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텔레비젼을 잘 안보는지라, 텔레비젼을 보는 시간을 덤으로 얻는다 싶은 건 내 생각이고...
그리하여 주위보다 반박자쯤 늦는다고 하여 '형광등'소리를 듣고 산지는 좀 되었다.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들이 자길 보고 '리틀 옥동자'라고 한다고 하였다.
난 옥동자의 사전적인 의미만 생각하고, '역시 뽀얗고 눈부신 외모를 사람들이 알아보는군' 하고 좋아했었다.
주변의 누군가, 텔레비젼에 나오는 개그맨 옥동자 머리라고 하며 웃지만 않았다면...'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모드를 고수할 뻔 하였다.

주말에 아들과 같이 나갔다가 아들 친구를 만났다.
아들 친구가 어떤 호칭으로 부르자, 아들은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화를 냈다.
내가 없었다면 한대 칠 기세였다.
아들 친구가 부른 호칭은 '세종 주니어'란다.
세종이라 하면 조선의 왕들 중 성군이었고, 업적도 많고, 독서량도 방대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던지라...
'멋진걸~'하였더니, 아들은 더 뾰로통해졌다.
주변에 물었더니, 요즘 텔레비젼에서 방영되는 모 드라마에서 세종대왕이 고기를 왕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어 화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당사자는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솔직히 과한 비유는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난 아들에게,

   
  그 친구 어찌보면 고마운 거네. 니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취향까지 파악해 주고 말야.
니가 고기를 좋아하는 게 사실인데 어쩌겠어, 기분 나쁘더라도 삭히는 수밖에...
 
   

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아들 녀석, 이런 맹랑한 답문자를 보내왔다.

   
  내가 홍어삼합이에요? 삭히긴 뭘 삭혀요? 홧병들게...
내가 고기만 왕사랑하는게 아니잖아요, 이것 저것 골고루 다 잘먹지...
 
   

하긴 식성에 관해서라면...우리 아들은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다.
미식가에, 절대 미각의 소유자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개성 손맛을 자랑하시던 친할머니와,
맛깔스럽기와 양, 모두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시던 시어머니의 우성 인자만을 뽑아다 놓은 것 같다.
제일 근접한 사람이 내 남동생이다.
장래 희망도 남동생처럼 조리사이지만, 난 허락하기는 커녕 수긍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편은 내 자식을 왜 딴사람에게 떠넘기느냔다.
아들의 식성은 영낙없이 날 닮았으며,
내가 음식에 유난을 떨거나 까탈스럽게 굴지 않은 이유는...
내 입맛이 유난스럽거나 까탈스럽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그동안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공수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암튼, '세종 주니어'라고 불리우길 거부하는 우리 아들에게 이 책을 권해 보아야 겠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이 책은 저자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그 '조너선 사프란 포어'란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됐던 그 작품이다.<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그 감성에 흠뻑 매료되었던 나로선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좀 맥이 빠졌는데, 번역이 껄끄러워서 더 힘들었다.

암튼 읽고 나면 고기 먹기가 불편하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내가,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고기(우리가 먹는 동물의 99% 이상)는 공장식 축산에서 나온단다.
산란용 닭은 펼친 책보다 작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고,
닭고기의 80% 이상이 캄필로박터균이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채 판매된단다. 
해마다 인간에게 쓰이는 항생제는 1300t이지만, 가축에게 투여되는 항생제는 1만1000t에 달한단다.
농장 동물들은 초당 40톤의 배설물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도시 하수보다 160배나 더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단다.
자동차 등을 비롯한 운송 수단보다 약 40퍼센트나 더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한단다

저자는 물론 육식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합당한 복지가 제공됐다면 먹어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가 또는 우리가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고기의 99%가 이미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된 고기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미 채식주의자이다.

*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고통이란 크고 작은, 날것의 다면적인 모든 신음, 비명, 한숨의 근원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은 안다. 그것이 우리의 관심사다. 그 단어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보다는 우리의 응시를 정의 한다. (105쪽)

* 나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 결정은 한계가 있으며, 개인적인 것이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내 삶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서약이다. (253쪽) 
* 세계의 식탁에 가족과 앉아 있건, 내 양심과 함께 앉아 있건, 나에게 공장식 축산은 그저 불합리해 보이는 정도가 아니다. 공장식 축산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공장식 축산을 받아들인다면, 즉 내 가족에게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음식을 먹이고, 내 돈으로 공장식 축산을 지탱한다면, 나는 덜 자신다워지고, 덜 우리 할머니 손자다워지고, 덜 아버지다워질 것이다.
"중요한 게 아무것도 없다면, 지켜야 할 것도 없는 법이란다." 라는 할머니의 말씀도 바로 이런 의미이다.(338쪽)

이 책이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이유는, 문제만 제기하고 별다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서이다.
동물이 살아있는 동안 합당한 복지가 제공된 고기가 아니라면, 채식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의미를 더 확장시키면 식물이라고 하여 생명체가 아니란 말인가?
그런 의미로 본다면 동물에게 제공되는 복지는 식물에게도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그랬을때 식물의 입장에서 채식주의자는 마찬가지로 위협적이다.

차라
리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농산물을 골고루 적당히 먹는다.'가 내 취지엔 맞는다.
그런 책으로는  개신교 목사님이신 '임락경'님이 쓰신 것들이 있다.
쉽고 재밌게 되어 있어 읽고 이해하기 쉬우니, 자연 따라 하기도 쉬워 실생활에 적용이 용이하다.
단, 가끔 삼천포로 새신다.
가끔 틀리거나 잘못된 이론이나 건강 상식들이 있지만...애교로 봐 드릴 수 있겠다, ㅋ~. 

*요즘은 친구 만나면 보신탕집 가고, 사철탕집, 영양탕집 찾아간다. 게다가 집에서도 수시로 치킨 사다 먹는다. 그 많은 영양을 우리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
골수암 환자가 있었다. 무슨 음식을 평소에 많이 먹었냐고 물었더니 개고기를 끊이지 않고 먹어왔다고 한다.
...... 몸에 좋다고 한 가지 음식을 몇년 동안 계속해서 먹다 보면 병이 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44~45쪽)

*그래도 혈당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흥부전에서 치료법을 찾아보자. 놀부는 흰 쌀밥에 고기를 먹고 땀을 흘리지 않아서 당뇨병에 걸렸다. 성욕이 없으니 아들딸이 없었다. 반면 흥부는 잡곡과 채소를 먹고, 땀을 많이 흘려 일하니 아들 딸이 열여섯 명이다. 당뇨병환자들은 흥부가 먹던 음식을 먹으면 된다. 흐니 쌀밥은 놀부, 불고기는 놀부, 잡곡밥은 흥부, 시래깃국은 흥부.....(148쪽)

 



 



지금 아들이 맛을 향하여 반짝반짝 빛나는 감성을 지녔더라도, 아직은 더듬이를 그쪽으로 뻗어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감성은 바람에 가끔 나부끼는 깃발이나 맑은 날 가끔씩 내어 말리는 흰 빨래처럼 간직하고 있고, 그 감성에 걸맞게 이성과 지성을 끌어올려 갈고 닦아 주었으면 좋겠다.
맛에 대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감성'만'을 지녔을때 우린 다른 이름으로 '먹보'라고 부른다.
부디 맛을 향하여 감성과 이성과 지성의 조화를 이룰 정도로 연마한 후에, 더하여 감성을 옵션으로 지닌 보석쯤으로 반짝 반짝 계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내 염원에도 불구하고, 어제 아들은 내게 이런 음악을 대답으로 보내왔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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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1-10 10:45   좋아요 0 | URL
추천합니다. 비육식을 하는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이 '다른생명을 내가 먹는것'을 거부하는 그 이유라면 전 채식도 하지 말아야 하는게 아닌가 늘 갸웃했거든요. 조너선 사프런 포어는 사랑하지만, 저 책은 그다지 읽고 싶질 않네요.

