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 - 운명에 대한 과학적 논리석 해석
이영돈 지음 / 동아일보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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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부류가 아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운명론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집안이나 부모를 자신이 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게 아닌데,

운명을 초자연적인 힘인양 여기고,

그게 사람에게 작용하여 좌지우지한다고 하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특출나게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열심히 묵묵히 노력하는 것 말고는 딴 재주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의기소침해지기 십상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이를 이만큼 먹으며 살다보니까 운명론에 의지하여 사주나 관상을 보고 어쩌고 하지 않더라도,

현재 행동거지나 정신상태, 마음가짐을 보면 그 사람이 과거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뻔히 보인다.

이건 내가 신에게 계시나 응답을 받거나 접신의 능력이 있어서도 아니고,

사주나 관상을 보는 특별한 공부를 하거나 주역을 공부한 것도 아니다.

굳이 까닭을 대보라면, 언젠가도 얘기한적이 있는 '부분은 전체를 대표한다'의 '프랙탈이론'쯤 되겠다.

주역64괘의 경우 '화수미제'가 아니라 '건위천'으로 옮아가는 영원한 도돌이인것 처럼 말이다.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늘이라는 '순환' 속에서, 어제와는 다른, 아주 미세하고 미미한 '변화'가 생기는데,

그 순환속에서 변화를 끄집어 읽어내면 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쌓인 순환 속에서 변화를 읽어내는건,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신에게 계시나 응답을 받거나 접신의 능력이 아니라, 케이스스터디의 회수를 늘려 대표성을 높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예측이 어긋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건 하루 아침에 되는건 아니고,

세월이 흐르면서 케이스스터디가 무한반복되는것 뿐이니까, 경험이나 연륜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삼라만상이라고 하면서,

그 수많은 사람의 체질을 네가지로 분류해낸 사상체질에 의한 처방이나

A, B,O,AB 혈액형에 의한 분류법을 가지고 사람의 성격을 구분짓겠다는 것은,

인간의 다양한 체질이나 섬세한 성격 따위를모호하게 흩트려놓거나 뭉뚱그려놓을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여야 겠다.

 

옛날엔 부족장이 정치적 지도자였고 무당이 정신적 지도자였단다.

무당은 닥쳐올 자연재해를 미리 예측해 부족민의 안녕을 도모했으며 예방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고, 더구나 통신매체가 발달하지 않아서 그때그때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던 옛날에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생각되었고,

그리하여 무당과 역술가들이 그 영역을 담당했겠지만,

지금은 과학이 발달하고 통신매체가 발달하여 실시간으로 정보전달이 이루어져서,

그게 자연스런 현상이란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역술가와 무당을 찾는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역술가와 무당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운명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운명 그 자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5~6쪽)

그렇다면 오늘날, 역술가와 무당을 찾는 이들의 경우,

현재 행동거지나 정신상태나 마음가짐을 보면 그 사람이 과거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알 수 없고 볼 수 없어서 이들을 찾는 것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행위가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뻔히 내다보이는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초자연적인 그것이어서,

역부족이었다는 면죄부가 필요한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면죄부를 주는게 자연인인 사람인것 보다는,

때때로 초자연적인 어떤 힘을 발산하기도 하는 역술가나 무당이었을때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난 이걸 현대인의 외로움에서 답을 찾고 싶다.

이 세상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사는 듯 하지만,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얘기를 하면 들어줄 귀가 없다.

홀로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이다 보니,

자신의 미래를 예측해 어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잠시 무장해제하고 쉴 곳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가 무장해제하고 쉴 수 있는 곳이나 사람이,

우리 주변의 사람이나 자연인것 보다는,

어떤 초자연적인 어떤 힘을 발산하기도 하는 역술가나 무당인것이 낫다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운명이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운명 그 자체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역술가가 제시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그런 의미에서, 가짜역술가를 양산하는 것도 어쩜 우리 자신들인지도 모르겠다.

가짜 역술가는 이 짧은 대화를 통해 손님 1의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아픈 사람이 본인이나 자식이 아니라 시부모나 혹은 부모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눈치챘다.ㆍㆍㆍㆍㆍㆍ가짜역술가는 손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털어놓도록 하기 위해 한마디만 던졌을 뿐이다.ㆍㆍㆍㆍㆍㆍ그 뒤는 손님들의 몫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걱정을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역술가가 제시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상담하는 내내 그들 스스로가 이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ㆍㆍㆍㆍㆍㆍ사실 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말하기 전부터 표정과 동작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ㆍㆍㆍㆍㆍㆍ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에는 '말'뿐만 아니라 표정, 동작까지 포함된다. 작정하고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가 없는 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미세하게 혹은 몹시 솔직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54~55쪽)

암튼, 이 책에서는 운명이나 사주 외에도 삶에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부모복, 관상 등과 같은 것들이 운명을 좌우하는 변수가 된다(32쪽)는 것이다.

동일한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각자의 삶이  다른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이란다.

 

기존의 역술가가 쓴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나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그중 쌍둥이의 사주 뽑는 법엔 이런 코멘트가 달렸다.

