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담 醫對談 - 교양인을 위한 의학과 의료현실 이야기
황상익.강신익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맨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그런데 쳇바퀴에서 일부러 벗어나기를 꿈꾸지도 않는다.

그니의 이런 루틴 같은 일상은 빠짐없이 적혀 있고, 기록되고, 예정되고, 규정되어 있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그것을 닮았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는 그것을 돌아다니길 좋아하지 않고, 규칙적인 사람, 진짜 기계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급기야 기계를 섬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얘기 한다.

 

그러니까, 그니는 누가봐도 좀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변덕이 죽 끓듯 하기가 일상다반사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두드러지는 인간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니가 직업과 관련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현실과 그니가 생각하는 이상향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

'빨리 빨리', '직빵으로', '세게', '독하게', '한번에 쇼부를 볼 수 있게' 같은 말들은 너무 흔하게 듣는 멘트이다 보니,

그니가 생각하는 '명의'란,

'빨리 빨리', '직빵으로', '세게', '독하게', '한번에 쇼부를 볼 수 있게' 같은 말들과 관련된,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추상명사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황1  과거에 생각했던 '명의'라는 개념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왜냐하면 진료하는 방법이 모두 표준화 되었거든요. 이제는 의사 개인만의 독자적인 치료법이란 없다는 뜻입니다. 한의학과의 차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표준화'라는 게 필요하지요. 그래야만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용한 의사에 대한 신뢰는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의사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수 없겠지요. 진단과 처방이 의사마다 다르다면 기준이 없으니 누굴 믿겠어요?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점은 바로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의사들마다 진단방법이나 치료법이 달랐어요. 지금도 그런 경우가 있죠. '체질'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데, 병원마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한의사라 해도 1년 전과 현재 진단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만큼 표준화, 과학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겠지요. 현대에는 과학화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서 계량화, 과학화했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한의학이 더 쇠락의 길로 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과거처럼 나만의 비방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아닙니다.

ㆍㆍㆍㆍㆍㆍ

강1 과거의 명의에게는 예후가 중요했거든요.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능력보다는 환자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환자를 정해진 유령 속에 넣어 규격화하는 경향이 있어요.

('유령'이 아니라 '유형'이겠지~--;)

황1 ㆍㆍㆍㆍㆍㆍ환자가 의사를 믿는 일도 참 중요합니다. 일단 내 몸을 맡겼으면 믿어야 해요. 믿지 못하겠으면 다른 의사에게 가야죠.ㆍㆍㆍㆍㆍㆍ믿는 것이 복이다, 하고 믿었어요. 그래야 효과가 있거든요.(50~51쪽)

그러던 중,

그니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진료하는 방법이 표준화되고,

그리하여 '표준화'된 잣대를 드리운다면...

규칙적인 사람, 진짜 기계 같은 사람과 무엇이 다를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표준화된 잣대가 아니라,

그 사람만의 독특한 개성이라고 생각했었던 그니였었는데 말이다.

 

표준화된 잣대에서 벗어나게 되면,

의료보험 수가는 차등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삭감'이라는 고상한 단어를 사용하여 지급되지 않는다.

 

'명의'가 아무리 의미있는 타이틀이라고 해도,

환자가 있어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게 '의사'라는 존재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진료하는 방법이 표준화되고,

그리하여 '표준화'된 잣대를 드리우게 되고,

거기서 비껴가지 않는 규칙적인 사람, 진짜 기계 같은 사람만 존재한다면...

의사보다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더 제대로된 데이터를 뽑아내 진단을 하게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 책은 두 의학자들의 대담으로 쓰여진, 인문학을 표방하고 있는 의료 대담집이다.

인문학이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을 위한' 내지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내지는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고자 하는' 정도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독특하고 두드러진 곳을 다듬어 넣고, 두들겨 넣고...하여서는 인문학을 가장한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나는 이 책이 진정한 '인문학'서적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다시말해, '인문학'서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담'에 실천과 행동이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리고 대담집인데...독자들의 질문을 수록하지 않은 것이 이 책의 맹점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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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3-09-16 18:09   좋아요 0 | URL
표준화는 산업 현장에만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군요. 전 대부분 산업현장과 연계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네요.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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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산다는 것은 그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었다.

