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4
존 밴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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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사진을 보고 주로 인물들을 따라 그린다.

내 실력은 취미라고 얘기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사진을 보고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은 내가 좋아서 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래. 사물들은 지속된다. 살아가는 것은 조금씩 퇴보하지만.(16쪽)

난 이 문장을 내 마음대로 해석했는데,

고인물은 썪게 마련이지만 구르는 돌에 이끼가 낄 새가 없다.

나는 조금씩 퇴보하더라도 살아있고 살아가는 것을 택하겠다.

다시말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사르고 쇠퇴하는 것까지도 살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에 머무르지 않고, 내 마음대로 가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기실 나의 그림 솜씨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 그림은 사실화라기 보다는 상상화에 가깝다.

하지만 사진처럼 찍는 그 순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리면서 그림에 애정을 쏟는만큼 온기를 내 마음대로 가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은 빛과 그림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을 생략하거나 강조할 수도 있는 것이,

얼마든지 그리는 사람의 시점에서,

심지어 빛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대상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여러단계의 음영으로 가감할 수 있는 것이어서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책 '바다'를 읽었다.

250쪽 안팎의 결코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이 책이 쉽지는 않았다.

글자들을 읽었다기 보다는 그림을 봤다고 해야할 정도로 회화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들이다.

ㆍㆍㆍㆍㆍㆍ나는 햇빛이 쏟아지는 텅 빈 오후에 스테이션 로드를 따라 걸어갔다. 산 기슭과 맞닿은 해변은 쪽빛 아래 담황색으로 은은하게 빛났다. 바닷가에서는 모든 것이 수평선으로 납작해졌다. 세상은 땅과 하늘 사이에 눌린 긴 직선 몇 개로 줄어버렸다. 나는 빙 둘러서 시더스로 다가갔다. 어린 시절에는 어째서 내 관심을 끄는 새로운 것마다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것인지? 권위자들은 모두 초자연적인 것이란 새로운 곳이 아니라, 알라진 것이 다른 형태로 돌아온 것이라던데. 유령이 된 것이라던데. 그러나 대답할 수 없는 그 많고 많은 것 가운데 이것은 가장 하찮은 것이다.(17쪽)

 

나는 애나에게 브랜디 잔을 주었다. 그녀는 잔을 쥐고 서 있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내 뒤의 창으로 들어온 빛이 그녀의 쇄골 옆에 걸린 안경의 렌즈 위에서 반짝여, 마치 또하나의 애나, 축소판 애나가 눈을 내리깔고 큰 애나의 턱밑에 바짝 붙어 서 있는 듯한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27쪽)

아주 정교하게 묘사해내고 있는데, 직접 상황을 보고 글로 옮기는게 아니었다면 이런 문장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맥스는 아내를 암으로 잃고 딸 클레어에게 '과거 속에 사시네요' 라는 말을 듣고도 그래, 그렇다 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미술사학자와 사진작가 부부의 대비를 통하여,

찬란하고도 처연한 생의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려고 했다는데,

그래서일까, 나도 그런걸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때문에 이 책은 겉으로는 자기 계급에 대한 불만과 거기서 탈출하기 위한 욕망으로도 읽히지만,

이 책의 끝에 또 다른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데, 내겐 그게 더 충격이었다.

일반적이고 구태의연하게 생각하다가, 그러면 그렇지, 뭐 별게 있겠어 했다가 허를 찔린 느낌이다.

 

번역도 한몫했다.

정영목의 그것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읽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나만 옮겨보자면,

의사의 이름은 토드였다. 이것은 여러 나라 말을 아는 사람의 운명에서 보자면 악취미의 농담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디애스De'Ath라는 이름도 있으니까. 중간에 예쁘장하게 대문자를 쓰고 귀신을 쫒는 아포스트로피까지 찍어놓았지만. 아무도 속이지 못한다.

**'토드(Todd)'는 독일어에서 죽음을 뜻하는 'Tod'와 철자가 비슷하다.(20쪽)

같은 것들이다.

