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복날이라고 이런저런 인사치레의 문자와 메일 들을 받았는데,

양은 냄비 속에 예쁜 강아지 얼굴이 담긴 그림 문자가 인상 깊었다.

그때 사석원의 '꽃을 씹는 당나귀'를 보던 중이어서,

그중에서도 '복날, 생애 마지막으로 짖어 볼까나'를 보던 중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엽기적이란 느낌과 더불어 만감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석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조금 좋은건 조금 좋은대로,

많이 좋은건 많이 좋은대로,

좋다고 설레발을 치고 다니지만...

아주 좋은건 꼭꼭 숨겨두고 나 혼자 몰래 슬그머니 훔쳐보듯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와도 나눠갖고 싶지 않다.

 

 

 

 

 

 

 

 꽃을 씹는 당나귀
 사석원 글.그림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06년 6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석원을

내가 또 아주 좋아하는 손철주가 책머리에 '이 책에 부쳐'라는 글을 써 거들었으니,

이 책은 내게 '킹왕짱' 아주 좋은 책이 되시겠다.

'이 책에 부쳐'를 조금만 옮겨보면 이렇다.

 

'찰나의 황홀'은 '영원'이 부럽지 않다.

그리하여 기꺼이 눈먼다.

손철주 미술칼럼니스트, '학고재'주간

 

 ㆍㆍㆍㆍㆍㆍ

  나는 사석원의 그림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 그것은 '영원을 부러워하지 않는 찰나의 황홀'이다. 사석원은 나에게 말했다. "나에게 내일은 없어요." 무슨 게송이나 읊조리는 투로 '그림 그리는 건달'의 적막 또는 행복을 그는 그렇게 표현했다. 그는 적막에 싸여 색칠로 올인 하고 행복에 겨워 붓질로 밤새운다. 그에게는 내일만 없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없다. 있다면 오직 그리는 순간만이 있을 따름이다.

  ㆍㆍㆍㆍㆍㆍ그 순간 그는 '내일은 없어요'가 아니라 '죽어도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섬광처럼 명멸하는 황홀, 영원과 맞바꿔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환각, 그 황홀과 환각을 부르는 극소량의 미약을 사석원은 캔버스에 살짝 뿌려놓는다. 그의 미약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들은 즐거이, 서둘러, 눈먼 지지를 보낸다.

ㆍㆍㆍㆍㆍㆍ

 몇 순배 소주잔이 돈 뒤 묻고 답했다. 그림 그릴 때 떠오르는 작가가 따로 있는가. "어릴 때부터 반 고흐를 모사해서 그런지 색감이나 터치, 마티에르에서 그의 영향이 남은 것 같다. 형태는 피카소가 좋고, 동물을 그릴 때는 치바이스(劑白石)가 떠오른다." 치바이스가 그랬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두 손이 있다지만 사람들 가려운 곳 긁어주기가 가장 어렵더라.' 감탄할 만한 작가는 있는가. "이우환 선생의 내공이 대단하더라. 김종학 선생의 새를 보고 놀랐다. 나의 새는 발랄하기만 한데 그의 새는 애처롭다. 그 그림 앞에서 의기소침했다." ㆍㆍㆍㆍㆍㆍ사는 고통과 세상의 모순을 그려볼 생각은 없나. "세상은 뭐라 해도 아름답다. 억압과 독재 속에서도 별은 빛나더라."(6~13쪽 부분 발췌)

 

내가 킹왕짱 좋아하는 이 책의 제목은 '꽃을 씹는 당나귀'이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글씨로 '우울한 당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마술 같은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내가 킹왕짱 좋아하는 책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선뜻 권하기가 좀 망설여지는 이유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우울한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 또한 치명적이고,

그림에서 풍겨나오는 유혹의 아찔함도 치명적이고,

사소하고 하찮은 일상도, 그가 빚어내는 글을 통해서라면 치명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일단 그를 알게 되면,

그가 만들어내는 마법에 '푹~'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손철주를 빌리지 않더라도 제대로 홀리게 된다.

 

그런데, 내가 '홀리다'라는 한순간의 꿈같고 야릇한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건,

그의 책을 보는 동안 '잠깐'이지 '내내' 마법이 지속되지는 않아서이다.

깨어나보면 마법이나 꿈이었던 듯,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평생 마법이나 꿈 속인양 살 수도 없고 살아서도 안되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 아닐까?

현실에 단단하게 발 딛고 있을때 마법이 놀라운 것이되고, 꿈이 황홀한 것이 되지 않을까?

우울이 바닥과 뽀뽀를 할 정도로 참담해 본 사람만이, 마음이 치유되는 기쁨을 제대로 흠뻑 누릴 수 있듯이 말이다.

난파를 당하고 상처를 입어 후회하지만,

배는 또다시 항구를 향해 항해를 계속한다.

굳은 의지 때문이라고?

아니다, 심각한 건망증 때문이다.(39쪽)

늘 난파당하고 상처만 입는 사람이라도,

난파에서 구조되고 상처를 치료 받아, 치유되어본 경험이 없다면 상처를 덤덤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프지 않은게 아니라, 남들도 그정도쯤 아프리라고 생각하고 견뎌낸다.

그런 의미에서,

상처 따윈 받지 않고 단조롭게 살거나,

상처를 받으나 고통을 인식조차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살기보다는,

감정이 끝에서 끝으로 치닫기를 밥먹듯 해서 bipolar라는 소리를 듣고 살더라도 풍성하고 입체감 있게 사는 삶을 택하겠다.

 

난파 당하거나 상처가 깊을 때는 분명 고통스럽고 힘들테지만.

상처를 치료받고, 마음이 치유되는 기쁨 또한 온몸으로 통과하듯 느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처도 힘이 될테고,

그런 의미는 상처를 치료받고 마음이 치유되는 기쁨일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테니까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때론 심각한 건망증이 은혜로운 축복일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론 좋은 기억력이 지독한 형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장미꽃 백 송이

_달밤

 

난 살면서 장미꽃 백송이를

준 적도, 받은 적도 없다.

휴, 아무래도 인생 헛살았다.(45쪽)

그런 의미의 연장선 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날에는 예쁘고 고운 것만 눈에 들어왔었다.

현실을 왜곡하고 굴절하더라도,

눈물 그렁그렁 달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왠지 멋드러져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본질은 없는 화려하고 현란한 수식에 눈이 멀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땅바닥에 발디디지 않은 현실은 사상누각이라는 걸 알겠다.

누추하더라도 경험하고 체화하여 내것으로 받아들였을때만,

소박하고 수더분한 일상이 되는 것이다.

 

혹자들은 사석원의 그림을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이라고 폄하한단다.

그 혹자들을 향하여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감동받아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축하카드가 됐건 땡큐카드가 됐건 마음이 담긴 카드를 보내거나 받아본 경험이야말로

춥고 모진 세상을 따뜻하게 건너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걸 경험하지 못한 걸테니,

그들을 향하여 혀를 끌끌 차고 싶어진다.

 

암튼, 그의 꽃들이 너무 예뻐 친구에게 꽃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난 실체적인 꽃은 가꿀 자신이 없는 위인이다~ㅠ.ㅠ)

'꽃그림도 그려보고 하겠지만~'하면서 되게 튕긴다.

그러면서 이렇게 너스레를 떤다.

'혹시 알아 30년 뒤에 내 그림이 자기 팔자를 고쳐줄지~, ㅋ~.

아무리 둘러봐도 파랑새를 찾지 못해

통닭을 파랗게 칠했다.

아쉬운 대로 쓸 만하다.

 

_파랑새와 소녀

 

아주 소중한 존재라도 놓칠 때가 많아.

너무 가까이 있으면 더욱 그래.

가까이 있는 건 더 안 보이나 봐.

지금껏 엉뚱한 곳에서

바보 같은 꿈만 꾸고 있었으니ㆍㆍㆍㆍㆍㆍ.(49쪽)

그래서인지 요즘은 내곁의 작고 누추하고 소박한 일상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파랑새를 날려 보내고 울 것이 아니라,

내 그릇이 통닭을 담을 여건 밖에 안되면,

기꺼이 통닭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여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꾸 의심하고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발명이란게 가능하고 세상은 좀 나아지는 걸지도 모르지만,

현실의 통닭에 만족하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서 세상의 어떤 아트는 출발할테고,

만족과 수용의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가짐과 시선을 익혀가면서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걸 느끼는게 어떤 아트가 아닐까?

효도란 어른들과 오래오래 수다 떠는 것

 

 

싱싱한 생선회 같은 맛은 아니야. 쫄깃한 맛은 없거든. 똑 쏘는 짜릿한 맛도 없고,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지도 않고, 매콤한 양념을 넣은 칼칼한 맛도 없고, 자르르 윤기 흘러 군침을 삼키게 하지도 않고. 어떤 맛인가 하면, 넉넉히 물 부어서 푹 끓인 누룽지탕에 곰삭은 젓갈을 얹어 먹는 맛이랄까. 유별난 맛은 없어도 질리지는 않잖아. 뱃속도 편하고.

