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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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번역 관련 서적을 읽었지만 이 책은 또 다르게 읽혔다.

그동안의 번역 관련 서적들이 번역의 일반론 내지는 어떻게 하면 번역을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 책은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과 관련한 에피소드, 번역의 테크닉, 번역가가 되는 법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렇게 번역과 번역가에 대해 궁금한게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겠고,

나처럼 번역에 대해 관심은 없지만 박산호 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재밌게 읽힌다.

박산호 님이야 장르소설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분이란걸 알겠고,

노승영 님은 과학책을 주로 번역하셨다는데,

안타깝게도 노승영 님이 번역하신 책은 읽은 기억이 없다.

다만 노승영 님의 번역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과학서나 기술서 내지는 의료관계서 따위를 읽으면서,

번역의 잘ㆍ잘못은 차치하고라도,

용어가 익숙하지 않고 통일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고로,

노승영 님이 말씀하시는 애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1부 번역이라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2부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3부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4부 번역가의 친구들, 5부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에 이르기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번역 관계 서적을 여러 권 읽었는데,

근래에 읽은 것만 해도 정영목 님, 조영학 님에 이어 세번째인데,

가장 재밌고 가독성도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번역가와 편집자들 입장에선 내가 밥맛이었겠구나 싶다.

그러니까 나는 트집잡기 대장이었다.

책을 읽다가 티끌이라도 발견하면 그게 내게는 들보만한 오류로 여겨졌다.

번역에서는 더 했다.

언어뿐만이 아니라 뉘앙스와 풍습 등 비언어적 요소들까지 '복원'(들어가는 말-'번역은 복원이다)해내는 과정에서 여백이랄까, 공백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간극이 크다 싶으면 불편했다.

 

노승영, 박산호 두 분의 글을 읽고 보니,

어쩔 수 없는 번역 오류들이 있게 마련인것 같고,

언어뿐만이 아니라 뉘앙스와 풍습 등 비언어적 요소들까지 번역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그런 오역들 보다는,

(내로라 하는 번역가들도 오역한 것은 나도 잡아내지 못했을테니까~--;)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간단한 실수에 더 크게 툴툴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노승영 님의 글을 읽다보면 복원이나 이식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말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스미스의 번역을 대략적으로 평가하자면 내용을 크게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원문에 종속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어의 문장 구조를 그대로 영어에 대입하면 흐름이 끊기고 리듬이 어긋나기 마련인데 그녀의 문장은 영어로만 놓고 보아도 짜임새가 훌륭하다. 문학 번역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은 원작의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번역해내느냐다. 이 점에서 『The vegetarian』은『채식주의자』가 한국어로 거둔 문학적 성취를 영어로 엇비슷하게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스미스는 단순히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영국 문학에 한국 문학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이다.(19쪽)

 

'번역가의 직업병' 꼭지도 재밌게 읽었다.

불면증과 대인기피증은 직업병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단다.

쇼핑중독이나 눈이 뻑뻑하고 초점 맞추기가 힘들다('노안'이라고 하지 말란다) 따위가 있지만,

노승영 님이 힘주어 언급하신 직업병으로는 독서불능증이 있다.

근데 이게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번역서들을 보게되면 오타나 오류가 빈번한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대단한 오역이야 전문 번역가들이 모르면 우리는 더 모를 것이니까 논외로 하고 말이다.)

이 문단을 읽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번역 강의 때마다 수강생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번역은 실력이 아니라 속력에 따라 보상받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번 최선을 다하고 언제나 실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번역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131쪽)

 

물론 이해가 되었다고 오타나 오류를 그냥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아니다.

건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어야 건강한 글도 나온다, 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고,

이건 글을 쓰는 작가나 번역가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런 구절도 재미있었다.

이게 전부다. 번역가의 장비는 소박하다. 컴퓨터는 워드프로세서의 브라우저만 잘 돌아가면 충분하다. 원서와 노트북만 달랑 들고 동네 카페에 가서 작업하는 번역가도 많다. 번역가가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은 머릿속이다. 장비의 효율성은 뇌의 효율성을 따라가지 못한다.(255쪽)

 

이런 부분은 앞의 '데버러 스미스'의 『The vegetarian』과 비교가 되어 좀 씁쓸했던 부분이지만,

'균형감각'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쯤으로 생각해야겠다.

논지를 부각하느라 일부러 과장된 표현을 썼지만 사실 단어는 언어 공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거칠게 말하면 어휘와 문법이야말로 언어의 전부 아니겠는가? 번역가 입장에서 보면 뉘앙스와 문화 등의 비언어적 요소조차 어휘에 녹아 있는 셈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이 텍스트를 저 텍스트로 바꾸는 것일 뿐이니까. 중요한 것은 균형 감각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289쪽)

 

'주'에 나오는 도서와 자료, 홈페이지 다 한번쯤 봐두어도 좋을 것 같고,

책 속에 언급되는 책들을 한 반 정도 읽은 것 같은데 뒤에 '도서 목록'으로 따로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다.

여러 모로 책읽기가 힘들었던 요즘 도움도 되고 흥미로웠던 독서였다.

