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책 몇 권을 보내줬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그랬겠지만,

난 바쁘다는 핑계로 그 중 한권을 제대로 들춰 읽지는 못하고,

'김탁환'의 '열하광인'에 나오는 '명은주' 버젼으로 연모하는 사내 대하듯 책에자신의 감정을 옮겼다. 겉표지에 입 맞추고 손바닥으로 쓸고 글자 하나하나를 검지로 만지며 내려가고 옆구리에 끼거나 젖가슴에 댄 채 잠들고 머리맡에 두었다가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냄새 맡고 여백에는 검지로 도장 찍는 흉내를 내며, 이 책과 영원히 함께 머무를게요 맹세만 해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그래도 그럼 안되겠다 싶어 집어든 책이 제일 가벼운 이 시집이었다.

 

 

 

 

 

 

 

 

  다정한 호칭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시인은 명은주를 흠모하는 내 마음을 엿보았나 싶게...아무렇게나 펼쳐든 시집  구석 구석에서 이런저런 시구절로 나를 유혹한다.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바람의 지문' 부분)

책의 주요기능이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보기'이니까,

바람의 '보이지 않는 지문',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 등으로 미루어 잠시 나도 시각적 효과에 집중 했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다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로 미루어 다분히 촉각적, 말하자면 감각적인 시가 되어 버렸다.

책 한 권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보았을 뿐인데,

책 한 권 위를 거쳐간 보이지 않는 당신의 손길과 지문을 느낄 수도 있고,

책 위의 보이지 않는 지문 위로 내 뺨을 댄 건데도,

뺨을 간질이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거다.

내 뺨을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어느새 바람의 손길에 내 뺨을 내어 맡기는 게 되어버리고,

그렇게 내맡긴 나와 내 뺨을 어루만지고 간 바람(wind)의 손길을 기억하고 싶은 바람(wish)은 어딘가에 '각인'되게 마련이고 그걸 '지문'이라고 부른다.

 

지문은 '오래된 근황'이라는 시에선 마침표 대신이 되기도 한다.

이건 햇볕이나 바람 등 자연이 주는 선물에 오롯이 자신을 내맡겨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축복이다.

그저 비치는 햇살인데 나를 따사롭게 비춰주는 넉넉한 햇살이 되고,

그저 부는 바람인데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여주는 바람이 된다.

그렇게 보면 햇살이, 바람이, 삶이, 그리하여 당신이 그저 고맙다.

 

나를 발명해야 할까

                

 정말 구름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걸

까 사람들은 조그쯤 회의주의자일 수도 있겠구나 설령 빙하

를 가르는 범선이 난파를 발명했다고 해도 깨진 이마로 얼

음을 부술 거야 쇄빙선에 올라 항로를 개척할 거야 열차가

달리는 이유를 탈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사람

들은 궤도를 이탈한 별들에게 눈길을 주는 걸 몹시 염려해

평범한 게 좋은 거라고 주술을 멈추지 않지 누군가 공기보

다 무거운 비행기를 띄운 오만함이 추락을 발명했다고 말

한다면 그럴 수도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이동은 늘

매혹적인 걸 나로부터 멀어져 극점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

를 발명해야 할까 흐르는 구름을 초대하고 싶은 열망으로

 

'나를 발명해야 할까'라는 시도 좋았다.

이 시는 내게 시점의 전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시점의 전환'이란 쉬운 말로 하자면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정도 되려나?

입장이란 참 오묘한 것이다.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방향만 바뀌었을 뿐인데도...'나로 인함이냐'와 '나로 말미암음'처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시점을 전환시키는거, 즉 입장 바꿔 생각하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게다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긍정주의자와 회의주의자,

데려오는 일과 마중가는 일,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과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 것 등...

 

세상일이란 것이 시점의 전환,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것 정도는 가능한 일이라면...

까짓것, 초긍정 자아의 시점으로 전환하고 싶다.

시점만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햇살도, 바람도, 그리하여 삶도 한없이 넉넉해진다는데,

그리하여 구름을 초대할 수도 있다는데,

그 정도 모험을 마다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건 '허밍, 허밍'이라는 시였다.

입을 벌리지 않고 소리를 내기때문에 소리가 크거나 분명하지 않아,

가사를 전달할 수 없지만 기분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게 '허밍'이다.

이 콧소리, 허밍은 나의 경험에 미루어 기쁘거나 즐거울 때나 나오지...슬플때는 나와 줄 수가 없다.

 

또 일반적인 음악소리보다는 한참 작기 때문에 보통 합창이나 중창곡에서 많이 쓰인단다.

허밍은 함께 기뻐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만히 있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흠뻑 담굼질해 물든 것 같이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허밍, 허밍

                                               

  종종 구름을 눈에 담는 습관, 당신의 폐활량이 천천히 부

풀 때 그날의 공기를 부러워한 적 있다 구름을 가리키며 바

람의 춤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허밍은 입술에 기대는 음악일

까, 기대지 않는 음악일까

 

  바람의 춤이 보인다면 그건 구름의 몸을 빌렸거나 폐활량

이 푸른 여름잎의 소관일 것, 구름은 바람으로 흐르고 바람

은 여름잎으로 들리니까

 

  언젠가 고원의 사라진 호수에 대해 이야기 나눴지 수면을

맴돌던 그때의 구름은 지금 어디 있을까 가장 낮은 하늘을

흐르고있을 호수 저편, 깃털무늬구름이거나 물결무늬 구름

 

  당신은 잠시 구름사전 속 이름들을 덮는다 구름과 노닐기

에 알맞은바람이므로, 구름의 후렴은 음악이다 마지막 소

절이 첫 소절로 흐르는 허밍, 허밍

 

사라진 호수 저편

팔랑, 수면을 깨뜨리는 나비 한 점도 좋을 오후

 

허밍의 연장선상에서 요즘 feel충만하여 듣는 음반 중에 zaz가 있다.

 

 

 

 

 

'제2의 에디트 피아프'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에서는 이미 유명하다는데,

그녀의 히트곡이라는  'Je Veux(난 원해요)'를 우연히 듣게 된게 시작이었다.



"뭔가를 만든다는 것, 그건 두려운 게 아니다.난 만들고 난 뒤를 생각한다"는 그녀의 소신을 엿보는 일은,

프랑스 대중 음악의 밝은 미래를 예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노래를 듣다보면 중간 중간에 애드 립(ad lib)이 나오는 데, 난 여기서도 이은규의 시'허밍, 허밍'을 떠올렸다나, 어쨌다나?
하긴 중간의 이 애드립은 '허밍'이라기 보단 스캇에 가까울테지만 말이다, 암튼~.

 

암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발휘하는 그녀가 참 멋지다.

zaz를 통하여 재발견하게 된 곡이 있는데, All of me라는 곡이다.

이 곡도 중간에 나오는 애드립이 압권이다.

 

 

zaz 버젼의 이 노래를 듣다가, 이 영화가 생각났다. 

다소 황당하지만, 유쾌했던 이 영화...나른한 이 봄날 오후에 딱인 그런 영화였다. 

 

 

 

영화 (all of me)두영혼의 남자 -첫장면

 

영화 (all of me)두영혼의 남자 -ending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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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5-18 16:01   좋아요 0 | URL
나 머리 아파, 나 목 아파, 나 어깨 아파, 나 몸 아파,
코알라도 머리 아파, 코알라도 목 아파, 코알라도 몸 아파,

둘이 멀 했는지, 오늘 정신차리니, 봄이 훅 날아갔더라.... ㅠㅠ

숲노래 2012-05-19 04:41   좋아요 0 | URL
즐겁게 부르는 노래는
온누리를 따사롭게 보듬으리라 생각해요

2012-05-19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땅의 5월은 노동절과 함께 시작된다.

때문에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라도 읽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따위를 꿈꾸어야 하겠지만,

1년 열두달 연예계의 소식이나 소문 따위엔 별무관심인 나도,

노총각의 대명사인 김제동은 '이 봄 과연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 따위가 궁금해도 좋을 만큼,

청춘남녀의 핑크빛 얘기가 만발한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번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세는 기부를 했다는데,

요번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의 인세는 결혼자금으로 쓰겠단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그래서 책 한권을 읽고 제대로 속물 노릇을 하기로 했다.

'어깨동무'라든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따위를 김제동이 얘기하려는 방향으로가 아니라,

내 맘대로 해석해 버리는 우를 범하기로 했다.

뭐, 아무렴 어떤가?

똑같은 물을 먹고도 뱀은 독을, 소는 우유를 만든다는데...

책 한권을 인문학서로 읽든, 연애지침서로 읽든...

김제동을 어떻게 올 봄 노총각 신세를 면하게 하는데 심정적으로 일조를 하는데 의의를 두고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님, 말고~--;

 

보통 이런 인터뷰집을 읽게 되면 인터뷰이의 이야기에 주목을 하게 되지,

김제동 같이 인터뷰어의 목소리에 주목을 하게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차근차근 되짚어 읽고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느라고 자꾸 속도가 늦어졌는데,

그렇게 그렇게 한박자 쉬어가며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 들어,

왜 우리가 그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그의 한마디 말이나 행보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지, 를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이를 축복이라고 하는 거야. 서로 땡기는 것도 축복이지만 서로 전혀 안 땡기는 것도 축복이야.(136쪽)

김제동이 상대를 향하여 농담처럼 눙치는 이는 이효리이다.

