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식당 -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중앙M&B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요일 오전 내가 즐겨듣던 '라디오 북클럽, 방현주입니다'가 일요일 오전 6시무렵으로 바뀌고,

그 시간에 여행작가가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코너를 진행한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엉덩이가 무거운 '방콕'족이어서,

여행이라고 하면 '아들의 현장학습 제출용을 빙자하여서'가 고작이었던 터라,

여행 프로그램이라면 귀 담아 들었을 리가 만무하니 충분히 귀를 비껴가고도 남았을텐데 기억에 남는 것은,

진행을 참 따뜻하면서도, 맛깔스럽게 하고 있어서였다.

 

그리하여, 그리 많지 않은 나의 여행 경험에 대입시켜 봤을때,

그렇고 그런 여행을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화려하고 훌륭한 잠자리와 진수성찬이 아니라,

여행지의 본질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지방색이 있되 편안하고 소박하여 여독을 풀기에 적당한 그런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경우엔,

여행작가라고 하면 어떤 여행지를 소개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음식과 맛집을 소개하는지에 따라 호ㆍ불호가 나뉘는데,

그는 나의 사랑 '박찬일'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아흑~~~~~~!!!!!!

 

내가 박찬일의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근 글이 좋기 때문이지만,

난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수식이 화려한 것 보다는 소박하고 수더분한걸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박찬일의 미문은 내게 넘치는 감이 있지만, 뭐~(,.)

 

하지만, 그는 행동으로 말을 하는 요리사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배워 왔으면서도,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등,

슬로 푸드, 로컬 푸드 개념을 양식당에 최초로 적용하며,

재료의 원산지를 꼼꼼히 밝히는 방법 등을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아스파라거스 대신 진도 대파를,

수입 연어 대신 제주 고등어를,

수입 쇠고기 대신 남원 흑돼지를, 메인으로 쇠고기 스테이크 대신 내장 부산물 요리를 내놓는단다.

(책 날개 안쪽)

 

그런 두 남자가 아침 시간에 나와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여행이라는 소재가 잘못하면 몇몇 사람들의 그것이 되어,

보통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그것은 따뜻함과  사람 위주의 철학이 담겨져 있어서 그런지,

전혀 겉돌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런 두 남자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낸 책인 것이다.

그들이 소개하는 음식 중엔,

변호인을 통해 알게 됐던 돼지국밥이 있었다.

한 사람은 '변호인'을 안 봤다고,

다만 사흘 밤낮을 국물을 우려내는 과정만을 지켜봤다고 팩트를 얘기함으로써,

정치색을 용케 배제하는 대신,

보지도 않고 먹어보지도 않고 음식을 진국으로 만들어 버린다.

 

서서갈비를 얘기하면서,

갈비는 원래 고기가 적은 부위로 다른 부위를 붙일 수밖에 없다며,

얼마전 회자됐던 대법원 판결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따로국밥과 토렴하는 얘기 등을 할때도 마찬가지로 화려한 수사를 하나도 섞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이 둘을 계속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된건,

허균의 '도문대작'을 인용하는 걸 듣고나서였다.

 

암튼, 그렇게 풀어낸 얘기들이고,

그게 책으로 탄생했다.

'백년식당',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 기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당 수가 많기로 세계에서 일들을 다툰다. 그 때문인지 '식당이나 해볼까'하는 말을 흔하게 한다. '~이나'라는 말에는 식당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함축되어 있다. 음식솜씨가 좀 있으면 주위에서 식당 해보라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한다. 또 실제로 그렇게 열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다. 음식은 맛있는데 경영에 어두웠다고 진단한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 되는 식당은 음식이 맛없기 때문이다. 경영 못한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음식 맛이 없었다는 평가는 죽어도 싫어한다. 불행히도 그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맛있는 식당은 안 망한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살아남는 이유다. 손님에게 욕하고 불친절해도 맛있으면 잘된다.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老鋪)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식당 제일 많고 그만큼 제일 잘 망하고 그만큼 맛없는 식당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을 버틴 식당이다. 그 세월만으로도 가치가 있다.(5쪽)

 

노포가 희귀하다면서 엄살을 떠는데,

30년만 되어도 노포 축에 드는데, 이 책에서는 50년은 너나들이하는 집을 골랐단다.

그러면서 노포를 취재한 걸 두고 살짝  공치사 한다.

 

노포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단다.

첫째, 맛있다.

둘째, 주인이 직접 일한다.

셋째, 직원들이 오래 일하는데,

        그건 필요조건이라기보다 결과적인 면인데,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란다.

        한마디로 '사람 대우'를 해주니까 오래 다니는 것이다.

 

이 얘긴 바꾸어 말하면, 대박집 '노포(老鋪)'가 되고 싶다면,

경영에 어두우니 어쩌니 이딴 말 하지 말것이며, ㅋ~.

맛이 있어야 하며,

주인이 직접 일해야 하며,

사람 귀한 줄 알고 '사람 대우'를 해주는 그런 곳이면,

대박집이 될 것이고, 노포(老鋪)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승승장구하는 대기업이라도,

사람을 사람대접 할 줄 모른다면,

언제 쪽박을 차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그 항공사의 경우,

과거 여승무원들에게 긴바지 유니폼을 제일 먼저 도입해  배려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음식은 사람이 먹는 것이다.

