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친구랑 카.톡.으로 수다를 떨다가 '바이'를 한다고 이모티콘을 보낸다는게 그만,

이런 이모티콘을 보내버렸다.

친구는,

"뭐가 신나?

 뙇~~~^^

 죽음이야."

이런 답문을 보내왔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상상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나는 방방 뛰는 저 또모(DDOMO)의 '늘씬한 각선미가 죽음'이라는 것인가 하다가...는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널을 뛰어서는,

얼굴과 몸통에 비해서 지나치게 얇고 가느다란 다리로 저렇게 촐싹거리며 뛰다가...

관절염에 걸리면 어쩌냐 하는 걱정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지경이었다, ㅋ~.

 

그 무렵, 강신주가 엮은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를 읽고 있었다.

연일 계속 되는 비에 쉬이 젖지 않는 하드커버로 된 것 중 얇은 것을 고르다가 보니 집어들게 되었는데...

처음 책장을 열고는 좀 실망을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책은 아주 심플한 것이 여백의 미를 한껏 살려주셨다.

한 페이지에 몇 글자 적혀 있지 않았는데, 그런 형식을 '아포리즘'이라고 한다나 어쩐다나?

근데 찬찬히 읽다보니,

그간 강신주의 책들을 따라 읽어왔던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철학이라는 것을 곰곰 생각하고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왜 우리가 시집의 여백이 많다고 하여 대충이라거나, 조잡하다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이 세세하고 조곤조곤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그간의 그의 사상적 흐름을 응축시켜 정리해 놓은 느낌이다.

나무의 기본 줄기와 가지처럼, 근간이 되는 문장들만을 일목요연하게 뽑아 놓았다.

여기다가 어떤 관점에서 살을 어떻게 붙여 나가느냐에 따라서,

어떤 이파리와 열매를 다느냐에 따라서,

풍성한 나무가 되기도 하고 성글고 빈약한 나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다음이, 이 책의 주제 문장 정도 되겠다.

우리는 철학을 하는 체하면 안 되며,

실제로 철학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건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 에피쿠로스(BC342~BC271) (187쪽)

 

철학이 뭐, 별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그 이치를 생각해 보는게,

다시 말하면,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애정이 철학이고 인문학인 것 같다.

여기서 인간을 자연의 연장선 상으로 보면 '철학'이 되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보게되면 '인문학'이지 싶다.

(아닌가? 아님 말구~(,.))

 

실망을 하였던 내가, 이 책을 다른 관점에서 보기까지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하는 '임제'의 법어가 한몫을 하였다.

그동안 임제의 이 법어와 해석을 놓고,

또 이 법어의 분분한 해석들을 놓고, 도 그 뜻을 알 수 없었는데,

요번엔 어떤 느낌이 들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얘기는,

내 안에 만들어 놓은 '부처'라는 선입견을 지우라는 말로 들린다.

상대방에 대한 내가 만들어 놓은 상(이미지)나 명명이 없으면,

내가 만들어 놓은 상(이미지)이나 명명으로 고착시킬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선과 악에 기준이 없다면,

선은 좋고 악은 나쁜 것이라고 편가를 일도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또, 나와 피와 살을 나누었고 그리하여 나에게 무한 호의적인 부모와 형제마저도...

그 무한호의적이라는 상(이미지)이나 명명으로 고착시킬 일이 없어질테니까 말이다.

 

이건,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가 아니라,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개념에서 확장시켜 볼 수 있겠는데,

상대방은 이미 내가 알고 그리하여 고착되었던 과거의 상대가 아닌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내가 잘못 새겨놓은 상대방을 죽이라는 얘기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의 나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취지에 맞게 행동을 했었다.

그런데, 이건 상대방을 선입견으로 가둘 뿐 아니라,

내 자신도 상대방의 시선이나 입장에 따라 보조를 맞춰 제약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개념으로 해석한 다음부터는,

상대방을 살피고 제약하던 일종의 선입견으로부터,

내 자신에게서 스스로 떳떳하고 자유로워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대접 받고 싶어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것이 좋은 이유는,

적어도 주의를 분산시킬 필요없이,

상대방을 대할 때는 상대방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생각이 이렇게 확장된 것은,

주어 개념이 거의 발달되지 않은

우랄 알타이어권 철학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인도 - 게르만족이나 이슬람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 니체(1844~1900) (104쪽)

이 부분을 보고나서였다.

 

모든 것을 알려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품어주려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모든것을 알려는 사람은 바삐 움직이고,

모든 것을 품어주려는 사람은 고요한 법이다.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 공자(BC551~BC479)(22쪽)

 

맥박을 짚어보면

인仁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 정호(1032~1085) (105쪽)

독서, 지식이나 앎에 있어서의 선입견을 탈피하게 해준 구절도 있다.

흔히 '지자요수,인자요수'해서 정형화된 句로 생각했었는데,

저렇게 해석을 해놓고 보니,

그 아래 정호의 '인'과 더불어 의미가 선명해진다.

