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키스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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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수성이 좀 촌스럽고 덜 아트스러운건지 모르지만,

아트로 분류되는 프랑스 영화나 소설이랑은 좀처럼 친하지 않은데,

우연한 기회에 '시작은 키스'라는 영화를 보고 (난해하여) 구해 두었던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작가가 직접 연출을 했다는데,

제목을 '시작은 키스'라고 생각하고 봤을 때와,

원제 'La delicatesse'(델리카테스)와 연관시켰을 때, 느낌이 완전 달라졌다.

 

영화로 봤었을 때는 '델리카테스'에 대해선 생각조차 못했었고,

그래서 '시작은 키스'라는 다소 감각적인 제목과는 안 어울리는 내용의 어설픈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영화를 '감성적 코미디'라고 분류해 내다니,

역시 내 감수성은 프랑스의 그것에 비해서 좀 촌스럽고 덜 아트스러운가 보다 하고 체념하려던 차였다.

책으로 봤을때는 원제 'La delicatesse'(델리카테스)에 대해 장(章)을 따로 만들어 비중있게 언급을 해서,

적어도 내용을 함축하는 제목을 적절하게 뽑아냈다는 느낌이 들어 안도했다.

만약, 나에게 우리 정서대로의 제목을 뽑아보라면 '짚신도 짝이 있다' 내지는 '제 눈에 안경'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ㅋ~.

 

델리카테스를 이해하려면,

'델리카테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델리카'의 사전적 정의도 살펴보아야 한단다.

델리카 delicat

형용사

1. 아주 섬세한, 세련된, 그윽한.

ㆍ델리카한 얼굴, 델리카한 향기.

2. 허약한, 취약한.

ㆍ델리카한 건강상태.

3. 다루기 어려운, 위험한.

ㆍ델리카한 상황. 델리카한 조작.

4. 아주 민감한, 예민한, 세심한.

ㆍ델리카한 남자. 델리카한 주의력.          (67쪽)

 

내가 '시작은 키스'보다 차라리 '델리카테스'가 낫다고 한 것은...

예쁘고 능력있고 성격도 좋은 여자가,

잘 생기고 돈 많은 자신의 상사인 사장의 구애를 마다하고,

못생긴 파견업체 말단 직원과 잘 연결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제목으로써 비교적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우리나라 정서에 대입시켜 봤을때는 비현실적이고,

그러다 보면 논리적 오류에 빠지게 되고,

여기서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거나 방향을 혼동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예쁘고 능력있고 성격 좋은 여자여도 한번 결혼한 경력이 있고,

남자는 아무리 못생겼다 하더라도 결혼은 커녕 이렇다할 데이트조차 못해본 걸로 그려지고 있다.  

샤를은 다시 기운을 차렸다. 어쨌거나 그에게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얘기할 권리가 있었다. 마음을 고백하는 것이 죄는 아니니까. 사실 그녀와는 모든 게 부담스러웠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의 처지 때문에 많은 일들이 복잡해졌다. 만약 프랑수아가 죽지 않았더라면 샤를은 훨씬 수월하게 그녀를 유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작자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기네 부부의 사랑을 공고히 해놓았다. 자신들의 관계를 영원히 변하지 않는 무엇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여자를, 모든 것이 멈춰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여자를 무슨 수로 유혹한단 말인가? 정말이지 그 작자가 자신들의 사랑을 영속시키기 위해 일부러 죽어버린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어떤 이들은 열렬한 사랑은 필연적으로 비극으로 치닫는다고 생각하니까.(74~75쪽)

책에서는 나탈리의 사장 샤를을, 그녀에게 추파나 던지고 찝쩍거리는 무뢰한인것처럼 묘사했지만...영화에선 나름 쿨하고 멋진 면모도 가지고 있다.

다만, 나탈리의 죽은 남편 프랑수아가 처음 나탈리에게 반하여 말을 거는 과정에서...

커피숍에서 복숭아주스를 시켰던 그런 '델리카테스'를 기억하고 있다면,

남편 프랑수아도 델리카테스한 사람이었고,

나탈리도 델리카테스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쿨한 사장을 택하기보다, 델리카테스한 마르퀴스에게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자연스런 이치가 아닐까?

  마르퀴스는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탈리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 아직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복도로 나가자마자 주르륵 떨어질 것 같았다. 그는 눈물을 참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탈리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았다. 바보 같아 보일 테니. 그러나 이제 뺨을 타고 흘러내리려 하는 그 눈물은 그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가 여자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이 세번째였다.(113쪽)

 

ㆍㆍㆍ ㆍㆍㆍ 그는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녀의 집 앞에서 그는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리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 즉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탈리는 이 남자의 배려 하나하나가 델리카하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정말로 행복했다.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그에게 고맙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전등을 껐다.

