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치거나, 삶이 힘들거나, 삶이 무료할 때...맛난 음식을 먹으면 좀 낫다.
아니다, 그냥 맛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확실하게 매워야 한다. 
어렸을 때는 떡볶이가 그런 음식이었고, 요즘은 오징어볶음, 냉면이나 쫄면 같은 걸 먹는다.
아, 매운 닭꼬치도 먹어봤다.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먹지는 못한다.
점점 더 매운 걸 밝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속이 뒤집어지는 걸로 부족해 얼굴까지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집밥
서나형 글, 박세연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08년 12월

'오늘도 집밥'이라는 책을 봤다.
요 며칠 참 힘들었었는데, 내게 위로가 됐다.
이 책 요리책이 아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삶에 관한 얘기다.
삶에 지치거나, 힘들거나, 무료할 때...는 다른 말로 바꾸면 '일상'이다. 

일상에서 집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소소한 얘기들인데,
이 소소한 얘기들이 아무맛 없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베어나오는 흰 쌀밥 같다.
난 하루 한끼, 아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찬을 차릴려고 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 밖에 없으니까,
남들 옷에 냄새 밴다고 아침에 안하는 생선도 굽고,
아침에 삽겹살을 굽기도 한다.
나야 물 말은 밥에 김치 하나 얹어도 충분하지만, 소 힘줄도 씹어삼킬 아들 때문이다. 

주말엔 양배추와 상추 쌈을 골고루 먹었다.

양배추쌈이든 상추쌈이든 쌈은 그런 것 같다. 속이 쓰리고 아플 때, 누가 뭐라고 싫은 소리하지 않았어도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해 속이 불편하고 허할 때, 뾰족하고 날카로운 감각이 삐죽 올라와 타인과 마찰을 일으켜 가슴 한쪽을 쿡쿡 찌를 때, 보자기로 한 번 싸서 둥그렇게 나를 안아줄 수 있는 맛, 세상의 쓴맛을 달콤한 맛으로 바꿔주는 매직망토 같은 것, 양배추쌈이다. 기나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런 맛.(134쪽)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작가의 글솜씨에 비해 좀 맹숭맹숭하다.
이렇다 할 고기 반찬이나 얼큰한 찌개,이름모를 신선로나 구절판 따위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하나 같이 내가 어린 시절 먹던 음식들이어서,
할머니 생각도 나고, 가슴이 뻐근해져 오기도 했다. 

이 다음에 우리 아들에게도 이런 집밥으로 기억되는 엄마이고 싶다. 
근데, 난 간을 거의 안해서...식탁에 소금과 간장 종지가 오간다. 
소박한 밥상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는데, 심심한 밥상으로 기억되지나 않으려나 모르겠다~ㅠ.ㅠ

암튼, 카피라이터 답게 글이 통통 튄다. 
이웃블로거가 혼자 콩국수를 해먹었다는 자랑글과 사진을 보고는,
올라야할 오이채는 사라지고 오이김치 굵기의 오이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라고 적고 있었다. 

내가 한밤중에 '푸하하 ~' 웃음을 터뜨린 건 이 구절 때문이었다. 

   
 

수많은 이웃의 댓글들. 모두 위로를 한다. "누구나 다 그렇게 썰어요. 채를 잘 썰면 엄마죠. 우린 주부도 엄마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 오이채, 콩국수에 얹지 않고 그냥 손으로 먹어도 되겠어요라는 댓글은 올리지 않았다. 여기서 밝혀요."(176쪽)

 
   

요즘 좀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은 많지 않지만, 재밌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도현신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2월

전쟁으로 들추어낸 음식들의 개인사. 책에서 다루는 음식들은 만두, 맥주, 환타, 커피, 라면 등으로 대개 의식하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흔한 것들이다. 이 책은 이런 ‘평범함’ 뒤에 감추어져 있던 음식들의 ‘개인사’를 풀어낸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 <난리 통에 탄생한 음식>에서는 전쟁터에서 요긴했던 음식들을 주로 다룬다. 2부 <전쟁이 남긴 음식>에서는 전쟁이 전파한 음식들에 중점을 두었다.

이제는 그 유래가 어느 정도 알려진, 몽골이 고려를 지배하면서 우리나라에 전해준 소주와 설렁탕을 비롯해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이 군량으로 먹으면서 세계에 알려진 스팸, 2차 대전 후 일본인들의 허기를 달래준 라면, 아편전쟁 직후 영국인들 비위를 맞추려고 개발된 탕수육, 빈을 공격하다 패주한 오스만제국군이 남긴 군량 중 하나였던 커피까지 여러 음식 이야기가 감칠맛 나게 전개된다.  <알라딘 책 소개> 중에서,

  

요즘 내가 무한반복 듣고 있는 건 이 곡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 2집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스튜디오 브로콜리 / 2010년 10월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그렇지만 그게 왜인 건지
내가 이상한 것 같아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마음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꼭 맞는 만큼만 말하고 싶어

이해하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
그렇지만 욕심 많은 그들은
모두 미쳐버린 것 같아

말도 안되는 말을 늘어놔 거짓말처럼
사실 아닌 말로 속이려도 해도 넌
알지 못하는 그런 건가봐 생각이 있다면
꼭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마음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좀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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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3-01 03:43   좋아요 0 | URL
마음이 잘 가닿지 않아요, 20대 중반까진 그래도 참을만 했는데, 이젠 가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내쪽에서 마음의 문을 잠궈요. 노래가사 보니까 문득, 내 말만 안 건너가는 게 아니라 저 쪽 말도 내게로 잘 건너오지 않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양배추쌈, 상추쌈, 으흐흐.
엄마에게는 요리책이 위로가 되기도 하는군요. 저는 아직 거기까진 잘,,
내가 먹는 게 좋지, 하는 데서는 그다지 기쁨을 느낄 수 없다고나 할까.
내가 한 음식을 맛나게 먹어주는 타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사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우울함에서 벗어나요, 봄이 오고 있어요.
꽃샘추위도 오지만, 우린 괜찮을 거예요.^^

양철나무꾼 2011-03-02 00:14   좋아요 0 | URL
무뎌질려고 무진장 노력해요.
그래서 가닿지 못하거나, 전해져 오지 못했을 때...번지수를 잘못 찾았거나 다른 언어로 얘기하고 있다고 체념해 버리고 말아요.
그리고는 내 마음을 다 꺼내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쩜 난 코끼리 만한 내 마음의 아주 조금을 보여준 거고...어떤 이는 코끼리의 뒷다리만을, 어떤 이는 코끼리의 코만을 전체인양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전 봄이 좋아요.
샤방샤방,하늘하늘한 스커트는 아니어도 스카프 한장으로 봄처녀가 될 수 있으니 말이에요~

님과 묶여 '우리'라고 불리우다니 무한영광인걸요~^^

hnine 2011-03-01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잘 못하는 솜씨에 매일 똑같은 일을 무한반복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힘든 일이 있으셨나요? 일요일도 하루 종일 비, 어제도 심통 날씨, 오늘도 오네요 비가 ㅠㅠ)

양철나무꾼 2011-03-02 00:17   좋아요 0 | URL
서울은 눈이 내렸어요.
그리고 조금 아까 밖에 나갔다 왔는데, 엄청 추워요~

님의 댓글 보니, 님의 페이퍼에서 보았던 송편 생각나요.
참 이뻤었는데...

낮에나온반달 2011-03-01 09:06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정감가는 말이죠? 집밥.

고구마조림 생각나네요.

양철나무꾼 2011-03-02 00:20   좋아요 0 | URL
님의 서재에서 제목 알게 된지가 언젠데 이제 봤어요.
그랬죠, 우리 참 공통된 음식이 많죠.
만두도 그렇고, 고구마조림도 그렇고요~
내일은 고구마 몇개 골라서 고구마조림 해볼려구요~^^

글샘 2011-03-01 12:58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는 집밥에 환장했던 때가 있었답니다.
대학교 때 교생실습나가서 56킬로였는데, ㅠㅜ(굶던 시절)
하숙 들어가서 금세 67킬로가 되었던 기억이... ^^
하숙집 밥통은 제 거였어요. ㅎㅎ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도 지나가고 있을 거예요.
구제역 농가들 침출수 문제때문에 마을에서 살기도 힘들다고... 그분들 이야기 들으니 정말 힘들겠다... 싶더군요.
양철님의 힘든 일도 빨리 지나가길 빌어 드릴게요. ^^

특히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서 힘들 땐, 정말 시간이 필요하죠.

양철나무꾼 2011-03-02 00:31   좋아요 0 | URL
좀 날씬하셨네요.
저도 날씬해지고 싶으면 집밥을 먹지말아야겠네요.
(꼭 기억해 둬야겠어요~^^)

위로, 감사합니다.

cyrus 2011-03-01 13:15   좋아요 0 | URL
정말 집밥이 최고인거 같아요, 특히 어머니가 해주신 밥과 반찬만 있으면
진수성찬은 따로 없는거 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3-02 00:34   좋아요 0 | URL
저도 집밥 해주시는 어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잘 먹어주는 아들이 있어서 밤을 꼴딱 새우고도 밥할 맛이 나는거네요.

님이 잘 드시고 건강하신 거...그거 어머니께 효됴하는 겁니다~^^

책가방 2011-03-01 14:22   좋아요 0 | URL
먹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집밥이 최고겠지만.... 방학동안 세끼 꼬박꼬박 밥상을 차려야 했던 저로서는 온갖 핑계를 다 대며 바깥밥을 갈망했었답니다.ㅋ
내일도 작은아이 입학식이라는 핑계로 외식을 주장할까 생각중입니다.^^

마음이 갑갑할 땐 언덕에 올라
푸른하늘 바라보자 구름을 보자
저 산너머 하늘아래 그 누가 사나
나도 어서 저 산을 넘고 싶구나 ♪♬

혹시 이 노래를 아시나 모르겠네요.
제가 간혹 흥얼거리는 노래랍니다.
어린시절 배운 동요이긴 하지만 가끔은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1-03-02 00:43   좋아요 0 | URL
요즘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올라서 말이죠.
저 돈 버는 사람인데도 바깥에서 밥먹기 두려워요.
그렇다고 마트에 가면 좀 낫냐하면 그렇지도 않고 말예요.
채소류나 과일류는 배 이상 오른 거 같죠~
엄한 인스턴트 식품만 장바구니 한가득 담아오게 돼요.

