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 친절한 DIY 교과서 27
이영란 지음 / 터닝포인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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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여자들에게는 커플룩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래서 연애때나 신혼때 티셔츠를 같은 디자인이나 색깔로 맞추어 입는다던지 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행복해 한다.

내가 바라는 커플룩은 좀 다른,

이제는 실현시킬래야 실현시킬 수 없는 그런 것인데,

이 책의 표지처럼, 딸과 나란히 맞춰 입는 그런 커플 룩이다.

 

아들이 어렸을때,

하도 성별을 무시하고 내 맘대로 꾸며줘서 그런가, 이젠 결코 내가 골라주는 옷은 안 입는다.

아들도 나도 나름 패셔니스타를 자처하지만, 취향은 정반대인지라,

내가 아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지 않는 이상, 커플로 입는건 꿈도 못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럼, 아들을 따라 입으면 되지 못 입을게 뭐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 나이에 걸맞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있는 것 같다.

 

이젠 딸을 낳는 것도,

다큰 아들과 옷을 맞춰입는것도, 요원하지만,

난 오늘도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같은 책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이 책은 홈소잉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고 있는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부터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 옷본을 가지고 응용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알맞게 만들었다.

아이 생활에 필요한 소품 전반과 패션을 아우르고 있다 보니 난이도가 제각각이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자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권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다 보니, 타겟이 명확하지 않다.

소잉을 처음시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뒷부분에 나오는 패션 응용편은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뽀글거릴 것 같고,

박음질 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앞부분의 스카프이나 배이불 같은 게 쓸데없이 느껴지기도 할테니까 말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이 시점에서 외국 아이들을 데려다가 모델로 쓴 것은 차치하고 라도,

용어를 일부러 영어를 소리나는대로 쓴 것이다.

책 전체에 걸쳐 여러번 '스카프 빔'이라고 나오는 걸로 보아 오타는 아닌것 같은데,

빔은 '빔 프로젝트'처럼 불빛이 나오는거고, 턱받이라면 빕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보고,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이런 것들을 만들었으니,

나를 솜씨 좋은 아줌으로 거듭나게 해주었으니,

마냥 툴툴거릴 수만은 없겠다, 땡큐다, 때~땡큐~!

내가 매번 이렇게 딸타령을 했더니,

언젠가 누가 아들을 빨리 장가보내 며느리에게 해주라는데,

그건 나의 질투와 시샘을 모르니 하는 말이고,

하늘에서 못난이 인형처럼 귀여운 아기들이나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이럴때 적절한 속담이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인지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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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6-01-12 11:25   좋아요 1 | URL
제게는 이런책이 대리만족이 아니라 좌절감을 주던데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6-01-12 11:29   좋아요 0 | URL
어헛~,무슨 말씀을~!
전에 보았는걸요, 아드님을 위하여 맞춤형 책까지 만드시는걸요~(,.)
이것 저것 다 만들어도...전 아들을 위하여 책은 만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맹세코~!

AgalmA 2016-01-12 11:58   좋아요 0 | URL
˝아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지 않는 이상˝ 크크크크킄....
집에 가방 만들다 던져 둔 게 있는데, 청소할 때마다 보게 되는 모조 마호가니 손잡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아요-_-;

양철나무꾼 2016-01-15 13:39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을 읽는데, 언젠가 읽었던 이어령 님의 호마이카 책상 어쩌구 하는 수필이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마호가니 손잡이라도 종종 들어주셔서 손때 묻어 귀한 그런 가보로 만들어보심이...ㅋ~.

서니데이 2016-01-12 12:11   좋아요 0 | URL
저는 어려서 선택권이 없던 시절, 엄마가 만든 옷을 입었어요. 그렇지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약간의 의사표시가 가능할 시기 이후로는 가게에서 사준 옷을 좋아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오늘 많이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서니데이 2016-01-12 14:19   좋아요 0 | URL
앞에 댓글쓸 때는 사진을 못 봤는데, 이 책으로 옷을 만드셨군요. 한참 걸리셨겠어요. 예쁘고 집에서 입으면 편할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6-01-15 13:44   좋아요 1 | URL
전에도 그런 댓글 본거 같아요.
엄마가 만들어준 옷을 입고 자란 서니데이님은, 핸드메이드 제품이 싫으셨군요?
하긴 저와 제 주변에서는 핸드메이드 제품 인기 없어요~ㅠ.ㅠ
그래도 만드는걸 보면, 분명 중독이지 싶어요~^^

서니데이 2016-01-15 14:26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그때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보다는 비슷한 것을 더 좋아했던 모양이예요. 그때도 엄마가 만들어주신 옷이 더 예쁘긴 했어요. 그런 것들이 아이들 마음 아닌가 싶어요.^^

yureka01 2016-01-12 12:39   좋아요 2 | URL
며느리에게 딸같이 커플룩.ㅎㅎㅎ멋찔거 같은데요....