참 좋았다.

 

또 한부분, 정형화된 句에 대한 선입견에서 탈피함으로 인하여,

의미를 달리 새긴 부분이 있는데,

'참다운 사람들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고 보통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구절이다.

난 그동안 진인은 발뒤꿈치까지 숨을 쉬고, 보통 사람들(衆人)은 목구멍까지 숨을 쉰다고 알고 있었다.

들숨ㆍ날숨 하는 폐활량에 관한 문제쯤 되겠는데,

以가 '~으로써'라고 해석되는 것을 생각해 볼때, 이 책의 해석이 맞겠다. 

옛날 참다운 사람들은

잠을 자더라도 꿈을 꾸지 않았고

깨어 있다 하더라도 걱정이 없었다.

그들의 음식은 달지 않았으며, 그들의 숨은 깊었다.

참다운 사람들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고

보통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쉰다.

古之眞人 其寢不夢 其覺無憂 

其食不甘 其息深深

眞人之息以踵 衆人之息以喉

 - 장자 (BC369~BC289)(71쪽)

그 밖에도 고개를 주억이게 한 구절이 여럿 있다.

일독을 권한다.

사물이 우리를 귀찮게 치근거리다면,

이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는 비판이 있어야 한다.

비판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적당한 가까움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다.

- 페터 슬로터다이크(1947~ )(78쪽)

 

첫번째 고백을 하고 난 후의 "난 널 사랑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것은 텅 빈 것처럼 보이기에

약간은 수수께끼 같은

과거의 메시지를(어쩌면 똑같은 말로 전달되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 롤랑바르트(1915~1980) (111쪽)

 

내가 사는 동네는 40일 정도 비의 연속이었다.

햇살이 그립고,

뽀송뽀송함이 그리워서,

기선(sun)제라도 지내야 하겠다고 했었는데,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가 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순자의 철학을 빌리자면,

기선(sun)제따위는 필요 없다는 얘기이다.

어찌되었건,

오랫만에 비는 그쳤다.

햇살에 이불이며 옷가지 뿐만 아니라,

퉁퉁 불은 몸이랑,

푹 젖은 마음이랑, 도 내어 말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ㅋ~.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07-24 21:41   좋아요 0 | URL
포근한 햇살 듬뿍 누리면서
따사로운 마음 되소서

하늘바람 2013-07-25 00:20   좋아요 0 | URL
ㅠㅠ 철학이야기만 나오면 요즘들어 왜케 주눅이 드는지
ㅠㅠ


잘 지내시나요?

잘잘라 2013-07-25 09:53   좋아요 0 | URL
일독을.. 받아들입니다. 기쁘게 즐겁게 행복하게!
 
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ㆍㆍㆍㆍㆍㆍ그 개가 유기견이란다. 개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기 인생이 좌우된다. 즉 그 개에게 개 주인은 하나의 우주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는 자신의 우주를 모조리 잃어버린, 세상의 끝으로 떨어진 처지가 된다.애교만 부리면 모든 게 해결되던 기억을 뒤로 한 채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잘 것을 걱정해야 하니까. 그런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는 사람은 그 개한테 자신의 우주를 되돌려 준 신적인 존재가 되는 셈. 김경민 편집자 님과 같이 그 개를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한 생명을 돌봐 주는, 마음 따뜻한 편집자님과 책을 내는 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 이 책이 잘 돼서 '개를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교훈이 생기기를 빈다. (303쪽, 맺는 글 중에서)

사실 난 개를 싫어한다. 싫어하는게 아니라 어쩜 무서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러 종류의 학원 중 수의간호학원도 같이 하는 이가 한때, 주말이면 실습용으로 쓰는 개들을 데리고 왔는데...

개 중에는 천방지축인 경우도 있었지만, 지독하게 훈련이 잘 된듯 눈치가 구단인 개들도 있었다.

내가 툴툴거리면 뒤치다꺼리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이 녀석들이 믹스(잡)종이라서 그렇지,

 생긴거 봐봐...얼마나 이쁘고 귀여운가~,

 게다가 눈치는 구단이어서 대소변 잘 가리고,

 뒤차다꺼리 할 거 하나 없다."

라고 했었다.

난 개가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질병, 예를 들면 회충이나 심장사상충등을 예로 들며 툴툴거렸었고,

그러면 그는,

"넌 어떻게 생각하는게 그리 극단적이고 부정적이니?"

하면서 나를 닭 쫒던 개 지붕쳐다보듯이...가 아니라,

봄날 졸리운 개가 아지랭이 피는 길 위로 지나가는 개미 한마리를 쳐다보듯이 바라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게 바로 '공신력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기생충에 관한 자료 였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내게, '복된 음성' 복음이 될 줄만 알았다.