생각나요, 저 노래~
저 저 노래 연습해서 '누가누가 잘 하나' 나가고 싶어했어요~^^

herenow 2011-03-01 14:42   좋아요 0 | URL
집밥에 대한 책이 흥미롭네요.
요즘은 기능성 측면에서 '집밥'이나 '밥상'을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는데 말이죠.

읽다가 떠오른 이야기. 요리사 한 분이 물으시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뭔지 아세요?"
그 자리 30~50대 대다수의 대답은 아니나다를까 "집밥요."
누군가의 어머니이기도 했던 그분의 대답은?
"남이 해주는 밥요."

(물론, 식당에서 사먹는 밥이란 소리는 아니었죠.)

양철나무꾼 2011-03-02 00:48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책은요~
화려한 글빨을 자랑하지만, 음식은 소박하니 레시피도 성의없어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집밥의 힘'을 저절로 믿게 돼요.

저는 '할머니가 해주신 밥이요.'
할머니는 물론 돌아가셨구요~ㅠ.ㅠ

잘잘라 2011-03-01 14:39   좋아요 0 | URL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재밌을것 같아요.
다음달 평가단 리뷰 도서로 추천..할랬더니 분야가,
분야가 역사! 음.. ㅎㅎ

2011-03-01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2 00:52   좋아요 0 | URL
이 책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음~~~
술의 역사만 읊조리지 마시고,
음식의 역사도 애정해 주세요~^^

비로그인 2011-03-01 18:53   좋아요 0 | URL
흐흐..

저도 좀 삶에 지쳤을 때 먹는 음식과 음악이 요즘 절실하네요.
그런데 사람들 식단이 다 제각각이듯 삶에 지쳤을 때 읽는 책, 음악도 다 제각각인게 참 신기하기도 해요. ㅎ

전 어설픈 집밥과 음반 몇 개로 오늘을 나고 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3-02 00:59   좋아요 0 | URL
오늘은 녹두빈대떡 몇장 지져서, 막거리 한잔 했습니다.
낼 아침은 콩나물북어국 끓일려고 쌀뜨물 받아놓았구요~^^

어설픈 집밥이라...저 위 인용구를 살짝 페러디 하면 말이죠.
"누구나 다 그렇게 먹어요. 밥을 잘 하면 엄마죠. 우린 주부도 엄마도 아니잖아요."
근데, 왠지 님은 어설픈 집밥이 아니라,단아한 집밥을 고수하실 듯~^^

느린산책 2011-03-01 19:24   좋아요 0 | URL
요즘 계속 맛난 야그만 하시는 양꾼님^^
갑자기 어릴 적 먹었던 호박잎쌈이 땡기네욤~ 그리운 맛..
역시 노래도 먹는 것과 관련된..브로콜리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3-02 01:02   좋아요 0 | URL
전 먹는 얘기가 좋아요.
인생 뭐 있어요, 다 먹고 살자고 일도 하는거죠~^^

저도 갑자기 호박잎 쌈 먹고 싶네요.
한겨울에 어디가서 구하죠???
지금 '유자차'를 마시며, '유자차'를 들어요~

울보 2011-03-01 21: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여기저기서 이름은 많이 뵈었는데,,
페이퍼보고 살짝 놀러왔다가 오늘은 이렇게 자국을 남기고 갑니다
전집밥좋아하는데 엄마가 되고 요즘 집밥하기 싫어 가끔 나가서 먹기도 한답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2 01:0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도 여기저기서 종종 뵜었는데~~~
먼저 발자취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종종 마실가겠습니다~^^

전 집밥도 먹고, 나가서도 먹고 하는데...
더 이상 나가서 먹을게 마땅찮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정 가는 건데 말예요~^^

blanca 2011-03-01 22:20   좋아요 0 | URL
집밥 얘기. 저 책은 저한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귀찮다고 나가서 먹고 대충 먹고 하는 습관이 들려 해서 요새 다잡고 있는 중이거든요. 벌써 낼 아침 해놨습니다.^^ 칭찬해 주세요 ㅋㅋㅋ 브로콜리 너마정의 <보편적인 노래>를 듣고 거의 충격받았던 작년이 생각나네요. 유행가 들으면서 가사를 듣고 경이롭다,고 느껴본 거의 최초의 노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2 01:10   좋아요 0 | URL
저도 집에서 밥하는거 귀찮기는 한데요,,,
더이상 나가서 먹을 것도 없고, 조미료 만땅 들어간 음식 투덜거리면서 먹기도 싫고 말이죠~~~
낼 아침을요???부지런하시네요~
전 쌀만 씻어서 에약취사버튼 눌러놨어요.

'브로콜리 너마저' 정말 가사가 그렇죠~?^^

차좋아 2011-03-02 12:28   좋아요 0 | URL
빨간 떡볶이 물에 씻어서 한 입 먹고는 맵다고 물 한 컵 마시는 아가들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매운 걸 또 한 입 베어 먹도 또 물 마시고 ㅋㅋㅋㅋ (물 배만 채우는 )
매운건 기분좋게 하는 무언가가(캡사이신?) 있는게 분명해요. (극복하며 먹어서 그런가?)

저는(아직) 집밥보다 외식이 더 좋아요 ㅎㅎㅎ 아직 어린이 입맛ㅋ 매일 집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아쉬운걸 몰라서 그럴수도 있겠네요^^ 감사하는 마음 가져야겠습니다. ㅎ

양철나무꾼 2011-03-04 00:45   좋아요 0 | URL
저도 매운 떡볶이 엄청 좋아하는데, 먹고나서 다음날 엄청 후회해요.
우유 싸들고 가서 먹기도 하는데 말이죠, 다음날 속만 뒤집어지는걸로 부족해서 얼굴까지 뒤집어져요~ㅠ.ㅠ

따라쟁이 2011-03-02 14:01   좋아요 0 | URL
오이채든 무채든 채 썰다가 너무 두꺼우면 입으로 집어넣고... 마저 쓸다가 또 두꺼운거 나오면 입으로 집어넣고...

양철나무꾼 2011-03-04 00:46   좋아요 0 | URL
저도 채 써는 거 반, 입으로 들어가는 거 반 그랬었는데...채칼 좋은 거 장만했어요~^^

마녀고양이 2011-03-02 17:55   좋아요 0 | URL
난 주부이고 엄마인데, 채써는 솜씨가 왜 이럴까요, 한탄 중. ㅠㅠ

나무꾼님의 페이퍼 덕분에, 지금 마음이 떡볶이와 항정살 사이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무엇으로 먹을까나............

저절로 2011-03-03 13:12   좋아요 0 | URL
난 항정살!

양철나무꾼 2011-03-04 00:49   좋아요 0 | URL
채칼을 새로 장만하라니까요~
채의 굵기도 조절되고, 볶음밥용 썰기, 다지기 다 된다니까~
항정살을 구워서 그 위에 떡볶이 소스를 뿌려서 먹는 건 어떨까???^^

2011-03-02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3-06 00:10   좋아요 0 | URL
잠시 밥벌이의 필요성을 망각한채 백수로 음주가무에 팔렸어요~ ㅋㅋ
집밥의 힘은 책을 안봐도 잘 알지만, 전쟁이 만들어 낸 음식은 정말 궁금하네요.
양철나무꾼님은 글을 참 매력있게 잘 써요~
요즘은 서재 댓글이나 새글쓰기도 귀찮아서 눈팅만 했어요.ㅜㅜ

양철나무꾼 2011-03-05 12:27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님 안부를 개인적으로 여쭤야 하는 게 아닌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요~^^
망각은 때론 아주 좋은 약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잘 지내시죠???

순오기 2011-03-06 00:11   좋아요 0 | URL
옙~ 이번주는 띵가띵가 놀고 다음주부터 책도 정리하고 봄맞이 대청소 해야지요. 그리곤 아침마다 10리길을 걸어서 도서관으로 출근하려고요.ㅋㅋ

양철나무꾼 2011-03-08 01:06   좋아요 0 | URL
암튼,,,무사귀환하셔서 기뻐요~^^

세실 2011-03-05 08:24   좋아요 0 | URL
저도 아침에 삼겹살 굽고, 생선도 굽는답니다.
저녁엔 학원시간이 빨라 아이들이 먹고 가거든요.
가능하면 토속적인 음식 해줄려고 해요. 된장,청국장, 브로콜리(요건 토속은 아니지만),김치...
아 쌈 먹고 싶네요.
오늘은 김밥 해주려고요. 잠시후 재료 사러 나가야지~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짠하고 내놓으려는데 가능하겠죠?

양철나무꾼 2011-03-05 12:29   좋아요 0 | URL
세실님표 김밥, 완전 기대되는걸요~
눈으로라도 먹고 싶어요, 인증샷 올려주세요~

햇빛눈물 2011-03-08 21:20   좋아요 0 | URL
아 집밥!! 새삼 집밥이 좋다고 느꼈던 때였는데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너무 감사합니다. 김훈의 내젊은날의 숲을 보면 주인공이 휴전선 부근에서 6.25전사자 유해의 세밀화를 그리면서 전사자의 낡은 편지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편지 내용에 아마도 삭막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고요한 고지에서 엄마에게 쓴 편지였습니다. "상추 쌈이 먹고싶다.." 갑자기 엄마와 상추와 집밥이 생각나는 밤이네요...이 책 꼭 사봐야겠습니다. 아니 내일 교보문고 가서 당장 사야겠습니다. 좋은 밤되시길!!
ps : 그리고 저도 브로콜리너마저 좋아하는데...ㅋㅋ 감상잘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9 01:19   좋아요 0 | URL
저도 김훈의 이 책 나름 재밌게 읽었어요.
전 이 책 읽고 아버지 생각에 어쩌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전 집밥하면 할머니가 떠올라요.

이 책, 요리 책으로의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지만...
편안하고 포근한 책이에요~

감은빛 2011-03-11 15:12   좋아요 0 | URL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이 책 관심가는 군요.
뭔가 맛있는게 땡기는 금요일 오후네요! ^^

양철나무꾼 2011-03-15 22:18   좋아요 0 | URL
댓글이 한참 늦었네요.
ㅎ,ㅎ...이 책 관심 가지실 것 같았어요.
아직 들춰보기만 한 단계지만 괜찮던데요~^^
 
굿바이 블랙독 -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
매튜 존스톤 지음, 표진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4월
구판절판


'굿바이 블랙독'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그림을 10분 정도 보는 것만으로도 블랙독이라는 존재를 발견하게 될 것이며, 우울증의 치료, 희망, 마음의 평화에 이르기 위한 길을 깨닫게 될 것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다.

"길을 잃지 않고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을 찬찬히 따라 읽어 보자.