 

개인적으로 존카첸바크의 책들이 좀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완전 좋아하는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는 장르이거나 작가인가 보다.

 

책 겉표지의 제목 박스를 보고 테트리스 블록깨기를 연상했다.

번역 뿐만 아니라 삶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고 맞춰 깨나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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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9-05 17:06   좋아요 2 | URL
요즘엔 정영목 선생님 책 등등 번역관련 책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전 이 책은 처음 보는데 당장 읽고 싶어요.
<채식주의자> 언급한 대목도 읽고 싶고, 뇌의 효율성 ㅋㅋㅋㅋ 이 부분도 무척 재미있네요.
양철나무꾼님 따라 읽으려면 한참 바빠야하겠지만(헉헉), 그래도 양철나무꾼님 따라 읽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8-09-05 17:29   좋아요 1 | URL
저는 박산호 님이 좋아서 이 책을 시작했는데,
의외로 노승영 님의 글들도 다 재밌더라구요~^^

아무래도 눈이 쉬이 피로해서 그렇겠지만, 짧게 끝나서 한꼭지씩 읽을 수 있는 이런 글들이 좋더라구요.

저도 단발머리 님 책들이 다 좋아보이지만,
서두르지는 않고 천천히 따라읽겠습니다~^^

[그장소] 2018-09-07 22:06   좋아요 1 | URL
저는 문학 잡지에서 노승영 님 글을 보고 반했었어요 . 악스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 아마 김연수 작가 편이었나 그래요 . 문체가 제 취향이라 그랬는지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8-09-10 08:44   좋아요 1 | URL
넵, 이 책만 봐도 노승영 님...반할만한 글을 쓰시더군요.^^
아직 이 분의 문체를 파악할 정도로 글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그장소] 님께서 이렇게 강추하시니 믿고 골라읽을 수 있겠어요~^^

루쉰P 2018-09-08 23:43   좋아요 1 | URL
여전하십니다 그려 껄껄껄 전 시험 떨어져서 낙향해 집에 와 있습니다. 훗.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크흑...눈물이 멈추지 않지만...뭐 어쨌든 ㅎ
잘 지내시죠? 죄송합니다. 자주 오지 못해서...

2018-09-10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8-09-13 13:34   좋아요 2 | URL
번역가들 책이 요즘 참 많긴 하네요. 저는 늘 그냥 지나쳤지만 나무꾼님 후기를 보면 또 궁금증이 동합니다.
노승영 님은 이러저러 번역 관련 발언들도 많고 해서 글은 자주 봤던 것 같아요.
꼼꼼하고 논리적이고 대충 물러서지 않는 느낌.
이런 류의 책중에 가장 재미있었다하시나 또.... 읽게 될 것 같아요. 흐흐.

양철나무꾼 2018-09-13 16:28   좋아요 1 | URL
제가 좋아하는 번역가들이 몇 분 계신데,
그중 한분은 은퇴하신듯 하고,
(손주 볼 동화책 쓰시고 동화책 번역하시는 듯)
나머지 분들은 제가 좋아하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좋아하시는지,
이렇게 책들로 만나보게 되네요.
이 책도 좋았지만, 조영학 님도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두권 모두 강추요~!^^
 

때로 어떤 책들은 그냥 제목이나 겉표지만을 보고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내게 그랬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송은정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월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란 제목이 결연했고,

책표지의 자화상 같은 그림이 나랑 비슷했다.

비슷하다니, 어쩜 모순같은 말일수도 있겠다.

책속의 여자는 선이 가녀리고 길쭉한데,

나는 자평하자면 동글동글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암튼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느낌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속의 내용이나 행동들도,

나였어도 그렇게 속을 끓이고,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들이 많았다.

나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이다. 아껴 쓰지 않으면 금세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넘치는 에너지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유형의 사람과 만난 뒤에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닫고 커튼을 쳐야 한다. 아, 하고 탄식하며 바닥에 드러눕고 만다. 상대의 활기에 맞장구라도 치려면 내가 가진 하루 치 에너지를 몽땅 끌어 써야 하기 때문이다.(133쪽)

 

매키지 않는 약속은 잡지 않고,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겁게 놀 줄 아는 나를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여분의 시간 동인 나는 햇볕 아래 식물처럼 가만히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 힘으로 다시 친구를 만나고, 밥을 지어 먹고, 일을 한다.(135쪽)

 

그런데 관점을 살짝 비틀어서 보면,

독립서점을 열어 잘 운영하고 있는 분투기도 아니고,

책방 문을 닫기까지의 과정에 어떤 꿀팁이 있는 것도 아닌,

느낌을 따라 써내려간 일기 형식의 책인데,

얇고 가벼운 이 책을 이 가격에 사서 읽을 것인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실패할 것이 분명한 서점이었는데,

이걸 보고 '이렇게 하면 실패하니 따라하시지 마시오'하는 안내서라고도 할 수 없고 말이다.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일을 벌였다. 물론 모아둔 돈을 죄다 탕진하긴 했지만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액수였다. 나는나는 실패한 것일까. 이 일에 모든 것을 걸지 않겠다는 처음의 다짐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책방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망해도 괜찮다'라는 마음가짐 덕분이었다. 혹여 망하더라도 인생에  책방을 죽기 살기로 하고 싶지 않았다.(167쪽) 

 

나는 어찌 꾸역꾸역 읽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권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그건 장담하기 힘들다.