내가 박찬일을 애정하는 이유는,

슬로 푸드, 로컬 푸드 개념이,

우리 땅에서,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가 왜 중요한지를 알고,

소신을 갖고 '양식'을 요리하는 사람이라서이다.

 

노포(老鋪) 뿐만이 아니라, 어느 회사고 어느 일터에서라도,

심시어 논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도 알고 대우를 해주면 그에 상응하더라.

자연은 그런 것이더라.

사람을 자연에 포함시킬 것이냐,

자연에서 제외시켜, 'OO만도 못한~' 소리를 듣도록 할 것이냐는

각자의 몫이 아니고, 상호적인 문제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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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요즘 한창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정OO에 대해서 지인에게 얘기할 일이 있었다.

 

지인은 스마트폰이 사람을 망친다며,

찌라시 수준의 정보를 믿는거냐며,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막 화를 냈지만,

다 나를 위한 쓴소리라고 생각하고 참았었다.

 

찌라시 수준의 정보는 점점 구체화되어갔고, 그리하여 이젠 수면위로 부각이 되었다.

이젠 대통령까지 실명을 거론할 정도란다.

엊그젠가, 그 지인에게 그 일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는데,

본인이 정보의 진위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은 하지않고,

무조건 그 정보는 찌라시 수준이라고 일축해버리길래,

약이 오른 나는,

'베갯머리 정사 얘기 많이 들어봤어도,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바뀐 경우는 처음본다'

며 들이댔다.

그랬더니,

'독재를 할려면 제대로 해야하는데, 물러터져서 그런다'

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꼭지가 팽 돌아서 아무것도 안 보인 나는 '미친넘'이라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해버렸다.

 

태어나서 '미친넘'이란 소리를 나한테 처음 들어봤다는 지인도 충격이었겠지만,

나도 지인의 사고방식이 큰 충격이었다.

독재를 정당화한 그 사고방식에 충격을 받은게 아니라,

나랑 이상과 가치관이 달라서,

내가 몹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을 '기'라고 생각하는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와 이상과 가치관이 달라도 공존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이상과 가치관이 나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슬쩍 한부분에서 어긋나는데도 그러기 힘든 경우가 있다.

 

나는 스스로를 유연하고, 또 유연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무조건 나를 고집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가 덜 성숙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사람 싫은건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내가 좋아할려고 노력을 안해본것은 아니지만,

이젠 이름만 들어도 살갗에 소름이 돋는건 어쩔 수 없다.

 

자신에게 안 맞는 버거운 옷이면,

그걸 깨달았을 때라도 늦지 않았으니,

많은 사람을 위해서 벗어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능력밖의 것을 끌어안고 깔고 뭉개면,

선을 위한 독선이 되고,

신념이란 탈을 쓴, 개인의 ego를 위한 독재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편은 많은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건 그와 정이현이 함께 쓴 '사랑의 기초'때도 느낀 건데,

'사랑을 하면 섹스를 하고 싶을 수도 있지만,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다.'는 것이다.

이걸 저 위에 대입시켜 본다면,

내가 그니를 좋아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거나 우리나라의 헌법에 위배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인생학교 | 섹스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미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그런데 때때로 그런 지침서들에 신경이 바짝 곤두설 때가 있다. ㆍㆍㆍㆍㆍㆍ용기를 붇돋워주는 이야기들과 유용한 삽화들이 무색하게도 말이다.ㆍㆍㆍㆍㆍㆍ대다수가 위로받고 싶어 하는 진짜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ㆍㆍㆍㆍㆍㆍ그보다는 오히려 육아와 금전 문제로 티격태격하던 부부가 잠자리에서도 틀어져버려 서로 말도 못하고 애를 태운다거나, 아니면 자신이 인터넷 '야동'에 중독된 게 아닌가 싶어 괴롭다거나, 혹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성욕이 치솟는다거나, 직장 동료와 불륜을 저지르는 바람에 배우자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 등이 진짜 걱정거리다.

 

우리가 겪는 가장 절박한 성문제 중에서 섹스 기교와 관련된 것은 거의 없다.(24~25쪽)

 

암튼,

'미친넘'이 나의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었음을 감안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건 바꾸어 얘기하면 그런 얘길할 수 있을 정도로 이물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는 미친넘이란 말이 그런 이유에서 듣기 싫지 않다고도 했다.

 

그랬는데,이번에는 그가 일부러 나에게 '자빠져 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단 한번도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던 나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그런 말 한마디가 가까운 사이에만 이물없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해도,

가깝고 이물없는 사이라서 좋다기보다는 충격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내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중언부언 길었다.

북플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가 이렇게 길어졌다.

북플을 내가 직접 사용해 보지 않고 '글쎄올시다'라고 하는 건,

저렇게 경험해 보지못하고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우를 범하게 될것 같아서,

직접 사용하여 보았다.