2011-11-10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11-10 13:43   좋아요 0 | URL
잘 지내고 계시죠? ^^
제가 좋아하는 지킬 앤 하이드 노래라서 오랜만에 들린 서재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
저는 육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육식만 섭취하면 건강이 좋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서
초식 역시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어머니가 유독 건강에 관심이 많으시고 유독 식습관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철저히 관리하시는 편이라 어머니의 좋은 점 덕분에 나름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순오기 2011-11-10 14:15   좋아요 0 | URL
지금 이순간~~~~~은 누가 뭐래도 고기를 즐겨야 한다는 뜻일까요?^^
우리 아들녀석도 타고난 미식가 대열에 껴야 될겁니다.ㅋㅋ

2011-11-10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11-10 15:52   좋아요 0 | URL
저는 관심은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동물에 관한 책은 못 읽겠어요. 육식을 하는 게 건강에 안좋고 채식을 해서 건강해진다는 건 좀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그런 이론은 읽기도 싫어요. 누군가에게 뭘 강요한다는 게 더 나쁜 거고 자기가 그렇다고 남에게도 그래라 하는 건 오만이지요. 저는 얼마전에 한가인이 채식을 시댁가족들에게도 권한다고 연정훈이 말했을 때는 김효진이 채식을 해서 데이트할 때마다 힘들다고 유지태가 말했을 때보다는 좀 놀랐어요. 예쁜 애들은 다 채식을 하는 건가..(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저도 예쁜데 저는 가끔 고기를 먹거든요.-_-;;

건강은 좀 괜찮아지셨어요? 그런데 아들이 참 독립적으로 잘 자라고 있어요. 대화하면 재밌겠어요. 제가 예뻐하는 머리좋고(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걔는 영재학교 나왔어요) 예의바르고 하여튼 되게 귀엽고 매력적인 사촌동생이 있는데 그 삘이에요.ㅋㅋㅋ 저랑 아홉살 차인데 아들은 저랑 몇 살 차이인가요? 같은 세대를 못 살아가는 게 슬프다니까요. 친구로 만났다면 질투가 엄청 났을지언정 참 좋았을텐데.

알케 2011-11-11 08:51   좋아요 0 | URL
고기는 우리 아들놈이 한 고기하죠. 세끼를 먹여도 잘먹는데 문제는 그게 어디로 가는지
키만 멀대같이 자라고 살은 안찌니 지 어멈이 걱정 반 (!) 질투 반(!!)으로 매일 지청구합니다. ㅎㅎ

저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류의 책들을 읽을 때 마다 솔직히 짜증...
김어준의 말마따나 '죄책감 마케팅'같아서 말이죠.
도리어 축산의 개혁 같은 주제가 더 마음에 끌리죠.
밀식 사육이 아닌 자연 방목 사육...합리적 유통구조 개선같은 대안을 담은..
after all, respect but not agree

감은빛 2011-11-11 11:38   좋아요 0 | URL
채식을 하는 아내가 늘 저를 설득시키고 싶어했는데,
이번에 [고기 먹을수록 죽는다]는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라고 권하더라구요.
환경운동을 하던 시절에도 그랬고, 요즘 녹색당 창당준비 과정에서도 그렇고,
늘 주변에 채식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채식의 등급도 제각각이구요.

그들의 한결같은 권유에도 제가 굴하지 않는건,
그래도 먹고 싶은 것 좀 먹고 살고 싶은 이유입니다. ^^

이진 2011-11-11 22:44   좋아요 0 | URL
아들과 정말 재밌는 대화를 나누시는데요~ 뾰로통해지는 아들의 얼굴이 상상이 갑니다 ㅋㅋ

고기라... 저는 고기를 먹는 것보다는 돼지와 소같은 식육동물과 비식육동물이 나뉘는 것이 더 마음에 걸린답니다 ㅠㅠ 고기는 제가 너무 좋아해서 거부반응이 없어요 ㅎㅎ

파란놀 2011-11-16 08:36   좋아요 0 | URL
스스로 거두는 만큼 먹으면 가장 좋지만,
적어도 몇 가지는 스스로 심어서 거두어 먹으면,
밥뿐 아니라 삶도 참 크게 달라져요..
 

길이 끝난 그 자리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가다가 넘어진 그 자리에서 툭툭 먼지를 떨고 일어나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명한 진리이지만 일상에서 깨닫는 건 쉽지 않았다.

다친 건 그럭저럭이다.
머리의 스테이플러는 열흘에서 하루 빠지는 지난 수요일날 뺐고,
가슴이 결리고 발목이 아프지만, 지속되는게 아니라...한번씩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는 통증이라서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다만 매일 밤 꿈에서 자전거에서 떨어지던 그 장면을 재현하다가 깜짝깜짝 놀라서 깨곤 하는데,
성장기 청소년이라면 키 크는 꿈이라고 좋아하기라도 한다지만...
머리로는 잊어 버리자 하면서도 몸이 잊지 못하고 있다가 밤마다 악몽으로 재현해 내고 있으니, 큰 일은 큰 일이었다.

그제 느긋하게 아점을 먹고나자, 남편이 자전거를 갖고 산책을 나가자고 하였다. 
자전거를 다시 탄다는 건 꿈도 꾸지 못했었고,
차를 몰고 가다가 만나게 되는 자전거도 무서워서 운전대를 놓은지도 2주째였다.
(내가 출퇴근하는 길 양 옆엔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남편을 누구보다 믿기는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운전은 남편으로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는 소리를 주워 들었었고,
자전거도 그 연장선 상에서 생각했었다.

마지 못해 궁시렁대며,
집에서 입던 핫팬츠 대신 대충 무릎 나온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갔더니...
남편이 의외의 말을 건넨다.
"그래, 자전거 탈 때는 편한 복장이 최고야.
 복장이 편해져야 마음도 편안해 지는 거야.
 집 앞 수퍼 갈 때 정장에 뾰족 구두 신고 가지 않듯,
 아직 자전거 제대로 타지도 못하면서 전문가 복장, 그거 너무 오버하는 거야..."
그리고 집앞 평지에서는 잘 타고 '쓔욱~'가던 자전거를 내리막길 조금 전에 멈춰서 끌고 내려간다.
"세상 사는 것도 그렇지만, 자전거 타는 것도 마찬가지야.
 미리 내다보고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급경사가 나오면 폼잡지 말고 내려서 걸어가면 그만이야.
 이런 급경사는 아무리 자전거를 잘타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경사야.
 하지만 멋지게 복장 멋지게 갖춰입고 프로 입네 하면서, 내려서 자전거 모시고 가려면 좀 그렇지? 
 그러니까 무릎 나온 청바지를 입고 수십번, 수백번 왔다갔다한 다음...자신 있어지면 그때 복장 갖춰입고 타란 말야."

남편 말대로 가파른 경사라서 자전거를 모시고 내려가기도 버거웠다.
세번 경사길을 자전거를 모시고 오르내리는 생쇼를 한 끝에 내린 결론은,
나 혼자서는 자전거를 타고서든 모시고서든 그 경사길을 오르내리는 것은 버겁다 였다.

그런 결론에 도달하고 나니, 의외로 홀가분했다.
어제, 그제 밤엔 자전거 타는 장면을 재현하는 꿈도 꾸지 않고 달게 잤다.