디애스라고 할때는 '뭐지?' 했었는데,

아포스트로피(')를 빼고 이어서 발음해보니 Death(죽음)이다.

이런 번역은 생각지도 못하던 것들이다.

 

언젠가 프랑스어로 엄마가 '메르'라는 얘기를 들은적 있다.

그런데 엄마 뿐 아니라 '바다'도 '메르'라고 해서 참 아름다운 발음이고 의미도 중의적이다 싶었었다.

 

이 책은 글쎄, 아름답다고 하지만 좀쓸쓸하고 우울함을 전하는 그런 철지난 바다 같은 소설이다.

그러고보면 삶이란 바닷가의 밀물과 썰물처럼 때론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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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2-11 22:22   좋아요 1 | URL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사르고 쇠퇴하는 것까지도 살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최근에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에 말씀과 비슷한 문구가 있어서 적습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삶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짝 의미가 통하는 구석이 있는가요?^^;;

양철나무꾼 2016-12-12 11:44   좋아요 2 | URL
상실의 시대 속 좋은 문구를 일부러 찾아...이렇게 적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전 언제부턴가 산다는 건 죽음을 향하여 다가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시니컬 한듯 하지만, 겸허해지는덴 그만입니다~^^

2016-12-11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2 11:59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일곱권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라는 책과 더불어 어제가 리뷰 추첨 한권 이벤트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제가 리뷰대회라면 욕심 부리지 않았을텐데, 리뷰 추첨 이벤트라고 하여 부지런을 떨어봤습니다, ㅋ~.

전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이 소설의 남주 맥스가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아주 아름다웠을 것 같고,
그리고 그걸 정영목 님이 번역하신 덕분에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아서,
나름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2016-12-12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3 14:58   좋아요 2 | URL
버스 시간 맞게 타셨어요?^^

전 예전에 아는 출판사 사장님께 정영목 님에 대한 일화를 들었어요.
보통 물오를때 반짝이라는 생각에, 작업할게 들어오면 일단 받고 보자꾸나 할텐데,
그런데 이 분은 속도가 좀 늦더라도 완전 꼼꼼하게 작업을 하셔서, 이름이 났었대요.
요즘도 이 분의 작품들을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바르고 성실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고 보니, 바르고 성실하기로 치면...님도 둘째가라하면 서러울 것 같은데, ㅋ~.
그렇게 쌓아올린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죠~^^

cyrus 2016-12-12 18:02   좋아요 1 | URL
리뷰 이벤트에 당첨되길 바랍니다. 저도 응모할려고 했었는데, 예전에 문학동네 출판사를 잘못 오해한 댓글을 써서 알라딘 계정을 쓴 직원에게 발각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포기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3 15:06   좋아요 2 | URL
당첨 됐으면 좋겠어요~^^
책이 상품인것 같던데, 좀 탐나더라구요~^^

그러게요, 알라딘 서재 이곳엔 그러고 보면 알게 모르게 출판 관계자들, 작가들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오해는 바로 잡으면 이해가 되는 거니까요.
문학동네 측에서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을 거예요, 분명~!

어쨌거나, 님처럼 좋은 글을 쓰시는 분이,
책을 사 읽어보고 싶게끔 리뷰를 쓰는 분이,
포기하셨다는 건...문학동네 입장에서는 큰 손실일거예요.
다음 번을 기약하시자구요~^^


cyrus 2016-12-13 17:04   좋아요 1 | URL
방에 더 이상 책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서 요즘은 적립금이나 상금을 주는 이벤트를 선호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6-12-13 17:29   좋아요 1 | URL
적립금도 좋지요,
상금은 받아봤는데, 제세 공과금 어쩌구 하는게 머리 뽀글거리더라구요~^^

저는 방이 아니고 집구석에 더이상 책을 보관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꾸준히 사들이는 걸 보면, 병이지 싶습니다~ㅠ.ㅠ
환자로 치면 중환자고, 병으로 치면 불치병이지 싶습니다.
 

