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젖은 단풍나무

 

                                  - 이 면 우 - 

 

 아주 오래 전 내가 처음 들어선 숲엔 비가 내렸다
오솔길 초록빛 따라가다가 아, 그만 숨이 탁 막혔다
단풍나무 한 그루 돌연 앞을 막아섰던 때문이다 그

젖은 단풍나무, 여름숲에서 저 혼자 피처럼 붉은 잎
사귀, 나는 황급히 숲을 빠져나왔다 어디선가 물먹
은 포풀린을 쫘악 찢는 외마디 새울음, 젖은 숲 젖
은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살면서 문득 그 단풍나무를 떠올린다 저 혼자 붉
은 단풍나무처럼 누구라도 마지막엔 외롭게 견뎌내
야 한다 나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 이 숲의 단풍나무
라 생각했다 그대 바로 지금, 느닷없이 고통의 전면
에 나서고 이윽고 여울 빠른 물살에 실린 붉은 잎사
귀,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누구라도 상처 하
나쯤은 꼭 지니고 가기 마련이다.
 
  멀리서 보면 초록숲이지만 그 속엔 단풍나무가
있고 때론 비 젖은 잎, 여윈 손처럼 내밀었다 아주
오래 전 내가 처음 들어선 숲엔 말없음표 같은 비
후두두둑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미는
낯선 손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아직 몰랐다 다만 여
름숲은 초록빛이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믿어버렸다
그 단풍나무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고통에 관하여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다.
 
  이렇게 살다가,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자신의 세운
두 무릎 사이에 피곤한 이마를 묻을 때 감은 눈 속
따듯이 밝히는 한 그루 젖은 단풍나무를 보리라.
  
  지금이 꼭 가을이 아니라도

 

요 며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는 대신, 엉덩이 곁에 발을 들어올리고 무릎을 곧추 세우는 꼴로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의 female 버젼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고,

누군가는 빨리 화장실로 가라고 몰아내려 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런 고난도의 자세를 구사할 수 있는 신체의 유연성에 감탄스러울 뿐이긴 하지만...

그런 자세를 하고 있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 자세를 허물어뜨려 원상복귀하기까지의 그 고통이 만만치 않은 걸 자꾸 까먹고 또 그 자세를 취하니 그게 문제다.

 

 

 

 

 

 

 

 

 

 

  만 가지 행동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저도 답답했어요. 선생님은 자꾸만 '두성을 쓰란 말이야.' 하시지만, 그걸 쓸 줄 알았으면 벌써 썼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를 알아차렸다. 그동안 내가 책에서 했던 말들도 저 멘토의 말과 같았구나 싶었다.

ㆍㆍㆍㆍㆍㆍ

훈습의 구체적 방법이나 내용은커녕 용어의 의미조차 밝히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사석에서 지인들이 "그런 얘기를 책으로 써 달라."고 했던 내용들은 훈습 과정의 개인적 경험이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실천한 행동들에 대한 내용이었다.(7쪽)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프로이트가 정의한 작업이 먼저 이행되고 나면 엡스타인이 정의한 상태가 뒤따라오는 것 같았다. 무의식 깊이 밀어 넣은 후 억압, 회피해 온 정서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의식 속으로 되찾아 오면 저절로 관점의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다음으로 타인을 보는 관점에 변화가 왔다. 이어서 세상을 보는 틀이 바뀌고, 그 다음에야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졌다.(27쪽)

 

훈습 기간 중 분리되기만큼 어려운 것은 '경계지키기'였다. 예전 방식은 버렸어도, 어디서든 새롭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73쪽)


'성실하게 살되,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65쪽)' 교과서대로만 살면 될 줄 알았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른이니까, 나의 마음 하나 쯤은 이미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하고 산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누군가를 치료하고 사니까, 그게 감정이입을 하고 사는 거라고 착각을 했었나 보다.

요즘들어, 누군가를 치료하는 건 반대로 철저히 나를 배제하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누군가를 지켜보고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일이, 표현하지 못하고 염원하기만 하는 일이...

어쩜 '나'라는 나무의 겉줄기나 외관은 그대로 둔채, 보이지 않는 물관과 체관만을 그에게로 향하고 행하게 하는,

그런 서글프고 비겁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김형경님처럼, 남에게 내 삶의 나뭇가지 하나 기대지 않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두에게 적당히 친절하며,

냉철하고 지적이며 시니컬한 미소를 구사할 줄 아는, 그렇지만 감정표현을 하는데 있어서 서툴지 않은 사람.

그런 완벽한 사람을 어른이라고 그려놓고 있었지만, 그건 단지 내가 그려놓은 이상향이었을 뿐...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었나 보다, 누군가의 말대로 채 자라지 못한 내면아이가 여전히 울고 있었나 보다.

 

이 책의 김형경같은 생각을 되풀이했다.
"누구 안 아픈 사람이 있겠어? 살아가면서 저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에 혼자 웅크려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어?"

누구나, 누구나, 누구나...다 아프고 다 괴로울 것이다.

그런 인정 만으로도 버거운데...누구나의 틈을 뚫고 '누군가'가 슬며시 자리한다.

'누구나'에서 '누군가'로 '분리'되기도 버거웠는데...이번엔 '경계지키기'를 요구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해야 한다는데...

"중도는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어중간한 중간 상태가 아니다. 흑과 백이 분리되기 이전, 너와 내가 분리되기 이전의 상태를 중도라 한다."

라는 어려운 말을 인용하려다가,

쿨하게 내 식대로 가기로 했다.

 

'경계 - 금'은 넘으라고 있는거야~!'

 

 

 

 

 

 

  루시드 폴(Lucid Fall) 정규 4집 - 레미제라블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씨제이 이앤엠 (구 엠넷)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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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3-0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쪼옥~

하늘바람 2012-03-0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끄떡끄덕.

2012-03-09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3-09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흐리고 차분한 아침, 루시드 폴의 목소리가 착착 감겨오네요.
잘 듣고 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참, 로뎅의 그 자세는 정말 ..ㅎㅎ

숲노래 2012-03-0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참말 안 아프며 살아갈 수 있어요..

꿈꾸는섬 2012-03-1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면우 시가 참 좋다고 내내 생각했어요.
 

눈물 젖은 김밥을 먹어보지 않은 자와 근사록을 논하지 말라.

 

하늘에는 태양이나 별처럼 자체 발광하는 것들도 있지만, 달처럼 태양빛을 받아 반사하여 빛을 내는 경우도 있다.

언제부턴가 맨 앞에서, 스스로 빛을 낸다는 따위의 말들이 부담스러워졌다.

자체발광이나 주인공, 주체가 되는 삶도 멋지지만,
그것들이 빛나고 멋지기 위해서는,

어두운 부분은 물론이고 어둠과 빛의 경계가 되는 두리뭉실하고 모호한 배경들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달처럼 태양빛을 반사하여 빛을 내는 태양보다 어두운 달같은 것들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게 되었다.

 

어둠이 짙을수록 밝음이 환하고,

달은 태양빛을 반사해 내는 면적에 따라 밝기가 다르다.

내가 '제대로' 된 어둠이거나 들어온 빛을 '고스란히' 반사해 내는 반사경이었을때,

내 남편과 아이라는 밝음이 한층 빛날 수 있다.

어제 새벽에 일어나서 수련회 가는 아들을 위하여 김밥을 쌌다.

김에 밥을 얇게 펴고 여러가지 재료를 차곡차곡 얹어 돌돌 만 문장은 '하이데거'와 '기획 투사'였다.

 

나도 참 웃긴 것이 하이데거를 이해하기 위해서 관련자료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않고,

중이 염불 외듯 김을 한장 깔고 '하이데거', 밥을 얇게 펴고 '기획투사',

여러가지 재료를 나란히 쪼로록 놓고  '하이데거', 김발로 돌돌 말아 꼭꼭 눌러 '기획 투사'

...이렇게 읊조리고 앉았었다.

