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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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뒷표지를 보면, 마이크로는 다 나누지 못했던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첫번째 공감 에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띤다.

'첫번째'라는 단어에 아무래도 집작하게 되는데,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어디선가 봤었던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봤었다고 하면 '다른 책에서 봤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책에서 본건 아니다.

종편에서 하는 '김제동의 톡 투 유'나,

'어록'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그의 트위터 글들이나,

인터넷에 나도는 각종 강연 내용을 갈무리한 동영상 내용을 접했다는 얘기다.

 

그럼 '책이 별로라는 거냐?' 라고 묻는다면,

'그런건 아니다, 아주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디선가 봤던 내용들로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길때마다, 얼싸안고 넓적한 손바닥으로 상대방의 등을 가만히 다독여주는 느낌이 든다.

수줍어서 앞에 나서서 설레발을 치면서 호응 할 수는 없지만,

혼자 결의를 다지며 불끈 쥐었던 주먹에서 슬그머니 엄지손가락을 빼 하늘을 향하여 추켜 세울 수 있겠다.

세상에는 자신보다 과장하여 크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지만,

공감을 표시하는 작은 손짓 하나, 미소 한번 짓는 데도 아주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보통 한번 접했던 내용들을 리바이벌할 경우 감동이 반감하게 마련인데,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와 같이 울고 웃고 하여, 여러 편의 강연을 그와 함께한 느낌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도 예쁘고 따뜻해서 충분히 위로가 된다.

 

내가 이 책에 이토록 감동을 받은 이유가 뭔가 생각해보니, 그의 공감 능력때문인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는 사회를 보는 사회자나, 강연을 하는 강연자라기보다는,

눈을 맞추고 마음을 맞춰가며...공감을 하려는 우리의 이웃이나 친구 같다.

높아만 있어 아우를 수도 없을뿐더러 범접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그는 누나들을 독수리 오누나에 비유했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쏜살같이 나타나는,

짜짜짜짜짜장가~♬ 같은 존재이다.

(부디 일본 에니메이션을 가지고 비유를 한다느니 따위의 딴지를 걸지는 말기 바란다.)

그렇게 다섯 누나들이 그의 비빌 언덕이 되어준다.

그는 그런 다섯 누나를 든든한 빽(?)을 삼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뭘까?'를 늘 고민한단다.

'내가 이등병이라면, 내가 대대장이라면, 내가 간호사라면?'

예를 들어 병원에서 행사가 있으면 예정 시간보다 일찍 가서 그곳 분위기를 살펴봅니다. 그러면 간호사 선생님들끼리 "니 오늘 오프가?"하는 소리가 들여요. 그런식으로 그들만의 용어를 듣고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행사가 시작되면 써먹습니다.

 

"오늘 오프였으면 좋겠죠?"

그 한마디로 공감을 얻습니다.

 

어느 무대에 서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거나 제가 대신 하려고 한 게 통했던 것 같아요.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죠. 제 외모가 다행히도 너무 부담스럽게 잘생기진 않았달까요?(물론 조금 잘생기긴 했지만~)(24~25쪽)

 

김제동은 공인이니까 여러 사람을 대신하여 그들이 하고 싶어할만한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러 사람의 입장을 대신할만한 깜냥이 아니어 주시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공감을 얻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별난 생각을 하고 별난 행동을 할때,

어느 누군가 한 사람 정도는 나의 별난 생각이나 별난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많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때,

세상에 한명 정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야 하고 내버려두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었다.

 

그럴 때 있으시죠? 뭔가 말하고 싶은데, '에잇, 됐어. 나만 그렇겠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싶을 때. "너만 그러냐, 다 그렇게 사는거지" 이런 소리 들을까봐 '그냥 아무 말 말자' 싶을 때. 어디 가서 혼자 실컷 울면 좀 나을까 싶은데 막상 울려면 눈물도 잘 안 나올 때. "매일 그렇진 않다"고 쓱 변명도 해볼 때. 여기 그런 사람 한 명 추가합니다. 그냥 추가합니다.

                                                                                       - 2016. 6. 23. 페이스 북(31쪽)

사람들은 모든 삶이나 삶의 모든 행위에 대해, 원인에 따른 결과가 도래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세상의 그런 모든 삶과 관련하여, 원인에 따른 결과와 상관없는 '그냥'도 존재한다는 말이 하고 싶다.

원인에 따른 결과를 얘기할때 획일적이든 다양하든 시간의 추이를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시간의 추이'말고 또 한가지 나로 비롯함이냐 말미암음이냐 하는 '관점'도 필요하다.

그럴땐 시간의 추이나 관점을 다 차치하고 '그냥'이라고하며 툴툴 털어버리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그럴 때 있으시죠? 가끔 골목길을 걸으며 누가 보든말든 펑펑 울고 싶을 때. 아니면 내가 우는지도 모르고 길을 걸을 때. 그런 아이를 며칠 전에 만났거든요. "무슨 일이냐"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방금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거예요.