지인의 원포인트 레슨을 통하여, 자전거가 무조건 간다는 걸 배웠다면,
남편을 통하여, 자전거를 타고 가기 힘든 길은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는 걸 배운 셈이다.

퍼질러 앉지 않는다면,
넘어진 자리에 잠시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쉬어가도 좋다는 것도,
그래야 먼지를 떨고 추스렀을때 방향이나 길을 잃지 않고 어떻게든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이영광'의 이 시 <고사목 지대>를 읽었다.
'이영광'은 문태준에 의하면 '죽음을 흠향하는 시인'이라 불리울 정도로 죽음을 품고 있는 시인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가 품고 있는 죽음의 성질이 이 시 <고사목지대>에서 좀 바뀐걸 엿볼 수 있다.
그가 품고 있는 죽음은 삶의 저변으로서의 죽음, 삶의 밑거름으로서의 죽음으로 어느새 바뀌어 있다.

          고사목지대
                       
- 이 영 광 -


죽은 나무들이 씽씽한 바람소릴 낸다
죽음이란 다시 죽지 않는 것,
서서 쓰러진 그 자리에서 새로이
수십년씩 살아가고 있었다

사라져가고
숨져가며
나아가고 있었다

유지를 받들듯,
산 나무들이 죽은 나무들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정상 부근에서는 생사의 양상이 바뀌어
고사목들의 희고 검은 자태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
슬하엔 키 작은 산 나무들 젖먹이처럼 맺혔으니,

죽은 나무들도 산 나무들을 깊이
인정해주고 있었다

나는 높고 외로운 곳이라면 경배해야 할 뜨거운 이유가 있지만
구름 낀 생사의 혼합림에는
지워 없앨 경계도 캄캄한 일도양단도 없다

판도는 변해도 생사는
상봉에서도 쉼없이 상봉중인 것
여기까지가 삶인 것

죽지 않는 몸을 다시 받아서도 더 오를 수 없는
이곳 너머의 곳, 저 영구 동천에 대하여
내가 더이상 네 숨결을 만져 너를 알 수 없는 곳에 대하여,
무슨 의혹 무슨 신앙이 있으랴

절벽에서 돌아보면
올라오던 추운 길 어느 결에 다 지운 눈보라,
굽이치는 능선 밑 숨죽인 세상보다 더 깊은 신비가 있으랴

강물에 목욕재계하면 모든 죄를 면할 수 있고, 죽은 뒤 그 강물에뼛가루를 흘려보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갠지스강이 떠오르는 시이기도 하다.

'이영광' 시인은 제11회 미당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고, 수상작은 '저녁은 모든 희망을'이라는 시란다.


    저녁은 모든 희망을
                 - 이 영 광 -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
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
그는 병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
가만히 멈춰 있기죠
그는 병들었다, 하지만
나는 왜 병이 좋은가
왜 나는 내 품 안에 안겨 있나
그는 버르적댄다
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
침이 흐른다
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 평에
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
어떤 기적이 필요하다
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벌 받고 있지 않은가, 그는
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변혁에 대한 갈망으로 불탄다
새날이 와야 한다
나는 모든 자폭을 옹호한다
나는 재앙이 필요하다
나는 천재지변을 기다린다
나는 내가 필요하다
짧은 아침이 지나가고,
긴 오후가 기울고
죽일 듯이 저녁이 온다
빛을 다 썼는데도 빛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안 된다
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
그는 힘없이 낫는다
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
대홍수가 나지 않아도
메뚜기 떼가 새까맣게 하늘을
덮지 않아도 좋다
나는 안락하게 죽었다
나는 내가 좋다
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
소주와, 꿈 없는 잠
소주와 꿈 없는 잠

'저녁은 모든 희망을', 이 시가 좋은 것은...저녁은, 또는 중년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 준다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과 소멸, 그 사이 거쳐 지나가는 경험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한다고 얘기함으로써, 통과 의례처럼 얘기하고 있다.
무난하게,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던 나는...
다쳐보기 전엔 다치면 아프다는 걸 미루어 짐작했을 뿐이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공감하거나 통감하지 못했었다.
내가 다쳐 아파본 후에야 통증이 실제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아파봐야 건강함의 소중함을 알 수 있고,
어둠이 있어야 상대적으로 빛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빛을 다 썼는데도 빛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마 햇빛을 다 썼는데도 달빛이 나타나기 전인 저녁 어스름 무렵인가 보다.
죄를 지어 받는 벌마저도 비교 대상이 없이 혼자일때는 형벌인줄 모르듯이 말이다.
인생을 엘리베이터 타지않고, 또박또박 한걸음씩 내딛은 자가 맞이하는 저녁은 아마도 희망일거다. 

               현 기 증
                          - 이 영 광 -

마흔, 어디선가 누가 지금 나를 완전히
포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고뇌에 찬 결단이기를 빈다
밥 먹다 말고 화장실 갔다 와서
다시 숟가락 집어드는 사람은 지금 제 인생이
너덜너덜해졌다고 깊이 느꼈다, 느꼈을까
내면이란 게 상(傷)하게 되어 있는 거지만 그곳으로
먹는다는 건 안으로 토한다는 것, 근데 왜 멎질 않지
흉터를 몸에 남기고 간 것들조차 믿을 수 없고
머리가 빠진다, 사람 같지 않던 그 독재자처럼
아니 그자와는 아무 관계없이 온 미래일 뿐이다
미래란 늘 난장판이었지만
미래라고 하면 두근거리며 현관에 다가선 발소리가 떠오르지만,
내가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걸 보면
나에게도 분명 노후가 있을 것이다
죽음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중얼거렸던 자는
무시무시한 방랑과 영웅적인 은둔에 대해
약간 병적인 선호를 가진 자,
누가 광인보다 더 진실되겠는가
누가 소외되지 않기 위해 칩거한 자의 말을 듣겠는가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것들은 반드시 우릴 후회하게 하고
후회하고 있다는 건 이미 실패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세상에 적개심을 가져선 안 돼
누구의 세상도 아니니까
나는 어떻게든 무사히 여길 빠져 나가고 싶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모두가 떠난 듯한 곳에서
114 안내원은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고 별안간 고백했다
사랑은 도처에서 좀비처럼 나타난다
그건 언제나 정신이 좀 없지
하지만 사랑을 사랑해
시는 시인을 죽인다는 말 가지고는 이제 행복해지지 않아
날 갖고 더는 실험하지 않을 거야
나가려면 인정해야 한다. "나는 당신이랑 같아."
자백에는 자백 몰래 끼워 넣은 유언(遺言) 냄새가 나지
저 티브이가 내게 뭔가를 끊임없이 개인 교습하듯
테이크 다운 이후의 그라운드 공방에서 포옹한 두 격투가는
연애하는 자세로 죽어라 치고받고
제 신(神)에게 제 나라를 부동산으로 바치려는 자가 파안대소하고 있고
터미네이터는 소방차 앞에서 재난 선포나 하고
그리고, 느닷없이 옷을 바꿔 입고 나타난 하프타임의 치어걸들을
나는 멍한 눈으로 본다
그래도 사는 것에는 사는 것 이상(以上)의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니
구름모자 쓴 15층 옥상 위로 섬광처럼 새들이 날아갔다
수치심으로 빨갛게 몸을 데우는 저녁나무 밑에는
너무 가까워 폴짝, 뛰어내리고 싶은 지상(地上)이 있다
비닐 같은 비늘을 벗어 놓고 어마어마한 짐승이 지나갔을 것이야
그러한 뿌연 공기 사이로,
또 그러한 현기증 사이로
개를 안고 비비고 핥으면서 식후의 여자들이 지나간다
제 몸으로 그것을 낳기라도 했다는 듯
그러나 이것은 다만 휴일의 흐릿한 풍경 풍경
커튼을 내리면 사라져 버릴 것들,
애들은 절대로 미치지 않아요
출혈하고 돌아온 몸이 뭔가를 토하려고 다시
털썩, 식탁에 주저앉았을 때부터
너무 멀고 어지러운 바깥을 향해 나에게는
약간의 연기(演技)가, 이를테면 고요한 몸부림이 필요했다
아무리 더러운 것도 만지고 빨고 껴안고 싶은 순간이 온다
술잔에 물든 사양(斜陽) 흔들리다 꺼지면
창밖의 어둠, 천천히 걸어 안으로 들어온다 