탄핵 안이 가결되었다,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창피한 얘기지만,

그동안 하야와 탄핵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스스로를 반성하는게 아니라, 대통령 핑계를 대고 대통령 탓을 하는 게 싫었었다.

심지어 길을 가다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전깃줄 위에 앉은 새똥을 맞아도 대통령 탓을 해대는데,

그건 아니다 싶었었다.

 

탄핵안이 가결되어 용기를 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친구에게 그런 궁금증을 하소연 하였더니,

이런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만큼 그 자리가 큰 자리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겠다.

 

이제 시작이다.

아직 샴페인을 따기엔 이르지 않은가 말이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오늘의 1일1그림 제목은 '블루스 워먼'이다, ㅋ~.

그렇다고 내가 블루하다는 얘기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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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2-09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방이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친일파 기득권 몸통이 지배하는 한
이런 희비극은 계속 반복되리라 생각하니
찜찜합니다^^;오늘 그림의 주인공은 양철나무꾼님??ㅎ

양철나무꾼 2016-12-12 11:24   좋아요 2 | URL
근데 탄핵안이 가결되면 뭔가 박차를 가해 추진될 줄 알았는데,
정치권은 아무런 합의안도 도출해 내지 못하고 깔고 뭉개더라구요.
토욜날 집회는 축제 분위기던데,
뭘 축하해야 하는 걸까요?@@

넵, 그림은 접니다.
원래 저정도로 둥글넙적은 아닌데,
이 곳에 올리면서 사진 크기를 줄이다보니, 이리 되었네요, ㅋ~.

오거서 2016-12-09 2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이제 시작입니다. 힘을 내셔야 해요! ^^

양철나무꾼 2016-12-12 11:24   좋아요 1 | URL
네, 우리 모두 힘을 내야죠~^^

지금행복하자 2016-12-09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새로운 시작입니다~ 다시 이 지옥을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2 11:25   좋아요 1 | URL
네, 힘내자구요~^^

겨울호랑이 2016-12-09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다음 주부터는 헌법재판소인가요? 찾아보니 위치가 안국동이어서 광화문과 그리 멀지도 않네요 ㅋ

마르케스 찾기 2016-12-10 23:40   좋아요 3 | URL
국회를 에워싸며 촛불을 밝혔듯,, 이제 헌법재판소 앞인가요~~
이건 아니다 소리치면,, 들리겠죠, 듣겠죠, 때리는 사람에게 더 맞더라도 왜 때리느냐 소리라도 치면 그 다음 사람은 맞지 않는다죠,,, 그렇게 조금씩 사회는 변하리라는 희망을 가진, 어리석은 사람들에의해 조금씩 더 좋아진다고 배웠으니,,,

양철나무꾼 2016-12-12 11:41   좋아요 2 | URL
네, 헌법 재판소라고 하는데,
헌번 재판소도 헌법재판소려니와,
국회의원들 밥 그릇 싸움 하는 것도 완전 밥맛입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힘을 실어준거지,
그게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차리라는 힘이 아닐진데 말에요.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 - 핫한 동네에서 매일 불티나게 팔리는 특급 반찬 120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 1
채움반찬 외 지음 / 비타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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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은 조리사이다.

요즘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쉐프들처럼 폼 잡고 겉멋 부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 내놓는 음식만은 하나같이 내 입맛에 맞는것이, 최고로 맛있다.

그렇다고 다 커서 따로 살림을 차린 처지에 매일 남동생이 만들어준 음식만을 먹을 수는 없는 고로,

남동생이 만들어준 마법의 베이스를 이용하면 얼추 그 맛이 난다.

 

기실 나는 먹는 것에 예민한 편은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도 잘 먹고, 바닥에 떨어진 것도 툭툭 떨어 입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배만 부르면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되는 것이 마냥 넉넉해진다.

그렇지만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것은 아니다.

편식이 심해서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의 경계가 명확하고, 비린내가 나면 입에 대지 않는다.

 

'핫한 동네에서 매일 불티나게 팔리는 특급반찬 120'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소문난 반찬가게 인기 레시피'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궁금했다.

