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의 70%를 물이 차지한다는데,

요즘 같아선 내 몸의 전부가 물로 이루어져 있는 것만 같다.

물먹은 하마내지는, 잔뜩 습기먹은 구름 같아서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이내 '주르륵'내지는 '후두둑'이다.

 

명절이 지나고 같이 다니시는 할머니 세 분이 오셨다.

그 중 한분이 곱게 포장된 콩고물에 팥앙금이 들어간 떡 두팩을 내놓으셨는데,

밝은 눈으로 그냥 보기에도 곰팡이가 펴 있었고 살짝 랩을 걷어보니 쉰내가 났다.

난 그냥 '잘 먹겠노라'고 하고는 받아 두었다.
할머니 얼굴이며 팔뚝을 쳐다보니 불긋불긋한 것들이 나 있길래,
서둘러 합곡,태충 잡고 은백 대돈 사혈하고...그때까지는 모르는 척 넘어가려고 하였다.

다른 할머니 한분이 출출하니 아까 준 떡을 나눠 먹자고 하시는 거였다.

난 깜짝 놀라 '떡은 명색이 병원인데...음식 냄새도 나고 하니 선식이나 한잔씩 대접하겠다'고 하는데,

그 할머니 손도 크시지, 어디선가 나머지 두 할머니 몫까지 주섬주섬 꺼내놓으시는거다.

 

난 어쩔 수 없이,

"엄마, 떡이 좀 상했더라. 그래서 안 내어놓으려고 한건데..."

라고 하자,

"냉장고에 들어가 있던 떡이 왜 상하느냐?

 가지고 와라, 어디 곰팡이가 폈느냐?

 이게 깨지, 어디 곰팡이냐?

 난 다 먹었다, 먹어도 암치도 않더라.

 나를 친구들 앞에서 이렇게 망신을 줄 수가 있느냐?"

 고 하시고는 두 할머니께 마저 나눠주시며 쌩하니 나가버리셨다.

 

눈물, 콧물 흘려대고 있는데...

햇수로 7년, 꽉 채운 6년을 알고 지내는 분이 들어오시길래 여차여차 저차저차 설명을 드렸다.

도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우는 이분 曰,

"서선생, 도 닦게 해줬으니 그 환자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거네..."

하셨다, 에효~ㅠ.ㅠ

 

다다음날인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어김없이 할머니 세분이 같이 오셨다.

내가 서둘러 처치를 했던 상한 떡의 장본인인 그 할머니는 거의 가라앉아 있었고,
나머지 할머니 두 분의 얼굴엔 빠알갛게 꽃이 피어 있었다.

얼굴에 핀 꽃을 보는데...또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There is no end of things in the heart.

언젠가 지인이 안부 글 중에 같이 주신 구절인데, 마음에 와닿아 오래 간직하고 있는 구절이다.

에즈라 파운드라고, 미국의 시인인데 이백의 시를 영역해서 알려졌나 보다.

저 구절이 이백의 시 어느 한구절쯤 되나본데,

한동안 찾아보려고 하다가,

저 말의 의미를 어느새 '내 안에서 나化'하였기 때문에, 이백을 찾는게 더 이상 무의미하다 싶어져 그만두었다.

 

사는게 힘들면 얼마나 힘들며, 쉽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말이다.

그 할머니가 살아오신 여든 여덟 해의 삶에 미루어 앞으로 살아갈 몇 년, 길어야 십몇 년은 덤일 수 있다.

내 생각에 망신이었다고 생각지도 않지만,

망신이었다고 해도...그게 목숨보다 대단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 할머니에게는 목숨만큼, 또는 목숨보다 중요한가 보다.

마찬가지로 마흔두해를 살았으며, 앞으로 몇십 년은 더 살아야 할텐데,

여든여덟 해를 살아오신 할머니도 목숨을 걸고 지키시는 무언가가 있는데,

나는 그렇게 무언가를 지키려고 애써본 적이 있는가?

꼭꼭 닫아걸고 있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을라치면, 간신히 자리잡은 평정이 깨질라치면...

그걸 지키려고 울고불고 악을 쓰는거 그거 하나는 잘하는거 같다.

 

'no'에는 '아니다, 없다'의 의미도 있지만,

'~을 넘어서는' 의미의 'over', '~을 극복하는' 의미의 'get over', '~을 초월하는' 의미의 'beyond' 등의 의미도 있는것 같다.

이런 의미들은 하나같이 나에겐 버겁기만 하다.

 

지난 가을 '왕따' '스따' 때도 느낀 거지만, 나도 한참 잘못 됐다.

 

참, 어쩜 이분도 나를 향하여 '뭐, 이렇게 지 멋대로인 기집애가 다 있나?'하고 속으로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다.
"꺅~"소리만 안 냈을 뿐이지 좋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여기저기 수선내며 들쑤셔 놓고,
블로그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때맞춰 안부도 챙기더니...다 잠깐이구나...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하여...하던 것들을 멈춘 것은 아니다.

단지 에즈라 파운드를 내 맘대로 해석했기 때문에, 더 이상 흔적을 남기지 않을 뿐이다.

늘상 더듬이의 한쪽을 그쪽을 향하여 열어두고 있고,

겨울이면 산에 못 다니시겠지 싶어,

아프시다던 손가락 관절이 더하지 마시라고 한번씩 염력을 날려드리기도 한다.


가끔 가뭄에 콩나듯 안부만 전해듣는데, 그만하면 됐다.

 

'no'를 혜민스님 버젼으로 해석해 보자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서 이렇게 얘기하더라.

언젠가 이 동네 누군가 내게 해준 얘기랑 똑같은 얘기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난 정말 말을 많이 아낀다, 글은 좀 덜하다.

말을 많이 한 어떤 날은 주워 담고 싶을 때도 있다.

혜민스님은 이런 말씀도 하신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이 거리감, 쉼표때문입니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쉼 없이 달려온 건 아닌지,

내가 쉼 없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때때로 돌아봐야 합니다.

 

입에 지퍼가 달렸으면 싶을때도 있다.

또는 텔레비젼처럼 사전 심의제가 있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할 우려가 있으면 X-box 처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X-box 처리가 뜨는 순간, 눈치 빠른 상대방은  X-box의 내용 자체를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은

운전 중에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습니다.

대화를 잘 못하는 사람은

대화 중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로 브레이크를 자꾸겁니다.

 

'지식은 말하려 하지만, 지혜는 들으려 합니다!'

이건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이다.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듣는 것.

근데 문제는 얘기의 행간을 파악하려 한다는 거다.

환자들이 나에게 말 안하고, 말 못하는 사이의 것들을 읽으려고 애쓰다가 정작 핵심을 놓치기도 한다.

덕분에 지혜로운 자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때론 지지리 오지랖이 되기도 한다.

"목소리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듣고 싶소. 말들 사이로 흐르는 음악 말이오." 


짐작했던 대로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그가 아는 이탈리아 여자들은 모두 그러했다. 그녀는 음절 하나하나에 무게를 실어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느릿느릿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매혹적인 리듬을 지닌 말투였다. 

나도 이런 목소리를 지닌 여자이고 싶다.

말들 사이로 음악이 흐르는...언제 말을 하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 때를 잘 아는 여자.


음절 하나하나에 무게를 실어 또박또박 발음하는, 느릿느릿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매혹적인 말투는 또 어떻고...

이건 앞의 것은 잘하면 가능할 것도 같고, 뒤의 것은 '매혹'에서 걸린다.

대학시절 방송국 PD로 합격했는데, 아나운서로 알고 공들이려던 선배가 몇 있었고, ㅋ~.
아직도 전화하면 너 말고 어른 바꾸라는 소리를 듣는걸 보면, 매혹이랑은 거리가 한참 멀다.

 

목소리 관련 생각나는 여자는 없고, 생각나는 남자는 있다.

내가 아껴두고 야금야금 꺼내 듣는 목소리는 '강승원'이다.

강승원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김광석이 부른 '서른즈음에'를 만든 사람, 오리온 초코파이 정'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그제서야 '아하~'한다.

요즘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음악감독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조금더 알고 있는 걸 읊어 보자면, 서강대 물리학과를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산하지대가 참빛이다''과학으로 세상보기'를 쓴 양형진님도 물리학과 출신인데, ㅋ~.

대학가요제 '저 너머 빈들에 서서'를 부른 '에밀레'와 같은 이름의 '에밀레' 동아리 '창단멤버'이다.

예전에 술먹으러 홍대 앞에 자주 출몰하였었다, 요즘은 내가 바른 생활을 하여 모르겠다, 끙=3

 

암튼 난 이 분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no의 또다른 뜻들을 자연 터득하게 된다.