그냥 농담처럼 뱉어내지만, 이 부분에 아주 심오하고 중요한 철학이 담겨 있다.

아무리 절절하고 좋은 감정이라도 상대와 같아야 축복일 수 있는 것이지, 서로 어긋날땐 그렇지 않다는 거다.

전혀 안 땡겨서 서로 밀어내는 감정이어도 상대의 것과 내 것이 같다면 오히려 축복일수도 있겠다.

 

*ㆍㆍㆍㆍㆍㆍ봉사하러 모인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정말 행복하더라.

->나도 그래. 봉사하면서 만난 친구와 예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와는 유대감이 완전히 달라. 의지하는 마음도 생기고, 동지 같다는 느낌도 있어.ㆍㆍㆍㆍㆍㆍ그냥 나와서 웃겨주고 즐거움을 주던 연예인이 안 보여서 서운하다가 아니라, 나와 뭔가를 함께 하던 동지를 잃은 안타까움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느끼는 희열은 달라. 게다가 그 목표나 신념이 내 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 때 내 마음속에 채워지는 보람, 그 느낌이 너무 좋아.(139~140쪽)

*ㆍㆍㆍㆍㆍㆍ그래.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 거네? 사랑받을 때가 행복하니, 사랑할 때가 행복하니?

->당연히 줄 때가 행복하고 좋지. 내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피해를 감수하면서 희생했던 기억이 없었거든. 그래서 지금 행복해.(141쪽)

 

이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김제동과 이효리의 유대관계만은 아니었다.

김제동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를 가졌다.

이런 저런 인터뷰이들이 다수 등장해서 산만해질 우려가 있음을 인식해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뷰어로써 인터뷰이들에게 얻고자하는 대답의 포인트를 제대로 집어서 묻는다.

이미 질문이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고, 질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대답들이 등장할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인터뷰집을 읽게 될 다른사람들에게 적어도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봉사에서 함께하는 동지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고,

그런 것들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는 신념을 끄집어내고,

신념의 밑바닥에는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까지 이끌어낸다.

 

내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때 내 마음 속에 채워지는 보람을 '봉사'라고 한다는 것과,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

사랑을 받을때보다 사랑을 할때가 행복하다는 것 따위를 강요가 아닌,대화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끄집어 낸다.

 

'밑줄 쫙, 별표 다섯개, 돼지꼬리 꽁약' 해서 김제동 앞에 놔주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김제동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뷰이가 하정우라서 더 그럴듯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전 저쪽에서 아니다 하면 '찌질'해지기 싫고, 한편으론 저쪽의 확신이 없는데 내가 표현하는 건 이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고,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면 편하게 해줘야 한다 싶고 ㆍㆍㆍㆍㆍㆍ.

->그러면 안 되는데ㆍㆍㆍㆍㆍㆍ. 생각을 바꿔야 해요. 일단 결실을 맺고 편하게 해 줘야지, 그 전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206쪽)

 

또 하나 깨달았다.

일단 결실을 맺고 편하게 해줘야 한단다.

그전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단다.

이건 언젠가 도인이라 불리우는 이와 나누었던 깊은 속과 넓은 맘, 이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싶다.

속이 깊다는 것은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고,

마음이 넓다는 것은 넉넉하게 둘러 감싸안아 그 안에서 맘껏 펼치고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모두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기준을 갖고 경계를 나누었을 때 의미가 있겠다.

경계를 나누기 전에, 결실을 맺기 전에 편하게 해주는 건 무관심이지 배려가 아니다.

어쩜 너무 편안해서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해주는 분도 흔치 않죠. 어쨌든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정우 씨가 가진 그릇의 크기이자 복이죠.(210쪽)

하정우를 향하여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김제동이 멋져보이는 순간이다.

김제동이라는 그릇의 크기도, 그가 가진 복의 크기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이런 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가 빚어낸 그릇의 크기이고, 그가 지은 복의 크기만큼 되돌려 받고 있는 것임을 알겠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정우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식물이 되는 느낌이란다. 자신을 달구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존재, 모든 것이 휩쓸리듯 속도감 있게 들고 나는 현실에서 자신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가 그림이란다. 처음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남들이 볼까 창피해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그 자체의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단점에 연연하지 않고 장점을 통해 자신감을 찾는 에너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212쪽)

 

이 구절은 하정우와의 대화후 느낌을 다시 옮겨적은 부분인가 보다.

하정우의 말을 그대로 옮겨적은건지, 김제동이 약간 가감하여 적은건지 모르겠지만...

내겐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멋진 부분이었다.

 

살면서 누구나...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결여를 느끼게 마련이고...

그런 현실에서 자신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그리하여 자신을 달구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매개로써의 무엇인가를 갈구하게 되는데,

그게 하정우의 경우 그림이었단다.

사람에 따라서는 음악이나 책이, 또는 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시선을 타자에게서 자기 자신에게로 옮아가는 순간,

다시말해 자기 자신이나 남의 단점을 찾기보다는,

가치와 매력과 장점을 찾고 계발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하는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이고 건설적이라는 얘기인 것 같다.

아닌가? 아님 말고~--;

 

그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사람은 도현이 형이죠. 그리고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고요. 제 목표가 도현이 형이나 승엽이 같은 사람을 자꾸 확대해 나가는 것이죠. 친해지는 것을 확대해 나간다기보다 저 사람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저 사람도 아마 나만큼 기쁘지 않을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승엽이가 홈런 치면 잘은 모르겠지만 나만큼 기쁘지 않을 걸, 도현이 형('나는 가수다'에서) 1등 했을 때 그 속에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나처럼 기쁘지 않았을 걸, 이런 범위가 확대돼 나가는게 바로 제 행복이 확대돼 나가는 거니까요. 자아가 느끼는 기쁨을 자꾸 확대해 나가고 싶은 거죠.(249쪽)

김제동의 이 말은 은연 중에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기쁘면 그 (또는 그녀도) 기쁘고,

내가 행복하면 그 (또는 그녀도) 행복하다는...

아기가 잘 먹는 걸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엄마마냥 포만감을 느낀다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요 며칠 아빠와 같이 움직일 일이 있었다.

아빠가 너무 행복해 하시니까, 나로선 별로 흥미롭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이 내게까지 배어 물드는 느낌이었다.

행복이 배어 물들 수 있으려면 매질이라는 조건이나 환경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는데,

뭐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웠던 건, 이땅의 많은 대학생들이 학자금대출에 신경을 쓰느라고 대학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업, 아르바이트, 과외, 집...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도 빡빡한 그들에게 동아리 생활이나 연애는 요원하다 싶었다.

*그럼 이번 학기 마치면?

호산) 또 휴학해야겠죠. 그렇게 휴학해도 학자금은 대출로 해결해요.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한 달 하숙비가 40만 원이고 학자금 대출이자 10만 원에 휴대폰 요금 내고 용돈 쓰면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들거든요. 등록금은 졸업하고 어떻게 되겠지 생각해요.

소현) 학교에 종종 선배들이나 유명한 분들이 특강을 오세요. 그분들 말씀이 열심히 공부하면서 열심히 놀라고 해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그런데 진짜 말도 안 되죠. 전 동아리 생활도 못해요. 수업, 아르바이트, 과외, 집. 이게 끝이거든요. 다른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곧 방학인데, 방학 때도 잠자는 것 빼고는 빡빡하게 계획 다 세워놓고 살아야 해요.

 

 웃음의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웃고 새로운 발상을 해냈을 때 웃습니다. 혁명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누구도 봄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꽃을 땅 위로 밀어 올립니다. 꽃이 땅을 뚫고 나온 게 아니라 땅의 깊숙한 기운이 꽃을 밀어 올려주는 것이죠. 그래 아이고 내 새끼들 세상에 나올 때가 됐다, 이게 혁명 아닙니까.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혁명이고 낙엽이 지는 것도 혁명이죠. 그렇게 보면 웃음은 늘 혁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습니까. 고정돼 있는 것은 절대로 웃음을 줄 수 없습니다. 끝없이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김제동 심층 인터뷰 중에서>

 

끝부분에 김제동이 인터뷰이가 된 <심층 인터뷰>도 읽을만 하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땅의 결혼 적령기의 모든 여자들은 김제동 같은 남자를 놔두고 뭐하나 모르겠다는 것이고...

반대로 김제동은 눈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가,

또는 결혼이나 여자에 대해서 직접 부딪혀 보지 않고,

책에서만 읽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요번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도 대박이 나서, 결혼자금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을 듯 하니,

빨리 결혼상대자나 찾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 내가 참 좋아하는 정인이 조정치와 연인사이라는 것을...

그래서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걸 얼마전 알게 됐다.

