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타일 실용 소품 - 재봉틀로 만드는
박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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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디선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아이디어에 감탄을 한 적도 있지만,

그만큼 여러가지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게 집이고,

사람들의 스타일이나 가치관에 따라서 중점을 두는 기능도 다 다르게 마련이다.

 

이쁘고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세련되고 모던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먹고 사는데 치여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 대로 꾸미고 사는건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같은 경우는 심플하고 젠틱한 스타일이 좋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특별한 스타일이 없어서 하는 대외적인 멘트일 뿐이다.

 

요즘 인테리어 책을 보거나 소품 따위를 구입하려 할때 자주 접하게 되는 말이 북유럽 스타일이다.

그냥 '북유럽 스타일'했을때는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한마디로 정의해보라고 하면 머뭇거리게 되는 터라,

책제목 '북유럽 스타일'에 혹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답고 완벽한 집을 짓는 것이 목표라면 이탈리아인 건축가, 독일인 기술자, 영국인 정원사를 고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집의 인테리어는 누가 뭐래도 북유럽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고로,

'인테리어'하면 '북유럽스타일'이 대세인건 알겠지만,

그 북유럽스타일을 한마디로 단정지어 말하기엔 추상적이어서 너무 방대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에선 몇가지 원칙으로 '북유럽스타일'을 정의하고 있는데,

원칙1 나무 ㆍ산 ㆍ꽃 등 자연을 모티프로 한 패턴

원칙2 동물무늬 원단

원칙3 기하학무늬 원단

원칙4 나무, 가죽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믹스&매치

이 그것이다.

 

'재봉틀로 만드는' 소제목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나와있는 '북유럽스타일의 실용소품'들은 손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인데 하나 같이 예쁘다.

패턴이 만들기에 까다롭거나 한게 아니라,

원단의 색감이나 무늬에 따라 '북유럽스타일'로 거듭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브랜드의 특징을 알아뒀다가 원단에 적용하면,

손쉽게 '북유럽스타일'의 인테리어로 변신을 시도할 수 있겠다.

 

그런 원단을 구할 수 있는 곳을 보너스로 알려주고,

책의 뒤에는 또 다른 보너스로 도안이 딸려있다.

확대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재봉틀로 소품을 만들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도안 하나하나가 다 돈이고,

이 도안들의 정확도에 따라서 완성품의 정교함과 마감처리의 깔끔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잘 모르지만 북유럽이면 좀 추운 곳일거 같은데,

원색을 다채롭게 배열해서 따뜻하면서 환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이래저래  책값 이상을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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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19 19:46   좋아요 0 | URL
원형본이 실제 크기라면 좋을텐데, 양철나무꾼님 말씀처럼 그건 좀 아쉽네요.^^; 그래도 좋은 점이 많은 책처럼 보입니다.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10-23 16: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직접 바느질을 하는 사람들끼리라서 그런지 서니데이님과 찌찌뽕이네요.
암튼 너무 예쁜 원단들이 많이 나와서 완전 지름신이지 뭐예요~ㅠ.ㅠ

하늘바람 2015-11-24 13:48   좋아요 0 | URL
이쁩니다용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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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불타는 금요일밤)의 뜻을 아냐고 물었더니, 불허하다와 같은 의미쯤으로 생각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언어를 문어체로 사용하기를 즐겼는데,

유독 '허한다'와 '금한다'는 그에게 잘어울려서 은근 그런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곤 했었다.

오늘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의 '광야를 달리는 말'이라는 꼭지를 읽다가 그가 생각났다.

"요사스럽다. 곡을 금한다." 내 아버지한테서 배운 말투였다. 여동생들은 질려서 울지 못했다.(33쪽)나,

"너희는 배산임수를 모르느냐"(40쪽) 따위의 말들에서 그가 빙의한듯 겹쳐졌다.

 

'광야를 달리는 말'처럼 호방함을 흉내내었지만,

그리하여 쿨한듯 행동했지만 속 마음은 누구보다도 다정다감하였을 듯 하다.

 

 

내게 김훈은, 김현과 더불어 깔끔하고 명징하여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의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여우같다는 느낌이 들곤 했었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고 감정이 넘치지 않고 똑 떨어지는 것이,

큐싸인 나기 바로 전까지 전화통 붙들고 깔깔거리다가 막이 오르면 눈물을 뚝뚝 떨구는 베테랑 연기자처럼,

독자를 자신의 의도대로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소설가라고 생각했었다.