 

기껏 정성 들여 김밥을 싸 3단 도시락에 넣었더니,

"엄마아~~~~~! 내가 어제 한 얘기 뭘로 들었어?

  제발 튀지않고 싶으니까...다른 애들처럼 호일에다가 김밥 한 줄 둘둘 말아달라고 그랬지~"
그러고보니, '둘둘~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은데,

요즘 아들과의 사이가 심하게 삐그덕거리다 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나 보다.

'정말 호일에다가 김밥 한 줄을 둘둘 말아가지고 가는 애들이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내 딴에는 새로운 시작이고 출발이라지만, 남들이 볼때는 눈 감고 귀 막고 소통을 거부하고 정 떼려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한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한 내가 참자',

또 다른 한손으로 가슴을 다독이며,

 '참을 인'忍'자 세번만 쓰자'

하고 자위하였다.

암튼 중간에 타협점이라고 찾은 것이 쓰고 버려도 아깝지 않은 재활용 용기였다.

 

 

 

 

그렇게 꿀꿀한 마음을 어떻게 갈고 닦아 보려고 집어든 책이 '근사록'이었다.

 

 

 

 

 

 

 

 근사록
 한형조 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2년 1월

 


난 한 작가에게 필이 꽂히면 그 사람의 전작주의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한형조 님은 '허접한 꽃들의 축제'와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통하여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과거와 현대, 동ㆍ서양 할 것 없이 시대와 공간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며 넘나드는 사상적 깊이에 매료되었었다.

게다가 수선 부리지 않는 글의 품새 또한 고고하기 이를때 없었다.

 

얼마전 웹서핑을 하다가 '근사록'의 저자 란에 그의 이름이 박혀있는 것을 보고 설레여 주문했었다.

근사록은 판본이나 해제를 달리해 가며 여러번 읽은 기억이 있지만,

말 그대로 읽은 기억만 있는지라, 체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에,

이 분의 것으로 보면 혹 문리가 트이듯이 어느 순간 훤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책을 받아보고 좀 실망을 했는데...여러명의 필진 중 대표 저자일 뿐이다.

 

한형조님은 서문에서부터 반짝거렸다.

' 다섯꼭지의 글은 그런 점에서 '해설'이라기보다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학이나 주자학은 역시나 '낯설다.' 이 기획은 그 낯설음을 덮지 않고, 생살로 확인해보고자 했다. 손쉬운 동조는 위험하고 쉬운 설득은 무력하다.

 혹, 그동안 유학을, 너무 이너 서클에서 '당연하게' 설교하지 않았을까. "한국의 전통이고, 거기 좋은 말씀만 가득하구나"의 안의함 같은 것. 무릇 이방의 사유는 이방의 것으로, '불가해하다'고 적어주는 곳, 거기가 소통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반대편의 경계도 잊지 않아야겠다. '낯설다'는 것이 혹 진리의 징후일 수도 있다.(7쪽)

 

이 책이 낯설다는 사람들을 위해 살짝만 얘기해보자면, 주자학의 입문서이자 교과서이다.

사서삼경 외에, '심경'과 이 '근사록'을 보탤 수 있겠다. 그런데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책의 이름조차 생소할 터이니 주자학은 근 백년 사이에 아득한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제목의 '근사'는 논어의 '널리 배우고 뜻을 돈독히 하며,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 생각하면[] 인()은 그 가운데 있다'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근사록, 덕성에 기반한 공동체, 그 유교적 구상'

자세히 보니 이 책의 제목은 그냥 '근사록'이 아니다.

그동안의 책들이 교과서적 진술의 화석으로만 남아있던 것을 우려하여, 그걸 넘어서고자 노력했단다.

무엇보다 지식이 삶에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주자가 '근사近思란 이름을 붙인 이유라고 못 받는다.

경험을 통해, 지식은 생명을 얻으므로 그 정신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단다.

다시말해, 교과서(근사록이겠지?)가 알려주지 않는 맥락과 지층을 엿보여주고,

시대가 정위해놓은 판단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며,

미래를 위해서 주자학적 사유가 던지는 교훈과 충격의 지점을 확인하고자 했단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적 주제 다섯가지를 설정했단다.

도, 공부, 가족, 사회, 국가가 그것인데....

그것은 각장마다

1장, 도와 형이상학,

2장, 공부와 마음통제, 심경과 상호보완

3장, 가정의 경영, 남녀의 역할 차이에 대한 음미

4장, 유교의 공동체적 세계관 - 주자학적 구상의 전체적 얼게, 혹은 조감도

5장, 국가와 통치에 관한 장, '자연'과 '무위' 위에 설정한 '이상주의'국가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무극이면서 태극이다. 그 태극이다. 그 태극이 움직여 최초의 움직임을 낳았다. (無極而太極  太極 動而生陽)

(31쪽)

 

퇴계 또한 같은 치지에서 자신의 필생의 역저 '성학십도' 맨 첫머리에 이 '태극도설'을 실었고, 어리둥절한 제자들에게 이것부터 가르쳤다고 한다.

사람들은 멈추어서서 묻는다. "대체 자연이, 그 과정이 왜 인간의 길에 그토록 중요한가?" 여기 설명이 필요하다.

 주자학은 인간을 독립된 개인으로 보지 않고, 자연의 파생으로 본다. 그 자연 안에서 개인들은 타자와, 흑은 가족으로 혹은 공동체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 개인은 그런 점에서 사적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우주 전체의 과정에 협력하는 존재로 이해되었다. 장재의 '서명(西銘)'이 그 구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길은 우선 '자신의 유주적 의미'(理)를 자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상 속에서 그것은 두꺼운 먼지를 덮어쓰고 있고, 그 가능성(性) 또한 심각하게 녹슬어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존재에 대해서 묻지 않게 되었다. 하이데거가 인간의 '존재'가 일상적 인간으로서의 '다스 만'(das man)의 소음과 타율 속에 망각'되었다고 말할 때, 나는 단박에 주자학을 떠올렸다.

소외된 기(氣)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둔감과 무기력을 노정한다. 곤경에 처한 사람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쳐가고, 다른 사람의 기쁘고 슬픈 일에도 동참하지 않는다. 표정이 없고, 얼굴이 굳어 있으며, 자신 속에 골몰하고 인는 사람은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멀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이 오래된 구습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본래의 감응의 자발성과 자연성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주자학은 그 목표를 위해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자기 위주의 욕망과 왜곡된 습관 등을 고치고, 아울러 세계와 인간에 대한 전체적 전망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다. 또 사람 차이도 있다. 요순처럼 타고난 조건이 좋을 수도 있고, 인간 백정 도적처럼 도무지 대책 없는 유형도 있다. 보통은 자신의 노력만큼 이런저련 장애물이 즐어들고, 가려지고 묻혀 있던 본래의 자연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가령, 어른들이 지나가면 공경하는 마음이 들 것이고, 어린 아이가 우물에 들어갈라치면 달려가서 구할 것이다.

ㆍㆍㆍㆍㆍㆍ

'근사록'의 도체편을 펴면, 기이하게도 이 체계가 '자연'에 대한 근본적 신뢰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는 노장의 믿음이기도 한데, 주자학 또한 동양의 오랜 전통에 맞게 자연을 최종적 원천,판관으로 알고, 그'절대'에 순응하는 것으로 인간의 일을 규정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 점에 고개를 젓는다. 인간의 일이 문제 해결의 연속이고, 사람 손이 가지 않고, '저절로' 잘 되는 일이 없는데, 정말 주자학은 '순진하게도', 물정 모르고 '자연의 자연성'에 최종적 귀의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32~33쪽)

 

조금 길지만 지문의 일부를 옮긴 이유는, 내가 김밥을 싸면서 읊조리던 '하이데거' '기획투사'와 묘하게 들어맞아서이다. 