도대체 그게 무슨 맛이냐고? 뭐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살아오신 이야기 맛이지.(59쪽)

그런 의미에서 어떤 아트는 유별난 맛은 없어도 질리지 않고 뱃속이 편한 그런것이 아닐까?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아트는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의 그림도 그렇지만, 그가 쓴 글을 보고 있으면 겸손해진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마리앙토와네트적 사고는 하지 않게 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발상 자체가 인간 중심적 사고의 단적인 예가 아닐까?

사람의 목소리가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건 우리가 사람의 목소리만을 해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때 새의 입장에선 사람의 목소리는 아무 의미없는 것이다.

 

발상을 조금만 전환하여 인간 중심의 단조로운 사고에서 탈피하면

의미있는 것의 기준이 충분히 바뀔 수도 있다.

세상은 획일된 의미를 부여하기엔 훨씬 다채롭고 버라이어티하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다 인간의 삶만큼은 의미있는 것이 되고,

그렇게 되면 마냥 겸허하고 넉넉해진다.

 

새들의 울음소리에는 왜 귀 기울이지 않나.

_새와 염소

 

뉴스에 나오는 사건만 사건이 아니다. 맑게 갠 하늘도 사건이고 붉게 노을 진 하늘도 사건이다. 지난 수천억 년 동안 똑같은 풍경은 한 번도 없었고 또 앞으로 수천억 년이 지난다 해도 똑같은 풍경은 단 한 번도 없을 테니까. 그런 걸 사건이라고 받아들일 때 세상은 신비롭고, 그런 세상에서 사는 인생이 즐거운 법이다.

 

 

피카소처럼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사람의 목소리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고 깨닫게 될 때, 세상은 아름답고 그런 세상에서 사는 인생이 행복하다. 모두 모두 만세, 만만세다.(61쪽)

 

오늘은 누굴 붙잡고 석양주를 마실까.

_황혼

 

 

평생 앞을 보지 못했던 헬렌 켈러가 그랬지. 만약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날엔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자신을 돌봐준 선생님과 마주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석양은 매일 봐도 언제나 감동적이야. 신이 내린 축복이고 선물이지. 그런 기쁜 순간에 그냥 갈 수 없잖아.

대포 한잔 어때?(65쪽)

 

그의 모든 글들이 시에 가까운 격을 지녔고 그래서 더 감동적이지만,

이 글이 유독 내 마음에 와닿은 이유는 이현세의 '해질무렵 한걸음만 딱 더 걷다보면'이 연상되어서이다.

 

섬에 사는 당나귀

_동백꽃과 당나귀

 

 

섬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사람도, 강아지도, 물새도, 망아지도 모두들 똥구멍을 조심해야 한다.

바람 때문이다. 어찌나 드센지 똥침보다 더 무섭게 파고든다.

몸속으로 바람이 들어오면 간지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한참을, 아주 한참을 뛰어다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심하병도 난다.

그러나 그런 바람도 아무한테나 가지는 않는다. 자기가 좋아해야지 바람을 넣는다.

섬에선 바람이 왕이다. 바람이 싫어하면 섬에선 너무 외롭다. 더 이상 섬에서는 살 수가 없다.

그러니 너를 열어봐. 굳게 닫힌 너 자신을 활짝 열어 바람을 맞아봐.

바람과 네가 한 몸이 될 때 넌 비로소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이 작은 섬에선 그렇게 살아야 되는 거야.

 

제주는 에로틱해서 좋다. 바람과 바다가 어쩜저리도 진하게 몸을 섞을까. 온종일 그러고도 모자라 밤새도록 부둥켜안고 요동친다. 두 점만 먹어도 후끈거린다는 제주 해삼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그러니 제주 여자는 제주를 떠나지 않는다. 비실한 육지 사내론 성이 안 찰 테니까. 평생 본 것이 으르렁대는 음란한 바다와 바람의 성난 욕정인데 바보인가, 뭐가 아쉬워 육지로 나갈까. 그래서 제주엔 여자가 많은가 보다.(185쪽)

이 두편의 글들은 완전 죽음이다.

어떻게보면 해탈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한껏 에로틱한 것이 섹쉬하기까지 하다.

음란하면서도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다였으면 예술적이라고 하기 민망할텐데 말이다.

힘있고 역동적인것이 화끈하기까지 하다, ㅋ~.

 

왕중왕

_호랑이와 모란

 

 

어느 더운 여름날 동물원 구경을 갔다.

호랑이가 보였다. 호랑이가 동물 중의 왕이라면서? 그런데 너무 놀랐다. 그 누렇고 커다란 이빨을 가진 무서운 호랑이 옆에 나무가 버젓이 서 있는 거다. 나무는 아주 용감했다. 호랑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자 잎사귀까지 흔들어대며 깔깔 웃는 거였다. 호랑이는 얌전히 나무 옆에 엎드려 있었다. 그 모습이 매우 비굴하게 보였다. 그렇게 힘센 나무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동물원의 '짱'은 바로 그 나무였다.

그래서 호랑이 대신 하루 종일 나무만 바라보다 왔다.(91쪽)

이 글은 바라보는 시각이 신선하다.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빛 바래기 시작한 인생은 다시 반짝거릴 수 있고,

글은 양념을 친 듯 재밌어지는 예인 것 같아서 좋았다.

 

나는 짜다. 씀씀이가 인색하다는 얘기다. 한번 내 손안에 들어오면 그걸로 끝이다. 모두 내 것이다. 엄청난 욕심이다.

음식도 그렇다. 맛난 음식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도로 내보내기가 아깝다. 어떻게든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더니 그만 변비에 걸렸다. '자업자득.'

우여곡절 끝에 욕심을 버리기로 맘먹었다. 힘을 준다. 용맹정진이다. 숨죽이며 기다린다. 해ㆍ탈을 기다린다.(101쪽)

이 글에선 의학적 조예까지 느껴진다.

변비치료의 제 1원칙, 욕심을 버리고 붙잡지 말고 다 내어주자, ㅋ~!

만화방창萬化方暢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_좋은날

 

 

일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한다고?

그렇다면 그것들과 더불어 놀 줄도 알아야지.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거든.

놀자, 한바탕 징하게 놀아보자.

즐거운 인생을 위하여!

 

 

만화방창 : 봄이 되어 만물이 한창 자라남(115쪽)

이 글도 좋다.

일도, 사람도, 세상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쁘고 즐겁고 신 나게 놀면 좋은날은 도래한다는 듯 하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사랑도 잘한다, ㅋ~.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봤다면

드디어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된 거지.

 

술 마신 밤

 

그린 그림이 우쭐해서 한잔.

그린 그림을 잊으려고 한잔.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재기를 다짐하는 한잔.

그러니 그림 그리는 한 끊임없이 한잔.(143쪽)

 

나도 그림을 그리고 안 그리고를 떠나서 적어도 술 한잔은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글이다.

필시 자아도취 수준이지만,

난 열정도, 재주도 어느정도 갖추었는데...'끊임없이 한잔'이 안 되어,화가로서 자격미달에, 함량미달이다.

요밑에 고독해야 화가는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선 무난히 합격점인데 말이다, ㅋ~.

난 은근 스스로를 따 시키는 걸 즐기는데, 자발적인 유폐생활 속에서 자유로운 삶이 실현된다는 거랑 일맥상통한다.

ㆍㆍㆍㆍㆍㆍ

지금껏 나는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 따라서 늘 혼자 일하다 혼자 노는 게 하루의 일과다. 말을 배우기 전부터 지금까지 주로 외톨이였다. 외톨이의 고독이 좋기 때문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몰려오는 고독을 사랑한다. 고독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겐 행복이니까.

화가의 길은 고독해야 된다고 믿는다. 화가가 외톨이라는 건 숙명이다. 외톨이가 될 때 비로소 화가는 진정한 행복을 가질 자격이 생긴다. 외톨이만이 자유롭기에 그렇다. 자유롭지 못한 화가는 불행하다. 자발적인 유폐생활 속에서 자유로운 삶이 실현된다. 유폐기한이 지나면 훨훨 날다가 때가 되면 다시 유폐다. 나는 평생 그렇게 살 것이다.(149쪽)

나와는 다른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세상은 비로소 내게 다가온다.

 

 

기분 나빠도 머릿속에선 받아들여야지 그러는데, 실제로는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30년 넘게 사귄 친구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다.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안 보게 될 때도 있다.

오히려 별로 보지 않았던 사람은, 나와는 다른 면이 많아도 꽤나 너그러이 인정해주고 자상하게 배려해준다. 그러나 오래 사귄 친구나 가족에겐 나 좀 봐달라는 투정을 즉각즉각 부린다. 참지 않고 심술을 내는 것이다.

그런 어리광은 나이 든다고 적어지는 게 아니리라. 나는 그렇지 않은데 남들은 모두 잘못됐다는 식이면 천상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153쪽)

이건 언뜻 외톨이라는 의미로 읽혀,

언뜻 그래서 외롭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난 낯을 가린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낯을 가리지만, 일단 내 안에 들이고 난 후에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

아니 믿을려고 노력한다.

내편을 향하여서는 감추지 않고 내어보일 수 있고,

나와 달라도 조건이나 토달지 않고 감싸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은, 옷을 고르는 취향과도 비슷하다.

난 좋은 걸로 용도에 맞는 몇 벌 이상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반면,

누군가는 좋은 옷 자체가 사치라며 싼 걸로 여러벌 구입해서 자주 바꿔 입는 걸로 기분 전환을 한다.

