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세계 책의 날 기념 10가지 질문 이벤트' 라는 이 행사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왜냐하면 내가 알라딘서재 아곳에 처음 글을 쓴게 2010년 5월 10일, 지금으로부터 약 6년전, 마찬가지로 '책의 날 기념 10문10답 이벤트'(링크) 였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무궁한 발전과 아울러 나도 한뼘 성숙한 독서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나이가 들면서부터였던거 같다.

언제부턴가 그 좋아하는 책이 가끔 날 비껴간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그럴때는 우두커니 앉아서 책이 다시 나를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가 '언제 어디서'고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무조건 종이책이다.

언제던가 절판된 책이 전자책으로는 있어 구입했는데, 아직까지도 앞 몇쪽에서 진도를 못나가고 있다.

책은 깨끗이 본다. 도그지어, 밑줄 긋지 않고 포스트잇을 글자너비만큼 잘라 붙인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사진에 빠졌는데, 오늘밤 내 애인은 이 책이다, ㅋ~.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특별한 방식이랄게 없고 들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쌓아둔다.

예전엔 책을 모두 끌어앉고 있었는데,

이제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을 일은 거의 없는 걸 아는지라 나눠주거나 버릴려고 애쓴다.

 

덩치로 쌓아놓은 책이 무너지거나 책으로 테트리스 꿈 따위에 가위눌려본 적이 있는지라,

이젠 버리고 줄이고 비워 홀죽하게 하려 얘쓰는데,

 

그래도 새로운 책 얘기를 들으면 맘이 동하여 일단 지르고 보는데,

가진 책의 1/10정도는 읽게 되니, 당장 안 읽더라도 책을 들이는 것아 낫다는 이 권우의 말이 위로가 된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좀 조숙했던 탓인지 초등학생때 삼국지와 세익스피어 따위 하드커버로 된 보이기위한 장서를 야금야금 아껴 읽었던 것 같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내 성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몸을 움직여서 뭔가를 한다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것을 아는지라, 저런 집짓기 관련 서적에 '뭥미?@@'할 것이다.

근데 집짓기, 특히 저런 한옥 집짓기 관련 책들을 읽다보면,

사람이 먹는 음식도 그렇지만,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온 우주를 아우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겸허해진다.

 

또 한권은 생선도 잘 안 먹는 녀석이 스시라니?하며 놀라워할, 저 책이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읽는 책이 다양한 만큼, 그때그때 읽는 책에 따라 만나고 싶은 작가도 바뀌는데,

'유령이 쓴 책'을 쓴 '데이비드 미첼'은 꾸준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작가들은 내가 관심을 가질 때쯤이면 어느 정도의 정보는 얻을 수 있는데,

데이비드 미첼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게 없다.

개안적안 시시콜콜함이 아니라,

이렇게 대단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의 정신세게랄까, 저력 같은게 궁금하다.

 

 유령이 쓴 책
 데이비드 미첼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학창시절 삼중당 문고로 읽었던 그것들,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것들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늘 읽었다고 착각하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 못 읽은 것들이 더 많은 고전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책보다는 사람을 데리고 가고 싶다.

나보다 세상을 좀더 살아서 지헤와 혜안이 있는 사람 한명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책을 가져가야 한다면 주역, 중용, 옥편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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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28 09:22   좋아요 0 | URL
옥편은 어찌보면 그림책이잖아요~^^

페크pek0501 2016-04-24 00:56   좋아요 0 | URL
머리맡에 있는 책들, 탐스럽습니다.(이런 표현이 이상하지만...)

관심 가지고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4-28 09:27   좋아요 0 | URL
이동진도 그러더군요.
장서는 많고 적고를 떠나서 어찌보면 `욕심`의 산물이라고...ㅋ~.