글도 맛깔나게 쓰여있고, 재미있을뿐더러,

세계적인 공신력을 자랑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의 교수인데다가,

요즘 최고의 인기와 몸값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곳 알라딘서재에서도 다크호스,

아니다, 얼룩말의 줄무늬를 만드는 기생충 같은 존재 되시겠다, ㅋ~.

내가 왜 이렇게 구구절절 얘기하냐하면,

책이란건 공신력이나 인기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약간' 있게 마련.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읽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도록,

의학용어나 전문용어를 빼고 설명을 하면서도,

공신력을 갖도록 설명을 하는게,

눈높이와 공신력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미있어야 하겠다.

'재미'라는 건 책을 지속적으로 붙들고 있게 하는 힘이다.

그 일례로 얼마전 읽은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이란 책을 보게 되면,

'대부분의 개그가 멍청하고 과장된 말에 웃는데, 사람의 실수를 보고 웃는 것은 개그가 아니라 불쾌한 것' 이라는 말에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정한 개그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어떤 박자에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일상적인 행동해서 빠져나오고 마는 그런 것일 듯하다.

  예를 들면, 아름답고 착한 공주님이 위기에 처한 애인을 구하려고 도적을 발로 걷어차 버린다는 식이다. 이런 행동으로 공주님 이미지가 깨지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도리어 공주님이 인간답게 보일 것이다.' 따위의 내용들 말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미덕을 꼽으라면...성실히 일한 사람의 그것 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성실히 일한 사람 앞에 한마디 수식어를 붙이자면,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정도 되겠다.

여기다가 심심한 김에 한마디 더 붙이자면, 유익하면 더 좋겠고 말이다, ㅋ~.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난 가장 큰 수확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회맹판증후군을 좀더 멋지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음화화하~~~~~!!!

 

 

다시 이 글의 처음, 이 책의 '맺는 글'로 돌아가서 말이다.

이 책이 잘 돼서, '개를 사랑하면 복을 받는다'는 교훈에서 그치치 말고,

이땅에 유기견이 없어져서,

그가 내가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犬들을 집구석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날들이 되기를 학수고대 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3-07-17 19:06   좋아요 0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이제 주문했습니다.
님의 리뷰에 땡스투를 했지요.^^
앞서시는 님은 멋쟁이!!!!!!!!

양철나무꾼 2013-07-19 17:25   좋아요 0 | URL
사이좋게 하루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기로,
님한테 멋쟁이 소리까지 듣고 영광인걸요.
'땡스 투'는 '땡큐 베리 마치'입니다여, ㅋ~.

감은빛 2013-07-18 17:43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면서 유익하기는 쉽지 않은데,
게다가 눈높이까지 맞췄다니!
역시 마태우스님이시군요.

양철님의 이 글 역시 참 좋네요!

양철나무꾼 2013-07-19 17:32   좋아요 0 | URL
기생충은 흔히들 저소득 국가에서나 발병하는 질병으로들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자연친화적으로...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시는 감은빛 님이라면,
비껴가시기 힘든 교집합 부분이 있겠네요.
이 책을 곁에 두고 보시면,
님과 공주님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saint236 2013-07-19 14:03   좋아요 0 | URL
흠...다분히 친마태적인 리뷰이군요...자꾸 이러면 한번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양철나무꾼 2013-07-19 17:36   좋아요 0 | URL
헐~^^
정정 들어가 주세요.
친마태 아닙니다.
친마태라고 하면 제가 영광이어야 하지만,
저로 말할것 같으면...
그동안 그리 넓은 오지랖을 자랑 했으면서도 마태님 서재는 문턱 한번 넘어본 적 없는 위인입니다여,
철퍼덕~OTL.

굳이 바로 잡을 필요 없을 수도 있으나,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지극히 객곽성을 유지하여 자발적으로 구입, 자의적으로 쓰였습니다여~, 불끈~!!!
 
미생 7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난국 미생 7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만화책까지 사서 읽는다고 하면...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있다.

만화책 같은건 사서 읽을만큼의 가치가 없다, 는 그런 의미인가 보다.

하지만 난 만화책이건, 화보집이건, 시집이건, 글자가 빼곡하게 들어찬 책이건, 간에 책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 책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할 일 없이 知人과 농담 따먹기를 하는데,

내가 그에게 준 아끼는 책을, 그는 직장동료에게 또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책을 꼭 보고싶다는 부장님이라고 하면서, 박사라고 토를 다는데...

난 제대로 빈정이 상해주셨다.

 

꼭 보고싶은 책 한권 제돈 주고 못 사는데, 부장이면 뭐하고 박사이면 뭐하냐 싶어서...

난 전후사정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내멋대로 쏘아붙였다.

 

책을 읽는 목적은 책을 통해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포장하여 얘기했다.

실은, 독서를 통해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백날 독서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도 하였다.

 

이쯤되면 나의 심통을 눈치채 주어야 하는데,

헐~, 설상가상 훌륭한 분이시란다.

