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내가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에 넋이 나갔었던 건 이 구절 때문이었다.  

취허(吹噓, 샘이 마를 때 물고기들이 서로 습기를 뿜어주는 일)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나리처럼 소설을 탐독하신 분을 일찍이 뵙지 못했답니다.
 
옛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멋진 말로 수작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손가락에 침 묻혀 책장 넘기지 말라. 손톱으로 긁지 말라. 책장 접어 표시 말라. 땀 난 손우로 서책 들지 말라. 베고 눕지도 말고 팔꿈치로 괴지도 말고 술항아리 덮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고 다리 사이 끼우지도 말라. 서책 휘둘러 창이나 벽에 묻은 먼지 털지도 말라.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덕무의 사소절도 나와주신다. 

 

 

 

 

 

 

그래서 였을까?
영화화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원작의 수사를 어떻게 버무려 낼까 참 궁금했었다.
(김탁환표 서사야 튼튼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것이고...)
 
주인공이 김명민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책 속에서는 백탑파라고 하여 연암 박지원을 위시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서이수, 그리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방이 등장하는데...
영화에선 개 도둑 '오달수'가 탐정의 조수 쯤으로 등장한다. 
내가 무리수를 뒀다 싶었던 건, '한지민'이었는데...
원작의 기생 계목향 역을 할지 열녀 김아영 역을 할지 궁금했었다. 
영화에선 전혀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다.

나는 책을 꼼꼼히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산만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랑 같이 영화를 본 남편과 아들은 전혀 내용 파악 못하고 깔깔대고만 계시더라~
조선 명탐정이라고 하는 데 '추리소설적'요소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영화 곳곳에 웃음 코드를 버무려 넣어 뻥뻥 터져주시는게...이 감독, 웃음 폭탄 제조기쯤의 별명을 얻게 되진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려고 해도, 김명민이 연기해낸 탐정 캐릭터는 겉돌기만 했다.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김명민이 등장하는 것부터가 예사롭지는 않았지만,
그건 탐정의 자질을 십분 발휘하여서가 아니라 실학과 천주교를 익힌 그가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오달수가 연기한 개도둑의 캐릭터가 탐정의 그것에도, 실사구시에도 가깝다. 

풍부혈에 침을 꽂아 즉사시키는 건 시대물에 자주 등장하는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는데, 이 영화의 부제 '각시 투구꽃'이랑 관련 꼬투리를 잡자면 얘기가 좀 복잡해 진다. 

이렇게 예쁜 이름으로 불리우는 '각시투구꽃'의 뿌리는 우리가 한방에서 흔히 쓰는 이름으로 바꾸면 '부자''초오'쯤 된다.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루기가 까다로운 것은 맞지만 법제만 잘 하면 그리 염려할 맹독은 아니다.
근데 이것보다 이 '각시투구꽃'을 재배하는 곳으로 등장하는 '적성'에서 이 각시투구꽃이 대량 재배가 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적성이라는 곳에 감악산이 있기는 하나, 주산지는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등지로 알려져 있다.  

책에서 적성은 농사만을 지어선 살기 힘들다며 소금 무역을 언급한다.

보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건 사실이니까.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네.(상,17쪽)   

 "...서책을 읽고 외우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네. 더 중요한 배움은 서책을 덮은 후부터 시작되지."(상,43쪽) 

"허생 같은 방식으로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해..."
"과연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런 짓을 한다는 이유로 장사꾼들을 핍박할 게 아니라 상도를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허생이 변산 도적떼를 이끌고 섬으로 건너가 올바른 삶을 가르친 것이 그 예이겠지요. 지금 조정에서는 이재에 밝은 신하가 드뭅이다. 장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직접 뛰어들지는 않겠다는 것이지요. 시문만 소중히 여기고 삶은 가벼이 치는 습성에서 비롯된 겁니다. 허생이 글 아는 자를 배에 싣고 섬을 빠져나온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상,46쪽)

긴 손가락은 쉬위를 당기는 데 유리했고 두꺼운 허벅지는 비바람도 능히 이겨낼 만큼 단단했다. 기가 위로 뻗어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가라앉는 것은 제법 무예를 연마했음을 뜻한다. (상,185쪽)  

영화는 산만하기 그지 없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진정한 해결사는 누구인지, 주인공은 누구인지 마냥 헷갈리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정조가 킹왕짱 멋지다는 것이다.  
정조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우리가 상상하고 만들어낸 정조는 아닐까? 
 

 

 

 

 

 

 

정조에 관한 책을 찾아봐야겠다.

책과 영화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해야 겠지만,
김명민이 쫌 멋지지만, 난 책의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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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20 03:19   좋아요 0 | URL
그쵸, 이 표현 참 그럴 듯 하네요~
힘 빼고 넣는 티가 많이 난다...

전 최근엔 '생텀'이랑 '언노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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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나뒹구는 ‘마이클 코넬리’의 자리를 찾아주려다 말고,
‘책을 이렇게 시리즈로 쓰는 건 참 힘들겠지~’하며 책장을 술술 넘기다가...
언젠가 ‘블랙 아이스’와 ‘콘크리크 블론드’를 읽다가 이상해서 표시해 놓았던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블랙아이스에서 실비아를 만나고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진행 중인걸로 나오는데, 블랙아이스에서 인형사 사건을 과거의 일로 치부한다. 아웅~ ㅠ.ㅠ
인형사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그의 인생에 또 있었을리 만무이고 있어서도 안되는데 말이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해리 보슈’를 거쳐간 숱한 여자들 중 진짜 사랑한 여자는 ‘실비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블랙아이스’의 이 부분에 표시를 해 놓았었다.