이 책 속에 나오는 이는 블랙독을 좀 일찍 만난다.

뒤돌아 보면, 20대 초반부터 블랙독은 내 인생을 끊임없이 들락날락거렸다.

녀석이 나타나면 공허감이 느껴졌고, 삶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간다.

온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블랙독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삶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즐거웠던 일도 갑자기 시들해졌다.

입맛도 떨어졌다.

녀석은 내 기억력과 집중력을 갉아먹어 버렸다.



녀석 때문에 뭘 하거나 어디를 가려면 슈퍼맨 같은 힘이 필요했다.

녀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집이나 직장에서 나를 감추고,
멋지고 훌륭한 사람인 척 사람을 속이게 되었다.

내 감정을 속이고 남을 대하려니 무척 힘이 들었다.
나는 간질이나 심장병, 당뇨병처럼 숨기기 힘든 질병을 숨기려는 것과 비슷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블랙독, 이 녀석은 부정적인 말만 하게 만들었다.

녀석은 나의 짜증을 돋우었고 나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녀석은 내게서 사랑의 감정을 앗아갔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친밀한 감정을 품는 것조차 방해했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괴로운 밤이 이어졌다.

블랙독을 키우며 사는 것은 단순히 의기소침해지거나,슬퍼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모든 감정이 메말라 버릴 수도 있다.

결국 나는 자가 치료에 능숙해졌다......
......하지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블랙독, 이 녀석은 결국 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나는 녀석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내 의지는 내 자신을 외면했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진료를 받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비로소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고, 이것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블랙독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랙독은 별별 특징들이 모두 섞여 있는 잡종견이다.

녀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서는 녀석을 길들일 수 있는 나만의 꾀를 터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침대 밑의 악어'가 떠오랐다.
자신의 의지를 잃고 매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우울증의 생물학적 특징이 잘 묘사되었다는 추천의 말처럼...그림이 참 예쁘고 이해하기 쉽게 그려져 있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우울증의 느낌을 잘 전해주고,
우울증에 이미 빠져있는 사람에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객관화하여...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알게, 알지 못하게...자기 안에 '블랙 독'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워 감추거나, 무섭다고 피할 게 아니라...
블랙독을 길들이고 그리하여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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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2-23 02:58   좋아요 0 | URL
글에 대한 댓글은 내일 달아야겠습니다.
실컷 울고 난 뒤의 상쾌함...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던가요..??
암튼..전 방금 원도 한도 없이 실컷 울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죠..^^

이 말을 쓰는 건 제가 이 늦은 밤에 깨어 있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리..ㅋ

양철나무꾼 2011-02-23 03:16   좋아요 0 | URL
저도 때로 때때로 실컷 울고난 뒤의 카타르시스가 느끼고 싶어 최루성 영화나 책을 집어들때가 있어요.
근데 지금은 졸리운데 잠은 오지 않아 안개가 자욱히 낀 것 같아요.
그래서 상쾌한 님이 좀 부러워요~^^

쉽싸리 2011-02-23 10:02   좋아요 0 | URL
우울증은 없는것 같은데(모르죠 그냥 제 판단일 뿐이니까요^^)자신만의 '블랙독'은 있는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기만', '거짓', '추한 욕망' 그런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진짜 '블랙독'을 키우고 있는데요,^^ 그 진짜 살아있는 것으로써의 그놈은 많은 부분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그래서 제가 우울증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1-02-24 02:05   좋아요 0 | URL
이 책애서 블랙독이라고 하여 개를 내세운 게, 오랜 세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온 견공들이 긍정적인 속성과 부정적인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무것도 못 키워요.
ㅎ,ㅎ...그 놈이 부재하게 됐을 경우의 즐거움의 결여를 염려한다고나 할까요?

전 우울증은 안 키우는데, 불면증은 키워서 말이죠~

2011-02-2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8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2-23 14:20   좋아요 0 | URL
이 책 안팔리겠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랙 독 너무 예쁘다,, 저희 집에도 있죠, 블랙 독 같은 흰둥이가.
나무꾼님의 최루성 영화나 책에 관해 듣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2-24 02:11   좋아요 0 | URL
근데, 이 그림책 직접 보면 위안을 얻는다니까요~
전 블랙독도 없고, 흰둥이도 안 키우고...제가 개 띠예요.

최루성 영화나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그때 그때 감정이입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최루성이 돼요.
참고로 책이나 영화,드라마를 볼 땐 눈물 흘리는 데 1,2,3...3초면 되거든요.
근데 제 자신의 일로는 잘 안 울게 돼요~^^

잘잘라 2011-02-23 16:23   좋아요 0 | URL
저의 블랙독은 주로 무의미, 무가치, 무소속, 보람없음, 비난의 감정을 좋아해요. 제가 실용/취미 분야 책을 챙겨보는 이유이기도 한데, 저에겐 이게 효과가 있어요. 요즘 저의 블랙독은 못먹서 비실비실.. 그래두 조심해야되요. 한끼만 잘 먹어도 슈퍼맨처럼 힘이 쎄지는게 블랙독이니까요. ^^

양철나무꾼 2011-02-24 02:15   좋아요 0 | URL
너무, 모든 일에 가치 부여를 하는 것도 버거울 거예요.
이제 저는 좀...무의미, 무가치, 보람없음, 적당한 뒷담화를 하며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그래도 몸 축나지 않게 맛난 것도 드셔가면서 다이어트 하세요~
참,참,참...저의 경우는 속이 조금만 허해도 우울해지던데,ㅋ~.

비로그인 2011-02-23 18:58   좋아요 0 | URL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사실은 저런 개가 나를 키우고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음... 개를 잘 달래는 요령을 키워야겠네요. 잘 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4 02:19   좋아요 0 | URL
인터넷이 엄청 발달했잖아요.
웹상에서 개를 키우는 프로그램도 한창 인기있었고,
지금은 '말과 나의 이야기'인가(?)...하는 게임이 있는데요.
말과 함께 달리고, 말을 키우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교배도 하는데...
실제보다 더 리얼하더라구요~^^

말을 한번 키워 보시는 건 어떨까요?^^

cyrus 2011-02-23 19:21   좋아요 0 | URL
우울증 관련 그림책치고는 일러스트가 재미있어요. OTL 일러스트를 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걸인과 그 옆에 있는 걸인 행세하는 개 사진이 생각나네요.^^

양철나무꾼 2011-02-24 02:21   좋아요 0 | URL
저도 저 OTL그림이 가장 몰입도가 높았어요~
그림에 일가견이 있으신 cyrus님이 보시기에도, 그림이 참 예쁘죠?

마녀고양이 2011-02-24 00:21   좋아요 0 | URL
그림책 색상이 조금만 더 환하면 무지 이뻐해 줄텐데.. ^^

하지만 나무꾼님 말씀대로, 우울증이란 놈과 블랙독이란 놈이 잘 매칭되네요.
앞으로 우울증 하면 시커먼 개가 떠오를거 같아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눈.
그래두 마지막에 아저씨의 니트 색상이 조금만 더 화사해서..
진짜 우울증 잡았구나 싶었으면 좋겠당... 아하하.

그런데 혹시 나무꾼님 우울해요?
곧 하던거 끝나죠? 우리 잼난거 하자.............. 시간 나게 되면.

양철나무꾼 2011-02-24 02:25   좋아요 0 | URL
실제 그림책은 색깔 참 이뻐요.
사진 못 찍는 내가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서 엉망이지만~

우울하진 않고, 숙제했어요.

봄이네요.
발바닥이랑 가슴 한켠이랑 간지러운 것이...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차좋아 2011-02-24 12:13   좋아요 0 | URL
아... 저 반한 거 같아요. 저 이 책 좋아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사실은 리뷰가 좋아요. 책은 아직 안 봤으니까요 ㅎㅎㅎ 책도 좋을 거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2-28 01:17   좋아요 0 | URL
책은 그림이랑 색깔이 더 선명하고 예뻐요~
저, 실은 이 책 읽거 리뷰 쓸 당시만 해도, 그렇게까지 했었는데요.
요 며칠 효과 톡톡히 봤어요~^^

다락방 2011-02-24 15:43   좋아요 0 | URL
저 완전 부랴부랴 이 책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땡스투는 양철나무꾼님의 몫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8 01:19   좋아요 0 | URL
전 참 좋았어요.
님도 좋으셨으면 좋겠어요~^^

모름지기 2011-02-26 00:08   좋아요 0 | URL
아직은 전문가의 도움까지 필요치 않다고 생각은 들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 이 책이네요.하하
땡쓰투..추가요.^^

양철나무꾼 2011-02-28 01:20   좋아요 0 | URL
이 책 뒤에 보면 우울증 테스트 하는 법이 나오는데, 참고가 되실 듯~^^

햇빛눈물 2011-02-28 03:48   좋아요 0 | URL
저도 우울증은 아니지만 가끔 센티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더 심해지죠. 왠지 하늘만 보게 되고. '블랙독' 이쁘네요.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만의 '블랙독'이 있을 것 같네요. 좋은 책일 것 같습니다.
땡쓰투~~~ 저도 추가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1 02:23   좋아요 0 | URL
전 술이 들어가면 '배시시~' 웃는 과예요.^^

어제, 오늘은 잔뜩 흐려서 말이죠.
하늘 보면서 분위기 제대로 잡으셨겠는 걸요~

저절로 2011-03-03 13:27   좋아요 0 | URL
저를 키우세요. 그리고 길들여보세요.(자, 에파타 가서 물어와!)

양철나무꾼 2011-03-04 00:40   좋아요 0 | URL
제가 뭐 키우는 거 메롱이라니까요.
님이 절 키우시는 건 어떨까요~^^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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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나는 서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겹겹을 풀어헤쳐 놓고 보면 그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한 것이라 해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그 안에 무수한 직선과 곡선이 있다.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호흡을 발견하는 일, 사람들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펼친 다양한 삶의 전략을 찾아내 꼼꼼히 기술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서사의 부활이다. 
                                                   -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머리말 중에서 -

 

'마이 프린세스'라는 드라마를 보면 갑작스럽게 자신이 공주라는 걸 알게 된 김태희가 공주의 자질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고분분투하는게 나온다. 

우리나라의 왕들을 보면,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왕이 되기 위해 살아온 자들이란 생각이 든다.
왕이 된 후에도 그들이 하는 일은 왕권강화와, 왕의 세력에 대항하는 이들을 견제하는 게 전부인것처럼 보인다. 