양철나무꾼 2016-01-15 13:46   좋아요 2 | URL
며느리를 딸같이~,
며느리인 제 입장에선 참 절실한 구호였지만,
이제 시어머니가 될 제 입장에서 보자면 참 구현하기 힘든 구호입니다여~ㅅ!

해피북 2016-01-13 01:00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에코백을 함 만들어보고 싶다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자신이 없어서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어요. 양철나무꾼님의 맵시있는 솜씨가 무척 부럽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1-15 13:49   좋아요 1 | URL
에코백 취지에 맞는 청바지 재활용 가방이나, 현수막 재활용 가방 같은 거 저도 하나 장바구니로 장만하고 싶어요.
요즘 에코백은 걍 너무 이쁜 천가방이더라는~ㅠ.ㅠ

맵시있는 솜씨도 좋지만, 전 님의 해피한 마음씨가 더 부러운걸요~^^
 

                                                                    호 모 에 렉 투 스

 

                                                                                                  - 백  무  산 -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던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어이없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상인에게 상술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걸인에게 동냥의 공정거래를 요구할 참인가 정치꾼들의 쇼는 전략이라는 건가

 

  사지 멀쩡한 놈이라고 혀를 차지만 사지 멀쩡한 거지가 없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구걸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구걸 가운데 어떤 구걸이 도덕적인가

 

  비참해야 하는데 덜 비참한 것이 문제였을 것 발밑에서 계속 기어야 하는데 머리를 쳐들었기에 혐오가 생겼을 것 고귀하고 선한 본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건가

 

  머리를 땅에 닿도록 굽신대며 표를 구걸하고 신분을 위장하고 머슴입네 간을 빼줄 듯이 가난한 자의 발바닥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의 계급 위장은 고상한 전략인가

 

  생존을 위해 직립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들뿐인가 진화를 교란하고 기적을 연출하는 인간들이 그들뿐인가

 

  배를 깔고 바닥을 기다 멀쩡하게 일어나는 기적과 숙였던 고개와 바닥에 깔았던 신분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거만한 지배자가 되는 건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도덕적인 기적인가

                                                                                                         -시집 <폐허를 인양하다> 중에서-

 

 

 

 

 

 

 

 

 

 

 폐허를 인양하다
 백무산 지음 / 창비 /

 2015년 8월

 

 

20대 총선일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과 야당이 꼴난 의석 수를 두고 싸우는 것을 보면 웃기지도 않는 것이,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랄까,

자충수를 두는 걸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4년 주기로 총선이 치뤄지다보니, 4년마다 한번씩 비슷한 광경들을 목도하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다.

언제부턴가 아침 출근길 거리 곳곳에서 밝은 목소리를 가장하여 인사하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라는 이들이 눈에 띄고,

목 좋은 건물 외벽에는 이들의 얼굴이 대형 현수막에 걸려 나부낀다.

 

그런데, 이들이 내건 대형현수막이 건물 전체 유리창을 막아,

건물 안으로 햇살 한줌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알려나 모르겠다.

 

햇살 한줌이 나같은 서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서라고 했던 디오게네스의 용기가 닮고 싶은 오늘이다.

하긴 그 전에 우리에게 알렉산더 대왕 같은 왕은 없는 것인가 툴툴거리게 되지만,

역사상 그레이트를 붙인 왕이 몇 명이나 되던가 말이다.

 

오늘 강헌을 읽는데, '목(木)'의 기운을 이렇게 얘기하더라.

ㆍㆍㆍㆍㆍㆍ물론 넝쿨처럼 옆으로 자라는 나무도 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대부분의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나무의 성질이나 나무가 있는 풍경을 떠올리기보다는 지표면에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상승의 기운을 상상하길 권한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지구의 중심으로 떨어진다. 나무로 표상되는 목(木)의 상승하는 기운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멋진 개념이다.(63쪽)

 

 

 

 

 

 

 

 

 