사람들의 입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그건 맛의 일반성을 얘기한 것일테고,

대부분 지역 색깔에 따라, 삶의 질이나 정도에 따라 입맛이 다르게 마련인데,

그걸 어떻게 평준화하여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가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해 보는 수고를 하지는 않았다.

그림도 책을 보고 공부하고,

여행도 다른 사람이 쓴 여행기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나답게,

이 책도 레시피를 보고  따라해본건 몇 개 안 되고,

책을 보면서 4군데 반찬가게 레시피를 비교 분석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으려 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으리라고 착각했었다.

 

이 책에 나온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가는,

목동 채움반찬, 판교 소중한식사, 분당 리쿡54, 옥수동 셰프찬, 이렇게 네 곳인데,

인기반찬은 비슷하게 중복되기도 하고 자기 가게만의 주력 반찬이 있기도 하다.

목동 채움반찬의 '베이컨 달걀말이'와 판교 소중한식사의 '맛살 달걀말이'가 그러하고,

목동 채움반찬의 '닭가슴살 카레'와 분당 리쿡54의 '고구마 카레'가 그러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메인 재료와 부대 재료들을 개성에 따라 가감하여,

반찬 가게 나름의 개성을 살린 무침과 볶음과 조림, 장아찌 따위가 탄생한다.

 

책을 본 소감은,

아무래도 '핫한 동네'여서 그렇겠지만,

일반적인 재료 뿐만이 아니라, 가격이 좀 나가는 특별한 재료를 사용한 반찬들도 제법 있었고,

웰빙족이라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듯한 반찬들도 있었다.

한번씩은 고가의 재료들을 사용하겠지만,

매번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경우, 대체 가능한 식재료들을 소개해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음식은 하나 같이 맛있어 보였고, 그들이 가진 솜씨를 제대로 뽐내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취지처럼  '소문난 인기 반찬가게'를 광고하고 뽐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곳들의 요리비법을 전수하여 가정에서 한번씩 해볼 수 있고 그리하여 건강한 식탁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지,

타겟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요리초보들이 알아야 할 것들' 해서 Q&A로 정리한 것이나 소문난 반찬가게의 비법 양념장 같은 구성은 좋았다.

동생이 만들어준 마법소스처럼, 이런 비법 양념장만 있으면 어떤 요리도 두렵지가 않다.

 

반찬가게들마다 반찬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라고 하여 반찬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하였는데, 그것도 좋았다.

목동 채움반찬은 나물을 약간 짭조름하게 간 하는 것을,

분당 리쿡54는 당일에 만들어 최대한 당일에 먹는 것을,

판교 소중한식사는 알맞은 냉장고 칸에 보관하기를,

옥수동 셰프찬은 만든 반찬을 빠르게 식혀 보관하는 것을 얘기한다.

 

책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레시피는 과감하게 생략된 곳도 많았다.

그러려니 한 것도 있고 이해가 안된 것도 있는데,

161쪽의 '매콤닭볶음탕' 같은 것은 레시피 대로 했다가는 속은 안 익고 겉은 냄비바닥에 눌러붙을 것 같았다.

난 나물무치는 것을 좀 두려워하는 편인데,

'일년 내내 즐겨 먹는 건취나물'같이,

'취나물처럼 향이 좋은 건나물은 미리 불리지 않고 바로 삶아요' 같은 팁은 참 좋았다.

 

책 뒷표지에 보면 이 책의 포인트4가지가 나온다.

핫한 동네, 핫한 반찬 가게의 베스트 반찬 수록,

엄마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반찬 레시피 120품 대공개,

365일 밥상에 올려도 질리지 않는 필수 반찬 레시피,

요리초보자가 부엌에서 펼쳐보는 활용 만점 기본 반찬 책, 이 그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요리초보자가 부엌에서 펼쳐보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요즘 요리 초보인 주부들도 많지만,

인터넷이 발달하여 클릭 몇번만 하는 수고를 하면 자상한 요리법과 요리팁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사람이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먹는 것을 그 사람의 본성 내지는 인성이랑 결부시킨 말 같지만,

의미를 축소시켜 '앵겔지수'와 연관시켜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걸 알라딘 서재 이 동네에 맞게 바꿔보면,

'그 사람이 읽는 책이 곧 그 사람이다'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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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2-09 13:08   좋아요 0 | URL
헙.저도 비린내나는 잘 못먹습니다..ㄷㄷㄷ식성이 비슷할 듯한 느낌이....