난 국사에 좀 약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국사를 가지고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안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역사라는 건 빙산의 일각이고 나머지 부분들을 향하여 상상력을 발휘하려하면, 역사적 ‘사실’들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브레이크를 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서 웬만한 장르소설 한권을 읽는 것보다 더 흥미로웠다. 난 저자의 상상력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고, 저자의 이런 시도가 기꺼웠다.

   
  ‘강이천’이라는 연구 주제에 매달려 있을 때 나는 역사란 무엇일까를 여러 차례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 역사는 에피소드로 둔갑될 때가 많았다. 서사가 결핍되었다. 그래서 나는 중층적인 서사를 써 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사람의 냄새가 풍겨나는 서사, 역사 속 인물들의 망설임과 혼란과 고독함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역사, 역사적 주인공들이 추구한 삶의 전략이 파헤쳐지는 역사를 쓰자는 것이다.(15쪽)  
   


이 책은 조선 명탐정이란 영화를 보고 난후 정조가 너무 멋져 ‘정조’의 연장선 상에서 읽게 되었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우리가 성군으로 알고 있는 정조와 맞짱을 뜨는 인물로 지명도가 좀 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좀 약하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정조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고, 거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투쟁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사실 강이천은 정치력이 출중하지도 못했고, 조직력과 지도력도 평범했지만, 그의 이런 문화투쟁을 정조는 어떻게든 억누르려 한다.

   
  바로 그 몽상에 파괴적인 힘이 있었다. 당시 몽상의 힘을 바로 인식한 이는 아마 국왕 정조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강이천의 제어되지 않은 상상력이 현실과 단단히 결합될 경우 그것은 국가를 전복시키고 성리학 중심의 조선 문화를 여지없이 파괴시켜버릴 수 있다는 걱정, 왕은 바로 그런 염려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246쪽)  
   

그렇다고 강이천이 만만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강세황의 손자답게, 열두 살때부터 정조의 인정을 받았다.
열일곱 살에 진사 시험에 합격한 뒤로도 왕의 특별 배려를 받은 촉망받는 선비였다.
김려, 이옥 등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조선 역사의 틀을 김탁환으로 잡은 나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정조는 선비들에게 소품문을 금지해왔는데, 어떤 선비가 소품문에 물들어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박접회’라는 경솔하고 농염한 문제를 출제했다고 하는데 의도를 알아챚 못한 이옥은 그만 걸려들고 강이천은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났다(69쪽)는 구절은 흥미로웠다.

강이천의 불리한 신체조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그는 태독으로 좌시였고, 다리도 불편했다.
강이천과 함께 한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이천은 장애가 있었고 나머지는 출신이 서자였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느라 예언과 천주교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체반정과 관련한 이 책의 해석은 흥미롭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위배자의 대부분이 아직은 정권의 실세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젊은층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체반정은 특정한 정파를 억누르려는 정책이라기보다는 미래의 집권층인 젊은 세대를 상대로 한 정조의 문화투쟁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148쪽)  
   

문체반정이 이 책의 해석 같아야, 나의 그간의 궁금증이 풀리는 부분도 있었는데...
교과서에서 영정조를 ‘문예부흥기’라고 배운 것과 관련해서이다. 

   
  정조가 문체의 자유까지 억누를 정도였다면, 그가 과연 "문예부흥"을 일으킬 수는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정조 대에 부흥된 문예가 과연 무엇인지 그 성격도 불분명하다. 문예부흥의 범주와 내용을 규정하는 학문적 작업은 앞으로 더욱 조밀할 필요가 있다.(149쪽)  
   

솔직히 정조를 참 멋진 왕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이 책에 묘사된 정조가 참 아팠다. 그 중 정조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완고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그러했다. 하지만 역사상 뛰어난 인물들은 진보 성향을 띠기 마련이라는 일종의 선입관이야말로 환상이라고 얘기한다. 지배층의 지나친 보수성은 때로 국가의 근본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버린다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어쩜 정조는 그렇게 멋지기만 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어쩜 소심했고, 어떤 강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연과학의 토대 위에 선 ‘합리주의자’도 아니었다.

   
  그에게 성리학은 다분히 종교적인 기능을 가진 것이다. 성리학은 정조에게 하나의 완고한 신앙이었다.(136쪽)  
   

결국 정조가 성리학을 고수한 그 이유 때문에, 강이천은 성리학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강이천은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고작 서른 세살에 죽었다.
이 책에서 박지원 식의 ‘참세상’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박지원이 죽을때까지 그러한 정신적 지향을 고수했는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얘기함으로서, 연륜이 있는 박지원과 혈기 왕성한 강이천의 대비를 드러낸다. 

바다 건너온 해적 조문모 신부가 정감록에 나오는 해도진인이라는 유언비어를 날조 및 유포하고 이 유언비어로 타인의 재산을 갈취하려고 한 사건으로 제주도 유배형을 받았으나 순조때 신유박해때 강이천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고문을 받던 중 죽는다고 전해지는데... 
어쩜 그는 타인의 재산을 갈취하려 했던게 아니라, 공평하게 나눠 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꿨던 건 아닐까? 

이쯤 되면 이 책에서 우리에게 얘기하려는 바도 명확해진다. 
우리는 또 한번 문화적 암흑기 속을 걷고 있는건 아닐까?
봄이다, 마침 꿈을 꾸고 앞으로 나아가기에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한곳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중국이 어떻게 서쪽인지에 관해서이다.

정조는 가뭄이 “사악한 기운”의 결과라며, 그 기운이 “서쪽”에서 몰려온다고 단정했다. 서쪽은 중국이다. 그러나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조선의 왕인 그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원망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서쪽”은 중국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곳을 통해 유입된 천주교(“서학”)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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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2-20 23:12   좋아요 0 | URL
언노운 영화 어때요?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거든요 ㅎㅎㅎ

트롬은 네이버 전문가 평 보니까 평자가 반응이 극과 극 으로 갈리던데

아마도 저랑은 꿍짝이 안 맞을듯한 예감이 모락모락 남

양철나무꾼 2011-02-21 02:32   좋아요 0 | URL
전 트롬은 넘 재미없었어요.
3D여서 안경까지 끼고 봤는데...눈만 혹사시킨 기분이었어요.
그것에 비하면 '언노운'은 책으로 치면 제가 딱 좋아하는 류였어요.
영화로 치면 좀 뻔한 반전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구요.
전 자동차 씬이 손에 땀을 쥐게 했어요~^^

cyrus 2011-02-21 00:52   좋아요 0 | URL
이 책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강이천이라는 인물도 처음 들어본 것도 있었고
기존의 정조 시대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이견을 제시하는 주장도 흥미로웠구요.
이 책 읽으면서 저도 <조선 명탐정>이 떠올렸는데 정조 시대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문화적 컨텐츠도 다양한거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2-21 02:42   좋아요 0 | URL
전 기존 정조 시대에 대한 이견은 여기저기서 귀동냥을 했었어요,
그중 이분이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맞지만요~
저 이 분의 글쓰기가 참 맘에 들어, 다른 작품들도 찾아 보려구요.
님은 이 책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한걸요~^^
(실은 님의 리뷰가 더 궁금,ㅋ~.)

2011-02-21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1 02:48   좋아요 0 | URL
음~내가 또 건너뛰었나?'갸우뚱~'
이 책의 부제 '18세기 조선의 문화 투쟁'이랑 연관지어서,
우리는 지금 또 다른 문화적 암흑기를 살고 있고,
그렇지만 좌절하지 말고
'젊은이여, 꿈과 희망을 갖자~'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읽어보세요, 아주 흥미롭게 접근하실 수 있을거예요~^^

다이조부 2011-02-21 07:56   좋아요 0 | URL

주인장 이야기 들으니까 언노운 봐야겠네요 ㅎ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2-22 01: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보셔요~^^

차좋아 2011-02-21 12:49   좋아요 0 | URL
정조 시대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야기 꺼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영,정조 시대가 조선 문예의 부흥기이면서 문체반정이 있었던 정조의 시대이기도 하는군요. 음 생각해 볼 문제네요



양철나무꾼 2011-02-22 01:29   좋아요 0 | URL
김탁환의 작품들 속에서 간접적을 한번씩 다뤘던 소재들이어서 전 충격이 덜했는지도 몰라요~

이렇게 되면 제가 님께 생각거리 하나를 더 제공한 게 되나요?^^

아이리시스 2011-02-21 14:19   좋아요 0 | URL
준론 탕평책이나 문체반정으로 정조비난하는 이견도 꽤 있죠. 저도 조선시대 왕치고 정조를 엄청 대단한 왕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아무리 좋은 허울을 뒤집어써도 한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의견을 고수하려면 반대의견을 세력으로 누를 수밖에 없었던 역사시대 특성상.

저 주말에 <마이 프린세스> 10개 정도를 쭉 보는데(한 번 볼까 했다가 빠져들어서,ㅋㅋ) 왕의 과정은 참 힘들겠구나, 했어요. 위치가 그렇다기 보다는 끌어내리려는 세력들이 상상초월할만큼 많아서 그거 방어하느라. 백성들이든 국민이든 잘살게 할 생각만 해도 일년 열두달이 모자랄 사람들이 말이죠.

이 책 오늘 두 개의 리뷰를 봤으니까 까먹을 때쯤 저도 정조시대에 관한 책 모아놓고 잡식성 읽기를 한 번 시도해볼랍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2 01:36   좋아요 0 | URL
정조는 요즘으로 치면 인기관리를 잘한 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할아버지에 의해 왕이 되기까지 어린 나이부터 볼 것 못볼 것 다 보구 말이죠.

정조가 모델이 됐던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김탁환의 책들을 보면 정조는 뒤로 유화책을 참 잘 쓴 것 같아요~

전 정조도 정조지만,백승종님도 흥미로워서 말이죠~^^

반딧불이 2011-02-21 14:44   좋아요 0 | URL
정조와 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군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정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나오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정조가 매력있는걸까요?

양철나무꾼 2011-02-22 01:41   좋아요 0 | URL
님의 얘길 듣고 보니...그도 그렇네요.
엄밀히 따지면 정조가 아니라 정조를 향한 새로운 시각이 매력적인 게 되는 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1-02-21 18:38   좋아요 0 | URL
당시만 해도 우리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큰 나라라고 생각했지요. 우리나라가 중국 동쪽에 있으니 동방의 나라였고 그러니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서쪽이죠. 일본은 근대에 들어서 왜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냐? 하면서 차이나의 한자음인 지나로 바꿔 불렀던 때도 있었습니다.요즘엔 다시 중국이라 부르고 있죠.