 

두사람의 첫 저녁식사 후 나탈리가 마르퀴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는 짤막한 답장을 보냈다. '그 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로서는 좀더 독창적이고,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이고, 더 낭만적이고, 더 문학적이고, 더 러시아적이고, 더 연보랏빛을 띤 답변을 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 한마디가 그때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잠자리에 들기는 했지만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방금 꿈에서 깨어났는데 어떻게 또 꿈을 꿀 수 있겠는가?(142~143쪽)

다시 말해, 나탈리의 사람을 택하는 기준은 '델리카테스'인 것이다.

사별한 남편 프랑수아는 델리카테스한데다가, 얼굴까지 잘 생겼었던 것이고,

현재 마르퀴스는 델리카테스하지만, 얼굴은 아닌것이고...

나탈리의 사장님은 얼굴은 어떨지 모르지만,

성격이 델리카테스하지 않고 쿨하신 관계로다가...

나탈리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던 것이고 말이다.

"글쎄요.내가 아는 것은 당신과 함께 있는게 좋다는 것, 당신은 꾸밈없고ㆍㆍㆍ ㆍㆍㆍ친절하고ㆍㆍㆍ ㆍㆍㆍ나에게 델리카하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내가 그것을 원한다는 걸 이제 알게 되었고요. 그래요."

"그게 다예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요?"(158쪽)

나탈리와 마르퀴스는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나,

마르퀴스는 개인의 과거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중, 나탈리와의 만남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

 

사랑이 뭘까?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이렇고 저런 점들은 나와 닮았을 수도 있고,

그래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상대방의 이렇고 저런 점들은 나와 다를 수도 있고,

그래서 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

"나탈리, 당신한테 말한 그대로예요. 다른 의도는 없어요.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 그게 전부예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아니잖아요."

"그나저나 그렇게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는 목에 쥐가 나지 않겠어요?"

"마음보다는 목이 아픈게 나아요.'(169쪽)

마르퀴스는 나탈리로부터 실수를 이해 받지 못할까 두려워 마음을 닫아 걸려고 한다.

'그래서' 좋거나 싫은건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거나 싫어야 하는데,

마르퀴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좋아해 준 적이 없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나와 다른 점이나,

상대의 단점이 좋아 죽겠는걸 두고 '롤랑 바르트'도 뭐라고 했었는데,

한마디로 눈에 콩깍지가 씌는 수밖에 없다.

빗줄기가 나탈리의 얼굴을 따라 흘러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르퀴스에게는 그녀의 눈물이 보였다. 그는 눈물을 읽을 줄 알았으니까. 나탈리의 눈물이라면 더더욱. 그는 나탈리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마치 그 고통을 꽁꽁 묶으려는 듯이(258쪽)

그리고 이들은 제대로 콩깍지가 씌었다.

그런 이들을 두고,

'그래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지나 '그런가보다'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귀뜸하는건 좀 사악한가~--;

 

'델리카테스'하다는 걸 알고 읽는다면, 묘미가 느껴지는 예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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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친구가 문자로 "점심은?"하고 묻길래,

넘 힘들고 지쳐 "별로~--;"라고 대답을 했더니,

"허걱, 점심으로 별을?"하는 답문자가 돌아왔다.

발상의 전환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고,

그렇고 그런 일상에 통통 스카카토처럼 느껴져,

그 후 배시시 해시시 거리고 다녔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난 별★ 하면, 이 책이 생각난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글쟁이 다섯과 그림쟁이 다섯이 만난 그 순간 들이, 한권의 책으로 결실을 거뒀는데 그게 '그림에도 불구하고'란다.

그중 '별'을 직접 언급한 '이원+윤종석'의 글과 그림을 조금만 옮겨보도록 하겠다.

ㆍㆍㆍㆍㆍㆍ매달려 있다는 것은, 움켜쥔 것이, 놓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뜻. 애절해서 반짝인다. 별은 옷에 박혀있다. 대지처럼, 별이 거기 태생이라는 거다.

  별은 크지 않게, 많지도 않게 그러나 그곳에 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놓여 반짝인다. 별은 등에도 배에도 목에도 있지 않다. 별은 가슴에 있다. 심장이 뛰는 곳에 잇다. 별은 가슴에 있다. 심장이 뛰는 곳에 있다. 별은 심장의 다른 이름. 시간의 다른 이름. 별이 놓이는 곳에서 심장이 뛴다.

  별이 있는 옷은 정교하게 접을 수 있다. 정교하면 더없이 간명해진다. 어느 방향으로 접어도 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느 방향에도 시간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10~12쪽)

 

  별을 주머니에 키링처럼 넣고 다니며 아무도 모르게 만지작거리고 싶고, 별사탕을 입속에 놓고 살살 굴려가며 맛보다가 딱 깨물고 싶고, 대놓고 훈장처럼 달고도 싶은 순간이 있다. 누구도 그것이 별이라는 것을 몰라도 좋다. 그 순간 내가 알면 된다. 열정이 출렁거리고, 모험심이 생기고, 별을 갖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도 달게 치루겠다는 마음이 커지는 시간 - <가슴에 별을 달다> 선언하는 포즈에서 별은 나타나기 시작.(20쪽)

 

 

 

(윤종석, 작품명 'she'80X130cm,acrylic on canvas,2009)

 

윤종석의 옷은 말한다. 침묵으로 말한다. 소리 없이 말한다. 소리 없는 말로 말한다. 그러므로 옷은 입이다. 소리로 말하지 않고 입으로 말한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입 모양으로 말한다.