어깨 드드리면서 "괜찮다, 너만할 때 한번씩 겪는일"이라고 말하려다가 입 꾹 다물고 오래 같이 울었어요. 울 만하다고 그랬어요. 울 만한 날이잖아요. 울 만한 날 울어줘야 사람이 사는 듯해요.

울 만한 사람들이 모두 맘껏 울 수 있기를, 웃으라고 강요받지 않기를, 그래서 진짜 싱긋 웃을 수 있기를. 오늘 비 올만한 날이네요. -2016.6.15. 페이스북(66쪽)

 

그런 의미에서, 때로 때때로 나는 내자신이 너무 사랑스러운데,

울 만한 일에도 맘껏 울지 못하고 감정을 아끼는 사람,

자기 자신에겐 모질게 대해야 감정적으로 성숙한 사람인줄 착각하고 쿨내 진동하는 연기를 하는 사람,

김제동도 혼자 살면서 샤워부스에서 물을 틀어놓고 운다는데,

나는 웃고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고, 내 자신의 감정엔 충실하기 때문이다.

 

때론 사랑스러운 것과는 또 별개로 이런 내가 창피하기도 한데,

바닥을 치고 울어본 사람만이 환하게 웃을 수 있다며 자위한다~(,.)

 

언젠가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너무 행복한 순간 눈물이 난다던 사람이 있었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면,

'세상의 행복 총량은 일정하다'는 법칙에 따라,

자신이 누군가 다른 사람 몫의 행복을 빼앗은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제동은 주변과 공감하는 능력은 뛰어난지 모르지만,

전에 '미.우.새'에서 소개팅 할때도 느낀건데,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뻐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정신 분석학적으로 짐작되는 부분은 있는데 개인적인 내용이고, 나의 분석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차치하기로 하자.

본인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는 하고 있는 듯,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지금껏 만났던 친구들에게 말은 늘 통이 큰 사람처럼 해놓고 바라는 것도 많고 고집도 셌던 것 같아요. 말은 안 했지만 내심 엄마 같은 사람, 힘들 때는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러다 제가 혼자 있고 싶을 때는 기꺼이 떨어져 있어주는 사람을 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세상에 어떤 사람이 그런 걸 해주겠어요? 제가 못된 거죠. 오히려 제가 상대방이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떨어져주고 그래야 하는데, 제가 그걸 못했던 거죠.(96쪽)

 

라고 얘기하는데,

철옹성이라고 해야 할까 러시아의 크렘린 궁이 연상됐을 뿐이고~(,.)

탄탄하게 높이 쌓아올릴수록 엿보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이렷다, ㅋ~.

 

난 트위터나 페이스북 따위를 하지 않아 관심 같지 않았었는데,

지금 보니영어로 적힌 그의 트위터 계정은 '금강경'이다.

그럴듯 하다.

 

김제동을 개그맨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방송사 걔그맨 시험 따위를 통해 데뷔한게 아니라,

지역 축제 사회자를 하다가 방송인이 된 경우이다.

우리가 흔히 개그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전철을 밟았다.

 

개인적으론 개그맨보다는 광대가 적절한 표현 같은데,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약자가 강자를 조롱하는 것은 풍자이고 강자가 약자를 조롱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말과 근원을 같이 한다.

 

법이라는 글자와 관련하여, 물이 흘러가듯 그대로 두는 것이 법(法)이라고 한단다.(148쪽)

또 바다를 바다라고 하는 이유는 다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고 한다.(150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렇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건

그러지 않으면 죽을 때 쪽팔릴 것 같아서예요.

 

'마이크 잡은 사람 중에 힘없는 사람들 편 들어주는 사람이 한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제가 정치적이어서가 아니에요. 쫄리고 주저하게 될 때마다 사람에 대한 도리를 생각하게 하는 분들이 세상에 많아서 입니다.(222쪽)

자기 자신과 화해할 줄 모르고, 자기 자신을 이뻐할 줄 모른다고 하여, 신념이 없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꾸준히 밀고 나갈 만큼의 신념은 있으니 그것으로 된거다, 그만하면 충분한 거다.

세상에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느라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그리하여 신념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어떤 이웃도, 어떤 사람도 "저 소 새끼 왜 우냐"고 타박하지 않았습니다. 하다못해 소에게도, 짐승에게도 그래습니다. 적어도 그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기다렸어요.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고 유가족의 슬픔이 멈추는 날, 그때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해라"라는 얘기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ㆍㆍㆍㆍㆍㆍ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모아주는 것이고, 함께 아파하고, 절대로 그분들에게서 멀어지지 않겠다는 걸 기도와 서명으로써 표시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그분들과 이땅에서 함께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가장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힘들면 그때는 반드시 누군가가 와서 나를 도우리라는 믿음, 저는 그것을 심리적 복지라고 말하는데요. 슬플 때 혼자 있지 않다, 내가 힘들 때 혼자 있지 않다. 내가 그런 사람이면 내 옆에도 반드시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런게 저는 진짜 복지라고 생각합니다.(315쪽)

함께 사는 사회가 무엇일까?