 

글이 단정하고 깔끔하다. 작가로서의 앞날을 기대해보는 수밖에.

 

 

신간 마실을 다니다 보니,

그런 의미에서, 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책이 있다.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
 원부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8년 8월

 

내가 이런 책에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서 한마디씩 한다.

장사를 할 마음이 있느냐?

혹시 장사를 책으로 배우려는 것이냐?

진짜 장사를 할 사람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일상에서의 탈출구로 그려보고 엿보고 꿈꾸기 위한 것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주고,

흥미로운 책들도 많은데,

책을 읽으면 쉬이 피로해지는 내 눈이 말썽이다.

 

사람들은 책을 좀 골라 읽으라는데,

그때 그때 기분에 맞추어 나름 골라읽는 책들이다.

속도가 붙지않아 아둥바둥하려 할때마다,

그냥 편하게 숨고르기 하며 한 템포 쉬어가는 거다.

 

이제 시작이다.

눈 말고도 많은 것들이 저마다의 템포를 가지고 있고,

그 템포들은 자기네 끼리 묘한 조화를 이루며 더뎌지고 있다.

120세 수명의 시대라는 말이 축복이라기보다 끔찍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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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30 15:11   좋아요 1 | URL
저 좀전에 그냥 양철나무꾼님 서재 왔다갔는데, 제가 돌아가자마자 양철나무꾼님 새로운 글이 똭- 올라오네요.
인용하신 부분을 보니 작가의 문체가 참 정갈하네요.

소개하신 부분만으로는 에세이 정도로 분류될 것 같은데,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또한 호불호도 가장 쉽게 갈릴 수 있는 장르인 것 같아요. 작가의 생각이나 감정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나랑 맞아야 어느 정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고, 사실 그 에세이에서 무엇을 얻을 것이냐 하면 딱히 얻을 건 없을것 같고..

그래서 저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소설을 써보고 싶은데, 그건 정말이지 능력 밖의 일인 것 같아요.

(쓰고 보니 댓글이 어째 산으로 가버렸네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8-08-30 15:4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는 내내 작가의 깔끔한 문체가 와닿았어요.
관계에서, 보대낌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도 저랑 비슷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구요.

근데, 제가 제대로 빈정을 상한건 이 부분이었어요.
‘혹여 망하더라도 인생에 책방을 죽기 살기로 하고 싶지 않았다‘
저는 남편이 (구멍 가게 수준이어도 명색이) ‘사업‘을 한번, 두번도 아니고 무려 세번을 말아먹어봐서,
저 부분에서 완전 빈정 상했어요.
죽기 살기로 해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나 부분도 있거든요~--;

저는 다락방 님과 님의 글들을 아주 좋아하지만,
(이렇게 뜬금없는 애정고백이라니~--;)
어떤 부분들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사는 아줌마의 입장에서 쉽게 공감하기 힘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님이 소설을 쓰시면 감정 이입하여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용히 재촉하지 않고 응원하는 숨은 독자 한명 추가합니다.
(아잇, 부끄러워라, 후다닥=3=3=3)

무해한모리군 2018-08-30 15:55   좋아요 1 | URL
온가족이 매달려 사업하다 미끌한 저희 가족이 보기에도 참 속편한 소리같기는 하네요.
그런데 문장을 보면 저랑 참 다른 사람일거 같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요즘 눈이 말썽이라 무슨 전자파 막아준다는 안경을 거금 4만원을 주고 샀는데 왠걸 더 어지럽기만 하고 효과가 없네요.
쉬엄쉬엄 나무한번 보고 책보고 사람한번 보고 일하고 그래야할까봐요.

양철나무꾼 2018-08-30 16:52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좋은 건 이렇게 다양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걸 알게 되기 때문이예요.
이 책의 저자 분은 참으로 운이 좋게도 500만원의 보증금으로, 그것도 이대 건너편에 빈 점포를 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 운이 좋게도 책방 운영 능력보다 뛰어난 글쓰기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구요.
이렇게 실패한 경험이라도 글을 쓰는데는 완전 좋은 경험이겠죠.

님도 눈 때문에 고생이시군요.
쉬엄쉬엄 나무 한번 보고 책 보고, 사람 한번 보고 일하고...
참 멋지고 예쁘게 들려 따라 되뇌봅니다.^^

2018-08-30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8-30 17:01   좋아요 1 | URL
저는 남편이 있으니까 가장은 아니지만,
가장의 무게를, 위압감과 중압감 따위를 알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작게 하는 책방들의 고충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을 알면서도 이런 모험을 하는게,
도박이나 로또에 목숨 거는 것처럼 여겨지는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누군 남의 밑에서 월급 따박따박 받는게 제일 편하다고도 하고,
누군 돈을 벌려면 자기 사업을 해야 한다고도 하고...