어느 쪽이든 취향과 개성의 문제이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의 문제는 아니지 싶다.

 

사석원의 그림은 당나귀나 새도 좋지만, 꽃도 좋다.

당나귀나 새와 꽃이 같이 있는건 더 좋다.

난 그동안 어쩌다가 받게 되는 꽃선물이 별로였다.

이건 꽃 자체가 좋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잘 키우거나 돌볼 자신도 없으면서 나혼자 보고 좋자고 들이는 건 직무유기라는 생각에서였다.

근데, 이런 꽃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잘 보관할 수 있을 것 같고, 돌볼 수 있을 것 같고,

소위 길들일 수도 , 길들인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사석원의 그림에 등장하는 당나귀나 새나 꽃이라면 무한 애정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딨어? 널 부르고 있잖아.

_붉은 튤립

 

<록키>라는 영화는 실베스타 스탤론이라는 무명 배우를 단번에 스타로 만든 히트작이다. 주인공 록키는 별 볼일 없는 삼류 복서. 우연히 기회를 얻어 챔피언에 도전하게 된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끝까지 버틴 록키는 시합이 끝난 링에서 애인의 이름을 외친다. 어눌하지만 비장한 목소리로 절규하는 그 모습이 참 오랫동안 기억났다.

 

당신은 누군가를 그렇게 애타게 불러본 적이 있는지. 부르고 또 불러서 널 사랑한다며 와락 껴안아본 적이 있는지. 으스러질 만큼 껴안고는 "널 사랑해, 죽도록 널 사랑한다"라고 고백해본 적이 있는지. 시간이 별로 없다. 인생이란 그리 길지 않다. 심장이 타버릴 만큼 장렬하게 사랑해보고 사라지자!(167쪽)

이런 적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해본적도...

목청껏 외쳐 불러본 적도...없는 것 같다.

화끈하고 열정적이고 그래서 단도직입적이었음 졸겠다.

그 누군가와 나 사이에 사랑하는, 죽도록 사랑하는 마음들로 가득 차서

중간에 다른것들이 끼어들지 못했으면 좋겠다.

 

 

 

너를 만나기 전엔 난 우는 법을 몰랐는데ㆍㆍㆍ

_반달

 

 

함께 있고 싶은 남자,

지켜주고 싶은 여자가 되기까진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란 다름 아닌,

희생과 인내가 범벅이 된 사랑의 아픔.(169쪽)

 

위의 글, 반달은 밑의 글 보름달과 묘한 대구를 이룬다.

솔직히 반달의 그림과 글은 좀 형이상학적이어서 제목 반달을 보기 전까지는 의미가 모호했다.

사석원의 그림 중에서 내겐 가장 어려웠다.

보름달

 

내 소원은 오직 한 가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갑자기 이별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174쪽)

 

글은 보름달처럼 풍성하진 않지만,

보름달을 두고 저렇게 염원하는게 갸륵하고 가상해서...

만약 내가 만남과 이별 따위를 관장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들어줄 것 같다.

당근 난 만남과 이별 따위는 관장하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도 할 수 없으니,

저 기도에 마음을 보태 염원하는 수밖에 없다.

부디, 제발, 적어도 '갑자기' 이별하지 않게 해주세요, 네에~?

 

이런 글과 그림을 구사할 수 있는 사석원이, 그의 이 책이 진짜 예쁘고 맘에 든다.

그런 그의 '마무리 하는 글'은 더 예쁘기만 하다.

 

ㆍㆍㆍㆍㆍㆍ

이 책이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있을 멋진 꿈과 사랑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그리하여 우리들의 신나는 인생을 부추기는 친구가 되길 바랄 뿐이다. 모두들 힘을 내자.(213쪽)

 

사석원과 '함께'라면 좀 더운 여름이지만,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덥다고 땀 흘리고 주저앉아 버리기엔 쫌 신나는 인생이지 않은가 말이다.

볕이 있어 덥고 땀나지만,

빛이 있어 밝고 환하지 않은가 말이다.

 

 

 

 

 

 

 

사석원과 더불어,

내가 또 아주 좋아하는 손철주의 새 책이 나왔다.

세상에 읽을 책들은 넘쳐 나고,

책만 읽기엔 세상은 재미난 일로 가득하다.

사석원 뒤에 줄 서는게 빠를까, 아님 손철주 뒤에 줄 서는게 빠를까?

꽃그림을 그려달랬더니 30년 뒤 운운하며 튕기는 친구 뒤에 줄 서는게 가장 빠르겠다, ㅋ~.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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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7-25 16:37   좋아요 0 | URL
39쪽 인용문을 읽고 그 다음 부터는 휘리릭 내려 읽었어요..........
저도 홀린듯 장바구니에 이 책을 폭 담았습니다.^^

양철나무꾼 2012-07-25 16:5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마중물님~^^
전에도 댓글 남겨 주셨었는데...
답방 했었는데 빈 서재여서 인사를 못드렸었어요.

이제 알라딘 서재에 재미 좀 붙이셨어요?^^

근데, 죄송해서 어쩌죠~--;
품절인 책을 이렇게 부추겨서~.

그림, 나중에라도 사진으로 몇장 찍어 올려보죠, ㅋ~.

2012-07-2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7-25 22:21   좋아요 0 | URL
나에게 내일은 없어요.
죽어도 좋아요.

아..옛그림..저는 르네상스 그림을 좋아하고 양철님은 옛그림을 좋아하시는 구나..(깨달음) 전에도 이런 책을 여기서 봤어.. 저는요, 그런 문자 보내는 사람도 같이 죽여버릴 거예요!(단호)

양철나무꾼 2012-08-07 18:07   좋아요 0 | URL
단호하신 아이리시스님~!

그런 생각을 해요.
소나 돼지나 닭이나 개나...뭐가 다르다는 건지~.
어쩜 인간 중심의 독선적인 사고가 아닐까 싶어요.

그들이 중심이 되면,
그들은 어쩜 '단호'한 우리의 입장에 허를 찌를지도 몰라요~ㅠ.ㅠ

오늘 말복인데, 보양식 드셨어요?^^

책읽는나무 2012-07-26 11:27   좋아요 0 | URL
30년뒤에 꽃그림 그려주는 친구 뒤에 줄을 서시는 것이 빠를 정도라면??
음~~
더운 여름에 힘을 낼 수 있는 작가라면??
음~~
믿어도 되는 거죠?ㅋㅋ
넘 더워요.지금!
얼음을 입에 물고 있어볼까?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석원이랑 함께 하라는거죠?지금..^^
눈이 시원하면 마음도 시원해질 것같네요.
일단 보관함에 담습니다.정말 줄 빨리 서야겠어요.ㅋ

양철나무꾼 2012-08-07 18:12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소나기가 내려서 그럴가요?
아님, 오늘이 말복이면서 입추여서 그럴까요?
아님, 얼음을 입에 무셨다는'책~나무'님의 댓글 덕분일까요?
그럭저럭 견딜만해요, ㅋ~.

전 오늘 기필코 '초계탕'을 먹어야 하겠습니다.
30년 뒤 꽃그림 그려주겠다는 친구 뒤 말고,
오늘 초계탕 먹여주겠다는 친구 뒤에 줄 서려구요~^^

말복인데, 님도 보양식 드셨겠죠?

글샘 2012-07-26 16:10   좋아요 0 | URL
저도 사석원 그림 참 좋아하는데요~ 글도 참 멋지네요~
속이 뻥~ 뚫린 사람 같아 보입니다.

손철주는 '옛 그림 보니 옛 생각 난다' 보신 분이라면 리바이벌 느낌이 날 겁니다.
데자뷰인데... 좀 말투가 다르달까? 암튼 그래요. ^^

양철나무꾼 2012-08-07 18:17   좋아요 0 | URL
사석원은 그림 빨, 글 빨 다 멋지잖아요.
근데 '막걸리 연가'까지 쓰신 분이 술은 혼자서 드신대서 말빨이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손철주의 '옛그림~'에선 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면,
요번 책에선 '말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느낌이랄까?
암튼, 그를 통과하면 말이 됐든지 글이 됐든지...성찬이지 싶어요.

말복인데 말이죠~^^

꿈꾸는섬 2012-07-27 16:5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킹왕짱이라니, 꼭 찾아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2-08-07 18:19   좋아요 0 | URL
우와~, 꿈섬님이다.
방가,방가~.헤에~^_____^

여기 소개한 책들 다 좋아요.
카톡 보니, 현수는 무럭무럭이더군요~^^

차트랑 2012-07-31 12:30   좋아요 0 | URL
효도는 어르신들과의 수다에 있다....
이거 참 공감가는 말씀이로군요..

요즘은 날이 무척 더워 어르신들께서 힘들어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력이 약해지실 수도 있는 계절인지라
자주 문안인사를 드려야 할 때 인 것 같아요.

몇년 전 프랑스에서는
울리지 않는 전화기 옆에서 숨을 거두신 어르신들의 사례를
보도한 적이 있어 기억이 납니다.
특히 덥거나 특히 추울 때
어르신들께 좀더 신경을....

전화는 울리라고 있는 것인데...
그런 생각이 들어 저도 어르신들께 안부를 여쭈어야 겠다 싶습니다.
한동안 서재에 결석하는 바람에
인사를 못드렸습니다.