난 이번엔 知人에게 대놓고 사람보는 안목의 소박함에 실망했다며 툴툴거렸다.

 

책의 가치는 그런 것일게다.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적인 사람들로 인식되기 쉽고,

그리하여 삶을 소외시키거나, 삶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을 논한다고 인식되기가 쉬운데...

책은 삶 그 자체이고,

따라서 책의 기능은 사람의 삶을 표현해 내는 것이니만큼,

우리는 책을 통해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정민의 말을 슬쩍 변용하여 인용하게 되는데,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인간을 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정민'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사람을 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직장인들이 열광한다는 '미생'을 읽었다.

미생 7권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이 대목이었다.

오선임이 장그래에게,

"어설프게 알지도 못하는 용어 갖다 붙이지 말라고.알고 싶으면 기다려!

 실체적으로 알고 싶으면 몸과 머리가 따라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 먼저가 아니란 말이야!

 왜 그렇게 조급해?"

라고 조언하는 저 부분 말이다.

 

그리고는 돈 10만원을 건네주며 뭐든 사서 팔아보라고 한다.

상사는 '장사를 하는 회사'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자네가 지금 한 말은 아무 소용없는 거야. 쓸모없는 말을 한거라고.'

'싸게 사서 이익을 남기는 거. 덧붙이자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사서 필요한 사람에게 파는 거. 장사지.'라고 한다.

뒤돌아선 오선임의 등뒤로 '아이템을 정하는 것보다 장사의 기본을 알라고.'라는 말풍선이 뜨는데,

완전 포스 작렬이다.

 

 

자유라는 말로 자기 바둑을 미루는 사람은 없다.

자유는 바둑판 안에서 비로소 날개를 단다.

이구절들도 충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맡은바 소임이나 책임을,

버겁거나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힘겹게 느껴져 포기하거나 미룬다고 하여,

그 순간을 비껴간다고 하여, 그게 자유는 아닐게다.

구속이나 제약, 속박이라는 전제가 있었을 경우에...

자유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경계나 범위가 없다면 자유를 논할 여지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독서가 사람을 넘자고 하는 것이 아니듯이,

직장 생활 또한 삶 내지는 인간에 대한 존중을 넘어서는 것이어서는 안될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독서를 하고도 행동으로 옮겨 실천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이,

삶 또한 마음으로 익히고 몸으로 느껴야 살아지는 것일게다.

난 여기에 지위나 직함 따위에 연연해 하는 걸 경계할 것을 추가하고 싶다.

 

누가 말하길 사람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책을 제대로 보면 사람이 무거워지고, 함부로 하면 사람이 경박해진다고 했는데,

난 빈정이 좀 상했기로서니...제대로 경박해진것을 보면,

책을 함부로 읽었나 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3-07-11 17:10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네요
전 언제나 님 편이에요
저도 만화책 사서 읽어요
천계영 오디션부터 사서 읽었답니다

양철나무꾼 2013-07-17 14:31   좋아요 0 | URL
언제나 제 편이 있어서 무한 든든하다는...ㅋ~.
전 만화책도 '언제나' 사서 읽는 부류는 아니구여.
전 만화책은 '고스트 바둑왕'잼나게 읽었습니다여, ㅋ~.

2013-07-11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7-11 22:13   좋아요 1 | URL
아름다운 만화책 많아요.
아니, 아름다운 '책'이 많지요.
저는 날마다 만화책 몇 권씩은 읽는 듯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3-07-17 14:34   좋아요 1 | URL
네, 세상에는 아름답고 좋은 책들이 많지요.
때론 아름답고 좋은 책이 좀 덜 재밌을 때도 있어서 그렇지요, ㅋ~.

북극곰 2013-07-12 08:51   좋아요 1 | URL
저는 그 빈정상하는 마음 알아요. +>+
그러니까 몇 읽지도 않았지만, 저도 함부로 책을 읽었던 걸까요? ^^

스탄 갯츠 음악 오늘 날씨에 무척 어울려요~!

양철나무꾼 2013-07-17 14:36   좋아요 1 | URL
저 여자 보고 있으면, 요술쟁이 '지니'생각나요.
오늘 같이 기분 꿀꿀 한날, 저런 지니 한명 있으면 꿀꿀함 따윈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ㅋ~.

푸른희망 2013-07-12 10:01   좋아요 1 | URL
하고싶으신 말이 뭔지 알거같아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사람이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냥 책을 읽는 사람인거지 진짜 실천하는 사람은 다른거더군요... 그리고 저도 만화 사서 읽어요.. ^^ 내것이 아니면 불안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3-07-17 14:38   좋아요 1 | URL
푸른희망님, 반갑습니다.

'불안'이라고 하셔서리, ㅋ~.
그게 강박이 되면 '병'입니다여, ㅋ~.
우리 손 '꼬옥~' 잡고 조심하자구요.