'현기증'을 읽으면서 알 수 없는 현기증으로 몸을 비틀거려야 했다.
시를 읽은 후 바라보는 세상은 예전 그대로인데 많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제 스스로를 포기하게도 되는 나이인가?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여,
'먹는다는 건 안으로 토한다는 것'이란 구절에선 숨이 멎을 듯하다가,
사랑을 갈구하지만 되돌아오는 건 공허함 뿐이라는 현실을 인식하는 순간 어지러웠다.
아무리 완전하고 의연한 척 하는 사람이라도,
외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순간이,
아무리 더러운 것도 만지고 빨고 껴안고 싶은 순간이 온다는 걸...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 이 영 광 -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는다는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
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글거리는 포옹 사
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다구리와 저녁 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명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공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


난 '숲'이라는 시가 가장 맘에 들었다.
껴안는다는 건,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란다.
껴아는다는 건,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란다.
껴안는다는 건, 이렇게 전부를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란다.
이 모두를 다 그러안고 싶은 난...조용히 고요한 숲으로 가야 하리라.

개인적으로 시가 어려워, 또는 생각을 요하게 하여 한참을 머물렀던 시들은...
'그러니까', '일 포스티노', '문','단풍나무 한그루의 세상', '입동', '비누에 대하여', '헌책들', '작아지는 몸', '이상한 사랑', '칼', '사랑의 미안', '기우', '노안', '사실적' 등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머리가 나빠 다 외울 수 없어서 그렇지 외우고 싶도록 맘에 드는 시
 투성이라는 얘기다.
우연히 만난 시인인데 참 좋다, 한동안 끼고 살아야겠다. 
 

 저녁은 모든 희망을
 이영광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10월

  







 

11월이다.
11월은 이 음악을 들으며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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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11-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와 꿈 없는 잠... 둘다 참 좋네요... ㅎㅎ
몸은 이제 많이 좋아지셨나 봅니다. ^^




이란 글자는 잘 보면...


같지 않나요?

sslmo 2011-11-02 17:13   좋아요 0 | URL
이제, 밤에 좀 주무세요?
소주와 꿈 없는 잠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죠~
저만 그런가요?^^

숲이란 글자에서 인생을 읽어내신 거...전에 <내 젊은 날의 숲> 리뷰에서 보고 고개를 주억거렸었어요.

2011-11-01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2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11-0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머리에 스테플러.
그런데도 이 멋진 글을 쓰시는 님은 정말 능력자세요.
다시 자전거 타실 용기 나세요?
제 경험상 전 자전거 혼자 배웠어요. 물론 어릴때지만
엄마 몰래 100원주고 30분 빌려 타는 자전거로 공터만 탔어요.
계속 다쳤어요.
다리 정강이 그런 부분만 멍이~
아프지만 심하게 아프지 않은 정도
그러다 갑자기 자전거가 균형을 잡게 되어요 그럼 그 희열.
혹시 넓은 사람별로 없는 그런 공터가 있을까요?
혼자 조금씩 의자를 최대한 낮추고요.

sslmo 2011-11-02 17:22   좋아요 0 | URL
글이라도 멋지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여~^^

제가 자전거를 강사 붙여서 배운건, 벌써 몇달째구여...ㅠ.ㅠ
그리고 배우는 장소는 공터=공원, 맞습니다.
무릎, 정강이 멍이 가실 날이 없는데...그건 훈장쯤으로 알구 있구 말이죠.
몇달째 그냥 그대로여서 좀 속이 상했었지만,
왜 갑자기 동네 내리막길을 자전거를 끌고 나갈 생각을 했는지...아직도 미스테리 하답니다~ㅠ.ㅠ

아이리시스 2011-11-0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넘어지셨는데, 낫지도 않았는데, 또 가셨어요?
우와, 어쩐지 본받아야 할 다짐인 것 같아요.

sslmo 2011-11-02 17:24   좋아요 0 | URL
'자발적으로'가 아니라 '끌려서' 나갔다니까요~^^

잘잘라 2011-11-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한 남편'에 이어 '엄청' 자상한 남편분 등장에 살짝 부럽다가
남편을 믿고 용기내어 다시 자전거 타러 나가시는 님의 무릎 나온 청바지를 상상하며 웃다가
'숲'에 빠져서 한동안 멍- 때리가다...

sslmo 2011-11-02 17:29   좋아요 0 | URL
'엄청' 자상한 남편이 아니라요~
시골에 추수하러 다녀온 며칠을 빼고, 2주 내내 밤마다 저때문에 잠을 설쳐 짜증이 제대로 났었겠지요~^^

자전거는 아직 타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고, 끌고(=모시고)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숲' 좋죠?^^

마녀고양이 2011-11-0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신랑이 저렇게 멋있게 말했단 말이야? 고백해봐.. 자기가 각색한거 아냐? 샘나려 하는걸.

음, 그래서 자전거를 다시 탔네. 나는 당분간 못 탈 줄 알았는데, 아니 다시 못 탈줄 알았는데
용기 있다......... 좋아보여. 집에서 핫팬츠를 입는 자기, 집 따스해? 아우 추워랑~

sslmo 2011-11-02 17:42   좋아요 0 | URL
음~
울 남편 MPTI유형 더 근사하고 멋지다고 분류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글구 말은 저렇게 했지만, 2주 내내 나 때문에 밤잠 설치더니 강구해낸 일종의 자구책이랄까~^^
자전거는 위 댓글에서도 얘기했지만...모시고 오르락 내리락 한 수준이궁.
집에서 핫팬츠는...암시롱, 밖에서도 핫한 거 입는 거 좋아하는거, ㅋ~.


2011-11-03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5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1-11-0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 내리막사고의 트라우마(?)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신가 봅니다. 큰사고를 당했으니 누구나 겪었을 현상이긴 합니다.단순할 것같은 자전거 타기를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경험하고 계시네요. 무엇이든 한걸음씩 단계를 밟는 것이 중요하죠. 프로패셔널과 아마츄어는 실수를 줄이는 것과 실수를 밥먹듯이 범하는 차이라고 나름정의를 합니다. 프로도 아마츄어의 단계를 거쳤잖아요 기본을 지커다 보면 자전거를 극복하는 날이 오겠죠? 그날을 위해 응원하겠습니다^^

감은빛 2011-11-0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남편이세요!
만약 제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저런 멋진 말과 행동은 못했을 것 같아요.
하나 배우고 갑니다!
 