아, 좋다~^^

 

 조정치 - 미성년 연애사
 조정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10년 7월

 

 신치림 - episode 01 旅行
 신치림 노래 / 미러볼뮤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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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0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김제동곤련 책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글로 보건데 그 역시 '우환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환의식을 가진 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영역을 넘어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바른 우환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존경받을 만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5-09 14:07   좋아요 0 | URL
아, 우환의식 도올에게서 들어본 적이 있어요.
암튼, 편안할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거 평범한 사람으로선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차트랑공님도 충분히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시고 꾸준히 노력, 발전을 꾀한다는 의미에서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의 자세가 엿보이시고,
그런 의미에서 우환의식을 가지고 계신듯 사료되며,
그런 의미에서 존경 받을 만한~^^

김제동, 읽어보세요~^^

차트랑 2012-05-10 01:33   좋아요 0 | URL
어구구....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이 되다니요 ㅠ.ㅠ

김제동에 대해서 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하늘바람 2012-05-08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보고 사람 판단하던 철없는 시기.
그래서 김제동처럼 멋진 사람을 당연히 놓쳤을 시기
지금 와서 보니 김제동 참 멋지네요
소통이 되는 그리고 마음이 울리는 대화를 할 줄 아니까요

양철나무꾼 2012-05-09 14:16   좋아요 0 | URL
전 인물 보고 사람 판단하던 그 시기에도 김제동 마시마로 그 눈이 참 좋았다는~^^

지금은 김제동 보단 양동근이 더 멋지지만,
그래도 김제동도 그럭저럭이요~^^

어느 책에서 그러는데, 소통이 되는 대화보다 중요한 것은 끊이지 않는 관심과 애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래요~^^

순오기 2012-05-08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지난 중에 김제동과 꼭 닮은 -목소리는 진짜 한 목소리 같은- 분의 강의 들었어요.
바로 김제동의 스승이라는 방우정씨~ 말을 빌면 김제동 엄청 고생했더라고요.
빨리 장가가서 김제동을 키운 어머니께 손주 안겨드렸으면 좋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2-05-09 14:26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 드려야 되는데...ㅎ,ㅎ.

저도 방우정 이 분 뵌 적 있어요.
전 지역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 지역 사투리 쓰면 다 목소리가 비슷비슷하게 들린다는~--;

암튼, 저도 김제동이 빨리 장가 갔음 좋겠어요, ㅋ~.

북극곰 2012-05-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
인터뷰이의 제각각의 색깔을 잘 살렸더라구요. 내용에서도, 어투에서도.
김제동만의 '듣는 재주'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읽는데, 이효리가 너무 이뿌더라구요.
더불어 김제동이하고 친구 먹고 싶어졌어요. 힛! ^^

양철나무꾼 2012-05-09 14:31   좋아요 0 | URL
아하~
북극곰님은 그러니까, 김제동이하고 이효리 하고 동갑~?^^

그쵸~?
김제동의 소신이야 뭐,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었고,
이효리의 베지테리언 발언도 참 예쁘고 소신있게 들렸었어요~!

북극곰 2012-05-10 10:03   좋아요 0 | URL
에이~~ 제동이한텐 누나고 효리한텐 언니죠.
그래도 친구할래요. ㅋㅋ

제가 페이퍼 기타 등등 정황을 참고해서
나무꾼님 나이를 추측해봤는데요
저보다 한 살 정도 많으실걸요?? ㅋㅋ
(아니믄 어카지.막.. 동생이면.... ㅠ.ㅠ)

글샘 2012-05-0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김제동을 이제서야 알아 주시다니...
제가 2004년에 김제동 페이퍼를 만든 걸 링크해 드릴게요.
한번 읽어 보세요.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걸요?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8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7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6

양철나무꾼 2012-05-09 14:37   좋아요 0 | URL
샘, 이건 링크라고 하지않고 나열 또는 열거라고 해야하거든요.
암튼 땡큐요~^^

이 곡도 참 예쁘거든요.
왈츠 포 글샘~?
쿵짝짝 쿵 짜~ㄱ



세실 2012-05-09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은 참 겸손한 사람이죠. 그의 강연 듣고나니 더 좋아지더라구요. 하정우도 참 멋지군요^*^

양철나무꾼 2012-05-09 14:40   좋아요 0 | URL
우와,세실님이다~^^
잘 지내시죠?
엄청 바쁘시죠?

김제동 강연을 가까이서 들으셨나 봐요, 왕 부럽--;
하정우는 책으로도 읽었는데, 쫌 멋지더라구요~^^

2012-05-16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총선 관련,

우리 동네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중에 한명은 천호선이었고,

그의 상대는 여당의 대표주자 격인 '이재오'여서 다들 박빙의 승부니, 접전을 예상하니 했었다.

이제 총선이 끝났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선거운동 기간 중에 천호선이 보여준 모습은 내게 좀 실망스러웠었다.

 

이재오 측의 과한 고개 숙임으로 인하여,

어쩜 천호선 측이 목에 뻣뻣이 힘을 준 것처럼 보인 걸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이미지 변신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을텐데 싶은 마음에서이다.

물론 그의 사람 됨됨이나 그가 내세우는 선거공약 따위가 그의 한 순간 보여지는 태도에 다 반영되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적인 인상을 가지고, 그 사람의 전체를 미루어 짐작해 버리는 우리의 경향 상,

그에게 가해졌을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를 완전 무시해 버릴 수는 없지 싶다.

 

지난 주 언젠가 아침 지하철 역을 지나다 보니, 그런 천호선이 낙선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깨에 힘을 빼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데, 뭐랄까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짜~안'했다.

그의 어깨라도 그러모아 쥐고 '가드올려~'하며 힘을 실어주고 싶었지만, 단지 마음이었을 뿐이고~ㅠ.ㅠ

 

진작 낙선인사 하듯이 제대로 마음이 담긴 인사를 했었다면, 지난  4ㆍ11 선거의 결과가 혹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하는 TV 증권 회사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도떼기시장이나 전쟁터를 방불케했던 요번 선거판에서 이재오 측에서 보여준 전략이 바로,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하는 그 전략'이었다.

목청높여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도 않고,

그 잘하던 가두방송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수(數)적 우위를 과시하던 선거운동도 한 명씩 흩어져 다니며 나지막이 고개 숙이는 걸로 대신했다.

선거때만 되면 가두방송에, 길거리 유세에, 떼거지 과대 공략에...정신이 없던 나같은 유권자들은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그의 선거공약이 무엇일까 찾아보는 수고를 하게 됐다.

이재오, 본인은 또 어땠나?

그는 수행원도 없이 허름한 점퍼 차림으로 지하철 역에 서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전에 어느 페이퍼에선가 살짝 밝힌적도 있지만,

나를 비롯한 어떤(=일반적인) 사람들은 No라는 대답에 익숙하지 않다.

어떤 물음에 대한 대답이 때론 Yes가 될 수도 있고 때론 No가 될 수도 있는 건데도 불구하고, No가 되었을때 남는 각인이 더 뚜렷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선거판을 Yes의 상황이라고 놓고 본다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조용히 고개 숙였던 이재오가 보여준게,

수많은 Yes의 상황들 가운데 '단 하나' No의 상황이어서 단연 두드러지고 돋보였던 거였을 지도 모른다.

 

만약 천호선의 그것이 이재오 같은 상황이었다면 Yes가 되었든 No가 되었든 간에,

단 하나 의 상황이어서 두드러지고 돋보이는 일 따위는 없었을테니...

처음부터 이재오에게 유리한 싸움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하늘이 주신 기횔 알아채고 잡아낸걸 보면,  하늘은 그의 편이었나 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아니오! 라고 말하지 않는 청춘은 죽은 청춘이다!'라고 외치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책 <나는 개새끼입니다>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일개 기업을 위한 카피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카피를 써서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란 과분한 이름을 얻었다고 겸양을 부리는데,

촛불을 응원하고 물대포를 꾸짖는 카피를 써서 '촛불 카피라이터'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단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등 노무현과 노무현재단에 관한 카피를 도맡아 쓰고 있는데,

이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의 경계를 뛰쳐나와 세상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예란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의 현수막, 작년 5월.

 

 

 

 

 

 

 

 

 

 

 나는 개새끼입니다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2월

 정철의 블로그

 

 

암튼, 이 책의 첫장을 펼치자마자...언젠가 no를 refuse로 해석했던 내 해석이 얼마나 잘못되었던건가 깨닫게 되었다.

'no = refuse'의 엉뚱한 등식은 말끔히 지워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아니오!'는 부정인가.

아니다.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시작이다.

권력과 허위의식을 허물고

그 위에 새루운 세상을 세우는 가장 긍정적인 한마디다.

 

카피라이터야 원래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쯤되면 그의 기지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다람쥐

 

미안하네.

요즘엔 자네까지 미워보이네.

 

 

ㆍ역사를 배우게 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나라 대통령의 별명이 쥐라는 사실은 슬프다 못해 화나는 일입니다.

 

유죄삼인

 

좌파.

 

왼쪽으로 걷고, 왼손으로 밥 먹고. 왼쪽머리로 생각하고, 왼쪽 눈으로 윙크하는 사람. 신체 사용이 한쪽에만 치우쳐 고른 성장에 지장을 주므로 유죄.

 

친북.

 

친척이 북에 있거나, 친구가 북에 있거나, 친정이 북에 있어 늘 북쪽 하늘 바라보며 한숨짓는 사람.남쪽에 있는 친구, 친척, 친정을 외롭게 하므로 유죄.

 

용공.

 

덧셈을 못하는 사람. 뺄셈을 못하는 사람. 곱셈을 못하는 사람. 나누셈만 유난히 잘하는 사람. 나눠 쓰고 나눠 갖자는 공산주의 사상을 닮았으므로 유죄.

나도 '좌파'가 될뻔 하였으나 어렸을 적 할아버지 밑에서 꾸중들어가면서 습관을 고쳐 양손잡이가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왼손으로밖에 하지 못하는 게 딱 두가지가 있다.

퀴즈로 내볼까?

(맞히는 분께 소정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웃프다

 

웃다 더하기 슬프다.

웃다 더하기 아프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뜻.

웃고 있지만 가슴 한쪽은 아프다는 뜻.