사람 사는 세상 어딘가에 불을  밝히면 환할 뿐만 아니라, 따뜻해진다는 걸 깨닫는게 아닐까?

심리적 복지라는 말, 어찌보면 억지로 끌어다 붙인 말 같지만,

그러면 또 어떻다는 말인가, 환하고 따뜻하면 그만 아닌가?

혼자면 환히 불 밝힐 필요가 없다.

혼자보단 둘이 더 따뜻하다.

밝다던가 따뜻함 따위의 말 따위가 어차피 심리적 속성을 지녔으니까 말이다.

 

환하거나 따뜻함 따위는 자신의 것을 덜어 나눠줄수록 손해보지 않고 넉넉해지는 것 같다.

김제동의 이 책 덕분에 나도 환하고 따뜻함을 나눠 가졌으니,

부디 그도 몸과 마음이 환하고 따뜻해지길, 건강하고 행복하길...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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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1-08 22:25   좋아요 0 | URL
날이 많이 추춰졌어요.
감기 따위 안 드시고 잘 지내시는지요?

오늘은 국물 뜨뜻한 걸로다가 맛나게 드시고,
낼은 꽁꽁 싸매고 굴러다니자구요~^^

CREBBP 2016-10-31 20:20   좋아요 0 | URL
저도 체험판으로 약 50쪽 정도 보고 나서 (엊그제 양쪽에서 쿠폰 막 뿌린 것도 쓸 참) 구매하려고 들어왔는데 양철님 리뷰 반가와요

양철나무꾼 2016-11-08 22:30   좋아요 0 | URL
톡 투유 에서 다 본 내용들이고 새로울 게 없지만서도,
님도 체험판 미리보셨다면 알고서도 구매~?
이런 책은 좀 구매해 줘야죠~, 헤에~^____^

매너나린 2016-10-31 22:41   좋아요 0 | URL
김제동씨도 늘 무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간절히..

양철나무꾼 2016-11-08 22:31   좋아요 1 | URL
제가 김제동씨가 늘 무탈하고 행복하길 바랄려고...
이 리뷰를 쓴 것 맞습니다~^^

님의 간절한 염원이 가 닿을 겁니다여~!

꿈꾸는섬 2016-11-01 04:20   좋아요 0 | URL
톡투유 가끔 시간날때 봤었는데... 이 책이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해요.^^

양철나무꾼 2016-11-08 22:33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 현수 어때요?
낼 날씨 추운데,
그래도 활동 둔하게 너무 동여매주지는 마세요~^^

경황이 없으실텐데 이런 댓글도 주시고, 제가 더 감사하죠~^^

꿈꾸는섬 2016-11-09 14:48   좋아요 0 | URL
어제 깁스 풀고 물리치료 들어갔어요.^^

단발머리 2016-11-01 09:44   좋아요 1 | URL
김제동씨 항상 응원합니다.
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정신 분석학적으로 짐작되는 부분이... 궁금하기는 해요^*

양철나무꾼 2016-11-08 22:37   좋아요 1 | URL
저 말이죠~,
허지웅 좋다고 했더니...정유라 관련 이상한 입장 밝혀서 완전히 빈정상했어요.
김제동은 절.때...그런 입장 표명은 없을테니,
맘껏 응원해 보려구요~^^



2016-11-01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2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3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혼
고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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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날개에 적힌 고은의 프로필은 다음과 같다.

 

고 은

高 銀

 

시인생활 58년.

시집 여럿.

 

 

이런 간결한 문장에 마침표가 필요할까 싶은데, 온점(.)이 마침표로 들어가 앉았다.

당신의 프로필을 단 두줄로 정리해 놓을 수 있다니 참 멋지다.

단 두줄이지만 중량감은 엄청나다.

 

아무리 떨어내고 비워버리고 극도로 응축시킨다 한들 내 삶은 아직 두줄로는 어림도 없지만,

또 알겠는가, 그리다보면 닮아 있을지.

 

내 조상

 

한낱 입자도 파동일진대

나의 명사는

동사의 쓰레기

나는 그리운 동사에게 가야 한다

 

나는 파동

 

나의 자동사는

먼 타동사의 쓰레기

나는 그리운 그리운

선사(先史) 타동사로 가야 한다

 

오늘밤 미래가 미래뿐이라면 그것을 거부한다

나는 입자이자 파동

 

이시를 읽다가 언젠가 고은 시인이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시 한편을 가지고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시 자체로 운명을 개척하기도 한다.

시는 나의 내부에서도 오지만, 우주의 저끝에서 달려오기도 한다.

시를 쓰기위해서 깨는게 아니라, 시심 자체가 잠을 깨우게도 한다.