“당신도 과거에 매여 있나요, 해리?”
그에게서 아무 대답이 없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과거에 매여 있을 거예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과거를 연구함으로써 미래를 배우게 된다. 당신은 아직도 연구하고 있는 사람 같아 보여요.”
실비아의 눈이 보슈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예리한 눈이었다. 그는 요전 날 그녀를 안아주고 그녀의 고통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었지만, 정작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안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치유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녀가 치유자였다. (263쪽)


누군가를 치유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치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가 자체 치유가 가능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겠구나 싶었을 때,
‘내가 필요하지 않겠구나’가 아니라, 그 자체 치유가 가능한 누군가가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싶었다.
결국 해리 보슈는 저 부분에서 실비아에게 마음을 빼앗긴 거였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데...
치유 받길 원하던 사람에게 치유를 받지 못 했을 때,
다시말해 치유하는 사람이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이것은 품어가질 수 없는 그릇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릇은 담을 수 있는 이상을 담으면 넘치게 되어있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릇의 크기가 바뀔 수 있는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아무것도 안 담아내는 것도 그릇이 아니다.
대신 담았던 것을 비워내고 다른 것을 담기 위해선 깨끗이 닦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읽을 수 있는 이상의 책을 욕심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벌인다.
게다가 그릇 바닥에 내 본성인지 버릇인지 모를 것들이 더께로 앉았는데도 닦아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한그릇 간신히 담아낼 투박한 질그릇이면서, 담고 익혀 곰 삵이는 항아리나 단지를 넘본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덜어내고 비워내도 책 두어권은 남는다.
덜어내고 비워내도 사람 두엇은 품어낼 수 있었음 좋겠다.
현실을 받아들이니까 좀 비참하지만, 더 이상 잃거나 실망할 게 없다.
내 곁에 머무르지 않고 스쳐가더라도 말이다.
그냥 그의 길을 가더라도 위로가 되는 넉넉한 햇살이나 어디든 넘나드는 바람결처럼 말이다.



이 노래는 꼭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까지 챙겨 불러줘야 제맛이다.
목청껏 고레고레 따라불러도 좋고, 가만가만 읊조려도 다독거림을 얻는 것이 내겐 위안이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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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2 21:48   좋아요 0 | URL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 이제 막 조금씩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기본적인 불교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읽기 힘들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1-01-23 01:53   좋아요 0 | URL
저도 쫌 어려울 것 같아...망설이고 있어요.
기본적인 불교 용어, 저도 한참 약한 데...그럼 어려울까요?^^

암튼, cyrus님 진짜 폭 넓으신 듯~^^

2011-01-23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1-23 16:18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를 이렇게 좋아하시다닛!
저에겐 알려진 전인미답의 작가들이 너무 많아요.
그걸 언제 다 읽어준담...?ㅠㅠ
저 좀 치료해 주세용. 흐흑~

양철나무꾼 2011-01-25 02:02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를 좋아한걸 수도,해리보슈를 좋아한걸 수도, 역자 중의 한분을 좋아한걸 수도 있다니까요~

저도 좀 심히 치료가 필요해서 말이죠~^^
제가 되면 귀뜸해 드릴게요.

같은하늘 2011-01-23 16:43   좋아요 0 | URL
오우~~~ 전 글도 좋지만, 저 깔끔한 책장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2:03   좋아요 0 | URL
저 책장은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책들을 꽂아주려고 자리를 일부러 만들었다니까요.
첫날인데 저 정도는 되야죠~^^

아이리시스 2011-01-23 16:49   좋아요 0 | URL
오오~ 책장이 저렇게 정리되어 있단 말이죠? 멋져, 아하하.
추리는 언제나 제가 잘 배우는 목록이고,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은 저도 관심이 동했었는데 어렵구나, 흡; 요즘 어려운 책 너무 싫어요.ㅠㅠ
(지 수준이 낮은거면서)

양철나무꾼 2011-01-25 02:06   좋아요 0 | URL
책장이 저렇게 정리되어 있는 건 맞는데...
책장 옆이나 바닥,인증샷은 결코 올릴 수 없습니다여.
덩치로 늘어선 책들이 장난이 아녜요~^^

장르소설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무궁무진하죠~^^
언제 함 날 잡아보죠~!!!

꿈꾸는섬 2011-01-24 07:22   좋아요 0 | URL
위로가 되는 글과 노래군요.^^
근데 정말 책장, 너무 깔끔해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2:08   좋아요 0 | URL
하림, 좋죠~?^^
책장을 보면 안되고 바닥을 봐야 하는데,
결코 바닥 인증샷은 올릴 수 없다니까요~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1-24 10:50   좋아요 0 | URL
아 노래 참 좋아요.
제 책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깔끔한 ㅠ.ㅠ

양철나무꾼 2011-01-25 02:10   좋아요 0 | URL
책장은 자리를 일부러 만들고 책을 꽂아준 첫날이라서 깨끗한 편이구요.
그래도 순서랑, 옆에 책 들 침법하고 뒤죽박죽이예요.
올 겨울에 대대적으로 책장 정리 했어요, 그래서 좀 깔끔해졌어요~^^

마녀고양이 2011-01-24 11:56   좋아요 0 | URL
자체 치유 잘 하고 있구만,
딱 자기 그릇으로 좋은데요... 아마 좋은 그릇일거야.
찰랑거리는 물을 받아줄 다른 그릇 필요해 보이지 않아요. 충분히 잘 하잖아요.

바람은 가끔 잡아버리고 싶어. ㅎㅎ. 하지만 안 잡히니 바람이겠지~

양철나무꾼 2011-01-25 02:14   좋아요 0 | URL
아웅~가끔 찰랑거리기도 해야지요.
단지를 머리에 이고 살랑거리며 걸어볼까?^^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한번씩 지나며 일렁임을 만들지는 않을까?^^

일렁이길 기다릴려면...넘 깊어지면 안될텐데...ㅠ.ㅠ

느린산책 2011-01-24 23:19   좋아요 0 | URL
오우 여기서 하림 노랠 듣다니, 오우 양꾼님~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

양철나무꾼 2011-01-25 02:15   좋아요 0 | URL
가슴뭉클님도 이 노래 좋아하셨세요~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

언제 님의 목소리로 함 들어봐얄텐데...^^

전호인 2011-01-25 08:58   좋아요 0 | URL
늘 강한 척하지만 때론 약한척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치유받고 치유해주고 상호관계가 균형을 찾는 삶이고 싶어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1-01-28 01:5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남자들은 약한 구석 내보이면 지고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때론 약해도 괜찮고, 잘 못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고...
그런 거 훈련시켜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못하는 것도 있고 잘하는 것도 있고,치유받고 치유해주고...참 중요한 걸텐데 말예요.
그걸 깨달으신 님, 쫌 강하신 듯~^^

다이조부 2011-01-25 20:37   좋아요 0 | URL


블랙아이스 언급한게 혹시 영화화 되지 않았나요?