우려했던 대로, 폭 빠져 들어 헤어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알림 기능이 있어서, 시간시간 바뀌는 변화들을 알려준다.

 

 

 

그럼 북플, 알라딘 서재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동 시간대에 일어나는 변화들 중에 누락이 되는 것도 있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내가 그 정보는 알림이 되지 않기도 한다.

컴퓨터로 알라딘 서재에 접속하여 확인하였다.

 

또 컴퓨터로 확인 했을때 내 정보는,

 

이랬었는데,

북플에 접속하여 보니,

 

 

 

 

 

대충 이렇더라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구입한 책도 아니고, 내가 리뷰를 쓴 책을 기준으로 마니아가 결정이 되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책을 읽고도 페이퍼로 썼거나 한것은 제외되었다.

 

그러니 컴퓨터에서 맛보기식으로 보여주는 저 위의 데이터는 밑의 데이터를 뭉뚱그린 것이긴 하지만,

밑의 것도 기준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으니,

예를 들면 이런 식이라고, 예시라고 명시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몇명 중에 몇번째도 아닌 저 수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의 선입견처럼 마냥 '글쎄올씨다'만은 아닌,

그렇다고 하여, 마냥 편리하고 좋은 것만도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실시간으로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글들과 알라디너와 그딴것들을 알 수 있고,

어떤 책들이, 어떤 책 얘기가 오고가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편리한것 같다.

 

이게 북플을 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나와 '친구' 설정이 된 사람의 정보를 중심으로 업데이트 되는데,

양이 방대하다 보니, 이게 알라딘 서재의 대부분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겠다.

 

좋은 점은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그리하여 그들이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도 북플의 알림만을 믿고 있다가는 알라딘서재의 다양한 정보를 간과할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겠다.

아울러 나처럼 귀가 얇은 사람에겐 완전 제대로 지름신 강림이다, 에혀~ㅠ.ㅠ

 

 

 

 

 

 [세트] 인생학교 세트 - 전6권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정미나 외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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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4-12-08 17:59   좋아요 0 | URL
신앙의 영역에서 사시는 분들 많죠. 오늘은 공주님들의 난이더군요. 비행기 세우는 공주님, 바람 난 공주님..마녀가 빨간 사과라도 들고 나타나야 와꾸가 맞는데 말이죠. 전 `보통`의 책은 정말 체질에 안맞더군요. 으웩.

양철나무꾼 2014-12-09 09:04   좋아요 0 | URL
잠자코 잠이나 자는 공주님은 정녕코 없단 말입니까?
그럼 전 목에 걸린 사과가 언제 넘어와 깨어날지도 모르니까,
그 전에 물레를 배워 돌려얄텐데요, ㅋㅋㅋ~.

저도 `보통`사람인데 `보통`이 영 별로더라구요.
근데 저 `으웩`은 번지수를 잘못 찾지 않았나요?
왠지 저 앞 공주님의 연장선 같아서 말이죠, ㅋ~.

무해한모리군 2014-12-08 18:44   좋아요 0 | URL
박대통령의 지지률이 아무리 떨어져도 40%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저를 자주 좌절케합니다....

양철나무꾼 2014-12-09 09:05   좋아요 0 | URL
집단 마법에 걸린것 같단 말이지 말입니다여~ㅠ.ㅠ

2014-12-08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9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08 18:59   좋아요 0 | URL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을 물러터져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 차이가 아니라 그냥 무식한 거죠. 물러터졌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착하다는 말인데 박근혜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은 형광등 100개이니 빛이 아니잖습니까. 바로 그러한 마음 자세가 결국 수많은 가난하고, 힘없고, 아픈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4-12-09 09:13   좋아요 0 | URL
님의 말씀에 심정적으로 격하게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님처럼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비겁한거죠~--;

cyrus 2014-12-08 23:43   좋아요 0 | URL
마니아 시스템이 재미있는 게 최근에 읽은 책이나 작가가 아닌데도 자동으로 마니아로 등업(?)하더라고요. 제가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를 오래 전에 읽었는데 뜬금없이 이 책의 마니아가 되었다고 알림이 오더군요.

양철나무꾼 2014-12-09 09: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잘 안착되리라 믿습니다~^^

달궁 2014-12-12 02:42   좋아요 0 | URL
덕분에 앱스토어로 달려갑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4-12-16 12:1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달궁님.
잘 지내셨죠?^^
 

요즘 북플이 완전 인기인가 보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 어딘가에 빠지면, 물불 안가리는 경향이 있어 헤어나지 못하는 고로,

그냥 관망하는 정도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북플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글쎄올시다~(,.)'이다.

나의 정보는 이렇다.

내가 저 정보를'글쎄올시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저 '223개의 마니아'란 문구 때문이다.

읽은 책장에는 겨우 191권이 있을 따름인데,

마니아 분류된 종류별로 따지면 한권도 못 읽은 분야도 나와야 하는 것이 된다.

'어떤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마니아'라고 한다는데,

한권을 읽었거나 채 한권도 못 읽은 것을 가지고 마니아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말이다, 에혀~--;

 

암튼 저 북플의 정보를 계기로 내가 오지랖이 넓다는 걸 알게 되었을 따름이고~.