사진으로 보이는건 `설정용`이어서 많이 정리가 된 것이고,
실상은 탐스럽지 않고, 탐욕으로 차고 넘쳐...
매일밤 제 얼굴로 무너져 덮치는 꿈에 시달립니다~ㅠ.ㅠ

단발머리 2016-04-24 07:15   좋아요 0 | URL
감회가 남다르시다는게 완전 이해돼요.
정말 특별한 인연이세요. 처음 글이 `책의 날` 이벤트셨군요. ^^
무인도에 주역, 중용, 옥편~~ 멋져요!

양철나무꾼 2016-04-28 09:31   좋아요 1 | URL
네, 그래서인지 초창기부터 여지껏 꾸준하신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무인도에 주역, 중용, 옥편이라 함은,
주역과 중용을 원전으로 가져가고 싶은데,
그냥은 읽을 깜냥이 안 될것 같으니 옥편이 필요할테고,
그리고 옥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림책 같은 것이, 온 우주가 들어있기도 한 것이,
완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초딩 2016-04-24 10:22   좋아요 1 | URL
보슬비님의 보리국어사전, 저 초딩의 옥스퍼드 사전에 이어 양철나무꾼님의 옥편 :-)기본 사전이 다 모였네요~
저도 책을 나누고 싶은 날이 오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4-28 09:33   좋아요 2 | URL
초딩님, 질문 있습니다.
진짜 초딩은 아니시죠?

이곳에 출몰시간도 그렇거니와, 깊이와 방대함도 그렇고 말이죠~^^
초딩같은 초심과 순수함을 유지하고 싶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요?
반갑습니다, 귀하게 아껴뵙도록 하죠~^^

초딩 2016-04-28 14:21   좋아요 1 | URL
우앗 ~ 양철나무꾼님의 댓글에 감격합니다~
피지컬이 초딩이면 참 좋겠습니다 ㅜㅜ
정신연령에 영향을 주는 몇 부분들이 초딩 이하 또는 초딩 수준이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초딩스러움으로 회귀하고 싶어서 그리 닉네임을 정했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ICE-9 2016-04-25 00:29   좋아요 1 | URL
와, 시작한 날이 겹친다면 정말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데이비드 미첼을 만나면 전 꼭 그의 유년 시절을 물어보고 싶어요. 그냥 개인적이 느낌인데 그의 유년 경험이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저는 생선회를 너무 좋아하는지라 `스시의 기술`이라는 책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28 09:47   좋아요 1 | URL
프레드 바르가스도 그렇지만, 데이비드 미첼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지라...
(제 맘대로 좋아한다고 미루어 짐작하고는, ㅋ~.)
헤르메스 님이 무한 반갑습니다.

넓이와 깊이를 두루 갖추신데다가,
거기다가 완급조절을 자유자재로 하시는 님도 제게는 미스테리이긴 하지만요~^^

감은빛 2016-04-25 14:43   좋아요 1 | URL
예전에 양철님과 제가 관심갖고 읽는 책들이 자꾸 겹쳐서 신기하다 생각했었죠.
오늘은 겹치는 책이 하나도 없는 걸요.(양철님께서 선물하신 『유령이 쓴 책』은 빼고)

집짓기 책을 저리 많이 갖고 계시다니 진짜 놀라운걸요.
혹시 나중에 시골에서 직접 집 짓고 살 생각이신가요?

양철나무꾼 2016-04-28 10:14   좋아요 1 | URL
그때나 지금이나 제 관심분야가 다양한건 여전하지만,
궁금한게 많아서 여전히 먹고싶은 것도 많지만,
님과 겹치는 쪽은 남편의 일이랑 연관되어 책이 그쪽으로 다 가 있다보니, ㅋ~.
그리고 제가 이젠 책을 많이 줄이기는 하죠~--;

집짓기 책이나 건축 책들이 말예요.
은근 재밌다니까요, 온 우주를 담고 있는 것 같이 여겨져서 말예요.
시골에 집짓고 살지는,
제가 달팽이와 동거동락 할 수 있는지, 의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겠죠?
아직은 상추에 붙은 달팽이를 보면 기겁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고 했다는데,

이 말을 내 직업에 맞게 적용시키면 귀는 열고 입은 닫으라 쯤이 될 것 같다.