너무 완벽하면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그의 산문들 또한 소설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것은 마찬가지인데,

따뜻한 온기를 가진 것이 숨통이 트이게 한다고 해야 할까?

내게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난 그가 아직도 글을 쓸때면 사각사각 연필을 깎아서 원고지에 쓴다는 것이,

커피는 케냐AA를 즐긴다는 것이, 좋았었다.

내가 결정을 잘 못하는 병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천안 삼거리에 걸린 능수버들처럼 '이것도 흥~, 저것도 흥~' 만사 오케이하는 사람들을 보면 수더분해서 좋아보이는게 아니라, 줏대가 없어 희미하게 보이기까지 하는걸 보면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라면을 끓이며'의 표제글이라 할 수 있는 '라면을 끓이며'를 보면,

깔끔하고 명징하여 군더더기 없는 문장력은 그대로인데 따뜻함이 배어있다.

 

나는 센불로 3분 이내에 끓여낸다. 가정에서 쓰는 도시가스로는 어렵고, 야외용 휘발유 버너의 불꽃을 최대한으로 크게 해서 끓이면 면발이 붇지 않고 탱탱한 탄력을 유지한다.ㆍㆍㆍㆍㆍㆍ물이 넉넉해야 라면이 편안하게 끓는다. 수영장이 넓어야 헤엄치기 편한 것과 같다. 라면이 끓을 때, 면발이 서로 엉키지 않아야 하는데, 물이 넉넉하고 환산 터지듯 펄펄 끓어야 면발이 깊이, 또 삽시간에 익는다. 익으면서 망가지지 않는다.(29쪽)

 

이 책은 그렇게 '라면을 끓이며'로 가볍게 시동을 거는 듯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들이 가득하다.

밥 얘기, 삶 얘기, 목숨 얘기가 나온다.

돈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열대밀림 속에서 무위자연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말은 허망해서 그야말로 무위하다.ㆍㆍㆍㆍㆍㆍ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지만 인간은 우호적이지 않은 자연을 적대적으로 느낀다. '무위'는 자연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손댈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열대의 밀림은 가르쳐 주었다.(80쪽)

 

자연을 인간이나 삶의 연장선 상에서 생각했던 내게,

자연과 인간이 친화적인 것이 아니라 적대적이란 얘기는 무척 충격적이었지만,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볼때 '인간을 위한'이나 '인간에게 이로운'이란 자연에 친화적이거나 공생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는 인간 중심의 편협한 사고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평상시 깨달았던, 글쓰기도 그렇고 독서도 그렇고 경험을 수반해야 의미가 있다고 했던 것과 관련,

나도 그렇지만 김훈 또한 몸을 움직여서 일하는-소위 노동이라고 하는 일들에 익숙하지 않은 타입인 것이 글 곳곳에서 드러나서 겉도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것이 그로 하여금 노동을 숭고하게 보이게 하고 숭배하는 것으로까지 비춰지는데,

노동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게 아니라,

지나친 숭상은 자리매김이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듯 여겨져서 아쉬웠다.

 

그 노동이라는 것이 과연 지휘자도 없는 오케스트라에 비견 될만한 것인지,

암벽등반가와 선원들의 그것과 소방관들의 소방호스를 연결시켜도 좋은 것인지, 말이다.

 

그외에도 세월호며 여자가 7까지 번호를 달고 이어지고 손과 발 온통 좋은 글 뿐이다.

일독을 권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뉘우쳐도 돌이킬 수는 없으니 슬프고 누추하단다.

여기에 내가 한마디 첨언하자면,

내자신의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면 그리 많이 돌이킬 일도 그리하여 뉘우칠 일도 없지 싶다.

그리고 산다는 것은 조금쯤은 슬프고 조금쯤은 누추한 것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거기다가 때론 케냐AA 커피처럼 씁쓸하고 알싸하기도 하고,

때론 퉁퉁 불은 라면 면발 같이 퍽퍽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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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0-15 18:49   좋아요 1 | URL

이제 막 유레카님 글보고 왔는데 또 라면을 끓이며가 떠서 내 눈이 잘못 됬나? 했어요 ㅎㅎ

저에게 김훈은 소설보다는 산문이에요~ 말씀하신대로 산문에서는 무뚝뚝하지만 숨겨진 온기가 느껴지는 느낌이라서요~~ ^^

caesar 2015-10-15 19:14   좋아요 1 | URL
소설보다 산문이라는 데 저도 공감합니다^^

양철나무꾼 2015-10-19 14:12   좋아요 1 | URL
누구나, 특히 이곳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비슷한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ㅋ~.