양철나무꾼 2016-12-11 21:45   좋아요 0 | URL
전 식성은 완전 초딩 입맛이랍니다.
저랑 같으시려면 과자랑 사탕도 달고 사셔야 하는데...괜찮으실시?
넘 무리수 아닐까요? ㅋㅋㅋ~.

피오나 2016-12-09 13:25   좋아요 0 | URL
와.동생분이 조리사라니..그저 부럽습니다요ㅋ 제가 요리를 먹는 것도, 하는 것도 관심이 많거든요^^

양철나무꾼 2016-12-11 21:49   좋아요 0 | URL
남편이 조리사인것 만큼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요리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잘 안 한다는데,
남동생은 요라하는 것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요리를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많이 드셔보신다면 요리를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으실까요?^^

hnine 2016-12-09 15:34   좋아요 0 | URL
레시피가 5번이 끝인가요? 예, 제가 생각해도 저대로 하면 탈것 같은데요.
저도 오늘의 숙제처럼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해야하나 결정해야하는 매일 하며 살고 있는데 요리책 따라하며 도움을 많이 받긴 하지만 따라하는 동안은 실력이 늘지 않더라고요. 실패 각오를 하고 자기 손맛과 입맛으로 간을 봐가며 해야 내 실력이 되는 것 같아요.
남동생분이 조리사셨구나~~ 저희 집도 남동생은 저랑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양철나무꾼님도 그러신가봐요 ^^

양철나무꾼 2016-12-11 21:55   좋아요 0 | URL
네, 5번이 끝이랍니다.
그러니까 직접 해본 저희같은 아줌들은 저 레시피가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보이는거죠~^^

남동생은 군대가기전엔, 작곡을 전공했었어요.
늦게 군대를 다녀와서 조리쪽으로 방향선회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론 제가 이무렵 첼로의 꿈을 남동생 땜에 접어서, 남동생이 계속 음악을 해줬으면 바램이 있었지만,
사람의 삶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더 아슬아슬하지만 매력적인 것 같아요.

북프리쿠키 2016-12-09 20:11   좋아요 0 | URL
제목에 공감을 표합니다.
내 입에 무엇을 집어넣는가는
순전히 나만의 선택이고,
집어넣는 재료에 따라 우리체형과 얼굴생김새가 달라진다는 데 동의해요.

마지막 문장에도 깊은 공감 얻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1 21:58   좋아요 1 | URL
저 제목은 두루두루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전 좀 단,무,지 과여서...그냥 보이는 대로, ㅋ~.

쿠키 님의 공감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2016-12-09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11 22:01   좋아요 1 | URL
그런데 절대 음감이 있듯, 절대 미각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들이 절대 미각인 것 같은데,
덕분인지 때문인지...제 삶은 극도로 피곤해졌습니다~--;

푸른희망 2016-12-09 21:40   좋아요 0 | URL
저도 요리책 보는거 참좋아합니다
따라 만드는거 말고 보기만하는거~^^

양철나무꾼 2016-12-11 22:05   좋아요 1 | URL
요리에도 유행 주기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요리 책을 주기적으로 사들이는데,
저도 요리에 에고가 있다보니,
물론 요리책을 보고 그대로 다 따라하지는 않습니다여~--;

보는 것만으로도 요리 실력도 같이 쑥쑥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님도 저도요~^^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난 움직이는걸 좋아하는 부류가 아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란 것도 아들이 학교 다닐 적에 숙제 차원에서 다녔던걸 제외하면,

전무하다시피 하다.