저는 제 능력이 요만큼이니 요만큼으로 안분지족할밖예요~--;

박균호 2018-08-30 16:02   좋아요 1 | URL
제가 보기에도 그냥 속편한 소리같은데요 ^^
혹여 망하더라도 인생에 책방을 죽기 살기로 하고 싶지 않았다 ---> 뭐 이런 생각은 혼자 하는거야 누가 말리겠냐마는 이런 글을 돈주고 산 사람은 억울해서 어쩌냐는 ㅠ

양철나무꾼 2018-08-30 17:08   좋아요 1 | URL
20대가 바라보는 세상과 30대가 바라보는 세상,
그 이후의 연령대가 바라보는 세상이 다 다른것 같습니다.
게다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게를 싣는 곳도 다 제각각이구요.
이 책의 작가 분은 책방 문을 닫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하는게 대견했어요.

그나저나,
님은 폭염에, 폭우에, 굴하지 않고 용왕매진하고 계신거죠?^^

박균호 2018-08-30 23:51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네 용왕매진해서 11월에 나올 딸에게 들려주는 고전 이야기 원고를 오늘 완성했답니다 ^^

양철나무꾼 2018-08-31 09:30   좋아요 1 | URL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하고싶은 취미활동 하시면서 가을을 만끽하시길~!^^

북프리쿠키 2018-09-02 18:58   좋아요 2 | URL
늘 잘 계시는거죠^^
양철나무꾼님의 글은 소신이 명확하면서도 다른 생각들을 끌어안는 포용력이 있어 좋아요~
항상 잘 읽고 배우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8-09-04 16:13   좋아요 0 | URL
늘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의 연속입니다.
북푸리쿠키 님이 써주신 댓글이 완전 좋아요.
솔직히 지금은 소신이 명확하지도 다른 생각을 끌어안는 포용력도 부족하지만,
언젠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시는 님께 오히려 제가 배우고 있습니다, 꾸벅~(__)
 

어제 우연찮게 남편이랑 아들이랑 동네 호프집에서 축구를 보게 되었다.

축구에 별 흥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호프집 분위기에 휩쓸려 큰소리로 응원을 하며 보게 되니 재미있었고,

참으로 즐거웠다.

나도 모르게 '행복하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남편은 아들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지금 좀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서 나중에 행복한게 낫겠니, 지금 행복한게 낫겠니"라고 하였고,

아들은,

"열심히 한다고 나중에 행복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이만큼의 행복을 즐기겠다."

며 뺀질거렸다.

 

 

 

 김서령의 家
 김서령 지음 / 황소자리 /

 2006년 3월

 

 

이 책은 예전에 사서 가지고 있던 책이다.

언제부턴가 부쩍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졌던 터라,

책꽂이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내가 예전에 이런 종류의 집얘기에 관심이 있었나 했었는데,

조금 읽다보니 김서령 님의 글이 좋아서 구입한 책이었다.

가만보니 이 책은 10년도 전의 책이고,

여기에 실린 스물두 집은 2003년 봄부터 2004년 여름까지 '중앙일보' 주말판에 실린 글인 걸 보면,

세월이 좀 흘렀다.

집이란 것은 곳곳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을테니,

이 책에 나오는 집 중 어떤 것은 고대로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은 고풍스러워졌을 것이고,

어떤 것은 세월을 고스란히 맞이하고 낡았을 것이며,

어떤 것은 없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도 한번 읽은 기억이 나고,

겸사겸사 집의 외관이나 살림살이 따위는 궁금하지 않은데,

김서령 님이 매 대목을 어떻게 살려냈었는지 궁금해서 들춰본 셈이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여운이 아주 오래가는 말이었다.

"생이 아무리 윤회해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천국에 가도 지금 우리 집만큼 좋은 공간이 있을까요?"(235쪽)

문수원 이연자 님의 목소리를 빌어서 얘기한 이 대목은 지금 나의 행복론과 가장 가깝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것인데,

행복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아껴둔다고 한들,

미래에 행복을 누릴 여건이 되었을때 사랑하는 누구 한사람이 빠진다던지,

아프진 않더라도 노쇠하여 더불어 누릴 여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담을 수 있는 행복의 크기는 요만큼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요만큼의 행복을 즐기겠다.

 

경북의 종가문화시리즈로 엮은 이런 책도 있다.

 

 

 

 지금도 어부가가 귓전에 들려오는 듯, 안동 농암 이현보 종가
 김서령 지음 / 예문서원 / 2011년 12월

 

작년엔 이런 책도 내셨다.

 

 

 여자전
 김서령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3월

 

여러 종류의 집 얘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조은 님의 사직동 집 편이 좋았고,

또 얼마나 아늑하길래 사람들을 잠으로 인도하는지 궁금했다.