 

왜 이런 말이 만들어졌을까?

왜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뜻을 단어 하나에 우겨넣었을까?

 

시대가 웃프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웃프다라는

웃픈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충분히

웃프다.(54쪽)

이런 조어가 생성되는 현실이 웃프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내가 우는게 우는게 아니야~

내가 웃픈게 웃픈게 맞~아~

이런 노래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ㅋ~.

 

국가보안법

 

요거,

딱 한 글자만 바꾸면 안 될까?

국가보관법이라고.

 

어디 국립박물관 같은 곳에 보관해두면 될 텐데.

돌도끼나 청동검 곁에.(63쪽)

 

쉼표

청와대 직원이 쓴 위 문장에는 쉼표가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은 글을 읽으며 언제 쉼표 나오나 하며 숨을 참고 또 참가 하마터면 질식하할뻔 했을 것입니다. 쉼표 없는 문장은 나뿐만 아니라 남까지 피곤하게 합니다. 쉼표 없는 각하의 노가다정신 역시 청와대 직원들은 물론 국민 모두를 피곤하게 합니다. 좀 쉽시다.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나 국정을 열심히 챙기는지 중계방송을 합니다. 타고난 일꾼이라느니, 촌각을 아껴 쓴다느니, 왕이 들어도 낯간지로울 용비어천가를 거의 랩 수준으로 편곡하여 노래합니다. 하지만 휴일도 없고 휴식도 없는 이런 부지런은 오히려 일의 능률을 떨어뜨립니다. 제발 국가나 국민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69쪽)

 

 

 

11년 12월 이상득 의원 보좌관 구속

형님

 

형님으로 살았다.

이제 형을 살아야 한다.

 

형제는 용감하십니다.

 

 

지우개

 

잘못 쓴 글 한 줄을 지우지 않고 그냥 두면

그 한 줄의 체면을 위해 억지와 허세를 반복하게 된다.

 

부끄러운 건 잘못 쓴 역사가 아니라 이를 지우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 나타나는 모든 억지와 무리와 허세와 과장과 고함과 통곡과 울분과 절망과 분노와 눈물은 잘못 쓴 근대사를 박박 지우지 않아서 생긴 일들입니다.(177쪽)

 

가위

 

분리.

분단.

분열.

분할.

분해.

 

가위는 단 한번도 누구를 껴안은 적이 없다.

맞아도 쌀 짓만 했으니 주먹을 겁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편을 나누는 일에는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하는 우리. 통합이라는 값진 단어를 너무 오래 먼지 쌓이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186쪽)

 

 

 

 

 

 

 

 

 

 

 눈물이란 무엇인가
 심노숭 지음, 김영진 옮김 /

 태학사 / 2006년 5월

 


또 한명, '만약 살아있다면...분 모두들 'Yes'라고 할때 'No'라고 할 것 같은 사람'은 바로 조선 시대의 문인 '심노숭'이다.

그는 서른한 살에 아내를 잃고 환갑이 넘을 때까지 아내를 그리워하고, 그 절절함을 글로 남겼다는데ㆍㆍㆍㆍㆍㆍ.

(근데, 그런 그도 재혼을 하고 쉰이 넘어 아들을 낳긴 하는 걸 보면 아웅~ㅠ.ㅠ이다~.)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심장)에 있는 것인가? 눈에 있다고 하면 마치 물이 웅덩이에 고여 있는 듯한 것인가? 마음에 있다면 마치 피가 맥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인가? 눈에 있지 않다면,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다른 신체 부위와는 무관하게 오직 눈만이 주관하니 눈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있지 않다면, 마음이 움직임 없이 눈 그 자체로 눈물이 나오는 일은 없으니 마음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마치 오줌이 방광으로부터 그곳으로 나오는 것처럼 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저것은 다 같은 물의 유(類)로써 아래로 흐른다는 성질을 잃지 않고 있으되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마음은 아래에 있고 눈은 위에 있는데 어찌 물인데도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이치가 있단 말인가?"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에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글 '누원(淚原)'은,

아내와 셋째딸(네살때)을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을 극복하고자 읽었던 많은 책들 중 '능엄경'의 영향을 받아 쓴게 아닌가 싶다.

능엄경 1권의 내용;

  제1권에서는 칠처징심(七處徵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석가모니가 제자 아난과의 문답을 통하여 마음을 어느 곳에서 얻을 수 있는가를 밝힌다. 마음은 몸안[在內], 몸밖[在外], 감각기관[潛根], 어둠으로 감춰진 곳[藏暗], 생각이 미치는 곳[隨合], 감각기관과 대상의 중간지점[中間], 집착하지 않는 곳[無着], 그 어느 곳에도 있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내가 그를 그리 짐작하게 된 이유는,

요즘도 아니고 조선시대에 아내를 잃고 맨날 눈물 바람을 하는 걸로도 모자라,

누원(淚原)이라는 절절한 글을 쓸 정도로 감성 충만, feel 충만한 로맨티스트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선 효종 때 영의정을 지낸 심지원(沈之源)의 7대손인데도 불구하고,

"유자 儒者의 의관 벗어버리고 불교의 계율을 받고 싶네"라고 시를  읊조릴 정도로,

궁함과 고통이 극에 달할 때면 유학이 아니라 불교에 의지한 문학인으로서 자유분망한 품성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옥과 김려의 관계처럼 속마음을 털어놓고 왕래할 친구도 없었으며, 글을 함께 나눠 읽을 글벗도 없었다 한다.

친구라고는 오로지 아내와 동생 노암 뿐이었는데,

아내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동생 심노암은 일찌기 정통 유학자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거문고 소리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친구를 지음이라 했던가.

세상에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 행운을 지금 누리고 있다면 감사하고 볼 일이다.

심노숭처럼 일찌감치 지음을 잃고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하며 다소 까칠하게 살아갈게 아니라면 말이다.

 

지난 금요일 날, 해피바이러스 코알라를 만났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딸내미 해피 바이러스를 만나기 위해서 피곤을 무릅쓰고 무리를 했다고 하면 친구가 서운해 하려나?

이 친구를 향하여 아직 '지음'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감은 못잡고 있지만, 이 친구도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부류에 넣어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가면서, '너무 우울하고 기운이 없다'고 문자를 남기자...

'코알라도 그렇다는데, 우리 맛난거 먹고 훌훌 떨쳐버리고 기운 내자.'이런 답 문자를 보내왔다.

 

막상 코알라를 만나자, 맑게 웃으며 지가 어른인양 곰살맞게 챙긴다.

'코알라'라는 닉도 그럴싸하지만, 내가 즐겨부르는 '해피 바이러스'가 딱이다 싶었다.

뷔페여서 엄마가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둘이 남게 되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너무 예쁘고 조곤조곤한 거다.

언젠가 읽은 '나니아연대기'의 한구절이 생각났다.

'넌 가정교육을 잘 받은게 틀림없구나. 사물의 긍정적인 점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걸 보니...'

잘 생각나진 않지만, 뭐...이런 뉘앙스의 구절이었던 것 같다.

 

코알라가 해피 바이러스인 이유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줄 아는데...

우리 어른들처럼 무조건 '안돼~'하고 부정을 한번 먼저 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전달할 뿐더러, 그 방법에 있어서도 지극히 긍정적이어서...

가만히 바라보면 눈꼬리가 점점 내려오고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것이...서서히 행복함에 물들어가는것 같다.

다시말해, 해피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것 같다.

 

해피바이러스, 코알라도 지금...때때로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소신껏 얘기해서" 고초를 겪고 있기도 한가 보다.

하지만, 그런 고초를 겪으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그 관계 속에서 한뼘 성장해 가기도 할터이다.

 

해피바이러스, 코알라는 이런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정말로 호일에 싸오는지 아닌지 물어보셨어요?"

전에 아들의 김밥을 싸면서 호일에 둘둘 말라는 아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다 풀러서 다시 쌌던 '하이데거, 기획투사'랑 관련해서 였다.

 "정말로 호일에 둘둘만 김밥을 가져오는 아이들이 있니?"

 "네, 거의 다요."

옆에서 코알라의 엄마가 거들었다.

 "아마 버리기 편해서 그렇겠지. 다들 그렇게 가져오는데 자기만 안 그러면 왕따당하는 느낌도 들고 말야~

  그렇지, 코알라?"

 "?"

나는 반 아이들, 거의 전부 호일에 둘둘 말아온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니구요, 그렇게 예쁘게 싸오면요.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해서 부모님께 의존하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부모님께 의존한다는 게 좀 쪽 팔리는 일이라는 거죠."

내가 호일에 둘둘 말아오는 김밥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과는 좀 다른 이유로,

나의 아들과 코알라는 부모로부터 자립과 독립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아들에게 김밥 싸는 법을 가르칠게 아니라면,

그리하여 스스로 김밥을 싸먹는 묘미를 터득할 게 아니라면,

어쩜 난 아들이 김밥을 호일에 둘둘 말아가든, 김으로 주먹밥을 버무려가든...하고싶은 대로 하게 놔두었어야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하여 김밥을 호일에 싸달라고 했으면, 난 딱 그만큼만 준비해주면 됐을텐데...

내 기준으로, 내맘대로 상상하여 판단하여 버리고는...아들을 완전 마마보이로 만들어버린 꼴이 된거다.

 

코알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도록 조곤조곤 전달하고 있었다.

"?"

나는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6학년인 저희가 그런데...고1인 오빠는 더 더욱 그렇겠죠?"