양철나무꾼 2011-02-22 01: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노이에자이트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지리적인 서쪽이 아니고,
서쪽을 서방정토라고 표현하는 우리의 정서랑 관련하여...
서쪽에서 사악한 기운이 몰려온다는 표현이 의외라는 얘기였는데, 중간 생략을 넘 해버렸네요.
혹시 이 부분 관련 더 아시는 게 있으신지요?^^

반딧불이 2011-02-22 13:19   좋아요 0 | URL
서방정토는 멀리 서쪽에 있다는 이상향. 그러니까 극락세계를 말하는 것이고, 정조가 말하는 서쪽은 지리적으로 서쪽, 그러니까 천주교가 들어오는 곳 즉 중국, 서양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02-22 17:30   좋아요 0 | URL
고교 국어참고서 보면 정조가 소설을 싫어하는데 청나라에서 소설류를 많이 들여와서 엄금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문체반정에도 그런 성향이 반영됐죠.당시 청나라에서 여러가지 기묘한 물건이라든가 유행 같은 것이 많이 들어와서 엄격한 경건주의를 표방한 정조가 경각심을 가졌겠지요.

양철나무꾼 2011-02-23 02:59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노이에자이트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두분 얘길 듣고 보니...제가 원하는대로 상상력을 발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정조가 성리학을 고수했다면, 서쪽을 사악하다고 표현하는 따윈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서쪽을 사악하다고 얘기하는 순간, 성리학에는 반하게 되는거고...
어쩜 겉으로 보여지는 거 말고 정조의 마음 속에서는 김탁환의 소설들에서처럼 조용히 수긍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참으로 엉뚱한 생각을 해봤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박지원 등의 북학파 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구요~


2011-02-21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1-02-22 09:15   좋아요 0 | URL
중원이라 하여 세상의 중심이라하는 중화사상. 그리고 중화사상의 충실한 종복인 아우 동이족. 조선이 동이인건 중심에서 봤을 때 동쪽이라는 뜻인데 조선 스스로도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진족의 청나라가 들어서고 나서 조선 사대부들이 소중화주의라 하여 세상의 중심을 조선 반도로 옮긴 듯 합니다. 명나라는 멸망하였고 옛 중화의 땅인 대륙엔 오랑캐가 황제라고 자칭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맨날 북벌한다고 폼잡고 ㅋㅋ 청나라는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아닌거죠. 그야말로 오랑캐.
아닐까요? 중화사상의 진정한 계승자는 조선 사대부들인거죠.(누구맘대인지는 몰라도~)


양철나무꾼 2011-02-23 03:06   좋아요 0 | URL
이럴때 동쪽이나, 서쪽 내지는 '중앙'따위는 참 애매모호한 거더라구요.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이 서쪽인 게 맞지만,
우리나라가 소중화가 되어 중국과 뭉뚱그려졌을때는 서쪽이 티벳고원 정도가 되어 버리니까요?^^

모름지기 2011-02-23 01:48   좋아요 0 | URL
정조 주위엔 가만 보면 참 멋진 사내들이 많았어요.하하
비록 뜻을 다 이루진 못한 왕이었지만 행복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언급하신 부분이 아프게 다가오는것에 공감합니다. 사실은 불운으로 불리고, 평가되는 왕이잖아요. 과연 어떻길래 장르소설보다 재밌다시는지 읽어보고..맞구나~ 하면 좋겠어요.
전에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라는 책에 대한 님의 언급으로 겁없이 그 책을 집었다 고생 좀 했거든요.하하

양철나무꾼 2011-02-23 03:14   좋아요 0 | URL
네, 정조와 그 주변을 보면...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요.
너무 밟아서 더 고개를 세운건지,고개를 세울 수 있도록 부추겨줬는지는 모르겠지만...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남정네들이잖아요~^^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를 제가 언제 언급했죠?
조르조 아감벤 때였나요?('기억이 안나요~ㅠ.ㅠ)

모름지기 2011-02-26 00: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조로조 아감벤 때..^^

양철나무꾼 2011-02-28 01:1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쉽싸리 2011-02-23 10:58   좋아요 0 | URL
백승종 이란 분의 이력을 보니 흥미롭네요.
이분과 이덕일씨를 비교한 기사가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201023010
저는 소위 미시사 연구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좀 하자 라고 읽었습니다만,,,
현대에서 한정된 사료를 기반으로 (과거)역사를 논하는 것이 한계와 어려움이 있을수 있겠죠. 역사가에게 필요한 능력은 어쩌면 뛰어난 창조성이 제일 인듯합니다. 거기에다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이 가미되면 금상첨화겠죠^^

저는 정조시대를 배경으로한 김탁환의 소설을 읽다가 말았는데요(방각본 살인사건 만 읽었으니 그 후 나온 본격적인 백답파에 대한 얘기들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소설을 통한 역사이해도 참 좋은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은 금방?읽히니,,,

양철나무꾼 2011-02-24 01:57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기사, 감사합니다.

저 이 기사 좀 그랬어요.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서로가 서로를 흠집내는 기사가 마음 아팠어요.
이런 방법이 아니어도 충분히 두드러지는 입지에 계시는 분들인데 말이죠~ㅠ.ㅠ
 
하트의 전쟁 이스케이프 Escape 3
존 카첸바크 지음, 권도희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은 길을 가다가, 또는 어떤 행동을 하다가 머뭇거릴 때가 있다.
걸음을 늦춰 이것저것 쳐다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예 멈추고 뒤돌아 내가 지나온 길을 쳐다보기도 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을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난 과연 내 길을 잘 가고 있을까?
내가 가는 길을 바꾸면 안 될까?
어릴 때는 그저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안도했었다.
온통 뒤얽힌 미로에서 길을 잃었어도 그저 길 위에 있는 것으로 안도했었다. 

이제는 한걸음 떨어져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내 길이지만,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니 실타래처럼 엉킨 부분도,막힌 부분도 감지된다. 
엉킨 실타래를 풀고, 막힌 곳을 뚫을 방법을 궁리한다.

전시에는 거의 다 전쟁터에서 죽을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가? 
엉킨 실타래를 만났을때 포기하고 주저 앉지 않은 사람들, 막힌 부분을 뚫은 사람들, 또는 다른 길을 모색한 사람들이 아닐까?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해준 사람이 있는데,
그의 조언을 빌리자면 '적선, 기도와 명상, 좋은 스승, 독서, 자기 사주를 아는 것, 명당'등이 그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존 카첸바크'를 얘기한다. 
'하트의 전쟁'이 번역되기 전이라,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나 '애널리스트'등을 얘기하곤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떠듬떠듬 원서로 읽던 그 시절, 이 책의 주인공 하트가 엄청 부러웠다. 
('하트의 전쟁'은 우리나라에 영화로 먼저 소개되었었다.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영화와 책은 좀 다르므로 책을 권한다.)

그런 멋진 기수를 상관으로 둔  그가 부러웠고, 전쟁 포로로 끌려가서도 스승이 있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그가 부러웠다. 

세월이 좀 흐르고, 요번에 번역본을 읽으면서,
그런 사수와 스승을 둔 하트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  

이 책은 다방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전쟁의 상흔이 무섭고 인종차별이 잔혹하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꽃 피우는 인간애가 있고...그것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이책에는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용기를 주고,북돋워 줄 수 있는지,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 그게 거짓일지라도 사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되어지고 있다.

물론 시대 상으로 미루었을 때,
운명을 안 좋은 쪽으로 바꾸는 악연도 등장하지만...
내가 읽은 건 '사람의 운명을 나은 쪽으로 바꾸는 법'에 대해서이다.

“대위님,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을 해봤는데,
처음엔 희망과 믿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다시말해, 운명이 곧이 곧대로만 흘러간다면, 
그래서 희망이나 절망 따윈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답게'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굴곡이 있어야,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다.
때로는 그 희망이 거짓되고 무모해도 말이다. 

그런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저런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런 질문을 생각해 내고, 누군가를 향하여 저런 걸 물어볼 수 있고 대답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그런 행위를 통해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엉킨 실타래를 풀고, 막힌 부분을 뚫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건...
자기가 읽은 책들을 통해서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수나 스승을 통해서이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내편과 네편의 경계가 있는게 아니라... 
자기 마음 속에 만들어낸 허상의 적,다시말해 자기연민 따위가 가장 큰 적이 아닐까? 
편이나 경계 따위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이 복잡하다.
나로부터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마냥 틀려질 수 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하트, 젠장, 굶어 죽는 줄 알았어.”
“모두들 항상 배가 고프죠. 그건 중위님도 알 거예요. 질문이 있는데, 얼마나 배고픈가를 물었을 때, 집에서 지내는 중위님이 ‘굶어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건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지 여섯 시간 정도 지났고, 이제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 거예요. 아마 포트 로스트가 나오겠죠. 익힌 야채와 감자에 그레이비를 듬뿍 끼얹어서 말이에요. 물론 여기서 ‘굶어 죽을 것 같다’는 건 실감 나라고 한 말일 거예요, 안 그래요? 만일 중위님이 요 전날 이곳을 지나간 불쌍한 러시아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면, ‘굶어 죽을 것 같다’는 말은 그보다 훨씬 사실적인 의미였겠죠. 안 그런가요? 단순한 말 몇마디가 아니었을 거예요. 그저 해보는 말이 아니란 말이죠.”
토미는 친구의 장점 중 하나를 깨닫고 내심 미소 지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상태에서, 그 즉시 입을 다물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과묵함은 배려심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토미는 휴가 폭격기 조종석에서도 특유의 관찰력과 정서에 따라 말이 없고 유능했을지 새삼 궁금했다. 분명히 그랬으리라.(167쪽)

“하트 소위, 자네는 뭘 보려고 왔지?”
........
“특별히 보고 싶은 건 없습니다. 어딘가에 기대를 품고 가면 보통 기대한 만큼만 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냥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뭐든 필요한 것을 보게 되겠죠.”(186쪽)

토미는 빠르게 걸으며 주변의 공기를 흩뜨리는 이른 아침의 습기를 느꼈다. 비행하기에 좋은 말씨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날씨가 안개와 진눈깨비, 폭풍에 시달리는 편이 나았다. 날씨가 청명하게 맑고 따뜻하다면, 그건 사람이 죽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잿빛 하늘의 추운 날씨, 영혼까지 스며들 것 같은 쌀쌀한 날씨가 나았다.(210쪽) 