어제 두여자 라는 정말 재미 없는 영화를 봤는데 원작이 블랙아이스 던데 말이죠 ^^

하림 노래 좋은데, 상상력이 빈곤해서 닭이 연동으로 생각나요 ㅋ

양철나무꾼 2011-01-28 01:58   좋아요 0 | URL
블랙아이스 뿐만 아니고, 여러가지 영화화 된다는 얘기는 있는데...전 아직 정식으로 만나보진 못했어요.

저는 소몰이가 생각났는데...닭이 생각나셨단 말이죠?^^


모름지기 2011-01-26 16:20   좋아요 0 | URL
시인 시리즈만 읽었는데 그래서, 헤리 보슈를 아직 제대로 만났다고 할수가 없네요.
블랙아이스로 재도전.
마이클 코넬리칸 밑에 밀리언셀러 시리즈인가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책 두께가 어느정도 일정하고 얇은감이 있어서 아닌듯도하고
암튼, 부러움이 울컥!! 올라오는 책장이네요.^^

양철나무꾼 2011-01-28 02:03   좋아요 0 | URL
해리 보슈를 제대로 만나시면...좀 징하다는 생각이 드실지도~^^
중간 중간에 추임새가 필요하실지도 몰라요.

마이클 코넬리 밑은 '밀.클'이 맞습니다.
책장 하나를 다 장르소설로 도배를 해서, 챙피해서 부분 설정 샷을 찍었는데...그래도 알아보시는 분들은 알아보시나 봅니다~

왜 부러우셨을까요?^^

모름지기 2011-02-01 02:51   좋아요 0 | URL
잘 아시면서..^^
마구잡이로 쑤셔넣은 제 책장과 너무 비교된다는.

양철나무꾼 2011-02-11 0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 얘기 였군요~
제가 분명히 책장 정리하면서 찍은 인증샷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저 책장 밑의 안보이는 바닥을 보셔야 하는데~~~^^

전 쪼로록 꽂힌 해리보슈 시리즈나 밀클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부류라서,
그쪽으로 부러우셨다는 줄 알았어요.

세실 2011-01-26 19:20   좋아요 0 | URL
스피커가 잘못 되었는지 노래가 안나와요. 듣고 싶은데....
전 사무실 책상위에 읽고 싶은 책 열권 쌓아 놓고는 조급해 하고 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은 없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아 슬프다.ㅠ

양철나무꾼 2011-01-28 02:05   좋아요 0 | URL
제 책들은 거의가 장르소설이어서...
제 수준이 고만큼이어서 부끄럽거나 하진 않지만, 제목이 범상치않은지라...
책상밑 발걸이에 숨겨두고 있어요~^^

공부 새로 시작하셔서 더 바쁘시겠어요~

2011-01-27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1-01-27 09:57   좋아요 0 | URL
정말 간절히누군가를 치유해 주고 싶었었는데, 내가 그에게 어떤 도움도, 치유도 아닌 그저 상처를 하나 더 내는 사람에 불과 했다는걸 알때도 있죠. 그런의미에서 한번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은근히 양철나무꾼님의 리뷰는 지름신을 불러요.

양철나무꾼 2011-01-28 02:15   좋아요 0 | URL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까, 상처도 힘이 되더란 말이죠.
상처 입은 자리에 딱지가 앉고 더 단단하게 옹이가 박히니까 말이죠.

근데, 새댁 따라님은 교양서적을 읽으면서...기체후일양망강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11-01-28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빛눈물 2011-01-28 23:3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듣는 하림 노래입니다. 예전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괜시리 반복해 듣던때가 있었는데, 목소리가 참 좋은 사람 같습니다. 그리고 "읽을 수 있는 이상의 책을 욕심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벌인다."는 님의 말이 가슴에 찔리네요...그릇은 한정되어 있는데, 어찌보면 담을 것 보단 덜어낼 것이 많은 나의 그릇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철나무꾼 2011-01-31 01:50   좋아요 0 | URL
하림은 '출국'도 좋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요즘은 덜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비로그인 2011-01-29 16:59   좋아요 0 | URL
저 부르셨어요 ? 양철님 ㅎㅎ

끝에 어디선가 많이 본, *** 있어서 우스갯소리 한 번 해봤습니다. 크크
왠지 오랜만에 휴일을 맞이하는 것 같은데. 양철님, 잘 쉬고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

책은 하나도 몰라서.. 좀 내용과는 관계없는 안부만 드리고 가지만..그래도 안부라도 좀 드려얄듯한 마음이 들어서 말이죵 :D

양철나무꾼 2011-01-31 01:53   좋아요 0 | URL
불렀었어요, 넘 뜸 하신것 같아서...

오랫만의 휴일인데...설 준비하느라고 엄청 바빴어요.
설에 고향 가시나요?
날은 춥겠지만...포근하고 따뜩하고 넉넉한 명절 보내세요~^^

글샘 2011-01-30 00:03   좋아요 0 | URL
욕심쟁이시군요. ^^
비워내도 사람 두엇을 품고 싶으시다니... 욕심 많이 내시면 몸이 못 버틸 텐데요...

저는 하림... 위로... 이러길래, 치킨...위로 뭔가 날아가는 상상을 했답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1-01-31 01:58   좋아요 0 | URL
하림 하면 치킨이 떠오르신다구요~
하림이 닭고기 메이커라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가정적이셔서 왕부럽~이래야 하지만,
가수 하림이 치킨 하림보다 뒤란 말이죠~ㅠ.ㅠ


비로그인 2011-02-04 08:05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는 다시 읽어보니 더 좋군요. 포근한 날씨지요?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입춘이네요. 저도 담았던 것을 비워내고 제 마음을 깨끗이 닦아내고 싶군요.