특별히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게,

이 모진 세상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는 날들의 연속일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지독히 쓸쓸하고 외로워본 사람은 안다.

그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오히려 안도할 일이라는 깨달음이 주는 묘한 쾌감을.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이름은 매트예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내 이름은 매트고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그리고 빌어먹을 일이 벌어졌다. 내가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난 이 책의 명문장은 뭐니 뭐니 해도 이 마지막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루종일 지독히 많은 사람과 만나고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상대방에게는 고사하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할때는 얼마나 있을까?

맑은 거울을 들여다보듯,

또는 물무늬가 없는 샘물이나 우물물을 들여다보듯,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는 과연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뭐라고 하는 것은 고사하고,

과연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서너 번 읽은 것 같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었는데,

그동안은 '오즈의 마법사'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소원을 이루어가듯...

이 책을 통하여 수많은 삶의 군상들을 보았었고,

나의 삶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나무꾼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은 후,

사랑하는 애인을 다시 찾아갔으나 그 애인은 양철나무꾼을 따라나서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그녀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거다.

 

매튜 스커터는 이 책의 끝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를 시인하고 인정한다.

그의 그런 용기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얘길 하는 이유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존재나 자아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비춰주는 아상,

다시말해, 상대방이나 친구도 참 중요하다.

상대방이 어떤 멍석을 어떻게 깔아주느냐에 따라,

타인이 지옥이 되기도 하고,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암튼, 내 자신을 솔직히 맘껏 펼쳐보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친구가 이 가을 고맙고,

그런 친구가 있어, 이 가을이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ㆍㆍㆍㆍㆍㆍ여기 오면 그는 신을 벗고 긴장도 풀어요. 숙명적인 인연이란 걸 아세요?"

"글쎄."

"그건 환생과 관게있는 거엥. 환생을 믿으시는지 모르겠네요."

"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걸."

"그렇군요. 환생을 믿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가끔 챈스랑 내가 전생에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꼭 연인이나 남편과 아내 같은 사이가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어쩌면 오누이였을지도 모르죠. 그가 내 아버지였거나 아니면 내가 그의 엄마였을 수도 잇겠죠. 아니면 우리가 동성있을지도 몰라요. 하나의 생에서 다른 생으로 갈 때 성이 바뀔 수도 있다니까요. 말하자면 우리가 자매라든가 아니면 그 비슷한 사이였을 수도 있다는 거죠. 진짜로요."(204쪽)

 

 

 

"매튜? 한 가지만 약속해."

"뭔데?"

"술 마시려거든 꼭 내게 먼저 전화해 줘."

"오늘은 마시지 않을 거야."

"알아. 그래도 마실 생각이 있으면, 만약에 마실 거라면 내게 먼저 전화해. 약속하지?"

"알았어."

  업타운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그 대화가 생각났다. 바보같이 약속을 하다니! 그래, 적어도 그 약속이 그녀를 기쁘게 해 주었다. 그 약속 때문에 그녀가 기뻤다면 나쁠 게 뭔가.(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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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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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다마고치'라고 하여 '전자 애완 동물 사육 게임기'가 한창 열풍이었었다.

난 다마고치에는 별 관심 없었고,

'하얀 마음 백구'라는 강아지 한마리가 집을 찾아가는 인터넷 게임은 몇번 해봤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라는 게임을 하는 걸 보게 되었는데,

헐~, 이 게임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더라.

여러 말끼리 레이스를 펼치는 게 주 게임이지만,

게임에서 획득하는 점수를 가지고 마구와 안장 따위를 살 수 있고,

말의 품종도 다양하게 분양받아 기를 수 있었다.

그리고 말에게 먹일 여물과 사료도 다양하게 택할 수 있었으며,

레이스에서 다치면 치료도 정성스럽게 해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좀 다른 얘기인데, 존스칼지가 쓴 '노인의 전쟁'에 보면 75세 이상 된 사람들 중에서 우주개척방위군에 스스로 인간병기가 되어 투입된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내가 좋아하는 '테드 창'의 이 책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란 이 책은,

내가 장르소설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인지,

아님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아서인지,

7월에 나온걸로 되어 있는데 지난 주말에서야 나온 줄 알게 되었다.