더위 날,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세요 양철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2-08-07 18:22   좋아요 0 | URL
전화는 울리라고 있는 것이라는 논리라면 말이죠~--;
제 폰은 '캔디폰' 수준이 되셔서 말이죠.

올해는 유독 더운것 같은데,
그 더위가 게다가 9월까지 계속 될 거라네요~.

님도 더위에 기운 잃지않도록 맛난것도 적당히 드시면서 체력안배하시길~!!!
 

알라딘, 왜 이럴까?

 

난 알라딘이 땅파서 장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인문학적으로 재무장한것 같고,

노동자의 편에 서서 생각하는 것 같고 하더라도,

그게 알라딘이라는 기업이 만들어낸 '기업 이미지'이겠거니 한다.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구호도,

알라딘이라는 기업의 이익이 보장된 후에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기업의 이익이 보장되기 위한 전제가 되는 건, 고객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신뢰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난 다섯명의 사람들을 대신하여 학원에서 쓸 교재를 주문하였고,

덕분에 다섯명은 교재없이 강의를 들었고,

다섯명의 값진 시간을 내가 허비한 꼴이 되었다.

 

어쩜 알라딘사 측의 입장에선 나 한사람의 신뢰를 잃는 건 대단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 하나 하나가 모여,

알라딘의 주요 고객이 되는 걸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지키지도 못할 당일 배송이라는 구호를 남발하는 것보다는,

지킬 수 있는 날짜를 약속하는게, 내 입장에서는 더 믿음직스럽다.

빠른 배송보다, 정확한 배송을 기대하는 건 무리한 희망일까?

 

 

 

황당합니다.

* 주문번호: 001-A058225875
금욜 오후에 책 주문을 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직접 주문하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일요일날 사용할 책이어서 배송예정일 확인하고 주문하였습니다.
토욜날 오전 출고됐다고 한게 어떻게 아직 판교터미날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엔 어디로도 민원을 제시할 수 없는건가요?
책 반품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 신뢰도와 관련하여서도 뭔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지만,
알라딘 사 측도 저라는 고객의 마음을 잃었다는 것만으로 손해이실 듯하여 그 부분은 관두도록 하겠습니다.

 

 

2012-07-20 주문 / 총 6권(개) (2012 시나공 정보처리기능사 실기 + 기출문제집 (알고리즘 해법 + 기출문제 + 동영상 강의 할인권)외) 
   
      07/20   07/20   07/21
  07/20 18:36   07/2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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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7-23 14:16   좋아요 0 | URL
흠, 저 역시 배송예정일이 지켜지지 않아 손해를 본 기억이 몇 번 있습니다.(당일배송 포함)
그 때마다 항의했고, 항의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개선을 약속했지만,
같은 일은 여러차례 반복되었습니다.

최근에도 당일배송이라서 일부러 주문한 책이 다음날 저녁에야 도착해서 화가났지만,
이번엔 딱히 손해본 일이 있는 건 아니라 참았습니다.

알라딘, 정말 이 부분은 해결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양철나무꾼 2012-07-24 10:21   좋아요 0 | URL
개인적인 책들이 당일배송 되지않는 거, 심하게는 2~3일 늦는건 애교로 받아들였었죠.
배송일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택배기사님,어디예요?'하는 제도를 또 만들었더군요.
이게 과연 택배기사만의 문제인지,
과도한 '당일 배송' 경쟁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2012-07-23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4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2-07-23 19:03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가끔 지연될 땐 넘아가줄만했는데 요즘에는 주문하면 하루 지연되어서 배달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항의를 해보고 싶어도 택배운송 과정 중에 지체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그러려니 받아들이면서 참았습니다.
그런데 알라딘 하면 당일배송이라는 고객의 인식이 강한데 이러한 작은 문제가 저뿐만 아니라 다수에게도 일어난다면
이건 회사 입장에서는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양철나무꾼 2012-07-24 10:31   좋아요 0 | URL
이게 과연 택배 운송 과정의 문제이기만 한 건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출고부터 지연되었고,
그로인하여 당일 배송 시간을 넘겨 택배사에 접수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럴 경우, 제대로 된 안내가 한번만 있었어도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남들 일찍 퇴근하는 토요일...
택배를 받겠다는 일념으로 사무실에 남아있었을 사람을 생각하면 여간 미안하지 않습니다여~.
그리고 토욜, 일욜 먹통이 되어버리는 고객센터 어디로 민원을 문의하면 되는지, 원~--;

알라딘고객센터 2012-07-23 19:18   좋아요 0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1:1고객상담으로도 문의주셔서 안내해드린것으로 조회됩니다. 이후 좀더 나은 서비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지켜봐 주십사 조심스럽게 말씀 드립니다. 이후 상품평이 아닌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점은 1:1 고객상담을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2-07-24 09:50   좋아요 0 | URL
제가 문의 드린 안내는 받아봤습니다.
책 반품 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그냥 수령하였습니다.

제가 이런걸 페이퍼로 쓴 건 말이죠, 1:1 고객상담이 되면 다른 알라디너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게 되는거잖아요. 이런 일이 있다는 걸 공유하고 싶어서 페이퍼로 만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알라딘고객센터'라는 무형의 상품에 대한 평이니까 괜찮은거 아닌가요?^^
그럼 앞으로...신변 잡기의 이런 일상에 대해선 어디다가 글을 써야 하나요?--;

서재지기 2012-07-24 16:38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지기입니다.

엉터리 댓글로 큰 결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낭패하고 실망했다는 심정을 적은 블로그 글에 무슨 마음으로 그런 댓글을 남겼는지, 괴상망측한 저희의 오지랖을 자책합니다(몇 번을 읽어봐도 얼마나 못나고 경우없는 댓글인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네요).

100자평 중에서 서비스 불만족 사항을 모니터링하여, 신속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건에 대해서 업무를 진행하던 중에, 담당자의 신중하지 못한 판단으로 황당한 조치를 하고 말았습니다.

창피함을 알고 있으니 고치겠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큰 민폐를 거듭 끼치게 되어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2-07-25 16:02   좋아요 0 | URL
쉿~!
패밀리끼리는요(같은 마을의 구성원도 패밀리로 봐도 돼죠?^^),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래요.
그 마음 충분히 제게 전해졌습니다.
덕분에 넉넉해졌습니다여, ㅋ~.

재는재로 2012-07-23 19:40   좋아요 0 | URL
저도 21일 도착한다고 했는데 오늘 책이 도착했네요

양철나무꾼 2012-07-24 10:31   좋아요 0 | URL
속상하셨겠네요~--;

하늘바람 2012-07-24 07:05   좋아요 0 | URL
제목보고 가슴이 콩닥했어요
헉 양철나무꾼님도 떠나시면 안되는데~ 하면서요.
에이 나쁜 알라딘
제가 때찌떄찌 해드릴게요

양철나무꾼 2012-07-24 09:53   좋아요 0 | URL
저, 알라딘 예치금이 좀 돼서 몬 떠나요~--;

그리고 제 스타일이 말이죠.
절이 싫음 중이 떠나는 스타일이 아니구요,
맘에 드는 스타일로 분위기 개선에 앞장 서자~!
이렇게 선동하는 스타일이라서요, ㅋ~.

서로 서로 같이 나아졌음 하는 의미에서 말이죠~^^

2012-07-24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5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6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07-24 09:11   좋아요 0 | URL
난 알라딘이 땅파서 장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 난 알라딘이 땅파서 장사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땅파서 장사하다'가 하나의 관용어구니깐, 그리고 양철나무꾼 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단 거니깐...
썰렁하면 시원할까 싶어서 ㅎㅎㅎ 더우시죠? 대문 사진도 바꾸셨네요. ^^
근데, 사진이 알라딘 때문인가? 좀 시니컬 해 보인다는...
알라딘 나쁘다.

양철나무꾼 2012-07-24 10:04   좋아요 1 | URL
ㅎ,ㅎ...문장 하나에도 그렇게 깊은 뜻이~?

전 제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 맘을 제대로 확인 사살해 주시네요, ㅋ~.
시니컬=냉소?
제가 냉소는 좀 힘들고 썰렁~개그는 좀 아는데,
이참에 제대로 납량특집으로 함 꾸며 볼까요?^^

책가방 2012-07-24 12:22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지인의 부탁으로 고등학생용 보충수업 교재를 당일배송으로 주문했었는데 아직 감감 무소식이네요.
이런일이 한두번도 아닌데 자꾸 당일배송으로 구매하는 까닭은, 인터넷 서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게 되어 서점 가려면 버스타고 나가야되는 귀찮음이 있기 때문이라죠..T.T
암튼 이번에도 믿었는데 또 속았습니다.
소이진님 서재에도 댓글 남긴 적 있는데... 한때는 퀵으로도 보내주더만...
"당일배송"이라는 말은 없어져야 마땅한 말임엔 틀림없습니다.
제 경우엔 당일배송 성공률이 20%도 안 되는 듯...

