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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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저녁 퇴근길이었다.

지역국회의원이 수행원들을 데리고 나와, 의정활동보고서를 돌리고 있었다.

난 그를 지역의 젊은 양심 일꾼 정도로 생각했었던터라,

의정활동 보고서 한가득 차지하는 설정된 사진들에도 분개했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고 던져 버리는 의정활동보고서를,

그렇게 좋은 종이를 써서 컬러풀하게 만들어야 했나 싶어서 더 화가 났다.

그게 다 국민들의 세금인데,

사거리 교차로 한편에는 후원금 모집 현수막을 크게 걸어놓고서는,

의정활동보고서를 그렇게 럭셔리하게 만들어 내는 저의가 궁금했지만,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을 뿐이다.

 

이 책을 야금야금 아껴 읽었다.

끝까지 다 읽은 후 '감사하는 말'에 이르러 완전 빈정이 상하고 말았다.

 

2015년 여름 두달 동안 재계CEO와 함께 옛 그림과 옛 음악을 공부하고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국악과 그림이 어울려 강의를 하며 연주를 곁들였다고 한다.

그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게 이 책이다.

 

저자는  음악이 그림 속에 들어와 앉은 양식을 소개하면서,

은일(숨어사는것)과 아집(우아한 모임)과 풍류라고 하는데,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재계 CEO에게 은일이라니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그래도 마냥 툴툴거릴 수 없음은,

재계 CEO들이 아니었다면 손철주가 하는 강의를 성사시킬 수 없었을 뿐더러,

그런 강의에서 그냥 음악 감상도 아니고 국악 연주를 곁들이는 럭셔리함이 가당키나 했겠나 말이다.

나 같은 소시민이 봤을땐 눈꼴셔도 국악을 활성화시켜서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감수할 수밖에~--;

 

그런데 백번 양보해도,

재계 CEO들인데, 최순실 정유라 모녀도 아니고 '숨어살기', '은일'을 얘기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을까?

암튼 이 책의 1장은 '숨어 산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즐거움도 마다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줄 없는 거문고를 타고 소리없는 음악에 취하다'를 얘기하게 된다.

그러면서 <주역>과 비교할 만한 대목이 나오는 <악학궤범>의 한구절을 인용한다.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허(虛)에서 발(發)히여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게 하여 혈맥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케 한다. 느낀 바가 같지 않음에 따라 소리도 같지 않게 되니, 기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날아 흩어지고 노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거세고 슬픈 마음에는 그 소리가 애처롭고 즐거운 마음에는 그 소리가 느긋하게 되는 것이니ㆍㆍㆍ(21쪽)

 

아집(우아한 모임)은 또 어떠한가 말이다.

다음 글은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이 친구들과 피서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여인'이라는 호를 쓰는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이다.

처마 끝에 빗물은 졸졸 떨어지고, 방 안의 향로에서 향내음이 솔솔 풍기는데, 친구 서넛이 소매를 걷고 서안(書案)에 기대어 하얀 연꽃을 바라보며, 참외를 깎아 먹으며, 여름날의 번뇌를 씻어보려 하네. 이러한 때에 여인 그대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자네 집안의 암사자가 으르렁대며 자네 얼굴을 고양이 상판으로 만들겠지만, 늙을수록 두려움에 떨거나 위협을 받아 위축되어서는 안 될 걸세. 빨리 오시게. 자네 집 문 앞에 하인이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 가랑비를 피하는 데는 족할걸세. 만나는 일이 늘 있는 일은 아니라네. 또한 이러한 모임인들 어찌 자주 있을까. 헤어지고 나면 뒤늦게 후회해도 아무 소용 없을 걸세.(121쪽)

하얀암사자의 대처법까지 알려주는 허균의 취지는 아름답다.

허균은 엄청 미식가여서 귀향가서도 '도문대작'이라는 글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집(우아한 모임)의 전제조건이 되는 우정이나 소통에 대해서는 지난번 페이퍼-'고맙다, 친구야~^^'(=>링크)에서 정리했었고,

13명의 중인이 모여서 만든 '옥계시사'라는 모임의 규약을 일부분만 인용해 보겠다.