그것은 쌍둥이의 사주는 뽑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쌍둥이는 나란히 있지 않고 마주 보는 형상이라 한쪽은 양을, 다른 한쪽은 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똑같은 인생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사주라도 부모나 관상 등에 따라 운명이 바뀌고 쌍둥이는 사주를 뽑는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인생을 살 수 없다는 역술가들의 논리,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35쪽)

예를 들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부모복과 관상도 같을텐데,

그게 운명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일란성 쌍둥이들을 역추적하여 유추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말했던 현재 행동거지나 정신상태나 마음가짐 같은게 달라진 원인을 역추적하다보면,

배우자나 친구, 생활환경, 심지어 버릇 까지도 그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운명 안에는 노력(부적을 쓰거나 개명하는 것,제왕절개)도 포함되는데,

때문에 노력을 통해 미래가 바뀌었다면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운명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주는 바뀌지 않아도 사주를 해석하는 방법은 바뀌기 때문에,

그에 따라 운명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 역술가들의 정설이라고 한다.

이는 '애당초 완벽하게 좋은 사주란 없다'라는 말이기도 한다는데,

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

이후에도 얼마든지 그 기준점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매사에 긍정적이고 유연해야 겠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궁합과 관련된 것이었다.

 '네 인생의 20%는 양보해라'라는 뜻에서, '80점이 가장 좋은 궁합'이라는 얘기도 그랬지만,

사주 상의 궁합은 안좋은데, 실제 잘 살 경우 경우의 해석법이 흥미로웠다.

"이분들의 사주에 애정운이 안 좋은 걸로 나왔죠? 그런데 전 배우자와 한 번 이혼한 것으로 액땜을 한 거죠. 그럼 좀 더 나은 인연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거고요. 말 그대로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꼭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개인의 사주 복에 따라 차이가 있거든요. 또 심성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요."

"심성의 차이요?"

"이를테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되돌아보는 거죠."

"그렇다면 궁합은 왜 보는 겁니까?"

"일조의 참고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궁합이 좋게 나오면 좋은가 보다 하고 서로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궁합이 나쁘게 나오면 서로 더 조심하고 노력하는 거죠."(106쪽)

 

이 책을 읽고,

본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어쩜 운명이나 사주 같은것이 아니라, 매사에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천재지변이나 질병,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행 요소 등 초자연적인 형상으로 일컬어지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논리적으로 예측하고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과학을 따를 것인지,

마녀 사냥을 일삼는 미신이나 주술을 믿고 신봉할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겠지만 말이다.

 

다만 한가지,

운명도 그렇고 사주나 관상도 그렇고,

산사람을 위해 만들어진것이지,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홀로 외롭고 고독해서 몸부림치다가,

자신의 나은 미래(홀로가 아닐지도 모르고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를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가 아닌,사주나 관상에 의지하게 되지 말고,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 매사에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살도록 힘써서,

운명에 지배당하는 사람 말고,

운명 까짓것,

스스로 지배하고 개척하는 사람이 되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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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리습관이 어때서! 맛있는 습관 8
이상미 글, 장연화 그림 / 파란정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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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박상천'의 시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과의 정리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정리 습관이란 말은 나의 행태를 잘 반영하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결벽증 내지는 편집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이렇게 털털하고 수더분하다 못해 지저분해진건,

우리 아들이 어렸을 적 식당에만 가면 식당에 온 다른 사람들 신발 정리까지 하느라고 입구를 떠나지 못하는 걸 보고나서였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지만,

너무 지저분하고 흐려도 위계질서가 흔들려 생태계에 교란이 오더라.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과 조율이 필요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습관 시리즈의 '내 정리습관이 어때서!' 이 책은 어린이용 책이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잘 기획 되어,

내용도 알차고, 기획 의도도 좋고, 대상도 명확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하게끔 흥미 유발도 하고 있지만,

나처럼 정리가 서툰 어른이 봐도 좋은 책이다.

 

각 장이 끝날때마다,

'체크 리스트'를 두어 중요한 점들을 집고 넘어가게 했으며,

'깔끔 선생님의 한마디'라는 박스 코너를 통하여 어린이의 마음을 다독여 줌과 동시에 해결방안을 같이 모색해 보는 것도 좋았다.

거기다가, 보드게임처럼 'yes', 'no'가 있어서 각자 선택하여 결과에 이르는 것도,

성취감과 재미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였다.

 

한가지 명확하게 집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우리는 흔히 버리지 않고 쌓아두거나 쑤셔 넣어두고는 그걸 알뜰하다거나 근검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옛날에, 아니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물건에 감정이입을 해서 단지 필요없거나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일 뿐인데, 버림받는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걸 애착육아와 연관시켜 공부하기도 하고 책도 읽었지만 그때뿐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대대적이고 획기적으로 정리를 결심하게 된건,

언젠가 포천 빌라의 살인용의자가 시신을 어쩌지 못하고 빌라 안에다 방치한 것과 엄청난 쓰레기들을 쌓아둔 것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을 보고 경악하고나서였다.