양철나무꾼 2011-02-11 00:47   좋아요 0 | URL
입춘이 지난지 일주일이네요.
이제는 지가 추워봤자 라면서...호기를 부리다가, 감기에 걸려서 말이죠~^^
 
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전생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였을 때다.
텔레비전에서 코요태의 '신지'라는 여자가 전생 체험 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됐었다.
전생에서의 신지는 남자였는데,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엄마에게 버림받고 거지로 성장하게 된다. 어느날, 신분이 높은 부잣집 잔치에 갔다가 그 집 딸을 보고 이루어 지지 못할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도 울어서 검은 마스카라가 번진 그녀에게, 전생 최면술사가 물었다.
그 부잣집 딸은 누굴 닮았느냐고. 놀랍게도 '신지'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때 그냥 한참을 따라 울고 말았었는데, 이 책 <신과 함께-저승 편>과 맞물려...묻어두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전생에 누굴 사무치게 사랑하여 내가 되었을까?
우리 모두가 전생에서 사랑했던 그 누구라 생각한다면, 삶은 정말로 신비로운 게 아닐까?
과거의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고 염려하여, 지금의 나로 알맞게 실현된다고 생각하면...
나와 내 주변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동안의 난 전생이나 이승, 저승 따위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정신적으로 성숙치 못해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할까봐 접촉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쪽이라고 해야 할까?

보조국사 지눌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기가 약한 사람이 자기가 부처가 되겠다고 생각을 하면 오히려 기가 죽어 정신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이런 사람은 자기 밖의 부처를 믿고 이승을 떠난 서방정토를 믿고 염불이나 외워야 한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이승에서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이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것 마냥 불안불안한 내겐 좀 겁나고 못마땅한 내용들이지만, 그래도 수양을 제대로 하면 그 업보의 방향이 달라지고 누그러진다고 하니, '휴우~'다행이다.
마음 한구석을 쓸어내리며...수양에 힘써야겠다.

이 책의 주인공 김자홍은, 평생 남에게 서운한 소리 한번 못한 무골호인으로 직장에서 얻은 과로와 술병으로 서른아홉의 나이로 죽는다.

이렇게 죽게 되면 49일동안 저승에서 심판을 받고 갈 곳을 정하게 된다.
여기엔 억울한 사연으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원귀도 있다.

“우선 전 자홍씨가 살아 온 얘기를 들을겁니다.”

염라국 국선 변호사 진기한의 이같은 주문에, 김자홍은 어디 살았고 어느 학교 무슨과를 나왔고 어느 회사를 다녔는지 이력서를 쓰듯 써내려간다.
하지만 이런 이력은 이승에서나 관심이 있을까...저승에서는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만 본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심판 가운데 가장 뜨끔하였던 건,
“느닷없이 찔려서 받는 고통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비수...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는 것. 그것은 함부로 내뱉은 말입니다.”
“거짓을 전하여 오해를 불러일으켜 서로 다투게 하는 말.
전해서는 안 될 말을 전해 서로 미워하게 만드는 말.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다른 사람을 욕보이는 말.
이런 말들은 비수가 되어 다른 이의 심장을 깊숙이 찌르지요.”(중,101쪽)

입으로 지은 죄가 얼마나 대단하면, ‘혀를 뽑는다’는 뜻의 발설지옥에선 ‘입으로 지은 죄만 따로 심판할까?
발설지옥의 염라대왕은 컴퓨터를 배우는 데, 혀만 아니라 손가락도 뽑아야 하나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다,ㅋ~.

얼마든지 무겁고 심각할 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내서 좋았다.
웃음과 따뜻함으로 버무려내서 거부감 없이 찬찬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한빙지옥은 효도를 본다고 하셨죠? 그럼 전 안 될 거예요, 아마...”
아예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도 많습니다. 마음 한구석의 죄책감이 말이죠.”
“돈으로 안 받습니다. 손과 발을 잘라가지요. 대부분의 죄는 손과 발로 짓는 것이기에...”
“하지만 이곳이 寒氷지옥인 이유는...타인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자를 심판하기 때문이다.”(상,186,230쪽)
“박힌 못을 빼낼 수는 있지만...구멍은 남는단다.”(상,235쪽)

“다만 불행히도 피고인은 표현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피고인은 그야말로...전형적인 한국 남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현을 하지 못할 뿐 마음속엔 늘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있죠.”(중,12쪽)

“착하게 살 걸 그랬네요.”“저승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그겁니다.”(중,56쪽)

“너는 좋은 가족과 친구들을 두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네 자신이 후에 그들에게 공덕이 되겠구나. 네 가족과 친구들이 죽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는 말에는 그들은 너로 인해 많은 가산점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먼저 간 네 생각을 하겠지. 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고...”(하,88쪽)


저승이라는 곳이, 이 만화에서처럼 깨끗한 영혼이 등장하는 살만한 곳은 아닐 것이다.
죽으면 그걸로 모든 게 끝나버려서 누군가의 꿈 속에 들어가서라도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말을 하기도 힘들 것이고, 49일간의 심판에서 깨끗한 영혼으로 판명되어 거듭 태어난다는 건 더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저승을 믿어서 좋은 점은, 이승에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되는 정도가 아닐까?
오랫만에 영혼의 굳은 살을 떼어내는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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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1-01-21 12:12   좋아요 0 | URL
사후세계를 상상하고 믿기까지 하는 건
'심리극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테리 중권씨가요.

근데 큰일이에요 아직까지도 저는 심리가 극복이 안되니 말이에요!




양철나무꾼 2011-01-22 23:20   좋아요 0 | URL
실은...저도 심리극복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지 같은 인간들 욕하면서 보내버릴 곳도 없다 생각하면 너무 가슴에 쌓이는 게 많을 것 같아서 말이죠~ㅠ.ㅠ

비로그인 2011-01-21 11:23   좋아요 0 | URL
전 인터넷으로 보다가.. 다리 짤라지는데서 허걱하고 다시 못보고 있어요. 저승 얘기는 은근 무시무시하지요?

김연수 좋아하세요? [7번 국도 revisited] 보셨나 해서요.

양철나무꾼 2011-01-22 23:24   좋아요 0 | URL
만화 답게 잘린 다리는 우리의 진기한 변호사님의 임기응변으로 다시 붙어요.
김연수는 장만했어요.
신경쓰지 마세요, 이사 잘 하시고 나중에요~^^

2011-01-24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0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1-21 13:04   좋아요 0 | URL
발설지옥 염라대왕이 컴퓨터를 배우는 데 혀만 아니고 손가락도 뽑아야 하나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대목에서 뿜-

갑자기 손가락이 덜덜덜... 가뜩이나 추운데, 책임져요. c.. ㅋㅎ

양철나무꾼 2011-01-22 23:30   좋아요 0 | URL
님은 악성댓글 이딴 건 안달고 다니실것 같은데여, 뭘~^^

전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찌되었건...상처주게 되는 말들 때문에 맘 고생해봤어요.