날 도닦게 해주는 건 그 같은 환자일지 모르지만,

날 도통하게 해주는 건 이런 경구를 주시는 분, 이런 목소리의 음악 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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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우리 동네 사람들

                    

이 한마디 말로 내 마음 전할 수 있을까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생각없이 떠나보낸 수 많은 기억들
이제 잡으려 하여도 난 여기에 서있고

 

하나 둘 셋 넷

 

나의 분주함에 잊혀진 모든 이에게 미안해
커다란 선물 상자 안에 서있는 나에게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미안해
내가 떠나보낸 나를 떠난 여인에게도

 

나의 미모와 총명함 순진한 몸동작까지도 미안해
그 안에 울고 있는 나의 다른 모습에게도
내가 알고 있는 모른 척 했던 이에게 미안해
그러며 태연하게 거짓을 말하던 나에게도

 

세상은 쉬지 않고 돌아가며 시간은 우릴 떠밀어내고
오늘도 습관같은 실수로 떠나가는 너를 바라보고 있는데

(간주)

 

어젯밤꾸었던 꿈들이 생각나질 않아
재미없는 일들로 매일 바쁘다 해
거울 속 내 모습 낯설게 느껴져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나를 생각하며
너의 눈에 비친 내 모습 바라보며

오늘도 어쩌다 지금의 내가 되었나 봐

모두들 어쩌다 지금의 내가 

 

나와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해
내 목소리에 가리운 속삭임들 까지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고마워
내가 떠나보낸 나를 떠난 여인에게도
내가 떠나보낸 나를 떠난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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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1-29 21:09   좋아요 0 | URL
에밀레, 강승원, 저 빈들에 서서...저 다 알아요.
혜민 스님은 요즘 방송 많이 타시더군요. 저 책은 저도 언젠가 구해서 볼 것 같네요.

양철나무꾼 2012-02-14 17:1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반가울수가...
결론은 혜민스님까지 다 겹치는거네요~^^
이 댓글을 조금만 일찍 눈여겨 봤더라면, 혜민스님 책 구하시기 전에 보내드리는 건데 말예요.
다음을 기약할 밖에요~

blanca 2012-01-29 21:33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읽으니 저도 눈물이... 저도 나이 들어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대체 얼마 만큼 연락하고 챙겨야 하는지 그 감을 익히느라 헤매는 중이랍니다. 저는 혼자 목소리 녹음해서 우연히 들어봤는데 예전처럼 오그라들지 않아서 신기하더라고요. 자기가 자기 목소리 들으면 왠지 그 견딜 수 없는 느낌이 있는데 오늘 들으니까 안 그렇더라고요. 양철나무꾼님 목소리 정말 궁금한데요^^

양철나무꾼 2012-02-14 17:28   좋아요 0 | URL
한참 전에 내가 쓴 글인데...댓글을 달기 위해 다시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후두둑이네요.
오늘은 참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네요.
노력해도 볼 수 없는 사람들,
노력해도 보기 힘든 사람들,,,도 있고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면 대체 얼마 만큼 연락하고 챙겨야 하는지...란,
뵐 수 있을때, 살아계실때...'한번이라도 더'가 가장 적당한 기간인데 말예요.
전 blanca님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2012-01-29 23:38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문장, 마음에 넣어두었습니다.
예전에 어디서 "비밀이 있는 사람이 부자다." 그러던데, 이때의 비밀은 이런 비밀일 거 같네요.^^
no로 넘어서기, 개념은 좋아요. 실천이 어려워도.

여하튼 왠지 애틋하고 그런 글이에요.

양철나무꾼 2012-02-14 18:08   좋아요 0 | URL
여기서 비밀은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어디~쯤 있을까'이 버젼의 말하지 못하는 비밀 아닐까요?

갑자기 이 노래 듣고 싶네.
이 노래는 김 광석 보다는 유준열 버젼이 좋은 유일한 곡인데...
못갖춘마디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하는 유준열 목소리 듣고 있으면, 아슴아슴해 지는데...
찾아봐야겠당~^^


oren 2012-01-30 01:17   좋아요 0 | URL
글을 참 잘 쓰시는 양철나무꾼님께서 '말' 때문에 겪는 고충이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말을 많이 한 어떤 날은 주워 담고 싶을 때도 있다." "입에 지퍼가 달렸으면 싶을때도 있다" "근데 문제는 얘기의 행간을 파악하려 한다는 거다"라는 말씀을 들으니 '말'에 대한 두어가지 아포리즘이 떠오릅니다.

* * *

"말은 야수다. 한 번 우리를 탈출하면 다시 집어넣기 어렵다. 또 말은 마음의 맥이다. 현명한 사람은 맥을 짚어 건강을 가늠하고, 진지한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고 마음을 추측한다."
- 쇼펜하우어

* * *

"모든 말은 결핍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담지 못한다. 모든 말은 과잉이다. 차마 전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도 전하게 된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양철나무꾼 2012-02-14 18:12   좋아요 0 | URL
두루 두루 고맙습니다, 꾸벅~^^

순오기 2012-01-30 05:35   좋아요 0 | URL
다들 그렇게 상처도 받고 도로 주워담고 싶은 말도 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요?
그래도 나이테가 굵어지면 점점 무뎌지기도 하는거 같고...
음악을 들어도 나는 모르는 목소리지만 잘 들었어요.

양철나무꾼 2012-02-14 18:13   좋아요 0 | URL
제가 왕 사랑하는 목소리예요.
님도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

잘 지내시죠?^^

2012-01-30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30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2-14 18:19   좋아요 0 | URL
ㅎ,ㅎ...이런 아부성 칭찬이라...
이런 말, 백번 들어도 싫지 않은걸요~^^

아이리시스 2012-01-31 01:53   좋아요 0 | URL
말이 많아서 좋을 게 없지만 너무 없는 사람도 답답하잖아요.
결국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면 좋겠는데,

양철나무꾼님,
제 책선물 받아주세요.
어떤 게 좋으세요?^^
거절하시면 저 울거예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양철나무꾼 2012-02-14 18:22   좋아요 0 | URL
내가 한번 아직 손도 못대고 덩치로 쌓아놓은 책들을 인증샷 찍어 올려야쥐~ㅠ.ㅠ
책 선물, 나중에 받으면 안될까요?????

아이리시스님, 우는거 한번 봐야지~
메롱~=3=3=3

잘잘라 2012-01-31 02:10   좋아요 0 | URL
난로처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예전엔 이런 말이 싫었어요. 뜨뜻미지근하게 그게 뭔가 싶어서요. 차든지 뜨겁든지 확실한게 좋다 했지요. 나이가 들었나봐요. 이젠 이런 말이 반가워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양철나무꾼 2012-02-14 18:34   좋아요 0 | URL
전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해요.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어서 눈물 찔끔거리면서 마시느냐,
식도록 기다렸다가 숭늉 마시듯 후룩 마시느냐 처럼요.

기호의 문제이지, 최선이나 차선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근데, 님과 전 넘 가까운건가요, 아님 넘 먼건가요, 아님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건가요?^^

마녀고양이 2012-01-31 14:09   좋아요 0 | URL
ㅋㅋ, 자긴 '혀'가 문제인거야,
말할 때의 '혀'가 아니고, 먹을 때 '혀' 말이지....
먹을 때 예민해서 그래, 조금 쉬어도 잘 먹는 사람들 있다니깐.. 며칠 지난 케익도 그렇고.. ^^

그래서 그 할머님들은, 모두 얼굴에 붉은 꽃이 나셨단 말이지....
참 멋지다, 그 할머니들... 흐흐.

양철나무꾼 2012-02-14 18:37   좋아요 0 | URL
요즘 세상에...울긋 불긋 곰팡이 핀 떡을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내가 곰팡이 핀 치즈는 얼마든지 먹어줄 수 있어.
자기도 먹는 혀, 한 예민하거든~^^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결코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ㅠ.ㅠ

2012-02-01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1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14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는재로 2012-02-06 21:12   좋아요 0 | URL
ㅎㅎ 말한마디 잘못했다 당한적있죠 술자리에서의 말실수는 특히 후배한테 10만원정도 ㅠㅠ 말하고나서 수습도 못하고

양철나무꾼 2012-02-14 18:48   좋아요 0 | URL
술자리에서의 말실수라...
전 배시시 해시시...웃음도 많아지고 말도 많아져요.
웃음은 어찌해보겠는데, 말은 담날 생각나지도 않고 영~수습불가더군요~ㅠ.ㅠ

페크pek0501 2012-02-07 12:50   좋아요 0 | URL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 이게 어렵죠.

모든 인간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되고... 부모 자식 간에도 그런 것 같아요.
마치 풍선처럼요... 너무 껴안으면 풍선 터지고, 너무 허술하게 안으면 풍선이 날아가고... 그러니 알맞게...
아휴, 어려워요.ㅋ


세실 2012-02-12 10:42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늘 20대 인가봐요. 친구앞에서 무안 주었다고 질책하시는걸 보면.....
그냥 쿨하게 "어? 내눈엔 안보였다. 버리자" 하실수도 있을텐데....

평소 이해가 되던 딱딱 끊어내는 듯한 투박한 친구의 말투가 가끔 거슬리는거보면 저도 아직 멀었나봐요.
 
미세레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오히려 그럴때 감동한다.

진수성찬이나 고량진미가 아니라,

내 식성과 양을 파악하여 입맛을 돋구는 음식을 안성맞춤하게 내어,

밥풀 한톨, 국물 한방울 허투루 남기지 않게 하는 그런 상차림일 경우.

상 위의 그릇이란 그릇은 말끔히 비우게 만들었을때.

산해진미라도 내가 못먹는 음식이이어서,

예의상 젓가락으로 몇번  깨작거리다 마는 경우라면 도무지 감동을 할 수가 없다.

 

이 책이 내게 그랬다.

장르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좀 잔인하다 싶은건 잘 읽지 못한다.

그게 영화라면 좀 더 심각해지는데, 시각적 잔상이 너무 오래 남아 붙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상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읽었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검은선'으로 만났다.
시각적 잔인성이나, 반전, 충격적인 요소 모든 면에서 '검은선'이 더 심했다.

 

요번에는 좀 덜하다.
그리고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 

장르소설만의 어떤 강렬한 한방을 원하는 사람의 기대에 살짝 못미칠 수 있겠지만,
그랑제의 매력을 아는 경우라면, 이 작품이 best는 아니어도 흠뻑 빠져 들 수 있다.