1.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동근'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네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캐릭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후 다른 드라마나 영화, 노래에서 만나게 되는 양동근은 (그의 어눌한 시선 처리가 항상 맘에 들기는 하지만) 맘에 들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 이상형은 고복수지만 드라마 속에나 존재하고, 현실에선 양동근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어제 아침에 김어준과 인정옥이 오랜 연인 사이라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는 내내 배가 아프고 심통이 났다.
인정옥이라고 하면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이니,
그런 인정옥과 김어준이 오랜 연인 사이라고 하면, 인정옥이 김어준에게서 혹 고복수의 캐릭터를 읽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드라마 속에나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땐 체념하게 되던 그 마음이, 혹여 현실에 존재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영 심기가 불편했다.

복수 : 닭을 먹으러 왔으면 닭을 먹구 가야죠.
          그냥 가면 어떡해요? 우리 엄마 벙찌게...

전경 : 닭 먹으러 온거... 아니에요.
복수 : 나 찾아 왔어요?
전경 : ...... 네.
복수 : ..... 왜요?
전경 : 그냥요. 그,그냥요. 그냥.. 찾아 왔어요.
복수 : 내가... 뭐해줄까요. 전경씨.
전경 : 내가... 좋아해도 되나요?
복수 : ... 네. 나도... 그래도 되죠?
전경 : 예.
전경 : 난 누가 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음악한다고 해요.
         TV에 나오냐고 물으면 아직 앨범
         못냈다고 얘기하고요.
         그럼 사람들은 딱하게 보거나 한심하게 봐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음악을 한다는건 내 직업이니까요.
         왜 내가 직업을 숨겨야 되나요?
         한기자님의 직업 의식 때문에
         왜 내 직업이 함부로 아무데나 버려지나요?
         내 직업은 한동진씨의 애인이 아니라
         밴드 키보디스트에요.
         난 그걸 많은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어요.
         내가 참...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전경 : 복수씨. 그냥... 사는동안 살고
         죽는동안 죽어요.
         살때 죽어있지 말고 죽을때 살아있지 마요.
         남자인 동안에 남자로 살고
         장애인인 동안에 장애인으로 살아요.
         내가...내가 애인인 동안에 애인으로 살고
         내가 보호자인 동안에 보호자로 살래요.
         그냥 그렇게 살면 되요.
전경 : 근데 그 사람한테선 마음을 봤어요.
         처음부터.
         성격 좋은 사람은 많이 봤지만
         그게 마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을 울려요.
         1분1초도 안쉬고 내 마음을 울려요.
         그 사람은 나한테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처음 봤어요. 한기자님.
         난... 최고의 사람을 만난 거에요.
         최고의 마음을 지금... 만나고 있어요.
복   수 : 금붕어 두마리 애인 삼으면 괜찮은데
             여자 둘을 다 좋아하면 안되나?

아버지 : 안되지.
복   수 : 그냥 좋아만 하는건데 왜 안돼?
             나쁜 일 안하고 똑같이 잘해주면 되잖아.

아버지 : 똑같이? 한치도 치우치지 않고 좋아할수가 있어?
             한쪽으로 코딱지만큼만 기울어도 좀 모자라는 사람은 외롭잖아.
             너 사람 외롭게 하는게 얼마나 큰 죄인지 알어. 이놈아.



내가 내내 툴툴거리자...남편이 이렇게 한마디 한다.
"정말 메뚜기가 뛰는 방향이랑 니 상상력의 비약이 튀는 방향은 알 수가 없다.
 김어준보다 더 김어준스러운 남자가 어디 있다고 김어준에게 고복수를 끌어다 붙이냐?
 건 그렇고...고복수 같은 남자를 감당하려면 전경 같은 여자여야 하는데...
 니 가슴에다 손을 얹고 돌이켜 봐, 너 전경 같을 수 있어?
 니가 먼저 전경이 되고나서 고복수를 기다리는 게 조금이라도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 
난 아무 말 못하고 깨갱할 수밖에...OTL. 


그런 내게 남편이 던져 준 책은 이 책이었다.

 
 
 닥치고 정치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폼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칠 이야기해보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 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당들 형태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 를 외치고 싶거든. 시국이 아주 엄중하거든, 아주. 




2.
'닥치고...'
하여 생각난 것은...
말을 안 하고도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다.
텔레비젼은 잘 보지 않고, 집에 케이블이 안나와서 '슈스케3'는 더 볼 여건이 되지 않는데,
얼마전 넷상에서 '버스커 버스커'의 <동경소녀>란 곡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이들이 노래를 통하여 하려고 하는 얘기의 정수를 읽을 수 있었다.
경연인데...'잘 해야겠다'가 아니라 무대 자체를 즐기는 그들이 어느 별보다 빛나 보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보컬리스트를 위한 스테이징 테크닉
 하마다“Peco”미와코 지음 /
 SRM(SRmusic) / 2011년 8월
 
 너의 꿈을 캐스팅하라
 손남원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8월



3.
연인들이 꽃으로 대화하던 시대가 있었다 한다.
붉은 장미로 사랑을 고백했고 산사나무로 희망을 주었으며, 알로에로 슬픔을 표현했고 안개꽃으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단다. 
 

 

  

 꽃으로 말해줘
 버네사 디펜보 지음, 이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0월


 부처님이 들어올린 연꽃을 보고 미소 짓는 가섭을 닮을 수 없을지니,
 이 비 내리는 가을날 닥치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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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10-29 15:37   좋아요 0 | URL
닥치고 정치는 동네 도서관에 신청해 뒀어요. 구입하면 제일 먼저 저한테 빌려가라고 연락이 올거에요.
전 '네 멋대로 해라' 는 안 봤지만 어떤 복수가 김어준에게 비칠지 상상해 볼게요 ^^

마녀고양이 2011-10-29 17:55   좋아요 0 | URL
멀 했길래, 자기 서재의 글자체가 몽땅 굴림체로 바뀌었누?
둥글둥글하네... 글자체...
내가 이야기하던 달빛이 휘감싸던 사르르한 느낌이, 찐빵처럼 둥근 글씨체로 변해버렸는걸.... ㅋㅋ

흐미, 양동근이 좋단 말이지, 아직도 자유로운 반항아를 좋아한다뉘,
그런데 반항아 이미지로 김어준 총수만한 분이 정말 어딨을까? ㅋㅋ, 남편분이 예리하구만여.

잘잘라 2011-10-29 18:1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남편분이 예리하십니다. ㅋㅋㅋ

저도 양동근이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습니다. 얼마전 승승장구 김태희 편에 깜짝손님으로 나와서 봤는데 오랜만이기도 하고 그 게슴츠레한 눈과 알 수 없는 표정,은 정말 한결같아서 반갑더라구요. 아, 근데 오늘 주인공은 김어준,이었던가요? ㅎㅎㅎ

순오기 2011-11-01 19:32   좋아요 1 | URL
아~ 양철나무꾼님은 양동근을 좋아하는군요.^^
읽을 책이 쌓이고 쌓여서 닥치고 정치는 기웃거리지 않았는데...

알케 2011-10-30 12:44   좋아요 1 | URL
요즘 총수가 대세긴 대세군요...ㅎㅎ
두사람 다 잘 어울려요. 인작가 사람 참 좋아요.
양철님도 '금붕어 두마리' 다 키우겠다고 하세요
Don't panic !