책가방 2011-01-21 14:08   좋아요 0 | URL
이거... 예비중1이 읽어도 될 만한 내용인가요??
리뷰를 읽어보니 작은아이에게 읽히고 싶네요.
사춘기라 그러하겠지만... 제 마음에 비수를 너무 많이 꽂아요~~~ㅋ

양철나무꾼 2011-01-23 00:15   좋아요 0 | URL
음~ 아이의 입장보단 엄마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있지만 말예요.
울 아들은 낄낄대며 읽었어요.

전, 지옥까진 아니어도 '저승체험 캠프' 이딴 거 있음 보내봤음 좋겠어요.
요즘은 시뮬레이션도 있고 하니 불가능할 것 같진 않아요, 그쵸~^^

아이리시스 2011-01-21 16:00   좋아요 0 | URL
사후세계 재밌겠다.. 상상력이 기발하네요. 혀뿐만 아니라 손가락,ㅋㅋ
그럼 발로 치지 않을까요? 그럼 발가락도 뽑아야 하고, 또..

양철나무꾼 2011-01-23 00:34   좋아요 0 | URL
네, 상상력이 기발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지만, 인기만발인 웹툰인가 봐여.
발가락마저 뽑히고도 정신 못차리는 넘은...어쩌죠?^^

cyrus 2011-01-21 21:43   좋아요 0 | URL
주호민 <짬>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몇몇 분들도 이 책 추천하는데,
나무꾸님까지 소개하셨으니 읽어봐야 겠네요. 특히 만화니깐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1-23 00:35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보세요.
특히 님은 군에 다녀오신지 얼마 안되셔서...공감의 폭의 넓으실 듯~^^

순오기 2011-01-21 23:38   좋아요 0 | URL
이거 마노아님이 서평단으로 받았다는 책이군요.
아래 댓글 확인했어요~ 감사!^^

양철나무꾼 2011-01-23 00:37   좋아요 0 | URL
네, 마노아님 리뷰 저도 확인 했어요.
아래 댓글은...에이, 뭘요~^^

마녀고양이 2011-01-22 14:34   좋아요 0 | URL
노란색으로 칠해진 구절들... 엄청 뜨끔하다눈...
아이고, 아이고, 진짜 반성하고, 조심해야겠어요. 아하하.

잼나겠어요, 책들~

양철나무꾼 2011-01-23 00:44   좋아요 0 | URL
저는, 박힌 못은 빼낼 수 있지만 구멍은 남는다는 말이 제일 뜨끔했어요.

잼나요, 코알라랑 함 읽어보세요.
근데, 코알라가 이해하기엔 좀 어린가?^^

혜덕화 2011-01-22 19:3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댓글 남깁니다.
님의 리뷰 읽고 주문했습니다.
'수양에 힘써야겠다' 읽고 웃었습니다.
어릴 때 일기 쓸 때 마지막엔 꼭 결심을 넣었거든요.
'다음부터는 숙제를 잘 해야겠다' 이런 거^^

양철나무꾼 2011-01-23 00:52   좋아요 0 | URL
네,반갑습니다.
저도 님의 글들을 종종 읽곤 했는데 말이죠.
실은 이 책이 그렇게 불교적으로 깊숙한 것이 아니어서, 어느 정도 불교적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읽기엔 좀 맥 빠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리뷰 하나로 님을 웃게 해 드렸다니...다행인걸요~^^

2011-01-23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0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6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1-01-23 01:08   좋아요 0 | URL


주호민 이 만화 참 좋아요~ 2010년 웹툰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듯


양철나무꾼 2011-01-23 01:49   좋아요 0 | URL
ㅎ,ㅎ...님에게 땡스투하고 구입했다는~^^

다이조부 2011-01-23 04:39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ㅎㅎ 고마워요.

저도 웬만하면 찾는 책이 있으면 익숙한 닉네임 사람 위주로 땡스투 누른다는~

적립금이 하루에 천원 넘는 날이 없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천원 넘었네요.

왜 이렇게 사소한거에 살짝쿵 기분이 좋을까요 ^^

양철나무꾼 2011-01-25 01:52   좋아요 0 | URL
우와~적립금이 하루에 천원이요?^^
쏠쏠하겠는걸요, 왕 부럽~!!!

lo초우ve 2011-01-23 14:53   좋아요 0 | URL
헉~!~!! 신지 이야기 소름끼쳐요
나도 전생이 어느때 궁금한적 있었는데...
전생이 정말 있긴 하는걸까요?
궁금하군요 ㅋ

양철나무꾼 2011-01-25 01:54   좋아요 0 | URL
그건 저도 잘 모르겠다는~ㅠ.ㅠ

하지만, 착하게 살자...부르짖을 때는 꼭 들먹이게 된다는~
그리고 양심에 거리낄 때도요~^^

같은하늘 2011-01-23 16:47   좋아요 0 | URL
이거 마노아님 서재에서 보고왔는데, 볼만 할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1:55   좋아요 0 | URL
저도 마노아님 리뷰를 봤는데, 책보다 리뷰가 훨씬 이해가 잘 되던걸요~
만화책을 가지고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죠~^^

따라쟁이 2011-01-24 22:53   좋아요 0 | URL
자판을 쳐야 하는데.. 뭔지.. 모르게.. 손가락이.. 후덜덜덜..

양철나무꾼 2011-01-25 01:57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제부터 그랬다고...한 글자 한 글자 왕 집작했다니까요,ㅋ~.

글샘 2011-01-30 00:00   좋아요 0 | URL
영혼에서 굳은 살을 떼어 내셨다구요?
그럼 좀 가벼워 지셨나요?
아니면, 상처를 입기라도 하셨는지요...
왜 굳은살 잘못 떼내면 아프잖아요. ㅎㅎ

영혼이 어디쯤 있는지... 한번 돌아봐야겠습니다. ^^ 잘 지내시죠?

양철나무꾼 2011-01-31 01:41   좋아요 0 | URL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멋진 것만 찾아 헤맬 때도 있었지.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 안에 상처를 내는 것도 나쁘진 않아. 이 가슴 속 비명을 혼자 듣는 거라네."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 한구절이에요~^^

 

 

 

 

 

 
세속화 예찬
조르조 아감벤 지음, 김상운 옮김 / 난장 / 2010년 11월

  

이 책을 읽는 내내 '재스퍼 포드'의 '제인에어 납치사건'이 떠올랐다. 