 

"장기와 바둑으로 사귀는 모임은 하루를 가기가 어렵고, 술과 야색으로 사귀는 모임은 한 달을 가기 어렵고, 잇속을 따져서 모이는 모임은 1년 가기 어려우니, 살아서 평생 갈 수 있는 모임은 문장을 남기는 모임이다."(151쪽)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인간다움과 고격의 삶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인문적 향기와 예술적 풍아가 물씬한 그런 모임, 그것이라야만 평생을 끌고 갈 수 있다, 고 얘기하는데,

 

내가 이곳에 부족하나마 리뷰와 페이퍼를 올리는 이유와도 상통하겠다.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제파악을 못하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보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정치가들도 그렇고 경제인들도 그렇고 주제파악을 하는 지름길은,

우정이나 소통을 회복하는 일,

낮게 아래에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눈높이를 맞추는게 아닐까.

재계 CEO들 덕에 우리는 이런 책을 접하는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니,

이것으로 족하다 싶지만,

그들만의 리그이고,

강 건너 불구경이다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ㅠ.ㅠ

 

아주 좋은 책이지만,

전에 다른 책이랑 겹치는 내용들이 있어서, 그들만의 리그이지 싶어서, 별 하나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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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5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5 18:38   좋아요 0 | URL
조선 시대의 풍류를 CEO들의 호화스러운 유희와 동일시하는 논리가 억지스러워요. 저자가 강연에 참석한 CEO들 비워 맞춰주려고 그럴싸하게 말한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6 18:47   좋아요 0 | URL
그란것 같죠~?^^

2017-01-05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은 알라딘 서재 마실과 박찬일에 홀딱 빠져서,

1일1그림도 '까이거, 뭐 대충~' 그려주시고 페이퍼도 '후다닥~'이다.

 

 

 

 

 

 

 

 

 

 소설의 첫 문장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7년 1월

 

 

내가 완전 애정하는 '김정선'님의 '소설의 첫문장'이 나와주셨다.

반가운 마음에 미리보기로 몇쪽을 봤다.

소설의 첫문장들로 엮였지만,

오래 전 그의 서재에서 보던 류의 코멘트가 실려있어서 정겨웠다.

오떻게 보면 소설 속 첫문장들로 엮여진 첫문장 배틀 같기도 했지만,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읽으면 문장의 조화랄까, 어울림 같다.

'따로 또 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를 반복하다가 결심했다.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정겨움을 책에 치인다는 핑계로 포기할 뻔 했다.

오늘의 1일1그림은,

손은 한참 덜 갔는데, 오히려 표정이 살아난다.

뭉개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 영화가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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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오늘 그림은 진짜 누군지 모르겠어요.
2. 오늘은 결심하셨군요.^^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7-01-05 16:4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1. 모르는게 당연, 제 귀요미 조카니까요.
2.네, 어제도 결심을 했고, 오늘은 또 다른 결심을 새롭게 했습니다~^^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글을 얼마나 반영할까.

늘상 고민거리이다.

핸드폰이란 것이 나오고, SNS가 발달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문자 메시지나 카톡의 형태로 대신하면서,

말로 할때는 적어도 음성으로라도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데,

문자 메시지나 카톡으로는 그럴 수 없어서 오해를 몰고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직접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는 그나마 낫다.

애기를 할때 상대방의 반응이나 표정 따위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피드백을 보면서 적당히 반응할 수 있어서 한결 낫다.

 

암튼 난 문자 메시지나 카톡 따위로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

그건 알라딘 서재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웃 서재라고는 해도 넷 상에서의 친분에만 의존하는 것인데, 짬뽕공처럼 이리저리 넘나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상대방이나 주변에서 봤을때는 별로 친한 것 같지도 않은데, 툴툴대는 경우가 있다.

이건 상대방이 맘에 안 들어서 툴툴거리는게 결코 아니다.

버림 받거나 거절 당할까봐 두려워서 비롯된 일종의 방어기제이고 위장전술인데,

'친하게 지내고 싶다, 놀아달라'를 반어법으로 얘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나의 그런 댓글에 뜨악했었던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린다.

 

 

서론이 길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 라디오에서 하는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들으면,

'박찬일의 맛'이라는 꼭지가 있는데 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케미가 끝내준다.

장소팔과 고춘자의 만담을 듣고 있는것 같다.

뭐랄까, "나 너랑 안 놀거야~(,.)'와 '한번만 봐주라, 벌러덩'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사이, ㅋ~.

하지만, 방송이라서 그런 건지, 둘 사이에 서로에 대한 배려랄까, 예의와 격식 따위는 또 제대로다.

그게 박찬일의 매력이다.