무한 오지랖, 이것저것 관심분야가 많다는 얘기는 진득하게 한우물을 파지 못한다는 것일텐데,

엉덩이가 무겁다 못해 뚱뚱한 나의 전력으로 미루어봤을때, 또 타당성이 미약하다.

 

이런 '북플의 정보'가 정확하다는 신뢰를 얻기 위해선,

기준이나 잣대를 통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게 정보입네하고 명함을 내밀기 위해선, 모집단의 수가 많아야 하고 경우의 수 또한 여러가지여야 되지 않을까?

 

북플 얘기는 이쯤하고, '이경원'의 '첫눈에 반하지 마라'얘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이 '골상학' 책인줄 알고 보게 되었다는 얘긴 지난 번에 했고,

이 책의 부제라 할 수 있는'나에게 맞는 배우자 찾는 법'조차도 기준이나 잣대가 애매하고 모호하기만 하다.

 

한의학과 대체의학 또는 자연의학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때로 주류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이유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는 삶을 살수록 뻔히 보이는 미래의 불행을 모르는채,

자신과 맞지 않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 하는 배우자가 많은 것을 보고 안타까워서,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이자 의사로서 '100명을 만나기 전에 이 책부터 보라'며 책을 내게 되었단다.

 

외모로 미래의 체형과 건강, 성격, 속궁합까지 예측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고 있는데,

남녀관계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지혜까지도 담겨 있단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직접 그린 300여컷의 일러스트와 사진을 첨부하였다고도 한다.

 

 

그런데, 기준이나 잣대도 좋고,

모집단과 경우의 수도 차치하고,

이 책의 부제는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는 법'인데,

저 사진 속의 문장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극히 남자의 관점에서 여자를 소유물로 생각하여 쓰여진,

아니 백번 양보하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글쓴이의 주관이 짙다.

 

약간 건조하고 차분한 목소리란 어떤 것일까?

고음과 저음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게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기준이 적용되는지 의심스러운 것은 바로 '끈적끈적한 목소리는 깐깐한 사람이다'라고 표현한 부분 때문이다.

흔히 끈적끈적하다고 하면 성적인 부분과 연관시켜 섹시한 목소리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지,

그걸 깐깐하다고 하게 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차분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깐깐하다고 하게 되지는 않나?

이 경우는 '끈적끈적하다'보다는 '찰지다'가 더 적절할 것 같다.

 

예로 든 경우도 하나 같이 이해하기 힘들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나온 미국인 남자가 하버드대학교 파티에 갔다가 한국인 여자를 만나게 된 얘기같은 경우 말이다.

그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자 여자가 관심을 보인것까지는 그렇다치고,

그당시 미국인 다섯명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왜 필요한건지 모르겠다.

다섯명의 미국인 여자들은 하나같이 뀌어난 금발이었는데,

자기를 알아주고 존경해주는것 같아 좋아서 그리 예쁘게 생기지 않은 한국인 여자를 택했다는 말이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체형과 건강과의 연관성을 얘기하면서도 그렇다.

유방이 큰 여자, 자궁근종 있다. 같은 소제목도 위험하다.

몇명의 모집단을 대상으로 했는지, 몇가지 경우의 수를 검사했는지 모호하다.

그런 사람을 한명 본 것만으로는 용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외모로 미래의 체형과 건강, 성격, 속궁합까지 예측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고 있는데,

사람의 외모를 갖고 분류하는 기준이 단지 세가지뿐이다.

이건 사상체질이나 ABO혈액형보다도 한가지가 적다.

 

사랑호르몬의 유효기간은 3개월에서 1년이라고 하며 사랑 만으로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사주보다는 말 궁합을 중요시하라는 건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고,

이성을 만나기 전에 먼저 부모를 만나서 그 집안 혈통을 보란다, ㅋ~.

(목소리 엄청 중요시 한다.)

 

그리고 꼭 피해야할 사람들로, 대단한 비법을 전수하는 듯 몇가지 예를 드는데,

살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운전할때 성격이 드러난다.(여기서도 여성비하발언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빨리 걷는 자는 작단다.

게으른 듯 유유자적한 움직임은 내면에 엄청난 실력을 갖춰야 한단다.

남의 말을 끊고 자기 말만 목청 높여 하는 사람, 이메일을 쓸때 띄어쓰기 줄바꾸기 안하고 빽빽하게 쓰는 사람은 이기적이라며,

이런 사람은 성격이 집요하고 끈질긴 사람으로 피하는게 상책이란다.

여기서 새치기에서 사기치기로 비약을 시키는데,

새치기가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새치기에서 어떻게 사기치기로 비약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16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비방이나 비법 전수서 같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일부분의 편협한, 또는 모두가 다 아는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환자를 다루는 사람은 지극히 일부분의 것을 크게 확대하여 전체적인 것으로,

제한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그리고 이 책이 환자가 아니라,

미래의 배우자를 찾는 사람 내지는 사위와 며느리를 찾는 사람들이 보는 책이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두루뭉술해서는 기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분류를 할 수도 없다.