 명리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그래서 생각난 것인데,

'직립'을 내마음대로 '배를 깔고 바닥을 기다'로 재정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혼란스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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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6 18:11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출간된 강헌의`명리`, 저도 읽어보고 싶긴 한데, 조금 더 찾아봐야 겠어요.
양철나무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8 09:22   좋아요 1 | URL
강헌 님 명리, 기초 지식이 없으면 산만하고 어려워요~--;
예제가 많고 설명이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군데군데 본문내용과 상관없는 원국표도 등장해요.
좀 더 찾아보시고 신중한 선택을 하시는게 좋으실 듯~^^

서니데이 2016-01-08 11:48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앞부분 조금 읽어봤는데 망설여져서 질문드렸어요. 실제 책을 보고 사야 될 것 같아요.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좋은 금요일 되세요.^^

2016-01-06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9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 답답하고 어수선한 마음 달래주는 점의 위로
이지형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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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을 보면 쌍문동 아줌마 3인방이 아이들이 고3에 오르자 점을 보러가는 장면이 나온다.

점쟁이는 쌍문동 아줌마 3인방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책임지지 않을 선에서 두루뭉술 희망적으로 얘기한다.

그 중 누군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묻자 '그걸 내가 알려줘야해?'라고 호통치며 임기응변으로 넘어간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까지가 점쟁이의 몫이고, 삶을 살아가는건 자신의 몫이다.

그게 점의 위력이 아닐까 싶다.

 

전에 읽었던 '강호인문학'은 덜하지만, 이 책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는 제목을 완전 잘못 뽑았다~--;

제목만 봐서는 '점집'이나 찾아 다니는 책 같이 느껴지는데, 그런 책은 아니다.

삶에게 속은, 그래서 삶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다독일 수 있는 것은 세련된 심리 상담과 철학이 아니라, 그들의 삶만큼이나 변두리로 내몰린 삼류의 값싼 말들이다. 고통을 당해 본 사람만이 고통을 안다. 소외를 치료하는 것은 소외된 의식뿐이다.(7쪽)

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사주명리'와 '역학'간판을 내건 점집이나 역술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했고,

그런 곳에서 사용하는 이상하고 요상한 사주 명리와 역학 용어들 때문에 당황스러워해본 경험이 있어,

스스로 이런 것들을 공부를 했고, 그 과정에서 지인들의 사주를 봐주다보니 이런 책을 내게 되었다.

 

한사람의 운명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100명 아니 적어도 1000명의 운명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누군가의 삶에 대해 말하면서, 그 정도의 경험이 없다면 명리가 아니라 사기나 가벼운 말속임에 다름 아닐 것이다.

  길거리에 또 젊은이들 자주 찾는 극장과 카페까지 사주와 타로 하는 분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물론 거리의 명리 연구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그럴 듯하네!'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현재 위치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상담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주와 타로의 교본을 읊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점 본다는 것, 소신을 가지고 남의 운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나와 남 모두에게 솔직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정말 어려운 작업이 점 봐주는 일이다.(37쪽)

 

그러면서 가짜 점쟁이 구별법에 대해서 얘기한다.

자신이 과거 만났던 사람을 예로 들면서 눈빛이 흔들렸기 때문에 틀림없이 가짜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가짜 점쟁이여서 자기가 하는 말들에 확신이 없어서 눈빛이 흔들렸을 수도 있지만,

단지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아마추어일수도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이 점치는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 확신이 없어서일수도 있지만,

입문하여 수행한지 얼마 안되어 또는 내성적이어서 사람을 대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모두를 차치하고,

가짜여도 희망적이고 선의의 결과를 낳는다면,

위약효과마냥 우리에게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긍정적인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주 미미하더라도 간과할 수는 없지 않겠나?

 

2015년 10월에 나온 강호인문학을 먼저 읽고 그보다 4년전에 나온 이 책을 나중에 읽어서 다행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이 '과도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여물지 않아서 어설픈 느낌이랄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점을 봐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사주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것을 봐주다보니,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지에 이르면, 극에 다다르면 오히려 쉬워진다는걸, '강호인문학'과 비교하니 알겠다.

 

이 책 같은 경우, 한쪽 분량으로 단락을 나눈, 잡문수준의 글이고,

어려운 내용도 없는데 산만한 느낌이 드는 반면,

'강호인문학'은 같은 수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더 쉽고 머리에 쏙 들어오도록 설명하고 있다.

한걸음 떨어져서 관조적으로 바라보면 4년여의 업적이라고 하기엔 어찌됐건 괄목상대할 일이다.