아들녀석이 진작 이렇게 얘기했다면 새벽같이 일어나 '하이데거, 기획투사'해가며 김밥을 싸지도 않았겠지만,

김밥을 내맘대로 싸서 담아놓고, 성의를 무시했다고 서운해 하며 눈물바람을 하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말이다.

자기가 하고싶은 얘기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의 접점을 찾아, 조율해가며 예쁘게 얘기할 수 있는게 코알라를 해피 바이러스로 느껴지게 하는 달란트였다.

 

부디 코알라의 장점을 잃지말고, 여기저기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려가며...그렇게 그렇게 예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아웅~ㅠ.ㅠ

제가 그동안 바빠 댓글 관리나 알라딘 마실을 등한시 해서 그런가요?

선물을 드리겠다고 퀴즈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저조하여서...의욕상실입니다여~

퀴즈는 답을 발표하고 조기마감합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하늘바람, 차트랑공,된장,마녀고양이,북극곰 님은 원하시는 책 한권과 주소 3종 세트 남겨주시면,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퀴즈의 답은, 지폐 세기, 화투 섞기와 화투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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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23 20:08   좋아요 0 | URL
저도 해피바이러스 만나고 싶네요
저도 얼마전 김밥 싸면서 낑낑 끙끙 대었는데 언제 은박지 김밥을 원할지~
웃프네요^^

양철나무꾼 2012-04-24 09:41   좋아요 0 | URL
태은양도 많이 컸겠죠?
태은양도 함 보고싶은데 말이죠~^^

언제 은박지 김밥을 원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가 정답 이겠죠~.
하늘바람님이 웃프시다니, 저도 웃프네요~^ㅠ.

차트랑 2012-04-23 20:35   좋아요 0 | URL
선거 전에는 목의 기부스 완전 풀고,
선거 후에는 목에 다시 완전 기부스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요^^

선거 전이나 후 에나 한결같은 분 어디 안계셔요??
그런 분 계시면 소개좀...ㅠ.ㅠ

양철나무꾼 2012-04-24 09:44   좋아요 0 | URL
저어기 천호선 님이 선거전에 고개 빳빳이 들고 어르신 들에게 손 흔들어 카퍼레이드 인사하는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셨었죠.
트윗 보니, 이제 좀 정신을 차리신 것 같던데 말이죠~
좋은 경험은 힘이 되기도 할테죠~^^

숲노래 2012-04-23 22:54   좋아요 0 | URL
오늘도 따스하고 좋은 하루가 저뭅니다~
저녁나절 아이들과 예쁘게 쉬셔요~

양철나무꾼 2012-04-24 11:53   좋아요 0 | URL
된장님~
저, 저녁나절 같이 예쁘게 쉴 아이들 없는데...
하나뿐인 아들 고1인데 밤 11시나 되어야 귀가한다는~ㅠ.ㅠ

전 된장님의 사금벼리, 산들보라와의 지금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는~^^

보통은 지나고 있을때는 따스하고 좋은 줄, 그래서 소중한 줄 모른다는데...
된장님은 그 모두를 제대로 만끽하고 계신 듯 하여마냥 부럽습니다.

마녀고양이 2012-04-24 03:34   좋아요 0 | URL
울 코알라를 이렇게 이쁘게 묘사해줘서 너무 고마와...
이 밤에 잠 못 이루어 다시 컴터 켠 보람이 있네. 울 코알라도 나무꾼 이모가 좋대...
이모 이모 하고 부르지 않았어, 그날? 만나기 전에 연습하던데... ^^

즐거운 하루 되기를.

추가로.. 왼손으로 할 수 있는 것, 공 던지기, 과일 깎기.
내가 그렇거든.. 왼손잡이를 어거지로 오른손잡이로 만들어도 두가지는 오른손이 안 됩니다.

양철나무꾼 2012-04-24 11:58   좋아요 0 | URL
코알라, 자기가 키운게 아닌게지.
지 스스로 알아서 큰게지~^^
암튼 참 이뻐, 해피 바이러스야.

코알라가 먹는 걸 보고 있어도,
조곤조곤 하는 얘길 듣고 있는것도,
시시각각 풍부한 얼굴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바뀌는 걸 보고 있는것도...너무 행복할 것 같애.

자긴 조~오켔다.
(솔직히 자기라고 밝힐 맘까진 없었는데...^^)

마녀고양이 2012-04-24 12:32   좋아요 0 | URL
코알라라고 쓰여있으니.... 머..... 이미 밝혀진거였지. ^^
밝힐 맘이 없었으면 다른 이름으로 쓰지 그랬어, 홍홍.

그런데, 답이 뭡니까? 궁금~

북극곰 2012-04-24 09:43   좋아요 0 | URL
왼손으로만 할 수 있는 것: 가위질, 과일깍기

(간만에 나타나서 정답맞추기 놀이만 하고 사라집니다. 하하하)

양철나무꾼 2012-04-24 12:01   좋아요 0 | URL
우와, 반갑!북극곰님~^^
가위질, 과일깎기, 다 양손가능합니다여.
오히려 오른손이 더 이쁜것 같기도 하다는~.
왼손으로밖에 안되는 건, 저 두가진데...
어른이 될때까지 경험을 못한 것들이라서,
오른손으로 익힐 시간이 없었다는~ㅠ.ㅠ
순전히 왼손으로만 할 수 있는 건 저 두가지 뿐이네요.^^

북극곰 2012-04-24 12:42   좋아요 0 | URL
오홍... 그렇다면, 술 따르기, 술잔 받아 마시기로군요. ㅎㅎㅎ

(또 점심시간에 들어와 이러구 있답니다요. ㅋㅋ)

차트랑 2012-04-24 19:56   좋아요 0 | URL
어구, 북-큭-콤-님~^^ 반갑심더~!

2012-04-26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8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30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4-28 09:47   좋아요 0 | URL
이거 삐치기 있기 없기...'있기' 그 버젼이죠?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하시는 분, 님 혼자 뿐이신 거 알까요?

며칠 후도 기약할 수 없는 우리들인데, 몇 년후는 더더욱 장담할 수 없지만여~
암튼, 마지막으로 한번 더 권해보구요, 싫으심~--;

2012-04-27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4-28 09:48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5월 2일 발송여서, 따로 구해 보내드릴게요~^^

2012-04-27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4-28 09:48   좋아요 0 | URL
--;

2012-04-28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9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5-07 15:35   좋아요 0 | URL
전, 여행 다녀왔어요~^^

아프셨나 보네요? 저런~--;
건강이 젤 중요해요, 잘 챙기세요.

2012-05-06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05-07 15:37   좋아요 0 | URL
님이 좋아하시니, 오히려 제가 더 기뻐요~^^
왠지 제가 센스쟁이가 된 것 같고 말이죠.
님한테 필요한 색일 것 같아 골랐는데, 잘 어울릴지는 장담할 수 없어...
좀 망설였다는~~~.

하늘바람 2012-05-08 04:29   좋아요 0 | URL
망설이셨을거 같았어요. 원래 그렇잖아요
어울릴지, 좋아할지,
센스쟁이 당근 맞으세요
사실 저도바 옆지기가 더 탐을 낸답니다.^^
주황은 에너지가 넘치는 따뜻한 색이어서 그 색의 에너지가 제게 온 것같아 정말 좋답니다.
저도 님꼐 그런 센스를 드릴 수 있어야 하는데~
 
기억의 못갖춘마디 문예중앙시선 15
강연호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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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휴일이라고 까무룩 잠이 들었었나 보다.

찜질방을 가자는 남편의 말에 평상시처럼 가죽재킷을 팔에 꿰고 줄레줄레 따라나서니 대책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다.

집 밖으로 나서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의미를 깨달았는데,

다들 반팔 반바지 차림인 것이 계절은 어느새 봄을 건너 뛰어 여름으로 치닫고 있었다. 

 

"딴 사람들이 보면 적어도 한 계절 정도는 잤는 줄 알겠다, 그치?"

하는 내 물음에서 여름에 대한 기대감을 눈치챘는지,

"모터싸이클족 보면 사시사철 가죽으로 쫙 빼고 다니던데...너도 이 참에 모터싸이클만 하나 장만하면 되는데 말야, ㅋ~."

하며 낄낄거린다.

암튼, 난 기온과 비례해서 액티브해지고 기분도 업 되는 모양이다.

이 시집을 얼마전에 선물 받긴 했는데, 누구인지 그 진가를 몰랐다.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이영광이 뒷표지에서 '이 책에선 버릴 말을 찾기가 어렵다' 표현한게 눈에 띄었으니 망정이지,

저걸 못봤다면 천년만년 먼지더미 속에 덩치로 놓여 있었을지도 모른다, 끙~--;

근데, 이영광의 저 표현은 틀렸다, 버릴 말을 찾기 어려운게 아니라 버릴 말이 없~다!

 

그의 약력을 찾아보니,

  1962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1995년 현대시동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비단길』(1994),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1995),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2001), 『기억의 못갖춘마디』(2012)가 있다. 2012년 현재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라고 되어있다.

 

벌써 여러권의 시집을 낸 중견시인인데 왜 모르고 있다가 이제 와 이렇게 수선스러운 거냐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뭐~ㅠ.ㅠ

햇살이 너무 너무 좋아서라고 해두자.

시집도, 시인도 넘 넘 넘 맘에 든다.