 

산촌 여행의 황홀
박원식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그런 내가 '박원식'의 '산촌 여행의 황홀'을 읽다가는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절기상 대설을 하루 지났지만, 날은 꾸물꾸물한 것이 뭐라도 내릴 것만 같은 하늘이다.

오늘 같은 날 읽는 이 책은,

아궁이에 불지핀 방 아랫목에서 곶감으로 만든 수정과에 마침하게 구워진 군고구마를 먹는 기분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부분은 '우복동 사상 박힌 순결한 산촌'이라는 제목의 '경북 상주시 화남면'꼭지이다.

경북 상주라고 하면 곶감의 고장이라지만,

이렇게 쪼로록 실에 꿴 곶감이라니, 보석으로 꿴 발보다 이쁘고 귀하다. 

 

글이 어떻길래, 내가 이렇게 설레발을 치는지 맛보기 차원에서 조금만 옮겨보겠다.

 

학교도 단 한 곳이 없으며, 납작한 구멍가게와 겨우 간판만 달린 작은 식당이 각각 있다. 그밖에 연탄난로 연통이 처마 밑에서 덜렁거리는 다방이 하나 보인다. 그리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낡고 허름한 인가가 여기저기 산재해 그나마 사람 사는 조짐을 증명할 뿐이다. 약도처럼 간략한 풍경이다.

  생략법처럼 차라리 절묘한 구성이다. 이렇게 소소하고 미미한 구색을 걸친 면 소재지란 어디에도 다시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매우 이색적인 여행지에 도착한 게 틀림없다. 고도로 압축되고 극도로 정제된 풍경 속에 들어온 셈이다. 혹은 지나치게 남루하고 형편없이 침체한 경관 속에 놓여 있다. 어쨌거나 이색이며 이채다.

  북풍이 달려와 앙칼진 한기를 끼얹는다. 그 써늘한 한풍으로 내장까지 맑게 씻기는 기분이다. 간밤의 술자리로 탁류처럼 흐려졌을 뱃속이 서서히 진정되고 이제 식욕이 입을 벌린다. 국도 변에 붙은 식당에 들어가 늦은 아침을 먹는다.

ㆍㆍㆍㆍㆍㆍ

쥔장은 적적한 산골을 좋아한다는 별난 여행자에게 일테면 자폐적 취향 같은 것을 느끼고 실소를 터뜨렸을 수도 있다.

 

지루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보자.

내가 완전 매료된 구절은 이제부터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고독이 많은 사람이지만 고립이나 자폐를 옹호할 까닭도 없다. 나를 유폐시키려는 듯 덮쳐오는 도시의 잡담에 가끔 환멸을 느낄 뿐이다. 소음과 풍문이 들끓는 도시에서 놓여나 고요한 산촌에 들어온 지금, 웅크렸던 의식이 환하게 열리는 걸 느끼고 있다.(94~95쪽)

 

도시에서 현기증이나 환멸 따위를 느낄 때면 가끔 이렇게 산촌에  심신을 치유하러 다녀오면 된다니 말이다.

제 스스로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고 설레발 치는 걸 보면 이런 치유 방법이 여간 부럽지 않았나 보다.

 

개인적으로 감성에 거나 수사가 화려한 글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박원식은 예외로 놓아야 할 것 같다.

박원식과 더불어 문장의 수사가 화려한데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관독일기'와 '폐사지 답사'시리즈를 낸 '이지누'다.

 

 

 

 

 

 

마음이 번거롭고 어쩌지 못하겠는 날,

아무데나 펼쳐서 아무렇게나 읽어도 참 좋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번거롭기도 한 나는,

곶감 사진이나 바라보며 감을 입에 문다.

 

근데 홍시든 곶감이든 단감이든 상관없이,

감을 먹으면 영감이 마구 떠오르는게 아니라, 영감이 되는 느낌이지만 말이다.