 

흔히 콜렉션이라고 하는 수집 또한 적당한 선에서는 취미가 되지만,

과하게 되면 못버리고 쌓아두고 방치하는 병이 되는 걸 명심해야 겠다.

그리고 수집이 되는지 벽癖이 되는지를 가르는 기준은 정리인지 쌓거나 쑤셔넣는 수준인지에 달려 있다.

 

항상 '적당한'과 '적절한'의 수위를 조절하는게 관건일텐데, 언젠가 웹서핑을 하다가 보았던 어떤 동영상이 떠올라서 씁쓸했다.

씁쓸한 이유는 물론 동영상 속의 저 상황이 물론 과장된 설정이겠지만, 그럴 듯 해서 격하게 공감하겠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제대로된 정리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일단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물건을 쓰고 나서 아무곳에나 두지 않고 정해진 자리에 둔다.

정리보다 어려운 것은 정리한 것을 유지하는 일이란다.

 

무엇보다 내가 격하게 공감하였던 것은, 정리 정돈은 자기관리 능력이라는 부분이었다.

자기 앞가림을 한 연후에 시선을 타인에게로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이다.

 

정리의 기본 4단계는 '꺼내기, 나누기, 버리기, 넣기'란다.

일단 끄집어 내어 중요도나 사용도에 따라 나누고,

필요없는 물건이나 버리기 아까운 물건이라도 쓰지않을것 같으면 버리고,

중요도나 사용도에 따라 분류하였으면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넣는다.

 

암튼 이 책은 엄마 선생님이 우리 딸이나 아들에게 조곤 조곤 들려주듯 자상하고 다정하다.

난 이 책을 보며, 책꽂이=책장 정리에 돌입해보아야 겠다, ㅋ~.

수준에 맞지 않는 책 고르기, 책 사이에 여유 두기, 영역별로 분류하기, 위치 정하기, 정하기, 책꽂이 설계도 그려보기 등 내용이 꼼꼼하면서도 알찬게 세심하고 섬세한 배려가 느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19쪽의 그림 같은 경우 사실감이 떨어진다.

건희는 남자 어린이인데 방의 모습만으로는 그것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걸려 있는 옷이나 인형 같은 경우는 여자 어린이의 그것에 가깝다.

그리고 침대 머리 맡의 선반 같은 경우,

화분 미니어처인지 진짜 화분인지 모르겠지만 진짜 화분이어도 그렇고 미니어처여도 겉도는 느낌이다.

(자는데 머리 위로 떨어지면 어쩌나?, 또는 화분에 물과 영양 공급을 제대로 안해주면 어쩌나?

 만약 전자파 차단용이라면 있어야 할 곳은 저기가 아니라 책상 컴퓨터 옆이 그럴 듯 하다~--;)

내가 가장 이상하게 느낀 것은 침대와 책상의 크기로 미루었을때,

벽면의 세계지도 포스터와 창문 크기가 안 어울린다.

물론 일러스트인데 왜곡, 굴절시킬 수 있지 뭐 그리 예민하게 구냐고 하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어린이가 주요 독자인 책이고,

그렇다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그림도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그렇다.

아무리 유니섹스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유행과 취향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뭐랄까, e-book 리더기를 통하여 철수와 영희가 나오는 옛날 교과서를 추억하는 느낌이다, ㅋ~.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엄마가 읽고 아이에게 권해 줄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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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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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버리는 모래처럼 느껴지는건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렷다.

소싯적엔 그렇게 쓰라고 노래를 불러도 쓰기 싫던 일기가,

언제부턴가 순간을 붙잡아 둘 수 있는건 기록뿐이지 싶어졌다.

예전엔 완전 범죄에 위해 증거인멸에 어려움이 있는 사진과 동영상 따위는 무슨일이 있어도 찍히면 안되는줄 알았었다.

어쩌다 그때 증거들을 만나게 되면, 후회가 물밀듯 밀려들었다. 

영 아닌 얼굴에 이빨이라도 옥수수처럼 드러내고 찍으면 그나마 좀 나을텐데, 우거지 죽상도 그런 우거지 죽상이 없다.

그런데 괜찮은 줄 알았던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걸 깨달은 어느 순간,

그때가 순간을 붙잡아 둘 수 있는건 기록뿐이라는걸 깨달은 그 즈음이지 싶은데,

이젠 찌그러진 얼굴일지라도 그 순간의 느낌에 가까운 사진이면 기록으로 남긴다.

종종 셀카도 찍는다.

 

이 책의 제목은 '손바닥 아트'지만, 기회가 있을때마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사물이든, 박재동의 마음이든, 을 그리고 쓴 일종의 그림일기란다.

사실 난 이 책을 그림 보고 그리기 내지는 그림 따라 그리기 연습을 할 요량으로 언젠가 구입해 뒀었는데,

어쩌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을 이렇게 읽자, 이 사람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맘에 들어,

이 사람의 그림만이 아니고, 삶 전반에 걸쳐서 본받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체가 다소 코믹스러워서 그렇지만,

이 네 작품을 통하여 박재동 님의 예술 세계를 엿본 소감을 얘기해보라면, 몸매가 완전 예술이라는거다.