 

암튼, 이 책은 사주, 풍수, 주역까지를 뭉뚱그려 점의 영역에 집어넣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점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이 세상에 나혼자만 힘들게 사는 건 아니라는 것,

한꺼풀 벗겨내고 나면 다들 그렇게 지지고 볶고 그러면서 사는게 사람의 일이라고 담담히 읊조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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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리뷰를 보고...
    from 흔적의 서재 2016-01-06 15:29 
    이지형의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란 책이 있다. 유하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응용한 제목이라 생각된다. 80년대를 풍미(風靡: 바람에 초목이 쓰러진다는 뜻으로,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사조 따위가 널리 사회에 퍼짐을 이르는 말. 바람 풍, 쓰러질 미)했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가 양귀자 작가의 ‘비가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를 패러디한 것임을 감안하면 이지형은 비가 오는 날은 무엇을 할
 
 
yureka01 2016-01-05 13:06   좋아요 1 | URL
저도 매일 점찍고 싶더라구요..^^..
사진으로 된 점~~~

양철나무꾼 2016-01-05 14:12   좋아요 2 | URL
점은 보는거고 사진은 찍는거예요~ㅅ!
사진만큼 삶을 잘 반영하는것도 없죠. 그래서 님의 그것이 그렇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나 봐요~^^

서니데이 2016-01-05 15:00   좋아요 1 | URL
여러 방식의 역학이 있겠지만 자세한 것까지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큰 그림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것을 참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긴 해요.
저는 실제로는 점이나 사주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고 본 적이 없어서 가끔 궁금해요. 그분들은 어떻게 말하는지요.
앞으로 좀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있으면 될 거야, 같은 말을 듣고 오는 것만으로도 한동안은 잘 지낼지도 몰라요. 가끔은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6 18:27   좋아요 1 | URL
점집을 찾고 한동안 잘 지내는 기간이 약 6개월이래요, 일종의 중독이죠~^^
그렇게 따지면 중독 아닌게 없는 거긴 하지만요.

전 실은 점이랑 사주, 주역에 대해서 견해를 달리 하는데 그것까지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이 정도로 정리하죠~^^
오늘 소한이라는데 생각보다 덜 추워요.
잔뜩 대비하고 있어서 그런가~(,.)

cyrus 2016-01-05 17:18   좋아요 2 | URL
유하의 시집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군요. 선거철이 다가오면 종편 방송에서 특정 정치인들의 운명을 예견하는 무속인들이 출연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짜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6-01-06 18:29   좋아요 1 | URL
전 전에 이영돈 PD가 종편에서 무속인 특집하는 것까지 다 봐주셨잖아요.
그때 쫌 그랬어요.
바로 얼마 후 요거트 사건으로 어론에 회자되더군요~ㅠ.ㅠ
 
카메라와 앞치마 - 타인과 친구가 되는 삶의 레시피17
조선희.최현석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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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난 텔레비전에서 대국민 인기드라마인 '응.팔.'을 시청중이었다.

요즘 두 명이상 모인 곳에서 '응.팔.'을 모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걸,

국민의 마음을 맞춤하게 읽어내는 대국민 인기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방송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읽어내고는,

첫회부터 쭉 연결하여 재방송중이었다.

장면이 바뀔때마다 같이 울고 웃다보니,

명절 음식이라며 빚은 만두를 한솥단지 끓여먹고도 금방 허전하여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 국수를 비비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텔레비전 속에서도 명절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 여럿이 모여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손 큰 아줌이 커다란 양푼에 비벼진 뭔가를 대접에 덜어주며 이렇게 한마디 하는데,

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다가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게 미국 국수라케데예, 스파게티 함 비벼봤어예~."

텔레비전이라는 공간을 뚫고 20여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거슬러 올라가 제대로 몰입하고 올킬하는 순간이었다.

 

 

잘 기획되고 만들어진 책이란 이런 것을 두고 얘기하는게 아닐까 싶다.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은 모르지만,

처음 주제를 정하고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걸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를

기획자는 프롤로그에서 '조선희'의 목소리를 빌려 얘기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하는 인생과 취향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했고,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음식이라는 주제에 도달했다.(7쪽)

 

그런데, 나는 이렇게 잘 기획되고 만들어진 책이 뭔가 아쉽다.

조선희는 그동안 책을 네 권이나 냈다고 하고,

최현석도 그녀의 말대로라면 세상을 트렌디하게 만들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그들을 버무려 책 한권에 집어넣었다는게 말이다.

 

조선희도 완벽하고 최현석도 훌륭했다.