형이상학, 신학,법학, 미학, 정치학을 종횡무진하는 아감벤에서 재스퍼포드를 떠올렸다는 게 아이러니 컬 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란 인간의 삶이 장르소설을 떼어 놓고는 설명이 불가하니...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크게 벗어나질 못한다.  

이 책은 저자 조르조 아감벤도 물론이지만, 김상운의 번역 또한 훌륭하다. 
번역, 뒷 부분의 옮긴이 상세 주석, 간주곡Ⅱ가 어우러져 한권의 멋진 작품으로 태어나고 있다.

이 책은 좀 어렵다. 
형이상학, 신학,법학, 미학, 정치학 등은 각각 떼어놓아도 호락호락한 분야가 아닌데,
그걸 두루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각 분야를 두루 섭렵하지 않으면 이런 번역이 나와 줄 수가 없다. 
내용 자체가 수사 만발, 극도로 응축시켜 놓은 것이 산문시 같은데,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았어야만 이 같은 재해석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풍속화(=세속적인 그림)예찬인 줄 알았다.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든 건 멋지구리한 책 표지가 한 몫했다. 


"성스러운 것이나 종교적인 것은 모종의 방식으로 신들에게 속하는 것이었다." 

'봉헌하다'가 인간이 만든법의 영역에서 사물을 떼어낸다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였다면, 거꾸로 '세속화하다'는 사물을 인간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돌려준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세속화한다는 것은 성스러운 예외상태에 종속되어 있는 사물(봉헌됐던 사물)을 그 원래의 맥락으로 되돌려준다는 것이었다. (184쪽)

이렇게 근대 세계의 형성·조직 원리로서의 세속화 개념을 해부함으로써 왜 자본주의가 근대적 종교 자체인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으로 만드는지 분석 했단다. 

이책에서 꼭 알아야 할 개념이 '세속화'와 구별되는 '환속화' 라는 개념인데,
아감벤의 이론은 환속화의 역사에서 종교가 차지했던 그 자리에 '법'을 놓으려는 시도를 한다.  

여기서 '호모 사케르'가 등장하고,
사회생활과 공동체의 법제화로부터 고립이란 용어가 나온다.  

이쯤에서...내가 이 책을 읽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장치란 무엇인가'를 언급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장치란 무엇인가? 장치학을 위한 서론
조르조 아감벤.양창렬 지음 / 난장 / 2010년 8월
  
 
따라서 얄궂게도 장치가 만들어내는 주체는 어원 그대로의 주체가 아니다. 주체의 어원인 라틴어 ‘수비엑툼’(subjectum)은 그리스어 ‘휘포케이메논’(hypokeimenon)의 번역어로서 원래 ‘본질’(본래 사물을 그 사물로서 형성하고 있는 바로 그것)을 뜻했다. 그러나 장치가 만들어내는 주체는 이런 본질로서의 주체라기보다는 장치가 뽑아내려고 겨냥한 어떤 ‘기능’을 구현한 ‘부품’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치가 부여한 이 기능을 거부할 때, 단순한 부품이기를 그만두려고 할 때 장치는 그 주체를 클리넥스 티슈처럼 버려버린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크나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장치가 만들어낸 주체의 가장 좋은 예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정규직이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부터 대체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양창렬에 따르면 아감벤 역시 장치에 의한 주체화가 사실은 모든 주체성의 파괴로 이어지는 탈주체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속화’라는 개념을 통해 탈주체화가 인간이 지닌 잠재성 회복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아감벤과 달리, 양창렬은 장치의 탈주체화 탓에 서로 분리된 존재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요컨대 법적으로 시민이지만 사회적으로 시민 취급을 못 받는 시민-비시민(쓰다 버릴 수 있는 인간, 비정규직)과 비시민으로 배제되면서도 시민의 역할을 강제받는 비시민-시민(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자 등)의 연대 말이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까지는 게니우스, 즉 우리 안에 있으나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 것과 타협한다. 각자의 성격은 그 사람이 게니우스를 멀리하고, 그로부터 도망치려는 방식에 달려 있다.[우리가 게니우스를]피하게 되고[게니우스가]표현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게니우스는 자아의 얼굴에 우거지상을 새겨 넣는다. 그렇지만 어떤 저자의 문체는 (모든 피조물이 보여주는 기질[품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재능보다는 오히려 재능을 결여하고 있는 그의 일부에, 즉 그의 성격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가 실제로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재능도, 성격도 (심지어 자아도) 아니며, 오히려 이 모두로부터 도망치는 그 사람의 특별한 비법, 재능과 성격 사이를 재빨리 오가는 방법이다.(23쪽)

내가 이 책을 훌륭하고 멋지다고 하는 것은 위 구절 때문이다.
좀 복잡하고 머리 뽀글거리게 쓰였지만, 사랑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뭐 사랑을 하는 데, 재능이나 성격, 자아 따위를 따진단 말인가?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다.
마음이 그냥 어쩌지 못하게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사진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한 인물들의 사진을 무슨 짓을 해서든 손에 넣으려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22살 무렵의 프루스트가 사랑했던 소년들 중 한 명인 에드가 오베르는 프루스트가 집요하게 요구한 결과 마침내 자신의 초상사진을 보내줬다.오베르는 사진 뒷면에 헌사를 대신해 이렇게 써놓았다. "제 얼굴을 보세요. 제 이름은 '한때는 그랬을 수도 있어'에요. '더 이상 아니야,' '너무 늦었어,' '그만 안녕' 이라고도 불리죠." (41쪽) 

사진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건 '육신의 부활'같은 좀 어려운 내용이라서 내가 언급할 수 없고, 
난 마르셀 프루스트가 사랑했던 '에드가 오베르'의 통통 튀는 헌사가 맘에 들어 옮겨본다. 

'세속화 예찬' 끝부분에서 아감벤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놀이가 끝났을 때 그 장난감이 얼마나 끔찍하고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어린아이들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126쪽)

라고 얘기한다. 