 

제2장 공부 '생명의 의미에 대한 자각과 실천' 편까지는 읽었다.

내가 예전에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었던 '주역, 인간의 법칙'을 쓰신 이창일 님이 쓰셨다.

 

'논어'가 '논어'일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숙독을 통해 자신의 절실한 체험에서 확인되었을 때이다. '숙독이 완비' 되었다는 말은 성경의 구절들이 잘 익힌 음식처럼 맛이 우러난 것을 먹고, 잘 소화시킨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비록 독서를 위한 문자의 해독과 경전의 해석에서 엄밀한 문자학적 지식이 무시되지 않지만, 그것은 일의 반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젊어서 군서(群書)를 독파했던 정이천은, "나는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기를 탐냈는데, 지금 많이 잊어버리고 말았다. 모름지기 성인의 말을 완미하여 마음 속에 기억한 연후에 힘써 행한다면 자득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완미하지 않으면 성경의 의미, 성인의 뜻, 일리(一理, 만물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치)는 파악되지 않는다.

 보통 독서인들의 주지주의를 지적하지만 정이천의 이와 같은 말은 반주지주의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의 축적, 정보의 습득은 인식의 수평적 확대를 말하지만, 완미의 독서는 깊이의 수직적 측면 곧 체험의 깊이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지식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거나 양화된 정보의 수준을 평가하는 독서론은 이러한 깊이의 독서론을 측정할 수 없다. 전통의 독서 문화가 암송과 숙독을 위주로 한 이유를 알게 해 준다. (58쪽)

 

 

암튼 1장과 2장 까지 읽고 느낀 것은, 근사록은 체험철학이라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지식은 생명을 얻는다.

그냥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몸을 놀리는 수고로움과 땀흘리는 신성함이 함께 우러졌을때 힘을 얻는다.

 

'천석군집 며느리뽑기대회'처럼 밥을 빌어 죽을 쑤어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일부러 과대포장이나 예쁘게 담을려고 공을 들을 필요는 없다는 주의이다.

하지만, 있는 있는 도시락 놔두고 단지 튀는게 싫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는 호일을 일부러 사다가 둘둘 말아가는 거 그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다.

정성을 들이고 최선을 다하는데,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 것이지...

무성의하고 대충대충 하는데도 노력 따위가 필요한 건 아니지 않겠나?

또 모르겠다, 지나치게 정성을 들이고 최선을 다해 그것이 병을 불러 오는 경우라면...무성의하고 대충대충 하라고 하겠다만~

어째 영 꺼림칙하다.

 

그리고 어쨌든 봄비 내리는 아침이다.

 

 

 

 

 

이지형 두번째 소품집 - 봄의 기적
이지형 노래 / 해피로봇레코드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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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03-06 11:12   좋아요 0 | URL
근사한 리뷰인데요. ^^ 정말 근사해요. (짝짝짝)
세상에, 김밥을 말면서 하이데거와 기획투사를 읊조리는 엄마라니...
거기다, 포일에 말아달라는 쎄~한 아들 사이에 놓인 근사록이라니...

남자 아이들은 그런 게 있어요. 모범생 스탈로 도시락싸오면 초딩스럽다는...
아마도 애들이 다들 잘 먹었을 것입니다. 부러워 하면서요. ㅎㅎ

유교의 '자연'과 노자의 '자연'은 인용 의도가 다른 거 같아요.
유교는 '자연'의 법칙성 속에서 '종법'과 '양'의 두드러짐을 주워내고
노자는 '자연'의 무위함을 강조하는 식인 것처럼 말입니다.

一陽一陰之謂道... 이런 구절도 '양과 음'의 구별을 '도'라고 하는 건지, '한번 양이 되고 한번 음이 되는 원리'가 '도'라고 하는 건지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니 말이죠.
근사록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도 참고가 되겠네요. ^^

2012-03-06 12:19   좋아요 0 | URL
저런 김밥 도시락이라니 역시 모든 어머니의 사랑은 모든 자식에게 과분해요..ㅎㅎ (자식들은 늘 저렇게 말도 안 되게 투정하죠. 저만 해도 그런 경험 한 트럭이에요. -자식으로서..) / 그리고 너무 좋은 리뷰여요! 자연스럽고, 핵심적이고! 인용하신 글도 참 좋고요. ^^ 근사록 읽고 싶어졌습니다~

하늘바람 2012-03-06 13:25   좋아요 0 | URL
님의 내공을 어찌 따라가요. 정말 근사해요
아들은 징징 댔지만 엄마의 멋진 김밥을 두고두고 기억할 걸요
진짜로 호일에 둘둘 말아 주는 김밥만 싸 주는 엄마를 가진 아이는 평생 그립고 부러워할텐데
하이데거 학교 다닐때 살짝 읽어보았을떄 넘 어려웠어요.
지금은 제 자신이 수준이 아닌되어서

페크pek0501 2012-03-06 15:03   좋아요 0 | URL
저 위의 글샘님의 댓글에 동의합니다. 김밥을 말면서 하이데거와 기획투사라... 정말 멋져요.
그리고 재밌어요.ㅋㅋ
저도 짝짝짝~~~.

차트랑 2012-03-06 20:35   좋아요 0 | URL
동양의 고전을 접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아
양철나무꾼님의 페이퍼를 통해 도움을 얻고자합니다.
서재 즐겨찾기 추가해서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프레이야 2012-03-06 22:2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세실님에 이어서 님까지 김밥을~~~ 냠~
전 김밥 말아본 지가 언제 적 일인지 아득해요.
천국표 김밥으로 간단히 도시락에 넣어주던 불량엄마랍니다~ ^^

숲노래 2012-03-07 07:09   좋아요 0 | URL
옛 선비들은 책이나 생각을 넘어,
손에 쟁기와 호미와 낫을 쥐고
들판에서 일하고
집에서 기저귀와 걸레와 주걱과 부엌칼 들고 일했으면
"가까이 놓고 생각하기"와는 사뭇 달리
다른 삶이야기를 풀어냈으리라 믿어요..

같은하늘 2012-03-08 00:18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좋은 글에서 아들의 싸~~한 반응이 제일 눈에 들어오네요.
지금은 엄마~엄마~~ 하면서 따르는 아들들도 그렇게 될텐데라는 생각에...

순오기 2012-03-08 10:38   좋아요 0 | URL
와우~~~ 교양있는 엄마란 이런 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페이퍼네요.^^
음악처럼, 정말 고맙습니다~~~~~꾸벅 인사하고픈!
 

그러니까 어제 생긴 일이었다.

" 내일 개학하면 바빠져서 엄마랑 놀 시간 없으니까, 오늘 마지막으로 엄마랑 놀아줄게."

녀석은 인심 쓴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넘넘 심심하여 방바닥을 뒹굴던 그녀, 속으로 '올레이~'를 외쳤지만...

" 뭐가 필요한 건데...?

  너 올해부턴 교복 입어서 패션에 힘 안줘도 되잖아.

  글구 엄만 절대 니네 아빠랑 백화점 안 간다~"

하고 한번 그냥 튕겨 보았다.

 

" 흥, 가지 마라~.

  나 별로 필요한 것도 없고, 어제 두시까지 책 봐서 별로 가고 싶은 생각 없어.

  필요한 거야 내 용돈으로 사도 되고...

  난 그냥 내일부터 3년동안은 아들없는 셈 쳐야 할, 쓸쓸할 엄마를 생각해서...마지막으로 한번 엄마랑 놀아주려고 그랬지."

오히려 녀석이 기세 등등이다.

 

"암튼, 암만 아빠랑 백화점 안 가."

"엄마, 내가 엄마가 없어, 아님 아빠가 없어 또 시작할까?"