반갑습니다, caesar님~^^

yureka01 2015-10-15 19:07   좋아요 2 | URL
ㅎㅎㅎ 방금 리뷰 올렸는데.묘하게 교차되었네요.^^..

잘읽었어요 ^^..

정말 뉘우쳐야 할 사람은 안뉘우치는데,
작가들은 왜이렇게 뉘우침이 점점 늘어나는건지 말이죠..^^ㅎ

양철나무꾼 2015-10-19 14:14   좋아요 1 | URL
리뷰가 그렇게 멋지면 어쩌라는 거예요, 췟~(,.)
저도 님 완전 멋진 리뷰 잘 봤어요...ㅋ~.

[그장소] 2015-10-16 04:29   좋아요 0 | URL
전체보단 부분 부분 맘에들어 어머나...하다가..케냐 AA에 홀딱 넘어가 버리는 ...이 가벼움 ㅡ아 ..이 글의 부분이 그렇다함이 아니고 저는 워낙 산문을 안좋아 했다는 말 이랍니다 ㅡ^^

양철나무꾼 2015-10-19 14:16   좋아요 1 | URL
저는 김훈은 `자전거여행`이 시작인지라...ㅋ~.
그 자전거여행을 읽고 자전거가 타고 싶어 어쩌지 못해,
한때 머리를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들었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죠~^^

[그장소] 2015-10-19 15:00   좋아요 0 | URL
아하핫 ~ 왜..에세이를 경원시했나 몰라요.
너무 빠져들까봐..그 사람의 생활관이 대게 보이곤 하잖아요. 그래서 안보면 싶은 것도 보이니 그랬는데. .저는 하루키 ㅡ달리기를 말할때.. 그 에세이에서 그냥 에세이 자체를 받아들이자..내 고집 내려놓고..그랬어요. 전설은 못되지만 양철나뭇꾼 님 덕에 제가 웃다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5-10-23 16:22   좋아요 1 | URL
님께 소소한 웃음이라도 드릴 수 있었다니,
이 댓글의 덧글도 선방이었네요~^^

프레이야 2015-11-22 08:37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과 동시 당선이군요. 축하 더블로 드려요.ㅎㅎ
꼬들한 면발 좋아하시는 거, 저랑 같아요.
퍼지면 어쩐지 서글프지요.

yureka01 2015-11-22 09:42   좋아요 1 | URL
외우.그러게요.축하축하...역시.ㅎㅎㅎ 적립금은 벌써 또 책에 투자되는 흡족함이 제일 좋더군요..어제 밤.또 라면 먹고 퉁퉁 불었어요.ㅎㅎㅎ
 

 

처음부터 망설임이나 굴곡 없이 한길로만 가는 탄탄대로의 그것이라면 거칠 것은 없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이고,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어느 길로 가야할 지를 몰라 좌충우돌 망설인다면 그건 또 너무 가벼워서 경박할 것 같다.

그렇게 그렇게 적당히 흔들리고 좌절하기도 하고,

퍼질러 앉아 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떨고 일어나 앞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는 게 인지상정일게다.

한때 김탁환을 정말 좋아해서 김탁환의 그것이 나오는 쪽쪽 읽어댔지만,

어느 순간을 경계로 애정이 식었었다.

그때가 아마 백탑파들이 등장하는 소설이었던거 같은데,

그속의 박지원이고 이덕무, 이옥 등의 글들이 인용되는 것을 보고는 창작이 아닌 모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의 프로필 란에 붙는 소설가 말고 이야기수집가라는 수식의 의미를 이해 못했던 셈이다.

 

이제는 어설프게나마 그의 독서 방법과 글쓰기 방법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책을 부르는 책'이란 소제목도 그렇지만,

<아비 그리울 때 보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겠다.

세상엔 책상에 앉아서 엉덩이의 뚱뚱함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별을 보기 위해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는 행위를 해야 하는 법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책을 읽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개인적인 체험에서 세대의 경험으로 확장시켜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듯 보인다.