 

사람이 하는 말이 그 사람의 글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모르겠지만,

박찬일이 쓴 글을 보고 있으면 하는 얘기가 듣고 싶고,

얘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그의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책을 소개하느라 장황했는데, 이제 곁에 두고 아껴 읽을 일만 남았다.

그의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이 정도의 글솜씨라면 음식도 맛깔 날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런 말 조심해야 하는데, ㅋ~.

 하긴 그렇게 호언장담하고 안 지키는 사람 하나 봤다~ㅠ.ㅠ)

 

나를 이렇게 장황하게 떠들게 만든 'PROLOGUE'의 한구절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노인이 국숫발을 삼키는 장면이 그 어떤 슬픈 소설보다 더 선명하게 슬펐다. 그것을 잊을 수 없어 이 책 안에 녹아 있다. 나의 분별없는 시니컬함은 실은 슬픔이라는 질료로 이루어져 있다. 울수 없어서 나는 냉소했는지 모른다. 그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어쩌다 제목에 미식가가 들어가지만, 내 미각은 실은 미식의 반대편에 있다. 거찰게 먹어왔고, 싼 것을 씹었다. 영양과 가치보다 주머니가 내 입맛을 결정했다. 함께 나누는 이들의 입맛이 그랬다. 소 등심 대신 각 떨어진 돼지고기를 구웠고, 조미료 듬뿍 든 찌개에 밥을 말아 안주했으며, 노천의 국수집에서 목숨처럼 길고 긴 국숫발을 넘겼다. 그것이 내 몸을 이룬 음식이니, 미식이란 가당찮다. 그럼에도 미식이라고 할 한 줄기 변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것은 순전히 음식의 건실한 효용을 사랑했던 것이다. 가장 낮은 데서 먹되, 분별을 알려고 했다. 뻐기는 음식이 아니라 겸손한 상에 앉았다. 음식을 팔아 소박하게 생계 하는 사람들이 지은 상을 받았다. 그것이 미식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미식의 철학적 사유와 고급한 가치의 반대편에 있는 저 밥상들이 나는 진짜 미식이라고 생각한다.(5~6쪽)

기록 경신이다.

오늘은 프롤로그를 읽다가 대성통곡을 했다.

사는게 힘들어, 미식가 입맛을 지닌 아들에게 허름한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였다.

그래도 엄마의 시니컬한 반어법을 닮지 않고 착하고 따뜻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식가의 허기
 찬일 지음 / 경향신문사 /

 2016년 12월

 

 

오늘의 1일1그림이다.

누구인지는 퀴즈이다, ㅋ~.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ㅋㅋ동철씨구만'이라고 하는데,

'동철씨'는 울남편의 이름인데 '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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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1-0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요. 박찬일이라기엔 입술이 덜 두툼하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요.
이건 그닥 상관없는 말이지만 같이 밥 먹으며 유독 미식가인양 음식 지적하고 까탈 부리는 사람 별로에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7-01-04 10:58   좋아요 0 | URL
철푸덕~OTL
박찬일이라고 그린 것 맞습니다.
모자가 들려서 이마가 넓어보이고 다소 외소해보입니다.
입술은 다물고 있을땐 더 단호하고 얇아보이는데 실패했습니다.
거기다가 어깨는 무게감을 실어 글쓰는 요리사의 이미지를 담고 싶었는데,
그게 다 제맘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저는 편식이 심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까탈스럽게 비춰지기도 하나 봅니다~--;
프레이야 님이랑 밥 한번 먹어얄텐데...
언젠가 그럴 날 있겠죠?^^

프레이야 2017-01-04 19:5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몇년전 부산국제영화제 때 앞자리에서 강연을 들은 적 있어요. 그때 본 인상과 좀 달라서 못 알아 보았어요. ㅎㅎ 편식은 취향이니 괜찮은데 일일이 자기입에 안 맞는 걸 지적하는 게 별로지요. 입맛은 다 다른데 말이죠 ㅎㅎ 기회 만들어 볼게요

양철나무꾼 2017-01-05 17:01   좋아요 1 | URL
제가 보고 그린 그림을 봐도 하~나~도~안 닮았습니다.
프레이야님~, 멋져보이고 부러워요.
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커녕,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직장이랑 한20분 정도의거리에) 광화문 몽로가 있는데도,
이 분 와인 참 좋을텐데...아직 한번도 못 가봤어요.

실은 저 장 지지자고 할까봐 못 가요~, ㅋㅋㅋㅋ~.