 

오늘의 '1인1그림'은 '감을 몰래 먹고 시치미를 뚝 잡아떼는 여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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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8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09 12:13   좋아요 1 | URL
어렸을땐 곶감과 수정과만 좋아했는데, 이젠 감이란 감은 다 좋아요.
단감이랑 홍시까지는 먹겠는데,
대봉 감은 맛나긴 하지만, 너무 커서 한번에 먹긴 좀 부담스럽지만 말예요~^^

아웅~, 돌아가신 할머니가 에전에 만들어주시던 수정과 생각나요~--;

[그장소] 2016-12-08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빛이 초롱초록~

양철나무꾼 2016-12-09 12:16   좋아요 1 | URL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ㅋ~.
잘 모르니까 제 맘대로 그려놓고, 창피한줄도 몰라요.

실제로보면 썩은 동태랑 막상막하입니다~ㅅ!

[그장소] 2016-12-09 22:02   좋아요 1 | URL
그때가 젤루 반짝반짝 이쁘거든요. 어느정도 기교가 생기는 수준보다 , 막 막 열중( 정)으로 그리고 하는때가~^^ 용기가 좋은때! 고요~!!

지금행복하자 2016-12-08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로 하는 여행이 훨씬 더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줄때가 있어요~ 바로 그곳으로 가고 싶게 해주니까요.. 근데 과연 그곳에 가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게 될지.. 두렵기도 해요 ㅎㅎ
가끔 직접 보고 실망한 경우도 있어서요;;

양철나무꾼 2016-12-09 12:21   좋아요 2 | URL
박원식은 말이죠, 글쓰는 사람들도 혀를 내두르는 글빨이라고 합니다.
거기다가 산으로 여행을 즐겨 자타공인 산사람이라고 하니,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하는 듯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부담이 없을 듯 합니다.

실상의 전 저질체력이기도 하지만,
산촌으로의 여행은 편의시설도 안 되어 있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꼬마요정 2016-12-08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가고 싶지만, 번거롭기도 한 나는.. 공감합니다. 덧붙여 극구 움직여 본 나는 그예 곶감 같은 풍경에 정다움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끼는 요상한 경험을 해 봅니다... 여행은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12-09 12:24   좋아요 2 | URL
댓글이 한편의 사같은 것이 완전 멋집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님의 댓글에 힘입어 이 겨울 여행을 계획해 볼 수도 있을 듯~, 쿨럭~(,.)

AgalmA 2016-12-09 04: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 그림은 묘한 입체파 느낌ㅎ
뚱뚱한 그림만 그린 보테로처럼 양철나무꾼님만의 개성이 보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12-09 12:27   좋아요 2 | URL
Agalma님, 님처럼 멋진 그림을 그리는 분이 칭찬해주시니 날아갈 것 같습니다.
실은 새로운 작법이나 터치를 개발하지 못해서,
그림 다 똑같은 것이 저만의 개성이 된 듯, ㅋ~.

창피하기는 한데, 기분 전환에는 완전 도움이 됩니다~^^

책읽는나무 2016-12-09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영감을 얻으셨군요?
감을 먹고 시치미를 뗀 여자는 좀 입체적이면서 빛이 나는 듯 합니다.
눈매도 고와요^^

양철나무꾼 2016-12-09 12:29   좋아요 2 | URL
좀 입체적인 듯도 하고 빛이 나는 듯도 한데,
눈매도 곱다니 더 반갑지만, 헤에~^___^

궁극적으로 저랑 한개도 안 닮았다는~(,.)
사실화가 아니라 상상화를 매일 그리고 있습니다~ㅠ.ㅠ

북프리쿠키 2016-12-09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의 제목이 귀엽습니다ㅎㅎ
 

아직 채 읽지 못하거나 겉 비닐도 안 뜯은 상태로 보관 중인 책도 있지만,

적립금도 얼마간 남아 있어서 책 한권쯤은 질러댈 수 있지만,

어떤 책들은 내가 사지않고 꼭 선물 받고 싶은 책들이 있다.

 

이 책이 내게 그랬는데, 보자마자 매료되어 친구에게 사 내라고 으름장을 놨었지만,

실제의 나는 허그는 커녕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닭살이 돗는 것 같아, 대패가 필요할 지경이다.