시인의 표현을 빌어, 지난 겨울 추워서 뜨거웠고 어두워서 환했던 기억갖고 계신 알라딘 서재 여러분들~!

"이 봄날 쓸쓸한듯 다정하고 다정한듯 쓸쓸한 시집 한 권 읽어 보세요, 꼭이요~."

하고 소문내고 싶을 따름이다.

 

이 시집은,

시란 반짝반짝 빛나는 감수성의 과잉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빼어나고 융슝함으로 이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이며,

감성이 절제될 때야말로 제대로된 시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사람들에게라면,

수선내지 않는 소박한 자연스러움으로,

각기 상반되는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것이, 두루두루 손색이 없다.

 

제목 <기억의 못갖춘마디>만 해도 그렇다.

시집 머리의 '시인의 말' 자체로 하나의 詩이지만, 시가 아니라 '시인의 말'이란다.

음악으로 치면, 못갖춘마디쯤으로 시작하는 꼴이다.

 

골목의 너무 많은 모투이에서 오래 서성거렸다 외등처럼 제 발치께를 우두커니 내려다보는 자세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골목의 너무 많은 모퉁이마다 불 꺼진 방들은 세상에서 가장 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대여, 골목의 너무 많은 모퉁이를 돌아나간 아코디언풍의 바람을 기억하는지

 

나는 나를 다독거린다

 

그의 이 시집을 읽다보면 일상의 소박한 삶과 언어들이 모여 詩를 이룸을 알 수 있는데,

오래 서성거리고, 세상에서 가장 깊은 표정을 짓고 있다한걸로 미루어...생각없이 대충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살고, 그런 나를 대견해 할 수 있다는 거...그런 나를 위로하고 다독거릴 수 있다는 거...참 멋진 일인 것 같다.

이 못갖춘마디(시인의 말)는 3부의 '이 골목의 너무 많은 모퉁이'와 어울려 비로소 하나의 갖춘마디가 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몸살

 

 

 

뜨겁고 춥다, 이 모순의 육체는

그럭저럭 매력적이다

약 기운 때문인지 지면에서 얼마쯤

붕 떠 있는 느낌, 금방이라도

곤두박질칠 듯 아슬아슬한 공중부양 같다

들뜬 청춘 같다

 

 

초봄이 한겨울보다 매서운 건

세상 움트는 것들의 통증 때문이다

연초록은 원래 비릿하고

청춘은 불량을 무기로 내세운다.

이빨 사이로 찍찍 침을 내뱉거나

면도날을 질겅질겅 씹기도 하는

 

 

그 시절 지나면 몸살이란

스위치를 올리자마자 팍 불이 나간

백열등 같은 것, 잠시 미련처럼 빛살이 어려

알전구를 귀에 대고 흔들어본다

이 어둠을 어찌 돌이킬래?

누군가 속삭인다

끊긴 필라멘트마냥 파르르 오한이 온다

 

 

추워서 뜨거웠고 어두워서 환했던

기억이 있다, 그 불량의 시절인 듯

연탄불처럼 다시 층층 포개지고 싶다

포개져 마침 화르륵 타오르는 체위이고 싶다

나중에는 부엌칼로 갈라야 하더라도

가르다가, 앗 뜨거라 불투성이로 깨지더라도

 

 

몸살이란, 그 기억에 살이 낀 것이다

혼자 열 없이 열 오른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아직은 이 시를 이해할 수 있는 세대라는 것이 참 고마웠다.

뜨겁고 추운, 추워서 뜨거웠던, 어두워서 환했던...기억을 몸살, 백열등, 연탄불과 연결시켜 혼자 열 없이 열 오른 것이라고 한다.

아~

'초봄이 한겨울보다 매서운 건 세상 움트는 것들의 통증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어쩔 것인가 말이다.

지면에서 약간 붕 뜬 느낌이 매력적이라는 건지,

들 뜬 청춘이 매력적이라는 건지,

아니면, 몸살기 있어 열 나는  빨갛게 달뜬 얼굴이 매력적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동안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그녀와 나는 무척 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니 그녀나 나나 아무 얘기도 없이

다만 나뭇잎과 나뭇잎처럼 귀 기울였을 뿐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나보다는 건강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슬픔에도 건강이 있다

그녀는 이윽고 전화를 끊었다

그제서야 나는 혼자 깊숙이 울었다.

                                          ('건강한 슬픔' 부분)

건강한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울고 싶을 때 맘껏 기대 울 수 있는 어깨가 있다는 것은 어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고 싶을 때 맘껏 울되 거기 침몰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위안과 힘을 얻어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면...그것보다 더 '건강한 슬픔'은 없지 싶다.

 

때문에 아무에게도 건넬 수 없어 혼자 깊숙이 운 나에 비해,

나에게 스스럼 없이 울음을 건낸 그녀는 훨씬 '건강한 슬픔'을 가진 것이다.

 

누군가의 건강을 염원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울지마라, 울지마라' 백번의 말이 아니라 울고 싶을 때 맘껏 기대 울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어깨를 기대기 좋도록 비워둘 것이다.

 

단풍

 

사랑은 맹목을 잃는 순간 사랑이 아니어서

붉은 잎 단풍 한 장이 가슴을 치네

그 때 눈멀고 귀먹어

생각해보면 가슴이 제일 다치기 쉬운 곳이었지만

그래서 감추기 쉬운 곳이기도 했네

 

차마 할 말이 있기는 있어

언젠가 가장 붉은 혓바닥을 내밀었으나

그 혀에 아무 고백도 올려놓지 못했네

다시 보면 붉은 손가락인 듯

서늘한 빗질을 전한 적도 있으나

그 손바닥에 아무 약속도 적어주지 않았네

 

붉은 혀 붉은 손마다 뜨겁게 덴 자국이 있네

남몰래 다친 가슴에

쪼글쪼글 무말랭이 같은 서리가 앉네

감추면 결국 혼자 견뎌야 하는 법이지만

사랑은 맹목을 지나는 순간 깊어지는 것이어서

 

지그시 어금니를 깨무는 십일월이네

이 시도 참 좋다.

사랑은 맹목을 잃는 순간 사랑이 아니지만, 맹목을 지나는 순간 깊어지는 것이란다.

무슨 말인지 알 듯 모를 듯 하지만, 제목이 단풍이라니...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감추는 것은 비겁한 거라 생각했었는데, 어쩜 혼자 견뎌내는 것이 더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그시 어금니를 깨무는 십일월이라는 걸 보면...말이다.

 

바닥이란 무엇인가

규정하자면, 털썩 주저앉기 좋은 곳이다

물론 그게 편안해지면

진짜 바닥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바닥' 부분)

어찌보면 이 시의 제목은 '바닥'이 아니라 '규정'이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닥일때는 더는 불안할 게 없다.

더 이상 아래로 추락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앉은 곳이 바닥인지 아닌지 모르겠을 때의 판별법은,

그냥 그곳에 털썩 주저앉아, 그게 편안해지면 그곳이 바닥인 게다.

 

울음

 

벚꽃이 만개하면서

그는 이제 울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우는지 잊는다

그는 언제나 그를 위해 울었을 뿐

누군가를 위해 울어준 적이 없었으므로

저 벚꽃의 만개를 울음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聖이란 다른 게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깨끗이 울어준다는 것

아니 울음조차 꾹꾹 눌러 삼킨다는 것

저기 聖 벚꽃들 울음을 감춘다

그러나 어금니 깨물 때마다

몇 무더기씩 흩날리는 꽃잎들을

그가 처연하게 바라볼 수는 있었으리라

젊음을 탕진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위한 울음조차 잊은 지금

어디선가 장구 소리 희미하게 들려온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화무십일홍이라--

 

누군가를 위해 깨끗이 울어주는 것과 울음조차 꾹꾹 눌러 삼키는 것 사이에서 벚꽃은 피고 진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한 울음조차 잊었다는 거고,

이 시에서 '잊음'을 '젊음의 탕진', 또는 '늙음'과 동격으로 놓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한다.

聖이란 다른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깨끗이 울어준다는 것.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끼리 얘기할 때는 감정 따윈 배제하고 '잊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지만,

다른 누군가가 있을 때는 그 누군가를 배려하고, 그 '누군가를 위해 깨끗이 울어주는 것'이 聖스러운 것이리라...

사람의 그늘

 

사람의 그늘을 만난 지 오래다

어디 그늘이 없엇을까, 눈 흐려진 탓이다

나이 들면 자꾸 멀리 보게 마련이고

멀리 건너보는 시력으로는

사람의 그늘도 흐리게 뭉개지는 법

 

그늘을 헤아리는 심사는

어느 늙은 나뭇가지 사이로

한때 무성했던 세월이 구름처럼

뭉텅뭉텅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

바람 가는 방향으로 귀를 연 이파리들의

여름에는 키가 크고 겨울에는 늘어졌을

한 시절의 내력을 간ㅁ하는 일

우듬지 여윈 손가락이 바람을 쓸어 넘기듯

아, 나도 언젠가 저런 빗질을 받은 적이 있었더랬는데

덜 마른 빨래처럼 고개 수그리고

머리를 맡겨 생각에 잠기는 일

 

지금은 없는 누군가의 서늘했던 그늘

그 어두었던 눈 밑으로

문득 흔들렸을, 잠깐 반짝였을

불빛인지 물빛인지를 놓치지 않았으나

그저 놓치지 않았을 뿐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애써 멀리 외면했던

그늘의 길이를, 마침내는 깊이를

이제 와 곰곰 되짚는 일이다

 

그러나 눈 흐려진 지 오래

한 뼘 두 뼘 겨우 더듬을 뿐

사람의 그늘을 재어본 지 오래다

잠깐 시인이 여자가 아닌가 착각을 했었다.