여기서 어린아이들이란 '장난감을 직접 가지고 논 주체'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책에서 아감벤이 제시하는 대책을 옮겨보자면 세속화할 수 없는 것까지 세속화하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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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1-19 07:14   좋아요 0 | URL


조금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 조금 어렵나요? ^^

아감벤 이라는 사람의 이름에 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까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1-21 02:04   좋아요 0 | URL
이쪽으로 깊으시던데...엄살은요~^^
저도 읽었으니(비록 장장 20일에 걸쳐) 님은 식은 죽 먹길 거예요.

쟈니 2011-01-19 10:25   좋아요 0 | URL
아.. '한때는 그랬을 수도 있어.. 라는 헌사를 썼다니, 프루스트의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적이군요.
살다보니 정말, 오베르의 헌사를 입 밖으로 말할 때가 많더군요. 때론 씁쓸하게, 때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

양철나무꾼 2011-01-21 02: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프루스트의 사랑을 받았겠다 싶지요?^^
더 이상 아니야...까지는 그럭저럭인데,
‘너무 늦었어’나 ‘그만 안녕’쯤 되면 우울해지죠.

우리 너무 늦지는 말기로 해요~

잘잘라 2011-01-19 13:21   좋아요 0 | URL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시인~~~~,을 난 난 이이즐테요!
너무 어려워요. 헤롱헤롱~

양철나무꾼 2011-01-21 02:10   좋아요 0 | URL
제겐 ‘블루 이코노미’가 그랬다니까요~^^

stella.K 2011-01-19 14:12   좋아요 0 | URL
'제인에어 납치사건'이라. 이 책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하네요.
완독 축하해요.^^

양철나무꾼 2011-01-21 02:12   좋아요 0 | URL
이리저리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게 비슷해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의 진수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다니, 제 스스로 대견해요~^^

cyrus 2011-01-19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표지가 브뢰겔의 그림이길래 미학 관련 책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내용이 어려워보여요.

양철나무꾼 2011-01-21 02:15   좋아요 0 | URL
표지 그림이 브뤼겔의 ‘장난감’인가 그랬죠.^^
더 어려운 책도 두루 섭렵하시면서요.
용어의 정의만 잘 잡고 읽으면, 의외로 재밌어요.
테리 이글턴 ‘반대자의 초상’ 문체랑 닮았어요.

반딧불이 2011-01-19 19:09   좋아요 0 | URL
표지만 보고 저도 풍속화에 대한 예찬인줄 알았지 뭐에요. 그런데 이건 꼭꼭 씹어 읽어야 할 내용인가보군요. 맛날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1-21 02:16   좋아요 0 | URL
꼭꼭 씹어 먹으면,
맛날뿐더러 피가 되고 살이 될거예요.^^

느린산책 2011-01-19 21:26   좋아요 0 | URL
오, 세속화 예찬이라..참으로 신선 발칙(?)하군여..^^
마르셀 푸르스트의 일화도 재밌네용.

양철나무꾼 2011-01-21 02:19   좋아요 0 | URL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것을 세속화한다는 뜻이더라구요.
중세와 맞물려 읽으면 잼나요~^^

머큐리 2011-01-19 23:47   좋아요 0 | URL
오~ 양철님...존경하옵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1-01-21 02:19   좋아요 0 | URL
저도 심히 제가 대견해요,ㅋ~.

모름지기 2011-01-20 02:33   좋아요 0 | URL
제겐 너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의 글은,
저를 심하게 유혹하십니당~~

양철나무꾼 2011-01-21 02:21   좋아요 0 | URL
제가 누군가를 유혹하는 글을 쓸 수 있다니...기분 좋습니다.
시도해 보세요, 나름 읽을만 할 거예요~^^

風流男兒 2011-01-20 09:52   좋아요 0 | URL
흠, 아감벤의 이름은 몇번 들었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게으름으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네요. 그래도 덕분에 조금은 아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좋고 고맙네요. 요새 조큼 바쁘다는 핑계로 뭐 글도 못쓰고 있지만, 한번 꼭 읽어보고 싶고 그렇습니다!! ㅎㅎ 추운데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또 좋아보이네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1-21 02:24   좋아요 0 | URL
저도 ‘장치란 무엇인가’가 아니었다면...그냥 지나갔을지도 몰라요.
한번쯤 읽어줘도 좋을 책이예요.
어제 그래도 대한이라고 추웠어요.
님도 감기조심하시구요~^^

아이리시스 2011-01-20 15:20   좋아요 0 | URL
형이상학, 신학,법학, 미학, 정치학을 넘나든단 말이죠. 흐흑.
저는 서른 다섯쯤에 한번 읽어보겠..습니당. 아하하.
아감벤. 열심히 기억해놓고.

아~ 리뷰도 어렵당.ㅠㅠ

양철나무꾼 2011-01-21 02:27   좋아요 0 | URL
서른다섯이면...몇 년 후에요?‘속닥’
예수처럼 서른 넷 까지만 살고, 그 이후의 삶은 덤이다 생각하시려구요?^^

저, 나이 먹어 읽으려니 머리가 안 돌아가 고생했어요.
한 살이라고 영거하셔서 ‘휙,휙’돌아갈 때 읽으셔요.

아이리시스 2011-01-21 16:01   좋아요 0 | URL
아직 다섯 손가락 넘게 남..
내공이 쌓여야 읽히는 게 아니고, 영거할 때 읽힐 거란 말이죠? 크하하.

양철나무꾼 2011-01-22 23:17   좋아요 0 | URL
아, 좋을 때군여~^^
네, 제대로 캐치 하셨습니다,ㅋ~.

같은하늘 2011-01-23 16:49   좋아요 0 | URL
헉~~ 어려워서 전 도저히... 양철나무꾼님의 글로 만족할께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1:50   좋아요 0 | URL
네, 완벽녀 같은하늘님께도 어려운 구석이 있어야지요~^^
 

 

 

 

 

토닥토닥 그림편지
이수동 글.그림 / 아트북스 / 2010년 12월

 
날씨가 너무 춥다.
추위 속에서 잠들면 죽으니까 자지 않고 깨어 있어야 하는 사람도 아닌데,
난 겨울 밤이면 쉬이 잠들지 못한다.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였다.
그날도 지하철 역 앞 좌판에 채소들을 펼쳐놓은 할머니에게서 이런 저런 채소들을 샀었다.
할머니는 추위에 얼어 사그러든 이런저런 채소들을 사주는 내가 고마웠던지 아들을 향하여,
“고 녀석, 참 이쁘게 생겼다. 너 나랑 가서 살자.”
라고 한 마디 하셨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분주히 통장과 돼지 저금통을 유치원 가방에 넣고 엄마, 아빠에게 배꼽 인사를 한다.
황당하여 말을 잇지 못하는 우리에게,
“엄마, 아빠는 나 없어도 어떻게든 한 세상 살아갈 수 있지만,
 할머니는 나랑 이 돈 없으면 추운데 눈사람이 되지 않을까?"