하루종일을 어르신들과 보대껴 지낸다.

일일이 참견을 하다가는 진이 빠져 버리고,

말을 안하면 힘은 남아 돌겠지만,

관계는 무미건조하다 못해 마른 낙엽처럼 바스러질 것을 아는 지라,

간간히 '그래서?' 내지는 '그렇구나' 하는 추임새를 넣어서 열심히 듣고 있음을 표현한다.

 

이 곳에 몸 담은지도 여러해째다.

이젠 지역 특성과 지역 주민 특성도 대충 파악이 되었고,

그리하여 웬만한 이들과는  라포가 형성되어 기왕력뿐만 아니라 가족력도 읊어 낼 수 있다.

 

말 한마디 안 하고도 다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상대방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수단이 말 뿐은 아니다.

말을 안 한다고 하여 공감과 소통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워지거나 왜곡될 수는 있는 것이다.

흔히 말 외에 보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던,

온 몸과 마음, 얼굴 표정이나 눈빛, 손짓과 걸음걸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 영어로 atmosphere라고 하는 것까지도 한데 어우러져 공감과 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속이 아파서 암것도 못 먹고 한잠도 못잤다. 한방에 낫게 좀 해주시오."

할머니의 핏발 선 눈이 지난 밤에 잠을 못 주무셔서인가, 아니면 속의 열 때문인가 눈을 꿈벅거리며 고민하는데,

이젠 앞섶을 풀어헤치며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는 시늉을 하신다.

"근데 말이오, 내 묏자리 떼어먹고 도망간 놈들은 어디가서 잡아야 하오?"
"ㆍㆍㆍㆍㆍㆍ엄마, 내가 그걸 어찌 알어. 경찰서 가서 물어봐야지!"

라고 하자, 커튼 너머에 있던 다른 분들이 한마디씩 거드신다.

"그 할매ㆍㆍㆍㆍㆍㆍ포교원이란데 가서 장례토탈인가 뭔가에 돈 냈는데, 돈만 받아먹고 날랐다더라."

"그래, 왜 약장사 안 있나?"

"그래? 그런 걸로 날 찾아오면 모하나?

 엄마 손주사위가 변호산가 뭐 그런거라며?

 거기다가 전화하면 되겠네~!"

  

세상 사람들과 좀더 가깝게 어울리는 공감과 소통의 수단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소외시키고 단절을 불러오는 것이 인터넷 발달이 가져오는 폰과 컴이 아닌가 싶다.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 톡도 그렇고,

대형포털에 글을 남기고 댓글과 덧글을 남기는 행위들도 인터넷 발달이 가져온 스마트한 변화이지만,

빠른 전달 속도만큼이나 전달하려는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넷상에서 귀는 열고 입은 닫는 행위라는게,

내 글을 줄이고 다른 이들의 글의 이면과 여백을 읽으려고 애쓰는 것인데,

내 경우 글을 줄일수록 응축의 묘를 살리게 되는게 아니라,

짧으면 짧을수록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더라는~ㅠ.ㅠ

 

말과 글은 상대와 공감과 소통을 하기 위하여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점은 같지만,

말은 말 뿐 아니라 말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 공감각이 같이 작용하는 반면,

글은 시각적 자극만이 평면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서 그런 것 같다.

 

A라는 친구가 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모든 의학 상담과 자문을 나에게 구하는데,

그 범위가 사돈의 팔촌은 물론,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조상 신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제 분야에선 나름 잘 나가고 나름 천재이지 싶은 이 친구가,

그때는 알아듣는 척 하다가도 그 다음에 가면 리셋된 컴퓨터마냥 하나도 기억을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이다.