그녀는 엉덩이가 무거웠다.

바꾸어 말하면 움직이는걸 너무 싫어해서, 가족 놀이나 모임, 나들이 같은데 따라다니는걸 엄청 싫어했다.

어느날 녀석이,

"내가 엄마가 없어, 아님 아빠가 없어?

 엄마, 아빠 둘 다 안가면 나도 안 가."

하고 그녀의 감성을 자극해서 어쩔 수 없이 끌어냈던 대사를 날렸던게, 녀석의 자발적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얼마전이었다.

자전거에서 넘어서 머리가 깨졌을때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기기는 커녕, 프랑켄슈타인이란 별명을 지어준 녀석이었다.

녀석에게 엄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운동신경 둔하고 굼뜬, 아주 귀찮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빠만으로도 녀석의 욕구는 충족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놀이나 모임, 나들이 같은데 엄마의 참여를 단서로 내걸었던 사람이, 그 녀석의 아빠였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됐거든~아빠랑 둘이 다녀오시게."

"쇼핑은 안 하고 그냥 밥만 먹고 오자고..."

이 쯤에서 그녀는 못 이기는 척 오케이하고 말았다.

 

일산에 있는 페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정말 밥만 먹었다.

기다리는 동안 녀석은 앞으로 엄마 얼굴을 보기 힘들테니 폰 배경 화면으로 쓰겠다며 얼굴 사진을 한 장 박았고,

밥을 먹으면서 대화는 자연 새학기 결심으로 이어졌다.

그러는 중에 녀석은 몇가지 얘기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조곤조곤 늘어놓았다.
"엄마, 나 야.자.하면 안 될까? 우리 반에 나 혼자 안 하는 거 같애~ㅠ.ㅠ"

녀석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 마냥, 아빠의 얼굴과 엄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빤, 너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거 찬성이야."

"남들이 다하고 안하고가 뭐 중요해? 니 마음이 중요한거지?

 남들 다하니까 안하면 왠지 불안해서 하는거라면 반대고,

 니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면 해 봐."

"학생이 공부하겠다는데, 부모가 반대하는 집은 우리집 밖에 없을거야."

녀석은 그녀의 허락이 떨어졌음에도 뭔가 할말이 더 있는 눈치이다.

"근데, 학교에서 공부가 제대로 되기는 하던?

 그리고 야자하게 되면, 지금 다니는 검도랑 드럼이랑, 기타랑 그딴 건 다 어떻게 할거야?"

"뭘 어떻게 해? 안 다니면 돼지."

"다니고 안 다니고는 니가 결정할 문젠데, 학교생활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래? 에네지와 열정 넘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말야."

"암튼, 난 수험생이야. 그딴 거 말고 공부하는 학원을 보내 줘."

 

"진짜 아빠가 일러준 대로 하니까...된다아~. ㅋ,ㅋ~."

화장실에 다녀오던 그녀는 이 낮고 경박한 웃음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녀의 남편은 요 며칠 그녀의 일탈과 우울을...아들의 고입, 그와 관련 늦은 귀가가 빚어내는 일종의 빈둥지증후군이 원인이라고 파악한 모양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이름 붙이자면, 아빠의 코치에 의루어진 '야자를 허락받기 위한 엄마 비위 맞추기 대작전'쯤이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폰 배경 화면에 그녀의 얼굴을 찍어 집어넣을 생각을 한 것부터가, 그녀의 취향을 정확히 읽어낸 것이 신통방통하다 했다.

다른건 몰라도 자식농사 하나는 잘 지었다고 우쭐해 하려던 순간이었다.

녀석이 그녀에게 넘버원이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는 까닭이기도 했으며,

이는 바꾸어 말하면, 남편은 열길 물 속보다 깊다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말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몇 안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박세연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월

 

 

소통을, 소통이 되길 꿈꾸는 내가 제일의 소울 푸드로 꼽는 것은 커피와 차(tea)이다.

항상 잔이 따라 다니고, 때에 따라서는 받침까지 따라 다니기도 한다.

쓸쓸하거나 외로울 것 같지는 않다.

설사 고독하더라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적어도 손에 들고 있는 동안은 그만큼의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서 이기도 하다.

내가 곁에 없어도, 내가 선물한 그 차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커피나 차의 온도 만큼의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서 좋다.

 

커피나 차처럼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닌지...있을 때 잘 해야겠다.

새벽에 약이 올라 몰래 사진을 지워버리려고, 녀석의 핸드폰을 들여다 보던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누구란 말인가?

사랑하는 마음 한자락 있었다면 지 엄마를 저렇게 애꾸눈으로 찍어놓고 헤헤 거릴 수 있었을까?

 

암튼 다 잊고 훌훌 떨어버리고, 녀석의 처음을 응원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나는 성시경의 '처음'을 따라 부르며,

녀석 없는 날씨는 좀 꾸물거리지만 마음만은 더 없이 찬란한 '처음'을 시작해 보아야 겠다.

 

나의 손끝이 당신을 느꼈을 때 나는 당신의 향기에 취하여 오고 가는 세상 속의 모든 일들 사랑 하나로 멈추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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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3-02 13:08   좋아요 0 | URL
ㅎㅎ 우리집이랑 똑같이 내가 엄마가 없어, 아빠가 없어 놀이를 이용하는군요.
있을 때 잘해라... 만고의 불변의 진리죠. ^^
그나저나 아드님이 재주꾼이군요. 드럼에 기타에... 든든하시겠네요.

2012-03-02 21:1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넘버원은 남편님이시군요.
울 아버지도 하시는 말씀이, "자식도 '한 다리 건너'고, 부인 옆에는 그래도 늘 남편인기라." (오늘 들은 말)
언젠가 예전에 하신 울 엄마 말씀은, 사람은 다 있어야 한대요. 친구도 자식도 남편도..(애인도?) 종류대로 다 필요로 하는 게 사람이라고. 전 없는 게 좀 많지만요.^^

cyrus 2012-03-02 22:31   좋아요 0 | URL
한창 공부만 해야 하는 시기에는 가끔씩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 같은 것도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힘들어도 꾹 참으면서 지냈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는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쉴 때마다 연주하면 좋을거 같아요. 드럼이랑 기타라.. 혹시 학교에서 밴드부로 활동하시나요?
정말 아드님이 멋지네요. ^^

아이리시스 2012-03-03 14: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양철나무꾼님 보면 평생 생각도 못했던 '아들'도 갖고 싶어요 ^________^
다 있어야 한다는 말에 저도 감동. 종류대로 다 필요한 것. 설령 지겨워지더라도요. 저는 없는 거 싫어서 기웃기웃 찾아볼래요ㅋㅋㅋ

달사르 2012-03-03 22:35   좋아요 0 | URL
아들과 아빠의 팀플레이가 멋집니다! 아빠가 아무리 작전을 잘 짜줘도 그걸 멋드러지게 표현해낸건 온전히 아들의 몫이니 전, 아들에게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요. ^^

수험생 아들을 둬서 이래저래 마음이 쓰이겠어요. 저희 언니도 비슷한 경우인데 빈둥지증후군을 겪는지 옆에서 잘 지켜봐야겠습니닷!

순오기 2012-03-04 08:24   좋아요 0 | URL
이런 수를 쓸 줄도 아는 아드님은 비록 넘버원은 못돼도 이제 다 컷네요.^^

같은하늘 2012-03-06 02:50   좋아요 0 | URL
음... 아드님의 마음 씀씀이가 참~~~^^
우리 아들들도 이렇게 이쁘게 커야할텐데...
 
뜨겁게 안녕 -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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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래도 대책없는 바보이거나,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이렇게 어떤 이의 시 한구절을 내맘대로 바꾸어서 읊조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옛 여인들은 보고싶은걸 어떻게 견뎠을까

지금처럼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도 못했을텐데

지금처럼 잊기 위하여 취하도록 마실 술도 없었을텐데

 

시의 원문을 옮겨 보면 이렇다.