둘이 상대를 존중하면서 본인의 특징과 개성도 유감없이 발휘하였지만,

동영상 촬영이 되었어야 할 부분을 움직임이 잘린 '움.짤.'영상으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언젠가 프랑스 정찬에서는 점심에 시작한 식사가 저녁에 끝나거나, 최소한 2~3시간동안 식사가 이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다른 일로 산만하거나 딴청을 부린다던지,

입 한가득 음식을 넣고 '빨리빨리'하며 음식을 재촉한다던지,

핸드폰 속에 상대방의 얼굴이 들어있는 양, 핸드폰만을 쳐다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장시간에 걸쳐 식사를 한다고 해서 내내 음식만 먹는건 아니다.

사이 사이 분위기와 요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수고, 요리의 질을 음미하면서 먹는게 되겠는데,

이런 과정을 통하면 자연스레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해지고 싶으면 밥을 같이 먹으라'는 말의 의미는 이런 것일 것이다.

 

조선희와 최현석은 분명 프랑스 정찬을 준비했고,

나도 핸드폰을 보거나 딴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주인장이 내가 시간이 없을 것을 염려하여 최단코스로 '쏙쏙~!' 골라준 느낌이랄까?

 

 

강의를 듣거나 쿡쇼(cook show)를 보거나 콘서트에 와있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이런 것들도 양방향성이더구만~--;)

책을 읽고 있는 것인데, 해독불가, 내게까지 잘 전해져 오지 않았다.

 

이 둘은 모두 자신들의 정체성을 '창의성'에 둔다.

조선희의 경우, 작업을 어떤 분위기에서 하는지 모르니 차치하고,

내가 그동안 봐왔던 최현석은 퍼포먼스의 대가인가 싶을 정도로 비주얼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었는데,

그런 최현석도 창의성을 발휘하기 전 기본 요리실력을 탄탄히 쌓아두는 것은 기본이라고 얘기한다.

 

보통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스타일이 곧 트렌드이기 때문에,

말로는 자신의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멍석이 제공되어지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구실을 내세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거나 주변의 상황들을 분석하는데 인색한 경우가 있는데,

최현석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나는 자주 패한다. 특히 홍석천 씨와의 대결에서는 늘 고배를 맛본다. 석천이 형은 타고난 사업가여서인지 게스트의 취향과 입맛에 맞춰 요리할 줄 안다. 반면 나는 요리사라는 자존심에 퀄리티와 요리 기술 등을 게스트에게 강요한다. 그렇게 몇 번의 패배를 겪으며 좋은 요리의 요건이 무조건 비싼 식재료나 요리 기술 등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음식의 내공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란 내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이며 감성적인 부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99쪽)

겸손하다.

이것이 오늘날의 그를 있게 만든 것 같다.

 

쿡방, 먹방 프로그램이 대세이고,

그런 의미에서 최현석 같은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연예인의 대열에 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요리사를 본업이라고 생각한단다.

아마도 그가 연예인도 아닌데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것은,

그의 단단한 어깨로 요리사라는 정체성을 붙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에 비하면 텔레비전 속의 1988년은 엄청 가난하고 촌스러웠다.

하지만 그때를 그리며 웃고 울고 추억에 젖는 것은 아마도,

그때는 아무리 바빠도 숨이 턱에 걸리도록 바쁘지는 않아서 이웃과 정 한자락은 나눌 수 있었고,

동네 골목에서 고만고만하게 자란 친구들끼리 마음을 열고 소통이란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게 1988년 그때로 돌아가겠다고 묻는다면 '아니올시다'이다.

지금 2016년, 여기 이곳에서 내 옆의 이 사람들과 새로운 트렌드-꿈과 추억-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면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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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1-02 16:53   좋아요 3 | URL
그렇다고 내게 1988년 그때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아니올시다`이다. 저도요~ 저의 88년도는 힘들었고 불편했거든요~ 시간이 추억을 포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 포장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밖에 모르잖아요~
저도 지금 내 옆의 사람들과 새로운 꿈과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38   좋아요 0 | URL
`지금 행복하자`님의 닉으로 미루어 충분히 그러실걸로 사료되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제법 시원하여 새로운 꿈과 추억을 만들기에 딱 좋은걸요~^^

살리미 2016-01-02 18:54   좋아요 2 | URL
새해에 새기면 좋을 글이네요^^ 추억은 추억이기에 소중한 것이고,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39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습니다.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6-01-02 21:38   좋아요 0 | URL
책 제목도, 양철나무꾼님 글 제목도 다 좋네요~ 양철나무꾼님은 어쩐지 먹는 것도 책으로 해결을 보시는 듯한ㅎㅎ