"내 시는 어두워서 ㆍㆍㆍㆍㆍㆍ."하며 조은이 시집 한 권을 건네준다. 왜 어두운 시를 쓰느냐고 물을 일이야 없다. 삶이란 깊이 응시할수록 어둡게 마련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세상은 아랑곳없이 아름답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거기 올망졸망 사람 사는 집이 있기 때문이고 그 안에 곧 흙으로 돌아갈 제 목숨을 불꽃처럼 피워올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와 조은 시집의 속 글을 읽었다.

'사람이 달라지는 데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된다. 그것이 우리 삶의 본질이다.'(257쪽)

 

조은 님의 시는 본 일이 없는데,

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에 파르르 하는 떨림이 있다.

찾아 읽어봐야겠다.

 

 

 

 옆 발자국
 조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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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8-29 09:14   좋아요 1 | URL
엄밀하게 말하면 이승에 태어난 것도 내 뜻과는 무관하죠~^^
그러고보면 인생이란 수많은 불행과 아주 작은 행복 들의 연속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이 직업만 아니면 뭐든 다 할 것 같은데,
이것 말고는 밥 벌어먹을 정도로 할 줄 아는게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밥은 먹고 살아야 겠고 말예요.

한분야에서 10년이상 한사람에게 상이라도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20년 이상이면 상 플러스 전원주택이나 별장 같은 상품도 같이요, ㅎㅎㅎ.

CREBBP 2018-08-28 18:29   좋아요 1 | URL
ㅋㅋ 빤질거렸다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만, 그 말에 완전 동감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8-08-29 09:23   좋아요 0 | URL
저도 말에는 공감하지만,
저런 말을 한 아들이 방년 스물셋이라는게 서글펐습니다.
한창 꿈꾸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애쓸 나이니까 말예요.
다른 한편으론 너무 일찍, 너무 많은 것들을 소진해 버린게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읽은 책을 탈탈 털면 죽을때까지 讀萬卷書는 가능할 것 같은데, 

行萬里路는 어림도 없지 싶다.

한동안 외국에 머물렀던 적은 있으나 학업을 위해 삶을 살았던 것이니 여행의 개념은 아니었고,

지금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어디 돌아다니기 보다는 한가롭게 머물며 책을 읽는 걸 즐긴다.

나의 이런 행태를 여행이라고 해야할지 쉼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울때 이 책을 만났다.

김연수 님의 마인드는 나의 그것과도 좀 닮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여행이냐 쉼이냐, 를 놓고 편가르는 것은 부질 없으니,

많이 보고 액티브하게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그렇게 여행을 하면 될 것이고,

나처럼 익숙하고 길들여진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쉬는 게 좋은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이동 시간이 이처럼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면, 우리는 여행의 목적을 더 잘 알게 되리라. 여행의 목적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꾸는 데 있다는 걸. 그러므로 여행자란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바뀐 풍경은 낯설다. 새롭고 또 신기하다. (255쪽)

그걸 이 책에선 이렇게 얘기한다.

 

이 책을 좀 힘들게 읽었다.

김연수 님이 좋았던 단정한 문장과 격에 맞는 단어의 사용, 맞춤법 따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당히 가벼운 문체, 

PPL마냥 적재적소에 배치된 물건들(그건 때론 맥주일때도, 음식일때도, 음악이나 영화일때도, 통신기기나 런닝 관련용품일때도 있다)도 한몫 단단히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뭐랄까,

일단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글이 쓰였을 당시에는 유행하는 민감한 사안들이었을지 모르지만~--;)

글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아서 감상이랄것도 없었고,

여행기나 기행문이라고 한다면 그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없을 뿐더러 이미지도 없어서,

왠지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론리플래닛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글을 추려낸 것이라고 하니 그럴 법도 한데,

이 글들만으론 이걸 여행기나 기행문으로 분류하기보단,

그냥 기분을 따라 써내려간 산문집이라고 해야 겠다.

사진이나 정보가 없는 여행기나 기행문은 날개 없는 비행기나 바퀴 없는 자동차 느낌이니까 말이다.

 

암튼,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이 기획된 의도를 엿볼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참 들춰봐야 했을 것이다.

 2011년에 보낸 메일에서 허태우 씨는 내게 "작가가 아니라 여행자의 입장에서 가장 순수한 여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적어 보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알람브라 궁전을 두 번 갔습니다. 나중에 혼자서 돌아보니 전에 여럿이 볼 때와는 달리 알람브라 궁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나와 같은 인간들이 살고 사랑하고 증오하다가 죽어간 생활 공간으로 버이더군요. 아마도 혼자이고 외로웠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가장 순수한 여행의 경험은 그렇게 여행지에서 나와 같은 인간을 만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아마도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낯선 사람이 될 테지. 그리고 그 낯선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겠지.