 

옛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를 견뎠을까
지금처럼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도 못했을텐데
이 강을 어떻게 건넜을까 

        - '정철훈'의 이도백하((二道白河) 중 일부 -

 

암튼 이쯤되면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명약관화해진다.

보고 싶으나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보고 싶은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잊기 위하여 마시는 술에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취하도록'이다.

그런데, 말이다.

잊자고 술을 마셨는데, 이젠 초록 술병만 보면 자동으로 떠오른다.

 

이 책에서 저자 '김현진'은, 남자는 가도 가게는 남는다.

자고로 먹던 음식이 좋고 마시던 술이 좋고 얼굴 익힌 주인이 편하므로 남자 하나 바뀌었다고 그거 처음부터 다시 공사할 생각하면,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생각만 해도 귀찮다'고 염소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나는 저 문구를, 남자는 가도 독서 취향은 남는다.

이렇게 바꾸고 싶다.

남자 바꾸기가 신발 바꿔 신기만큼이나 간편하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것인지,

독서 취향 바꾸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하고 싶은것인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으나,

독서 취향이 달랐던 이들이 만나 서로의 독서취향에 흡수되어 버린 연후에는,

상대가 떠난 후에도 서로에게서 흡수되고 동화된 독서취향이 남아 쓸쓸하고 때론 씁쓸하더라...

뭐, 그런 얘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아는 사람(=知人)이 있었다.

그는 이상하게 나와 독서 취향이 똑 같아서,

'김소희'가 '한겨레 21'에 쓴 '오마이 섹스'를 몰래보고 있을라치면 같이 보자고 고개를 들이밀었고,

성석제가 재밌다고 키득거리면, '나도 성석제 완전 좋아하잖아.'하면서...

'성적제는 이기호랑 세트로 읽어줘야 재미가 배가 된다.'며 몇 권 가져다 주기도 했다.

지금은 날려버린 옛 블로그를 용케 발견하고는, 김소희 다음으로 글을 잘쓰는 여자라고 칭찬을 해주기도 했는데,

그런 그가 나와 김소희보다 글을 더 잘쓴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던 이가 바로 '김현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김소희나 김현진보다 글을 더 잘 쓴다거나, 잘 쓸 수 있다거나, 잘 써보고 싶은 마음 따윈 없지만...

그의 눈에 콩깎지가 씌어서 '김현진보다 눈곱만큼이라도 더~'라는 아부성 멘트를 한번쯤 날려주기를 기대했던 적은 있었다.

 

질투에 눈이 멀었던 난, 그녀의 글을 볼때마다 이 책 추천사를 쓰며 고종석이 언급한 친구의 그것처럼,

 '글에 멋부림이 지나치고 자아가 너무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다'

고 투덜거렸고, 그럼 그는 고종석의 그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하는 가난 속에서도 따뜻하고 고결한 마음씨를 어기차게 간직한 어떤 이웃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고 변호하고 나섰었다. 

아는 사람은 이제 '예전에 알던 사람'이 되었지만, 김현진을 읽는 나의 독서 취향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때 그가 말한, 그녀는 가지고 있고 내게는 없었던 건...인생의 바닥을 쳐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치열함이었다.

 

김현진에 비하면 난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인 것은 맞다.

온실 속의 화초라고 해서 나름 견뎌내야할 병충해가 없었겠냐마는...각설하고,

 

고2에서 고3으로 넘어가는 겨울, 가출이란 걸 하여 광화문의 햄버거점에서 알바를 했었다.

채 하루를 채우지 못한 그 가출은 알바 후 원인불명의 고열 때문에 친구의 밀고로 아빠에게 알려졌었고,

내 인생에 있어서 알바는 그날 하루, 4시간이 전부였다.

그날 나를 교육시켰던 알바 오빠의 이름이나 얼굴 따위는 잊었지만, 알바생에게 힘들때 쉴 수 있는 곳을 제일 먼저 알려주었던 그 오빠의 따뜻한 마음씨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를 조용히 화장실로 데려가 좌변기의 뚜껑을 덮더니 시범을 보이며,

"힘들면 이렇게 뚜껑을 내리고 앉아 있는거야. 시간이 좀 지날때마다...물을 한번씩 내려주는 건 센스~"

라고 했었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
내가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했어야 될때도 있었고, 반대로 누군가를 내 밑으로 두어야 할때도 있었다.

나이를 먹다보니, 어딜 가나 나만의 숨어있기 좋은 곳 하나쯤 가지는 건 기본이 되었다.

내 밑의 누군가 들에게도 제일 먼저 '힘들 때 숨어 있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하라고 귀뜸해 주는 건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한동안은 인생의 바닥을 쳐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치열함이 어떤 것일까 싶어서 몸을 혹사시켰던 적이 있다.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수해복구현장에 비닐을 걷어내는 봉사를 따라나섰다가 겨우 하루하고 일주일을 앓아 눕기도 했었고,

시댁의 땅콩 밭에 쭉정이를 주우러 갔다가 탈진으로 쓰러져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었다.

 

지금은 물질적인 빈부를 가지고 무조건 인생의 상류층이나 밑바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풍요롭거나 가난하고의 여부가 인생의 상류층이나 밑바닥을 결정 짓는다고 생각한다. 

고독해서 사랑을 한 게 아니라 혼자 있기 싫어서 사랑을 했는데, 그러다 정신 차려보니 나는 그냥 막 살고 있었다. 나야 연애에 목숨을 거는 것뿐이었지만 남들 보기엔 그냥 막 나가고 막 사는 걸로밖에 안 보였을 것이다. 울고 또 울어도 또 멍청한 짓을 되풀이하는 한심한 여자아이였는데, 그건 어른이 된 지금도 그다지 나을 것 없다. 나는 그냥 죽도록 사랑받아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했고,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아예 마음이고 감각이고 다 마비될 때까지 술을 마시는 짓을 되풀이했다.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는 삶을 도대체 누가 좋아해주겠느냐는 말도 맞지만, 누군가에게 죽도록 사랑받아보면 조금 안심이 될 것도 같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런 일이 한번 일어나면 자신을 좀 좋아하게 될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애해볼 만큼 해봤고 나름의 생계와 고뇌를 짊어지고 있는 성인 남자들은 귀찮은 강아지처럼 구는 나를 부담스러워했고,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구석에 시무룩하게 앉아서 술을 마시는 것뿐이었다.(87~88쪽)

 

사실 아저씨도 나도 우리는 다 똑같은 종자였다. 외로워서 술 마시고 사람 냄새 그리워서 민폐를 끼치고 그러면서도 내가 이렇다고 말 못하고 나 주인아저씨고 내가 대장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는 한심한 종자들. 외로워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면 더 외로워지는 바보 같은 종자들. 아저씨에게는 마구 기어들어가 내가 대장이라며 난리를 칠 세입자들이 있고, 나는 누구의 대장도 아니며 어떤 세입자도 없었지만, 죄 없는 남자친구나 몇 안 되는 친구들이나 마구 조진다는 면에서는 똑같이 한심하고 덜떨어졌다.(129쪽)

 

외로워서 미칠 것 같은 밤에 안방에서 창문을 열면 한강과 동호대교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던 우리 집, 미칠 것 같은 밤에도 방이 세 개나 있어서 고독을 내려놓을 공간만은 충분했던 우리 집. 그때 나는 젊었고, 피는 지글지글 뜨겁고 종종 토할 만큼 외로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지금은 다 무너진 그 집은 삼성 래미안이 될 것이라 했다. 그 생각을 하면 또 덜컥 외로워진다. 다행인 것은, 그 뜨겁던 피가 약간 식어서 이제 토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정도다. 어쨌거나.(147쪽)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가난은,  외로움이나 고독 따위와도 등가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그것을 인생의 밑바닥의 그것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따갑지요. 근데 그럼 어떡하겠어요, 비닐장갑 끼면 손이 둔하니까 느낌이 안 와서 골고루 양념이 안 들어가 맛이 없어지고, 좋은 결과를 내려니까 그 과정에서 반드시 참아야 되는 것도 있지요.(106쪽)

 

 할아버지들은 영차 영차 하며 이번에는 냉장고를 날랐다. 아, 다들, 이렇게 미친 듯이 열렬하게 살고 있었다.(163쪽)

 

이 책을 읽다보면, 도처에 술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문장들이 포진해 있다.