내 경우, 이세욱 님의 번역이라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문학작품을 만난 듯 설레였고,
두권으로의 분권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문학동네의 출판 기획력 또한 흠잡을 곳 없었다.

이젠 블렉펜 클럽 시리즈라면 망설이지 않고 골라도 될 것 같다.

이세욱 님의 학문하듯 공들인 번역, 문학동네의 출판 기획력, 장르소설로써의 가독력...

이 셋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물론 이세욱 님의 손을 번쩍 들어주겠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의 번역이었더라면 아무래도 그랑제만의 독특한 매력을 제대로 맛보기 힘들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른 언어 번역본까지 참고하시는 걸 보고,

이 분의 실력(실력을 평가할 깜냥이 안되는 고로)이 아니라 노력과 열정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랑제의 前作 두 작품을 번역하셨던 역자 이세욱 님은,

이번 작품에서도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면서도 그랑제만의 독특한 작품성을 제대로 살리고 전달하기 위하여,

작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책 속의 인물들이 움직인 공간들을 실제로 방문하여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종교와 음악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여 출판사 온라인 카페에 올려 놓기도 하셨다.

종이로 만든 책 밑에 번역자가 주석을 다는 기존의 방식이,

소설에 불쑥 개입하여 서스펜스를 감소시키게 될까봐... 출판사 온라인 카페를 이용하셨단다.

근데 이건 종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것 같아 좀 서운해지려한다.
책 하단의 주석이 꺼려진다면 책 뒷면의  몇장을 할애하는건 어땠을까?
책을 두권으로 나눌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화보집이나 미세레레 CD를 사은품으로 만드는 건 어땠을까?
이런 시청각 자료가 아쉬웠다.

암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런 것들에 이 책이 가리워진다면 그건 더 아쉬울 그런 책이다.

 

프랑스 소설이다.

파리의 아르메니아 성당에서 벌어진 독일계 칠레인 성가대 지휘자의 살인사건을 다룬 종교와 음악을 넘나드는 소재이다.

 

위의 두 전제만으로도 독서의 방향 잡기가 살짝 혼란스러웠었다.
요번엔 도대체 무얼 갈등의 중심으로 삼으려는 거지?

이념간의 갈등인가, 아님 종교간의 갈등인가, 그것도 아님 다수 민족과 소수 민족 간의 대립인가?
때문에 흠뻑 담금질하기가, 감정이입하기가 좀 머뭇거려졌다.
작가는 이런 문화적 이질감을 염두에 두고 배려한 듯, 아주 세세하고 작은 부분까지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런 배려들은 개연성이 되어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다 보니 만연체가 되어버려 자칫 늘어지고 지루한 감마저 들었다.

(난 어찌되었든(?) 장르소설의 생명은  긴장감과 급박함이라고 생각하는 부류인가 보다~ㅠ.ㅠ)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감정 이입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이런 자세한 설명 때문이 아니라, 갈등의 경계가 모호한데 있었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두형사(한 번도 신분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던 비밀과 고통을 품은 카스단과 마약을 투여하면서라도 잊으려 애썼던 트라우마를 가진 볼로킨)가 등장하는데 그럼 그들은 善인가?
결국 惡이 파멸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다면 악은 완전 사라지는 것일까?
본인도 모르게 악을 행사하는 그 어린 합창단원은 악인가, 선인가?

그리고 과거 악을 경험하고 악에 충분히 노출되었던, 그리고 지금 자신들의 의지로 악에 대항하고 있는 두 형사는 악인가, 선인가?

 

내가 기실 궁금한건, 두 형사와 본인도 모르게 악을 행사한 어린 합창단원의 지금이 아닌 '미래'이다.
장르소설을 읽다보면, 간혹 모든 인간이 통째로 편먹고 외계생명체나 로봇과 갈등과 대립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인간들 사이'에서 국가나 종교나 이념적 이해관계에 따라...갈등과 대립을 하고, 동지나 적이 되기도 하며, 선악을 나누기도 한다.

이 선악을 나누는 차이는 대단한 것이 아닐 때도 있으며, 때론 아주 사소하기도 하고, 심지어 경계선에 있어서 구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선과 악은 낮과 밤, 또는 빛과 그림자이다.
낮이 없으면 밤이 없듯이, 선이 없으면 악은 존재 할 수가 없다.
이렇듯 선과 악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히틀러가 600만명의 유태인을 학살 했다고 해서 극악하다고 한다.
그런데 구약을 읽다 보면 하나님은 자기를 안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부족을 침략하여 약탈, 강간, 살인하라고 하고...심지어는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내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극악하다고 하는 히틀러의 만행과, (비록 구약에 기록될 뿐이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하고 선하신 것으로 알고있는 하나님이 행한 업적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기 때문에 한가지 기준이 필요하겠다.
선과 악은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며, 또 인간의 선악은 '인간'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성가곡 '미세레레'에서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브라나'를 떠올리다.

 

'미세레레'는 '그레고리오 알레그리'가 작곡한 성가곡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의 라틴어란다.

예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지만, 주의 깊게 듣지 않아서 그런지...항상 음악이 귀를 비껴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터라,

성가곡 한곡으로 이런 소설을 만들이낸 그랑제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주의깊게 듣다보면 감동과 매력의 요소가 여럿 있을테지만, 내가 찾아낸 것은 여자인 나도 내기 힘든 곱고 높은 미성 정도였다.

여성이 금지되었던 당시 교회음악에서 이처럼 높은 음이 사용된 것은 뛰어난 카스트라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데...그렇게 본다면, 자신의 성을 제대로 발현하고 살지 못하는 것은...그것이 제 아무리 신을 향한 그것이라 할지라도,

더우기 자신의 성에 눈을 뜨기 전의 소년들이어서 '불쌍히 여기소서'가 꼭 그들에게 맞춤한 것처럼 느껴졌다.

성가곡 '미세레레'에서 영감을 받아 씌여진 소설 '미세레레'또한, 그래서인지 변성기를 거치기 전 소년들의 목소리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수단이자 도구가 된다.

이쯤에서 생각나는게 칼 오르프(CARL ORFF)의 카르미나 브라나(Carmina brana)이다.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미세레레'가 종교적인 음악이라면,

그 무렵 음악을 했던 칼 오르프(CARL ORFF)는 유럽을 짓누르고 있던 종교의 권위를 마음껏 조롱하는 음악을 했다.

 

카스단은 곡명과 작곡자 이름의 대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불쌍히 여기소서' 라는 뜻의 미세레레라는 제목은 비통한 느낌을 주는 데에 반해서 알레고리라는 이름은 명랑함, 축제, 환희를 연상시켰다. 

 그때 갑자기 헤드폰에서 아주 높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날카롭고도 부드러운 목소리. 그 부드러움이 너무나 기이하고 강렬해서 듣는 사람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깨뜨리고 순식간에 목이 메게 하는 목소리. 누구도 따라 올라갈 수 없는 높이에 다다른 소년의 목소리. 마치 세상 위로 솟구치듯이 화음들에서 떨어져나가 아주 높은 선율을 따라가는 목소리.

 카스단은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망인의 집에서 한밤중에 헤드폰을 쓰고 외과용 장갑을 낀 채로 바닥에 앉아 눈물을 흘릴 판이었다.ㆍㆍㆍㆍㆍㆍ레지스 마주아에라는 어린 성가대원의 힘이었다. 소년은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 듣는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 감춰진 슬픔을 되살리고 사라진 사람들을 다시 불러낸 것이었다.(1권/73쪽)

 

미세레레- 번역과 편집에 대하여


번역의 훌륭함은 앞에서도 얘기했었고, 옥의 티를 살펴 보겠다.

나무딸기 빛깔의 모조가죽(1권/11쪽)

 raspberry는 라즈베리로 적어주면 되지 않을까? '나무딸기'가 오히려 어색하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맞춤법, 외래어 표기 용례집'일반 용어'참조) 

 

"그래, 고막과 가운데귀를 뚫었어.

ㆍㆍㆍㆍㆍㆍ

 살인자는 양쪽 귀에 어떤 뾰족한 것을 난폭하게 찔러넣은 것으로 보여.

ㆍㆍㆍㆍㆍㆍ"(1권/39쪽)

위에서 '가운데귀'를 '중이'로 고쳐주는게 나을 것 같다.

귀의 세부 명칭중에 '중이'가  '가운데귀'로 대치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가운데귀'가 됐을 경우, 밑에 나오는 '양쪽 귀'와 관련 '가운데 귀'로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아이언맨은 심장에 결함이 있고 슈퍼맨은 신비의 물질 크립토나이트에 민감한 것처럼ㆍㆍㆍㆍㆍㆍ(1권/128쪽)

이 부분도 좀 아쉬웠다. 아킬레스건은 '약점'이라는 뜻으로 쓰였을텐데...

의약학 용어와 음악용어가 짬뽕이 되어 나오는 내용 전개 상, 아킬레스건이라고 하니 해부학적 부위가 먼저 생각났다.

 

다음은 말 그대로 오자이다.