 

어젠 친구의 친구가 많이 아파 지방 대학병원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와 문병을 간다며 문자를 넣었길래,

'그렇구나'하고 짧게 답장을 하고 말았더니 손끝으로 떨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자기가 먹여살릴 것도 아니면서 직업 의식 운운해가며 그만두라고 하는데,

내 감정이 다른 사람에 의해 휘둘리면 프로가 아니지 싶어 말아 버렸지만,

'그렇구나'라는 넉자가 나의 직업 의식을 얼마나 제대로 전달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개별성이 더 강조되고,

그러다보니 관계 속에서의 역할이나 본분을 착각하거나 망각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 관계는 상호적인 거라고 하면서 상대방  뿐만 아니라 나의 처신을 문제시 하는데...

이건 공감과 소통이 가능한 경우로 국한시켜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의 시 '거울'처럼 자의식이 성립되는 관계로 제한하여 적용해야 되지 않을까?

 

많이 아픈 친구로 인해 마음 아파할 친구에게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라,

그저 '그렇구나, 그랬구나'정도의 말로 된 빨간약 정도가 고작이라고 생각했던게 잘못된 처방이었을까?

 

잘못된 처방이라도 난 앞으로도 내 소신껏 그렇게,

귀는 열고 입은 닫으며 그렇게 살 것이다.

 

 

 

 

 

 

 

 

 디스크 권하는 사회
 황윤권 지음 / 에이미팩토리 /

 2015년 12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여러 가지 전문 분야의 전문 용어들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의학 관련 전문 용어들의 경우는 의사인 저도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의사들만 알아듣고 의사들끼리 쓰는 전문 용어를 TV,라디오, 신문 등에서 대중들을 향해 마치 누구나 알고 이해해야 하는 용어인 양 남발하는 의사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디스크나 협착증 치료에 쓰인다는 신경차단술, 신경성형술, 레이저 수술, 풍선확장술, 현미경 수술, fims. 고주파 감암술ㆍㆍㆍㆍㆍㆍ저도 몇가지 외에는 뭐가 어떻게 다른 것이며 정확히 어떤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인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니 치료와 관련되어 처음 듣는 낯선 용어들을 써대며, 아무도 몰랐던 획기적인 치료방법을 자기만 알고 있으니 나에게 치료를 맡기라고 선전하는 의사들도 조심하고 피해가야 합니다.(227쪽)

 

황윤권 님이 이런 책을 내셨다.

황윤권 님은 전에 '내몸 아프지 않은 습관'이라는 책을 내셔서 큰 반향을 일으키셨던 분이다.

 

난 이 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쓰셨다는데, 일반인들이 이 책을 읽고 얼마나 알아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위에서 내가 말과 글의 차이점으로 언급하였던 것처럼,

이 분을 직접 보고 이 분의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던 사람들과 달리,

이 책만을 읽게 되는 사람들은 저자의 뜻을 오해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시럽기도 하다.

 

이 분만 양쪽에 심장을 갖고 특별한 진료를 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다.

이 땅의 많은 분들이 (양심을 갖고, ㅋ~.) 그렇게 진료를 하고 계시고,

요즘은 환자들도 안 해도 되는 몸을 수술을 맡길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책의 내용만 하더라도 이분만의 어떤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이분이 경희대병원에 계셨다는 걸로 미루어,

그 당시에 아시혈요법이라고 원서를 번역하여 제본한 책이 한의대에 떠돌았었다...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암튼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낸 그 누군가가 이 분인 것이다.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이라 하여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 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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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1 15:54   좋아요 0 | URL
요즘 새 책을 사서 펼치고 싶은데 지갑을 자꾸 닫으려고 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6-04-28 09:09   좋아요 0 | URL
저는 그동안 구입하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을 읽으려고, 한동안 책 구입을 자제했더니 올들어 4백만원가량 통장에 잔고가 늘었더라구여, 후덜덜~!!!

yureka01 2016-04-21 16:40   좋아요 0 | URL
저는 말을 많이 하면 숨이 차요..ㅎㅎㅎㅎ숨쉬기 어려워져서 말하기 싫을 때가 너무 많아서 말입니다..말 잘하는 것도 기술인가 싶었습니다.ㄷㄷㄷㄷ

양철나무꾼 2016-04-28 09:11   좋아요 1 | URL
청산유수신가보네요, 숨쉬기가 어려워 숨이 차시다는걸 보니...ㅋ~.
전 말 잘하는 남자가 좋습니다,
저희집 남자들이 너어무 말을 아껴서 집에서 저혼자 묻고 대답하는 1인극을 펼치거덩여, ㅋ~.