 

어쩜 번역자가 내가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우리나라 장르소설이 발전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염원하는지라,

외면이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하여 바로 잡았을때,

언젠가는 번역의 완성도가 나아지리라 기대해본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넷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사람 둘, 그들이 키우는 일종의 가상 애완동물(virtual pet)인 디지언트 둘 또는 셋.

디지언트를 둘 또는 셋이라고 하는 것은 복제양 돌리처럼 쌍둥이 복제물이기 때문이다.

 

전직 동물원 조련사인 여자는 신생 게임 회사(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사교 게임인 '데이터어스'에 가상 애완동물(virtual pet)인 디지언트를 제공하는 회사)에 백지 상태의 디지언트를 교육시켜, 인간 사회의 언어와 지식, 사회성을 익히도록 훈련하여 '팔릴 만한 상품'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남자는 신생 게임회사 소속 애니메이터이다.

데릭은 경험이야말로 최상의 교사라는 블루감마사의 AI 설계 사상에 공감하고 있었다. AI에게 지식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능력을 갖게 해 고객이 직접 가르칠 수 있는 AI를 판매하는 것이 블루감마사의 목표였다. 그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그런 고객들의 흥미를 끌어야 했다. 성격도 매력적이어야 하고 겉모습인 아바타도 귀여워야 한다. 전자는 개발자들이 맡고 있었고, 후자는 데릭의 몫이었다.(18쪽)

 

여기서 말하는 디지언트라는 것은, 인터넷 상의 아바다에다가 로보트를 결합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좀 쉬울 수가 있겠다.

 

이쯤에서, 내가 이 글의 처음에서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을 언급한 이유를 밝혀야 겠다.

'노인의 전쟁'에서는 내일 죽어도 두렵지 않을 노인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좀더 나은 쪽으로의 '인간병기'화 되는 것만을 얘기했었는데,

이 책은 제목에서 '소프트 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고 하여,

어찌보면 '객관화'를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몰입하고 감정이입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객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라는 미명하에 학습 능력과 귀여움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하는데,

이 학습 능력이라는 말 속에는 자체적으로 깨닫고 터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숨어있음을,

귀여움이라는 말 속에는 성장이라는 복병이 숨어있음을,

간과하고 인정하지않는다.

 

먼저,

아주 기본적인 맞춤법부터 틀리고 있으니 신뢰가 안 생긴다.

 

 

"ㆍㆍㆍㆍㆍㆍ. 이따(가) 봐."가 되어야 한다.

'있다/없다'와 '이따/지금'의 상관 관계를 생각하면 쉽다.

 

ㆍㆍㆍㆍㆍㆍ복잡한 정신은 자체적으로는 발달할 수 없다. 그럴 수 있다면 야생화한 인간 어린애들도 그렇지 않은 다른 어린애들과 같아야 한다. 정신이란 그냥 내버려 두어도 혼자서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자라지는 않는 법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아원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야 할 것이다. 정신이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다른 정신들에 의한 교화敎化()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이런 교화야말로 데릭이 마르코와 폴로에게 주려는 것이었다.(81쪽)


이 책의 번역을 갖고 툴툴 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 단락의 요지는,

복잡한 정신은 자체적으로 발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야생화한 인간 어린애도 그렇지 않은 다른 어린애들과 같아야 한다.

정신은 자체적으로 자랄 수 없다.

잡초는 혼자서 쑥쑥 자란다.

=>정신이란 그냥 내버려 두어도 혼자서 쑥쑥 자라는 잡초처럼 자라지는 않는 법이다.

위의 내용으로 볼때, 만약 그렇다면 고아원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해야 할 것이다...가 되어야 한다.

'이중부정은 강한긍정'이라는 영어식 어법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가져오다보니,

우리 문장에서는 뜻을 알 수 없는 엉뚱한 문장이 되어 버렸다.

 

암튼, 이 책은 깊이 파고 들어가다보면,

애완동물, 반려동물,

컴퓨터를 비롯한 가상 현실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 등,

가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것,

제대로 된 교육의 의미와 정의,

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마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 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불어,

이 땅의 아이들이 우리가 가르치는 데로만 성장하고,

그들 스스로 부쩍부쩍 자라나는 것에 대하여,

우리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책임 의식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름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라고 있는 데,

왜 우리 기준과 우리의 틀에 가두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결국 이 책의 주인공 여자는 자신의 틀에 가둔 덕분에,가상의 애완동물인 디지언트를 왕따로 만들고...