양철나무꾼 2016-01-05 13:43   좋아요 1 | URL
궁금한게 많아 먹고싶은 것도 항상 많은 절 뭘로 보시는거예요, 췟~(,.)
없어서 못 먹는 제가, 책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과연 그럴까요?
이 배둘레햄과 인격이 그냥 유지되는게 아니랍니다.
언제 한번 저랑 먹기 내기 해보실래여?^^

2016-01-02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5 13:47   좋아요 1 | URL
저도 텔레비전 거의 안보는데,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여~^^
여러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라미란이 전국노래자랑 예심에 참가하여 반주테잎이 없어 입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완전 감동이었습죠~^^

서니데이 2016-01-02 22:1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의 글을 읽으면서, 1988년으로 돌아가기에 저는 너무 멀리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그 때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요. 아직도 응팔, 한번도 못봤어요.;;;
양철나무꾼님 새해 첫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5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은 그때 태어나시기나 하셨을까요?
이젠 그때 기억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 보면 `진주`정도 나이였을 것도 같고 말이죠~^^

전 그때 그들 나이다보니까 완전 몰입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재미가 배가되더라구요.

혜덕화 2016-01-03 19:1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망원동 에코 하우스 등 님의 글을 통해 만난 책이 참 좋아서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새해에도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59   좋아요 1 | URL
헤에~^^, 전에 한번 댓글 달아주셨던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 착각인가요?
제가 권해드린 책들을 좋다고 하셔서,
좋은 책들을 권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런게 알라딘서재에 글을 쓰는 보람인 것 같아요.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셔요~^^

서니데이 2016-01-04 23:34   좋아요 0 | URL
책 읽다가 그냥 생각이 나서 들렀어요.
새해 되고 많이 바쁘신가요.^^
오늘 저녁부터 날이 추워지기 시작해서 이번주 내내 추울 것 같아요.
감기조심하시고, 매일의 하루 하루 좋은 시간 만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4: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늘 감사드립니다.
제가 먼저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 적어도 댓글에 덧글은 열심히 달아야 하는데,
요즘은 북플의 알림기능이(제것만 그런가~--;) 영 신통치않아서,
덧글도 완전 늦장이네요~, 꾸벅~(__)

2016-01-05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호인문학 -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사주, 풍수, 주역 강의
이지형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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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네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의료기 체험장이나 약장사한테 다니시는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곳들이 뿌리 뽑히지 않고 성행 되는게 이상했었다.

어르신들이 아무리 세상물정에 어둡고 어리숙하더라도,

그것들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나 가짜 약이라는걸 모르실 정도는 아니실텐데 하던 어느 날,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애들 아범이 날 그렇게 귀하게 대접해주겠어, 아님, 애들이 날 그렇게 재밌게 해주겠어?

 한번 가봐, 얼마나 재밌는 줄 알어?

 가서 한나절 웃다 오는 거지.

 재미 없어봐, 억지로 잡아 끈다고 가겠나~!"

 그러니 우리에겐 만병통치약이고 비싸도 하나 비싼게 아니지."

 

언제부턴가 인문학이 대세인가 보다.

출간되어 나오는 책 제목들을 보면 '무슨 인문학' 또는 '어쩌구 인문학'해서 단어를 잘 선별해서 끝에 인문학만 갖다 붙이면 하나의 새로운 분야가 뚝딱 태어나는 둣 했고, 때문에 이 책 제목인 '강호인문학'을 봤을때도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상술로 여겨져서 씁쓸했었다.

 

자연과학과 서양학의 대칭 관계에 있는 것이 인문학과 동양학이 아닐까 싶다.

인문학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동양의 전통적 가치를 지닌 사상체계들은 아직도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고,

이것들의 학문적 연구는 동양이 아닌 하버드 옌칭 도서관(20쪽)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동양학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완전 소외되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거리를 떠돌며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능력을 얻게 된다.

그걸 책에서는,

삶이 힘겨울 때마다 골목 후미진 곳의 점집을 찾아가는 동료들을 떠올려보십시오. 도서관의 동양학이 서구의 학문체계와 융합하고 소통하는 동안, 거리의 동양학은 은거 속에서 전통 가치들을 더욱 공고히 하며 우리네 삶을 위로해왔습니다.

  그렇게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해온 거리의 동양학에 '강호인문학'이란 이름을 선사했으면 싶습니다.(21쪽)

라고 하고 있다.