 언젠가, 아마도. 누군가를 만나리라는 것. 그게 나의 여행이라는 것.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7쪽)

 

책을 통들어 의미있게 다가왔던 구절이 있었는데,

 캄보디아의 한 스님이 쓴 책을 읽다가 불교의 팔정도를 설명하면서 '바를 정 正'을 흔히 해석하듯이 '올바르게'나 '똑바르게'가 아니라 '능숙하게'로 해석하는 걸 보고 동감했다. 예를 들어, 정견을 '올바르게 보기'라고 옮기면 그러지 못한 사람은 '그릇되게 보는'게 된다. 반면에 이를 '능숙하게 보기'로 옮긴다면, 그러지 못한 이는 '서투르게 본다'는 의미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그릇되게 보는 사람보다는 서투르게 보는 사람이 낫겠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20대란 뭘 해도 능숙하게 할 수 없고, 그래서 어떤 일에도 오래 매달리지 못하는 나이, 즉 서툴러서 쉬 싫증 내는 나이다.(38쪽)

라고 하는 구절이었다.

난 여기서 '능숙하게'를 '익숙하게'로 바꿔도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라는 것은 이런 '익숙함'을 깨고 '서투르고 낯섬'을 받아들이는 것이니까 말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난 어렸을때 '서투르고 낯섬'이 좋아서 신발을 좌우 바꿔신기도 하고, 옷의 앞뒤를 뒤바꿔 입기도 했었다.

어른들이 그걸 틀렸다고 바로 잡으라고 해서 바로잡아 입고 신고는 했지만,

그런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은 물론,

지금도 가끔 일탈을 꿈꾼다.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저녁을 먹고나서 리슬링을 마시노라면, 노을에 비낀 대성당 첨탑 위 하늘로 새가 선회하는 것이 보였다. 최면술사가 눈앞에서 흔드는 추처럼 선회하는 새들을 바라보노라니 점점 취기가 올라왔다.

 괜찮아, 다 괜찮아, 혼자 리슬링 1병을 마셔도 다 괜찮아."

새들은 내게 속삭였다. 그러면 그런가 싶어서 또 1잔 마시면, 속삭임은 더 커졌다.

 "인생은 모두 너의 것이고, 그게 외로움이라도 마찬가지야. 네 것인 한에는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야. 우리라면 그걸 즐길 거야."(57쪽)

 

난 자주 외롭다고 툴툴거리지만,

가끔은 오롯이 외로움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외로움이 좋은 것은 타인을 신경쓰지않고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큰 건물 하나가 통째로 문구점이니, 거기에서 내가 살 물건은 그 건물 전체였다고나 할까. 모든 게 다 사고 싶어서 하나도 못 사는 결정장애자가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모든 것을 살 수 없다면, 그럼 무엇을 살 것인가? 그건 마치 인생의 질문처럼 느껴졌다. 모든 삶을 살 수 없다면, 그럼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그래서 나는 연필을 사기로 했다. 연필은 내가 가장 겸손하면서도 가장 큰 변화를 이끄는 도구이기 때문이다.(67쪽)

이런 글이 있는 꼭지의 제목은 '모든 삶을 다 살 수 없으니 나는 연필을 사겠다'이다.

10억원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차리겠다는 제주도 협재의 문구점 '필시'는 생긴다면 꼭 가겠다.

가서 시 한 편을 지어 팔아 연필 한자루와 맞바꾸는게 꿈이다, ㅋ~.

 

크리스 보티의 보스턴 공연 실황 앨범은 나도 애정한다. 난 그 중에서 Sy Smith를 제일 좋아한다.

그동안은 look of love였는데,

이런 동영상이 있길래 업어왔다.

 

표지 그림은 산뜻하고 이뻤지만 안에 나오는 많은 그림은 글쎄올시다 였었다.

백번 양보하여 일러스트레이터만의 큰 뜻이 있다고 해도,

133쪽의 이 그림은 이유를 모르겠다.

여행의 서툼이나 낯섬 등을 표현하려 했을까?

 

혼자 떠난 여행에서 혼자가 된다는 건 당연한 일일 테고, 또 어쩌면 그런 이유로 혼자 떠난 것일 텐데, 막상 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면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 불안해지는 건 왜일까? 혹시 인류가 멸망해서 나 혼자 살아남은 게 아닐까? 지금 나는 꿈속에 갇힌게 아닐까?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런 착각을 교정하자면 역시 다른 인간의 존재가 필요하다. 굳이 말을 나누거나 친해질 필요도 없다. 그저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근처에 존재한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되나. (199쪽)

 

이건 비단 여행에서만이 아니라, 난 살면서 종종 느끼는 감정이다.

어울리는 번잡함이 싫어 혼자를 택했지만, 혼자는 또 싫다.

말을 안 하고 어울리지는 않더라도,

거기 그렇게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경험한다.

 

난 좀 힘들게 읽었지만,

여행 잡지의 한꼭지다...생각한다면 달리 읽혔을 것도 같다.