주인공 남자는 위험 요소를 걸러내지 않아 성에 노출시키게 되고 그때문에 성상품화를 시키게 된다.

 

우리는 항상 사랑의 존재 여부만을 가지고 얘기한다.

사랑만 있으면 될 것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인터넷, 무생물을 향한 과도한 사랑은 집착이 되고...

번지수를 잘못 찾은 사랑은 배송 사고가 난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컴퓨터의 차이는, 예외가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예전 같지 않으면 우린 사랑이라고 하지만,

컴퓨터가 예전 같지 않으면 우린 '에러'내지는 '고장'이라고 하여

방전시키거나 전원을 꺼버리거나 리셋시키거나 한다.

나날이 과학이 발전하고,

그러면서 공상과학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우리 주변의 현실이 되었다.

이럴때일수록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가치관의 정립인 것 같다.

생명이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살아있는 애완동물의 그것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여야 하나?

그렇다면, 컴퓨터 상의 아바타로 대표되는 가상 애완 동물이나 로봇 기타 등등에 대하여서는 우린 어떤 취급을 하여야 하나?

나름대로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가치관 마저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하루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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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20:10   좋아요 1 | URL
번역이 좀 심하군요.. 거의 만행 수준. 이 책 평가 좋던데 집에 있는 당신의 이야기부터 좀 해치우고 이거 읽어야겠져?! -_-

야요 2013-08-30 13:2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스피어 출판사입니다.
먼저 부족한 부분으로 마음 쓰시게 해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맞춤법 부분은 편집부의 잘못입니다. 2쇄 때 반영하여 수정하겠습니다. 이중 부정에 관한 대목 역시 김상훈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이미 정오표에 반영했습니다. 관심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봐 주시는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amoo 2013-09-02 12:18   좋아요 1 | URL
번역이 완전 헬이군요!ㅎㅎ 공감을 안 할 수 없는 좋은 글입니다!!
 

난 이력제, 경력제...이딴 지나온 자취에 대해서,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자취에 '등급이 매겨진다는데 대해서' 발끈하는 편이다.

얼마전 지인과 노닥거리면서,

소의 등급을 얘기할때는 마아블링의 상태를 가지고 얘기하는거다, 아니다...해가며 카톡으로 몇차례 설왕설래를 했었는데...

그만, '그류' 하는 '단어'를 노안이었는지 잠시 잠깐 '2류' 로 읽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갑자기 꼭지가 '팽~' 돌아서 'what?'했더니,

'아이참, 우리 말 못 알아 듣네...Yes라고요.'하는 소고기를 사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난 민망한 마음에,

'내가 미류나무 꼭대기의 '미류'는 들어봤어도 '그류'는 첨 들어봤네, 참~--;'

이러고 말았는데,

이 책 <충청도의 힘>에서 원없이 '그류'를 접한다.

 

 

 

 

 

 

 

 

 

 

 충청도의 힘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그류!ㆍㆍㆍㆍㆍㆍ"(31쪽)

"히히히ㆍㆍㆍㆍㆍㆍ 그건 그류!"(62쪽)

 

처음 이 책의 제목과 겉표지만을 보고선,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직업성 특성 상,

저런 깜장 비닐 봉지를 든 어르신들이 낯설지 않은 나로서는,

충청도든 서울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 같고,

"인생 별거 있간디?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지"를 너무 일찍 터득해 버렸다고 자만했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낄낄 거리고 웃고 말 수 있을 책일 줄 알았다.

 

"인생 별거 있간디?"하고 읽으면 그냥 웃으며 지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발목을 붙잡혔다.

처음에는 그것이 서울촌놈 특유의 사투리가 주는 생경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편집과정의 지나친 자상함이 부른 과실이다.

 

46쪽의 '코를 박고 조시(시작)를 살피지는 못할망정'의 경우에,

네이버 국어사전에 '조시'가 '시작'으로 나온다고 하여,

일본어이고 ちょうし, 조건,상태, 컨디션의 뜻으로 쓰였는데,

'시작'이라는 해석을 달아준건 왠지 좀 씁쓸하고 아이러니 하다.