"내가 알기로 믿음이란 신뢰를 얻은 사람에게 남아 있는 최고의 선물이지 요구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믿음이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겁니다. 상공에서 나란히 비행하는 중에 심한 옆바람에 흔들리면서, 메서슈미트와의 싸움에 함께 뛰어들며 생기는 거죠. 믿음은 가지기 힘들지만 한번 가지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겁니다."(227쪽) 

이 책이 지금이라도,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
번역 상의 오류도 많았고, 좋은 구절, 생각해 볼 구절도 많아서...포스트 잇을 잘라 붙여 놓은 게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를 닮았다.
'견고한 서스펜스'나 '고감도 심리 스릴러' 따위의 헌사로는 부족하다. 부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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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8 02:50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예전에 댓글로 나무꾼님이 추천하신 책이었군요. 나온지 얼마 안되서
읽을 수는 없지만 예전에 나온 작가의 소설들을 먼저 읽어봐야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2-20 02:54   좋아요 0 | URL
네,네~
아쉽게도 '애널리스트'는 절판돼서 구하기가 쉽지 않을거예요~^^

stella.K 2011-02-18 11:07   좋아요 0 | URL
참,'견고한 서스펜스'나 '고감도 심리 스릴러'물에 대한 리뷰를
이렇게 잘 쓰는 분은 양철님 밖엔 없을 것 같군요.
제가 이쪽과는 친하지 않아 그냥 재미나 있으면 모를까, 뭐 여기서
얻을만한 사색이나 철학적 통찰이 있을까 싶은데
당장이라도 읽고 싶게 만들잖아요!
근데 이책 가격도 가격이지만 두께가 만만치 않군요.^^

양철나무꾼 2011-02-20 02:57   좋아요 0 | URL
우와~
이쪽을 잘 모르셔도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답니다.

그러게요,저도 두권으로 나뉘어 나올 줄 알았는데 한권이더라구요.
독자 입장에선 땡큐한 일이지만, 출판사로선 무릎썼겠죠~^^

2011-02-18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0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2-18 13:23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나무꾼님 올리신 리뷰만 보고 엄청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글이 마음에 들어요.^^

양철나무꾼 2011-02-20 03:00   좋아요 0 | URL
네, 진짜 괜찮다니까요~^^
한번 믿어주세요~!!!

아이리시스 2011-02-18 13:24   좋아요 0 | URL
음.. 이건 또..
재밌겠다!!!
번역안된 원서도 읽는 나무꾼님, 장르소설에서 철학을 읽어내는 나무꾼님,
저녁에 자든 밤에 자든 새벽에 자든 일어나는 시간이 같다고 하신 나무꾼님,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 먹고 싶잖아요,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2-20 03:04   좋아요 0 | URL
장르소설에서 철학을 읽어내면 안되는데...
뭐, 일상이지...삶의 연장선 상이지...별다를게 없어야 하는데 말이죠~
빨간날은 원없이 늦잠 자요.
아마 내일(오늘)도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감자 점점이 박힌, 그 핫도그~^^

순오기 2011-02-18 13:42   좋아요 0 | URL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요. 알라디너들 덕분에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

양철나무꾼 2011-02-20 03:07   좋아요 0 | URL
전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하늘이 준 소임쯤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순오기님이 마냥 존경스럽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저도 누군가의 사수,스승이 되어야 할 때란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구요~

잘잘라 2011-02-18 14:42   좋아요 0 | URL
존 카첸바크를 기억할께요.

하트의 전쟁두요. 제가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그건 순전히 양철나무꾼님 때문이니까 제가 책을 읽는 동안 아마 귀가 좀 간지러우실거예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2-20 03:09   좋아요 0 | URL
오른쪽 귀가요, 왼쪽 귀가요?
후회 안 하실테니, 걱정 없어요~^^

저절로 2011-02-18 15:31   좋아요 0 | URL
부디 일독을 권한다..알았어요.일독해 드리지요.

양철나무꾼 2011-02-20 03:11   좋아요 0 | URL
일독만 하세요~
존 카첸바크를 끼고산다고 하실까봐 두려워져요,ㅋ~.

느린산책 2011-02-18 22:24   좋아요 0 | URL
아까 만추 보러가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읽었어용. 집중력 최고~ㅋ
생전 첨 듣는 작가, 책이지만 정말 일독하고 싶은 맘이 드는 리뷰더군여^^

양철나무꾼 2011-02-20 03:11   좋아요 0 | URL
만추 보셨군요?
저는 언노운 봤어요.^^

후회 안 하실거예요~

글샘 2011-02-19 11:24   좋아요 0 | URL
아주 '관조'적인 리뷰예요. ^^
핫도그 방망이 까지도 말입니다. ㅎㅎ
양철 님의 독서 세계와 제 그것 사이엔 별로 교집합이 없는데도... 님의 리뷰 읽고 나면 책이 읽고 싶어진답니다. 그치만... 읽을 기회는 아직 멀리 있는 듯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2-20 03:17   좋아요 0 | URL
님과 저의 독서 세계에 교집합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집부터 시작해서, 마리 여사, 이옥에, 시코쿠에...
음~~~더 이상 생각이 안 나네요~ㅠ.ㅠ

읽고 싶으시다면야 코 앞에 대령도 할 수 있는데,
실은 관심이 없으신거겠죠~^^

글샘 2011-02-21 17:19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무협지도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판타지보다는 로맨스 쪽이 제 취향인 모양입니다. ㅋ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이제 읽어야 할 책을 좀 줄이려구요.
꼭 필요한 책 읽기에도 시간은 풍족하지 않은 거 같기도 해요.

양철나무꾼 2011-02-22 01:16   좋아요 0 | URL
ㅎ,ㅎ...저는 고등학교 때 무협지 족보 그려가며 읽었어요.
멜랑코리한 글은 가뭄에 콩나듯 쓰시는 분이, 로맨스 쪽 취향이시라니 믿을 수 없어요.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저도 늘 하고 살아요.
열심히 줄여도 장르소설이 최후까지 남는다는 게 님과 저의 차이죠~

herenow 2011-02-20 13:03   좋아요 0 | URL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하실때도 '존 카첸바크'를 말씀하셨죠.
(전 왠지 스토커? ㅋㅋ; 그게 아니라 워낙 특이한 이름이라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장르소설쪽엔 문외한인지라, 양철나무꾼님의 글을 읽으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되는걸까 궁금해진답니다.

물론, 어떤 책이건간에 감각적인 나름의 색깔로 느낌과 생각을 풀어내는
양철나무꾼님만의 글솜씨가 있어서겠죠.

존 카첸바크라는 양반을 알려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되는 건가요? (조언 부탁드려요)
한참이나 잊고 지내는 '소설 읽기'의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1 02:29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와 있는 건,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애널리스트''하트의 전쟁'이렇게 세권이예요.
순서나 경계가 정해진 게 아니니까 어떤 것을 먼저 읽어도 좋으실거예요.
다 심리스릴러라고 평가받기에 손색이 없어요.
읽어보시면 님도 충분히 관심 가질 수 있는 분야일듯~^^

이박사 2011-02-21 22:57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리뷰네요. 전 양철님과는 약간 다르게, 이전 소개된 두 작품에서 많은 실망을 했는데 '하트의 전쟁'은 대만족입니다.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2 01:25   좋아요 0 | URL
ㅎ,ㅎ...실은 이박사님 서재 열심히 들락거렸었는데 여기서 뵈니 더 반가운 걸요~
그분의 이전 작품들은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하죠.
'어.미.사'는 그 늘어지는 수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애널리스트'는 중간생략,생략하지 말아야할 것도 생략, 이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존 카첸바크를 '쫌' 애정하나 봐여~^^

Saint Jimmy 2011-02-22 08: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얼마전에 <하트의 전쟁> 다 읽었습니다.
이스케이프 시리즈 중 <타운> <워치맨>보다도 좋더군요.
앞으로의 라인업이 더욱 더 기대가 되고 기다려집니다.
네 번쨰 라인업은 코디 맥퍼딘이라는 작가의 <섀도우 맨>이라고 합니다.
이스케이프가 더 흥했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2-23 02: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aint Jimmy님.
전 요즘 '로버트 크레이스'도 좀 멋있어서요, 조 파이크 시리즈 기대하고 있어요.

전 이스케이프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소설 출판사 들도 다 흥했으면 좋겠어요~^^

모름지기 2011-02-23 01:52   좋아요 0 | URL
어쩜..전 이렇게 근사한 리뷰를 언제쯤 쓰게 될까요?
이런 칭찬 하도 들어서 이젠 식상하시죠? 하하하
전..특히나 소설을 감성적으로만 치우쳐 읽어서 늘..수박 겉만 핥는게 아닌가 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1-02-23 02:49   좋아요 0 | URL
ㅎ,ㅎ...제가 말씀 안드렸나요?
전 지인들한테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다니냐는 소리를 듣고 산다니까요.
이성이나 감성이나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책 속에서 삶을 엿보고 실천하고 싶어요~^^

도깨비 방망이 2011-02-23 18: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데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 말씀인데요. 그 정도로 번역 상의 오류가 많았나요? 아님 양철나무꾼님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런가요? '이 책이 지금이라도,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는 말씀이 마음에 좀 걸려서요.

양철나무꾼 2011-02-24 01: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도깨비 방망이 님.
ㅎ,ㅎ,ㅎ...제가 까다로운 걸 간파하셨단 말씀이세요?

좋은 구절, 생각해 볼 구절도 많았지만...
맞춤법이나 어법 틀린 것은 차치하고 번역 상의 오류도 제법 있었어요.
이 책이 군대용어, 법률용어도 많고, 독일어도 섞이고 해서 번역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건 짐작합니다만~

'그는 신문에서 오려낸 사망 기사를 가늠하며 셔츠 주머니를 톡톡 두드렸다.(15쪽)'
이 부분의 원문을 보면,
He felt the obituary in his pocket, tapping the fabric of his shirt with his hand.
라고 되어 있어요.
->'가늠하다'라는 단어가 어색해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흔하지 않은 철자를 쓰는 성인의 이름을 물려받은 그는 비쩍 마른 조용한 젊은이로 그리 호감 가는 외모는 아니었다.
->성인의 이름이 아니라 성을 물려받은 거죠.