감은빛 2016-04-22 16:45   좋아요 0 | URL
저도 귀는 열고 입은 닫아야 하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왜 자꾸 말이 많아지는지 모르겠어요.

알고보면 디스크라는 병 자체가 없다는 얘길
어느 글에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이 책도 그런 내용일 것 같네요.(아닌가요?)

양철나무꾼 2016-04-28 09:21   좋아요 0 | URL
웬만한건 자세불량으로 인한 습관성 근육통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거죠.
여기서 `웬만한`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 가 일반인들에게는 관건일 수가 있겠습니다.

감은빛 님처럼 의료생협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궁합이 잘 맞는 의료행위일 것 같습니다.
먼저 팟 캐스트 방송으로 들어보세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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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책 뒷표지의 추천사를 쓴 김민정 시인은 좋아하지만,

이 책의 박연준은 누구인지 몰랐거니와 장석주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동안 인문학과 철학에 관심을 가졌었기 때문에 그가 쓴 책에도 관심을 가졌었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던터라,

요번에도 서재 이곳 저곳에서 추천하고 있는 것을 봤지만 들이기까지 좀 뜸을 들였었다.

아니나 다를까, 난 이 책의 취지를 모르겠다.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낸 책이었으면 그에 맞게 조촐하게 몇 부 인쇄해서 지인들에게 돌리는 수준이었으면 됐을 것이고,

'걸어본다 시리즈'였다면 신변잡기식의 박연준의 글보다는 장석주의 그것을 앞에 놨어야 옳았을 것이다.

시드니에 관한 여행기라고 하기에도 뭔가 많이 아쉽지만, 쩝~(,.)

 

세상엔 그렇게 경계가 모호해서 구분짓기 어려운 것들도 존재하게 마련이고,

나 또한 희미하긴 마찬가지라며 위로를 하는 수밖에~--;

 

흔히 기준이나 잣대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리고 그 기준과 잣대는 나에게 적용시킬때와 세상에 적용시킬때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들기도 하고,

그걸 인지상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로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걸 기억하는 박연준의 서문으로 시작하지만,

연서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둘의 사랑을 다짐하는 결혼 축하나 서약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가인 그들의 작품성을 인정한다고도 못하겠다.

 

이런 말을 하는게 조심스럽지만,

이 둘의 나이 차가 스물 다섯이나 되는 걸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귄지 10년이나 되었다고 하지만,

장석주의 전작 '아들아 서른에는 노자를 읽어라'를 읽었을 당시 결혼한 아들이 등장하였던걸로 미루어,

'둘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는 '세대 차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

이들의 여기까지가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박연준은 '생각을 만지는 일'이란 꼭지에서,

책은 생각을 물성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을 붙잡아두려고, 생각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 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낱장은 찢어지기 쉽고 베일 듯 얇지만, 묶어놓으면 단단하고 네모나고 뭉치로 변하는 책! 책을 읽는 일은 저자의 동의 아래 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더듬고, 움켜쥐고, 흡수하는 일이다. 씹고 삼키며 간혹 뱉기도 하는 일이다.

 

  책의 촉감이 좋다. 냄새가 좋다. 자물쇠 없이 열리고 닫히는 개방성이 좋다. 많은 문자 속에 감추고 있을 몇 가닥, 삶의 비밀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사람(저자)의 언어를 내 안에 담아보는 일이 좋다.(54쪽)

고 하고 있다.