양철나무꾼 2012-07-25 16:47   좋아요 1 | URL
우와~. 책가방님이다.
더운 여름 어떻게 잘 지내세여?^^

맞아요~.
학습서나 날짜가 어긋나면 낭패인 경우라면 '당일배송'이란 말에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전, 한번도 퀵~으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리, 쿨럭~--;

루쉰P 2012-07-24 19:4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여 양철댁님 책 시켜 놓고 저녁 8시까지 기다렸으나 오지 않더군요 희망고문이랄까 ^^ 더운날 짜증 나셨을 것 같아 이렇게 나타나 봤습니다 후후 저도 최악인데 당일 배송도 쌍벽을 이루는 군여 아 이 놈의 세상 ㅋ

양철나무꾼 2012-07-25 16:50   좋아요 1 | URL
교주님~!
알긴 아시는군요.ㅋ~.
책을 기다리는거야 희망고문이라도 돼죠~--;
교쥬~님이 나타나기만을 오매불망하는 이 신도는 말이죠.
저 교주님 때문에 한숨과 주름이 장난 아니게 늘었어요.
책임져~=3=3=3

꿈꾸는섬 2012-07-27 16:57   좋아요 1 | URL
저도 이런 경험 있어요.ㅜ.ㅜ

시인의말 2013-04-24 15:15   좋아요 1 | URL
속상하셨겠네요. 저도 이런 일을 몇번 겪어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하고 구조적인 부분을 살펴보니, 최종적으로 물품을 배송해주는 택배업체 구조상 문제가 많더군요. 돈은 기업이 버는데 최전방에서 일하시는 택배 아저씨분들은 시간에 쫒기며 일하시더라구요. 저렴한 배송비를 내고 빠르게 물건을 받게 되는 건 좋은데, 결국 그 혜택은 내가 보고 아저씨분들은 밥까지 굶어가며 일하시는 것 같아 늘 혼란스럽습니다. 정확한 시간 내에 물건을 받으려면 택배업체가 가격을 더 올려 받아야 개선이 되는 문제더라구요. 배송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배송을 끼고 사업을 하는 많은 회사들이 손해를 보면서 서비스를 제공할리 없고. 결국 소비자가 배송비를 더 내던지, 위탁업체를 쪼으던지 하는 형식일텐데, 무튼 회사에서 빠른 배송에 중점을 두고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_^
 
옆 무덤의 남자
카타리나 마세티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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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나서 애도의 기간을 놓고서도

남녀가, 동서양이, 잃은 대상의 친밀도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는데,

이 책에 나오는 러브스토리를 그냥은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왜냐하면 바로 얼마전에 위지안의 자전적 이야기 '내가 오늘 살아갈 이유'를 읽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 옆동네 중국의 일이고,

글을 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이라서 좀 더 닭살 감성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혼해서 5년을 같이 살던 남편을 잃은 여자가 5개월만에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설정은,

알고보니 남편이 무미건조하기 그지없는 초식남 같은 남자였고,

그녀와 잘 맞지도 않았고,

사랑을 한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든 어쨌든 간에,

우리나라의 정서로...아니 대상을 좁혀 나의 정서로 이해 불가능이다.

 

암튼, 이 책을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스웨덴 작가의 책이라는 것과,

스웨덴이 사회민주주의라는 걸 표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스웨덴이 남녀평등을 제창하고 있는데...

그게 언뜻보기에는 이런 면들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

또 한가지 여자가 성을 얘기하는데 있어 더 개방적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여자 주인공의 나이 서른 다섯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결혼한지 5년 됐다고 했으니,

서른에 결혼을 한것이고,

결혼 후 5년동안 아이를 안 가졌다는 것 또한 스웨덴이니까 가능한 설정이 아닐까?

 

여자는 도심 한복판에 사는 걸로 나오는데,

도심 한복판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다녀올 수 있는 무덤, 추모공원이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의 정서나 상황으론 불가능한 것이었다.

 

여자는 그런 무덤가에서 만난 남자에게, 남자의 미소에 대번 정신이 팔린다.

ㆍㆍㆍㆍㆍㆍ나는 그의 환한 미소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모자도 쓰지 않았고 무언가에 긴장하고 있으니 더이상 슬프거나 나이들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덥수룩한 머리마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대화는 즐거웠다. 크리스테바나 라캉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난쟁이 요정이나 콘크리트 주조의 여러 단계, 노란색 멧새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그리고 커다란 발톱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가 내 말을 너무 잘 알아들어서 마치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69쪽)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소녀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순간부터는 기억 속에 구멍이 나버린 듯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66쪽)

 

작가는 시대나 국가 따위를 초월해서, 애닳고 안달하는 연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내손은 전화기를 끊임없이 만지작거렸다. 때로는 전화벨이 울리지 않아서였고, 때로는 전화를 하고 싶어서였다.(112쪽)

이 책은 여자 작가가 썼는데도 불구하고 남자의 심리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실 이건 남자의 심리라고 할 것까진 없고 연애를 하는,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를 이들이라면 남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게 아닐까?

난 그녀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녀를 묶어두고 싶었다. 그녀가 가끔씩만 날 원하는 것 같아 그녀에게 아무런 요구도 할 수 없었고, 그런 사실은 내게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때로는 그녀에게도 집안일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은가. (134~135쪽)

 

 가끔씩 내가 그녀의 온몸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치 그녀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릴까봐 두렵기라도 한 것처럼.ㆍㆍㆍㆍㆍㆍ그녀가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주기만 한다면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157쪽)

이건 뭐, 우리나라의 상황이라면 여자가 내뱉었어야 하는 멘트가 아닌가 말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자신이 없고,

날아가 버릴까봐 두려워 묶어두고 싶고,

상대가 가끔씩만 날 원하는 것 같아 불안하고...

하지만, 그는 그녀에 비해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라...

공동 분담해야 할 가사일조차 동참을 요구할 수 없어하고 그걸로 좌절한다.

 

근데, 난 진짜 사랑이라면...

가까이 다가가고 싶으면 다가가고,

날아가버릴까 두려워 묶어두는게 아니라, 편히 쉬었다가 훨훨 날아가게 만들어 주고...

상대가 가끔씩만 날 원하는 걸 불안해할게 아니라, 내가 상대를 늘 원하는 걸로 행복해 하고...

내가 상대에게 부족하다는걸, 날 채워가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가능성으로 생각하고 싶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내 기준에 맞게, 또는 날 상대의 기준에 맞게...바꾸려고 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단지 외롭다는 이유로 사랑하지도 않는 그 누군가에게 닿으려하고 만지고 하려는 건...

왠지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혼자 사는 사람들이 미용실이나 치과 또는 발 관리사에게 가는 것이 반드시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신의 몸에 닿는 누군가의 손길이 그립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158쪽)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상대방을 속일 수는 있어도,

다시 말해 상대가 아니라 사랑을 한다는 감정 그 자체를 사랑할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지 싶다.

그녀는 스포츠 경기를 알리는 음악만 나오면 짜증 섞인 신음을 내며 꽃무늬 가방에서 그 망할 시집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항상 들고 다니는 그 가방 속에는 언제나 두세 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ㆍㆍㆍㆍㆍㆍ

 함께 영화를 빌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의견 일치가 안 돼 언제나 두 편을 빌려야 했다. 내가 보는 동안 데시레는 꽃무늬 가방을 찾으러 갔고, 그녀가 보는 동안 난 잠을 잤다.

 우리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난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랐다. 매일 한 가지씩 견디면서 지내는 법을 배우면 되니까.(166쪽)

나는 어쩜 이 책의 처음부터 이들의 sad ending을 예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쩜 이들은,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은 나의 가치관과는 달라 happy ending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서로 습관이나 취미가 약간 다르면 비껴 갈 수 있지만,

자꾸만 어긋나서 공통부분이 적어지다보면...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존재가 된다.

같은 액체라는 동질감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겉도는 존재라는 이질감이 극대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한가지씩 견뎌 내는 것'이 쌓여, 어느날 툭 터져버리면 그땐 감당할 수조차 없어질텐데...

그래도 계속 노란 상자 안의 '이들'처럼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시간을 1분 1분 잘게 나누어 쓴 알약처럼 삼킨다. 내 앞에 남아있는 수많은 시간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우리는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자신의 지옥을 만든다. 그래서 지중해 사람들에겐 식을 줄 모르는 열기가, 북유럽 사람들에겐 얼음 같은 추위와 적막이 지옥이다.

 난 내가 저지른 잘못들과 놓쳐버린 모든 기회를 영화 속 장면들처럼 하나하나 떠올리며 나만의 지옥을 만들어냈다.(276쪽 )

   

 한시간이라는 시간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1 분이 존재했다. 그리고 내 삶에서 그 1분 1분은 너무나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었다.(279쪽)

우린 사랑을 잃었다거나 어긋났을 때, 더디고 느릿느릿한 1분에 대해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순간 순간, 1분 1초가 소중하기 때문에 내 곁의 사람들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 때가 있다.

어쩜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지금 이순간(herenow)이듯,

지금 이순간을 함께 하는 이가 가장 소중한 건지도 모르겠다.

 

 ㆍㆍㆍㆍㆍㆍ황새를 본 적이 있지만, 믿지는 않는다는.

 난 '사랑'을 해본 적은 있지만, 믿지는 않는다.

 

이 책의 끝부분엔 이런 자조섞인 독백이 등장한다.

난 이 구절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내일이나 나중 따윈 믿지않더라도, 오늘을 가열차게 살고 있는 '나'이니까...