당신의 시들은 때론 정치적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정치적인 것을 넘어서는 범 우주적인 시들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만약 시가 우주 저끝에서부터 나에게로 달려오는 상황이란게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진다.

 

고은 시인의 시를 이러쿵 저러쿵 할 깜냥은 아니기 때문에 귀하게 아껴 읽었고,

읽다가 뒷표지에서 문득 김사인을 만나다니 반가웠다.

한생을 치르는 필사의 형식으로서 시는 과연 그럴 만한 것인가.

이제 어디에 기대지 않는다. 무엇을 목표하지도 않는다. 작위도 무위도 여의고, 쥘 것도 놓을 것도 그친 자리에서 그는 다만 '시간도 공간도 없이 단도직입'(「소원」)의 꿈을 추어갈 따름.

 

아무렴, 시집 뒷쪽에 자리한 '시인의 말'을 옮겨보는 것으로 느낌을 대신하여야 겠다.

 

이것은 『무제시편』이후

내 마음의 소요(騷搖) 가운데에서 생겨났다.

 

지난날로 충분하다는 감회는 어이없다.

이백여년 전의 사나이가 시시한 듯이

노래한 적이 있다.

발로 글을 쓴다고.

그래서인가 나도 가끔은 들판, 가끔은 종이 위를 돌아다니고는 했다.

내 손도 이제 허랑한 구름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시에서 떼어놓지 못한 나와

시에서 떠난 지 오래여서 시가 무엇인지 모르는

내가 어쩌다가 만나는 날에

이 세상의 (無事奔走)를 놓을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다. 그토록 숨찰 것도 없지 않은가.

 

시인의 나이에 이르면 괴발개발 발로 시를 써도 지극한 경지에 다다를 수 있나 보다.

 

아무려면 시인은 온우주를 아우르는, 파동이면서 입자인 그런 공감각적인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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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7 15:40   좋아요 1 | URL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발표가 다가오는 시기만 되면 고생을 많이 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6-10-27 15:44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노벨문학상 발표시기만 되면 고은 시인 자택앞에서 취재진이 장사진을 이뤘었다죠.
지금은 좀 덜 하다고 하지만서도~--;

정작 시인은 그런 것에서 자유로우신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yureka01 2016-10-27 15:50   좋아요 1 | URL
고은 시인의 어느 인터뷰를 봤는데 신신 당부를 하더군요. 제발 노벨상 으로 자신을 엮지말아 주십사 부탁하던 말씀이 더 올라요..그만한 연륜의 시인이 뭐가 더 아쉬워서 미련가지겠습니까..그정도의 시심의 발로라면 다 내려놨을텐데 말이죠..

2016-10-28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0-28 03:55   좋아요 1 | URL
#문단_내_성폭력에 고은 시인도 예외 없이.... 요즘 참 뉴스보기 겁납니다. 가치 전도의 연속.
여러 루트를 통해 많은 한국 문단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작품과 시인, 예술가, 비평가 비롯 예술인들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려고 노력해 왔었죠. 이젠 임계점을 넘은 거 같아요. 나라 곳곳이 쓰레기 하치장 같은. 해외 작가도 우리가 세세히 모를 뿐이지 수두룩.
이 글에 이런 댓글 달아서 죄송ㅜㅜ.

양철나무꾼 2016-10-28 11:17   좋아요 1 | URL
`#문단_내_성폭력에 고은 시인도 예외 없이`<==저 이 말뜻 해석 못 했어요~--;

그리고 님, 지난번에도 `먼댓글 썼는데요. 혼내기 없기요`라고 하시더니, 요번에도 `이런 댓글 달아서 죄송`이라고 하시는데...
너무 조심하시는 거 아니십니까?

제가 agalma님을 잡아먹기야 하겠습니까?
저 쉬운 녀자랍니다, 편하게 막 대해주세요, ㅋㅋㅋ~.

AgalmA 2016-10-29 02:21   좋아요 1 | URL
트위터에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로 관련 글들이 계속 쏟아지는데, 고은 시인도 거기 있더라는 얘기입니다.

양철나무꾼님 글에 제 글이 딴지를 거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 마음이 좀 불편해서 표현이 그리 된 것;
친하다고 막 하는 거 싫어요ㅎ; 거리감이 좀 느껴질 수 있지만 아끼는 사람이라면 표현 속에도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농담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ㅎ;;

양철나무꾼 2016-10-29 09:44   좋아요 3 | URL
어~, 혹시나 했는데 그렇군요.
저랑 아주 친한 풀판사 사장님이 서정주 시인, 법정스님, 고은시인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라서 전혀 연결 시켜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님의 얘길 들으니 맥락은 이해되는데,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젠 님이 `이런 댓글 달아서 죄송`하신 의미가 이해가 가는 군요.