적어도 시인은 아니어도 작중화자는 여자여야 하겠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머리를 쓸어넘기듯 저런 빗질을 받은 적이 있다'는 부분에서 '레터스 투 줄리엣'의 한 장면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애써 외면하려했던 그늘의 길이, 또는 깊이라는 것은...사람의 마음 속 쯤 되려나?

어쩜, 그래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등의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애써 외면하려 했던 일들을

나이가 들면...되짚고 더듬을 수 있게 되나보다.

나도 자꾸 되짚고 더듬고 싶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머리를 내맡긴다는 것은, 빗질을 내맡긴다는 것은 순종, 또는 순응...

아니다, 마음을 내맡겨 위로를 받는다는 것과 같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방울토마토 기르기

 

화분에 방울토마토를 기른다

화분에 기르는 방울토마토는 식용이 아니다

그거야 마트에 가면 상자째 살 수 있다

차라리 방울이 딸랑 울리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볕도 좋아야 하고 물도 자주 줘야 하지만

곁가지도 따주고 꽃도 솎아내란다

 

하지만 저 가엾은 연초록을 어떻게 잘라낼까

나는 시인이므로 시인답게 머뭇거린다

전문가는 혀를 착나 입을 삐쭉거리는 대신

지지대를 고쳐 세우며 가르쳐준다

시인의 마음으로 기르는 식물은 되는 게 없지요

한 잎도 한 가지도 솎아내지 못해 벌벌 떨면

결국 꽃도 열매도 번식도 죄다 부실해져요

 

그는 모질게 곁눈을 따낸다

나는 모질지 못해 다시 연민을 꿍얼거린다

자연은 그냥 둬도 즈이들끼리 잘만 어울리던데요

전문가는 또 심드렁하게 나를 때린다

사람의 손 바깥에서야 자연 아닌 게 있나요

품안에 거둔 만큼은 손길 가는 게

최소한의 예의지요

 

아직 여물지도 않은 방울토마토의 방울들이

요란하게 내 머리를 울린다, 진짜 모진 것은 무엇일까

'방울토마토 기르기'  이 시는 '딸랑'거리며 내 머릿속에 연신 경종을 울렸다.

'자연'과 '모질다'는 것과 '손길'과 '최소한의 예의'의 상관 관계에서 남모를 고민을 좀 하였다.

그러다가 잎도, 가지도, 꽃도, 열매도, 번식도 죄다 부실해지는 것이 바로 모질지 못한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연민이나 동정과 다름 아니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를 읽는 내내 왜 '길들인 것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어린왕자'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나이 들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게 전제조건이어야 한다.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방법도 모르면서 그냥 사랑하겠다는 무모하고 대담하고 용감무쌍한 사람이 있다.

고의가 아니었다 해도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고, 자기 자신도 상처 입을 수 있다.

진짜 모진 건 그런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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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4-17 00:18   좋아요 0 | URL
제 친구 중에늠 시인으로 등단한 사람이 있는데
시인은 배가 많이 고프다고 합니다.

시를 읽지 않는 사회...덕분이라더군요 ㅠ.ㅠ
저 역시 시인의 친구이지만 시를 잘 읽지 않습니다.
시인을 대우해주지 않는 사회의 일원인 셈이지요 ㅠ.ㅠ

그나마 대학 때 읽은 수십권의 시집을 가지고 있지만
그 후로는 시집을 사지 않았습니다.
반성 많이 됩니다. ㅠ.ㅠ

2012-04-16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4-16 21:50   좋아요 0 | URL
좋은 시를 덕분에 많이 읽네요
방울 토마토 기르기가 가장 맘에 드네요.
제목이 참 독특하면서 와닿는 시집이군요

숲노래 2012-04-17 08:19   좋아요 0 | URL
사랑하려는 마음이라면
언제나 서로를 따사로이 덥히는
좋은 기운이 몽글몽글 피어나리라 믿어요
 

Ma Non  Tanto(그러나 너무 지나치지 아니하게)?

 

아니, 한번쯤은 지나치거나 과하게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남들은 맨날 바라고 부러워하고 염원하는 일을...직업으로 택해 하게 된다면,

지나치거나 과하게 애정과 사랑을 듬뿍 쏟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기가 하고 싶어하던 것을 직업으로 택해, 하고 사는 사람은 원이 없을 것만 같았다.

남들 다하는 일상사 근심 따위는 없고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었다.

암튼 내가 엿보기에 그것이 그들의 천직인 것 같아 보였고,

그 일을 하는 그들이 마냥 행복해 보여서 부러웠던 사람들, 둘에 관한 책을 읽었다.

 

한명은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이고,  

 

'호시노 미치오'의 사진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사진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의 사진들의 주는 느낌은 남달랐다.

스케일부터 웅장하고 담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뭐랄까 사람의 영혼 따위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사진을 매개로 나에게 뭔가 계속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그런 느낌을 주었던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가 이미 고인故人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를 통하여 알게 되었다.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호시노 미치오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는 사진과 관계없는 삶을 살다가,

어느날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에서 출간된 알래스카 마을의 사진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전공도 작파하고 사진을 하게 된다.

동물 사진에만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관점으로 알래스카의 자연과 동물을 꾸준히 사진에 담아,

'National Geographic','Audubon'등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일본 각 지역과 미국 카네기 자연역사박물관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1996년 8월 8일 취재차 방문한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 쿠릴 호수에서 불곰의 습격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
맑고 투명한 글이 곁들여진 그의 사진은 세계 각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눈에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회와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둘 줄 아는 사회의 차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후자의 사상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매력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척이 한층 더 근원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40쪽)

어떻게 보면,

호시노 미치오가 추구한 건... 사진이 아니라,사진이라는 것으로 대표되어지는 어떤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밥 샘이란 불가사의한 클링깃족 인디언을 만나고,

그와 함께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고,

그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는데,

그건 바꾸어 말하면'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는 법이라고 할 수 있겠고,

어쩜 그 '보이지 않는 것'에'영혼'도 포함되었던 게 아닐까?

" 다른 사람이 주는 음식을 절대 거절하면 한 돼."란 말을 나는 밥에게 듣고 왔다. 우리 입에 들어간 음식은 죽은 자와 우리 조상의 영혼이 먹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포틀래치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아이의 존재다. 영혼 재래를 믿는 클링깃족 사회에서는 이 시기에 태어난 친척 아기에게 죽은 자의 이름을 붙인다. 그러고 나서 "안녕하세요, 할머니!"라고 아기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죽은 자에게 인사를 한다. 포틀래치의 열기 속에서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회에 대한 양수가 복받침을 느꼈다.ㆍㆍㆍㆍㆍㆍ자네들은 왜 '영혼' 이야기를 하지 않나? 나는 그게 이상하게 느껴지네. 자네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런가 ㆍㆍㆍㆍㆍㆍ? 샤이언족의 땅을 나와 처음으로 알래스카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계속 기도했다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땅에 잠든 영혼들을 흔들어 깨우는 일이니 말일세ㆍㆍㆍㆍㆍㆍ."(97~99쪽)

  

모든 생명은 끊임없이 무한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 정지한 것 같은 숲은 물론 심지어 별조차도 같은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일만년을 여행한 별빛이 전해주는 우주의 깊이, 인간이 먼 옛날부터 간절하게 바란 피안의 세계, 무슨 목적을 위해, 어떤 미래를 향해 살아가느냐 하는 인간 존재의 의미ㆍㆍㆍㆍㆍㆍ.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이어져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진정 알고 싶은 것을 알고 말았을 때, 과연 우리는 살아갈 힘을 손에 넣을까? 아니면 잃어버리게 될까? 알고픈 것을 알려는 마음이 인간을 지탱해 주지만, 알고자 하는 것을 결국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161쪽)

다시말해, 호시노 미치오가 그의 사진을 통하여 표현하고자 한 것들이 물질문명이나 기술문명 따위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신화와 전설 속에서 빛을 발하는 영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서...

충분한 공감과 소통에 실패한 듯 보이기도 할지 모르겠다.

숲을 산책하며 밥의 아내 도우가 해준 이야기를 되새겼다. 퀸샬럿 섬을 밥과 함께 여행했을 때 하이다족 여자가 밥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도우에게 질문한 것은 그래서였다. 자신의 내밀한 괴로움을 어떻게 만난 지 한 시간이 채 안 된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일까? 밥이 힐러(신앙에 근거한 치유 능력을 가진 자) 라서 그랬을까? 도우는 내 추측을 부정하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은 몇 번이나 있었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었어. 하지만 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자기 힘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대신 힘들어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곁에 있어 줄 수는 있어. 밥한테 그런 힘이 있는 걸지도 모르지. 젊었을 적에 떠난 여행에서 밥은 몸소 지옥을 경험했어. 고통을 품은 사람들은 밥이 짊어진 깊은 상처를 저도 모르게 느끼는 게 아닐까? 그래서 봇물이 터져 콸콸 흘러나오듯 자기 상처를 털어놓게 되는 것 같기도 해.