 

그 결핍과 그에 따른 기능장애는 오르지(오로지) 마약으로만 치료할 수 있었다.(1권/203쪽)

 

유대인 대학살을 주도했던 하인리히 힘러는 트레블린카 강제스용소를 방문하면서 제 거동이 (편)한 것에만 신경을 썼다.(1권/365쪽)

 

되작이다, 궁굴렸다 , 베돌이, 버르집다, 기신기신, 동을 달다, 뭇매를 놓고... 같은 표현 만으로 충분히 이세욱님의 우리말 벼리는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미세레레 - '불쌍히 여기소서' 기원의 대상

 

"그는 우리와 차원이 달랐소. 달라도 이만저만 달랐던 게 아니오."

ㆍㆍㆍㆍㆍㆍ

"그는 이를테면ㆍㆍㆍㆍㆍㆍ내부로부터 고통을 가하는 기술에 훤했소."

ㆍㆍㆍㆍㆍㆍ
"하르트만은 자기 자신을 상대로 그 기술들을 실험했소. 그는 신비주의자였어요. 고통을 통한 회개, 그것이 아마 그가 추구한 길이었을 거요. 그는 벌을 삶의 목적이자 수단으로 생각하는 광신자였소. 제 몸을 훼손하고 저 자신을 고문하는 진짜 미치광이였소."(1권/355쪽)

 

"ㆍㆍㆍㆍㆍㆍ증오는 인간이 가장 널리 공유하고 있는 자질이죠."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군요."

연구원은 팔짱을 끼었다. 미소가 번질 듯 말 듯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 그 미소는 종유석 끝에 달린 차가운 물방울과 비슷했다. 물방울이 아슬아슬하게나마 종유석에 붙어 있는 동안에는 그것이 생생하게 반짝인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하지만 물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는 순간 그것의 참모습이 드러났다. 그건 한방울의 눈물이었다.(1권/387쪽)

 

"그것도 장사라면 장사지. 하지만 그는 아주 특이한 상품을 팔고 있소.ㆍㆍㆍㆍㆍㆍ고통이라오."(2권/84쪽)
"우리 클럽은 어릿광대 놀음이오. 나는 이제 고통에 대해서, 진짜 고통에 대해서 말하려는 거요."

"무슨 차이가 있지?"
"공포를 느낀다는 점에서 다르지요. 여기에서는 모두가 시늉만 하는거요. 손만 들어올리면 당장 고통이 멎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소. 진짜 고통이 언제 시작되는 줄 아시오? 고통을 가하는 자의 의지 말고는 아무 제약이 없을 때요. 그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있소."(2권/105쪽)

세상은 그리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누구나 나름대로의 고통을 갖고 살아간다.

육체적 고통의 해소를 위해서 병원이, 정신적 고통의 해소를 위해서 종교가 생겨나게 된다.

'미세레레' 같은 종교음악만 해도 그렇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적 고통을 특정한 몇몇의 깊숙한 통증으로 바꾸어 놓는 것을 '고문'이라고 하는데,

얼마전 별세하신 김근태 님의 고문기술자로 명성을 날렸던 이근안의 목사직을 두고 말이 많았었다.

나는 그때 고문을 했었던 과거의 행위나 그런 그가 목사가 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뉘우치지 못하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의 태도와 정신 상태가 문제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는 얼마전까지도 자신은 '고문기술자가 아닌 애국자이며, 자신은 그 중 꽃'이라는 웃지 못할 소리를 했었다.

 

암튼 그는 목사직에서 면직되었다.

'고통을 가하는 자의 의지 말고는 아무 제약이 없'는 진짜 고통 자체를 두려워 하고 불쌍히 여기기도 해야 할텐데...

나는 이근안이 생각나서 그런지, 고통을 받는자보단 고통을 주는자가 가여운 것 같다. 

 

미세레레 - 죽음과 중독 사이 

 

한순간 카스단은 죽은 사람의 영원한 안식을 부럽게 여겼다. 예전에 생각하기로는 나이가 들면 죽음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해가 갈수록 어서 죽고 싶은 마음, 자석에 이끌리듯 죽음에 다가가려는 마음이 새록새록 더해갔다.(1권/12쪽)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커피 끓이는 일에 각별한 정성을 들이는 것이 마약을 준비하는 의식과 닮았다는 것을.(1권/81쪽)

 

데파코트는 기분 장애를 치료하는 약이고, 세로플렉스는 신세대 항우울제다. 그런데 두 약이 합쳐지면 신비로운 평형이 이루어진다. 덕분에 그는 기분 장애의 늪에 빠지지 않고 비교적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1권/88쪽)

 

카스단은 두 개의 잔에 커피를 따르고 욕실로 갔다. 9시 30분.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 지나 있었다.ㆍㆍㆍㆍㆍㆍ평소보다 늦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약효가 떨어질까봐 늘 전전긍긍해온 터였다. 그는 물 한 잔을 곁들여 알약을 먹었다. 그러면서 볼로킨을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마약이 있는 셈이었다.(1권/337쪽)

 

"신경증이란 마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의 마약이다."

볼로킨은 가방을 고쳐메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 자신을 놓고 보면 한 마디를 덧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저는 두 가지를 아우르고 있어요. 마약중독자이면서 신경증 환자이니까요ㆍㆍㆍㆍㆍㆍ(2권/31쪽)

죽음과 중독의 공통점은 둘 다 치명적이라는 거다.

카스단과 볼로킨은 겉으로 소리내어 얘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각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그 트라우마로 인해 한사람은 약물에, 다른 한사람은 마약에 중독되어 생사를 넘나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수사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각자의 트라우마에 부딪히게 되고, 그 트라우마를 눈물겹게 이겨낸다.

 

퇴직하고 나서 처음 얼마동안 카스단은 인터넷에 취미를 붙였다. 이 새로운 소일거리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지레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환멸을 느꼈다. 웹의 세계는 피상적이고 뉘앙스나 깊이를 일절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 이를테면 패스트푸드 같은 정보가 범람하는 세계였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기계'였다. (1권/177쪽)

 

"아뇨. 이제는 아스키코드라는 특별한 부호체계를 가지고 컴퓨터에게 말을 걸어야 해요. 차원이 다른 거죠. 꽤 복잡해 보이지만 이것 나름의 논리를 파악해야 해요. 기계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그것들의 언어로 말을 걸어야 하고 그것들의 논리를 따라야 해요."(1권/180쪽)

위의 글, 컴퓨터를 대하는 태도로 미루어 볼때 짐작할 수 있듯이 카스단과 볼로킨의 중독을 받아들이는 입장은 다르다.

카스단은 이내 환멸을 느끼고 인간을 소외시키는 기계라고 무시해 버리지만,

볼로킨은 중독의 대상을 분석, 파악하고 논리로 이해, 초월하려고 한다.

 

이런 데서 살다보며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생활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도 먹는 것도 똑같아지지 않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 마을 사람들은 여기에서만이라도 똑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 한데 모인 것일까? 카스단은 현대 사회가 어쩌면 거대한 사이비 종파와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부드럽고 은밀하고 고통스럽지 않게 세뇌가 이루어지느 사회. 광고, 텔레비젼 뉴스, 쇼핑센터 따위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획일적으로 길들이는 사회. 어떤 의미에서 복제인간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죽어도 철학적 의미의 인간은 개개인을 초월하여 계속 존재할 것이었다.(2권/116쪽)

 

여자들은 특유의 파라볼라 안테나로 그가 어느 여자의 남자도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딴 세상' 사람이었다. 몸과 마음이 온통 무언가에 철저하게 중독되어 있는 남자였다. 매력적이지만 어느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존재, 세상에 그보다 더 탐나는 것이 있을까?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살자처럼 이 세상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은 언제나 낭만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2권/175쪽)

난 위 부분에서 생각이 좀 달랐는데, 볼로킨은 자살자가 아니라 초월자로 분류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아니다, 자살자는 어쩜 이 세상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세상을 살고자 한 사람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다.

 

이들은 어느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죽지만 않는다면,

그것이 약물이 되었든지 마약이 되었든지 또는 그보다 더한 것에 세뇌와 중독이 된다고 할지라도 해독제와 해쳐나올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깨달아 간다.

 

여기서 얘기되는 선과 악은 모호하다.

여러사람에 의해 획일적이고 보편적이며 똑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는 게 '선'이다, 하지만 매력은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속할 수 없고 붙잡을 수 없는, 그래서 탐나는 존재가 '악'이다.

 

난 이쯤에서,

多數가 움직이는 것만으로 善처럼 보이지만,

기준을 어느 쪽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선악이 뒤바뀔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고 싶은데...

그 다수라는 것의 기준을 정하는 것조차 애매모호하므로 자중하도록 하겠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목소리는 우리 몸의 상태를 드러내는 징표일세. 또한 우리 영혼을 담는 그릇이기도 해. 알겠어? 목소리가 정신분석학의 중심에 놓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네. 정신분석학적인 작업의 요체는 내면에 깊이 감춰진 과거의 트라우마를 밝혀내는 것이지만, 그렇게 트라우마를 의식의 표층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정신이 해방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를 말로 나타내야 해. 목소리에는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어. 목소리는 불교에서 말하는 '큰수레'와 같은거야. 자기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깨닫고 목소리를 내는것, 그것이 자유를 얻기 위한 단 하나의 길일세. 자네도 그 길로 가는 게ㆍㆍㆍㆍㆍㆍ"(2권/24쪽)

 

이 부분은 참 중요한 내용인데, 더 모호한 느낌이 든다.

목소리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우리몸 상태의 발현이며, 우리 영혼을 담는 그릇이며, 그래서 우리를 끌고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거다.

근데, 이부분은 잘못 읽어내면 '큰수레'라는 용어 때문에 '대승불교'로 해석될 수가 있다.