지금 이순간(herenow), 지금 이순간을 함께 하는 이의 소중함 따위는 믿고 살고 싶다.

그게 작은 희망이고, 소박한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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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7-16 19:14   좋아요 1 | URL
아, 이 책. 서로의 차이 때문에 갈등하는 부분에서 잠시 쉬고 있어요.
저는 그렇게 신경 안 쓰고 읽었는데, 그러고 보니 '스웨덴'이라는 점도 꽤 주목할 만한 점이네요.
우리의 여주인공이 남자의 환한 미소를 보고 불끈 솟아오를 때 참 벅차던데 ㅎㅎ
끝까지 읽어보고 리뷰를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아이리시스 2012-07-17 00:56   좋아요 1 | URL
저는 안 읽었으니까 리뷰가 엄청 재밌었어요.

뭘 더 주고 싶은데 더 줄 게 없거나 뭘 줘야 할지 모르겠을 때 가슴으로부터 '사랑해요'라는 말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상황의 '사랑해요'가 진짜 사랑한다는 의미인지, 사랑한다고 많이 말하는 게 더 많이 사랑하는 건지, 이런 생각이 왜 들었을까요?

여튼, 사랑은 그냥 해야 해요. 뭘 자꾸 말하려고 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 오랜만에 안녕^^

차트랑 2012-07-17 11:39   좋아요 1 | URL
난제는 수학에만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 어렵다던 '푸엥카레의 추측'도 100여년 만에 풀어냈다고 하니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리만가설'보다 더 어려운....
어쩌면 인류 역사상 '영원한 난제=사랑'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에는 접근해 갈 해당 공식이 없어 그런건 아닐런지...

2012-07-18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2-07-18 16:38   좋아요 1 | URL
'상대를 내 기준에 맞게, 또는 날 상대의 기준에 맞게...바꾸려고 들지 않는 것'
머리로는 이 말씀에 동의하지만, 가슴으로는 도통 이렇게 되지 않더라구요.
한번 무언가(혹은 누군가에)에 빠지면 뜨겁게 열중하는 편이라서요.
사랑의 정의야 사람에 따라 수없이 달라지겠지만,
제 기준에서 사랑은 앞에 뭐라 수식어가 붙든 상관없이 '착각'인 것 같아요.
요즘 그 '착각'에 대해 고민중입니다.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푸른사상 시선 8
송유미 지음 / 푸른사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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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끓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ㆍㆍㆍㆍㆍㆍ

무량수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지체야말로 석굴암 건축이나 불국사 돌계단의 구조와 함께 우리 건축이 지니는 참 멋, 즉 조상들의 안목과 그 미덕이 어떠하다는 실증을 보여 주는 본보기라 할 수밖에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진다.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중에서 부분 발췌 -

 

우리집은 산 바로 밑이다.

쉽게 표현해서 왼쪽으로 5분 정도 산길을 따라 가면 산비탈에 서있는 아들 학교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5분 못되게 가면 자그마한 절이 있다.

집과 학교와 절의 꼭지점끼리 연결하여 가상의 마름모를 그려 우리집과 반대방향으로

10배 정도,20배 아니 100배 정도 잡아 늘이면 서오능이다.

 

이렇게 동네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이유는,

내가 이 동네 이 집에서10여 년을 살면서 절에서 울리는 새벽 종소리를 며칠 전에야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전에 누가 부석사를 놀러간다고 자랑을 하는게다.

나는 그 전부터 가고 싶었던 선암사도 아직인데,

친구가 부석사로 놀러간다고 하니 마음이 막 부석사로 달려가는거다.

부석사로 향하는 내 마음의 부러움 따위를 마알갛게 비워내고 나니,

새벽 종소리가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이 떨리는 공명을 만들어내는 것마냥 한없이 가깝게 들린다.

 

부석사를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면서,

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내려다보는 눈맛을...그야말로 '무등'(비교할 바가 없음)이라고 자랑하는데,

난 이상하게 운주사의 와불이 생각나는거다.

운주사의 와불 또한 세계에서 하나뿐인 누운 불상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운주사의 '와불'은 일명 '머슴부처'라고도 불리우는 좀 슬프게 생긴 부처이다.

생각은 여기서 널을 뛰어 '송유미'란 시인이 쓴 '운주사 머슴부처'란 시가 생각나는 거다.

 

                        운주사 머슴 부처

 

  운주사 머슴 부처 한 분 돌 속에 장승처럼 서서 바람으로

눈이 덮인 산길을 자꾸 쓸고 있다 전생에 무슨 업보로 염병할

천연두라도 앓았던 것일까 왕곰보의 보기 흉하게 얽은 얼굴

에는 눈물이 살을 파고 들어 고름이 질질 흘러내린다 열반에

드는 일도 저와 같은 고역일 진데 이중 삼중 고행을 하는 머슴

부처 사람의 손때 묻은 가사자락도 몹쓸 담뱃불에 덴 흔적

ㆍㆍㆍㆍㆍㆍ부처들도 일하는 부처 노는 부처 공부하는 부처 따로

따로 어울리는지 외따로이 떨어진 외로운 산비탈에 서서 눈

길만 쓸고 있는 머슴 부처 팔이 달아난 줄도 모르고 싹싹 빗질

하는 아릿한 소리 눈이 덮인 산길에도 어느새 피가 배여 나와

황톳물에 섞여 질척거린다

이 시는 가만 몰입을 하다보면 정말 슬픈 시인데...한번도 제대로 몰입을 해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밑에서 세번째 행의 싹싹 '빗질'이 거슬려서이다.

눈 덮인 산길이면 '비질'이 맞춤법에 맞는거겠지만,

시인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싹싹 빗질'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산비탈에 누웠으니 땅을 비질하는거고,

그게 누운 머슴부처의 머리 부분이면 빗질이 되는건가?

 

암튼 나는 송유미의 시에 대해 잔뜩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일종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다.

그 이유는 그니의 시집 뒷표지 추천글에서부터 비롯되는데,

시인 고은에서부터 이윤택, 임헌영, 최재봉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사람들이 추천글을 쓰고 있어서였다.

거기다가 작품해설은 또 어떠한가?

내가 엄청 좋아하고 있는 철학자 김영민님과 이경호님이 하고 계시다.

뭐, '빛 좋은 개살구'나 '빈수레가 요란하다' 따위를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시를 읽어나가면서 그것이 나의 선입견이고 색안경이었음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첫 느낌은 뭐랄까?

좀 쓸쓸하고 고고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니 스스로 소외를 자초했다는 느낌이었달까?

근데 차근 차근 읽어나가다 보니,

그게 일상에서 동떨어지고 소외를 자초해서가 아니라,

쓸쓸하고 외로운 섬처럼 각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반어법이라는 걸 알겠다.

그러고나니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쓸쓸하고 고고하고 외롭게 이 감정들조차도 너도 느끼고 나도 느끼게 되면,

동지 의식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일종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 한 의자의 초상

 

  녹슨 햇살 분분한 철거를 기다리는 주공아파트 놀이터의

낡은 의자가 문득 말을 걸어온다 따뜻한 겨울 햇살에 조금씩 

살이 붙는 의자였다 그는 언제나 반기는 고향처럼 나의 육혼

을 팔베개해준다 나는 가끔 다과를 준비해 이웃 아줌마들과

함께 찾아가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런 날 그는 묵언승이 된다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이었을까 비에 젖는 의자가 걱정스러

워 그의 이마에 매달린 빗방울을 하나 둘 닦고 있다 그러자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습니다"*라고 내 귀에다

속삭였다

 

  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우산을 쓰고 그곳을 산책한다 그

때마다 비닐우산은 바람에 날아간다 더 이상 젖지 않는 자의

환희를 교감한다 그렇구나 삶이란 각자의 밥그릇만한 존재의

휴지(休止) 되어주는 일이구나 마음이란 무량의 의자 비어 있

어서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의자이구나

 

 철거가 시작되자 포크레인 한 대가 집들을 과자처럼 부수

어 먹기 시작한다 그는 용달차 기사 옆자리에 올라타는 나를

향해 나뭇잎의 파란 손을 오래오래 흔든다

 

  비가 오면 나는 벌목의 피비린내 가득한 그 곳을 살찐 슬픔

으로 돌아다닌다

 

                                *오규원의 시,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때론 수다스런 이웃 아줌마가 그리울 때도 있고, 때론 내 얘길 들어줄 귀가 필요할 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오지랖이란게 있기 마련이다.

언젠가 내가 엉덩이가 뚱뚱하다고 얘기했더니 한 친구는 '엉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었었다.

말 그대로 엉덩이가 뚱뚱하여 내 엉덩이 면적만큼 의자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였는데 말이다.