하늘바람 2015-01-09 11:04   좋아요 1 | URL
미생리뷰를 추천한다는 북플 댓글로 리뷰 다시 읽었어요
왜케 잼나요?
 

오늘도 책 얘기다.

한동안 책 얘기가 나의 화두가 될 것 같다.

그동안도 책을 열심히 들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책에 치여 책탑을 쌓느니,

책으로 테트리스를 하는 꿈을 꾸니 할 정도는 아니었다.

 

요즘 유난히 책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은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되어,

책을 읽는 속도와 책을 들이는 속도가 나름 균형이 이뤘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고전이 땡기고(당기고),

('당기다'가 옳은 맞춤법인줄은 아는데, 이상하게 '땡기다'라고 해야 맘이 편안하다, ㅋ~.)

책 읽는 방법도 바뀌고 하니,

독서 속도가 마냥 더뎌진다.

 

스스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이렇게 고전에 관심을 보이나 의아해했는데,

다 나이를 먹기 때문인가 보다, ㅋ~.

ㆍㆍㆍㆍㆍㆍ배움은 노소가 다르다. 젊어서는 정력이 남아도니 모름지기 읽지 않은 책이 없어야 하고, 그 의미를 궁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이가 들게 되면 주력할 것을 가려야 한다. 한 가지 책을 읽다가 뒤에 공부하기가 어렵겠다 싶거든 다시 읽어 깨달아 이해해야 한다. 침잠하고 따져 살펴 지극한 곳까지 마저 살펴야만 한다.

                                                                                        - 양응수, 「독서법」

ㆍㆍㆍㆍㆍㆍ

 젊어서는 확산하는 독서가, 나이 들어서는 수렴하는 독서가 필요하다. 젊어서 너무 한 가지에만 몰두하면 안목이 좁아지고 균형이 무너진다. 나이 들어 계속 벌이기만 하면 망망대해에서 돌아갈 곳을 잃는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에 맞게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년 이후의 독서는 집중처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화두를 들고 찬찬히 오래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 여기저기 기웃대기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깊이 보는 것이 맞다.

                                                                                                                     ('오직 독서뿐'107~108쪽)

그동안의 책 읽기는 다독이었다.

그만그만한 책들을 폭 넓게 많이 읽기만 했었다.

곰곰 생각을 해야하거나, 성찰을 요구하는 책읽기는 일부러 피해왔었는지도 모르겠다.

책만이 유일한 친구라고 외쳐댔으면서도,

책에서 무언가를 얻거나 느끼게 되기보다는, 그냥 킬링타임용이었다.

(물론 책에서 무언가를 얻거나 느꼈고,

 그리하여 내 삶을 변화시켜 왔겠지만...인식하지 못했었다.)

난 친구의 조건으로 다른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걸 꼽는다.

적어도, 나보다는 똑똑하고 지식이 풍부하여...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친구의 조건에 대해서는, 이렇게 명확하게 기준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독서, 다시말해 책에 있어서는 아무런 기준도 없이 두루뭉술이었다.

 

언젠가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를 했고,

그런 독서 중에 얼마전에 읽은 고전작품에서 우연히 물리가 트이는걸 경험하게 되고 보니,

책을 고르는 취향이 점점 고전으로 흘러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정독을 하게 된다.

얼마전에 읽은 '이권우'에선 그걸 이렇게 얘기한다.

책을 읽으려면 꼼꼼하게 읽고 비교하며 읽고 비판적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그리 읽어 왔다고 자부하고, 그리 읽어야 한다고 떠벌리기도 한다.('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14쪽)

 

암튼, 책을 읽으면 뿌듯하고 만족스럽기 보다는,

말할 수 없는 갈증과 열망으로 어쩌지 못하겠는 날의 연속이다.

에를 들어, '오직 독서뿐'을 읽다보면,

책에 언급된 아홉명의 원전을 주먹구구식으로라도 읽고 싶고,

이권우의 '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을 읽다보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그가 읽었다는 책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는, 읽은 책에서 씨실과 날실이 풀어 엮어내는 그물처럼 연관서적을 언급해주고 있는데, 그 양이 자못 방대하다.

게다가 그가 언급한 책 중의 한권은, 그는 잘 모르고 언급했을수도 있는데...

강신주가 펴낸 '철학VS철학'과 책의 배열이나 편성법이 비슷하다.

강신주를 들추고, 강신주의 '철학VS철학'에 언급된 철학자들로 관심이 뻗어나간다.

 

문제는, 이렇게 언급된 책들 중 내가 안 읽은 책들은...

절판이나 품절이 될까봐서 부랴부랴 구입한다는 것이다.

 

요며칠,

책에 치여 책탑을 쌓느니,

책으로 테트리스를 하는 꿈을 꾸니,

하면서도 어제는 황현산을, 오늘은 이탁오를 넘보고 앉아있다.

 

나의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친구는 이렇게 조언을 한다.

 

책을 말야.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맘도 참 이쁜 마음이야.