하늘바람 2011-10-31 04:37   좋아요 1 | URL
너무 재미나게 일고 가고 공감하고 질투가 나요 닥치고 정치를 준 님을 잘 아실듯한 옆지기님이 부러워서요.
저도 그 드라마 볼때 참 많이 울고 웃으면서 봤어요.
정말 드라마 속 캐릭터네요

루쉰P 2011-10-31 10:15   좋아요 1 | URL
아 양철나무꾼님 ^^ 잘 지내셨죠? 전 여전히 어둠을 헤매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온 서재에 저도 산 책 리뷰가 써 있네요. ㅋ 무한한 공간 속에서 자주 서재에 들어오지는 못해도 나무꾼님이나 저나 책 취향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ㅋ 스마트폰이라 길게 못 쓰는데 리뷰를 쭉 읽으니 양철나무꾼님이 좋아하는 인간형에 대해 감이 오네요 ㅋㅋ 저 역시 김어준과 같은 인생을 꿈꿔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

북극곰 2011-10-31 11:06   좋아요 1 | URL
'네멋'을 쓰는 인정옥 작가 정도는 돼야 김어준 감당이 되겠다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저는 주진우님이 좋아요. 근데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란 소리에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요.ㅋㅋㅋ 저도 진정한 '누나'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10-31 17:16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양동근은 우리나라 미인들과 공연을 많이 했군요.이나영 한가인 한채영 김태희...팬이면 무슨 영화나 드라마였는지 아시겠죠?
 

유난히 마음에 드는 그런 사람이나 사물이 있다.
그리 헤프게 내어주거나, 인색하게 거두어 들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이가 들면서...맘에 쏙 드는 그런 사람이나 사물이 점점 없어져만 간다.
어쩜 맘이 아니라, 내 눈이 점점 까다로워져만 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요즘은 내 맘에 쏙 드는 그런 사람이나 사물을 만나면 일단은 못 본척 돌아서게 된다. 
잃어버릴까봐, 나의 더러운 성질머리를 보고 저만큼 도망가 버릴까봐 두렵고 겁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묵혀두고, 누그러뜨리고, 사그라들고, 퇴색하고, 바래져...마음에서 나기를 기다려본다. 
그런데 그 정도면...오래 두고 기다린 것만으로도,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이고 사물로 거듭나는 기간이기도 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라는 얘기가 하고 싶은건지,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이 되어버리더라는 얘기가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얘기를 한참 돌려서 했다.
사람이나 사물에게 마음을 주기까지 참 오래 걸린다.
출발이 빠른 사람들 중에는 속전속결인 사람들이 있고, 개중에는 나의 더딤을 답답해 하거나 서운해 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난 한번 마음을 주고나면 모든 이유 불문하고 '그렇기 때문에'가 슬그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탈바꿈해 버리니 그때까지 기다려 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녀가 마음에 든건, 나처럼 장르소설을 좋아해서였다.
그녀와도 이런 기간을 거쳤나? 거쳐간 것 같다.
 
그녀가 공부하고 있는 MBTI분류에 따르면,
그녀는 INTJ(내향형,직관형, 사고형, 판단형)이고, 난 INFP(내향형, 직관형, 감정형, 인식형)란다.
그래서 그런지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은 것 같다.

물론 노란 찻집에서도 아니었고,
그녈 세번째도 아니고 두번째 만나는 날이었지만,
가슴이 떨려오고 설레이기는 했었다.
 
머리는 깁고, 왼쪽 다리는 절고, 가슴은 뻐근하게 저려오는 몸을 이끌고 일부러 찾아간 길이었다.
문자로 메뉴를 정하라기에,
'다 좋아...많이 걷지만 않으면 돼.'
라고 대답했더니, 그녀
'에,..생각해보니 다 좋아하는 건 아니자너..회 싫지 고기 싫지 막창 싫지 등등등.. 담엔 명확하게 의사표현하도록 연습 좀 해봐.'
라는 발랄한 답문자를 보내온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문자를 보냈더니,
'2번 출구 밑에 앉을데가 있다'는 문자까지 자상하다.

청바지에 회색 라이더 자켓, 검은 헌팅캡을 대충 눌러 쓴 나와는 비교되게, 
그녀는 검정 터틀넥에 검정 조끼, 검정과 빨간 체크의 레이어드 스커트를 입고, 빨간 가죽 배낭과 구두로 포인트를 준 도로시 공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가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둔 수제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를 먹고,
차를 마시려다 내가 호기를 부려 와인을 마셔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와인을 저녁 약과 함께 먹어 취해 졸지만 않았으면, 좀 더 있었을텐데...아쉽다.

그녀는 많은 얘기를 했고, 많이 웃기도 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거리기도 했고, 서로 다른 관심사를 이해시키려 침을 튀기기도 했던것 같다.
닮은 점도 있었고, 다른 점도 있었지만 문제될게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나도, 꿈을 가지고 있었고...꿈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꿈이라고 얘기하면 근사한 것 같지만, 불혹을 넘긴 아줌마들이 하고 싶은게 있다고 하여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것...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무모할 수도 있는거니까 말이다, ㅋ~.)
 
그녀가 한 얘기 중 실루엣에 대한 얘기가 아직 기억에 남는다.

가끔 세상을 사물 하나하나가 아닌, 어우러진 그 자체로서 즐긴다는 얘기.
한자리에서 열시간 이상을 바다를 바라보면서 보낸 적도 있다는 얘기.
거리의 나무들을 볼때,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손바닥만한 하늘을 같이 보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 
 
나는 많은 얘기를 들었고, 결리는 가슴팍을 쥐어 짜가며 따라 웃었다.
그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내가 뒤에 수선스럽고 살갑게 챙기지 못해 그녀는 좀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맘에 쏙 드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머리는 깁고, 왼쪽 다리는 절고, 가슴은 뻐근하게 저려오는 몸을 이끌고 그곳까지 갔겠는가 말이다.

한동안 예전에 읽었던 '칼럼 매켄'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를 떠올렸었다, 그녀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ㆍㆍㆍㆍㆍㆍ
"그렇게 오래 미소를 지었다니." 그녀가 말한다.
"나도 미소를 지었어요, 클레어."
"당신도 그랬어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그렇게 하잖아요, 그게 진리죠."
그때 그녀는 알았다, 그 하늘을 걷는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깨달음이 그녀 깊은 것에서 세계 울리자 그녀는 몸을 떨었다. 천사도 악마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예술도, 개선된 공간도, 인간과 매개체와의 만남도, 자연을 넘어서는 인간도 아니었다.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가 그 높은 것에 있었던 것은 일종의 외로움에서였다. 그의 정신이 한 행위는, 그의 몸이 한 행위는, 외로움에서였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196쪽)
외로움이 내 안으로 밀려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참으로 우스웠다. 모두가 자기만의 작은 세계 속에 오도카니 앉아 말을 하고 싶은 깊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 그냥 불쑥 중간에서 시작하고선 그 이야기를 다 하려고, 모두 말이 되고, 논리적이고 최종적인 것이 되게 하려고 너무나도 애를 쓴다.
 내가 클레어에게 이야기를 다 하도록 했다고, 나아가 모든 걸 다 쏟아내도록 격려했다고 말하는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래 전 내가 시러큐스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그들로 하여금 계속 말을 하게 해서 나는 그다지 말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그런 종류의 어법을 개발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나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벽을 쌓고 있었던 것 같다. 부자들이 많은 곳에서 나는 '자비를', '하느님', 그리고 '맙소사'를 추임새로 넣는 내 오랜 남부식 습관을 더욱 완벽하게 했다. 그 단어들은 또 다른 형태의 침묵으로 내가 의지하는 말들이었다. 내가 항상 의지하는 말들, 내가 믿을 수 있는 말들, 언제부터인지 내가 마지막 기댈 곳으로 사용한 말들이었다.(494쪽)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 여정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 사랑을 발견하면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이 차를 몰고 뛰어내리는 벼랑이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세상을 좀 살아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란 그저 하루하루 변하는 것이라고, 사랑은 얼마나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싸우느냐에 따라 얻기도 하고, 유지하기도 하고, 또는 잃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애초에 사랑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512쪽)

이제사 난 그녀를 맘에 꼭 드는 사람으로 여긴다.
그렇다고 수선내고 살갑게 챙기지는 못할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때로 그녀를 서운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나이 들수록 멋지게 사는 여자>가 되길 바라고, 나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은 분명하다.
 