 

난 책이나 글이란 머리와 마음을 종이에 옮겨놓은거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두드러지게 강조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배제하거나 소외시킬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개 사랑은 콩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ㆍㆍㆍㆍㆍㆍ우리는 이해하려들면 안 된다. 이해란 말의 반대편에 있는 게 사랑이니까.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나?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52~53쪽)

라는 부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마음을 앞세우며 말랑말랑한 글을 쓰는 그녀와,

'아들아 서른에는 노자를 읽어라'나 '마흔의 서재'따위의 머리로 글을 쓰는 그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 싶다.

 

결혼 순간이나 결혼 기념의 의미로 사진이나 글을 매개로 책으로 붙들어 묶어 기념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느리고 더딘듯 해도 계속 이어져 움직이는 것이다.

마음을 앞세우고 사는 사람의 삶과 머리를 앞세우고 사는 사람의 삶은 다를 것이고,

나이 서른 다섯의 삶의 속도와 나이 육십의 삶의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단적인 예로, 많이 다니지도 않았는데 피곤해하는 그녀에게 그가 이런 말을 해준다.

"네가 아무리 많이 보려 해도 이곳에 사는 사람만큼 많이 보고, 많이 알 수는 없어. 뭘 보려 하지 말고 그냥 거기 있는 순간을 즐겨." (72쪽)

 

산다는 건,

결혼이란걸 해서 살을 맞대고 산다는 건, 지금까지와의 삶과는 또 다를 것이다.

살면서 보대끼고 부딪치며,

닳아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닮아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각자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문체로 쓰는 글들처럼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데,

나는 그들의 은밀한 내면을 엿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부부가 아니어도 서로의 삶에 말을 걸 수도 있고,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을 수도 있다.

오지랖이 넓은 이라면 '인지상정'이다.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책이라니,

나중에 둘이 돌이켜 보고 기념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내밀한 내용으로 꾸미되 한정판으로 만들어서 지인들에게만 돌리던지,

아니면 내밀함을 지우고 작가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걸어본다 시리즈'의 취지에 맞게 만드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이나 글이란 머리와 마음을 종이에 옮겨놓은거라는 점에서,

그녀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다른 한쪽을 거의 배제하거나 소외시킨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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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15 18:43   좋아요 0 | URL
저만 이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어요. 장석주 시인의 책이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

보물선 2016-04-15 18:44   좋아요 0 | URL
삶의 무게?^^

양철나무꾼 2016-04-21 15:48   좋아요 0 | URL
cyrus님,
시집이 자주 나오는 거면 모르겠는데, 무게감있는 인문학 서적들이 자주 나오는데 어쩌자는 것인지 말예요.
그냥 열길 물 속과 이분 내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고 하려구요~--;

보물선님,
훌훌 털고 일상으로 돌아오셨군요, 환영합니다여~^^

꿈꾸는섬 2016-04-15 22:08   좋아요 0 | URL
ㅎ아직도 이 책은 읽고 싶지가 않네요.
결혼기념 한정판! 좋은 의견이세요.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고 해도 이런 에세이는 반갑지가 않네요. 오히려 전 좀 장석주님께 실망했어요ㅜㅜ

2016-04-21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새 비가 내렸다.

비를 맞아야 싹을 돋우고 자라나는 나무나 풀도 아니면서 밤새 잠을 설쳤다.

며칠전 아침 산책길에 보니 목련나무와 천변 이름모를 나무에도 잔뜩 물이 올랐던터라,

요번 주말엔 가까운 공원이나 뒷산으로라도 꽃구경을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툴툴거릴 사이도 없다~--;

 

엉뚱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옛날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는데,

가난한 선비 내외의 집에 또 가난한 나그네가 하룻밤 머물게 되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딱 지금처럼 비가 내렸다.

가난한 선비 내외는 '가라고 오는 가랑비요.'했을테고,

또 가난한 나그네는 '있으라고 오는 이슬비요.'라고  했을 거라는 얘기.