근데, 애착은 좋은데,

강신주를 애정하고,

그런 건 좋은 건데,

집착이 되는 건,

좀 훌훌 털어버릴 수도 있어야 좋을 것 같애.

쉽진 않겠지만,

 

힘들고 속상할 걸 '감수' 하는 감수성 훈련을 해야할 거 같애.

다 본 책 중에서 불필요한 책은 과감히 방출하기도 하고,

기증하기도 하고 말야.

 

ㅇㅇ이 맘이 이해가 되면서도,

차츰 나아질 거라 생각하면서도,

책에 대해서 넘 애정이 넘치는 ㅇㅇ이를 보면서,

책탑의 라푼첼을 구하고 싶은 맘에 ㅋ~

 

그런데,

난 말이쥐~~~~~,

감수성 훈련은 전혀 되어주시지 않고 있고,

차츰 나아질지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이익의 글이나 옮겨적으며 '자기합리화'를 하기에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고전'읽기나 정독을 포기할 수 없고,

독서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 뿐인데,

얼마전까지 내 알라딘서재의 타이틀이 'where is my mind'였듯이,

일단 구방심求放心을 하고 볼 일이겠다.

예전 진열 선생이 기억력이 없어 고생했다. 하루는 『맹자』를 읽는데,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방심을 구하는 것뿐이다"라고 한 것을 보고 문득 깨달아 말했다. "내 마음을 일찍이 거두어들이지 못했으니, 무슨 수로 책을 기억하겠는가?" 마침내 문을 닫아걸고 고요히 앉아 1백여 일 동안 책을 읽지 않고 흩어진 마음을 수습하였다. 그러고 나서 책을 읽자 마침내 한 번 보면 빠뜨림이 없었다. - 양응수, 「독서법」

  진열은 송나라 때 학자다. 머리가 나빠 읽고 돌아서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자책만 하다가 『맹자』의 한 구절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부의 요령은 '구방심求放心'에 있다는 그 말. 방심은 마음을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놓아두는 것이다. 이 방심의 상태에서 마음을 먼저 건져 내야 한다. 한 줄 보고 이 생각 하고, 한 장 보고 저 생각 하면 백날 읽어도 안 읽은 것과 같다. 열심히 할수록 성정만 나빠진다.ㆍㆍㆍㆍㆍㆍ

                                                                                                                            (오직독서뿐, "84쪽) 

    

근데, 실은 난 구방심求放心도 중요하지만,

책에서 읽은 것을 책 안의 지식으로만 놓아두지 않고...

실생활의 경험으로 적용시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보다 더 좋은 암기법이나 이해법, 즉 감상법은 없다는게...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며 독서를 통하여 내가 터득하고 깨달은 물리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07-11 01:16   좋아요 0 | URL
나이에 따라 책을 살펴 읽기도 해야겠지만,
나이보다도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되리라 느껴요.

스스로 좋아하지도 않는 책을
나이에 맞추어 굳이 읽어야 할까 잘 모르겠어요.

왜 한우물을 파야 할까요.
한우물 안 파도 돼요.
마음이 가는 책을 읽을 때가 바로 한우물 아닌가 싶어요.

학자나 지식인이나 전문가 들 말하는 한우물은
이녁 삶에 맞춘 한우물일 뿐,
우리들 한우물은
아주 다른 자리에
저마다 고운 빛으로 있다고 생각해요.

양철나무꾼 2013-07-11 02:49   좋아요 0 | URL
ㅋ,ㅋ...님 아직 젊으시다는 얘기겠죠.
젊어서는 확산하는 독서가, 나이 들어서는 수렴하는 독서가 필요하다잖아요, ㅋ~.
저도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님의 생각에 가까웠었는데,
지금은 정민님의 생각쪽으로 기운다는...ㅋ~.

그 논리대로 정리해보자면,
님은 영거, 전 엘더한 건가여?^^

알케 2013-07-11 12:35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미친 듯 책사기 러시' 중인데요. 택배 기다리는게 싫어서 교보가서 사는데
차가 안 굴러가요. 책 무게에 ㅎㅎ

문제는 끙끙거리며 책방에 옮겨놓고 방치한다는 거.
그냥 '책 산다'는 행위에 집중하는건데
막 택배상자들로 꽉찬 방에서 매일 밤 홈쇼핑 틀어놓고 전화기 들고 앉은 쇼핑중독자 몰골이예요. ㅎㅎ

스트레스 수치가 임계점인가 싶네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아주 좋죠.

양철나무꾼 2013-07-11 15:44   좋아요 0 | URL
전 책을 주문해 놓고는 팽개치고는... 택배를 기다리지도 않는다는~ㅠ.ㅠ
안 읽은 책이 그만큼 줄줄이 밀렸다는 얘기죠.