또 하나만 집어 보자면,
29쪽에 토미가 갇힌 곳은 '지하실 벽장'이라고 되어 있는데, 264쪽엔 '옷장'이라고 되어 있죠.
원서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용어를 하나로 통일시켜 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이 아주 좋습니다~^^

도깨비방망이 2011-02-24 08:2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역시 까다로운 분이 맞군요. 저기서 felt는 느꼈다라기보다는 가늠하다가 나은 것 같은데요. 가늠하다는 말은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지하실 벽장을 옷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다음 번엔 옷장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통일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죠. 오역이란 말은 폭발성이 강하니까 좀더 신중하게 사용하셔야죠. 양철나무꾼님이 존 카첸바크를 좋아하는 것과 오역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도깨비방망이 2011-02-24 11:0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역'이란 말을 '오류'로 바꿨군요. 좀 낫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쭤볼까요? 저 위에서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고 하셨는데, 본인이 정말 그 정도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세요? 서평 본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지니까 황홀한 착각에 빠진 건가요? 현실적으로 그런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드물어서 하는 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4 11:45   좋아요 0 | URL
착각하셨군요.
리뷰에 손대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오류라고 썼었는데 말이죠.

이 책의 역자 분신가요?
그렇다는 가정 하에 얘길 더 해 보기로 하죠.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놓고 봤을 땐 동그라미를 쳐 줄 수 있겠죠.
하지만 전 번역된 한 권의 책을 읽은거죠.
한권의 책 속에서 단어나 문장들이 어울려 빛을 발하느냐를 놓고 봤을 때는 다른 얘기죠.

'가늠하다’는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가 아니라 ‘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는 뜻이죠.
‘헤아리다’에는 수나 양적인 뉘앙스가 있구요.
‘feel’에 ‘손으로 더듬다’는 적절한 표현이 있는 데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지하실 벽장을 옷장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그가 지하에 갇혔던 적이 있어서 폐쇄공포증이 있다는 거죠.
그쵸.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대체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건 ‘고개를 끄덕이다’와 ‘주억이다’ 같은 바꾸어도 뜻이 명확하게 통하는 경우이지,
여기서처럼 ‘지하실 벽장’에 갇힌 건지 ‘옷장’에 갇힌건지 헷갈리는 경우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 단어 하나에 까다롭게 구냐고 한다면, 장르소설에선 하나의 단어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많이 마음이 상하셨나 봅니다.
개인적인 코멘트까지 끄집어내시는 걸 보면 말이죠.
'이젠 나도 누군가의 사수와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어깨가 무겁다.'는 말은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자조였어요.
어디서 제가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다고 했다는 건지 알 수 없어서 질문에 대한 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이 말씀은 드리고 싶네요.
존 카첸바크를 들먹인 것은,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별 다섯 개를 꾹꾹 눌러주지 않았으리라는 의미였어요.

도깨비방망이 2011-02-24 12: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역과 번역상의 오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전 같은 뜻으로 기억했던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림짐작으로 인식하다'와‘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리다'도 표현상의 문제 아닌가요? 벽장을 옷장으로 바꿔서 사용했다면 '아, 벽장이 옷장으로 사용되었나 보다.'고 이해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데요. 그게 실마리가 될 만큼 중요한 단어라면 역자가 그렇게 옮기지도 않았겠죠. 아, 그게 자조였군요. 하지만 자조라는 단서가 없더라고요. 암튼 저 정도를 놓고 '번역상 오류가 많다'느니, '이렇게라도 번역되어 나와 다행이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건 좀 심하게 느껴지네요.

권도희 2011-02-24 20: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이 작품을 번역한 권도희입니다. 저도 카첸바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양철나무꾼님의 애정어린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상황이 조금 난감해서 몇 글자 남깁니다. 먼저 가늠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드셨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번역할 때마다 어떤 단어로 표현을 해야 할 지가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성인의 이름을 땄다는 부분은 제가 알기로는 성인은 성이 아니라 이름을 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옷장 부분은 도깨비방망이님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사실 오타입니다. 벽장이 맞는데, 교정 과정에서 놓친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님의 서평도 잘 읽었고, 번역 오류라는 지적에 대해 감싸주신 도깨비방망이님께도 감사드립니다만, 두 분이 이제 그만하시는 편이 카첸바크의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2-24 18: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권도희님.
전 님이 번역하신 책 몇 권 더 읽었고, 오스카 와일드 살인사건 같은 건 아주 좋아하죠.

표현이 제 마음에 안들었다고 하여 번역상의 오류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죠.
맞춤법, 어법은 물론이고 이런 부분이 몇군데 더 있지만, 제 딴엔 수위가 가장 약한 걸 고른다고 고른 거였는데...다 부질없는 듯 하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성인의 이름 부분은 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 또한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성인의 이름을 따서 3대에 걸쳐 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보죠?
다만 원서에선 family name이란 단어를 사용했던 것 같고, hart가 이름이 아니라 성이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은...작품을 쓰거나, 번역을 하거나, 이런 리뷰 하나 쓰는 것도 말빚을 지고 사는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제가 내뱉은 모진 말들은...저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오겠죠.

난감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좋은 작품들로 또 뵙도록 하죠~

도깨비방망이 2011-02-26 09:0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쯤 하죠. 오역이든 오류든 지적할 건 해야겠죠. 하지만 그 이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정확한가?' 먼저 자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1-03-04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5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빔밥 / 이대흠

 비빔밥엔 잡다한 것이 들어가야 한다 신건지나 묵은 김치도 좋고 숙주나물이나 콩노물도 좋다 나물이나 남새 노무새도 좋고 실가리나 씨래기 시락국 건덕지도 좋다 먹다 남은 찌개 찌끄래기나 달걀을 넣어도 좋지만 빼먹지 않아야 할 것은 고추장이다 더러 막걸리를 넣거나 된장국을 홍창하게 넣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취향일 뿐 그렇다고 국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엔 가지가지 반찬에 참기름과 고추장이 들어가야 하지만 정작 비빈 밥이 비빔밥이 되기 위해서는 풋것이 필요하다 손으로 버성버성 자른 배추잎이나 무잎 혹은 상추잎이 들어가야 비빔밥답게 된다 다 된 반찬이 아니라 밥과 어우러지며 익어갈 것들이 있어야 한다 묵은 것 새 것 눅은 것 언 것 삭은 것 그렇게 오랜 세월이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재료만 늘어놓는다고 비빔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비빈다는 말은 으깬다는 것이 아니다 비빌 때에는 누르거나 짓이겨서는 안된다 밥알의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살살 들어주듯이 달래야 한다 어느 하나 다치지 않게 슬슬 들어올려 떠받들어야 한다 

 손과 손을 맞대고 비비듯 입술과 입술을 대고 속삭이듯 그렇게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우려 이미 분리할 수 없게 그렇게
 그렇게 나는 너를 배고
 너는 내게 밴 상태라야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는 사람아 비빔밥을 먹을래? 
 내가 너에게 들고 싶다 

난 이대흠을 '작침' 이라는 시로 알게 되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그의 시를 읽노라면 마음이 애잔하다.
요번 시에선 애잔한 걸로 부족해 고향과 어머니를 전방에 배치한다.
내가 고른 시, '비빔밥'이 그 중 '덜'이다.  
 
실은 나는 비빔밥이 별로 이다.
이것저것 잡다한 것이 들어가 주는 것 같아서 영 그렇다.
난 아무리 찬이 없어도 접시나 보시기에 찬을 조금씩 덜어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비빔밥의 계란은 한 쪽만 익혀 뜨거운 밥과 익은 찬들과 어우러져야 제맛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보리밥에 강된장 넣어 먹는 그런 비빔밥은 좋다. 
그렇게 비빔밥을 비벼먹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한 이불 덮고 누워 방귀를 뽕뽕 끼며 잠들었으면 좋겠다. 

'작침'을 대할 때만 해도 시어를 아끼는 게 못내 아쉬웠는데,
요번 시집에서의 느낌은 조곤조곤 늘어놓다 못해 좀 질퍽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요리책 한권도 같이 읽었다. 
요리책이라고 하기엔 좀 가볍지만, 취지는 좀 무거운 책이었다. 

   
  하지만 그건 음식이 아니라 내 아이의 몸을 파괴하는 독이었다는 것을 아이의 건강이 나빠지고서야 할게 되었습니다...제가 직접 체험해 효과를 보니 아토피, 과잉행동증후군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와 부모에게도 저희 집의 식탁 혁명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유명 셀러브리티 등의 오가닉 식단을 담당했던 친한 동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그 동생의 대답은 간단했다. "오빠, 아이 식단은 아이 시선에서 바라봐 줘, 비빔밥을 준다고 했을 때 큰 그릇에 나물을 흩뿌리고 벌건 고추장 소스를 뿌려 준다면 애들은 그걸 무섭게 생각할 거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간단해."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혁준이를 위해 재료와 조리법은 배웠지만 스타일링은 전혀 바뀐 게 없었다. 외려 어른이 좋아하는 걸 아이에게 맞추라고만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미안해질 정도였다.(50쪽)  

 

난 이런 책을 좀 시니컬하게 읽는 경향이 있다. 
요리 책으로 읽으면, 취지도 좋고 내용도 그럴듯 하고 한데 말이다.
'엄마와 아빠가 조금만 더 수고스럽게 움직여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지체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라고 본문에선 얘기하고 있지만,
발상을 조금만 비틀면 겨울방학이면 밥을 굶는 친구들이 있다. 
내 아이를 친환경 유기농에 밀가루도 안 먹여가며 고이 감싸 키웠다 한들,
이 아이가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하는 학교에 다니게 될까?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 나눠 먹으며, 소통을 꿈꿀 수 있으면 족한 게 아닐까? 
커다란 양푼에 이것저것 섞어넣고 비비면 꽂는 숟가락 갯수 만큼 둘러앉아 먹을 수 있으니 숟가락 갯수만큼 충만하다. 
 