87쪽의 전(田)도 그렇고,

해석이 맞나 틀리나 검사하며 읽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ㅋ~.

 

실은, 내가 이 책을 페이퍼로 쓸 결심을 한 건

들추기도 싫은 이력등급제 때문이 아니라, 이 똥냄새 나는 사랑 얘기때문이다.

인연은 미수꾸리가 안 되는 것이구, 현다 혀도 헐렁하게 쩜매야지 흘릴께비 꽁꽁 묶으믄 못쓴다, 낭중에는 반다시 도로 풀르야 쓰는 것이 인연인디 꽉 쩜매믄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푼다, 그라니께 집이를 지 옆이다가 꽁꽁 묶아 둘라고 허믄 못쓴다 맴먹었슈.(110~111쪽)

 

미수꾸리(に-づくり , 作り, り 는 일본어로 묶어서 포장한다는 뜻이란다.

저 미수꾸리 같은 단어에는 해석이 없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저 인연이 부산에서의 만남이라 미수꾸리 같은 단어가 일반화되어 사용되었나 보다.

이 책에서, 저 인연에서는 보따리의 네 귀퉁이의 매듭을 묶듯 인연을 묘사했는데...

난 인연은 저런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런 것이어도 네 귀퉁이를 모두고 여미어 꼭 묶어도 나중에 묶은 시발점을 알면 그 반대방향으로 하면 잘 풀린다.

저건 무책임하고,

덜사랑하고,

(아니 한순간 뜨겁게 사랑하겠다, 가 아니라 오래 영원토록 사랑하겠다...

강신주 식으로 얘기하면 구속하겠다가 부른 욕심이다, ㅋ~.)

감정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그런 칠칠 맞은 사람의 그것으로만 여겨진다.

아님? 아님 말고~(,.)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색깔을 가진 실로 삶이라는 옷감을 짠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과 만나면 얽히고 섥히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엮이기도 한다.

만나고 스치고 헤어지고 다투고 하면서

옷감을 짜고 겹치고 모두고 자르고 매듭짓는다.

뜨게질을 생각하면 좀 쉽다.

매듭을 찾을 수 있으면 실을 풀어 거두어 들일 수도 있다.

 

'낭중에는 반다시 도로 풀르야 쓰는 것이 인연'이라고 하여,

'꽉 쩜매믄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푼다'고 두려워,

그리하여 감정을 질질 흘리고 다닐 것이 아니라...

여러사람에게 못할 노릇 만들지 말고,

묶고 풀르는걸 야무지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꽉 쩜매 손톱 발톱 다 빠져두 절대 못 풀르면 가위로 잘라내면 된다.

 

내가 맨날 하는, 만석꾼 며느리 얘기가 있다.

쌀을 빌어 죽을 먹지 말고,

쌀로 밥을 지어 배불리 먹고 그 힘으로 일을 해서 쌀 살 돈을 벌면 된다고~.

 

난 배불리 쌀밥을 먹고 삯바느질을 하여야 한다, ㅋ~.

지난번에 만든 인형은 키보드 손목 보호대였다.

말인형이어서 이름은 '마군'이었고,

마우스용으로, 말인형과 짝으로 당근을 만들었는데 이름은 '당근군' 줄여서 '당군'되시겠다.

근데, 문제는 얜 넘 크고 동그래서 마우스 용으로 부적절하다.

그래서 '당근'이 미운 털이 되어 '호박'신세가 됐다.

 

 

요즘은 알라딘 서재에서 노는 일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알라딘 서재에서 놀다보면 곳곳에 지름신인고로, ㅋ~.

그래도 이 책은 꼭 사고 싶은 책이다 싶은 것 몇 권만 살짝 찜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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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8-22 06:53   좋아요 0 | URL
시골 할매 할배가 일제강점기 영향으로 일본말을 자꾸 섞어서 쓰시는데,
그런 낱말 아닌 먼먼 옛날부터 쓰던
지역말, 고장말로 고소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고울까 싶으면서도
이제 그런 말은 다 잊혀졌고
시골도 텔레비전 연속극 말투에 길들여졌으니
이만 한 말투로나마 이야기를 듣는 일도
대단한 셈이리라 생각해요.