2017-01-03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희망 2017-01-0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은 항상 고맙더라구요. 금전적 댓가를 지불했든 아니든요.끼니를 준비한다는건 늘 어렵고 그만큼 귀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고로 나도 귀한 사람? ~^^)

양철나무꾼 2017-01-04 11:06   좋아요 0 | URL
저는 제 일 싫은게 대충 차려 대충 먹는 밥이예요.
혼자 먹더라도 싱크대에 서서 먹는거 말구요,
반찬을 나눔접시에라도 골고루 담아 이쁘게 세팅해 놓고 먹는게 좋아요~^^
왜냐하면 나는 소중하니까요.
푸른희망 님도 당근 귀하고 소중한 분, 맞습니다~^^

해피북 2017-01-0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언행의 불일치.. 저도 알게모르게 불일치 되는 일들이 많은거 같아 가만히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어제 글에서도.. 꺼이꺼이 우셨다셨는데..슬픈땐 다 쏟아내는 것만큼 시원한 일도없지만 너무 많이 우시는 일이 없으셨음 좋겠어요 호호~오늘은 찬일님을 배워갑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셔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1:10   좋아요 0 | URL
예전에 직장에서 제 별명은 ‘집파녀‘였습니다.
너무 울어서, 울때마다 벌금을 만원씩 냈거든요, ㅋ~.
쏟아내고 비워내면 그만큼 홀가분하더라구요.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슬플때 슬픔에 몰입하는 것보다 비워내고 홀가분해지는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 같아요~^^

AgalmA 2017-01-0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처럼 요즘은 책만 보면 통곡하는 양철나무꾼님이군요. 울면서 본 책은 더 애틋하더라는.

양철나무꾼 2017-01-05 16:56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은 본듯 한데 내용은 잘 몰라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김화영 번역은 딱 싫어요~ㅠ.ㅠ

요즘은 책을 좀 쉬엄쉬엄 천천히 읽는 편인데,
오히려 감정 몰입도는 높아요~^^

님은 어떤 책이 그리 애틋하셨나요?^^

AgalmA 2017-01-05 17:35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은 저랑 참 다른 듯^^
전 불문학 좋아하다보니 김화영 번역자 책을 많이 봤고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어요.

에밀 아자르로 낸 책들 보며 대성통곡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로맹가리로 낸 책보다 저는 에밀 아자르로 낸 책이 더 좋더라는.

양철나무꾼 2017-01-05 17:59   좋아요 1 | URL
에밀 아자르 라고 하면 얘기가 또 달라지죠~^^
자기앞의 생, 가면의 생, 솔로몬 왕의 고뇌, 따위...참 좋았어요.
삶도 뭔가 사연을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묘한 것이 격조를 이루고 말이죠~.
제가 김화영을 좋아하지 않는 건,
그의 산문(산문집도 두권인가 읽었죠)들을 통해서 만나게된 미사여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였을 겁니다~ㅅ!
때론 달라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님이랑은 이렇게 달라도 새로워서 좋습니다~^^
 
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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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좀 가볍게 시작해 보고자 집어든 책이었다.

예상하시는 대로 뭐 그닥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베고 누워 이 책을 읽던 나는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밀려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흡~!'하고는 숨도 같이 참다가는,

얼마 참지 못하고 이내 '꺼이 꺼이~'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나의 베개가 된 채로 남편은 '생활의 달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 중이었는데 연말 대상을 뽑고 있었다.

 

맨손으로 구두를 닦는, 인쇄소에서 달력을 만드는, 이삿짐을 나르는 달인 따위가 나오는데도 남편은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는데,

평범해보이는 책을 읽던 내가, 그것도 책을 집어들어 시작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니,

남편은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 벌떡 일어난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 쇼파 위에 누웠으니 망정이지,

마룻마닥에서 그리 되었다면 뒷머리가 깨지던지, 혹이라도 났을 상황이다~--;

"너어무 감동적이어서...으허억~ㅠ.ㅠ"

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빼앗아 들춰보던 남편은,

"뭐 하나 울만한 내용이 없구만~(,.)"

하고는, 나를 향하여 '그럼 그렇지' 하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해보인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물을 흘린게 좀 민망하긴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슬프거나 아픈 내용을 만났을때만 눈물을 흘린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얘기하겠다.