이젠, '밥 한번 먹자' 대신 '비빔밥 먹을래'로 레파토리를 바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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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2-11 01:46   좋아요 0 | URL
우왕~~~ 왜 이렇게 오랜만이신거예요?
서재브리핑에서 양철나무꾼님 닉네임 보자마자 달려왔네요. 헉헉-

저요 저요, 비빔밥이요! 쌈밥 다음으로 좋아하는 비빔 비빔 비빔밥!!! (아주 아주 미미한 차이로 쌈밥이 제일 좋구 그 다음 비빔밥, 그 다음 김밥, 초밥 순으루 좋아해요. 히히 생각만 해도 좋아라~)

양철나무꾼 2011-02-14 09:57   좋아요 0 | URL
한살 더 먹는다고 나이 치레 하나봐요.
계속 골골 하네요~ㅠ.ㅠ

저도 쌈밥 좋아해요, 일단 푸짐하잖아요~^^

비로그인 2011-02-11 03:27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내 아이에게 좋은 것 골라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보다는 함께 나눠먹는 법을 가르치는 게 더 의미있겠죠. 모두 제몫의 수저를 들고 둘러앉은 비빕밥 앞에서 그 안에 든 게 먹어도 되는 건지 하나하나 살피고 있는 아이로 키워서는 곤란하잖아요^^

양철나무꾼 2011-02-14 10:04   좋아요 0 | URL
내 아이에게 좋은 것 골라 먹이는 차원이 아니라,
아토피로 고생해서 골라 먹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구요.
제가 이 책이 좀 슬펐던 건...재료와 조리법이 아니라, '스타일링' 운운했기 때문이에요~
제 몫의 밥그릇과 제 몫의 수저는 같은 '제 몫'이지만 쓰임은 다른 거잖아요~^^

책가방 2011-02-11 09:13   좋아요 0 | URL
아이들 학교에서 급식실 증축공사로 1학기동안 도시락을 싸야된답니다.
물론 저야... 할 줄 아는 범위내에서 성의껏해서 보내겠지만.. 유달리 맞벌이 비율이 높은 우리동네 사정을 감안할 때 아이들 도시락 사정이 저마다 다를 듯 하여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아이가 있을까 혼자 걱정중이랍니다.
농사일에 삼남매 도시락(5~6개)까지 준비하시느라 매번 변변치 못했던 엄마의 도시락이 쬐끔 부끄러웠던 기억 때문인지 남일같지 않네요.
각 반에 큰 양푼을 하나씩 기증할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ㅋ
서른개가 넘는 도시락을 모두 넣어서 비비려면... 엄청 커야겠죠...??

양철나무꾼 2011-02-14 10:10   좋아요 0 | URL
저희 아들도 중1때 급식실 증축 공사 하느라고 도시락 열심히 쌌었어요.
급식실 공사하면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저희 아들 학교는 산 꼭대기에 있어서 선생님들이나 그 밖의 직원들도 엄청 고생하더라구요.

급기야 더 비싼 돈 주고 그야말로 인스턴트 투성이인 도시락 배달하는 것도 봤어요~^^

한동안 몸도 마음도...분주하시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2-11 13:32   좋아요 0 | URL
배고파라......... 아침부터 비빔밥이라니 잔인하잖아요.
아, 머, 비빔밥 사진 안 올린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만,
인용글 너무 먹음직스러운걸. 회덮밥 먹고 시퍼요. ㅠ

양철나무꾼 2011-02-14 10:13   좋아요 0 | URL
난 회덮밥은 정중하게 사양하구요~
골동반이요~ㅎ,ㅎ.

골동반이고 뭐고...아웅, 배고프당~ㅠ.ㅠ

저절로 2011-02-11 09:40   좋아요 0 | URL
차롓상을 물리고 숟가락을 드니, 어느새 새침하게 내 손을 때리며 손아랫 동서가 이런다.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살살 달래가며 먹어야 제 맛이 난데요 행님!" 한다.
그때 저는 서울내기들은 젓가락으로 멋을 부려 밥을 먹나부다..쳇쳇. 했었거든요.
...맞는 말이네요^^

(양철님~그리고 저..이불 속에서는 제가 방귀대장이에욧.으흐흐흐)

양철나무꾼 2011-02-14 10:16   좋아요 0 | URL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비비는 게 정석이래요, 제가 서울내기여서 드리는 말씀은 결코 아니랍니다~^^


하늘바람 2011-02-11 09:53   좋아요 0 | URL
어머나 작침 이란 시 참 예쁘네요

양철나무꾼 2011-02-14 10:17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이 시 처음 봤을 때...설레였었어요~^^

느린산책 2011-02-11 10:12   좋아요 0 | URL
우왕 글잖아도 배고픈데..@.@
빨리 밥먹어야겠당~ 후다닥 =3=3=3
배좀 채우고 다시 읽을게용

양철나무꾼 2011-02-14 10:17   좋아요 0 | URL
오늘도 김창환 들으면서...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계신가요?^^

herenow 2011-02-11 10:33   좋아요 0 | URL
너무 오랜만에 뵙는 양철나무꾼님! 그동안 바쁘셨어요?
역시 뭐 하나라도 느끼고 얻어가게 되는군요. ^ ^*

강된장 비빔밥은 세종문화회관 뒷편 로얄빌딩 지하 "깡장집" 추천요~
이미 아실것 같지만 ^^;

양철나무꾼 2011-02-14 10:20   좋아요 0 | URL
네,오랫만이네요~^^

"깡장집" 몰랐어요.
로얄빌딩이라 하면, 스카우트 수품 보급소 있는 그 어디멘가요?
저 당장 검색 들어갑니다~!!!

아이리시스 2011-02-11 12:02   좋아요 0 | URL
이거 보니까 대학 때 시발표시간 기억나요.
어떤 애가 비빔밥을 칼라풀하게 시로 표현했었는데, 그 순간 저는 살아생전 시인은 절대 못되겠다 생각했었어요. 그 애도 아직 시인이 안됐겠지만,ㅋㅋㅋ

연휴 지나고 왜 안계시나 염려했었어요. 아프셨어요?
얼른 으쌰으쌰 하셔서 또 재밌는 글 많이 보여주셔야죠, 그죠?^^
아, 저 아직도 아침형인간으로 변신중이랍니다. 오전에 일어나려니 수면부족으로 죽겠어요! 흑흑.

양철나무꾼 2011-02-14 10:23   좋아요 0 | URL
저도 이참에 아침형인간으로...변신...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전 아침에 일어나는 게 잘 안돼요.
아침엔 눈꼽 떼고 나오기 바빠요~ㅠ.ㅠ
아무리 일찍 자든 늦게 자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똑 같아요.

따라쟁이 2011-02-11 12:13   좋아요 0 | URL
어어어.. 저 작침이라는 시.. 가슴이 멍해지는데요. 와.. 좋아요 완전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1-02-14 10:24   좋아요 0 | URL
'작침' 따라쟁이님 스탈일 줄 알았어요~^^
님이 완전 좋다고 하셔서, 저도 이 아침 완전 좋아요~^^

cyrus 2011-02-11 17:18   좋아요 0 | URL
이대흠 시인의 시를 보는 순간 비빔밥 먹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저녁에 그냥 남은 찬으로 제 맘대로식(?) 비빔밥 해먹어야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1-02-14 10:26   좋아요 0 | URL
계란 노른자 넘 익히지 않고 터뜨리지 않고 잘 해 드셨어요?
님 맘대로식 비빔밥의 비법은 뭘까요?^^

cyrus 2011-02-14 10:40   좋아요 0 | URL
그냥 있는 반찬 다 비벼서 먹는거에요^^;;
어떻게 보면 맛이 없어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배고플 때
먹으면 이상하게도 맛있게 느껴지더라구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2-18 01:44   좋아요 0 | URL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잖아요~
알바 끝났어요?
혹시 이 시간에 말똥망똥하고 앉아, 양푼에 밥 비비는 건 아니겠죠?^^

꿈꾸는섬 2011-02-11 20:58   좋아요 0 | URL
아, 전 비빔밥 무척 좋아해요. 가지각색의 나물들이 들어가는 것도 좋고, 이것저것 잡다한 것 마구 섞여 쓱쓱 비벼낼때의 기분도 좋구요. 각각의 것들이 한데 어울려져 묘하게 맛있는 것도 좋구요. 시 읽다가 비빔밥 너무 먹고 싶다...내가 만들기엔 손이 많이가니 언제 먹으러 나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양철나무꾼님, 설 잘 쇠셨죠? 안 보이셔서 서운해하던 참이었는데 너무 반가워요.^^

양철나무꾼 2011-02-14 10:28   좋아요 0 | URL
댓글 쓰는 이 아침,이렇게 곤욕일수가~~~ㅠ.ㅠ
배 고파요, 배 고파~

감은빛 2011-02-12 02:48   좋아요 0 | URL
저도 비빕밥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예전에 학원강사 하던 시절,
학원 앞 분식집에서 가장 싸고, 가장 빨리 나오는 메뉴였기 때문에
매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늘 돈과 시간에 쫓겨 살던 때라서)
그 이후로는 안 먹게 되더라구요.

시가 참 좋네요! 이 시집 찜해두어야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2-14 10:30   좋아요 0 | URL
전 컵라면과 김밥이요.
제 젊은 날들을 돌아보면 컵라면과 김밥 빼곤 얘기가 안 돼요.
전 하도 질려...지금도 컵라면은 싫어요~!!!

세실 2011-02-12 10:52   좋아요 0 | URL
알밥은 좋아하는데 비빔밥은 별로예요.....
근데 예전에 식당에서 양푼에 한꺼번에 비벼먹는 비빕밥 친구들이랑 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소통, 나눔의 의미지요~~~

양철나무꾼 2011-02-14 10:32   좋아요 0 | URL
김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돌솥에 나오는 알밥도 맛있겠다.
저 점심은 그냥 랜덤으로 시켜주는 대로 먹는데, 오늘은 알밥 먹으러 나갔다 와야 겠어요~^^

순오기 2011-02-12 14:4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생각은 시 한 편, 글 한 줄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글이네요.
양철나무님~ 우리도 같이 비빔밥 먹어요, 사랑합니다~~~고백하고 싶어지는 페이퍼!!

양철나무꾼 2011-02-14 10:33   좋아요 0 | URL
저도 왕 사랑합니다.
언제, 우리도 같이 비빔밥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이조부 2011-02-16 11:03   좋아요 0 | URL


이대흠 시집 읽었던 기억이 덕분에 ㅎ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2-18 01:48   좋아요 0 | URL
이대흠, 좋죠?^^
전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시절이랑 너무 다르게 변해, 낯설었어요.
(짧은 하이쿠를 보는 것 같았는데, 산문시 스타일로 바뀌어서~^^)

hina 2011-02-16 13:14   좋아요 0 | URL
커다란 양푼...하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예쁘고 날씬도도한 여자들이 집에 들어가면 목늘어난 티셔츠에 안경끼고 머리까지 틀어올리고선,하나 가득 비빈밥을 마구 퍼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지금이 점심먹고 온 다음이라 그렇지, 이보다 쪼금 이른 시간, 혹은 저녁식사 할 즈음에 이 페이퍼를 봤으면 엄청 괴로웠겠어요~ 흐...양철나무꾼님은 점심식사하셨나요~?

양철나무꾼 2011-02-18 01:50   좋아요 0 | URL
ㅎ,ㅎ...그런 TV광고 있었죠~
아웅~저 김장김치랑 오이 송송 썰어넣고 김 가루 부숴 넣어 국수 비벼 먹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