'내배엽은 몸통이 크다'라고 해놓고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예외를 인정해 버리고,

중배엽, 외배엽에도 그런 예외가 있다면 기준이 모호해져 버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가만보니,

이 사람의 홈페이지가 있어서 진료도 할 수 있고, 건강보조식품 이딴것도 판매할 수 있고 그렇더라.

 

 

 

그러니까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는,

나처럼 책의 제목에 현혹되어 이런 책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이다.

 

 

 

 

 

 

 

 첫눈에 반하지 마라
 이경원 지음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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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03 23:51   좋아요 1 | URL
북플의 마니아가 도서 분야별로 세분화된 서재의 달인 업그레이드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읽고 마니(많이) 아는 마니아보다는 그냥 책 마니 좋아하는 애서가가 되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4-12-04 09:47   좋아요 0 | URL
전 아직도 밥이나 돈보다 책이 좋은 1인이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를 적절히 잘 쓰고 있다고 나름 뿌듯해 하는 1인이지만,
이렇게 컴이 망령스런 정보를 내놓을 때면,
(223개의 마니아라면, 저 인조인간 버금가는 오지랖인거 아닌가여~?@@)
한번씩 혼란스럽기도 하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요,알라딘~♥
알라딘, 포에버~!!!
입니다여~^^

가끔 님글, 읽고 있어요.
이제 졸업반이신가요, 잘 지내시죠?^^

하이드 2014-12-04 08:59   좋아요 0 | URL
한가지 책으로 저자, 분야, 등으로 다양하게 마니아가 될 수 있습니다. 북플의 정보가 글쎄올씨다.. 인가요?

양철나무꾼 2014-12-04 09:48   좋아요 0 | URL
제 얘기는 저렇게 수치화된 자료의 경우,
제가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는지,
과연 어느 분야에 마니아라고 할만한 것인지를 알려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223개분야의 마니아라는 건, 아무 분야의 마니아도 아니란 말과 같이 들려서 말이죠.
정보가 제가 원하는 그런 방향으로 도움이 안되었다는 얘기였어여, ㅋ~.

북플의 정보가 글쎄올씨다...인것과 관련하여선,
다양한 세상이니, 얼마든지 다양한 반응이 존재할 수 있는거겠죠~^^

하이드 2014-12-04 11:51   좋아요 0 | URL
`읽은 책장에는 겨우 191권이 있을 따름인데,
마니아 분류된 종류별로 따지면 한권도 못 읽은 분야도 나와야 하는 것이 된다.`

라는 문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린겁니다. 이건 다양한 반응이 아니라 양철나무꾼님이 잘못 알고 계신거죠.

그와 별개로 댓글 달아주신 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니아를 그냥 워딩의 하나라고 생각하구요. 이게 다양한 반응이지요. 요즘 덕후도 아니면서 쉬이 덕후덕후 거리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양철나무꾼 2014-12-04 12:25   좋아요 1 | URL
제가 말씀드린건 북플이란것이 독서와 관련된 것이고,
그러니 마니아라고 하면,
구매한 것을 기준으로가 아니라, 읽은 책을 기준으로 애기되어져야 할거란 얘기였어요.

그리고 제가 쓴 말의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시나 본데요~,
페이퍼를 제대로 읽지 않으셔서 저 책과 관련, 전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셨던지,
제가 표현력이 부족했나 봅니다, ㅋ~.

이 데이터가 제가 구매한 책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는 걸 몰랐다는게 아니라,
이렇게 223개의 분야의 마니아라고 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런 얘기였습니다.
어떤 한분야를 들입다파는게 마니아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북플의 정보가 글쎄올시다`라고 제가 북플을 어떻게 느끼는 지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북플의 정보가 어떻다`라고 표현하는게 `잘못 알고`있는건 아니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니,
더구나 이곳은 제 서재이니만큼,
저의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거겠죠.

근데, 워딩은 무슨 의미이고, 덕후는 무슨 의이신지요?





낭만인생 2014-12-04 10:44   좋아요 1 | URL
다양한 의견 좋아요... 마이나 이상하죠. 저도 자고 일어나 보니 마니아 열개 정도 더 늘었어요? 신기하기도하고... 특별한 고민은 안하고 그런 류의 글을 많이 썼구나 합니다.
글 참 잘쓰시네요...

양철나무꾼 2014-12-04 12:28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낭만인생님.
칭찬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님의 좋은 책소개 글 잘보고 있는걸요.
좋은 글들로 자주 뵙도록 하죠, 꾸벅~(__)

yamoo 2014-12-04 17:15   좋아요 1 | URL
북플이 저런 헛점이 있었군요. 저도 뭔가 이상하긴 했는데...그 이상한 실체가 바로 저것이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ㅎㅎ

이경원의 책은 일명 쓰레기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살림문고본으로 나온 <관상>을 보니 저런 비슷한 내용이라 시큰둥해서 던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저 책을 읽고 리뷰를 써도 양철나무꾼님과 비슷한 내용이 나올 거 같습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4-12-05 09:49   좋아요 1 | URL
yamoo님, 잘 지내시죠?
그러니까 전 님 글들을 눈팅하고 있어서리, 잘 지내시리라 짐작하고 있었습니다만~, ㅋ~.
그러니까 북플이 트윗이랑 비슷한거 같아요.
실시간으로 반응을 빨리 빨리 알 수 있단 점에서는,
이곳을 공감과 소통의 장으로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유용하실 것 같고,