 

 

 나이 들수록 멋지게 사는 여자
 마커스 버킹엄 지음, 김원옥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 강점 테스트 주소: www.sallimbooks.com/sltest.html


 

비상/임재범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모습 나조차 불안해보여
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감당할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 더 멀리 갈수 있다면
상처 받는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
고독이 꼭 나쁜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이젠 세상에 나갈수 있어
당당히 내 꿈을 보여줄거야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할거야
더 이상 아무것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되줄거야
힘겨웠던 방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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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6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7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7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7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7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0-27 04:22   좋아요 0 | URL
이런 러브레터라니~~~~~~ 내가 그녀가 아니라도 행복합니다!^^
보기 좋아요~ 그녀와 양철나무꾼님!!

sslmo 2011-10-27 10:2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야...제가 아니라도 뭋 사람들의 인기와 러브레터를 한몸에 받고 계시잖아요~~~!
저, 순오기님도 꼭 한번 뵙고 싶어요~^^

감은빛 2011-10-27 12:42   좋아요 0 | URL
두 분 멋진 만남을 가지셨군요.
양철님의 그 마음 그 분도 잘 알고계실거라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많이 다치셨나봐요.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북극곰 2011-10-27 15:07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의 맘은 저도 다 알것 같은데 그 분이 모를 리가 없죠.^^ MBTI 안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두 가지 성향은 같고 두 가지 성향은 서로 다른 게 젤 이상적인 관계일 것 같아요!

머큐리 2011-10-27 15:47   좋아요 0 | URL
제게 부족한 부분이 무언지를 깨닫게 해 주는 페퍼에요..더불어 저는 임재범의 '비상'을 느무므무 좋아하는 사람이라구요..^^

파란놀 2011-10-28 07:15   좋아요 0 | URL
오늘도 즐거이 맞이하셔요~
 

한동안 자전거를 배웠었다.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 밖에 안하는 나의 노년을 심히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내 파란 세이버' '스피드 도둑'등의 만화책을 두루 섭렵하며 심사숙고 끝에 택한 운동이 MTB였다.
장비에, 복장에, 자전거에, 다른 사람을 다칠까봐 보험도 들고 구색을 갖추고 보니,
내가 글쎄 산악자전거는 고사하고 자전거도 타지 못하는 위인인거다.
빨리 배우고 싶은 욕심에 강사를 붙여 일 대 일 개인 레슨을 받는데도 잘 늘질 않았다.

난 안되거나 못하는게 있으면 밤잠이 안 오는 스타일이다.
혼자서 땀 흘리고 피 터지게 노력하면서, 겉으론 아닌 척 우아 내지는 내숭을 떠는 습성도 몸에 뱄다.
게다가 남편은 자기는 어릴 적 안장에 앉으면 페달이 닿지도 않는 짐자전거를 서서 타고 다녔다는 둥,
자기가 가르친 아들은 슝슝 잘만 날라다닌다는 둥,
전문 강사에게 배운다면서 만날 넘어지는 법을 배우냐는 둥,
혼자 안으로만 움추러 들길래 운동을 하라고 했더니 선택한 운동이 또 혼자 노는 운동이냐는 둥,
하루하루 다양한 레파토리를 골라가며 나를 놀려 먹으며, 혀를 끌끌 차거나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근데 운동은 예나 지금이나 종목을 막론하고 좀 되어보거나 잘 해본 적이 없다.
놀림을 받거나 넘어져 무릎이 깨져도,
혼자 입술을 깨물어 아픔을 참고,
손 붙잡아 일으켜주는 이 없어도 그러려니 해야 하는데... 

오기가 발동, 지난 월요일 저녁 퇴근 후 혼자 자전거를 가지고 나갔다.
안전수칙 외우는 거야 누구보다도 잘 할 자신이 있었고,
누군가가 가르쳐 준 원 포인트 레슨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잘 새겨 두었었다.

자전거는요...
먼 데를 보고 타야 해요.
넘어질까봐 무서워하면 안 되지만,
난 달릴 수 있어. 왜냐면, 세상에서 나보다 멍청한 것들도 자전거를 다 타걸랑요.
그런 맘으로,
밑줄 좍, 그어야 할 부분은, 먼 델 보는 거예요.
먼 데를 보고, 거길 향해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자전거는 무조건 가요.
개도 본능적으로 헤엄치듯이...
그리고 스톱할 때는 브레이크를 천,천,히... 잡는 거죠.
운전도 급브레이크 밟으면 쏠리잖아요. 관성의 법칙!!
목적지로 정한 곳 가까이 가면 넘어질까봐 두려워지잖아요. ㅋㅋ
그러기 전부터 브레이크를 살짝살짝 잡아서 속력을 줄여야 해요.
그러다가 정지 지점에선 아주 느리게 서는 거죠. 그럼 획, 자빠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분명, 먼데를 보고, 거길 향해서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신.기.하.게.도, 자전거는 무조건 갔다. 
계속 먼데를 보고 갔다.
근데, 어느 순간, 갑자기, 내리막길이 보였다.
아뿔사!
내리막길은 아직 배우지 않았는데...어쩐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새겨둔 원 포인트 레슨대로,
스톱할 때는 브레이크를 천, 천, 히...잡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천~'에서 그만 아래로 구르고 말았다.
 
결국,
태어나서 처음 내 사정으로 병원 응급실에 가보게 됐다.
왼쪽 머릿속에서 피가 철철 나고 상처가 깊어 스테이플러로 네군데를 깁고,
몸 곳곳의 타박상과 왼쪽 발목 염좌로 걸음도 걷기 힘들다. 


한동안 편두통을 호소하던 남자가 있었다.
항상 바쁘다, 바쁘다 해서 내 퇴근시간까지 한시간 이상 늦춰가며 해결을 해줬더니,
마지막 날 가면서 개업 명함이라고 내미는데 보니, 근처라서 황당했었다.

중이 제머리는 못 깎는다고,
왼쪽 발목을 그 사람에게 맞겨 볼까 하여 찾아 갔더니...
ankle triangular lig.손상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자리에 침부항을 하겠다고 사혈침을 갖고 달려든다, 내 참~ㅠ.ㅠ 

아들은 내 머리의 땜빵 자국을 보더니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놀려댄다.

안되거나 못하는게 있으면...손 털고 쿨하게 인정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애먼 몸이 고생이다.

나는,
나의 몸은 마음을,
나의 마음은 몸을,
위로하고 다독인다.
 
이런 내게,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이렇다 하게 아파본 적도, 다쳐본 적도 없는 내게 아픈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
 강풀 외 6인 지음, 김용민 사회 /
 한겨레출판 / 2011년 10월

 

 
그리고 사혈침을 갖고 달려든 남자에겐,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권하고 싶다.
고미숙 님은, "건강이란 병이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병을 생(生)의 선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하시는데 말이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1년 10월
 

암튼,
덕분에,
항상 '바빠, 바빠~'를 연발하던 나도 시간이 나서...보고싶은 얼굴을 보러 갈 수 있으니 땡큐할 일이다.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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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0-22 15:44   좋아요 0 | URL
머리에 피가 철철이면 정말 많이 다치신 거네요 발목 염좌. 아유.
어떻게해요. 이상하게도 요즘 님생각이 참 많이 났었는데 다치셔서 더 그랬나봐요.
지난 여름까지 자전거 타고 한참 다녔었는데 저는 어릴 떄 혼자 다쳐가며 배워?ㅆ어요 그래서 그나마 타지만 잘 타지 못해서 아주 천천히 달려요. 그냥 무리하지 마시고 공원같은데 혹은 자전거 도로에서 천천히 달리면 바람을 느끼고 풍경을 느끼고 가을에 어울리는 것같아요.