다른 사람이 봤을때는 별것 아닌 내용이어도,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수도 있는 것이고,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맹숭거리는 무덤덤한 영혼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내가 감동의 눈물을 흘린 까닭을 굳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일'날의 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날의 일기 제목은 '생존 일기'인데,

첫날의 느낌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간판을 달지 않아서 사람들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12쪽)' 라는 말이 눈에, 그리고 마음에 콕 들어와 박혔었는데,

15쪽의 사진에 간판이 보였다.

다음장으로 책장을 넘기자마자 이런 일기가 나오는데,

무심코 책장을 넘겨 아래 일기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리되었던 것이다.

내용을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양철나무꾼'이라는 단어 때문은 결코 아니다, ㅋ~.

 

이천십오년 일월 칠일

간판

 

간판을 달았다. 양철나무꾼이 심장을 단 기분이랄까. 아

버지가 만들어주신 간판이라 더 마음에 든다. 내가 코흘

리개일 때부터 간판 일을 해오셨던 아버지가 훗날 제 자

식의 간판을 달 줄 알았을까.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나셨

지만 대충 만든 것 같아도 달고 보면 멋지다. 장인의 손

길은 쉽게 녹슬지 않는다.ㆍㆍㆍㆍㆍㆍ(이하 생략)

 

적절한 설명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난 저 짧은 문장들로미루어, 그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고,

저런 사람이라면 책도, 고객도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이자 '프루스트의 서재' 주인장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군대 제대 후 헌책방에서 온라인화 작업을 하고,

대형 서점에 취직도 하지만,

정작 자신이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이 쭈욱 살아온 동네에 작은 책방을 냈다.

 

책 날개 안쪽 지은이 소개에 '때로는 아껴 읽은 책이 팔릴까 살짝 눕혀놓기도 한다.'는데, 귀엽다.

 

서점을 낸지 25일 후의 일기 제목은 '제자리'이다.

난 '은교'를 책으로 읽다가 던져버린 이력이 있는지라, 영화로는 보지 않았다.

이천십오년 일월 이십칠일의 일기에 보면,

'은교'라는 영화를 보면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그것의 고유한 자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장면이 있단다.

이 글을 보니 읽던지 보고 싶어진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류의 책은 아니었다.

타인의 독서 일기를 즐겨읽고,

거기에 소개된 책들로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즐기는지라,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독서일기인줄 알았다.

작은 동네 책방 사장님의 일기는 맞는데, 독서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독서일기보다는 훨씬 힘이 세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라니까 말이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즈음만 해도, 나도 이런 작은 책방을 해볼까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후 욕심을 접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원하는 대로 의욕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게끔 건강하시라.

그럼 번성은 더딜지 몰라도 당연한 수순일게다.

 

책방 사장님이라고 하여, 전문 작가가 아니라고 하여,가볍게 생각할 건 아니다.

글이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간결할 뿐더러,

특유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알라딘 서재, 이 동네에 그런 문체를 구사하시는 매일 단문의 일기를 쓰시는 누군가를 닮았다.

누가 누구를 닮은 건지는 내겐 중요치 않은 일,

당신들의 상상과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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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언니 이름만으로도 넘 반가워요

양철나무꾼 2017-01-03 18:56   좋아요 2 | URL
저도 님 이름만으로도 방가와요~^^
잘 지내시죠?
새해 인사가 늦었네요, 꾸벅~(__)
요즘은 좀 게을러져서 말예요,
제 서재에 들리시는 분들 위주로 답방을 다니다보니, 비껴가게 되네요~--;
남매 많이 컸겠네요~^^

하늘바람 2017-01-02 18:50   좋아요 1 | URL
새해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셔요

프레이야 2017-01-02 19:17   좋아요 1 | URL
간판 아주 멋집니다. 책도 소개 페이퍼도요. 담아가요. 나에게 안부를 묻는 일을 한동안 소홀히 한 것 같아요. 새해 벌써 둘째날이 저물어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3 19:01   좋아요 1 | URL
살아가면서 한숨 쉬어 갈 수 있는 것도, 내 자신의 안부를 묻는 것도...꼭 필요한 일인데,
저는 저 나이때는 생각 못했던 것 같아요.
저렇게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부자되는 일은 당연한 일인데,
밥벌이의 지난함을 자꾸 얘기하게 하는게 안타까웠어요.

님은 새해 일기 쓰셨나요?
자신의 안부를 묻는...