저처럼 깜박깜박하는 기억을 붙들어두기 위한 순간의 그것들을 정리하고,
그동안의 것들의 통계화하여 보고싶은 사람들에게는,
적용 기준이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으니까 신뢰가 안 생기는 거고 말이죠.
다들 효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면 되겠죠~^^

그나저나 전에 언젠가 올려주셨던 흔들린 사진을 보고,
패션 센스가 보통이 아니실거라 짐작은 했었지만,
전에 지하철에서 건너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옷 색깔에 관한 페이퍼도 그렇고,
얼마전 정장에 관한 페이퍼도 그렇고,
그쪽으로 내공이 장난이 아니세요~^^

언제 그쪽으로도 한수 지도편달을 좀~, 헤헷~!
 
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은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이다.

읽으면 재미있고 즐겁다기 보다는,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미국 작가이고,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곳도 미국의 보스톤으로 나와는 동떨어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깊게 몰입하고 감정이입하여,

마음 한켠이 아련하고 안쓰러워 어쩌지 못하게 만들어 놓는다.

 

소설이라는게 플롯이나 설정, 캐릭터 묘사등만을 따라가다보면 얼마든지 낯설어질 수 있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다른 것들은 소설을 이해하는데 보조적인 수단에 지나지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플롯이나 설정, 캐릭터 묘사 따위는 나라마다 지방색 마다, 또는 개인의 문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선이라는건 일정한 패턴을 그리게 마련일 것이고,

이건 바꾸어 얘기하면,

쓸쓸하고 외로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지방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는 쓸쓸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그 상황에서, 혼자여서 단출하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사람 사는 세상,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쓸쓸하고 외롭기로 따지면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출 수 있지만, 낙오자는 바로 그 과거 속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여생을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말에 대입시켜보자면,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일수도 있고, 감정표현을 잘 안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자제력이 뛰어나서 잘 참는 사람일수도 있지만, 매정한 사람일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바꾸어 말하면, 감정의 기복이 없는 듯 보이고 감정표현을 잘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삶에서 성공한게 아니라,

감정 컨트롤에 성공한 것일 뿐이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 책에 나오는 바텐더 밥에게 금세 감정이입할 수 있었는데,

쉽게 길들지 못하는 거나, 한번 길들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나,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들이,

또 다른 날 보고 있는 듯 꼭 닮아서였다.

밥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는 바텐더 일을 좋아했으며, 당연하게도 예전의 거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올해는, 28일이 플래츠 거리의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이른 아침 사람들은 습관처럼 쓰레기통을 갓길에 내놓고 쓰레기차가 가져가도록 했다. 밥은 인도를 따라 걸었다. 사람들이 내버린 물건들.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장난감들은 너무 쉽게 망가졌다. 어떤 물건들은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면서도 교체되는 운명을 겪어야 했다.ㆍㆍㆍㆍㆍㆍ밥은 쓰레기 더미를 볼 때마다 폭력에 가까운 탐욕을 느껴야 했다. 애초에 금했어야 할 음식을 먹고 똥을 싸지른 느낌.

밥은 특유의 외로움, 그리고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상대와 5분 이상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갈 능력의 부재 탓에 이런 의례적인 일에서 조차 남달랐다.(19~20쪽)

난 전자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읽는게 취미라고 할 정도로 새로 나오는 제품들에 관심을 보이지만,

반면 길들여진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이건 사물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규칙이어서 한번 믿어버린 사람은 팥으로 메주를 쑤어도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고, 배신을 당해도 웬만하면 나의 안목이라며 감수하는 성향으로 발전하였다.


너무 행복하면 마냥 좋아할게 아니라,

최고 정점을 찍고 이제 추락할 일만 남았다는 예시이니, 대비할 줄도 알게 되었다.

행복은 마브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깨진 행복은 두 팔로 감싸 안을 가치가 있다. 늘 함께 보듬어 안아주기 때문이다.(78쪽)

 

그런 의미에서,

밥은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상대에게 5분이상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갈 능력의 부재를 가졌다고 표현되어지지만,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일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아서 '배신 당할 필요가 없는' 개와의 관계에서는, 밥이 먼저 무장해제하고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손내밀고 다가간다.

먼저 개를 향하여 무장해제할 수 있게 된 밥은 사람을 향하여도 경계를 허물고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밥도 나디아가 어딘가 무심하다는 정도는 알았다. 자기 집에서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개를 만났건만 나디아는 그 사실에 놀라지도 흥미로워하지도 않았다.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이 지상에 있는 누구나 어느 정도씩은 무심하지 않던가? 오히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게다.(87~88쪽)

 

비로소 '두근두근'이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 때문에 지금 '두근두근'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을 때도 그랬고 마음 속에 있을 때도 그랬고, 지금처럼 서로 닿을 만큼 가까이 있을 때도(한 번도 접촉은 없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공개 장소에서 전화를 사용했던가요? 다들 부스에 들어가 문을 닫고 최대한 속삭이듯 말했죠. 지금은? 지금은 공중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면서도 떠들어 대요. 도무지 이해 못 하겠어요."