 

 

 

 

 

 

 허그 Hug
 지미 리아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리틀빅 / 2015년 10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한다' 가 이 책의 내용이라는데,

내가 요즘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현재의 나에 충실하게 되는 그 순간,

상대방을 향하여서도 너그러워지고 넉넉해며,

마음 한켠 빈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된달까.

 

꼭 끌어안아 주는건 쑥쓰러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면,

옷에 붙은 먼지를 떼어내듯 어깨를 한번 툭 쳐준다든지,

따뜻한 캔커피 하나 쥐어주고 막 뒷걸음 치는 그런 행동만으로도,

세상은 얼마든지 살만한 곳이 되니 말이다.

 

그림이 얼마나 예쁘냐 하면...이러하다.

 

요즘은 그림을 볼때 눈으로 보지않고 마음으로, 느낌으로 보려 노력한다.

난 잘 그린 그림보다는 따뜻한 그림들이 좋은데,

그림에 따뜻함이 배어나느냐, 의 여부는 내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느냐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또 내가 하루에 한 점씩 그림이랍시고 그리다 보니,

어떤 그림은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그렇지 않은걸 알면서도,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그리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땐 따뜻함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주변은 과감히 생략하고 왜곡하기도 한다.

 

저 그림들에서 내가 확대하여 봤던건 "초승달 모양의 눈'이다.

저런 것들이 오늘의 나를 지탱시키는 힘이 아닐까.

 

헤닝 만켈의 '하얀 암사자'를 읽다보면,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

"ㆍㆍㆍㆍㆍㆍ그러니까 당신들은 단지 무슨 일인가 일어났을 거라고 믿는 거군요."

발란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 그랬다. 그러나 믿는 것과 아는 것의 경계를 어떻게 확정지을 수 있겠는가.(49쪽)

 

 

 하얀 암사자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7월

 

 

헤닝 만켈은 내가 아는 장르소설 작가 중에서 최고로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쿠르드 발란더도 그렇고.

안아주고 싶다.

 

텔레비전 프로 중에 '나혼자산다'를 가끔 본다.

연예인들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에 나만 홀로 그렇게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확신과 위안이 필요했다고나 할까?

혼자 사는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비법을 전수받아서 내 삶에 적용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음악도 듣고, 운동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다양하게 즐기는 그 사람들 중,

내가 기억하기로는 어느 누구도 책을 읽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책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책조차 읽지 않는다면...

책조차 읽지 않으면서 심심하다, 외롭다 하는 건 좀 그렇더라.

 

남편이나 아들과의 허그는 너무 익숙해져서 타성에 가깝고,

보기만 하면 눈이 하트 눈이 되고, 얼마든지 '꼬옥~' 보듬어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딱 한명 있는데,

사촌 동생의 딸내미이다.

이뻐죽겠다, 이뻐서 환장하겠다.

오늘 그림의 제목은 '예쁜 내 조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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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탁 2016-12-07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2016-12-07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쁜건 역시 아들이 아니라 조카군요~ ㅎㅎ
양철나무꾼님 그림 참 좋아요~
이제 그림 없으면 서운할 정도예요.
예쁜 조카도 양철나무꾼님의 사랑에 행복할것 같아요. 이 세상에 엄마 아빠 말고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세상을 더 용기있게 살 수 있도록 해주죠~~~ ㅎㅎ

양철나무꾼 2016-12-08 18:25   좋아요 1 | URL
아들은 이쁜게 아니라 징그러운 느낌이랄까?
이제 이뻐하기엔 너무 많이 컸어요.
한편으로 든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물가에 내놓은 애 같기도 하고, ㅋ~.

제가 어릴때 딸 꾸며주는 엄마들이 너무 부러워서 막 분홍색 옷 사입히고,
머리에 핀도 꽂아주고 그랬는데,
이젠 그 사진 보면서 웃어요.

조카를 향하여 한번도 그런 생각 못했었는데...
님 댓글 보고 조카에게 물었더니, 님처럼 얘기해요.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크는 존재들인가 봐요~^^

2016-12-07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8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8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