불교를 얘기할 때 '큰수레' '작은수레' '대승' '소승'등은 대구를 이루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쓰이는 예가 있기 때문에,

'불교'와 '큰수레'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하여야 할때는 이같은 혼란을 초례할 수 있으니,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참고로, 불교에서 말하는 큰수레는 '다함께'라는 의미의 '큰수레'이다.

  

"트라우마를 억압하면 우울증에 걸릴 수밖에 없어. 인간의 영혼은 육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능해. 만약 외부에서 들어온 어떤 이질적인 요소가 생래적인 방어기제를 통해 배척되지 않으면, 부패나 괴저 같은 것이 생겨나게 마련이지."

"그러면 그때 가서 잘라내면 되겠네요."

"네 정신에 관한 얘기야. 정신을 잘라낼 수는 없어."(2권/24쪽)

 

내가 툴툴거리면서도 이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구절 때문이었다.
언젠가 템플스테이 같은 것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는데...이러저러한 이유로 일정을 끝마치지 못한 낙오생이었다.
거기선 불교의 참선과 비교하여 얘기하고 있었는데...
불교의 참선도 물론 좋은 자기수련 방법이지만,

그 방법은 앙금을 가라앉히는 방법이어서,

실생활과 부딫혀 문제가 생겼을때는 미꾸라지가 흐려놓은 흙탕물처럼 혼란스럽기 그지없다고 했었다.

거기선 우리가 택해야 할 방법은, 앙금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아니라 앙금을 잘라내어 없애는 방법이라고 했었다.
그때 난, 잘라내어 없애는 것까지는 아니고 가라앉혀 놓았다가
가끔 끄집어내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싶어서 결국 그 수련회의 낙오생이 되었었다.

 

그걸 여기서 이렇게 '정신을 잘라낼 수는 없어'하는 한 구절로 요약해주니, 명쾌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암튼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국 끝에 가서 惡이 파멸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다면 악은 완전 사라지는 것일까?
그 전에 노출 되어 악에 물든자와 중독된 자가 생기게 마련인데...그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시인 황지우는 '산경'에서 '그대 비록 악(惡)을 이기지 못하였으나 약(藥)과 마음을 얻었으니 아픈 세상으로 가서 아프자' 고 노래하였다.

산경의 이구절을 미세레레의 해답으로 대신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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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2-01-27 18:36   좋아요 0 | URL
유럽 작가들은 참 다양하게 기독교적 리츄얼이나 코드들을 소재나 알레고리로 활용하네요.
그런 자산들이 있음을 부러워 해야 하는지, 그런식의 소비를 씁쓸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ㅎㅎ
그랑제는 예전에 <크림슨 리버>만 읽었는데 이 책도 보관함으로...
Miserere Mei Deus 개인적으로 그레고리안 찬트를 좋아해서 듣던 곡이군요.
이 시기의 성가들은 신에 대한 '허심한 고백'같은게 느껴져서 좋아요.
요즘처럼 '복이나 주셈'하는 기운이 없어서 더욱 더.


숲노래 2012-01-27 19:23   좋아요 0 | URL
착한 마음도 나쁜 마음도
모두 나한테서 비롯할 테니
나쁨도 착함도 사라지거나 없어지지는 않으리라 느껴요..

순오기 2012-01-27 21:04   좋아요 0 | URL
명절때 고창은 잘 다녀가셨나요?
오랜만에 새글 올라와 반가워요~~ ^^

2012-01-27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2-01-28 00:09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세요!! 잘 지내시는거죠????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암튼 이 리뷰를 읽고 어찌 미세레레를 안 읽을 수 있겠어요!!
꼭 읽어볼꼐요.^^

마녀고양이 2012-01-28 12:27   좋아요 0 | URL
아고 머리야....
왜이리 개념들이 어려운게야. 한두줄 댓글로 언급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 ^^

하지만 가라앉히기, 참기, 억압하기, 글쎄....
불교에서 부모나 자식과 연을 끊어야한다는거 있잖아, 나는 그게 과연 자연스러운 방법일까? 그건 회피 아냐?
머 그런 생각을 해. 물론, 내가 워낙 불교 교리에 무식하다보니, 이렇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거겠지만.
주말 잘 지내길..

2012-01-28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1-28 13:47   좋아요 0 | URL
컴퓨터 잉크가 닳겠어요. 이런 리뷰는 프린트로 뽑아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하니까요. ㅋ

2012-01-28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1-31 01:50   좋아요 0 | URL
장르소설을 이렇게 감상적으로 리뷰쓰시는 분은 드물 거예요!
명절 잘 보내시고, 일주일도 잘 보내시고, 여전히 잘 계시죠?
저야말로!!!
어린 제가 더 많이 와서 안부를 여쭤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또 불쑥 숟가락 얹기가 어려운 마음^^

이 책도 그저 그렇겠지 했지만 꼭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예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난,
허기지면 음식을 찾지만,

영혼이 허기지면 책을 들입다파지만,

마음이 허기지면 사람을,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또 한없이 그리워 하게 된다.

 

시를 자주 읽고 가끔 외우기도 하지만...내가 개인적으로 가까이 하게 되지 않는 시인이 있는데, 류시화와 이병률이다.
류시화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이고,
이병률은 첫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와 여행산문집 '끌림'을 읽었었는데,
그의 글 전반적으로 묻어나는 쓸쓸함의 정서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가뜩이나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 다닌다는 소리를 듣는터라,

그렇게 감성 충만한 글들을 읽다보면 나도 어느새 feel 충만하여져 무뇌아 취급을 받을 것만 같아서 라고 해야할까?

암튼 이병률은 그렇게 내게서 한발자국 물러나 있었다.

 

 

 

 

 

 

 

 

 

 

 

 

 

 


얼마전 내게 시집을 몇권 선물해주시겠다는 분이 계셨다.
그 분이 골라주신 시집은 이병률의 '바람의 사생활', 정끝별의 '시심전심', 이영광의 '그늘과 사귀다'였다.
'바람의 사생활'을 고르신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신형철'님이 해설을 하셔서라고 하셨고,

'시심전심'은, 내가 어디선가 정끝별을 좋아한다는 걸 본것 같은데...정끝별님이 직접 쓰신 시들은 아니니 내가 안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으셨단다.
이영광의 '그늘과 사귀다'는 절판이었다.
사실 정끝별님의 '밥'라는 시선집은 참 좋았지만, 요번 '시심전심'은 별로였었는데...
그 이유가 내가 고등학교 졸업이후로 쳐다보기도 싫어했던 그런 시 해석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였다.
나는 가뜩이나 시뿐만 아니라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고 의인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시를 갈갈이 나누고 헤쳐 분해하고 하는게, 로봇 분해 조립이나  과학상자 만들기같이 느껴져서 말이다.

(어찌되었건, '마음과 마음이 詩로 서로 통할 때'라는 부제는 참 멋지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내게 없는 시집들을 골라내기까지의 그 정성이 선물보다 고마웠다.

 

그동안 이병률의 시가 내게 겉돌았었던 것은 어쩜 시적자아가 여러명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적자아가 너무 여러명이다 보니, 어느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얘기는 다시하면 어느 누구는 A라는 시를, 어느 누구는 B라는 시를, 또 누구는 C라는 시를...취향에 맞게 좋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어느 누구나 좋아할 수 있지만,
'어느 누군가'의 자리에 나를 대입시키면 그를 깊이 좋아하기는 좀 힘 들었었다.

 

예를 들면,

그의 첫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의 주된 정서는 슬픔인 듯 보였었다.

 

 

벼랑을 달리네

 

문상 다녀오는 체감온도 영화 십육 도의 추운 밤

경사진 도로에서 차로 뛰어드는 여자를 보고 놀라 급히 차를 세우는데

뒷자리에 타자마자 '가양동 2단지'를 외치는

택시가 아니라 해도 슬프도록 코를 골며 잠을 청하는

화장품 냄새 술냄새 반에 전 난취의 여자

그래도 내리라 하지 않고 조심스레 몰 수 있었던 건

당신처럼 갈기갈기 사지가 찢긴 채

누군가 나를 데려다 눕혔으면 했던 의식을 부탁해왔기 때문이다

가양동 2단지 앞에 차를 세운 영하의 밤

잠든 여자를 깨운다 눈인사도 한마디 말도 없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았던 목도리를 반듯하게 개어놓고

휘청휘청 아파트 단지 안으로 발걸음을 떼어놓는 여자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 건

나도 벼랑 끝에 살며 당신처럼 핏발의 냄새 풍긴 적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춥지 않다 싶게 집으로 되돌아오는 밤

무언가 하얗게 시야를 덮쳐 급히 차를 세웠더니

도로에 떨어져 휘날리고 있는 두루마리 휴지

인사 대신 남겨둔 여자의 목도리처럼

매운 바람 속에서 하얗게 몸을 풀며 구르다

놀라 멈춰 선 차를 감싸며 흐느끼고 있다

가지런히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차 안에서 눈 감을 수 있었던 건

나도 당신처럼 머리를 풀고 누군가의 품에 안겨

마지막인 양 파닥이고 싶었던 적 있기 때문이다

 

 

'벼랑을 달리네' 같은 경우...
그 슬픔이 추운건지, 슬픈건지, 흐느끼고 싶었던 건지, 파닥이고 싶었던 건지...어떤 형태로 표출된건지 애매모호하다.
그림으로 그리라면 그리겠는데,
말로 얘기하라면...글쎄, 이쯤되지 않을까?
"음, 슬픔은 슬픔인데~. 그게 추운건지, 슬픈건지, 흐느끼고 싶은건지, 파닥이고 싶은건지...는 나도 모르겠어...ㅠ.ㅠ"


근데, 요번에 읽은 '바람의 사생활'에서는 좀 바뀌어 있었다.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다.
그의 정서, '바람의 사생활'에 실껏 몰입할 수 있었다.