  나디아가 웃었다.

  "왜요?"

  그녀가 사과의 표시로 한 손을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 흥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제대로 이해하는지조차 모르겠는걸요. 어쨌든 공중전화가 내 흉터하고 무슨 상관이죠?"

  "아무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누구 할 것 없이 자기 얘기만 씨불이느라 몸살을 앓죠. 아, 미안해요. 숙녀 앞에서 몹쓸 단어를 썼나 봅니다."

  그녀가 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계속해 봐요."

  그가 한 손을 귀 옆으로 올리다가 불현듯 깨닫고 얼른 내렸다.

  "누구나 상대한테 얘기하고 싶어해요. 뭐든 자기 얘기를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는 거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체를 보여 줄 때가 되면, 찔끔 움츠리고 말아요, 나디아.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더 많이 떠들어 위장하는 겁니다. 해명이 불가능한 일을 해명하려는 거예요. 그 다음엔 다른 사람에 대해 심하게 떠들어 대죠. 도대체 말이 됩니까?"

(138~139쪽)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는 말이 이런 연유에서 탄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ㆍㆍㆍㆍㆍㆍ커피 한 잔 하는데 나를 바라보더라고. 정말로 나를 보고 있었어."

"나도 당신을 봐."

롬지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보는 건, 당신과 비슷한 일부뿐이야. 에반드로, 내 최고의 매력이 아니라. 미안. 하지만 그 사람? 그 사람은

달라. 나를 볼 때면 늘 최고의 나를 찾아내거든."(219쪽)

 

그런 의미에서 요즘 '이경원'이라는 사람의 '첫눈에 반하지마라'를 읽고 있는데,

난 '골상학'책인줄 알고 집어들었는데 '나에게 맞는 배우자 찾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첫눈에 반하는' 그 사랑의 유효기간은 3개월에서 1년이니,

이것저것 신중하게 살펴서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아라, 뭐 그런 얘기이다.

그러면서 '인생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다.'라고 끝맺고 있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 사람이랑은 약간 다르다.

이것저것 신중하게 살피느라고 첫눈에 반하는,

즉 마음이 시키는대로,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그런 사랑 한번 못해보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고 한들,

그리 행복한 인생이겠느냐 하는 것이다.

차라리 마음이 시키는 대로, 첫눈에 반하는 불같은 사랑이라도 한번 해보는 것이 후회없는 삶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스포일러를 핑계로 제쳐 두고,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이라는 것과,

그런 외롭고 쓸쓸한 우리들은 나와 공통점을 지닌 상대에게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지 어떤지는 차치해 두고,

보통의, 평범한 나에게서 최고의 매력을 찾아내 주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난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화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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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라는걸 텔레비전에서 방송해 주던 때가 있었다.

유독 얼굴도 이쁜데다가 몸매도 착해뵈는 후보가 나와,

태극기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감격의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 같이 울컥해졌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의 사절이니만큼, 스피치교육까지 따로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건 한참 후였다.

 

이젠 텔레비전에서 더 이상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를 방송해주는 것도 아니고,

보는 것도 뉴스나 보도 프로그램 정도가 고작인데, 보기만 하면 폭풍눈물을 흘려대는 통에 뭘 볼 수가 없다.

 

옛날엔 드라마를 보면서,

개연성 있고 현실감 있게 잘 만들어졌다고 하며 열을 올렸었다면,

요즘은 텔레비전의 뉴스나 보도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실일리가 없다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고개를 젖고 혀를 내두른다.

 

용산참사가 그렇고,

쌍용차 사태가 그렇고,

세월호가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체육관이 무너지고 어디에선 환풍구가 붕괴되고 어디에선가 화재가 일어나지만,

장소와 때는 달리하는데,

사건 원인을 분석하려고 하면 하나같이 똑같다.

이럴땐 어쭙잖게 책 한권 읽는게 사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하지만, 책 말고는 내가 답을 구할 다른 무엇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러 권을 같이 읽고 있는데,

그중 '이상수'의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서대원'의 '주역강의'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는데,

서대원의 그것보다 더 개념적이고 원리적으로 쉽게 접근한다.

 

주역책을 맘 잡고 읽어 볼려고 하면,

쉽게 쓰여진 책이건 어렵게 쓰여진 책이건, 일단은 한자가 나와서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한자를 우리말로 억지로 번역해 놓아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말로 해석한다고 해서, 무작정 우리말로 꿰어 맞히려 들지도 않았고,

때문에 껄끄럽지 않게 잘 읽힌다.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이상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4년 9월

 

 주역강의
 서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08년 1월

 

게다가 이상수의'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초반에는 이 시대를 사는 내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구절이 있어서 좋았다.

ㆍㆍㆍㆍㆍㆍ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직장을 옮기는 등 자기 삶에 주요 고비가 닥칠 깨마다 주역점을 의뢰했다.