준비 중이시라는 소설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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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27 14:54   좋아요 1 | URL
그림은 쫌 ㅋㅋ

양철나무꾼 2018-08-27 15:51   좋아요 1 | URL
저 혼자 만의 생각이 아니었군요.
짧은 댓글이 큰 위안이 됩니다, 감사~^^

비로그인 2018-08-27 14:54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작가고, 읽고 싶은 책인데, 이런 평을 보니.... 역시 읽고 확인해야겠어요 ㅎㅎㅎ
양철나무꾼님 덕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을 수 있겠네요~~

양철나무꾼 2018-08-27 15:55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이고 읽고싶은 책이었는데,
제가 상상하던 색깔이랑은 달랐어요.
이 책의 광고 방향을 제가 지레짐작한 것일 수도 있구요.
찬찬히 작품소개나 다른 분들의 리뷰도 보시고,
원하는 작품인지 확인하세요.
아니다, 직접 읽으시고 확인하시는 것도~^^

2018-08-2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8-27 16:02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이 몹시 고팠습니다.
아니, 그림 한점이라도 말예요.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그림이라고는 저런 그림 뿐이고,
대략난감이었습니다.
급기야 저 그림에 색을 입히면 좀 나아질까?
아님 추상화 기법을 살려볼까?
혼자서 엉뚱한 생각들을 좀 했습니다.

꽃할배 시리즈를 가끔 보는데,
아무리 좋은 풍경이고 장소여도 버거워 하는 걸 보고 좀 우울해졌었습니다.
저도 머지않아 저렇게 나이먹을텐데 싶어서 말예요.

여행자란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라잖아요.
님은 충분히 누리실 수 있을 거예요~^^

책읽는나무 2018-08-27 20:37   좋아요 1 | URL
앗!!
저도 일요일에 읽었어요.
어쩜 똑같은 시간에 읽었던 것 아녔을까요?^^
여행 산문집이라 그런지,여느 여행서보다는 조금 신중하게? 읽느라 진도가 좀 더디긴 했습니다.
나무꾼님이 인용하신 대목들에 저도 오랫동안 눈길이 머물렀었어요.
그래서 전 이 책 별 다섯 개를 줬어요.
오늘 낮에 꽃할배 재방송을 보면서 이 책에서 본 지명이 있었던가?하고 눈이 똥그래질만큼 쳐다 보면서,여행은 혼자 가는게 옳을까?저렇게 친구끼리 가는게 옳을까?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저는 주로 우리 가족끼리만 몇 번 다녀봐서 혼자 여행하거나,친구랑 다니는건 상상이 잘 안가네요.

참,
저도 한 두어 번 삽화 그림을 보고서 뭐지?갸웃했었어요ㅋㅋ
약력을 보니 개인전도 많이 했던데~~순간 내가 너무 예술을 모르는건가?헷갈렸었다는~~
아마도 글을 읽을때 집중 잘하라고 부러 단순하게 그림을 그렸나 보다!!뭐 그렇게 해석했습니다.
책표지 그림의 색감은 단순하면서도 따뜻하여 여행자의 설레임도 살짝 엿보일 정도더니만~~저도 저 그림에서 딱 정지!!!
뭐지??
했었네요ㅋㅋ


양철나무꾼 2018-08-28 14:12   좋아요 0 | URL
하핫, 이렇게 반가울 수가~^^
같은 책을 읽고 이렇게 느낌을 나눌 수 있는게,
알라딘 서재의 무한매력인것 같습니다.
전 일요일엔 안 읽고 토욜에 2/3 정도 읽고,
어제 오전에 나머지를 읽었어요.
전 아들이 어렸을때는 체험학습 과제용으로다가 여행을 좀 다녔었고,
남편 친구들 모임에서 예전엔 캠핑도 다니고 했는데,
말도 많고 이젠 다들 나이가 들어 불편함은 감수하려들지 않아서,
가족끼리의 여행만 다니게 돼요.

님은 저자 약력까지 찾아보셨군요.
그림에 대한 님의 해석도 그럴듯한걸요.

그나저나,
프로필 사진이 바뀌셨네요.
자세히 보러 들러야겠어요~^^

북극곰 2018-08-28 09:08   좋아요 1 | URL
저는 이상하게 김연수 님 소설이 잘 읽어지지가 않더라고요. 몇번 시도하다가 성공을 못했네요. 김영하도 그래요 사실. 그 두명이 괜히, 이상하게 늘 헷갈렸는데 김영하 소설도 못 읽어봤다는요.ㅎㅎ

저는 붙여주신 음악이나 듣고 갈게요. 히~~

양철나무꾼 2018-08-28 14:18   좋아요 0 | URL
저는 김연수 님이랑 김중혁 님을 헷갈려 하는데요~--;
하긴 김영하님도 ‘읽다, 보다, 말하다‘만 각인되어 있어서 그리 특이점을 떠올리진 못하네요~--;

헤헷~^^
사이 스미스는 저 곡도 좋지만,
The look of love가 죽음이죠.
이 곡은 전에 포스팅했던터라~^^
 
여백을 번역하라 - 원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글맛을 살리는 번역 특강
조영학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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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번역가들의 이런 책을 좀 읽어왔다.

한때 장르소설을 엄청 좋아했었고,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이 날림으로 번역되는 걸 보고선,

젊은 날의 치기로 '그럼 내가 번역을 해봐?' 했었지만, 실력부족을 깨닫고 접었다.

 

외형적으로 놓고 보면,

책을 좋아하고,

언어습득 능력이 빠르며,

엉덩이가 무겁기도 하다.