저 실은 님의 글이 고파요~(속닥~``)

푸른희망 2017-01-02 19:57   좋아요 1 | URL
일기란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일
참 좋은 말이네요
올해는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지 하는데 벌써 둘째날이 지나고 있네요~~

양철나무꾼 2017-01-04 09:56   좋아요 1 | URL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는 것
그게 글이 됐든 그림이 됐든 음악이 됐든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좀 번거롭긴 한데, 효과는 참 큰것 같아요.

작심3일의 마법이 풀리는 1월4일입니다, ㅋ~.

cyrus 2017-01-02 20:10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일기는 꾸준히 쓰지 못할 것 같지만, 알라딘이 망할 때까지 책과 관련된 독서일기는 계속 쓸 수 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1-04 09:59   좋아요 1 | URL
네, 님의 꾸준함은 제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님과 저는 2010년에 알라딘 서재를 시작했죠?
알라딘 서재 동창생입니다, 2010학번, ㅋㅋㅋ~.
이곳 서재에 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해피북 2017-01-02 21:17   좋아요 2 | URL
‘일기를 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란 표현이 좋아서 몇번씩 읽었어요. 남편분을 베개삼아 꺼이꺼이 우셨던 일, 잠깐이나마 책방의 주인을 꿈꾸셨다가 살짝 포기하신 일화등.. 양철나무꾼님의 글은 설명 할길없이 다 공감가고 글자마다 다 느껴지는 그런 글들이 많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으흐흐~ 진심도 너무 드러내면 느글느글 느끼해지는데... 오늘 너무 느끼한 댓글을 달았어요 ㅋㅋ 그래도 참아주실꺼죠?(아! 그리고 저는 심지어 나루토 보고도 눈물을 뚝뚝 흘려서 신랑한테 혼이난기도 한답니다. 혼난다기보다는 ‘그러면 그렇지~‘ 그 표정으로다가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0:12   좋아요 1 | URL
어렸을때 장래희망이 되게 여러개였는데, 그 중 책방주인이 꼭 들어갔습니다.
좀더 커선 북카페 같은 거.
로망이긴 하지만, 그 꿈을 자주 포기하는건 제가 세파에 물들고 찌들었다는 얘기기도 하죠.
이리저리 재고 가늠해보고 하는거죠~^^

저 니글니글 좋아요, 제이슨 데룰로 같은 거, ㅋ~.
마이 사랑합니다~♥

blanca 2017-01-02 21:44   좋아요 2 | URL
저도 이 책 참 담백하니 좋았어요. 밥벌이와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 집에서 아주 멀지는 않은 것 같아 딸과 함께 가보려고 마음만 계속 먹고 있는 중이랍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4 10:15   좋아요 1 | URL
우와~^^
저는 장황하게 설명한걸,
‘희망과 소망을 나란히 한데 녹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독한 것인지가 와닿았던 책이고요.‘라고,
책처럼 담백하게 한 마디로 끝내주시는 님 좀 멋지십니다~^^

저는 야나 님의 ‘야나문‘도 아직입니다.
프루스트의 서재도 마이 궁금하지만, 야나문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ㅠ.ㅠ

AgalmA 2017-01-03 19:21   좋아요 2 | URL
20대 초반에 친구 두 명이랑 셋이서 방 한 칸짜리 옥탑에서 살 때 나만의 공간이 없어서 그게 제일 스트레스였죠. 폐쇄공포증도 있고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이어도 사정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있나요. 주말에 옥상에 간이 탁자 내다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는 게 낙이었죠.
지금은 내 책, 내 컴퓨터 책상, 내 물건으로 가득한 집에 살지만 물건들이 점거했다는 기분^^;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2017년엔 고심 좀 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0:40   좋아요 1 | URL
저는 신혼 초기부터 남편이 사업을 세번 말아잡수셔서, ㅋ~.
반지하랑 옥탑방은 아니어도 단칸방에서도 살아보고 월세에서도 살아봤습니다.
단칸방은 말은 좋아서 원룸이었지만, 문만 열면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열린 구조였죠.
결혼하면서 해간 살림살이가 들어가지않아서 이삿짐센터에 보관하기도 해봤어요.
이제는 돌아보고 추억이라고 웃을 수 있는 걸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는 물건들이 가득 들어찬 집에서 살지만,
버리고 비우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어 집니다~^^
 

어제도 1일 1그림은 그렸으나,

퇴근 시간이 '땡~!'하자 미친 듯 달려나갔을 뿐이고, ㅋ~.

 

어제 친구와 카톡으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 ; 난 어떤 땐 O를 보면 부럽다.

      나두 나이 오십 먹으면  O처럼 될 수 있을까?