님, 제가 편하게 막 대하라고 한 것은...
제가 님한테 그러라고 한들 막 그러하시지 않을 인물 됨됨을 알고 있다는 전제가 된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님이 어떤 댓글을 단다고 하여, 막 딴지를 거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니까,
어떤 댓글이든 먼 댓글로든 님의 뜻을 펼쳐도 좋다는 말씀이기도 하구요.

님의 글이 딴지를 거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지만,
그렇다 생각하셔서 마음이 좀 불편하시다 한들,
그렇다고 거리감을 가지고 대한다 한들...
이때의 거리는 실제적인 거리도 아니고 심정적인 것일 뿐인데,
님의 불편한 마음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입장을 바꾸어,
그렇다면 저는 매번 님의 공들인 진지한 페이퍼에 감히 범접할 수 없어,
가벼운 댓글이나 남기곤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님이 저를 가볍게 생각하시진 않으실것 아닙니까?

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님의 아끼는 사람으로 남기보다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아 눈물흘리고 넘어졌을때,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눈물 닦아줄 수 있는 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내게 책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대답하겠다.

독서 기록을 왜 남기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그냥' 이라고 대답해야 겠지만, 이건 '그냥'은 아니다.

소싯적 기억력이 좋을때는 기록에 의지하지 않고도 책을 읽으면서의 감정 변화나 읽은 후의 느낌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기록에 의지하지 않고서 기억하기가 힘이 든다.

 

 

 

 

 

 

 

 소중한 경험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5년 7월

 

 

 

'김형경 독서성장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있는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시간과 공간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와있는 독서나 독서모임들은 어떤 방향성이나 지향점 따위를 가지고 있는 듯 여겨졌고,

게다가 그것도 독서 자체보다는 독서나 독서 모임을 통한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듯 하여  씁쓸했다.

 

생각이 이리저리 딴방향으로 튀는 것이 짬뽕공 같은 나는 요번에도 이책에서 애기하는 것과는 다른 엉뚱한 것을 느꼈는데,

책을 성찰하는 책읽기, 치유하는 책읽기 등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가, 

책읽기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무언가 도움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그냥 내멋에 겨워, 내 방식대로 읽으면 안되는 것인가 따위를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타인으로 하여금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만드는 재능과 더불어,

타인의 비밀을 듣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순간 잊어버리는 망각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프롤로그 말미에서 책으로 엮으면서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았는지 조심스럽다고 하는 걸 보면,

과연 망각의 능력을 두루 갖추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쩝~(,.)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는 차치하고,

독서토론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귀가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만 아프고 힘든 것이 아니라는 동료 의식을 더하여.

 

 

그런데 김형경은 책을 만들기 위한 소재를 수집한 것 같다.

치고 자기는 빠져버린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귀가 필요하지도 않고, 자기만 아픈 것이 아니라는 동료의식도 그녀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절실하지가 않다.

절실하고 치열하지가 않으니 타인을 위로 할 수가 없다.

애벌레가 크기 위해서 누에고치를 벗어놓고 탈피를 하듯 그렇게 자신은 성장한다.

 

책 내용에 무의식을 자극당하면 미처 몰랐던 분노가 올라오기도 한다. 그때도 그 감정이 자기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이상한 꼬투리를 잡아 책에게 화를 낸다. 이 책은 번역이 잘못된 것 같다는 둥, 표지가 촌스럽고 편집이 나쁘다는 둥 심지어 책이 시시하다거나, 재미가 하나도 없다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 내면 감정을 책과 저자에게 투사하는 행위이다. 독서모임에서는 그란 말을 하는 사람에게 그 배면의 감정을 알아차리도록 이끈다. 사실 삶에서 만나는 타인이나 경험에 대해 판단이나 의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이라면 치유 노력이 필요없는 상태일 것이다.(36쪽)

 

독서나 독서모임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고 하고 그걸 성장과 동격으로 취급하는 그녀를 탓하려는건 아니다.

독서 모임이나 독서토론은 차치하고,

그냥 묵묵히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개인의 기억을 위한 용도로 기록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것이다.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이들이 처음부터 자기표현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일 년이 지나도록 자기 이야기를 한 마디도 꺼내놓지 않는 이도 있고, 친구 따라 모임에 참석했지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오래 사용해 온 페르소나를 벗는 일이다. 모임에서 말하는 방식도 그들의 생김이나 성격만큼 각양각색이다. 이를테면 책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와 세미나에서 발표하듯 말하는 사람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으면 내면이 정전된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일상생활을 사건 파일 보고하듯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일을 겪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고 물으면 언어가 중단된다.(39쪽)

 

나라가 뒤숭숭 해서 책이 안 읽힌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저 묵묵히 책을 읽고, 읽은 느낌을 이렇게 정리하는 것 외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all or nothing이 이런 식으로 쓰이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그냥'은 단순히 그냥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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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10-26 18:19   좋아요 2 | URL
그냥 이라는 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만 한다면.. 사는것이 좀 많이 피곤할듯 해요~
그냥 책 읽고 그냥 공부하고 그냥 .. 하고 싶어서...
너무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사는것 처럼 보일까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10-27 15:2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냥이라는 말 좋아요.
목적이 없는 듯 순수하게 여겨져서 말이지요.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 듯 살더라도,
바람이나 햇살 따위 경계가 없더라도 두루 공평하게 넉넉할 수 있잖아요.
그리 살아도 좋지않을까요?
헤에~^____^
 
국수는 내가 살게 삶창시선 46
김정원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어제였었나,  앉으면 꼬리뼈가 아프다는 비밀 댓글이 달렸었는데,

난 이런 비밀 덧글을 달았다.