 

어쩜 시인은 그대로인데...
신형철의 해설 덕에 시인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신형철은 좀 관조적인 시선으로,
전지자나 선각자의 그것으로 이병률을 바라본다.

일부분만을 옮겨보면 이렇다.

기어이 사랑하며 살아보겠다 하는 마음과 이냥 헤어지고 죽어버리자 하는 마음이 번갈아 밀려왔다 밀려가며 파도를 만드는 것이다. 그 두 마음 중 어느 하나에 의지해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앞의 일보다는 뒤의 일이 더 아픈 일이다. 이병률의 일들이 그렇다. 이 사내의 내해(內海)를 드나드는 파도는 어찌 그리 심해파(深海波)이기만 한 것이며, 그것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길은 어찌 이리 먹먹한 먹빛인 것인가. 그럴 수도 있는가, 그렇게도 살아지긴 하는가, 내내 물어가며 그의 시를 읽었다.
ㆍㆍㆍㆍㆍㆍ

 

'바람의 사생활'에서 그는 좀 바뀌었다.

그 슬픔이...추운건지, 슬픈건지, 흐느끼고 싶은건지, 파닥이고 싶은건지...는 모를지라도,

그 슬픔이 '적어도' 아픈거라는 건 안다.

그래서 '바람의 사생활'에서는 그 '슬픔'이 제 살을 헤집는 아픔인 줄 느낀다.
아픔을 전염시키고 싶지 않은 그는, 슬픔 또한 타인에게 전염시키려 들지 않는다.
여기서 자신을 객관화하려 하고, 타자화하여 바라보려 노력하고...그 바람에 시가 한결 깊어진다.

 

 

 

 

 

 

 

 

Smiling & Waving
이엠아이(EMI) /

2001년 7월

 

이 앨범은 절판이다.

이 앨범의 열한 번째 트랙에 실려 있는 곡이었는데, 알라딘엔 열 번째까지밖에 공개가 안됐다.
아냐 가바렉은 재즈의 거장 얀 가바렉의 딸이라는데,

얀 가바렉의 딸이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른다는게 놀라웠고,

독특한 목소리로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다는 점 또한 놀라웠다.

우와~ 나랑 동갑이라는데...이런 목소리, 이런 몸짓을 구사할 수 있다니...그 또한 놀랍다.

 

I won't hurt you-Anja Garbarek

 

I've lost all my pride
I've been to paradise
And out the other side
With no one to guide me
Torn apart by a fiery will inside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m an untouched diamond
That's golden and brilliant without illumination
You're mouth's a constellation
Stars are in your eyes
I'll take a spaceship
And try and go and find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My pale blue star
My rainbow;
How good it is to know you're like me
Strike me with your lightening
Bring me down and bury me with ashes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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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2-01-11 09:49   좋아요 0 | URL
'찬찬히 풀어놓을 법도 한 근황 대신 한 손으로 나를 막고 자꾸 밥을 떠넣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문장, 왜 이렇게 찔리는지.. 음.. 그 와중에 또 배는 고프고요. ㅎㅎ

Forgettable. 2012-01-11 11:57   좋아요 0 | URL
히융 이런 글도 괜찮을 때나 읽을 수 있지, 마음 상태가 말이 아니니 공감을 넘어서 버겁네요.
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혼자라는 기분에 즐겨 읽지 않아요. 요즘은 아예 모든 글을 즐겨읽지 않나;;; ㅋㅋ

책가방 2012-01-11 13:47   좋아요 0 | URL
접힌 부분이 펼쳐지지 않네요. 요즘 제 컴이 좀 느려지긴 했습니다..^^
시라는 거..
전 잘 안 읽어지던데.. 이렇게라도 시를 접할 수 있어 좋네요.
혼자 남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이 엄마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년초에 친정갔다가 9일에 돌아왔거든요.
시끌벅적하다가 모두 가버린 후 혼자남을 엄마가 새삼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2012-01-11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2-01-11 15:05   좋아요 0 | URL
저도 류시화는 노코멘트.. 이병률의 글과 시는 글 잘쓰는 여고 3학년생 분위기여서 늘 저에게 약간의 닭살을 ㅋ
아직 엄동지절이라 '對影成三人'의 즐거움은 봄까지 미루셔야 겠습니다.ㅎㅎ

다락방 2012-01-11 15:30   좋아요 0 | URL
(생뚱)저 몇년전에 소개팅했을 때 애프터를 받고 또 만났던 남자가 그 두번째 만남에서 약속시간에 좀 늦었거든요. 밤샘근무를 하고 오후에 나오는거라 좀 늦었다고 했는데, 그때 그가 들고 나왔던 책이 이병률의 [끌림]이었어요. 착한남자였는데, 어딘가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잘 살고 있는지 이 페이퍼를 읽다보니 문득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그의 이름도 생각나질 않아요, 이제는.
전 이병률이란 이름만 들으면 바로 그 남자로 연결되어 버려요.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인데도 말이지요.

Forgettable. 2012-01-11 16:08   좋아요 0 | URL
나도 누군가의 차에서 이 책을 발견했어요. 근데 이름도 얼굴은 커녕 누군지도 잘... -0-

라로 2012-01-11 15:43   좋아요 0 | URL
님 덕분에 시를 읽게 되네요,,,요즘 왜 이러고 사는지,,,^^;;

2012-01-1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1-11 16:48   좋아요 0 | URL
새해부터 시집을 즐거이 읽으셨네요.
즐거이 읽는 시집은
마음을 잘 달래 주지 싶어요.

프레이야 2012-01-11 21:38   좋아요 0 | URL
'바람의 사생활'은 이상하게 마음에 착착 감기질 않았어요.
'그늘과 사귀다'는 표지가 달라졌네요. 이 시인의 시 좋던에요

근데 전 마음이 허기져도 먹는 것 찾아 마구 먹어요.ㅎㅎ
거짓허기라지요. 운동은 안 하고 먹기만ㅠ

cyrus 2012-01-11 22:02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이 주신 책 선물 덕분에 송경동이라는 시인의 글을 알게 되었어요, 나무꾼님 덕분에
요즘 시집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고 있어요. 저도 류시화 시인을 좋아하고 이병률의 <끌림>을 감명깊게
읽었는데 다시 한 번 류시화의 시집을 읽어보고 싶네요 ^^

마녀고양이 2012-01-13 17:35   좋아요 0 | URL
"나도 벼랑 끝에 살며 당신처럼 핏발의 냄새 풍긴 적 있기 때문이다"
나 이 구절 너무 좋아, 왜냐하면 나 역시 핏발의 냄새를 풍긴 적 있으며, 지금은 택시 기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며,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핏발의 냄새를 풍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그때 누군가 나의 택시 기사였으면 싶기 때문에..... ^^

글구, 전에 불에 가까이 가면 화상만 입을 뿐이니 적절한 거리에서 쬐어야 한다는 문구 정말 맘에 안 들었는데,
이번에 그 밑의 문장들을 보니....... 너무 기뻐, 한아름 내려놓은 것 같아서. 내가 기뻐하는거 보여?


2012-01-18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3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의 일이 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그의 일이 되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녀의 선배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그게 바로 상갓집 예절과 관련해서였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얘기할 수도 있지만, 20여년전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는 실로 충격이었다.
그녀와 연관된, 그러나 그녀의 선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가에 조문을 갈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상갓집 예절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동행을 요청했고, 그녀의 선배는 선뜻 응했다.

낯선 조문과 응대 예절에 한참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옆의 선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게 아닌가?
나중에는 '꺼이꺼이' 소리내어 흐느끼기까지 한다.

 

조의금을 내고 자리로 안내되고 시뻘건 육개장이 나오자,
이 남자 뻘개진 눈가를 훔치며 언제 울었나 싶은 표정으로 육개장 한그릇을 말끔히 비운다.

'맛있다'는 말만 못했다 뿐이지 한그릇을 더 먹겠다는 눈치다.

 

"아는 사람이었어? 아까 왜 그렇게 울었어?"
"아니...얼마전 이 병원에서 OOO라고 먼 사돈의 팔촌이 돌아가셨는데,
 셤 기간이고 게다가 부주금 낼 돈도 없고 그래서 못 와봤거든.
 계속 찝찝함으로 남아 있었는데...오늘 기회가 얼마나 좋냐? 마음에 맺힌 응어리도 풀고 육개장으로 속도 풀고..."

이렇게 시작된 그녀 선배의 상갓집 예절은, 아니 상갓집 기행(奇行)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후로 20여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조문을 못 갔다고 하여 소급 조문을 가는 것은 아니고...이 남자, 울고 싶으면 상갓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선배의 그녀는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지면서 마음의 간난신고가 있었다.

 

김근태 님의 부음도 그랬지만,

김근태 님의 부음을 듣기 바로 전...

연말 동기 모임을 나갔다가 몇몇 동기로부터 매정하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눈물을 눌러삼키며 선약이 있다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고,
덕분에 다른 모임에서 고주망태가 되어버렸었다.

그녀가 동기들로부터 매정하다는 소리를 들은 것은...성근 대나무, '성근대'라는 별명의 그 녀석 때문이었다.