김현진의 글이야 그냥도 수려한 것은 분명하지만,

술꾼들에게는 더없이 유혹적이고, 대단한 위용을 과시한다.

그러니 혹, 부도 위기의 주류회사나, 술집이 있다면...과감하게 김현진의 이 책을 술을 자제하거나 끊은 잠재 술꾼들의 가시는 걸음걸음에 고이 놓아드리면 될 일이다.

 

ㆍㆍㆍㆍㆍㆍ술에 취해 길에 누워 자고 있는 웬 아가씨를 발견한 그 산책길에서 그 신랑과 신부는 아마 손잡고 가로등 아래를 다정하게 거닐다가 내 친구를 발견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정답게 서로 도우며 친구를 낑낑 데리고 내려오고, 막걸리 냄새 풀풀 풍기는 우리가 그 친구를 떠메고 사라진 다음에는 참 다행이라고 웃다가, 황당한 일도 있다고 다시 한 번 웃다가, 서로 이불 잘 펴고 그 침대에 누워 꼭 껴안고 다정하게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남자 잘 만나 어떤 호화로운 대접 받고 사는 여자보다 자그마한 살림이라도 반질반질한 침대와 말간 얼굴 가진 남자와 정답게 사는 그녀가 부러워서, 그래서 더 외로워져 목 메일 때도 있었고, 그러면 하는 수 없이 막걸리로 씻어 내렸다. 그런 정결함은 아직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고 앞으로도 기약없다. 그저, 부디 그들이 그 침대가 떵떵거리며 제 자리 찾아 위용을 자랑할 수 있는 몇 십 평짜리 넓은 집에서 잘 살기를. 레미안이니 브라운스톤이니 이런 데 가서 여봐란 듯이 살라고 세속적으로까지 빌어주고 싶을 만큼 참 정다운 무릎을 가진 부부였다.(178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잘 먹지도 못하는 막걸리가 마시고 싶었고...

정다운 무릎이 어떤건지 시험해보고 싶어, 작은방에 반질반질한 침대를 놓고 자그마한 살림을 살고 싶어졌다.

 

'글에 멋부림이 지나치고 자아가 너무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더라도, 그걸 감수할 수 있을만큼 수려함의 정수를 이루는 구절은 이 구절이다. 수사의 화려함과 수려함이 정수와 극치를 이룬다. 도넛을 먹을건지, 고로케를 먹을건지,의 쉽지않은 결정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미루어 두는 수밖에 없겠다.

우리가 모두 따뜻한 빵이라면 나는 한 개의 도넛,  동글동글 귀여운 찹쌀 도넛이 아니라 뻥, 하고 뚫린 큰 구멍 있는 그런 도넛의 숙명이다. 그놈의 구멍에는 별별 게 다 들어간다. 유난스러운 외로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관심병과 애정결핍, 지난밤 부끄러운 기억, 꼴에 쓸데없는 동정심, 독한 술, 추억이라 부르기도 비참한 순간들, 이런 것들이 이커다란 구멍을 통해 밀물처럼 썰물처럼 오고 또 갔다. 사람은 원래 혼자라는 걸 알면서도 잠깐 그 구멍을 메울 수만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아무나 사랑하고 아무에게나 상처받는다. 만약 당신이 고로케라면 이런 고통 모를 것이다. 얼마든지 몰라도 좋을 고통이다. 금방 튀겨져 따뜻하고 감자나 당근 같은 포근한 속이 들어 있는 당신, 야무지고 빈틈없이 속이 꼭꼭 찬 당신은 구멍 같은 걸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도 나름의 고통이 있겠지. 더 채우고 싶어서 괴로울 테니까. 그래서 당신은 더 맛있고 특별한 속재료를 찾는다. 존경스러운 당신의 추진력, 당신이 정말로 고로케인 건 아니니까 당신이 채우려고 하는 것들은 감자 양파 햄 당근이 아니라 더 좋은 차,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스펙 같은 근사한 속재료. 당신이 아자 아자 파이팅! 할 수 있어! 하고 외치며 도톰하게 속을 채우려고 참 열심히 사는 동안 뭘 넣어도 텅텅 비어버리는 도넛들은 당신이 부럽고 신기하고 가끔은 무서워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면 당신은 우리를 이렇게 부르지, 루저!(238~239쪽)

 

제자리라고 마음대로 정해놓은 구석 자리에 앉아 대낮부터 술국과 막거리를 청해 마신다. 그러면 조그만 마루에 앉아 계신 할머니 옆으로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괜히 이것저것 묻는다. 사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순대국을 끓여온 할머니의 대답은 늘 명쾌했다.

 

- 할머니, 회사 대리가 괴롭혀요.

- 아가야, 속 좁은 놈들은 별것도 아닝 게 무시해버려라잉.

- 할머니, 저 회사 그만뒀어요, 인제 어떡해요?

- 아가, 앞으로 돈 벌 날 하고 많응게 쪼매 안 벌어도 돼야. 안 굶어 죽는다.

- 할머니, 저 이렇게 술 많이 마셔서 어떡해요?

-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안 들어갈 날이 곧 온다.(244쪽)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이렇게 우문현답을 구사하시는 할머니만 있다면, 대낮부터가 아니라 하루 24시간 내내라도 술국과 막걸리를 먹어댈 수 있겠다.

술을 너무 먹어 알콜성 치매보다 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된다 해도, 이 할머니만 사부로 모실 수 있다면 내가 앞으로 사십 년 동안을 순대국을 끓이는 보조로 일해도 행복하겠다.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안 들어갈 날이 곧 온다."

누군가 나에게도 이렇게 얘기해 준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알콜성 치매보다 술 안들어갈 그날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천형 같을테니,

블랙아웃이나 머릿 속의 지우개보다 더 무서운게 술이 안들어가는 그날일테니,

들어갈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실컷'은 아니고 야금야금 아껴 마실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냥 지금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술이 들어가면, 들어가는 만큼만 욕심부리지 말고 마시고,

마셔서 취하면, 취하는 만큼만 술김을 빌려 하고 싶은 말 하게 하고,

마셔서 취하면, 취하는 만큼만 술김을 빌려 잊고 싶은 건 잊고 살 수 있다면,

그럭저럭 감사하고 살기로 했다.

 

김현진의 책제목 <뜨겁게, 안녕>은 'Goodbye To Love-Carpenters'를 본문에서 인용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Goodbye의 의미로 사용했겠지만, 난 Carpenters의 또 다른 곡 Close to you를 떠올리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책의 뒷표지에 있는 이런 문구를 간과할 수 없어서 라고 하면 너무 감성충만, 필 충만이 되려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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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bye To Love-Carpenters'

 

 

I′ll say goodbye to love, no one ever cared if I should live or die

Time and time again the chance for love has passed me by

(And all I know of love is how to live without it

I just can′t seem to find it)

So I′ve made my mind up I must live my life alone

And though it′s not the easy way

I guess I′ve always know

I′d say goodbye to love

There are no tomorrows for this heart of mine

Surely time will lose these bitter memories

And I′ll find that there is someone to believe in

And to live for something I could live for

All the years of useless search

Have finally reached an end

Loneliness and empty days will be my only friend

From this day love is forgotten

I′ll go on as best I can

What lies in the future is a mystery to us all

No one can predict the wheel of fortune as it falls

There may come a time when I will see that I′ve been wrong

But for now this is my song

(And it′s goodbye to love

I′ll say goodbye to love)

 

 

책의 가사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옮겨 적지 않았다.