세월호 관련 행사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의 SNS에 적극 참여하고,

핵폐기물 문제에도 관심을 보이는데, 탈핵의 입장만이 아니라 친핵의 논리에도 관심을 보인다.

서민의 기생충열전을 읽으며 생물에 감정이입(54쪽)을 얘기하길래,

이 모두가 정치적 활동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와 '강산에'의 '삐딱하게'를 대조하면서,

작가란 공직자들의 공적인 발언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말들을 믿지 않고 되살필 운명을 타고 났으며,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정치적 활동들이 아니고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않는 이들의 삶을 조사하고 관찰하여 정리한 후 이야기로 담는 이가 또한 작가다.(63쪽)

법칙을 이끌어내는 건 경험이다.(109쪽)

 

필사의 핵심은 공감과 자발성(82쪽)이라고 하며,

결혼한 딸이 아우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친정에 와서 '임경업전'을 베끼다가 마치지 못하고 돌아가자,

아버지가 소설 애독자인 딸을 위해 종남매와 숙질까지 불러 함께 필사를 마친 뒤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단다.

'아비 그리운때 보라'

 

아무래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혜초의 여정을 그대로 되밟아 그려낸 소설 '혜초'의 그것과,

'글도 춤도 결국 발바닥으로 시작하는 것이다'의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을 위한 그의 행보였다.

 

굳이 이 책을 분류 하자면 책을 읽은 서평이나 독후감 모음집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조금 다른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 한종류로 통일한다고 하여 논란이다.

김탁환 같은 소설가도 글을 개인적인 삶을 고백하는 사소설 형식으로는 쓸 자신이 없다고 하는걸 보면,

글은 어떻게 쓰이고 읽혀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그의 글들이 세대의 경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 여부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의 몫은 아닐 것이다.

빛이 있어야 그림지가 있고, 새벽이 있어야 황혼이 있으며, 전쟁과 평화, 상승과 몰락을 다 경험해야 하듯이,

개개인의 삶이 모인 역사라는 것도 한 종류로는 제대로 된 역사라고 할 수가 없다.

 

 

김탁환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를 인용하며 책을 이렇게 끝맺고 있는데,

읽는 내내 같이 아프다.

 

ㆍㆍㆍㆍㆍㆍ 츠바이크는 그림자를 앞세워 지나갔고, 나는 이제 내 그림자를 돌아보려 하는 것이다. 갈 길이 멀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내 앞에 나의 그림자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이번 전쟁의 뒤에 지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음을 보았던 것과 같았다. 그 그림자는 내내 나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가 밤낮으로 나의 모든 생각 위를 떠다녔다. 아마도 그 그림자의 어두운 윤곽은 이 회상의 書의 많은 페이지 위에도 드리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그림자는 궁극적으로 빛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벽과 황혼, 전쟁과 평화, 상승과 몰락을 경험한 자만이, 그러한 인간만이 진정으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의 세계』,551~552쪽

  

 

 

                     

 아비 그리울 때 보라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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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24 13:51   좋아요 0 | URL
김탁환 작가는 제목도 참 잘 지어요.
 
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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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좋아하는 요리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박찬일이라고 대답하지만,

제대로된 대답이 되지않는 이유는 그가 만든 요리고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끔 백년식당이란 책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가 추천하는 식당들을 가서 먹어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맛이 있을때도 있고 내 입맛에 영 아닐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쓰는 글만큼은 언제나 맛깔스러워서 혹하게 되는데,

이 책도 본문보다 '아이고, 형, 연복이 형'이라는 '추천의 글'을 더 열심히 읽었다는 걸 조심스레 밝힌다.

 

텔레비전에서 그를 몇번 보고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며 멋지다고 생각했었지만, 박찬일이 쓴 '추천의 글'을 볼때까지만 해도 나의 선택을 신뢰할 수 없었다.

요리 뒤로 그가 인사를 나왔다. 꾸깃꾸깃한 싸구려 조리복 상의에 아무렇게나 입은 낡은 청바지, 요리 모자 삼아 대충 눌러쓴 게리슨모, 게다가 앞주머니에는 누런색 말보로 담배가 떡하니 꽂혀 있었다.(5쪽)

그와의 첫만남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는데,

나를 혼란스럽게 한건 꾸깃꾸깃한 싸구려 조리복 상의나, 요리사의 자존심이라는 모자를 아무거나 대충 눌러쓴 때문은 아니었다.