 O ; ㅋ 나처럼이 어떤 건데

나 ;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거...ㅋㅋㅋ

 O ; 그건 게을러서 그렇다 ㅋ

나 ; 그럼 나도 내년엔 게을러지겠다.

 O ; 그치, 그럼 안달복달 안하게 된다 ㅋ

 

나이 마흔을 바깥 사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에서 불혹(不惑)이라 했단다.

그전까지는 오락가락 우왕좌왕해서 판단을 세울 수 없었다면,

마흔 살이 넘게 되면 그런 판단을 흔들림 없이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란다.

난 불혹을 넘긴지 한참인데 미혹되기만 할 뿐이고~--;

 

마흔에서 쉰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뽕나무 상' 자를 쓰는 상년(桑年)이 있단다.

桑  

마흔 여덟 살을 상년(桑年)이라고 부른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된소리 내기를 사용하면 '쌍년'이 된다, ㅋ~.

이 상년(桑年)이라는 말은 글자를 파자(破字)해서 만든 것이다.

상(桑)자는 흔히 십(十)자 세 개 밑에 나무 목(木)자 형태의 속자를 쓴다.

이 글자를 하나하나 분해하면 열 십(十)자 네 개와 여덟 팔(八)자 하나, 그래서 (10×4)+8=48이 된다.

 

내가 내년에 그런 '쌍년'같은 '상년'을 맞게 된다.

부디 안달루시아가 되어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중함을 배우고 싶다.

웬만해선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말이다.

그게 게으름으로 비춰진다고 해도 그 또한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이렇게 멋진 글을 쓴 사람은 당근 손철주다.

친구에게 이 글을 얘기하며 '못생긴 돌'에 힘 주었더니,

온재부터 손철주를 읽었는데 아직도 손철주냐고 놀리는데,

너무 좋아서, 이렇게 빨리 맨 뒷장에 이르는 게 아쉬워서 라고 설레발을 치지만,

실은 눈이 쉬이 피로하여 책을 읽는게 녹록지 않다.

그에 비하면 그림은 그리는 것도 그렇고 감상하는 것도 그렇고,

눈에 부담을 휠씬 덜 준다.

늘상 강조하지만, 내가 그리는 그림 또한, 나 좋아서 아무렇게나 뚝딱이기 때문에 피로하면 안 그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눈에 압박감이 덜 하다.

 

 

 

 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손철주의 책을 보게 되면, 친구와의 사귐에 대해 이렇게 귀띔을 해준다.

 

친구와의 사귐에서 미더운 우애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무엇이겠습니까? 이 그림을 보면 '친구와 친구 사이의 미더움이 어디서 생기는가? 바로 소통(疏通)에서 생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가 소통입니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어느 분야나 조직을 막론하고 소통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ㆍㆍㆍㆍㆍㆍ그러니까 소통의 전제로 첫째,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둘째, 대화에 있어서 수평적 관계가 되어야겠습니다. 소통이 되려면 수평적이어야 합니다. 이 두 사람처럼 서로 나란히 마주 보면서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여야 하는 것이죠. 셋째, 상대방을 불편한 자리에 놓아두고서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안에 편안히 앉아 있고 상대방은 바깥에 불편하게 서 있는데, 일방적으로 "우리 대화하자"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그림을 보면, 이 집에 사는 아이도 손님을 모시고 온 시동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마당을 내어줍니다. 신분과 계층 간의 간격을 허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때어주면서,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내어주면서 그 사람을 들어오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소통의 시작입니다.

  요즘 참 많은 사람이 소통을 애기하지만, 좀 갑갑합니다. 네가 나를 알게 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마음으로는 절대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네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게 소통이 아니라,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곧 소통입니다. 이 그림에서처럼 문을 활짝 열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고, 바깥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안으로 맞아들여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나를 알리려고 하지 않고 , 내가 이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어쩌나 안타까워하다 보면 자연스레 스통이 되지 않겠습니까.(128쪽)

 

'소통'이라고 하면 상대방이 나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잘못된 발상이란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절실하게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줬으면 나를 제대로 해석해주길 염원한다.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주지 않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좌절한다.

 

이같은 내 마음을아는지, 최승자는 이런 시 한편을 남겼다, ㅋ~.