2013-08-22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트] 강신주의 다상담 1~2 세트 - 전2권 강신주의 다상담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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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이면 불혹(不惑)이라는데,

그 不惑을 한참 지난 나이인데도 사람이 미혹(迷惑)되다 보니 이리저리 정신이 널을 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혈액형이 AB형이어서 내 속에 내가 너무 많다보니,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향도 있고,

원래가...나쁘게 말하면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좋게 말하면 호기심이 풍부한 성향의 인간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을 읽었다.

이 책은 '강신주'의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읽으면서 좀 답답하였었다.

뭐랄까,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느낌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도 그럴 것이, '벙커' 강의를 책으로 엮어 낸 것이어서...

그가 전하려던 말들이 지닌 생명력이, 글들로는 좀 약하거나 반전되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그가 얘기하는 일, 사랑, 몸, 정치, 고독, 쫄지마 이딴 것들이,

말과 표정뿐만이 아닌 어떤 공감적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전달을 요하는 것인데,

그중  말한 것만을 글로 옮겨 적은 것이니 전달력이 좀 약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이다.

그러다보니 책으로 읽기에 표현이 좀 거칠고, 강하고, 과격하기고 하고,

그리하여 선동적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벙커에서 강신주에게 상담을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벙커에 사연을 보내 채택이 된 사람들과 그 강연을 듣겠다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같이 착하고 반듯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심약하기까지 하다, ㅋ~.

 

특정 계층을 상대로 쓰여진, 다분히 편향적인 책이라고 생각하고 봐야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가치관에 혼란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ㅋ~.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 하면,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나도 강신주에게 사연을 보내고 상담을 의뢰하고 강연을 듣고 한 무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고,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이 책의 내용이 전부 다 그럴 듯 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강신주는 '결혼'은 상대를 사랑해서 하는게 아니라, 상대를 소유하고 구속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열변을 토해내지만...

난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을 접했고,

돌이켜보면...그 선택을 후회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남편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결혼을 해서 동시에 얻게 되는 상대의 배경과 집안, 기타 등등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랑과 우정을 가르는 기준도 재미있다.

사랑은 안보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것.

그렇지는 않으면 우정.

대상이 동성이고, 이성이고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는 요령은 자기감정에 충실한 거에요. '나중에 사랑이 아니면 어쩌지?' 이런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하면 사랑 못 해요. 하나만 따져요. 감정에 정직했느냐만. 내가 가진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모르죠. 하지만 사랑이라고 느꼈으면 정직하게 하고, 아니라는 게 확인될 때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이게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그것만 지키세요.(1권, 53쪽)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정직해져요. 내가 거짓이고 허영이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의 그 모습을 다 얘기해 주게 됩니다. 진짜로 사랑을 하게 되면 다 얘기를 해요. 자기 상처, 흉터를 모두 보여 주는 거에요. 왜냐면 자기를 다 보여주고 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죠. 그걸 숨기게 되면 평생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1권,6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강신주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명쾌하게,

간단명료하게 정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사랑에 관해서 이보다 더 정확한 해석이 있을까?

나를, 나의 몸을 악기에 비유한 이 비유보다 더 아름답고 근사하며 적절한 비유가 있을 수 있을까?

악기는 '아무나'를 만나서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아무나'를 만나서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제대로 조율이 안된 그 소리는 불협화음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강신주가 좋은 점은 사회적인 기대가치나 통념에 갇힌 그렇고 그런 교훈적인 얘기를 늘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강신주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자기 삶을 놓고 꾸준히 돌이켜보고 반성을 하고 상담이란 것도 하려는 사람들은,

삶을 잘 사는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삶을 착실하게 살려는 사람들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더 착하게 살아라, 바른 생활로 살아라...하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순환의 반복일 뿐이다.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뜨려야,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강신주는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고, 변화를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 본인이 죽을 것 같잖아요. 자기가 먹고 살고 그 여분이 남을 때만 타인에게 그것을 줄 자격이 있는 겁니다. ㆍㆍㆍㆍㆍㆍ차라리 '난 나쁜 년이다'라고 하는 쪽이 더 나아요. 난파선에는 있지 말아요. 예쁘게 살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렇게 예쁜 삶을 감당할 만큼 강하지가 않아요. 연락처 남기지 말고 쿨하게 떠나세요, 떠나고 나서 나중에 봅시다. 나중에 몸 추스르고 먹고사는 게 조금이라도 여분이 생길 때 그때 찾아요. 난파선에서 빠져나온 다음에 자기의 힘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1권, 137쪽)