골프채를 집어든 남편을 향하여 아들놈은 침통을 들고와서,
(그때 이연걸이 나오는 ‘키스 오브 드레곤’이라는 영화가 유행이었을때였다.)
“쉽게 한방에 끝내 줘.”
라고 하여 아무 소리도 못하게 했었다.

한 번은 새벽녘에 이런 일이 있었다.
냉동실 바스킨라빈스 스티로폼 아이스크림 통에 하얀 아이스크림 두덩이가 들어 있길래,
초코시럽 딸기시럽을 듬뿍 얹어 맛나게 먹고난 다음날 아침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는거다.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서...눈사람을 동생 삼으려고 했었는데, 냉장고가 고장났나 봐. 으엉~ㅠ.ㅠ”
아직도 그 눈사람이 내 입 속으로 들어간 건 비밀이다.

암튼, 오늘 같은 날은 모두에게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약속했던 마르크스와 레닌 옹이 생각난다.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빛나고 반짝이는 자본주의에 홀려서 어둠을 바라보지 못하고 사는 삶을 돌이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동’의 <토닥토닥 그림편지>는 너무 예쁘다.
예쁜 것만을 그리고, 예쁜 얘기만 하는 데도 처연해서 눈물이 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동네는 없어졌고 꽃처럼 곱던 어머니도 하늘나라에 가셨으며, 낭만 아버지도 병석에 누워 계신다. 그리고 나도 쉰이 넘었다. 하지만 골골이 몸에 밴 ‘목표를 위한 몸부림 같은 의지’는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 모진 의지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걸 알면서도 아이로니컬하게도 스스로에게 내리는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부디 이 악다구니 같은 의지가 약해지기를 바라면서, 부디 질 줄 아는 미덕이 생기길 바라면서, 목표라는 걸 아예 세우지도 않게 되길 바라면서, 그저 모든 이를,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길 바라면서......이 그림책을 낸다.
                                                                                            (7쪽, 프롤로그 중에서)

 

 

 

 


좋은 술이 생기면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올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불러서 한잔하시라. 나를 포함해 셋 정도만 되어도 인생 잘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157쪽)

심성이 엇비슷하게 곱고,
한마디 말로도 상대에게 용기를 줄 수 있고,
엇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늙었으면 좋겠다.

해운대 포장마차 촌에 ‘갈매기13호’라는 곳이 있다.
작년에 우연히 처음 간 후로 부산에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 되었다.
죽 늘어선 포장마차들에서 흔히 호객을 하는데
그집은 그렇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그냥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날의 내 기분처럼.
혼자 마시는 모양새가 마음이 쓰여서 그랬는지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조갯국, 멍게, 성게 알 등 서비스가 계속 나왔다.
사람에 지쳐 바닷바람 쐬러 온 해운대에서
사람의 정을 다시 느끼다니. 아이러니다.
마치 생일상처럼 그득한 해산물을 안주 삼아 오랜만에 대취했다.
바에서 젊은 아가씨와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하지만
누이 같은 포장마차 주인과 이야기하는
세상사는 온몸에 팍팍 스며든다.(160쪽)

이 추운 밤, 어디서든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을 이들에게 날씨는 참 모질다.
빨리 날이 밝고 그리하여 햇살이 그들을 향하여 넉넉하게 비춰주었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장미꽃 한 다발 사들고 문을 나서지는 못하고 이 페이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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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AFE 2007
    from 제발 제발 2011-01-15 15:19 
          이수동 <토닥토닥 그림편지>,<아직 피어 있습니까, 그 기억>,<사랑을 묻는 당신에게>,<단 하나뿐인 당신에게>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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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2011-01-20 02:38   좋아요 0 | URL
요걸 먼저 봤어야했는데..위..조르조,쩝..넘 어렵구요. 이 책은 확 땡겨요.
읽는책 취향도 상향조정해야겠고
그림에 대한 섣부른 욕심까지 챙기느라...에궁~
양철님, 나빠요.

양철나무꾼 2011-01-21 01:51   좋아요 0 | URL
ㅎ ㅎ ㅎ ...더 어려운 책들도 두루 섭렵하시더구만, 엄살은요~^^


이 책 진짜 토닥 토닥 위로가 되어 줘요.
그림도 그렇고, 그림에 붙인 제목도 그렇고, 곁들인 글들도 그렇고...^^

아이리시스 2011-01-20 15:23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아들 나 줘요. 저 주세요.
아, 귀엽다^^

그림 너무 예뻐요.
특히 핑크로다가.. 담번에 제 서재에 댓글 다실 때 선물주세요. 아하하.^^

양철나무꾼 2011-01-21 01:57   좋아요 0 | URL
얘가 어릴 땐, 좀 귀여웠지요.
지금은 애물단진데...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그러지 말고, 다른 쪽으로 한번 눈을 돌려 보시죠.

같은하늘 2011-01-23 16:51   좋아요 0 | URL
너무 이쁜 아드님의 마음과 너무 이쁜 그림의 책이 눈에 쏙 들어와요.^^
보관함에 담아 두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1:47   좋아요 0 | URL
그림도 예쁘고,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도 참 예쁘고, 글도 하나 같이 다 예뻐요~^^

꿈꾸는섬 2011-01-24 07:27   좋아요 0 | URL
멋진 리뷰 올려주신 나무꾼님^^ 너무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1:48   좋아요 0 | URL
꿈섬님께 멋진 리뷰라고 칭찬을 받으니, 임무를 완수한 것 같다는...^^

따라쟁이 2011-01-24 22:54   좋아요 0 | URL
아.. 이뻐요.+_+

양철나무꾼 2011-01-25 01:49   좋아요 0 | URL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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