비가 오면 내 엉덩이가 가리고 앉았던 만큼만 젖지않을 것이고,

내 마음이란 그릇도 마찬가지로 크기만큼만 받아들이고 채워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어찌 보면 같을수도 있는 마음과 의자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마음은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비워내는 수고를 해야하고,

의자는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이미 비워진 채로 준비되어진거고...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되어진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

의자를 향하여 생물, 무생물 경계를 나누는 일은 어쩜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뿌리

 

 

쓸 만한 나사 하나 찾으려고 연장함 뒤적인다

한 번 어디엔가 박혔다가 튕겨 나온 나사는

다시 쓰기 어렵다 나사의 뿌리가 다쳤기 때문이다

화분에 옮겨 심다가 잘려나간 뿌리로는

다시 어디에 심어도 뿌리 내리기 어렵다

내가 통째로 그 자의 눈에 거슬려 뽑혀 나와

다시 그 자리의 틈을 파고 들기 어렵듯이

천직의 일자리를 잃은 무수한 나사들이 칼잠을 자고 있다

 

 

물질주의 뿌리가 없이는 가난한 민초의 생은

부평초의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가능한 한 뿌리를 융성하게 번식시켜야 하고

그 뿌리를 잃지 않아야 이 세상에다 쾅쾅

내 목소리의 뿌리내리며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철면피로 망치를 잡아 쥐고

녹이 슬었지만 그나마 뿌리가 생생한 나사 하나 찾아

단단한 벽에 한 그루 나무를 심듯이 쾅쾅

집 전체가 무너지게 나사를 박는다

이 나사가 튕겨 나오면 집 한채 무너질 것이다

이보다 세상이 단단하니

뽑히지 않은 뿌리들은 더 손잡고 깊어 갈 것이다

이 시는 앞의 두 시들보다 더 어렵다, 적어도 내겐.

고독감, 소외감, 쓸쓸함으로 모자라서 존재론적 회의론까지 건드린다.

부평초는 연못에 떠다니는 부레옥잠을 일컫는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또는 잔뿌리 몇몇으로 간신히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고 살아간다.

 

나사못을 망치로 쾅쾅 내리치면 과연 나사는 박힐 것인가?

나사의 뿌리는 뿌리대로 망가지고,

나사못이 박힌 자리는 금이 가고 균열이 생겨 언젠간 무너지지 않을까?

나사가 튕겨나오면 나사가 들어갔던 틈이 내려앉아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나사가 한번 박혀 먹어들어가면 진짜 빼도 박도 못할 형국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단추공장 뒤뜰로 통하는 길

  -- 정봉순에게

 

 

  아이 둘 딸린 주부 가장 그가 오늘 아침 제일 먼저 정리해

고돠어 단추꽃처럼 떨어졌다 그렁그렁 눈물이 솟구치는 그의

눈에서 단추보다 힘없는 눈물이 뚝뚝 손등 발등에 떨어졌다

잎을 위해 꽃이 떨어지듯ㆍㆍㆍㆍㆍㆍ바람은 멈추어 있는데

꽃이 떨어지듯ㆍㆍㆍㆍㆍㆍ

 

 

  만원 지하철 타고 이리저리 밀리다가 블라우스에 꽃단추가

떨어졌다 더 이상 세상에 밀리지 않으려고 손잡이에 매달려

가다보니 각양각색의 단추꽃들 힘겨운 매일 매일을 꼭꼭 여

미고 떨어질 듯 앙상한 나뭇가지에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힘

겹게 매달려 있다

 

 

  살면서 단단히 여밀 수 없는 펑펑 썯아지는 눈물들 폭발하

는 분노들 원망과 미움들 꼭꼭 여미고 살다보면 내 몸 밖에서

우수수 꽃단추가 떨어진다 세찬 세상의 바람에 떨어지지 않

는 꽃이 어디 있을까 새소리는 시끄러운데 산이 깊듯ㆍㆍㆍㆍㆍㆍ

 

 

  이 무심한 꽃이 떨어진 빈자리에는 어떤 잎이 와서 매달릴

까 명퇴당한 늙은 남편의 실밥 날리는 와이셔츠 단추 구멍마

다 치밀어 올라온 목줄기 끝에 아침 연이슬 반짝인다 대책 없

이 친절한물과 달이 함께 흐르고ㆍㆍㆍㆍㆍㆍ

 

이 시는 슬프도록 서럽고 처연하지만 예뻐서 눈물났던 시이고,

개인적으론 '대숲에서'가 가장 좋았다.

 

                           대숲에서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일 뿐이다*

 

  흔들리지 않는 대가 있을까마는 대숲을 보고 있으면 쭉쭉

뻗은 뼈들이 흔들린다 어떤 소리의 뼈는 내공이 약해 잎을 흔

든다 그러나 잎들이 흔드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흔든다 꺾

일지언정 휘지 않는다는 대나무의 신념이 서로를 흔들지 않

는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용맹정진 하늘을 향해 소리의

뼈를 쌓아가는푸른 수사들의 옆구리를 찌르면 파도 소리 난

다 살다보면 흔들리기도 꺾이기도 하는것이 세상 대숲을 보

고 있으며 바람이 흔드는 것이지 대나무 스스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흔들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 텅 비어 있

어 누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대숲에 사는 청설모 다람쥐

들도 이 숲에 사는 지혜를 알고 있다 댓이 하나 흔들지 않고

마디를 타고 올라간다 수없이 흔들리는 내 안의 대숲 누가 들

어와 사는지 잠시도 쉬지 않고 흔들린다 까닭도 모르고 정신

없이 흔들리는 지친 소리의 뼈들이 탁탁 백 년 만에 핀 대꽃의

마을을 거쳐 사라진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 시를 읽고,

 '흔들리거나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살아야겠다~.'

뭐,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난 아무래도 범인(凡人)축에도 끼지 못하는 하수이다 보니,

우리들 대부분은 바람이나 나뭇가지 같은 것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우리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사실이 큰 위안이었다.

이 얘긴 바꾸어 말하면,

사람 누구나 다 비슷하게 쓸쓸하고 고고하고 외로운 마음의 소유자라는 뜻일테고...

우리를 움직이는 것이 바람이나 나뭇가지 같은 '자연'의 일부분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을테지만,

(그냥은 아니어도~) 약간의 노력을 해서 우리의 의지대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니까,

우리의 마음을 우리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그것이 자연에 크게 거스르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보를 곱게, 제대로 쓰는 노력을 해야겠다.

 

그러고보니, '달콤한 인생'이란 뭐 별다른게 아닌것 같다.

우리가 자연스레 쓰는 마음보 하나 하나가 자연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

그게 바로 '달콤한 인생'이지 뭐 별다른게 있겠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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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0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년 벗과의 대화
안대회 지음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그러셨었다.

대학에 들어가 미팅이나 소개팅 할때 취미가 뭐냐 이딴 거 물어 보는 것도 웃기지만,

그런걸 물어봤을때 독서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더 웃기는 거다.

그럴바엔 차라리 취미가 없다고 해라.

솔직히 대학에 들어가 미팅이나 소개팅을 해본 기억은 유감스럽게도 전무하시다.

 

세월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어떤 국어적 지식보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말이다.

미팅이나 소개팅 자리는 이제 요원한 일이겠지만,

설문지나 앙케이트 조사의 취미가 뭐냐고 묻는 빈칸을 만나거나 하면,

신중하게 한번 더 생각하는 척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라고 대답한다.

특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혼자놀기' 라고 한다.

 

이건 뭘 의미이냐 하면,

내가 '독서'를 유달리 좋아하는 유형이 아니라, 상당히 소극적이고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이라는 거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 '천년 벗과의 대화'도 언뜻 보기에는 벗과의 교류를 예찬하는 책 같지만, 나 같이 생각하는 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저자 안대회선생은 좀 심드렁해 지실 수도 있을게다.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여서,

늘 누군가와 시간의 어떤 부분들을 함께 보낸다.

위로는 조부모, 선생님, 부모, 형제 자매, 자녀, 부부, 친구, 직장 동료 등...

옛사람들은 그 중 벗을 아주 중요시 하였는데,

연암 박지원은 '경보'라는 벗에게 보낸 답장 편지에서 '벗과의 인연'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공교롭고도 오묘하지요. 이다지도 인연이 딱 들어맞다니! 누가 그런 기회를 만들었을까요? 그대가 나보다 먼저 나지 않고, 내가 그대보다 뒤에 나지 않아서 한 세상에 같이 태어났고, 그대가 얼굴에 칼자국 내는 흉노족이 아니요 내가 이마에 문신하는 남만 사람이 아니라서 한 나라에 같이 태어났으며, 그대가 남쪽에 살지 않고 내가 북쪽에 살지 않아 한 마을에 같이 살고, 그대가 무인이 아니요 내가 농사꾼이 아니라서 함께 선비가 되었으니, 이야말로 크나큰 인연이요 크나큰 만남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주고받는 대화가 구차하게 같거나 행하는 일이 구차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차라리 천년 전 옛사람과 벗하고, 백 세대 뒤의 사람을 미혹시키지 않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의미를 짐작해 보자면, 연암 박지원은 인연이 좋고 감사하긴 한데 아무나 다 벗으로 여기진 않는다...고 튕기고 계신 중이시다.

더불어 나누는 대화나 함께 하는 행동이 구차하다면,

차라리 천년 전 옛사람하고나 사귀어서 백 세대 뒤 사람에게 나쁜 본을 안보이고 미혹시키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하신다.

홀로 고고하게 책 속에서 벗을 찾겠다는 얘긴 즉슨 책이나 읽겠다, 이런 말일 게다.

 

한 시대 한 나라에 태어나서,

한 지방 한 마을에서 살고,

문인 출신으로 선비 집안에서 태어나,

벗으로 지내는 게 큰 인연이고 어쩌고 할 때는 언제고,

그렇게 진정한 친구라면서 어떻게 주고받는 대화가 좀 구차하거나 하는 행동이 좀 천박하기로서니,

그걸 트집잡나 싶었다.