이렇게 아프신 곳을 집어서 말씀하실 수 있을 정도라면 스스로 자가치유도 가능하실거에요.
너무 꼿꼿하게 바른 자세로 앉으려하니까 꼬리뼈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꼬리뼈를 지배하는 감각신경의 문제일수도 있는데,
흔히 디스크라고 얘기할때 영향을 받는 요추5번신경이랑 천추1번 신경의 지배영역이거든요.

가장 좋은건 지금도 잘 하고 계시는대로 도너스 방석이용하시고,
50분 책상에 앉아 계셨으면 한번씩 일어나서 움직이셔서 자세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앉은 자세에서 움직이기만 해서는 안되고,
일어나 손을 씻으러 다녀오신다던가 커피를 한잔 타 드신다던가 움직이셔야 자세 근육이 재 배열되고 정렬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이 모두를 너무 오래 방관하셨다면, 되돌아 가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 생각하시고,
느긋하게 고울을 잡아보시길~^^

덧글을 이렇게 달았지만,

사실 난 퇴화 기관인 꼬리뼈에서 통증을 느낀다는 그 (또는 그녀)가 부러웠다.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근원적인 명제를 떠올릴 것도 없이,

오래전부터 통증을 느낀다는 것을 살아있다와 동격으로 받아들였다.

그냥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명징하게 반응한다는 말처럼 느껴져서 좋다.

 

그런데, 이 시집 '국수는 내가 살게'를 쓰신 김정원 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는 시 '까치'를 통하여 이렇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뛰놀기는커녕 걸을 기회조차 박탈되어

점점 짧아지다가 어느 날엔가 아예

두 다리마저 없어질지 몰라

퇴화한 꼬리뼈처럼

                    -'까치' 중 일부-  

 

그렇다고 일부러 꼬리뼈를 가지고 통증을 즐기겠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매 순간 순간 무뎌지지 않고,

내 고통을 느낄 수 있을테니,

타인의 고통에도 섬세하게 반응할 수 있을거란 짐작을 얘기하는 거니까 말이다.

 

정말 되도않는 사람들이 화가라고 하고 다니고,

말도 안되는 시인과 작가가 시를 합네 소설을 합네 난리 블루스를 추지만,

아직까지는 무뎌질 수 없다며 통증을 일깨우는 사람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받아쓰기

 

농주 한 주전자 들고

벼논에서 피뽑고 지심 매시는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논둑에 난 흰머리, 삐비꽃 뭉개고 앉아

사발에 막걸리 따르며

깜냥 잘 썼다고 생각한 시를 흡족하게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아버지가 펼쳐보시더니

-당최 무신 말인지 모르것다야. 요로케 알기 옹삭한 것이 시다냐?

하셨다

 

나는 무지하게 민망했지만

염치없이 또 다른 시를 슬그머니 흘렸다

-이런 시답잖은 것도 시다냐? 영락없이 우리 사는 것 맹키구나. 나도 쓰것다야.

아버지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큰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 아찔하게

벌떡 일어나 무릎을 쳤다

 

먹물 묻은 관념이 아니라, 넥타이 맨 언어와 표현이 아니라

맨발로 흙을 밟고 손에 굳은살 박인 가난한 농사꾼이

'나도 쓰것다'하는, 오지항아리 같은 삶을 받아써야지

향기 나는 암술이 없는 꽃은 생명력이 없듯

땀내 나는 삶이 없는 시에는 자궁이 없구나!

 

시방 날도 화창한데

논길 따라 돌아오면서

나는 청개구리처럼 울었다

개안개안開眼開眼

 

내 시 농사는 조족지혈,

늙은 농사꾼의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난 이런 시가 좋다.

이렇게 아픔을 건드리는,

그리하여 알싸한 통증을 느끼게 하지만,

하지만 그 아픔에 무장해제하고,

감싸안고 다독다독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쿨한듯 어깨 한번 툭치며 소주 한잔 털어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은,

이런 시들이 좋은것이다.