 

그동안 이쪽 분야의 책을 좀 찾아 읽었던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위해서 돌아왔었던가 싶은 것이,

그동안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감격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제목은 '강호인문학'으로 위의 조어방식을 취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제목이고,

논리의 전개방식이 구태의연하지 않은 것이 설득력이 있고 문체가 세련됐다.

내가 애정하는 손철주에 버금가는 것 같다.

 

전에 읽었던 '새벽에 읽는 주역인문학'이란 책도 물론 좋았지만,

그 책이 좋았던 이유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였고,

문체가 다소 투박했고,

주역 한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이 책은 사주, 풍수, 주역 전반에 걸쳐 고루 다루고는 있지만,

세상 또는 삶의 본질을 알게 되면, 이들-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경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얘기하는 듯 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니뭐니 해도 이 분이 멋졌고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싶었던 부분은,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오늘날의 입장에서 접근하되 무조건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취할건 취하고 보완할건 보완하여,

인간, 그 중에서도 소외되고 외로운 인간을 위하고 위로하는 인문학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적인 사주보는 법에 대해서 안내하면서,

'思之思之 鬼神通知란 말을 하고, 머릿속으로만 아는 것과 직접 풀어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77쪽)'는 말도 한다.

 

사주의 원리란 한마디로 오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덜고 더하는 것으로 '중화(中和)'라고 하는데,

중화를 위해 필요한 오행요소를 사주명리에서는 용신'(用神)'이라고 한다.

 

이걸 한의학적으로 얘기하게 되면 보법(補法)과 사법(瀉法)쯤이 되는 것이고,

중용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중화, 중용이 되어...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게 마냥 긍정적이기만 할까 싶은게,

고이게 되면 마침내 썩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차에,

 

이 책에선,

여기서 부족한 오행을 보충하고 과도한 오행을 쳐내는게 간단할 것 같아도 실전으로 가면 아주 애매해진다는 말과 함께,

용신을 쓰자면 지나치게 발달한 그 특성을 제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면서(98쪽),

용신 무용론까지 내세우며 나의 기우를 일축시킨다.

 

아무리 빼어나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내가 이 책을 멋지다고 설레발을 쳤을 리가 없다~--;

그렇게 타인을 자신의 삶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때에만 자신의 사주적 한계, 즉 운명이 무너집니다.(116쪽)

라는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풍수에 대해서도 오랜 타성에서 벗어나 풍수가 가야할 길, 모색할 방법들을 소극적으로라도 제시하고 있다.

풍수를 복원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방법으로 우리산하를 활보하던 선승 집단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왔으나 이제는 지지부진해져 명맥을 찾을 수 없는 그곳, 풍수의 혈처들을 찾고, 풍수를 새롭게 이끌어 갈 기운을 찾아내자고 얘기한다.(193쪽)

 

끝으로 주역의 활용방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하나가 점(占)이고 하나가 마음공부이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제야 밝히는데,

내가 이 책의 저자를 멋지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역의 64괘 중 마지막 괘인 '화수미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어린 여우 한 마리가 먼 길을 돌아 목적지에 왔습니다. 이제 강만 건너면 됩니다. 마음을 다잡고 강을 뛰어넘는데, 다 건너갔다 싶은데 그만 꼬리를 물에 적시고 맙니다. 그 작은 여우는 소리 없이 물에 젖은 꼬리를 흠칫 쳐다 보니다.

ㆍㆍㆍㆍㆍㆍ강을 깔끔하게 건너는데 실패하고만 어린 여우는 이 세상 모든 미완성의 상징입니다.

저는 이 괘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이 세상에 완성은 없다는 얘기니까요.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완성은 끝입니다. 더 이상의 순환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비극일 수도 있습니다. 64번째 미완성의 괘 덕분에, 주역의 괘는 돌고 또 돌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미덕은 완성이 아니라, 미완성입니다. 미완성을 끌어안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완성된 삶이라고 주역은 역설합니다.(244쪽)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생은 미완성이기 때문에 영원한 도돌이이고,

인간을 비롯한 자연계의 모든 것은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면서 반복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자연계의 법칙에 적용시킨다 한들 크게 어긋나지 않을 지도 모르고,

난 그 가부를 알지 못하지만,

운명론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학문적인 호기심에서 헤아리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쩜 그런 것일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행하는 일들이 그렇게 그렇게 자연에 가까워지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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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31 23:2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 님 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고 하셔요!^^
올 한해 고마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1-02 16:50   좋아요 1 | URL
새해 이틀째인데, 잘 지내시나요?
올해는 뭔가 새롭고 근사한 일이 생길 거 같은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나요?^^

[그장소] 2016-01-02 17:28   좋아요 0 | URL
오...옵니다..뭔가 거대하고 큰 불길한...것이.. (응?)ㅋㅋㅋㅋ
메일이..잔뜩 ~~신간소식이군요.
에휴..올해는 가능함 빌려 보려고 단디 맘먹고 있는데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니...ㅎㅎㅎㅎ묵은 해와 새 해의 구분 방법은 그저 달력을 보는 것..엊그제의 나는 평행우주에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불길한 기운 대박 기운 잘 받고 가요~^^♡

caesar 2015-12-31 23:30   좋아요 1 | URL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6:50   좋아요 1 | URL
네, 님도요~^^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ㅅ!