독서취향이 참 많이 겹치던 님이랑 저랑 다른 점은,
님은 홈쇼핑 버전,
전 (TV를 안 보는 고로) 알라딘 죽순이~ㅋㅋㅋ

북극곰 2013-07-11 13:26   좋아요 0 | URL
첫 번째 연두 박스 무척 공감가는 말이네요. ^^ 나무꾼님 잘 지내시죵?

양철나무꾼 2013-07-11 15:47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 고밥습니다.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애기 초등학교 입학 얘기 본것 같은데...벌써 여름방학이네요, ㅋ~.
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우리 몸이랑 맘은 뽀송뽀송하게 건너가자구여.^^

아무개 2013-07-11 13:28   좋아요 0 | URL
니체였죠.
제가 이렇게 책 읽는일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 시작점.
읽어도 읽어도 이해도 안되고 읽었던곳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으니 속도도 안나고.
세달 가까이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어요. 완전히 슬럼프에 빠졌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오랫만에 탄력받아 이틀만에 읽어내고 나니 왠지 기운이 불끈불끈.
연이어 읽은 오직, 독서뿐에서 저도 양철나무꾼 님과 같은 구절을 옮겨 적었었는데
저는 앞으로 수렴하는 독서를 해야겠다는 계획보다는 신체적 나이는 중년이지만
독서 수준은 아직도 청소년 수준이라 좀 더 발산하는 독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강신주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읽고 있는데
혹시 철학VS철학 읽으셨나요? 욕심은 나는데 엄청 두꺼워서 망설이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3-07-11 15:51   좋아요 0 | URL
혹시, '마중물' 닉을 쓰시던~?

암튼, 반갑습니다.
'아무개'란 닉이 주는 익명성도 매력적이구여, ㅋ~.
철학VS철학, 네...좋습니다여, ㅋ~.
try to해보셔염.

아무개 2013-07-12 08:54   좋아요 0 | URL
넵 얼마전에 닉 바꾸었어요.^^

역시 철학VS철학은 이제 그만 장바구니에서 꺼내줘야 겠군요.
네 시.도.해보겠습니당~

하늘바람 2013-07-11 17:12   좋아요 0 | URL
어쩜 저리 글을 이쁘게 쓰세요
샘나서리 흥
 
그림 여행을 권함
김한민 지음 / 민음사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여행이 싫다.

여행을 즐기기에 난 일상이 주는 무료함과 편안함에 익숙해졌다.

작금의 난, 그의 말대로 '겨우 1박 2일 엠티를 와서 온수 샤워를 못한다고 투정 부리는 사람(192쪽)'에 속한다.

그렇지만 마인드만은 아직도 여유를 부리며 떠나는 여행보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빠듯하게 떠나는 그런 여행을 선호한다.

 

난 젊은 시절의 한때를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머물렀었다. 처음 그곳에 가게 되었을때는 결심도 야무지게, 우리말이나 글 따위는 하거나 읽지 못하는 벙어리 흉내라도 낼 요량이었다.

우리글로 쓰여진 책은 컴 공부를 하려고 가지고 간 책 한권이었는데, 있다보니 우리말이나 글이 사용하고 싶어 미치겠는 날의 연속이고...그리하여 난 그 책을 너덜너덜해 질때까지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지에서 먹는것은 과일이나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다보니, 아직도 나의 식성은 아이들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입는 것은 한창 젊을 때여서 누더기를 입어도 반짝거릴때였으니 관심 밖이었고,

잠은 전에도 얘기했듯이 엉덩이 붙이고 눈만 감으면 잘 수 있어서 이또한 예외였다.

 

생각해보면 책 한권으로 외로움을 달랬던것 같다.

때문에 아직도 책은 내게 있어서 친구요, 애인이요, 스승이다. 내게 있어서 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난 남편과도 독서 취향이 다른고로,

남편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남편이 없어도 며칠 정도는 끄덕없지만, 책이 없으면 며칠은 커녕 단 하루, 단 몇 시간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중언, 부언 길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난 여행을 떠날때 짐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그냥 그곳 시장을 돌다가 아무거나 걸쳐 입고 신으면 되고,

먹는건 과일이나 음료, 어딜 가나 패스트푸드 점이 있으니까 끄덕 없다는 거다.

그런데, 여행을 가게 되면 가는 날짜 수의 배가 되는 우리 말 책을 챙겨 가방을 낑낑거리면서 들고다닌다는 거다.

 

이런 나의 무식한 여행습관을 고쳐볼 요량으로 택한 게, 이 책'그림여행을 권함'이다.

그가 그림 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글 쓰기가 물론 좋은 작업이지만...

늘 '언어의 그물'(이라고 그는 표현하는데, 난 언어의 늪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에 허우적거리는,

늘 혹사당하는 언어중추의 휴식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림을 잘 그릴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쉼과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여행에서 기대되는 처방과 동일하다, 쉼과 치유~!

 

그의 그림들을 처음 봤을때, 좀 별로였다.