 

'공정한 편애', '구별하기', '호남고속도로 하행선에서' 등 좋은 시가 넘쳐나는데 미처 다 못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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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5 18:04   좋아요 0 | URL
누가 말했던가요..고통은 존재를 각성케 한다라 했던데..책 찾아 봐야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0-26 18:03   좋아요 0 | URL
누가 말했던가요..고통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아니다, 사랑이었네요. 눈물의 씨앗은~^^

cyrus 2016-10-25 18:52   좋아요 2 | URL
관절염 같은 뼈에 생기는 통증은 정말 아픕니다. 오늘 병원에 검진 받았는데, 의사 선생이 통풍이 아니라 류머티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10-26 18:07   좋아요 1 | URL
통풍은 요산 검사를, 류마티즘은 류마티스 인자 검사를 하면 알 수 있는 것인데~--;
류마티스는 만만하게 볼 게 아니랍니다, 소모성 질환인데다가 난치라서.

정확하고 명확한 검사를 받아보세요.
대충 두루뭉술 넘어가면 나중에 후회하십니다~ㅅ!

AgalmA 2016-10-25 19:05   좋아요 1 | URL
이렇게 빨리 나타나실 줄 알았으면 급하게 먼댓글 달지 말 걸ㅜㅜ... 그래도 좋아요... 후루룩 냠냠. 국수엔 양념 간장~청양 고추 넣어서~

양철나무꾼 2016-10-26 18:11   좋아요 1 | URL
전 국수하면 따끈한 잔치국수가 좋고.
거기 동글한 밀가루 튀김말고 유부 많이 얹어서 먹는게 좋습니다요~^^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하루종일 링가링가 베짱이처럼 놀았다죠.
님의 댓글도 , 먼댓글도, 덧글도 제겐 귀하고 소중하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건 아닙니다.
늘 그리워 한답니다~ㅅ!

지금행복하자 2016-10-25 19:24   좋아요 1 | URL
저도 국수 사드릴수 있습니다 ㅎㅎㅎ
좋네요. 누군가에게 선듯 밥은 내가 살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국수 사줄 사람 찾으러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6-10-26 18:16   좋아요 1 | URL
사실 저 `국수는 내가 살게`라는 시는 좀 슬펐습니다.
요즘은 김영란 법 때문에 국수 한그릇 맘대로 못 사죠.
근데 제가 그런 선생님을 알아서 하는 말인데,
졸업한 제자들에게 국수고 밥이고 술이고 막 퍼주는 것은 김영란법에 안 저촉되나여?

제가 좀 많이 먹습니다.
국수 두그릇도 먹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ㅋㅋㅋ

아이리시스 2016-10-25 22:23   좋아요 0 | URL
저도요 국수 열그릇씩 열번. 방금 댓글달고 수정하려다 리스트를 지웠습니다. 폰으로 건드리다 한 실수인데, 그만큼 오래 안해서 낯설어졌구나 했어요.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마음이 언제나 다는 못건너가지만 전해질거라 믿어요 이제 자주 만나요😁😁

양철나무꾼 2016-10-26 18:18   좋아요 1 | URL
북플이 편하기는 하지만,
편한게 매번 좋은 건 아닐거예요.

때로 때때로 한번씩 좋습니다.

이제 자주 만날 수 있습니까?
새끼 손가락 걸자구요.
꼬옥~♥
 

사람들이 시를 얘기할때 어려운 말로 언어유희라고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난 그런 어려운 말로 꾸미기보다는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말 장난 같다.

지나친 말 장난 같은 시집 한권을 만났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그동안 김민정 시인을 좋아했었다.

문학동네에서 낸 시집들을 보다보면, 여기저기 따뜻하고 기지 넘치는 그녀의 코멘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 그녀의 코멘트를 보고 넘어가지 않았던 적이 없을 정도로,

그녀를 향하여 팔랑귀였던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시집은 언젠가 내게 돌멩이를 보내줬던 친구가 보내준 것인데,

그래서 그런 것인지 어쩐 것인지,

표제시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보다가 내 돌멩이가 불쌍해졌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 다리 두 개가

V자 안테나처럼 돌의 양옆 모래 속에 꽂혀 있었다

눈사람의 몸통 같은 돌이었다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냈는가 하면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먹빛이었다가 흰빛이었다가

밤이었다가 낮이었다가

사과 쪼개듯 시간을 반토막 낼 줄 아는

유일한 칼날이 실은 돌이었다

필요할 땐 주먹처럼 쥐라던 돌이었다

네게 던져진 적은 없으나

네게 물려본 적은 있는 돌이었다

제모로 면도가 불필요해진 턱주가리처럼

밋밋한 남성성을 오래 쓰다듬게 해서

물이 나오게도 하는 돌이었다

한창때의 우리들이라면

없을 수 없는 물이잖아, 안 그래?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

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내 돌멩이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하는 시의 소재로조차 등장하지 못하니 말이다~--;

 

시집의 뒷표지를 보면 김민정 시인의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시는 내가 못 쓸 때 시 같았다.
시는 내가 안 쓸 때 비로소 시 같았다.

그랬다.
그랬는데,

시도 없이
시집 탐이 너무 났다.