실력은 배우면 느는 것이니 도전해 볼 수도 있었을텐데,

중간에 깨끗이 접어버린 것은 박한 번역료 때문이었다.

 

엉덩이가 무겁다는건 굼뜨기도 하다는 뜻.

웬만큼 해서는 산입에 거미줄 치기가 딱이겠다 싶었다.

 

마이클 코넬리나 로버트 크레이스, 빈스 플린의 저자 후기를 보다보면 이런 사람들은 자기 관리와 시간 관리에 철저하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가들의 고군분투 하는 이런 책을 읽다보면,

번역가들도 시간을 정해놓고 철두철미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겠다.

 

이들 모두가 번역에 대해서 남다른 소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왜 그같은 날림 번역을 하냐,

여기에 대해서 조영학 님은 자신의 예를 들며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늘 마감에 쫒기고,

요즘은 불황으로 번역료마저 깎는 판국이니 더 많은 텍스트를 번역해야 하는 고통의 악순환에 대해서 얘기한다.

바로 전에 "번역가의 오역, 오류를 용서해주세요"라고 징징댔지만 그렇다고 오역과 오류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강조하는 말이 하나 있다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이제 권리는 잊고 의무만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생계조차 꾸리기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번역서를 내놓아야 할 의무마저 저버릴 수는 없다. 오역, 오류를 최대한 줄이라는 요구다. 지망생들이 배우러 오고 내가 가르치는 이유다.(60~61쪽)

조영학 님은 책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한다.

 

조영학 님은 얼마 전에 읽었던 정영목 님과는 또 다른 입장이다.

정영목 님이 저자의 언어를 존중해주자는 입장이었다면,

조영학 님은 독자를 존중해주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책이 지향하는 번역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최대한 우리말 체계와 언어습관에 가까운 번역. 번역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를 지향한다. 독자의 언어로 번역하라.(119쪽)

 

조영학 님은 초창기에 장르소설을 주로 번역하셨단다.

내가 초창기에 좋아했던  스티븐 킹 부터, 로버트 해리스,

내가 열광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주옥같은 작품들,

간간히 마이클 코넬리,

자살의 전설의 데이비드 밴,

존 윌리엄스의 아우구스투스, 등 나의 장르소설 독서 이력은 조영학 님과 일정 부분 교집합이 있다.

 

이제 조영학 님의 스타일을 알겠고,

손이 빠른 번역가 라는 말 속에 숨은 뜻도 충분히 알겠다.

 

그렇지만, 조영학 님의 번역본에서 오역이나 오류를 만난다면,

난 어김없이 툴툴거릴 것이다.

 

나는 조영학 님의 전작주의를 꿈꾸며 설렁거리며 읽었지만,

번역을 공부하거나 번역이나 출판 관계 일을 꿈꾸는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영학 님은 이 책에서 번역은 기술이라고 했는데,

난 이 책의 제목을 인용하여 여백까지 번역하는 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감정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

번역이 기술이기만 해서는 아우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멋지게 번역을 했더라도,

독자가 몰입할 수 없고, 읽지 않는 책은 종이뭉치일 뿐이니까 말이다.

 

 

260쪽에 김석희, 정영, 이종인 등인데 ==>정영목 의 오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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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2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8-22 17:08   좋아요 1 | URL
장르소설은 좀 와일드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경우 이 분이 현장감을 살려서 욕을 섞어 번역을 하신대요.
그래서 이 분의 별명이 욕쟁이 번역가래요.

게다가 이 분이 번역 속도가 좀 빠르신가봐요.
어떤 땐 엉뚱한 번역도 좀 있어요, ㅋ~.

그나저나 아픈 건 좀 나으셨습니까?
건강 잘 돌보시길~!^^

북극곰 2018-08-28 09:06   좋아요 1 | URL
장르 소설 번역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서 (우리) 글맛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나봐요. 특성상 술술 읽혀야 하는데 우리말이 거칠면 툭툭 걸려서 거슬릴테니까요. 그 속도에 따라다가보면 번역가도 막 몰입돼서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버린 오역이 나오기도? ㅎㅎ
저는 의외로 정영목 님의 에세이를 읽고는 고개를 끄덕인 부분이 많았어요. 직역이라고 해서 어법이 틀리거나 번역투를 용납한다는 뜻은 아닐테니까요. 사실, 정영목 님처럼 저자의 언어를 번역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해요. ^^;;

나무꾼 님 잘 지내시져? 그 험난했던 여름도, 겨우들 살아냈네요.
바람이 살랑살랑해지니 가슴이 쿵 내려앉기도 하고, 좋기도 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8-08-28 14:03   좋아요 0 | URL
정영목 님은 작가의 언어를 존중했다면 조영학 님은 독자의 언어를 존중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중간쯤 어디서 타협을 볼 방법은 없는 걸까요?
조영학 님의 이 책 읽으면서 님 생각이 좀 났어요.
님도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해요~^^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네요.
˝바람이 살랑살랑해지니 가슴이 쿵 내려앉기도 하고, 좋기도 합니다. ^^˝라는 표현이 좋아,
저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