 

A대를 다니다가 B대로 편입을 하고 그녀는 한동안 힘들었었다.
가뜩이나 소심하고 말이 없는데다가, 편입생이라 낯설었지만,
전공 상 각자 개인 플레이가 가능했었고, 공부할 분량도 엄청나서 자신 이외의 누구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녀를 챙겨 줄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때 성근 대나무, 그 녀석이 그녀 곁에서, 그녀의 그림자처럼...그녀를 챙겼었다.
그녀의 또 다른 곁에는 먼저 다니던 A학교에서 만난, 만난지 2년된 선배가 있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하여 2년 먼저 만난 선배와 결혼했다.

암튼 녀석은 그후 좀 변했다.
아니 몰라보게 변했다.

수지에서 제법 크게 벌였었고,
있는 동네에서는 럭셔리하게 가야한다고 하면서 죄다 리스를 끌어다 쓰는 모험을 했었다.
가난하기로치면 그녀의 선배는 종갓집 장손에 더 안좋은 조건만을 가지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늘 자기가 안되는 이유가 가난이냐는 신파같은 멘트를 날렸었다.

그녀가 그 녀석을 선택하지 않은 게, 성근 대나무 같은 앞머리 때문이었던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실력과 경험을 쌓을 생각을 안하고,
일부러 나이 들어보여야 한다고 수염도 안 깎고,

외모와 보이는 것만으로 승부하는가 싶더니,
얼마 전엔 피부과 영역까지 욕심을 부리고 고가의 장비를 무리하게 구입했었다.

자기가 무슨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IPL까지 건드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걸로 인해서 계속 분쟁이 끊이지 않고,
스트레스 받고,

그걸로 인해서 Cerebral infarction이 와서 드러누워 버렸다.

 

한때 아무리 그녀와 친했다 한들,

다시 재기를 꿈꾸기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그의 앞날이 안됐고,

아직 결혼도 안하고 독신으로 누워있는 그가 안쓰럽다 한들,
결혼을 하여 한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그녀가 맘 편하게 병문안을 갈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김근태님의 조문을 갔다가 먼발치에서 훔쳐보고 와서는 내내 마음만 아파하고 있었다.

 

근데,
그녀의 선배, 지금의 남편이 지난 저녁 OO병원으로 그녀를 불러냈다.
병원으로 불러내는건 간혹 있었던 일이라, 또 상갓집 기행을 하려나 보다 하였다.

어쩜,그녀가 먼저 성근대나무의 얘기를 꺼낼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고,
그녀의 선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병원은 그녀의 직장에서 가까운...양, 한방 협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었다.

 

 

 

 여보 고마워 
 고혜정 지음 /

 공감 /

 2011년 12월

 

 

 

 

이 책은 예전에 한번 (2006년 8월) 나왔었단다.
탈고를 하고, 가족여행도 다니고, 잠시잠깐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9월엔가 남편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다가 남편의 위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수술, 2008년 1월 다시 재발을 거쳐 2008년 7월 남편을 떠나보낸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건 이 책에 나오는 남편이 내 남편이랑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무슨 남자가 표현할 줄도 모르고, 무슨 말을 해도 꿀 먹은 벙어리니 도대체 대화가 되어야 말이지. 상의하려고 얘기를 꺼내면 "당신이 알아서 해."가 끝이고 한참을 얘기하고 의견을 물으면 피식 웃고마는게 다고. 무슨 말 좀 하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는데 답답하고 속터지는 심정을 누가 알리요.

ㆍㆍㆍㆍㆍㆍ
연애 때는 제일 장점이고 제일 매력이었던 부분인데 결혼하고 나니 말수 없는 게 남편의 가장 큰 단점이 되어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10쪽)

 

책 속에 '다시 태어나면'이란 글이 있는데...

어디선가도 읽었었고, 많이 듣기도 했었는데 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주었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 알게 됐던
한 PD가 있었단다.

성격도 좋고,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이었인데다가...

부인은 대학교수였는데, 가끔 TV에도 나오는, 꽤 유능하고 인정받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이 PD가 술만 마셨다하면 후배들에게
아내가 너무 똑똑하고 잘난 탓에 숨쉬기 힘들정도로 조여와 살수가 없다고 푸념을 했단다.
결혼 안한 후배들에게 ...

잘난여자 똑똑한 여자 얻지 말고,좀 배운게 없고 어리숙해도 고분고분한 여자 만나라고 조언을 하고 다녔단다.

이혼을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고, 대화도 없이 각방생활을 하면서

밖이나 남들 앞에서만 깍듯이 남편을 위하는척 연기하는 이중인격 아내라고 몰아세웠었단다.

몇년후, 아내가 암에 걸려 투병중이고 이 PD가 직장을 휴직하고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고있다는 소식을 접했단다.

또 몇년 지나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죽은사람만 불쌍하고 그렇게나 결별을 원했기에 PD한테는 외려 잘된일 아닌가 싶었는데,
재혼 안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다른 얘기를 하더란다.
 "우리 와이프, 나 때문에 죽었잖아. 나 벌받은 거야. 와이프 나때문에 속 썩어 그런병 걸려 죽게 해놓고,

  나는 딴여자 만나서 살라고? 나도 기본적인 양심이 있지..."

 "두사람 별로 사이좋지 않았잖아요?"

 "응. 근데 죽고나서 생각해보니가 내 잘못이 99%야. 그 사람 많이 속상했을거야. 그 사람이랑 살면서 매일매일 이혼을 꿈꾸었 고,  단 하루도 행복했던적 없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어쩌면 그 사람은 더 했을지도 몰라. 이제 내 잘못 다 알겠고 잘해주고 싶은데 그 대상이 죽고 없네. 이래서 사람들이 있을 때 잘 하라고 하나 봐..."

 

아내가 뭐라고 말 좀 하면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라."무시하고. 설령 그런 전근대적인 사람이 아니고 아내를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남편이라고 해도 아내가 뭐라고 잔소리라도 좀 할라치면 숨 막혀죽겠다고 짜증이다.
그런데 그 숨 막히는 건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산소를 호흡기 끼고 띵기리딩딩 노래 부르고 춤추며 사는 줄 아나? 부부란 한 방의 공기를 나눠 마시는 사이기에 같이 숨막히는 건 당연한 거다.

 

끝으로 갈수록 최루성이 짙어져 눈물 바람이라, 옮길 수가 없다.
다만 '여보, 고마워'소리가 필요한 분들께, 또는 말로는 할 수 없어도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1분쯤 지났을때, 보컬의 손뼉 박자와 함께 들려오는 그 부분에서 my heart도 suddenly live하는 feel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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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ta - Thank you


 

In a language learned when no-one was listening
I try my best to tell you how I feel
somehow I am sure and this I believe in
this is real

from my heart I sing to you and I‘m hoping
that you‘ll understand what I‘m trying to say
you found a place inside of me and I‘m grateful
for each day

a broken wing can not stop me from flying
I leave no footprints when you‘re around
know yourself, you said, and you made me so proud of
what I‘ve found

oh my god, I‘m losing it
I‘m finally going out of it
my senses tingle, I can hardly breathe
I feel my heart, I’m suddenly alive

thank you
thank you for the world, the world, the world
thank you for the life you’re making me see
inside of me

the book is open now and the pen keeps on writing
the story of my life; it starts right here
now I reach the stars, can grab them and hold them
with no fear

I am captivated, completely spellbound
I have found my match
and the black bird has flown away
the black bird has left me for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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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7 07:02   좋아요 0 | URL
살아서 곁에 함께 있을 때에
고마운 줄을 느끼면서
좋은 나날 누리면
다들 아름다우리라 믿어요..

양철나무꾼 2012-01-11 09:52   좋아요 0 | URL
참 이상하죠~
곁에 있을때...고마운 줄 느.끼.고.
고마움을 표.현.하.고...살아야 할텐데 말이죠~

그러면서 살기에도 참 짧은데 말이죠~^^

알케 2012-01-07 08:18   좋아요 0 | URL
뜨끔...! 지난 밤 술에 쩔어서 늦게 귀가했다가 아내에게 작살난 1인 -.-;;

양철나무꾼 2012-01-11 09:56   좋아요 0 | URL
'나는 암시랑토 안타'시더니...except wife이신가 봅니다, ㅋ~.

잘잘라 2012-01-07 15:2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Thank you~~
『꿈꾸는 자 잡혀간다』 잘 받았어요. 어제 받았어요. 얼마쯤 읽다가 더 읽지 못하고 덮었어요. 책상 위에 따로, 다른 책들이랑 같이 두지 않고 따로 뒀어요. '잡혀간다'는 글자가 자꾸 시선을 잡아끄네요. 잡혀간다. 잡다. 잡히다. 잡아채다. 잡아끌다. 잡아가두둔다. 잡혀간다... 주말엔 아무래도 송경동 산문집을 잡고 있을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2-01-11 10:22   좋아요 0 | URL
아~
1월17일 첫 공판까지만 끌고 갔으면 했었는데...제가 뒷 힘이 쫌 부족하네요~ㅠ.ㅠ

프레이야 2012-01-07 15:30   좋아요 0 | URL
고마워하며 살아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2-01-11 10:23   좋아요 0 | URL
저도 늘 프레이야님께 고마워 하는거 '말씀드리진 못했지만' 아시죠~?^^

2012-01-07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1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3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gimssim 2012-01-07 20:20   좋아요 0 | URL
우리 집, 제가 무슨 말이라도 한 마디 할라치면 남편은 "한 집에 한 사람만 똑똑하자!"며 소리를 높힙니다.
지금껏 살아오다보니 그러려니 합니다.
되도록 말을 줄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에 침잠하는 거지요.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별로 부딪힐 일도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가 그립습니다.