음식을 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감각이 그렇지만 미각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라, '앞주머니에 꽂힌 누런 말보로 담배란 단어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 둘의 첫 만남이 십년도 더 전의 일이고, 담배를 끊은지가 13년이 되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계속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 이십대에 축농증 수술을 잘못 받아 후각이 마비되어 냄새를 못 맡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요리사로서 그가 지키는 철칙에 관해 읽고나서야 '역쉬~, 나의 사람보는 눈은 틀림없구나. 음화화화~'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가 요리사로서 지키는 철칙은,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내 배가 부르면 미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예전에는 피웠는데 어느 날인가 담배가 혀를 텁텁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어 끊어버렸다.

폭음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3가지인데 다 미각과 연관된 것들이다.

 

언젠가 김제동의 모친이 '가식도 10년이면 예절로 봐주어야 한다' 고 했다던게 떠올랐다.

처음엔 가식이었다 하더라도, 몸에 익어 버릇이나 습관이 되어버리면...성격이나 본성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의미 일텐데,

그런 의미의 연장선 상에서 이 책이 참 좋았었다.

다른 요리책들처럼 레시피를 공개한 책이 아니어서 좋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가 직접 썼다고 폼잡지 않고 녹취했다고 고백해주어서 더 좋았었다.

솔직히 중화요리라는게 레시피가 있고,

그 레시피를 고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맛이 똑같이 나는 요리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다, ㅋ~.

 

 

암튼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엿본 것은,

43년 경력을 넘어 이 시대가 기억해야 할 땀과 맛을 일깨워준 중화요리사 이연복의 인생이야기 였다.

물론 세월이 세월이니 만큼 생략되고 미화되고 각색되었겠지만,

그래도 한가지 일을 43 년동안 했다는 것은,

기술자 장인의 경지를 넘어 요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자의 내공이 느껴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난 개인적으로 달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게 숙련된 자의 매너리즘으로 비춰져서 였다.

그런데, 이연복 님이라면 달인이 아니라 달관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때문에 그가 하는 얘기들이 요리와 관련된 얘기들인데도 불구하고 삶 전반에 관한 얘기로 읽혔고,

그렇기 때문에 주방의 후배들이 그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는 '사부'란 호칭으로 나도 불러보고 싶어졌다.

ㆍㆍㆍㆍㆍㆍ내가 만들었던 음식들은 한식, 일식, 중식이 섞여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바로 중식이 갖고 있는 장점 때문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나 중국 음식이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쉽게 배달해 먹는 만큼 중식은 어떤 환경에서든 변형이 쉬운 음식인 것이다. 한식이나 이탈리아 음식만 해도 확고한 자기 스타일이 있는데 중식은 상대적으로 응용이 빠르다. 전 세계적으로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고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그 이유가 클 것이다.ㆍㆍㆍㆍㆍㆍ일본에서 직접 가게를 운영하면서 크게 느낀 것은, 열심히 하려고 시작했으면 사람들의 성향에 맞춰서 메뉴를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ㆍㆍㆍㆍㆍㆍ

일본에 있으면서 사람 대하는 법도 많이 배웠다. 친구 고르는 법부터 사람을 파악하는 법, 배짱 있게 사람들을 대하는 법까지 다양하게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욱하던 성격도 많이 죽었다. 대사관에서 일하던 시절만 해도 48킬로그램에 눈에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날카로운 모습이라, 대사에게 웃는 연습을 좀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한번은 대사가 자기처럼 아침, 점심, 저녁에 거울을 보면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2~3개월 동안 내가 제대로 연습했는지 확인할 정도였다.(82쪽)

그가 일본에 있으면서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웠다는 부분은,

나를 포함하여 사람을 상대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배우고 적용시켜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이게 그의 자존심이나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관련한 올곧음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를 취한다.