 

게다가 연암 박지원으로 모자라서,

진정한 친구란 그저 만나서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진정한 친구라면 함께하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가 천박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함께하는 행동이 더럽지 않아야 할 것이란다. 의기투합했다고 해서 모두 좋은 친구는 아니란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43쪽)'고 안대회 선생까지 거들고 나선다.

 

난 박지원이나 안대회의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이 보이는 것에 미혹되기 쉬운 동물이니,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에 주고받는 대화와 하는 행동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일단 내 안에 들여 내 사람이다 싶으면 그쯤은 '암씨랑도 않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고 받는 대화와 함께 하는 행동이 구차하면 얼마나 구차하고 천박하면 얼마나 천박하다고,

사람을 그런 것들로 등급을 매기고 경계를 나눈단 말인가?

이러고 앉은 나는 하는 말과 행동이 지독히 세련되지 못해서,

다시 말하면 지독히 촌스러워서  아직 그런 진정한 친구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ㅋ~.

 

유유상종(類類相從)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화가 구차하다는 얘기는 내가 내뱉는 말 또한 구차하다는 얘기일테고,

그의 행동이 천박하다는 얘기는, 응하는 나의 행동이라고 해서 고상할 턱이 만무하다.

그러니 나의 경우 지금 내 곁에 있는 이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좋은 거다.

 

암튼, 이런 글을 읽다 보면...지금 내 곁에 벗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 땡큐를 날리게 된다.

지금 내 곁의 벗이 천년 전과 백년 후를 넘나드는 귀한 인연이라는 걸 깨닫는다면,

함께하는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되겠지만 곁에 있을땐 그 소중함을 금방 까먹는다.

내게 문제는 그것이다.

 

여기서, 내가 중심을 잡아 생각을 할 것이, 내가 빠지면 안되는 논리적 오류의 함정이 바로 이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벗(=친구)에 비견되는 걸로 책을 꼽았다는 것이지, 책에 비견되는 걸로 벗이 꼽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책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책이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소극적이고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일수록, 책만 읽고 사람을 소외시하다가는 독선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만으론 건전한 인격이 형성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여러번 보았다.

특히 어려운 철학이나 사상, 논리 등을 만났을 때,

'곡학아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여러 사람의 색다른 경험과 가르침이 적절히 맞물릴 필요가 있는데,

책만 읽어서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색다른 경험을 만날 기회도 없고 의견을 조율하고 가르침을 받을 기회도 없어진다.

책이 주는 건 당위론적인 질문과 대답이어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데...

생물인 사람은 얼마든지 이렇게 저렇게 가변적으로 변할 수 있다.

당위론적이라는데서 고인 물을 끄집어내고,

고인물은 썪기마련이라는 것까지 생각이 미친다.

 

책이 만들어내는 논리구조는 매번 일정한데,

생물인 사람의 삶은 이리저리 움직여서 논리구조가 틀어지기도 하고, 뒤엉키기도 하고, 멈추섰기도 하고 늘 가변적이라는 거다.

인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칠지 짐작할 수 없어서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바꿔 얘기하면, 천년 전과 백년 후를 넘나드는 책에 비견될 정도로...

나의 인격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벗이니까 이런 것 저런 것 따져가며 신중해야 한다는게 저들의 입장인 것이고,

이 논리는 뫼비우스의 띠 마냥 돌고도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간에 책(=천년 벗)을 향하여서는 괴벽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을 보이면서,

사람은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날 한번쯤 반성할 필요가 있다.

 

천년 벗을 향하여 이런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은 다른 벽을 갖기도 하는데,

꽃이 되기도 하고 차가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한다.

 

병에 꽂는 꽃은 너무 풍성해도 너무 빈약해도 안 된다. 종수는 많아야 두셋이면 충분하다.

꽃 아래에서 향을 피워서는 안 된다. 차를 마실 때 과실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차에는 참맛이 있어 단맛 쓴맛이 아니듯 꽃에는 참된 향기가 있어 향 연기가 아니다.

차를 마시며 보는 것이 최상이고, 대화를 나누며 보는 것이 그 다음이며, 술을 마시며 보는 것이 최하이다.

ㆍㆍㆍㆍㆍㆍ

내가 보기에, 내뱉는 말이 무미건조하고 면목이 가증스러운 세상 사람은 모두가 벽(癖)이 없는 사람들이다. 만약 진정으로 벽이 있다면 그 속에 푹 빠져 즐기느라 성명과 생사도 모조리 좋아하는 것에 맡길 터, 수전노나 관리 노릇에 관심이 미칠 겨를이 있을까 보냐?(59쪽)

 

반면 사람이 책과 과하게 친하게 지내면, 다른 뭔가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를테면 운동을 싫어한다거나 소극적이라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단적인 예로,

이 책에는 병 중에 있거나 고독했던 많은 사람들이,

병과 싸우거나 고독에 대항하기 위해 수많은 책을 집어삼키듯 읽은 걸로 되어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들은 책은 많이 읽었을지 모르지만, 책을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 싶다.

병과 싸우거나 고독에 대항하기 위해 읽는 책은 지식 습득의 측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인격형성에 미친 영향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인격형성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없단 얘기는 곧, 병이나 고독으로 대치 될 수 있는 치열한 자기내면과의 싸움에서는 실패하였다는거다 .

툭하면 병에 잡아먹히고 고독에 침몰하였다고 되어 있으니 말이다.

 

암튼, 그래서 난 이 책을 내 맘대로 해석하고 싶다.

'천년 벗과의 대화'는 맘에 안 드는 벗 대신 책을 택하겠다...뭐, 그런 꿀꿀한 얘기가 아니라,

그렇게 좋은 책을 재껴 놓을 정도로 소중하게 내게 온 벗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보다 더 귀하게 여기고 대접해야 겠다...

뭐, 이런 역설을 담고 있다고...ㅋ~.

 

오랫만에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면서 고졸한 문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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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7-09 12:49   좋아요 0 | URL
내 안에 들여놓은 사람
이란 말이 참 좋네요 천년벗과의 대화란 제목도 참 좋고요
행간은 안 읽고 낱말만 주워읽는 하늘바람입니다

차트랑 2012-07-09 14:40   좋아요 0 | URL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
저는 친구를 그렇게 말하고 싶더라구요.

'내 안에 들여놓은 사람'은 더 마음에 드는 표현인걸요^^
연암은 참으로 정녕 멋진 분입니다..

2012-07-09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2-07-10 00:12   좋아요 0 | URL
저도 가끔은 독서를 좋아하는 제 성격을 사교성 부족으로 인해서 생긴 정신적 결핍을 어느 정도
해소(또는 극복)하기 위해서 형성된 것이라고 제 스스로 생각하곤 해요.
그래도 그러한 성격 형성의 이유를 내 자신 스스로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좀 서글퍼지기도 하네요, 저도 아직 제대로 미팅이나 소개팅해본 적도 없는데,, ㅜㅜ
제가 예전에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가져본 적이 있어서 느꼈는건데, 정말 성격은 제각각이더라도
취향과 취미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기분이 좋고 말이 통하더군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몇 몇 분들과
인연을 유지하고 있고요 ^^

숲노래 2012-07-10 05:16   좋아요 0 | URL
번역을 왜 '구차'로 했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천 년 벗을 말하는 대목에서 '구차하다'는 좀 다른 뜻이리라 느껴요. 나도 '구차하게 굴며 말하는' 사람은 동무로 안 사귀거든요. 그러나, 내가 동무로 여기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아요. 이를테면 말투가 거칠든 개구진 짓을 하든 어리석은 짓을 해서 크게 손해를 보든 대수롭지 않아요. 그러나, '구차하게' 구는 사람이 기부나 선행을 한다 하더라도 그리 마음이 끌리지 않아요.

어떤 생각, 어떤 마음, 어떤 사랑, 어떤 삶인가를 돌아볼 노릇이겠지요. 그리고, '책'이라 하더라도 먼 옛날과 오늘날은 서로 다른 자리 다른 뜻일 텐데, 옛사람 책읽기를 다루는 오늘날 책들은 '책'을 제대로 못 짚는구나 싶기도 하네요...

루쉰P 2012-07-10 13:57   좋아요 0 | URL
허유 ^^ 날씨는 더운데 전 무얼 찾아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양철나무꾼님 저 돌아올거에요 ^^ 반드시!

2012-07-13 11:17   좋아요 0 | URL
재밌는 글이에요.
책과 벗. 둘 다 참 좋은 거잖아요? 근데 벗(사람)을 얻지 못하면 (할 수 없이) 책과 사귀고, 이런 우울한 얘기가 아니라, 벗만큼이나 소중한 책, 책보다 더 소중한 벗. 이런 얘기라서 이 페이퍼가 좋네요.
처음에 글 읽으면서 끝이 이렇게 갈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어요. ㅎㅎㅎ
사실 저는 박지원의 저 글을 '벗이 드물어 책과 사귀는 자'에 대한 위로의 글로만 대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책과 친구하는 것에 대한 경계 부분도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책과 친구하면서 고고한 사람이 되는 건 정말 너무 쉬운 일입니다. 쉬운 만큼 함정이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