 

 순환의 동그라미를 깨고, 변화를 끄집어낸다는 건...어찌보면 독해지고, 모질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상처를 응시하지 마세요. 상처에는 놀라운 특징이 하나 있어요. 그 상처 난 딱지를 자꾸 건드리면 계속 피가 나고 곪지요?ㆍㆍㆍㆍㆍㆍ그건 흉터로 남는 거예요. 돌아가서 긁지 마세요.ㆍㆍㆍㆍㆍㆍ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고 살았죠? 내가 잘못해서 아버지한테 혼났다고 생각하지요? 아버지를 계속 의식하는 건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꿈꿔 왔는데 아버지가 그걸 해 주지 않아서잖아요. 상처의 핵심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에요.

ㆍㆍㆍㆍㆍㆍ

아버지가 커보이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집중해서 가까이 대상을 응시하면 크게 느껴져요. 멀찌감치 봐야지 작아 보이는 거예요.ㆍㆍㆍㆍㆍㆍ지금 중요한 건, 본인이 어른인가 아닌가의 문제예요. 지금 하셔야 할 게 뭐냐면, 아버지를 안아 드리세요. 아버지를 안아 주는 순간 본인이 어른이 되는 거예요. 용서요? 기억도 안 나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할 거예요? 남의 인정을 바라지 말아요. 그냥 안아주세요. 아버지를 안아 주고 뻔뻔스럽게 얘기하면 돼요. '고마워요. 금지옥엽으로 키워 주셔서.' 이렇게 하면서 어른이 되는 거예요.

  이제 아버지한테 인정을 받을 시기는 지났고, 본인이 아버지를 인정해 줘야 해요. 지금 아버지가 인정받고 싶어한다고요.(2권, 244~245쪽)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독해지고 모질어질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어린아이에 머물지 말고 어른으로 거듭나라는 것이지...

독하고 모질어진 마음으로 칼날을 벼리어 자신과 주위를 마구 헤집어 상처 입히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정치'랑 관련해서인데...

'상대적으로 진보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주주의가 승리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라는 구절과 관련해서이다.

'상대적'이란 말이 '정치'란 단어를 만나게 되면 얼마든지 모호해질 수 있으면,

상대적으로 진보한 후보나 정당이 곧 '민주주의의 승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으로 대표되지만, 소수의 구시렁거리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향해서 표를 행사할 경우,

당선이 확실시 되지 않으면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하면서 한표를 행사했었는데,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격하게 공감하였고, 그리하여 가장 행복하였던 부분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노동하는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이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건 혼자 일을 하는 사람이나 가능할 터이니,

노동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향유하는 시간을 늘려야 행복해 질 수 있겠다.

내게도 노동하는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이 같은 잡기가 하나 있다.

잡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아직 직업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나의 일가친척들은 여자가 솜씨가 좋으면 팔자가 사납다는 이유를 들어 나의 이 꼼지락거리는 일련의 활동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는 노동의 시간과 향유의 시간이 같은 유일한 '잡기'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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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9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8-19 19:01   좋아요 0 | URL
책도 잘 읽고 리뷰도 잘 쓰는 양철나무꾼님, 오랫만이네요.
박복하다고 타박할지라도 솜씨는 여전히 좋으시고~ ^^

마녀고양이 2013-08-19 21:41   좋아요 0 | URL
나는 한 중딩 녀석이 지 성격이 B형이라서 지랄맞다고 하길래
나도 그 지랄맞은 B형이다 그래줬어... 히히.

저 인형 무지 이쁘다...
나 줘, 나 줘~ 쪼옥~~~ ^^

세실 2013-08-21 07:01   좋아요 0 | URL
어머 저도 AB형 입니다. 규환이랑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거 보면 제 문제가 더 큰듯. 서로 이기려하니......
자녀를 손님처럼!
강신주 참 똑똑한 사람, 일목요연한 사람.
님도 똑똑하지, 바느질도 잘하지~~~ 아 부러워라!
참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