그런데 박재동 님은 부러워하지만 말고,

'예술이란 특별한 예술가들이 대중들에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워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책 날개를 빌어 슬며시 꼬신다.

 

첫번째 그림의 경우,

머리카락의 방향과 뒤로 젖힌 손의 각도,

티셔츠 주름의 방향이 그려내는 각도가 거친듯 단조롭지만 통일되었다.

멋지다.

두번째 그림 '배에 힘주고'는 그 밑의 '뱃살을 빼야해'와 묘한 대조와 대구를 이룬다.

세번째 그림은 실루엣만으로도 율동감이 느껴진다.

 

이 네 편의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건 그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고,

박재동 님이 말하는 바가 뭔지 쉽게 전달되어 온다는 것이고,

또 하나,

그렇지만 그림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아움직이는 듯 느껴지지,

어느 한구석 소외되거나 미완성된것처럼 허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극과 극은 통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가 아둥바둥하는 것은 어느 단계에 이르기까지인 것 같다.

그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그러면 찾아드는 허허로움을,

박재동 님의 경우,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다가도,

나이 들어 찾아드는 마음의 편안함,

나이 들면서 쌓이는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이라고 표현하며,

그것을 젊음과 바꾸기는 '너무' 아깝다고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54쪽)

 

또 하나 박재동 님의 '손바닥 아트' 이 책을 보면서 든 느낌은 따뜻하다는 것이었다.

 

그걸 박재동 님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먼저 사람이 되거라

 

이 그림을 다시 보고 다시 감회에 젖는다. 재능과 기술과 학문 등을 연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거니와 먼저 인격을 갖추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젊을 때 "먼저 사람이 되거라"는 이야기는 나한테 얼마나 진부한 잔소리로 들렸던가. 이 나이에 생각해보면 이제야 와 닿는 이야기다. 사람됨 없이 쌓아진 모든 것들은 흔들리는 이빨처럼 무너져 위태롭더라. 그래서 요즘, 어떤 상황에서 행동 판단이 어려울 때 가끔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생각해본다.(135쪽)

 

재능과 기술과 학문 등을 연마하는 것들도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모든 일들은, 사람을 위해서이다.

 

여기서 박재동 님과 내가 견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등장한다.

오래전에 박재동 님이 누군가의 캐리커쳐를 그려줬는데,

많은 사람들은 똑같다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는데 정작 장본인은 그림을 구겨버렸단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단다.

다른 사람이 즐거워하는 그림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런 그림이 과연 예술일까 고민했으며,

그때부터 단점은 감추고 장점을 부각해서, 상처가 되는 그림은 그리지 않게 되었단다.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사진이 됐든, 그림이 됐든, 실물은 아닌 것이고,

실물이 아닌 그것을 보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되는게 사람이더라~--;

 

나 또한 완전 소심 덩어리 그 자체여서, 옛날 같았으면,

박재동 님처럼 다른 사람이 즐거워 하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내 자신이 만족스럽고 내 자신이 즐거운 그림을 그리는게 우선이다.

 

그렇다고 이 둘이 완전 상반된 견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기 자신을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내 자신이 만족하고 즐거워야 상대방도 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죽재킷을 즐겨입는 걸 보고 누군가가 나 때문에 죽어나간 동물들을 생각하라는 말을 했다.

가죽재킷을 입는 것을 잘했다고 정당화하는게 아니라,

그건 그렇게 비약시킬 수 있는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적용시키면, 모나 울, 동물의 털로 된 옷들도 자유롭지 못한 게 아니냐,

가죽 신발, 가죽 가방, 심지어 가죽 벨트, 지갑 등등 가죽을 안 사용하는게 몇 개나 되겠냐,

같은 말들도 했던 것 같다.

 

그의 얘긴즉슨, 털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깎는 것이고,

가죽은 동물을 죽여서 취하는 것인데 어떻게 같을 수가 있느냐,

뭐 그런 취지였다.

 

정작 동물은 털을 깎이는 과정에서 죽을때보다 더한 고통을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고,

털이 깎이는 걸로 인해 죽음과 맞바꿔야할 환경의 역습을 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만으로 낫다고 생각하는 건, 어쩜 선을 위한 독선일지도 모른다.

 

나와 그 또한 완전 상반된 견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재동 님은 아티스트니까 '무엇이 아름다운가'가 가치 판단의 기준이시겠고,

난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인간 되기를 추구 하는 사람이니까 '무엇이 내마음이 천국인가' 즉, '무엇이 편안한가'가 가치판단의 기준되시겠다.

 

하지만, 이 모두가 백날 말로 떠들어봐야 사상누각이다.

모든 가치는 행동으로 옮겨졌을때 견고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독서일기가 됐든 그림 일기가 됐든,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을 붙들어두기 위해서 그날 그날을 기록하는 것을 결심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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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은 부적절한 표현인것 같다.