음식을 팔아서 매출이 오른다는 건 당연히 재료비도 예전보다 더 든다는 뜻이다. 그래도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으니, 전보다 훨씬 많이 남기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그런 걸 생각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장님이 그랬다. 나는 말해봐야 소용없는 사람들과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세히 이야기해봤자 이 사람에게는 변명밖에 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73쪽)

 

'주방사람들의 뒷모습만 봐도, 앞에 들고 있는 음식 온도가 몇 도인지 훤히 보이는 나로서는 호통을 칠 수밖에 없다.(117쪽)'는 대목 같은 경우는 연륜이나 내공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그의 정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내 몸이 조금 편하자고 변칙을 쓰면, 그건 요리사가 아니다.ㆍㆍㆍㆍㆍㆍ그건 막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청결이 몸에 배야 하기 때문이다.(176쪽)

ㆍㆍㆍㆍㆍㆍ

"음식 만들때 가장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 있게 '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뒤이은 친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간도 중요하지만, 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나는 그때까지 그런 말을 입밖에 내어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게 기본이었지.ㆍㆍㆍㆍㆍㆍ그러면서  내 마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음식을 대하는 마음을 표현하자면 '정확하게, 정직하게'이다.(177쪽)

 

음식 만드는 사람이냐, 장사하는 사람이냐?(242쪽)

 

간혹 병원이나 약국 등도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 학교나 학원도 수업료나 강의료를 내야한다...따위의 얘기를 한다.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하지만 이연복을 흉내내어 한 마디만 하고 싶다.

사람 몸으로 가는 거,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거 갖고 장난치지 말자.

음식이 사람 몸에 들어 가서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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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10-07 18:36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이 제대로 보신 분이라면~~두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책 재미나겠어요~~
근데 오랜만이어요?
양철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5-10-19 14:21   좋아요 0 | URL
제가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이 있는게 아니라,
인생의 간난신고를 겪은 사람들 끼리 통하는 일종의 `찌찌뽕`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데 잘 지내세요, 책 읽는 나무 님~?

세실 2015-10-07 20:53   좋아요 0 | URL
모든 요리사가 음식=정직한 마음으로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요리는 영 젬병이네요...

양철나무꾼 2015-10-19 14:23   좋아요 0 | URL
세실 님처럼 미모로우신 분이라면,
요리 정도 젬병인거... 용서할 수 있습니다~ㅅ!

저라면 세실님 얼굴만 쳐다보고 살아도 배부를 것 같거덩여~^^

세실 2015-10-19 17:05   좋아요 0 | URL
호호호 울 신랑은 전혀 그리 생각안하는게 문제죠?

해피북 2015-10-08 09:04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세요~~양철나무꾼님^~^
저희 엄마두 어릴때부터 냄새를 맡지 못하셔서 엄마 코대신 식구들이 냄새를 맡아서 말해주곤 했는데 이연복님 사연듣고 엄마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ㅎ 43년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것. 저는 물질적 부유함보다 그런 가치관이 더 멋져보이더라구요 ㅋㅂㅋ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5-10-19 14:25   좋아요 0 | URL
전 달인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지만,
삶이 배어있고 생활이 녹아있는 그런걸...이길 것은 없겠죠~?^^
 
상(차리는)남자? 상남자! - 삶이 따뜻해지는 다섯 남자의 밥상 이야기
조영학.유정훈.강성민.이충노.황석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조선시대 궁중요리사는 남자였고, 사옹원에 소속되어 숙수라고 불렸다는 얘기는 새로울것도 없거니와,

그러고보면 그 당시엔 단순히 음식이라기 보다는 치료의 개념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쿡방, 먹방이라고 하여 쉐프라는 이름의 남자 요리사가 대세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럭셔리한 요리의 반대 급부로 엄마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회자되기도 한다.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조영학 님과  글항아리 강성민 님이 필진이어서 망설이지 않았는데,

읽다보니 메디치출판사다.

메디치출판사의 책만드는 감각이 나의 독서 취향이랑 비슷한가 보다, 비껴가지 않게 된다.

띠지를 따로 만들지 않고 띠지처리한 겉표지도 맘에 들고,

작가들의 얼굴을 세밀화로 그려낸 것도 맘에 든다.

 

이 책은 여는글에 적힌대로, 요리책이 아니다.

상남자 5인방의 솔직한 가족사이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한 끼의 식사'를 정성스럽게 차려내는 평범한 사내들의 무용담이다.(8쪽)

 

이 책의 필진이 작가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글이 하나같이 군더더기가 없고 그래서인지 오히려 큰 감동을 준다.

요리의 솜씨나 내용으로 내공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일을 하다가 아내를 위한 밥을 짓는다는 조영학 님은 아무래도 보통이 아니지 싶다.

텃밭농사를 지어 식재료를 조달하는 것도 그렇지만,

당신 손으로 직접 맥주와 막걸리를 빚는다는 것은,

솜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빚기 때문이라고 겸양을 부려도,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어릴때부터 야한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리를 하기 위해 엄머의 외출을 기다렸다는 강성민 님의 글도 맛깔스럽다.