ㆍㆍㆍㆍㆍㆍ현대 사회를 사는 이들의 삶을 씨줄로, 《주역》을 날줄로 삼아 교직해 읽다 보니,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주역》을 지은 이들의 의도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주역점을 쳐보지 않고  《주역》의 문장만 읽었더라면 《주역》지은이의 의도를 이렇게 명확하게 깨닫기는 어려웠을 것이다.(17쪽)

작게는 책속에서 주역의 문장만을 읽을게 아니라, 직접 주역 점을 쳐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나아가서는 삶속에서 일일이 점을 쳐보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삶은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통과했을때만이 진정 자기의 것이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 극복할 수 없는 팔자라는 뜻은 아니오. 당신이 만약에 간절하게 현재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이런 것들을 찾아내 바꾸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오. 밑창은 막고, 인생에서 걸리적거리는 바윗덩이와 가시덤불은 걷어내고 말이오. 고맙잖소?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입 밖에 꺼내기 힘든 이런 얘기들을 《주역》이 대신해서 시원시원하고 진솔하게 다 말해주니 말이오. 지금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흉한 괘와 흉한 효가 나왔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무엇이 삶을 황무지로 만드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사는 방식과 사람에 대한 태도와 가게의 분위기가 좀 더 유연했더라면 더 다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삶에서 무언가 다른 기회와 마주칠 가능성도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23쪽)

이런 주역 책을 너무 어려서 읽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지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를 독선과 독단에 빠뜨리는 그것,

다른 이름으로 맹목적이라는 말로 불리우기도 하는 것,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만의 일들로 그렇게 그렇게 살고,

그걸 향하여 맹목적으로 치닫는다.

가치관이나 신념이라고 하지만,

독선이나 독단, 편협함과 다른 의미일수 있는 것은,

잘못됐거나 틀린줄 알았을때, 맹목적이지 않고 수정가능하다는 것이다.

황무지가 된 땅은 복원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삶은 유연할수록 다양한 기회와 인연을 만날 수 있고,

그리하여 윤택해진다.

 

《주역》은 운명의 지도다. 지도는 길만 보여주지 않는다. 길이 아닌 곳도 함께 보여주어야 제대로 된 지도다. 《주역》은 그리로 가면 가시밭인데 왜 그리로 가느냐고 질문을 하는 책이다. 이것이 《주역》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의 본질이다. 그러나 길이 아닌 가시밭에 치명적인 유혹이 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주역》은 우리의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역》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개입해 발언한다. 그렇기 때문에 절실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24~25쪽)

 

이 이야기들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베어내어 만든 것들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든 예외없이 길함과 흉함이 교차해 등장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주역》은 어떤 면에서 예순네 가지의 새옹지마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주역》은 반드시 인간의 실천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32쪽)

 

이렇게 텔레비전을 볼때마다 하도 울어서,

우는걸 직장동료에게 들킬때마다 벌금을 내다보니,

벌금을 내느라 집을 팔아야 될 정도라고 하여 '집.파.녀.'라는 별명이 붙었었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별명과 관련하여,

아니 나의 헤픈 눈물과 관련하여,

내 이름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진단을 했었다.

'조정에 은혜를 다하라'고 하여 여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신 할아버지가 지어 주신 이름이란다. 

 

암튼, 어제는 화개장터의 화재소식 때문에,

오늘은 쌍용차 사태가 대법원에서 기각된 그 소식때문에, 한방울씩 맺혀 들던 그것이 폭풍 눈물로 이어졌다.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은 왜 읽나?

책을 읽고 깨달음의 눈물을 흘려대더라도 행동이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못하면...부질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어쩜 내가 오늘 할 일은,

책 한권을 읽는 것보다는 느끼고 깨닫는 일이고,

느끼고 깨달았으면 행동이나 실천으로 이어져 삶에 어떤 자그마한 변화라도 가져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눈물만 흘리다가는 '집.파.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테니 명심할 일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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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4-11-28 22:11   좋아요 0 | URL
이상수씨가 한겨레에 이상수의 고전중독 연재하던 그분이신가요? 글 좋던데.. 흠.
눈물부터 멈추시길.

양철나무꾼 2014-12-02 16:13   좋아요 0 | URL
이 이상수 님이 그 이상수 님인지는 모르겠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건 보통의 내공으로 되는 일이 아니죠~^^

감은빛 2014-11-29 02:47   좋아요 0 | URL
두 권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언젠가 읽다 만 주역 책이 어느 구석에 있을텐데, 못 찾겠네요.
뭐 찾는다해도 읽을 틈이 없습니다만.

참 어려운 시절입니다.
눈물을 넘어 분노로 살아남아야 할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4-12-02 16:19   좋아요 0 | URL
얼음왕국 생각나요.
눈물을 흘리면, 다 얼음으로 변해버리는~ㅠ.ㅠ

눈물이 되었건, 분노가 되었건,
칼날이 향하는 곳을 꼭바로 인지할 필요가 있고,
그렇다고 하여 칼자루를 우리 후대에 넘겨주어선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