 

지금 내리는 비를 '꽃비'라고들 한다.

싹을 돋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꽃비'이고, 꽃을 떨구고 열매 맺게 하느라 내리는 비도 '꽃비'가 되는 셈이다.

삶의 상반되는 이면에 붙여진 같은 이름이라니, 삶은 그렇게 조금은 황홀하고 조금은 눈물겨운 것인가 보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ㅋ~.

우울했었던게 맞나 싶게 이렇게 '룰루랄라~'거리는 것은,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강승원 님이 양희은의 목소리로 '4월'이란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곡도 좋은데, 가사도 좋다, 아흑~^^

 

접힌 부분 펼치기 ▼

 

양희은 - 4월(with 강승원)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
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
녹아 내리는 시절 기억들은 사랑이었구나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숨쉬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

 

펼친 부분 접기 ▲

 

삶에는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데,

강승원은 이 곡에서 배웅 못했던 헤어짐에 대해서 노래하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달인인 것은 맞지만,

이 곡과 관련하여 안해도 좋았을 말이 아닐까 싶어 아쉬웠다.

 

삶에 무수히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것이야 당연지사고,

살다보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존재하는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니까 아름다운 것이고,

강승원이니까 완전 멋있는 것이지만~,

but, 현실에서라면...

배웅 못한 헤어짐이 있을 때,

계속 연연하는건 깔끔하지 못한 일일 뿐더러,

현재에 대한,

현재의 나와 상대방에 대한, 책임회피이고 직무유기이지 싶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입장 바꿔 너라면 그렇게 깔끔하고 쿨하게 처신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다고,

알 수 없어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같은 책을 읽지 않겠냐고 하겠다.

 

 

 

 

 

 

 비밀보장
 송은이.김숙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2월

 

 

개그우먼들의 책이라서 그냥 웃기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가볍게 터치하는듯 하지만,

충분히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책임감 있게 해결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난 깔끔하고 쿨하지 못하지만,

그녀들이  깔끔녀, 쿨녀라는건 이 책을 걸고 보장할 수 있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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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환희 2016-04-07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예쁜 말이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1   좋아요 1 | URL
독서의 환희 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독서를 통한 환희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래야 할테구 말이죠~^^

cyrus 2016-04-07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비 때문에 벚꽃 이파리 절반이 땅으로 떨어졌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웠던 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양철나무꾼 2016-04-21 15:54   좋아요 1 | URL
엊그제 목련과 벚꽃 타령을 했던것 같은데,
어느새 철쭉과 진달래로 바뀌었어요.

전 철쭉과 진달래 하면 소쩍새가 생각나고,
왠지 궁상맞아지는것 같지만,
그래도 이제부턴 온통 연두이고 초록일테니...한편 설레이기도 하답니다~^^

2016-04-0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1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4-12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양희은님의 노래를 듣네~ 참 좋다.
오늘은 양희은님 노래를 줄창 들어야겠다, 점심부터 먹고. ^^

꽃이 참 아릅다와서, 처연하더라.

양철나무꾼 2016-04-21 16:02   좋아요 1 | URL
난 오늘은 자우림~^^

맨날 먹는다고 하는데, 살은 다 어디로 가나?
내 살 좀 가져가라우요~ㅅ!
 
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 정의가 부재한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질문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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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저녁,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박진영이 누군가가 부른 노래를 가지고, 가수가 노래를 잘 하지만 감정 전달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심사평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같이 주억이고 있었다.

 

심사의 대상이 된 친구는 참하고 반듯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노래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그 친구를 향한 박진영의 심사평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21년 20년 살았죠?

뭘 굉장히 많이 참은거 같아요.

많이 참아서 가슴에 군살이 이렇게 배긴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자기가 그걸 부드럽게,

막 춤을 추게 하고 싶어도 많이 참았기 때문에,

군살이 배겨서 잘 안되는 느낌...

화나면 소리 지르고 화내 봤어요?