갈대는 바람이 불때마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한번씩 흔들리기라도 하지,

내 마음은 변덕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천지사방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불어갈 수 없는게 바람의 방향을 닮았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짬뽕공 내지는 팥죽에 비유되기도 했었다, ㅋ~.

 

그동안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들이는 책의 속도를 읽는 책이 따라 잡지 못하는,

굳이 분류를 하자면 積讀을 해왔다.

책탑 쌓기의 달인이었다.

 

그러던 내가 깨닫게 된 바가 있어서, 사들이는 책의 양을 대대적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정금액이다.

 

암튼, 최근 3개월 구매내역이 7자리가 아니라 6자리인게 커다란 위안이었다.

 

 

11월21일부터 시행되는 도서정가제의 여파인지,요즘 이 동네에도 무더기로 책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구간 신간을 가리지않고 많게는 80~90%까지 할인을 해준다고 광고를 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나의 구매를 자극하는 행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었다.

왜 그런가 하고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니,

안 읽고 쌓아놓은 책들도 탑으로 부족해서 탑들로 산을 쌓게 생겼는데,

할인 광고의 책들중 혹하는게 한두권, 일이십권이 아닌거다.

다 갖고 싶었던 책들, 다 좋은 책들인데...그런 책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출판사들도 도서정가제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이다.

 

도서정가제 개정의 목표는 할인 경쟁으로 파괴된 출판 생태계의 복원이라는 걸로 알고 있다.

책값 경쟁을 막아 동네 서점을 살리고, 지식산업의 근간인 독서 문화를 진작시킨다는 취지가 아닐까?

지금처럼 출판사도 서점도 그리고 나같은 독자까지도 아무도 반갑지않은 도서정가제라면 재고의 여지가 있는게 아닐까?

 

암튼 도서정가제는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세계인듯,

설렁 설렁 책마실을 다니고,

한권 두권 장바구니에 집어넣다가는,

심사가 뒤틀려 이러고 앉았다.

 

으아앙~, 한권 두권으론 성에 차지않는단 말이다--;

 

김찬 교수의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좋은통증, 나쁜통증'과 목차의 구성부터 거의 비슷한 형태이다.

그래도 'EBS명강'이란 타이틀을 갖고 나왔으니, 그냥 지나치면 서운하다.

 

 

 

 

 

 EBS 명의 김찬 교수의 통증 이렇게 고친다
 김찬 지음 / 중앙생활사 / 2014년 11월

 

 

 좋은 통증 나쁜 통증
 한경림 지음 / 메디마크 /

 2013년 5월

 

 

 

 

 

 

 

 

 

 

 

 100세 건강 골든룰
 구현웅 지음 / 중앙M&B /

 2014년 10월

 

며칠 전 얘기의 연장선, 그간 그니 글을 읽었다면 그 글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텐데,

그니는 그렇게 환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초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보니,

신뢰를 권위주의와 동의어 정도로 치부하고,

권위주의는 개나 물어가 버리라며 꿋꿋이 버텨왔다.

 

간혹 텔레비전을 보고 질환명을 익히고,

그 질환에 자신을 대입시키려 드는 환자들에게,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허리 디스크요,

목이 아프다고 하면 목 디스크,

무릎이 아프면 류마티스 관절염 정도의 진단명을 건네주어야 하는데,

그냥 근육통일거라고 하면, 안들 믿는 걸로는 부족해서 실망을 하는 눈치다.

 

자신은 엄청 아픈데, 아파 죽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약한 질환일리가 없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한다.

"뭐, 사진 찍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X-ray 나 CT, MRI 그딴거 말예요."

"X-ray는 뼈밖에 안나오는건데 근육이 아프시다면서요.

 X-ray 찍어 뼈 사이의 간격을 보고 미루어 짐작하나, 그냥 만져보고 미루어 짐작하나 마찬가지예요.

 물론 MRI 같은거 찍으면 뭐 하나 걸리는 건 있겠지만,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거 뭐 있나요?"

 

환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든지 말든지,

그니의 소신껏 환자의 수준과 의식상태와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그에 부응하고 상응하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그니 몫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이런 책을 봤다.

아니 한참 전에 사서 묵혀두었던 것을 며칠전에 설렁설렁 넘겨다 보게 되었다.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
 황윤권 지음 / 에이미팩토리 /

 2013년 10월

 

 

책 날개 안쪽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X-ray 기계도 MRI 장비도 없는 이상한 병원, 약 처방도 거의 하지 않는 병원, 10여 년 간 10만 명의 환자가 알음알음으로 찾은 병원, 그 병원을 평화롭개 운영하던 의사는 왜 이 책을 써야 했는가?

 

이 책을 쓴 의사 황윤권의 처방이라고는, '(근육이) 굳어진 것을 물리적으로 부드럽게 하는 과정(두들기기, 관절 근육 스트레칭)'이 고작이다.  "통증을 싹 없애준다는 어떤 효과 좋은 약, 무릎이나 허리에 좋다는 소문난 어떤 보조식품이나 음식을 통해서 증세를 해결'(178쪽)할 수 있다고 호도하지도 않는다.