 

먹는 일은 즐겁다.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먹는 일에는 정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가꾸는 것이리라. 뭐가 그렇게 바쁜지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에 마음을 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해서 환경 자체가 음식에 친화적이다. 책 속에도 있고 책 만드는 사람들 속에도 항상 음식 이야기가 있다. 음식을 빼고 글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문학도 음식이고 역사도 음식이다.(108쪽)

 

강성민 님의 글은 맛깔스러울 뿐만 아니라 소박하고 정겹다.

ㆍㆍㆍㆍㆍㆍ"민어가 민물고기야?"라는 소리를 들었던 민어매운탕 등 요리하는 일은 창조였으며 재료와 소통하는 일이었다. 맛내기에는 자주 실패했지만 사람들이 즐겁게 동참해줘서 요리하는 일이 즐거웠다. 어느 날 부지런히 음식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나를 보고 아내는 "그걸 왜 먹을 때마다 찍어?"라고 묻는다. 내 대답은 "곧 사라지니까. 한시적인 존재잖아." 모든 음식은 아름답다. 한시적인 존재인 인간이 그런 것처럼.(120쪽)

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는 음식 이야기를 돌아보면, 음식을 통해 대단한 뭔가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음식은 삶이기도 하고 역사이면서 시이기도 하다. 음식이라는 카테고리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거기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느낌을 받는다(124쪽)고 하고 있는데,

이쯤되면 글도 음식만큼이나 정갈하다.

 

쿨해서 멋지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실은 이충노 님이 아니고 아들 은규였다.

다행히 은규는 양평 일진들에게 쉽게 휩쓸리지 않았다. 하지만 선후배는 물론, 친구 하나 없이 아빠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중3 아이의 모습은 몹시 안쓰러웠다.

"쪽 좀 팔린다고 여기서도 그러면 안 되죠."

"비굴해지더라도 피해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얘들이 너무 세게 나올까 봐 걱정이에요."(144쪽)

 

글에서도 로맨틱함이 베어나는 사람은 영화 번역가 황석희 님이었다.

그는 요리가 즐거운 건 맛있게 같이 먹어줄 아내가 있기 때문이란다. 배가 차는 알약 하나만 있어도 그만 이고 평생 라면만 먹으며 살아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는 그는, 혼자가 된다면 당장 요리를 그만 둔다고 선전포고를 할 정도로,

즐거운 무엇도 아내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You say, it's done.(당신이 원하면 뭐든지 이루어 드리리.)"는 조영학 님이 "사랑해"와 함께 입버릇처럼 아내에게 들려주는 얘기란다. 근데 이게 립서비스가 아니라 아내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란다.

이쯤 되면, 이 책이 요리책이 아니라, 솔직한 가족사이고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에 마음을 내는 사람들의 진솔한 얘기라는 것을 알겠다.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동안의 난,

궁금한게 많아서 먹고싶은게 많다고 할 정도로, 식탐도 많았었고,

들이는 책이 읽는 책의 속도를 훨씬 앞지르는데도,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보면 괜히 셀레여서 어쩌지 못하곤 했었다.

 

체증에 보대끼더라도 젊었을 때는 치기로 극복할 수도 있었던 것들이,

이젠 상호적이고 어울려야 한다는걸,

말이 안 통하는 재료와도 소통을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겠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 나와 다른 것들을 욕심내지 말고,

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하고,

내 자신의 속도로 살라고 가르쳐 준다.

나름의 속도를 찾으니,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도 않게 되고, 체기가 무서워서지만...맛있다고 과식하지도 않게 된다.

 

이 책이 모든 이들에게 나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나름대로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살면 된다고 가르쳐준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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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0-05 16:27   좋아요 1 | URL
한번 읽어 봐야겠네요..
저도 ..와이프가 저녁 늦게 일하는 직업이라서 늘 야식꺼리가 고민이었습니다..

매일 늦게 힘들어 일하는 아내에게 늦게 먹는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배고프게 잠자는게 늘 아쉬워서..

양철나무꾼 2015-10-06 11:09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전 먹고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는 속담을 신봉하는지라~, 언제든 배곯지 말고 먹어야 한다는 주의 입니다여~! 가볍게라도 드셔야 잠이 잘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