책을 읽으면 전공책을 읽는 듯 하여 잔뜩 긴장하고 읽는 경향이 있어요~^^

세실 2011-06-09 21:46   좋아요 1 | URL
오늘은 불쾌지수가 높아서 괜히 친구에게 짜증을 냈어요. 저도 배에 짓눌려 숨쉬기 어려웠다는...
내 스스로 짊어진 걸까요? 아 슬프다....
저희 미래를 알고 싶어용^*^ 대체 승진은 언제할까??? ㅋㅋ

sslmo 2011-06-12 08:32   좋아요 1 | URL
부러워요~
짜증을 내도 받아 줄 친구가 있다는 거잖아요.

지랄총량의 법칙처럼, 한 집안으로 들어오는 복은 정해져 있대요.
내가 지은 것 이상의 복을 받는다면...가족에게 가야할 복이 내게 온 것일수도 있대요.

승진이 하고 싶으시군요.
기도하다 생각나면 님의 승진도 꼭! 얘기할게요~^^

2011-06-10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1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6-14 14:50   좋아요 1 | URL
언젠가 동양철학을 오랫동안 공부하신 분이 권해주신 주역에 대한 입문서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이후 더 진도를 나가지 못했네요.
오늘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sslmo 2011-06-15 03:23   좋아요 1 | URL
재밌게 읽으셨다는 그 주역에 관한 입문서, 제목 좀 알려주세요.
전 대산 주역으로 공부를 해놔서,,,사람들이 묻는데 선뜻 권하질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