병을 낫게 해주는 직접적인 치료자이기보다는 환자 스스로 이 병을 잘 이해하고 고쳐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 22쪽)라고 하며 역할을 설명한다.

 

치료에는 효율성이 필요합니다.ㆍㆍㆍㆍㆍㆍ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하면 누구나 골밀도 증가 등의 효과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치료를 하면 감소해 있던 골밀도가 증가하는지, 누구에게나 진행되는 골밀도 감소의 속도를 줄여주는지, 그래서 노인성 골절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등을 기대하게 됩니다.ㆍㆍㆍㆍㆍㆍ골다공증 치료 시작 후 처음 일정 기간은 골밀도가 증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잇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계속하면 하는 만큼 비레해서 계속해서 골밀도도 의미 있게 증가하는 것인가? 치료 초기에 증가된 골밀도는 유효하게 게속 유지되는가?' 등의 의문점이 아직 완전히 해결된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페경기가 한참 지난 고령의 할머니들에게서는, 골다공증 치료 후의 골밀도 변화가 돈과 시간을 치료에 투자한 만큼 효율적인 결과인지 궁금합니다.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뼈가 변형되어 딱딱해지면 골밀도가 증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골다공증 치료 후 골밀도의 증가가 치료의 효과인지 퇴행성 변화로 인한 건지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59쪽)

 

드물지만 골다공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정 약품은 장기간 사용했을 때, 자연스러운 뼈의 대사과정을 교란시켜 골 괴사나 골절, 암 등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골절 후 뼈의 재생을 방해하는 약제도 있습니다.

  칼슘이 뼈에 좋다는 말만 듣고 칼슘제재를 부적절하게 섭취하는 경우에 동맥경화나 심장마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골다공증을 일컬어 '침묵의 병'이라고 할 정도로 증상이나 통증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오히려 치료제를 복용한 후에 근육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61쪽)

 

세상이 변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변하는 건 어쩜 더 좋거나 나쁜 쪽으로 변하는 과정,

다시말해 갈등과 투쟁 속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모색해 보려는 몸부림 속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또는 더 못한 방향으로 어떻게든 '에너지이동'을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가 있다.

좋아지거나 나아질려고 하지만,

의도와는 관계없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시행착오라고 여겨졌었던 그것들이 나중에 한참 지난뒤에 돌이켜보면,

그런대로 나은 또는 좋은 그런 변화일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변함없을 줄 알았던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처럼 무색한 말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니까 변할 수 있는거고, 변하는게 인지상정인거다.

 

그러고 보면,

변해야 하는 건 뭐고,

변해도 되는 건 또 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인지...헷갈리기도 한다.

거기서 길을 잃지않기 위해서 요구되는건,

변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아니라,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자기만의 기준을 정하는 판단력과,

판단을 했으면 유연하게 구부러지고 섞일 수 있는 행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그 과정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헤매이기도 하는 자기 자신을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다.

 

그렇다면, 변하지 말하야 할 것은?

자연과 바람과 인간을 논하기 전에,

각자 자기만이 지닌 본성이라고 해야할까,

자기만이...다른 '자연과 바람과 인간'과 구별되는 특징을 지키고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페이퍼는 제대로 책을 사들이겠다는 면죄부 요청 페이퍼인가?

아님 윤허해 주십사 하고 요청하는 페이퍼인가?

 

이도 저도 아니고,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이 페이퍼 처음의 명제와 관련,

나는 여자도 아니라든지,

바람보다 변덕이 더 죽 끓듯 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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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9 0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4-11-10 12:48   좋아요 0 | URL
히힛, 방가 방가!
iframe태그와 object태그가 있는데요,
보통 유튜브에서 원하는 곡을 정한후 `공유`를 클릭하면 iframe태그만 활성와 되거든요.
그 상태에서 소스코드가 뜨는데 자세히 확인해 보면,
iframe으로 시작하는 지 object로 시작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때 소스코드 자세히 보기를 누른후,
아래 몇개의 메뉴가 뜨는데,
개인정보 강화 모드와 이전소스코드 사용까지 다 클릭하여 활성화시키신후 복사해 오셔야,
알라딘서재에서 붙여넣었을때 활성화가 된답니다, ㅋ~.

제가 요번주는 울아들 고3엄마 노릇을 좀 하구요,
언제 함 날잡아보자구요, ㅋ~.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 - 심봉석 교수의 생활 속 비뇨기과 이야기
심봉석 지음 / 가쎄(GASSE)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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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시간을 목전에 두고 환자들이 몰렸었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비껴가는지, 시간 개념이 점점 없어지신다.

대부분 오래 다니신 분들이기 때문에,

서로서로 편의를 봐줄 줄도 알고, 배려할 줄도 알고,

나도 시간에 그리 약박하게 굴진 않는다.

다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셔서 알아서 준비를 하고 기다리시는데,

한분만 유독 빨리 빨리를 외치신다.

다른 분들의 양해를 구하고 가봤더니,

옷을 벗지도 않으시신 채, 스카프도 목에 동여매고는 그대로 앉아 계신다.