 밥이 반세기 동안 방치되어 황폐해진 묘지를 십 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청소한 다음부터 싯카 인디언 사회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눈뜨고 자신감을 조금씩 되찾게 되었지.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

 문득 큰까마귀의 말에 따라 불덩어리를 가지러 간 젊은 매가 떠올랐다. 화상을 심하게 입으면서도 불꽃을 가져와 생명에게 영혼을 불어넣은 젊은 매의 모습을 나는 내심 밥 샘과 겹쳐보고 있었다. 이 세상은 큰 까마귀의 말에 따라 불덩어리를 가지러 간 무수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115쪽)

이 구절만으로도 충분히 내겐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힐러, 치유, 치유능력, 고통이나, 깊은 상처 따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육체적 상처나 고통, 그 치유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만은 모든 치유법을 아우르는 온갖 병에 듣는 처방 쯤 되는 것 같다.

 

위 얘기를 종합해 볼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힘들어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같은 공감이나 소통 능력을 갖게 되는...

이를테면, 영혼에서 나는 찝찌름한 냄새가 같기 때문이 아닐까?

 

"자네한테 인디언의 말을 하나 가르쳐 주지ㆍㆍㆍㆍㆍㆍ."

"네ㆍㆍㆍㆍㆍㆍ."

"초우친."

"그건 무슨 뜻인가요?"

"사랑한다는 말이네."

나는 그 말을 잊지 않도록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208쪽)

 

다른 한명은 맨발의 디바 '이은미'였다.

 

 

 

 

 

 

 

 

 

 

 

 

 이은미, 맨발의 디바
 이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이은미의 라이브 공연을 몇번 본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가 뿜어내는 에네르기가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힘을 얻어오곤 했었다.

그때마다...그녀에게서 그런 에네르기를 뿜어내게 하는 원천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걸 그녀는 prplogue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마흔이 되면서부터 화낼 일이 별로 없어졌다. 한때 '호랑이'라 불렸을 정도로 지난날의 나는 누가 보아도 뾰족하게 날이 서 있었다. 예전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야, 아니 강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런 태도가 내 음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던 것 같다.

 격정으로 어지러웠던 스무 살, 치열했던 서른 즈음을 지나 어느덧 마흔을 넘긴 나는 다행히 많이 강해졌다. 내 몸 위에 날카롭게 돋아 있던 가시가 사라지고, 보드라운 잎사귀가 새로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음악 안에서, 또 음악하는 사람들에게서 얻은 기쁨 덕분에 조금씩 바뀐 것이다. 자연스레 내 음악은 좀 더 친절해졌고, 내 성격도 좀 더 원만해졌다.

 언젠가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불현듯 '아,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만 넘치던 어린 시절엔 그저 음악이 좋아서 무대에 섰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기만 했다. 세월이 흘러 한뼘 정도 성숙한 다음 바라본 무대는 그 의미가 사뭇 달랐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보다, 나를 한결같은 눈길로 바라봐주는 관객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무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것을. 내 음악을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무대에 오를 수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사무치게 느껴졌다. 이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4~5쪽)

좀 길지만 prplogue의 거의 전부를 옮겼다.

그 이유는 그녀와 내가 분야는 다를 뿐이지만, 처한 입장은 똑같기 때문이었다.

난 과연 '내 일을 사랑하나' 하는 생각을 해 볼때가 있다.

다분히 문과적 성향을 타고났다고 생각한 나였고,

아빠의 강요에 의해서 선택한 학과였지만, 도태하거나 낙오하는 건 더더욱 싫었었다.
'아,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가뭄에 콩 나듯 아주 뜨문뜨문이었다.

그러다가 한곳에서 6,7년 근무하게 되면서,

자칭 VVIP라 불리우고 나는 진상으라고도 부르는 그들이,

다른 의미로는 나를 인정해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을때...

나는 내 직업 앞에서 다시 한번 겸허해 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음악이나 무대 자리에 사랑이라든가 하는 단어를 넣어보면 훨씬 쉽게 이해가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얘기할 수 있지만, 실상 덜 능률적인건 사실이다.

내가 한결 같은 눈길로 바라보는 그 사람이, 나를 같은 눈길로 바라봐줄때 나는 행복에 겨운거다.

다시말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감정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듯이...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나에게 화답하여 줄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사무치게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다.

 

음악에 미쳐서, 무대에 서면 그같이 엄청난 에네르기를 뿜어냈던 이은미도...음악 말고 다른 것은 볼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을 견딜 수 없어 하게 되는데, 그 회의감을 burn out 현상이라고 한단다.(소진증후군이란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책에선 그걸 피아니스트 정원영을 빌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딱 하나만 생각하자. 너 음악 없이 살 수 있어?"

 오랜 슬럼프를 겪은 뒤라 다시 소리를 찾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새로웠다는데,

깊고 어두운 우울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길 간절하게 바랐던 그녀에게 답을 준 것도 결국 음악이었으리라.

그렇게 해서 오랜 진통 끝에 탄생한 6집 음반의 제목은 '마논탄토 Ma Non  Tanto' 였단다.

 

우울증을 앓으면서 그녀는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걸 절감했단다.

지나치게 감정에 빠진 나머지 그것이 그녀의 소리를 잠식하는 일이 없도록,

가슴은 뜨겁되 그녀의 음악이 대중의 감성을 너무 앞서 지나치지 않도록,

채우기보다 걷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단다.

 

음악은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즐기는 것이다.

ㆍㆍㆍㆍㆍㆍ

누군가 그에게 Tears in heaven

 물론 예술의 궁극적 목표는 교감이다. 예술가들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기를 강렬히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할 수 없다.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다 한들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 나와 다르게 느낀다고 해서 "그건 틀렸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그 누구도 정답을 강요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음악이고 예술인데 말이다.(73쪽)

 

 

 

ㆍㆍㆍㆍㆍㆍ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음악은 그저 듣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최고다. 바람 소리로 들리면 바람 소리로, 플루트 소리로 들리면 플루트 소리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예술은 조각내고 분석하고 평가할 대상이 아니다. 느끼면 스며드는 것이기에. (75쪽)

그건 예술뿐 아니라, 사람이나 사랑 따위의 궁긍적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호시노 미치오'와 '이은미' 둘 다 자기가 하고 싶은 방법으로 소통을 하고자 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통의 방법에 있어서 '호시노 미치오'는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사진이나 글은 신화나 전설을 소통시키는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반면 '이은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소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음악을 전달하는 매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음악으로 내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들은 찬찬히 내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면서 소통하면 된다. 그 이상의 것이 왜 필요한가. 그들 곁에서, 그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해주고 희망을 전해주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음악이다.(85쪽)

 

좀 더 쉬운 길도 있는데 왜 굳이 힘든 길로 가라고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검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제자에게 스승이 한동안 앞마당만 쓸게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검을 쓰기 전에 먼저 배워야 하는 것은 검을 다스릴 줄 아는 심성과 끊임없는 비질에도 지치지 않는 강한 체력과 인내심이기 때문이다.(90쪽)

그러고보면, 심성과 강한 체력과 인내심은 검이나 음악을 하겠다고 찾아온 제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감과 소통의 전제 조건인 듯 하다.

 "사람들이 이걸 알까?"

  아주 미묘한 소리 하나 때문에 밤을 꼴딱 새우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는 원하는 사운드를 완성한 다음 만족스런 표정으로 서로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정말 우리가 이 작은 부분을 완성하기 위해 밤을 새웠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싶은 것이다.

 "아마 모를 거야. 그런데 몰라도 돼."

 굳이 말하지 않는 한 그 수고를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소리 하나 때문에 밤을 새웠고, 소리를 찾았고, 한 뼘 더 성장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럽다.

(126쪽)

이은미, 그녀가 부러웠던 건 바로 이 구절 때문이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도 몰라도...

자신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라도, 단 한사람만 있다면...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녀는 이 한사람 덕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러운, 그래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는 말도 있는데...

나도 오늘부터 날 알아주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여야 할지,

아님 날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을때 보여줄 비장의 무기를 연마하여야 할지, 를 놓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에 눈을 껌벅이고 앉아 목하 고민 중이다~--;

 

 

 

 

 

 

 

 

 

이은미 - The Best Collection 2000~2011 [DIgipack]
이은미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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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1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글도 음악도!!

숲노래 2012-04-1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노 미치오 님은
알래스카에서 '사람이 가장 사람다울 수 있는 삶'을 누리는
자연 터전을 보았고,
이를 사진으로 담으며
글로도 엮자고 생각한 사람이에요.

프레이야 2012-04-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호시노 미치오의 사진과 글을 보고 알래스카를 꿈꿔요.
여행하는 나무!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 가보는 거랑 사는 거랑은 천지차이겠지만요.^^

이은미 콘서트는 딱 한 번 가봤어요. 맨발의 디바!
정말 대단했어요.
결혼 안 하길 잘했지라니.ㅎㅎ 그래도 자긴 결혼했으면서...
정말 우애로울 수 있는 반려자, 그게 최고의 관계일 것 같아요.
그곳엔 오늘 비가 추적추적 많이 내렸나봐요. ^^

잉크냄새 2012-04-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라는 책을 통하여 그를 처음 알게 되었지요.

사진작가이지만 그의 글은 풍경보다는 그 풍경속에 존재하는 삶의 이야기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진 2012-04-1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를 보고 있어서 글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호시노가 추구한것은 사진이 아니라 아진으로 대표되는 어떤 것... 크, 좋네요 !

風流男兒 2012-04-1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역시 아껴가며 보고 있어요.
급하게 읽고 싶지 않은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