프레이야 2011-10-22 17:43   좋아요 0 | URL
아휴, 님 괜찮으신거에요? 크게 다치셨네요ㅜㅜ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위로할 수도 없겠고..
아무튼 다음부턴 조심해서 타시기에요.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때가 생각나네요. 12살 때였지요.
지금은 전 자전거를 좀 타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넘어지기를 잘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안 넘어지려 애쓰지 말고 '잘' 넘어지기.
요즘 자전거를 좀 안 탔는데 타고 바람을 맞고 달리면 좀 가슴이 뻥 뚫리려나요.


Shining 2011-10-22 17:48   좋아요 0 | URL
자전거가 이렇게 위험한 물건이었군요!
피 철철, 타박상에 염좌라니ㅠㅠ 게다가 그 상태(?)로 글을 쓰고 계시다니...
무리하지 마시고 부디 건강관리 잘 하셔서 얼른 회복하세요ㅠ
(항상 몰래 잠입해; 글만 보고 나가다가 걱정이 되어서 쑥스럽지만 글 남깁니다^^)

전호인 2011-10-22 20:06   좋아요 0 | URL
에공, 없는동안 잘 계시리라 철썩같이 믿었는데 자전거로 철썩사고를 치셨네요ㅠㅠ아니 안전장비는 안하셨어요?자전거를 타더라도 안전장비를 철저히 착용해야하는데ㅠㅠ안타깝게시리ㅠㅠ쾌유를빕니다.그나마 혼자만 다치신것이 불행중 다행. 과거 추돌사고가 난적이 있는데 의외로 크게 다쳤던 적이 있어요. 인전장비의 소중함을 이때 알았어요^^

마노아 2011-10-22 23:04   좋아요 0 | URL
어이쿠, 어쩜 좋아요. 많이 아프시겠어요.ㅜ.ㅜ 어여어여 깨끗하게 나으셔요.
그래도 자전거 타기 포기하지 마시고요.^^;;;

saint236 2011-10-22 23:42   좋아요 0 | URL
이런...전 어느날 출근하려 집 밖을 나와보니 전날 세워두었던 빨간 자전거가 가출을 해버렸더군요. 다른 것들은 다 있는데 내 것만 없어서 제가 살고 있는 빌라 근처를 열심히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자전거를 끊었습니다.T.T

아이리시스 2011-10-22 23:52   좋아요 0 | URL
다친 김에 쉬어가시는 거죠! 그나마 안심이에요. 자전거도로가 필요한 거였군요. 그게 세상에 왜 필요하단 말이냐, 하는 쪽이였는데,, 오랜만에 소식 듣는데 아프시단 소식이라니, 슬프지만 곧 깨끗이 나아 더더욱 건강과 휴식의 소중함을 알게 되겠죠. 나무꾼님, 얼른 나으세요. 시간이 가면 낫는 거 맞죠?^^

쉽싸리 2011-10-23 08:50   좋아요 0 | URL
앗! 헬멧썼는데도 머리쪽을 다치신 거예요? 학교 운동장 같은데를 신나게 달리는게 가능한 다음에 도로로 나서야 하는데요. ㅜㅜ
저도 제대로 자빠진적 있어요. 다행히 무릎밑 찰과상만 입는 수준이었죠.
잔차 타다가 넘어지면 아무래도 몸이 움추려드는데요. 만약 가파른 언덕이 나오면 내려서 가세요. 까짓것... 뭐 어떻습니까? 그래도 자전거가 나를 타는것은 아니잖아요? 그전에 일단 학교운동장을 신나게, 매우 빨리, 달릴수 있도록 하고요!! 헬멧은 필수!!

pjy 2011-10-23 11:30   좋아요 0 | URL
어이쿠, 자전거타다가 응급실이라니 쫌 무섭습니다~ 이왕 넘어진김에 쉬어가세요^^; 괜찮다고 일찍 자리털고 일어나지마시고! 괜히 날씨도 어정쩡하니 푹~~~ 쉬셔야되여~
신기하게 롤러스케이트나 인라인은 타는데요ㅋ 자전거는 못타요, 세발은 너무하고ㅋ 보조바퀴달고 4발로 나중에 한참뒤에 배워볼까 생각만 합니다^^

잘잘라 2011-10-23 14:40   좋아요 0 | URL
운전할 때 주의사항과 비슷하군요.

'먼 데를 보고!'

(먼 데, 어디까지가 '먼 데'인지, 보이는 데 까지를 말하는 건지, 보일락 말락 하는 데 까지를 말하는 건지, 그렇담 시력 2.0인 사람의 '먼 데'와 시력 0.1인 사람의 '먼 데'는 너무나 차이가 많은거 아닌지, 아니지, 시력 0.1인 사람이 운전하면 안되지. 자전거도 안되지. 눈이 그렇게 나쁘면 안경점 부터 가야지! 아니 내가 지금 남의 서재에서 뭐하는 거지!!!)

rosa 2011-10-23 21:55   좋아요 0 | URL
아이고~ 많이 다치셨군요.
한동안은 고생하실텐데..
서재 메인에 글 뜬 거 보고 놀라서 달려왔네요.
주말, 좀 쉬셨는지요? 얼른 나으시길..

고백하자면.. 저도 자전거 못탄답니다.
몇 번 시도는 했어요. 그런데 너무 무서워서(어릴 때 시골 놀러갔다가 논바닥에 패대기쳐진 기억 때문인지..쩝~) 매번 실패했어요. 경주로 놀러갈 때마다 커플도 아니면서 커플 자전거를 타게 되는 비련의 녀성이랍니다. 흐..
그래도 나이를 핑계대지 말고 늘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양철나무꾼님의 도전이 이번엔 다소 아픔을 동반했지만 그래도 부럽고 격려해드리고 싶습니다.^^

blanca 2011-10-23 22:10   좋아요 0 | URL
응급실까지 가셨어요? 세상에나. 저희 남편도 자전거 타다 크게 다친 적이 있어서 자전거가 때로 참 위험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도 꼭 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그러셔서 한동안 뜸하셨군요.

yamoo 2011-10-24 19:54   좋아요 0 | URL
자전거를 못타셨군요! 나이 먹어서 배우면 자전거 타는 것도 힘들답니다..
몇 년 전에 자전거로 한강 나들이하는 거에 맛들렸을 쯔음에...자전거 타다가 언덕 내려오다 다쳤습니다. 갑자기 택시가 나오는 바람에 급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언덕의 경사가 워낙 급한지라 앞으로 고꾸라 졌는데 붕~날라서 앞으로 떨어졌습니다. 팔로 모든 충격을 막아야 했던지라, 결국에는 팔의 인데가 늘어나 한달 동안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그땐 정말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는..자전거 탈때는 꼭 보호대를 하고 타야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딸은 때였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쾌차를 빕니다~

순오기 2011-10-27 04:26   좋아요 0 | URL
어이쿠~~~~ 이런 일이 있었다니, 몸조리 잘해서 어여 쾌차하길 바래요.

내가 초등학생 때, 자전거 배우다 끌어안고 넘어진 후~~~~
지금까지 자전거에 올라보질 못했지만 후회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