"바쁘시다면서 옷을 벗고 기다리셨어야죠~."

라고 했더니, 되돌아오는 대답이,

"같은 여자끼리, 좀 벗겨주면 되지."

라고 하며, 뭔가를 깨물어 드신다.

같은 여자끼리, 가 아니라 여자 할머니, 아니 여자 할아버지여도 그렇지,

혼자 그리 바빠서 동동 거리고 손발에 모터를 단듯 뛰어다니면,

대부분의 경운 안쓰러워서라도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려고들 하시는 거랑 비교할때, 달라도 너무 다르시다.

"엄마, 내가 다른 사람이 벗겨주면 잘 벗을 수는 있는데, 내가 다른 사람 벗기는 건 전문이 아니다.

 시간 없으시담서 먹지만 말고 빨랑 벗어봐라."

치밀어 오르는 걸 눌러 삼키며, 분위기 전환삼아 웃자고 한마디 했더니,

입밖으론 뭔가를 '퉤~' 하고 뱉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보니 대추씨다.

"모 그리 말이 많나?

 테레비에 나오는 의사선생님들 봐라. 암소리 않고 옷 위로도 잘만 하더라."

라고 하신다.

 

시대가 참 많이 변했다.

환자들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도,

자기가 알아야 자기 병은 고친다는 인식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의학적 지식도 많아졌다.

 

그런 반면, 귀 얇아져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주워들은 지식을 종합하거나,

텔레비전 의학상식에 나오는 일반론을 본인에게 적용하여,

텔레비전에 나오는 의사들은 '선상님'으로 추앙받는 반면,

정작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위상과 신뢰도가 날이 갈수록 추락한다.

 

흔히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어깨통증의 경우에도,

보통 오십견이라고 소개되는 일반적인 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증상과 일반적인 처방 정도가 고작이다.

나이 오십 무렵에 찾아온다고 하여 오십견 또는 동결견 또는 frozen shoulder라고 불리우는 질환은 원래 adhesive capsulitis이다.

하지만, 요즘은 나이 오십이라고 하여 오십견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어깨에 적용되는 진단명이 오십견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목 관련 질환으로 인하여 어깨가 아프게 느껴지는 것도 여러가지이며,

어깨의 경우에도, 회전근개 파열, 어깨 충돌증후군, 석회화건염, 탈구나 아탈구등 질환에 따라 적용과 금기를 달리하는데,

치료법과 예후 또한 보존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운동이 필요한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 다 다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들이 어깨 질환 중 일반론적인걸 예를 들어 얘기하는데,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은, 그중 어깨라는 부위만을 과장하여 듣고는 자신의 케이스에 소급 적용한다.

 

그리하여 훌륭한 의사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기준이 언제부턴가 바뀌어,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는지,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하고 예후를 파악하는지,

꾸준히 자신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공부하는지, 에 있는게 아니라,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인지,

환자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얘기를 하는지, 의 여부가 되었다.

 

시대가 변하여, 환자의 의식 상태랑 요구사항이 변한 것도 그렇지만,

그에 걸맞게 용어도 그렇고,

진단과 처방과 예후를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이 민망해서 그렇지, 참 괜찮은 책이다.

나도 잘 모르고 헷갈리는 그런 의학 상식과 정보에 대해서,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대놓고 묻기도 그렇고,

또 누구에게 물어야 좋을지 모르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어려운 의학 용어를 섞지않고 쉬운 말과 예를 들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이래서이다.

"완치가 가능한가요?"

수차례 반복된 재발로 많은 고생을 한 환자들이 묻는 말이다. 대답은 "조건부로 가능하다"이다. 즉 만성골반통증후군은 세균성 감염질환이 아니라 생활의 병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가지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못할 경우 치료가 되더라도 일시적이고 수시로 재발하여 결국에는 불치의 병으로 평생 고생할지도 모른다.(90쪽) 

무조건 완치를 호언장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립선에 특별한 이상이 없고 소변줄기가 굵고 세면 정력도 강한 것일까? 아쉽게도 세찬 소변줄기가 강한 정력, 즉 발기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ㆍㆍㆍㆍㆍㆍ하지만 소변줄기에 문제가 생기면 전립선 이상을 의미하고 이는 더 심각한 배뇨장애나 성기능 장애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102쪽)

뭔가를 설명할때 논리적으로 조근조근 설명하지, 무조건적이지도 않고 구렁이 담을 넘듯 '쓰윽~' 지나쳐버리지도 않는다.

 

이 책은 이렇게 의학서적으로 분류되어야 겠지만,

제대로된 섹스 교과서가 없어서 19금 딱지가 붙은 책이나 영상물을 찾는 (누군가는 이걸 adult라고 하더라)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종족 번식만이 목적인 동물들의 성과는 달리 인간의 성은 쾌락과 함께 소통, 교감,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나이가 들거나 신체적 기능이 떨어짐과 관계없이 정서적인 성 욕구는 지속된다. 사람들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안정감이고 행복한 성생활은 이를 이루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435쪽)

19금 딱지가 붙은 책이나 영상물 들이 자극적이고 환상적이되 현실적인 면에 있어서는 '글쎄올시다'라면,

이 책은 주변의 케이스 스터디와 상담 사례를 가지고 쓰여진 거니,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리고 인간중심적이고 인간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따뜻하고 정겹다.