프레이야 2015-12-31 23:40   좋아요 2 | URL
미완성을 끌어안는 삶이 진정 완성의 삶,이라는 역설이 마음에 듭니다. 태도면에서 무슨 일에든 여유를 주고 힘이 되는 말이기도 하네요. 새해 더욱 복 많이 짓고 받고 좋은 일 많이 합시다^^ 늘 감사해요 양철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6-01-02 17:01   좋아요 2 | URL
작가님 답게 댓글도 완전 멋지신걸요~^^

제가 이제는 안달루시아를 극복하고 나아졌으니 이리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도 한때는 제 스스를 들볶느라고 힘들었습니다여~--;(속닥~``)

물고기자리 2015-12-31 23:41   좋아요 2 | URL
부적을 보니 마음이 밝아집니다^^ 양철나무꾼 님의 좋은 글들을 종종 읽었는데 인사는 처음 남기는 것 같아요ㅎ 양철나무꾼 님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7:03   좋아요 2 | URL
올해 이 부적이 완전 인기더라구요.
친구가 보내준건데 님들과도 나누고 싶어서요~^^

물고기자리 님, 우리가 처음인가요?
근데 완전 오래된 친구인것 같아요.
자주 귀하게 뵈요~^^

yureka01 2016-01-01 00:20   좋아요 1 | URL
새해에도 늘 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2 17:05   좋아요 1 | URL
님은 두 몫이니 어깨가 무거우십니다.
글뿐만 아니리, 좋은 사진도 종종 올려주시면...이 곳이 더 풍성해지겠죠?^^

AgalmA 2016-01-01 01:31   좋아요 1 | URL
모든 교향곡의 끝은 미완성 교향곡이듯이...:)

양철나무꾼 2016-01-02 17:20   좋아요 1 | URL
사작은 미약하였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을 들어봤는데,
제겐 창대하게만 들렸던 모든 교향곡의 끝부분이 미완성 교향곡이었단 말이죠?^^

근데 제 귀는 저렴해서 그런가, 착해서 그런가 마냥 좋게만 들리던데...헤에~^_____^

붉은돼지 2016-01-01 01:38   좋아요 1 | URL
멋진 부적입니다
새해에는 로또가 되든 북불복이 되든 뭔가 될듯합니다^^
나무꾼님도 새해 꼭 로또 당첨되셍요 ^^

양철나무꾼 2016-01-02 17:28   좋아요 2 | URL
저도 왕 멋지다 싶어서 이곳에서 같이 나누고 싶어서 올려봤습니다.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세트로 당첨됐으면 좋겠네요~^^
근데 당첨이 되려면 복 또는 운이 굴러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로또를 구입해야겠죠, 불끈~^^

2016-01-01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2 17:32   좋아요 2 | URL
네, 님도요.
올해는 가끔 말고, 귀하게 종종 뵈요~^^

해피북 2016-01-01 08:16   좋아요 3 | URL
히얏. 새해 아침부터 이런 멋진 부적이라니요.ㅋㅋ 기운 팍팍 받아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만땅 일거같습니다. 양철나무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7:36   좋아요 2 | URL
해피북 님의 `히얏`하는 기합이 막강 파워를 발휘할 것 같습니다.
기운 팍팍 주고 받으며 우리 올해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보아요~^^
님도 당근, 말밥...복 대빵 많이 받으셔야 합니다~ㅅ!

비로그인 2016-01-07 11:36   좋아요 1 | URL
선생님, 부족함 많은 책에 멋진 서평 감사드립니다. <강호인문학> 저자예요. 주신 격려가 글 써나가는데 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많이 맞이하십시요~!

양철나무꾼 2016-01-08 09:28   좋아요 0 | URL
저자 분이 직접 왕림해 주시고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제 글을 읽으실 줄 알았다면,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리뷰의 별점 좀 더 후하게 주는건데...말이죠~--;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