304쪽의 '문'은 '분'의 오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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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3-02 13:49   좋아요 0 | URL
杯山(배산)- 전겸익

山如一酒杯(산여일주배)-산이 하나의 술잔 같아서
湖水嘗灌住(호수상관주)-호수는 벌써 물을 댄다
我愛杯中物(아애배중물)-나는 술잔 속의 풍물이 좋아서
還乘此杯渡(환승차배도)-다시 이 술잔을 타고 건너간다


2012-03-02 15:46   좋아요 0 | URL
요즘 양철님 글이 왜 이리 잼있지요? 김현진보다 눈곱만큼 더 잘 쓰시는 것 아닐까요? 후후
저도 김현진 글 좋아했는데, 재치에 두 점 주고, 자기애와 자기연민에 한 점 깎고, 혼자 막 그랬었지요.
이 글 읽으니, 김현진 양의 저 에세이 당장 사서 읽고 싶습니다...
남자는 가도 가게는 남는다니, ㅋㅋ.
어느 인연과 섞였다가 헤어진 후, 남은 자취엔 추억만 있는 게 아니군요. 섞였다가 흔적으로 혹은 자산으로 남은 독서취향이라. 재밌어요.

양철나무꾼 2012-03-02 16:02   좋아요 0 | URL
ㅋ,ㅋ...칭찬에 약한 양철댁~
제가 읽은 책 보내드릴게요.
사지마세요. 후하게 줘서 별 넷이지만, 소장가치까지는 장담 못해요~^^

2012-03-02 21:13   좋아요 0 | URL
양철님은 진짜 책 인심이 후하시군요.. 하지만 저도 염치가 있지 우예 또 받겠습니까~ㅎㅎ
저도 살 생각은 아니었어요. 지금 무급휴직에 막 접어들어서, 긴축이거든요.
서점에 놀러가서 읽거나, 시립도서관에 구입신청하거나 할 거였답니다.
여튼 양철님 고마워용~! ^^*

cyrus 2012-03-02 22:26   좋아요 0 | URL
리뷰 속에서 술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도 술이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개강인데 제 주위 친구들이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고기만 배불리게 먹고 나왔거든요 ^^;;
신입생 때는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 같이 밤새도록 술 마셨던 기억이 그리워지네요.



하늘바람 2012-03-03 11:08   좋아요 0 | URL
저도 어떤 책보다 양철님 글이 더 멋지고 좋아요 마음도 편해지고 하지만 이렇게 글을 잘 쓰시면 질투에 눈이 멀지도 몰라요
 

* 습관 : 1.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2.<심리>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

 

* 중독 : 1.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그러니까 어제 아주 낯선 장소와 상황에서 눈을 떴다.

그렇지 않아도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고생을 하는데,

낯선 장소와 낯선 상황에서 눈을 뜬다는 것 자체가...뭔가 심상치않은 기류가 느껴졌다.
방의 풍경도 낯설었지만,

내 옆에 누워 있는 인물들도 의외였다.

동생의 딸인, 울보 공주들은 잠잘때 잠투정이 더 심해  내가 하나 뿐인 고모이긴 하지만 한번도 같이 자본 적이 없었다.

방문을 슬그머니 열고 거실로 나가니 거실 풍경은 더 가관이었다.
아빠와 남동생과 남편이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아휴~"

하는 탄성의 원인이 그 광경을 보고서 였는지, 내 머리가 흔들려서였는지 확실치 않았다.

화장실을 찾아들던 나는, 때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던 동생의 처, 올케와 마주쳤다.

"형님, 일어나셨어요?"

평상시 같으면 나를 붙들어 세우고, 거실의 풍경에 대하여 열번은 '블라블라~'거리고도 남았을 올케와 나는 평소 죽이 잘 맞아 '형님'이라는 호칭 대신 언니, 동생하는 사이였다.  

난 채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닭살 돋게 웬 형님?"

하고 의아해 했다.

"어제, 아니 새벽에 형님이 그러셨잖아요."

올케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심드렁하다.

"언니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하셨잖아요!

 언니,동생은 피를 나눈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에나 사용하는 호칭이라고...

 우리 아빠 달랑 마른김에 깡소주 마시게 하는 못된 올케에게 언니로 불리우고 싶지 않다고 그러셨잖아요!"

사태파악을 채 못하고 애먼 눈을 이번엔 껌벅거렸다.

 

"저~언~혀 기억 안나는 거예요?"

나는 '저~언~혀'를 강조하기 위하여 고개를 위아래 끄덕이려다가 골이 흔들려 이내 멈칫거리고는 시선을 돌려 거실을 가리켰다.

"새벽에 저한테 전화하셔서, 울아빠가 마른김에 깡소주를 먹고 있는거 아냐고 하면서 막 우셨잖아요."

"고모부한테는 전화하셔서, 너네 아빠 우리 아빠 하면서 우셨대요."

"내가 초딩이야?"

"그러게 말예요. 아니면 고단수이던가...

 혼자 사신지 6개월밖에 안되는 니네 아빠한테는 왜 자주 연락하라고 하면서,

 평생 혼자 살다시피한 우리 아빠한테는 전화 한번  안하냐고 따지셨대요."

얘기인 즉슨, 엊그제 누군가를 만나러 나갔다가 음주를 해 주셨(?)고,

대부분의 음주는 약한 자와 길치에 대한 배려로다 동네에서 이루어지는데, 아니었나 보다.

귀가 길에 집과 두어정거장 떨어진 친정아버지 댁에 들르게 되었는데,

때마침 심심하셨던 아빠가 마른김에 깡소주를 드시고 계신 걸 보게 된다.

동네방네 전화해서 울고불고 통곡을 하고 난리를 치고는, 혼자서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잠이 든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새벽에 자다가 전화를 받은 남동생 내외와 남편은 놀라서 달려왔고,

내가 한 얘기가 틀린 얘기는 아닌지라 각자 나름대로 회개와 성찰과 반성을 하고,

술파티를 하다가 저렇게 널부러지게 되었단다.

 

 

그렇게 그렇게...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낸  듯한 머릿속을 이리저리 조각맞추기를 하고 있을때, 이번엔 시아버님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셨다.

시아버님께서 내 핸드폰 번호를 알고 계시는지 조차 의문일 정도로 한번도 내게 먼저 전화를 하신 적이 없으셨다.

늘상 나를 향하여 말을 많이 아끼신다는 느낌이었고,

며느리를 부르는 호칭도, 박사도 아닌 나를 '서박'으로 부르셨다.

"...속은 좀 어떠냐?"

호칭은 생략하고,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셨다.
"네?...네."

"아범한테 콩나물국이라도 끓여달래서 먹어라. 딸깍."

 

 

"새벽에 사돈어른한테 전화해서 가관도 아니더라...내가 흉내 내보랴?

 아버님, 아버님 하지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아버님, 있잖아요...저희 친정 아빠는 말이죠~

 저희 올케한테 '아가야~'이렇게 다정하게 부르는데 말예요.

 아버님은 왜 저 박사도 아닌데 무뚝뚝하게 서박이라고 하세요?

 아버님은 제가 미우신거죠?"

아빠는 고개를 모로 꼬며 흉내를 낸다.

"아휴, 창피해~ㅠ.ㅠ 그래서?"
"아무리 미워도 대놓고 밉다고 하시겠니?

 역시 선비 집안은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

 대대로 선비 집안이어서 가정교육을 엄하게 받아놔서 그렇다...뭐, 그렇게 달래시는 거 같더라.