 

오늘 누군가가 이마에 주름이 너무 많다면서, 주름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묻길래,

내가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쉬운게 보톡스 되시겠고,

부작용으로 눈이 안 감길 수도 있는데 그건 감수해야 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람이 나이먹고 늙는건 자연스러운 거다.

관형찰색觀形察色하는 망진望診의 경우에는 주름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내가 보톡스 너스레  대신 하고 싶었던 처방은,

짜증근 성냄근이 만들어낸 주름을 미소근, 웃음근으로 바꿀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웃는 연습도 하라는 것이었다.

一笑一少一怒一老니까 말이다.

 

'아브라카다브라'도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도 그 다음이다.

'아브라카다브라'라는 용어는 중세유럽에서 질병이나 불행으로부터 지켜달라고 사용하였던 주문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브아걸처럼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는 주문으로 사용되었는데, 남성의 젊음 유지에 있어 테스토스테론이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갱년기증후군을 가진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하면 성기능 향상과 섹스에 관한 욕구가 예전과 같이 회복되어 활기가 넘치고, 집중력이 증가하고, 삶을 확실하게 변화시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누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이 나오는데,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덤불도어 교장을 죽일 때 사용하였다. 같은 주문이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도 되고 사람을 살해하는 무서운 주문도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성갱년기를 해결하는 테스토스테론도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만병통치는 아니고 불로장생의 비술은 더욱 아니다. 무엇보다도 명심하여야 할 사실은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와 관찰과 함께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하여야 한다.(224쪽)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이 사람을 신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뭔가를 설명할때 교과서적이지않고 논리적이고 차근차근하기 때문이다.

 

프로 야구 선수의 경기 중 아이싱(Ice-up) 같은 경우를 예로 든다.

나도 종종 텔레비전 화면에 투수들이 경기 중 막간을 이용하여 아이싱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우려하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프로야구 초기에는 경기가 끝난 후 더운 목욕으로 몸을 풀었지만, 아이싱이 투수들의 어깨와 팔꿈치 근육의 피로회복과 근섬유 손상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 효과적이라 하여 보편화되었다. 일반적으로 투구 수가 100개 이상이면 20분 정도, 50개 정도에서는 10분 정도 아이싱을 한다. 아이싱을 하면 근육이 경직되고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에 운동 종료 후 해야 하고, 다시 운동하는 경우에는 6시간이 지나서 하는 것이 좋다.ㆍㆍㆍㆍㆍㆍ 손상을 받은 후 바로 온찜질을 하게 되면 손상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부기와 출혈을 더 심하게 하여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하여 염증과 부기를 감소시키고 24~48시간 정도 지난 후에는 온찜질을 하는 것이 파괴된 조직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398~399쪽)

그렇다고 이런 걸 예로 들어 설명하는 건,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을 모르면 가능하지가 않다.

기본을 제대로 알고 임상에서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것,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정OO선수의 경우처럼 경기 중 아이싱을 하여 통증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게속 경기를 할 경우 근육을 경직시켜 오히려 경기력 저하와 근육 손상의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400쪽)

이런 코멘트는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중세 유럽과 로마시대의 위생 문제(난 로마시대를 구획정리가 잘되고 상하수도 시설이 발달했다고 알고 있었다)를 역사와 종교적 관점에서 해석한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고,

다문화가정, 성적소수자, 원격 의료 등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다.

 

 

보통 이런 의학 관계 서적을 보게 되면,

말만 의학 관계 서적이고 자신의 경력을 자랑하는 경력 치장용 서적이거나,

어려운 용어로 되어있어서 의사나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면 읽기 힘든 경우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카더라'로 일관하는 찌라시 수준의 정보지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이글의 처음을 중언부언 길게 시작했는데,

저런 상황을 환자만의 문제로 돌릴 순 없다.

환자의 수준과 의식상태와 요구사항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에 부응하고 상응하는 적절한 대책을 하지 못한 쪽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랜만에 환자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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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1-04 15:30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이책 제목을 병원에서 보고 음~~했는데 이케 리뷰를 보네요

알케 2014-11-04 17:50   좋아요 0 | URL
제가 바로 그 어깨 아픈 환자입니다. 곰 두 마리가 양 어깨에 올라 앉은 것 같아요. 무리하면 여지없이 나타나서 앉습니다 ㅎ

감은빛 2014-11-09 03:40   좋아요 0 | URL
제목이 참 거시기 하네요~ ^^
내용이 충실하다니 다행입니다만,
저런 제목이면 대개 내용도 별로인 경우가 많은 듯

병원 자체를 그리 신뢰하지 않지만,
비뇨기과는 정말 알고 싶지 않네요.
온갖 매체마다 무슨 해괴한 광고는 그리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