슬플때 막 엉엉 울어봤어요?

누가 좋아서 술 취하고 고백해 본적 있어요?

그러면 평상시에 이런 걸 하나도 안했던 사람이 어떻게 노래할때 나올 수가 있겠어요?

지금부터는 결과에 상관없이 자기 감정을 좀 응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기쁠때 내 기쁜 감정을 응원해 주고,

슬플때 슬픈 감정을 응원해줘서,

이 군살을 조금씩 부드럽게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지금부터인거 같아요.

근데 노래 얘기가 아닌거 같아요.

라고 하고 있었는데,

박진영이 이 친구를 향하여 한 말이, 이친구의 두배나 되는 인생을 살아온 나에게도 통용되는 말이구나 싶자,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도미노마냥 한동안 어쩌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항상 외로워 외로워 하면서도 허물어질 것이 두려워 담을 더 높고 견고하게 쌓아 올렸었던 나를 보는 듯 했다.

 

이런 류의 책은 거의 다 사들이지만,

읽다보면 뚜껑이 열리고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접어놓거나 내던져 버렸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내 맘이 편치 않다는 핑계로 주의깊게 들으려 하지 않았었고,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 버리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끝까지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서 나만의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내 맘대로 박탈하고 있는것이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부분 특수활동비에 대해 읽을때까지만 해도 으레 그러려니 했고,

더 자세히 알게 된다고 해도 실체가 없었던 액수의 크기 정도라고나 해야할까?

화가 나긴 했지만 새로운 얘긴 아니었다.

성완종 리스트, 언론 국정화, 국정교과서, N포세대 얘기 따위는 놀라운 얘기가 아닌 것이 아니라 무뎌져서 더 이상 놀랍지 않았달까?

 

내가 화가 극에 달해 뒷목을 잡아 당기면서도 이 책을 놓지 못한건,

2015년 추노이야기라고 해서 등장하는 '초등학생이 받은 채권추심 편지'때문이었다.

 

난 그동안 지극히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돈을 빌리면 갚는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출처와 항목도 알 수 없는 특수활동비가 어마어마한 나라에서,

(그 특수활동비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일텐데~(,.))

초등학생이 채권추심을 받는 상황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경.포.대.'의 잘못인것만 같았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비교 통계 중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분야가 바로 '자살률'인데,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가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단다.

물론 빚은 갚아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살린다는 건 좀 아니, 아주 많이 비겁하지 않은가 싶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장애인인 초등학생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빚을 거절할 수 있는 상속포기절차를 몰라서 빚추심이 들어왔다는 얘기는 읽는 내내 속상했다.

이 아이가 파산면책 진술서에 '나는 어려서 나에게 오는 편지는 다 반가웠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아버지 빚을 대신 갚으라는 편지였다'라고 썼다는 부분을 읽는데,

앞에서의 어마어마한 특수활동비가 생각났고...그러니까 누굴 향하여, 어디를 향하여, 화를 내고 분노를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흔히 우리는 지구를 우리 아이들에게 빌려쓰고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지구나 환경만이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서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것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암담한 대한민국의 물려주게 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은 가수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내 삶의 주인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나'이니까 말이다.

여기서 의미를 확장시키면 '할말은 합시다' 정도가 될 것이다.

 

개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차원에서) 할말은 하고 사는 개인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자유민주주의국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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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5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06 18:1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걸 악용하는 거죠.
저만해도 소싯적에 수학은 좀 했었던것 같은데,
아직도 생활에서 숫자 더하기 빼기가 나오면 완전 머리가 뽀글거리는거 있죠~ㅠ.ㅠ

꿈꾸는섬 2016-04-05 22:27   좋아요 1 | URL
정말 뒷목 잡겠어요.ㅜㅜ

양철나무꾼 2016-04-06 18:15   좋아요 1 | URL
뒷목 잡을 때 잡더라도 저 관계는 명확하게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 국민의 건강을 포기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말예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