 넌, 거기다 대놓고...

 아버님, 저희도 양반 집안이예요.
 OO서씨 OO공파 OO대손이요,

 그렇지만 저희 아빠는 올케한테는 '아가야~', 저한테는 '따알~'이러고 부르세요.'이러더라구."

하면서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아올린다.

"ㅎ,ㅎ...아버님이 창피하시다고...형님 또 한번 그러시면, 짐 싸들고 애너벨리(유료 양로원)로 들어가신대요."

올케는 옆에서 깔깔거린다.

남편은,

"너 어제 나 모르는 누굴 만나더니, 뭔가 사줄 받은게 틀림없어."하며 툴툴거린다.

올케는 나중에야,

"언니, 난 술 취한 언니 모습 처음 보지만...그래서 언니가 오히려 인간적이랄까...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라고 한다.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따윈 지금 중요한게 아니다.

술을 먹고 필림이 끊기는 건 알콜리즘의 시초이다. 

예전부터 술을 아무리 먹어도 행동이나 자세가 그다지 흐트러지지 않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술을 끊어야 하는데...이제 끊기엔 술이 너무 달다.

 

습관이나 중독이나 되풀이된다는 점에선 같다.

단지 장애나 병적이나 비정상 상태일태 우리는 '중독'이라고 이름 붙인다.

술이 중독이 아닌 습관이 되게 할 방법은 정녕 없는건가?

 

 

 

 

 

 

 

 

 

 뜨겁게 안녕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몸이라는게, 조금 놀아보면 그 맛을 기가 막히게 알아서 계속 편하게 살려고 그래요. 자꾸자꾸 게으름 피우게 놔두면 막 놀고 자빠지고 싶어 해. 아주 습관이 돼서 놀려고만 드니까 좀 후둘겨 패서라도 움직여줘야 돼요.ㆍㆍㆍㆍㆍㆍ그래야 아 이거 내가 해야 되는구나, 싶어서 하지.(104쪽)


김현진은 지금 알콜 치료 전문 기관에서 치료를 받는단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술은 술이상의 어떤 것, 이를테면 '소울 푸드'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때문에 중독되지만 않는다면 습관정도는 공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의사선생님은 독을 한 컵 마시나 한 병 마시나 뭐가 다르냐고 대꾸했다. 사실 그 말이 맞았다. 그리고 얼울할 것도 없었다. 평생 마실 술을 지난 십 년 동안 죄다 마셔 버렸으니까. 내 몫뿐이 아니라 평생 술 한잔 입에 대지 않고 살아오신 부모님 몫까지 카드빚 당겨쓰듯 싹 쓸어 마셨으니 끊어도 억울할 것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 좋아하는 술을 어떻게 끊느냐고, 같이 술 마시고 싶다고 간 크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맙기는 한데 사실은, 너무 사랑해서 차마 가까이 갈 수 없는 마음을 아십니까. 이 애절한 마음을.(256쪽)

 

김현진의 '뜨겁게 안녕'의 부제가 '88만원 세대 에세이스트 김현진이 전하는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이다.

88만원 세대하면, 우석훈이 생각나고, 우석훈의 새 책 '1인분 인생' 도 나올 예정이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수필집이란다, 기대된다.

 

 

 

 

 

 

 

 

  1인분 인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보람의 의미와 보람의 가치, 우린 그걸 너무 잊고 살아가고 있다. 개인들에게 ‘보람 있는 삶’이 사라진 자리를 ‘보람상조’가 대신 채우고 있는 게 아닌가? 뭘 해야 보람 있는지는, 그거야말로 “그때그때달라요”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보람 있는 삶을 살겠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순간, 행복은 파랑새와 같은 것이라는 걸 문득 깨달을지도 모른다. 참 멋진 얘기 아닌가? 집 안에 있는 파랑새를 두고 세상을 헤매고 다녔던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돈 좀 원 없이 있으면 좋겠다”고 IMF 이후 10년을 “부자 되세요”를 입에 달고 살았던 우리들은 하마터면 집 안에 있는 파랑새를 굶겨죽일 뻔했다.(193쪽)

 

 지금 즐겁지 못한 삶이 언젠가 즐거울 수 있을까? 지금 즐거운 사람이 나중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고, 또 즐거운 일들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참는 사람, 그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행복은 그리고 마음의 평온은 그렇게 해서 오지 않는다. 지금 행복해야 나중에도 행복하고, 지금 행복을 찾지 못하면, 영원히 행복을 찾지 못한다. 자신이 고통을 참고 있으므로 남에게도 고통을 참으라고 말하는 사람. 아마 그 사람이 지옥에 먼저 가지 않을까?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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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7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2-27 20:19   좋아요 0 | URL
자연스럽게 그려주신 풍경이 전 왜 부러울까요?
한번도 그래 본적이 없고 그럴리 없는 옆지기, 그럴리 없는 시댁 그래서 일까요
그런데 그렇게 술을 많이 드셨는데 속 괜찮으세요?

쉽싸리 2012-02-27 20:34   좋아요 0 | URL
흠, 술 자시고 그럴 정도는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약간 자제하심이...
매일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아요. ㅎㅎ 그러면 습관 됩니다.

2012-02-28 00:12   좋아요 0 | URL
ㅋㅋ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위가 넘 안좋아서 알콜릭도 될 수 없는 사람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ㅠ

마노아 2012-02-27 21:59   좋아요 0 | URL
진정 취중진담이었나봐요. 그래도 하고 싶은 말 다 하셔서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건강 조심이요!!!

잘잘라 2012-02-27 22:23   좋아요 0 | URL
후후훗. 김동률의 취중진담, 오랜만에 불러봅니다.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나, 불안해할지도 몰라아아앙~~~

프레이야 2012-02-27 23:20   좋아요 0 | URL
헉, 양철나무꾼님 필름이 끊어져 기억이 안 나실 정도면 좀..
그래도 이쁘게 다들 봐 주시는 거 보면 그동안 님이 어떻게 하고 살아오셨는지 감이 오네요.^^
제 동서도 일전에 술 취해 완전 필름 끊기고 난리난 적 있는데 저와 다른 사람 한 명만 그 현장을 똑똑히
기억하거든요. 그래도 동서가 워낙 착하게 잘 해와서 이해하는 쪽으로 기울어졌어요, 제가요.

아무개 2012-02-28 10:13   좋아요 0 | URL
김현진씨 책 읽고 오히려 더 술이 땡겨서...금주중이라는 작가를 꼬드겨서 함께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었어요^^:::
두달정도 하루도 안 쉬고 마셔 본적도 있고, 아닐땐 일주일에 4일 이상 계속 마셔왔는데 이주전쯤 부터 왜인지 술이..글쎄 맛이 없는겁니다. 심지어 엊그제 제 생일엔 생맥주 두잔으로 끝을 냈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술이 안땡기니까...내가 죽을때가 됐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ㅜ..ㅜ 습관과 중독은 어휘상의 차이일 뿐이지 특히나 술 문제에 있어서는 습관은 곧 중독이 될 바로 아주 바로 전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위험하죠.... 저도 술마시거나 책보거나 그게 제 여가의 전부이거든요.그래서 뭔가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중이에요.

글샘 2012-03-01 20:40   좋아요 0 | URL
음악이 정말 열정적이고 뜨겁네요. 술마시고 필름 끊어지는 일이야 병가지 상사이거늘... ^^
나중을 위해 고통을 참고 있으라고 말하는 사람... 그래요, 지옥으로 보냅시다. ㅎㅎ

같은하늘 2012-03-06 02:52   좋아요 0 | URL
취중진담~~~~~~
저도 얼마전 무지하게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이 방법을 써 볼걸 그랬나보네요.
만약 그랬다면 우리시어머니는 어떤 반응이 나오셨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