탐은 벽(癖)인데
그 벽이 이 벽(壁)이 아니더라도
문(文)은 문(門)이라서
한 번은 더 열어보고 싶었다.

세번째이고
서른세 편의 시.
삼은 삼삼하니까.

 

나도 같이 말장난을 해보자면,

시도 없이 시집을 탐내면 탐욕이 되는데,

詩集이 아니라 여자가 결혼하여 남의 아내가 되는 그 시집을 일컫는 모양이다.

그런데 시집 간 여자의 탐욕은 예로부터 칠거지악이라는데 말이다.

암튼 본인도 민망했는지,

'현대시 5월호'에서 신형철과 대담한 내용의 한 꼭지를 '출판사 책 소개' 란에 실었는데,

'이게 시가 아니면 뭐 어때?'라고 말하듯이 쓰인 시가, '그런데 이게 인생이 아니면 뭐냐'라고 말하듯 삶의 깊은 데를 툭툭 건드린다.'

고 하는데, 뭐~(,.)

그런데 말이다.

'삶의 깊은데'를 툭툭 건드린다고 하여, 시도 덩달아 깊어지는 건 아니다.

시는 깊은 데를 건드리는 매개일 뿐이다.

지인과의 카카오톡 내용 따위가 시가 될 수 있는 시대라지만,

굳이 그 시의 저작권을 따지자면,

그런 카카오 톡 내용을 보낸 시인의 지인에게 일정 부분 있고,

시인은 찬조출연 쯤 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시인에게서 윤동주 같은 시심을 바래선 안 되겠지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라고 고백하던 윤동주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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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려운 돌, 어려운 시
    from 공음미문 2016-10-25 14:29 
    조약돌  조약돌은 잘 정의하기에 쉬운 사물이 아니다.단순한 묘사로 만족한다면 우리는 우선 조약돌이 바위와 자갈 사이의 돌의 형태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그러나 이 말은 이미 돌에 대해서 증명되어야 하는 하나의 개념을 의미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노아의 홍수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나를 비판하지 말 것이다. * 모든 바위덩이들은 엄청나게 큰 하나의 선조로부터 분열되어 나왔다. 전설적인 이 몸체에 대해 한가지밖에 말할 수 없다. 저 세상을 벗어나면
 
 
yureka01 2016-10-25 13:46   좋아요 2 | URL
시집 제목이랑 돌맹이 하나가....마음의 연못에 툭 뎐저질 때의 파장은 그래서 더 물이 결로 일어나는 것인지도^^..잘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0-25 14:01   좋아요 1 | URL
우와~~~~^^
댓글이 더 시 같이 멋집니다여.
근데 시집은 그니의 명성만큼은 아니어서 씁쓸했답니다~--;

AgalmA 2016-10-25 14:30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이 글에 먼댓글 썼는데요. 혼내기 없기요-,-;;

양철나무꾼 2016-10-25 14:38   좋아요 2 | URL
먼댓글 잘 읽었고 `좋아요`도 눌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님의 먼댓글을 혼낼 깜냥이 안 되는지라, 쭈뼛쭈뼛~--``(땀나라~)

어려운 돌, 아니 어려운 댓글 말고...쉬운 댓글만 던져 주시길~^^
이곳은 비가 내리다가 그쳤습니다.
님 계시는 그곳은 어떤가요?^^

AgalmA 2016-10-25 15:22   좋아요 2 | URL
좋아요는 프랑시스 퐁주에게 주시는 것이지 제 것은 아니니까 감사 안할래요ㅎㅎ;;
저도 말 공기놀이 좋아하는데, 양철나무꾼님 이 글이 퐁주 시를 부르는 걸 어떡해요; 작가가 작품이 원하는 대로 따라 글을 쓴다 하듯이 저도 양철나무꾼님 글이 부르는 글을 찾아 데려 왔다고 핑계댈래요ㅎ;;;
여기도 비는 그쳤는데, 덕분에 시 읽다보니 일이 너무 하기 싫어졌어요. 으앙ㅜ.ㅜ

양철나무꾼 2016-10-25 17:56   좋아요 2 | URL
어떡하죠?
전 이런 님의 투정같은 글을 사랑한답니다.
온몸으로 흠뻑 받아들였다나, 어쨌다나~(,.)

우리 비도 그쳤는데, 일은 이쯤에서 작파하고,
술한잔 합시다~!
그대는 거기서 난 여기서,
잔을 채우고,
건배~!^^

2016-10-25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0-25 18:01   좋아요 1 | URL
아핫~, 관심을 가져주시고 감사합니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음 지으실 님은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가을 저녁이 되면,
그냥, 불현듯,
있지도 않은 옛사랑 생각도 나는 것이 괜히 멜랑꼴리해진답니다~^^

이 시간에 커피 먹으면 밤을 꼴딱 지새우지만,
오늘은 님말씀 듣고 퇴근길 편의점에서 따끈한 캔커피 하나 사봐야겠어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10-25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