게다가 그가 쓴 한글은 개발새발, 완전 깨는 느낌이었다.

알파벳이나 한글을 크게 쓴것은 캘리그라피처럼 멋들어진데,

공책 한귀퉁이에 적어넣은 작은 글씨들은 초등학생의 글씨 같다고 해야 할까~?

책을 읽는 중간에, 책 앞날개에 적힌 스리랑카와 덴마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양력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지만, 그러고 나서도 저 그림들을 보기 전까지는 그럭저럭이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이 책은 그의 그림실력을 뽐내기 위한 게 아니다.

여행을 가는 한 방법,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의 한가지로 '그림여행'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후 보아야...그의 엉뚱함과 창의성에 슬쩍 미소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그림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그릴 수 있다고 독려하기 위해서인듯,

그의 어머니의 그림으로 처음을 시작한다.

그가 그리는 그림들은 단순한 것이 처음 봤을때는 대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주의깊게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까,

그림 속의 인물들이 가지각색의 표정과 나름의 동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세심한 관찰, 다시말해 애정을 갖고 바라봐야 그려낼 수 있는 정확한 것들이다.

그림에서 많은 것을 생략하고 선을 단순화했다고 해서,

희미해지거나 있어야 할 최소한의 것이 누락되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표정과 동작이 풍부하고 역동적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건 금방이지만,

마음 씀씀이가 진지하고 따뜻하다는 걸, 책에서 읽어내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김한민표 어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글이 멋지구리하다.

 

초라함만이 줄 수 있는 둘도 없는 소중함과 재미는 초라함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만 향유가 가능하다. 초라함에 대한 세상의 통념을 받아들이는 순간 사람은 정말로 초라해진다.(61쪽)

 

 

골목의 흡인력은 어디서 오는가? 아기자기한 동시에 관능적인 기묘한 매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평범하고 뻔한데도 훔쳐보고 싶은 이유는 뭘까? 골목의 저편을 상상하며 조금 더, 조금 더 멈추지 못해 빨려 든다. 학창시절 물리 시간에 배웠던 공식이 떠오른다. 베르누이의 정리의(에) 의하면, "유체가 흐르는 관에서 관이 좁아지면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은 낮아진다." 그 워니를 나의 경우에 대입해 본다. '골목을 거닐때 나의 속도는 빨라지나, 그 발걸음은 가벼워진다.ㆍㆍㆍㆍㆍㆍ우리는 너무 새것, 깨끗한것, 매끈한 것, 다듬어진 것들을 선호해 왔다.ㆍㆍㆍㆍㆍㆍ전혀 다른 시간이 보존된 공기를 맡을 수 있다. 기억의 장소에는 관광객들도 겸허해지도록 만드는 힘이 서려 있다.(68~69쪽)

 

하지만,

암튼,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그의 이 그림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것이 별다른 느낌이나 감흥이 없었다.

 

 

 

 

그의 이 그림들을 보게 되면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오는 것이,

비오는 날의 정서가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동안 여행중에 비가 오면 불편하다고 툴툴거렸는데, 이 그림들을 보고...제대로 기우제를 한번 지내보고 싶어졌다, ㅋ~.

 

분위기를 다시 바꾸어,

여행이나 이사 때 가장 큰 애물단지이면서...책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더우기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걸 싫어한다.

품절이나 절판인데 갖고 싶으면 책을 빌려서라도 디카로 찍어 하드에 보관하는 방법을 취한다.

 

오늘도 알라딘 서재 마실을 다니다가 너무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더 이상 책을 들이지 않기로 한 결심은 무너지고,

친구가 팥빙수를 사주겠다고 하는데,

팥빙수를 사먹을 돈이나, 그돈으로 책을 사나...하면서 책을 들이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나와 독서 취향이 비슷하여 내가 책을 몇권 넘긴 그 친구는,

내가 준 책의 일부를 방출하겠다고 하여,

날 몹시 속상하고 서운하게 했다.

책을 날 보듯, 나인듯 여기겠다고 할때는 언제이고...~--;

물론 그 친구에게까지 책탑에 깔리는 악몽을 재현하도록 하고 싶지는 않지만,

방출이라는 말 속에 담긴,

기준과 우선 순위를 정하여 들이고 내고 한다는 뉘앙스가 서글펐다.

 

이미 준 것은 내 손을 떠난 것이다.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서운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07-10 00:18   좋아요 0 | URL
학교교육에 얽매이지 않으면
누구나
마음을 담는 그림이니까
다 잘 그릴 수 있어요.

학교에서는 '서양미술 흐름'에 맞추어
아이들을 학습시키니,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꿈을 꾸듯이
그림을 못 그리게 되고 말아요.

아이 마음이 되면
언제나 그림이 즐거울 수 있구나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3-07-10 17:54   좋아요 0 | URL
어려운 얘긴 모르겠고,
암튼 어제 님 서재 페이퍼의 그림은 죽음이었습니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