양철나무꾼 2012-01-11 11:20   좋아요 0 | URL
전 남편이랑 6년 연애 끝에 결혼 했어요.
신혼 때는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부딪힐 일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살았었어요.
그리고 남편의 연이은 사업 실패가 있었구요.
그러구두 전 꿋꿋하고 의연하게 살았구요.
어느날 친정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고마워 하는게 아니라 징그러워 한다고...
그때부터 였을거예요, 소리 지르고 싸우게 된게~^^

gimssim 2012-01-21 07:02   좋아요 0 | URL
아버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남자들 편에서 보면 착한 여자는 편하기는 해도 매력은 없지요.

열심히 싸우시며 살아가는데 한표 보탭니다.

2012-01-08 17: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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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11: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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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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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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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14: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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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0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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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1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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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0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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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1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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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3 2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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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0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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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1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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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셨나요?
복많이 지으시고 받을~^^

 

알라디너 분들 모두에게 한살 씩은 선물로 드릴 수 있는데,

주름살은 나이와 묶어 패키지로, 반송은 절대 사절이구요~^^

 

지금부터 '나와 신선 사이의 공통된 한 단어' 이벤트 결과를 발표를 하려구요.

저, 급반성 모드입니다.

저를 즐찾하고 계신 분들 중 10%정도는 댓글을 남겨주시지 않을까 했었는데...
기대에 한참 못 미쳤던 고로,
고민않고 댓글을 달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셨을...감은빛, 글샘, 알케 님께서는 다른 책 한권을 골라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마녀고양이님은 제가 '꽃으로 말해줘'를 방출할 생각이 없으므로,
'꽃으로 말해줘'를 사보내드리도록 할테니, 이 책은 자비로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댓글이 아닌, 방명록에 안부를 남겨주신 風流男兒, hnine 님도 주소 3종 세트 남겨주시면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자~

준비되셨나요?
그럼, 그쪽으로 넘기겠습니다.

 

복많이, 복많이 많이, 많이, 복많이~

 

 

 

 

 

 

 

 

 

 

 

 

 

 

 

 

 

 

 

 

 

 

 

 

 

 

 

 

 

 

 

 

 

접힌 부분 펼치기 ▼
Ray LaMontagne - Are We Really Through (Live Session)

 

 

Is the sun
Ever gonna break
Break on through the clouds
Shine down in all its glory?

Onto me
Here upon the ground
'Cause I can't hear a sound
Sept' my own sad story

I get so tired
A starin' at the walls
Weight so heavy
Mountain so tall

Is there no one
Who would catch me
If I fall?

It's more
It's more than I can take
I wish that I could fake it
Or pretend like I don't know what's goin' on

Somethin's wrong
Somethin's wrong
I'm tryin' to hold on
For just a little longer

I get so tired
A starin' at the walls
Weight so heavy
Mountain so tall

Is there no one
Who would catch me
If I fall?

Can you hear me?
Can you see me?
Why is that so hard for you to do?

Don't dispel me, girl
Just tell me
Are we really through?

Is the sun
Ever gonna break
Break on through the clouds
Shine down in all its glory?

Onto me
Here upon the ground
'Cause I can't hear a sound
Sept' my own sad story

Can you hear me?
Can you see me?
Why is that so hard for you to do?

Don't dispel me, girl
Just tell me
Are we really through?
Are we really thr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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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1 0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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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0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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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0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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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01 08:18   좋아요 0 | URL
2012년에도 마음이 따뜻한 양철나무꾼님과 더불어 복을 짓고 받는 일에 더 마음을 쓰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하늘바람 2012-01-01 11:2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님
양철나무님께는 1월1일 댓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제가 한발 늦었네요 새해에도 게으름뱅이~
양철나무님
님 건강하시고 올해는 제가 더 많이 다가갈게요.
언제나 님의 리뷰를 읽고 님의 이야길 듣고 감동받고 고개끄덕이고.
무엇보다 힘든 한해였던 지낸해
님께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지난해 갚으려 했는데 못 갚았네요.
올해 다 가능한 넘치도록 갚아야지 하는게 제 맘인데 꼭 지켜보려고요.
님 복 많이 받으시고요.
언제나 생각합니다

2012-01-01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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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1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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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2-01-02 12:42   좋아요 0 | URL
추석인사도 먼저 받은 걸로 기억합니다.ㅎㅎ
고마운 분이십니다.
나누신 덕담처럼 복을 많이 지을 수 있는 2012년이면 좋겠어요!
책을 나눌 줄 아는, 그 속에 푸근한 마음까지 나눌 줄 아는
양철나무꾼님만큼만 되도록이요!^^

반갑고, 즐거운 새해입니다. 복은 님이 다 받으소서!!!

2012-01-01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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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1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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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2-01-01 14:04   좋아요 0 | URL
아아, 죄송해요! 저도 도대체가 머리에 창의력이 부족해서 고민해 봤는데 마땅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어요.(>_<)
정초부터 좋은 음악 듣고 갑니다. 아, 좋아요, 좋아!!!

oren 2012-01-01 15:43   좋아요 0 | URL
이 글 보니 저도 죄송하네요.
양철나무꾼님과의 공통점이 뭘까 잠시 고민해 봤는데, 제 아둔한 머리로는 도대체 떠오르는 게 없네요.
간신히 떠오른 건 즐겨찾기 중 하나가 알라딘이 아닐까 하는 정도입니다...
암튼 양철나무꾼님의 성의를 외면한 것 같아 죄송하구요. 새해 첫날 쓰는 '첫댓글'로나마 용서를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숲노래 2012-01-01 16:02   좋아요 0 | URL
오늘부터 새해 즐거이 누리셔요~

카스피 2012-01-01 18:01   좋아요 0 | URL
양철 나무꾼님 건강 유념하시고 2011년 서재의 달인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알케 2012-01-02 10:03   좋아요 0 | URL
ハモった (하못따)도 찌찌뽕이란 의미랍니다. 영어 단어 harmony에서 차용한 듯. 일 때문에 종종 만나는 일본 여인이 때때로 감탄사 쓰더군요. 근래 배운 실용 일본어 ㅋ 서재의 달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러운 생각이...!

북극곰 2012-01-02 09:24   좋아요 0 | URL
제가 댓글은 자주 달지 않지만요,
(즐찾서재 브리핑에서 알려주니깐) 새글 뜨면 쪼로록 달려와서 내내 잘 읽고 있어요.
올해에도 글 많이 올려주시고, 건강하시고 많이 많이 행복하세요!
(이벤트 응모 하랄 땐 안하고,이제 와서 막 딴소리만 하고 가요. 힛!)

2012-01-02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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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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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1-02 13:09   좋아요 0 | URL
2011 서재의 달인 되신 것 축하드려요.(그리고 동시에 깜짝 놀란다는...ㅋㅋ)

뭔가 이벤트가 있었던 모양인데, 제가 진작 알았더라면 참가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모락모락 연기 납니다.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앞으로 자주 들르면 되는 거겠죠?



2012-01-02 1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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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02 15:15   좋아요 0 | URL
나는 자기가 읽은 책들, 그 포스트잇 가득한 책들을 가지고 싶어 라고 말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을테니............... ^^

올해 건강하고, 즐거운 일 가득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루쉰P 2012-01-02 20:4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항상 제 서재에서 저를 찾아와 주셔서 가슴 따뜻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하지만 저 절대로 걱정하지 마세요! 전 어둠을 벗삼아 그리고 절망과 마주 않아 술자리를 나누는 아주 광활한 포스를 자랑하는 교주이지 않습니까! 어느 때는 사람이 싫고 어느 때는 삶이 싫어 짜증날 때도 있지만 전 그리 약하지 않습니다. 안 그럼 교주를 못 하지 않습니까! 작년은 나무꾼님을 만나 참으로 뜻 깊은 해 였습니다.
서재의 달인 정말 축하드리고 개인적으로 루쉰P의 달인으로 선정해 드릴께요. ㅋㅋㅋ

2012-01-03 0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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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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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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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1-03 23:04   좋아요 0 | URL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님 ^ㅡ^
올 한 해에는 알라딘에서 더 많은 이야기 나누기 바랍니다 ㅎㅎ

2012-01-04 17: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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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2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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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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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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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1-05 23:39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책, 오늘 잘 받았습니다.
고맙게 잘 읽을께요.

라로 2012-01-06 16:24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책, 어제 잘 받았어요.
문자를 드렸는데 문자는 혹 받으셨나요??
정말 감사드려요.
고맙게 잘 읽을께요.^^

햇빛눈물 2012-01-06 18:32   좋아요 0 | URL
한동안 서재에 너무 뜸해 양철나무꿈님의 서재에도 들어오지 못했네요. 2012년 새해 정말 재미나게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좋은 책도 많이 많이 읽으시구요. 좋은 페이퍼도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무스탕 2012-01-06 20:05   좋아요 0 | URL
어제 책이 왔어요. 정성이가 '뭐야?' 묻는데 '엄마 책이닷!' 자랑스레 대답했죠 ^^
잘 읽겠습니다. 올해 초부터 책 복이 터져서 지금 제 책장이 빠방해 졌어요. 이렇게 복 쌓이듯 책이 쌓이면 전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부럽지 않을 부자가 될거에요 >_<

2012-01-06 2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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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7 0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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