  번역해다오 

                      - 최 승 자 -            

 



침묵은 공기이고
언어는 벽돌이다
바람은 벽돌담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
나는 네 발목을 붙잡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손은 벽돌이지만
네 발은 공기이다
통과하라. 나를.
그러나 그 전에 번역해다오  나를
내 침묵을 언어로
내 언어를 침묵으로
그것이 네가 내 인생을 거쳐가면서
풀어야 할 통행료이다.



 


 

 

연인들
최승자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월
 

하려던 얘긴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진중함도 아니고, '나를 번역해다오'하는 소통에 관한 애기도 아니다.

그동안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덕에 이리저리 튀는 짬뽕공 같은 나를 이해해주려 애쓰신 알라딘 서재 이웃들에게 감사드리고,

내년에는 내가 너를 알 수 없는 것을 걱정하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끝으로 어제, 오늘 이틀에 걸친 '1일1그림'의 제목은 '고맙다, 친구야'이다.

'친구야' 자리에 고마운 알라딘 서재 이웃들의 닉네임을 하나씩 넣어도 좋겠다.

 

나이가 드는건지, 늙는건지...체력이 딸리고, (달리고,ㅋ~.)

쉽게 소진하고 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요며칠 시름시름 앓는다.

 

새해에는 우리 건강 관리 잘 해서 같이 나이 들어 가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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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6-12-31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이웃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남겨야 하는데, 나이 드느라 그런지 체력이 딸리네요.
두루 두루 아껴 찾아뵙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6-12-3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전에 모셔둔 책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가 손철주 작가의 책이네요.
양철나무꾼님께서 이 분을 워낙 좋아하시는 것 같아 이 책 사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분과의 만남이 설레는걸요.
쌍년 축하드리고^^ 저에게 베푼 ˝소통˝의 손길 잊지 않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7-01-02 18:11   좋아요 0 | URL
넵~, 손철주 님의 책 맞아요.
저 그 책도 애정해요~^^
그 책도 그렇고 손철주 님의 책들은 문장만 뜯어먹으려고 읽어도 읽을만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고전에서 느끼는 쾌감과 옛성현들의 지혜를 함께 얻어갖는,
1석 다조의 묘미가 있습니다.
‘소통‘이라 하시는데,
먼저 말 걸고 손내밀어주신 님이,
오히려 감사합니다, 꾸벅~(__)

해피북 2016-12-3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일 1그림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었군요^^ 너무 오랜만에 들어와서 이웃님들 하시는 이야기 귀동냥으로 들으며 1일 1그림 소식 들었는데 ㅎㅎ 어제는 아갈마님의 그림을 보기도 했고요 ㅎ 참 멋진 나이에 멋진 그림과 멋진 생각으로 가득하신 양철나무꾼님을 올 한해 조금 덜 뵈었지만 내년에는 더 풍성하게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래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책과 함께하는 한 해의 마무리도 참 멋졌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ㅋ

양철나무꾼 2017-01-02 18:14   좋아요 0 | URL
엄머머~, 이게 누구래요~``
저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고 싶었는데 좀 늦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회포은 두고 두고 풀기로 하죠.
서울의 병원 다녀가신다는 페이퍼를 몇번 본듯 하여 건강을 염려했었습니다.
올해는 우리 건강하기 위하여 마음의 양식도 잘 섭취하자구요~^^

세실 2017-01-0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실력이 점점 좋아지시네요^^
올 연말엔 전시회 하셔도 될듯요.
상년!ㅎㅎ
전 이제 진짜 불혹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노인도 70부터로 상향한다니 불혹도ㅎ
올해는 더이상 흔들리지않는 나이이고 싶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양철나무꾼 2017-01-02 18:17   좋아요 0 | URL
에헴~, 제가 언니입니다~^^
그림 실력이 나아지는지는 모르겠고,
제 나름의 화풍(씩이나~!)을 조성한듯 하여 나름 뿌듯합니다.

잘 그린 그림도 좋겠지만, 제 그림이 좋은건,
제가 표현하고 싶은걸 잘 표현하는 듯 여겨져서예요~^^

세실님도 올 한해 댁내 두루 건강하시길~^^

마녀고양이 2017-01-0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목표, 게을러지자, 완전 좋네. ^^

양철나무꾼 2017-01-02 18:19   좋아요 0 | URL
같이 게을러집시다~!^^

난 작년 후반부터 시름시름 앓아.
아파보니 알겠어, 건강이 최고야.
건강해야 하고싶은 모든걸 할 수 있어.
자기도 너무 바쁘게 움직이지만 말고,
쉬엄 쉬엄 건강도 챙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