 

윤종석의 작품에서, 얼굴은 옷 속에 들어 있다. 입이 극단의 시간에 닿고 있어, 얼굴은 입에 삼켜진다. 사랑의 본질을 붙잡은 그것은 수줍지만 완강한 입이며(둘이 만나 완성되는 하트, 그것은 하나의 사랑이 아니라 <두개의 사랑>이다. 두 개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 비로소 사랑은 게속된다), 꽃마이크(she)는 하고 싶었으나 참아온 말이 너무 많이 쌓여 쏟아내도 쏟아내도 계속 터져 나오는 입이며, 공격적인 색으로 웅크린 형상은 (<보호색을 입다>) 사실은 가장 연약한 입이다.

옷 속에 들어있는 얼굴에서는 극단의 시간에 닿고 있지만 고함, 비명, 통곡이 나오지 않는다. 얼굴은 입의 깊은 곳에 삼켜져 있기 때문이다. 화가는 기억의 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낸 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최소한의 것만 내려놓는다. 그것이 '입'이다.(30쪽)

 

'이원+윤종석'의 글과 그림, 별 또는 옷이 좋았던 것은,

그동안 내가 별에 대해서, 또는 옷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을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때까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았었는데,

문정희 시인의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를 읽다가, '머풀러'라는 詩를 발견했는데...

웬걸... 내 마음 속에 들어왔었나 싶게, 내  마음을 나보다 더 맞춤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문정희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8월

 

 

              머  풀  러

                        - 문 정 희 -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녀의 상처를 덮는 날개입니다

쓰라린 불구를 가리는 붕대입니다

물푸레나무처럼 늘 당당한 그녀에게도

간혹 아랍 여자의 차도르 같은

보호벽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처음엔 보호이지만

결국엔 감옥

어쩌면 어서 던져버려도 좋을

허울인지도 모릅니다

 

 

아닙니다. 바람 부는 날이 아니어도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미친 황소 앞에 펄럭이는

투우사의 망토처럼

나는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거는

그녀의 깃발입니다

기억처럼 내려앉은 따스한 노을

잊지 못할 어떤 체온입니다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81쪽)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패션에 신경을 엄청 쓴다.

몸에 붙이는 악세서리를 주렁주렁 거는 건 피부 트러블이 있어서 못하는 대신,

패션에 엄청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엄청 비싼 부띠끄의 옷을 입거나 화려하고 현란한 의상을 입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옷은 단순하게 입되 디자인으로 파격을 준다든지,

무채색의 옷을 입되 길이를 초미니로 입는다든지,

또는 머풀러나 모자 등으로 액센트를 준다.

그게 나의 상처를 감추는 위장이고 보호색이고 하다는 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했었는데,

문정희 시인은 '머풀러'에서 '별'과 등가로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는, 시를 사랑하고 시를 왼다는 것은 마음에다 별 하나를 매다는 것이다. 이 산만한 세상에서 내가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자존을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여주는 것이다.(113쪽)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마음에 은하수 별길을 매달고 사는 사람이리라~.

 

난 마음에 은하수 별길을 매달고 사는 사람은 아니고,

가끔 시집을 사는 것으로 반짝이는 가짜 별이라도 매달려고 노력을 한다.

밥하늘에 반짝이는 것 중에는 인공위성도 있다더라, ㅋ~.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제목이 맘에 들어 구입한 시집.

외국 시인의 시는 아무래도 정서가 달라서 그런지, 겉도는 느낌을 어쩔 수 없다.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아담 자가예프스키 지음, 최성은.이지원 옮김 /

 문학의숲 / 2012년 10월

 

 

 

 

몇 년이나 지난 후 너에게 돌아왔다.

회색빛의 아름다운 도시,

과거의 물속에 잠겨

변하지 않는 도시.

 

이제 나는

철학과 시와 호기심의 학생이 아니다

너무 많은 시를 써 대던

젊은 시인도 아니다

 

이제는좁은 골목과 환상의

미로에서 헤매고 잇다

시간과 그림자의 지배자가

내 이마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러나 나를 인도하는 것은 아직도

밝은 별,

밝음만이 나를

잃거나 구원할 것이다.

 

얼굴

 

저녁 무렵의 광장에서 빛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는 게걸스럽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얼굴을, 저마다 다른,

각자 뭔가를 말하고, 설득하고,

웃고, 아파하는 얼굴들을.

 

나는 생각했다, 도시는 집을 짓는 게 아니구나,

광장이나 가로수길, 공원이나 넓은 도로를 짓는 게 아니라

등불처럼 빛나는 얼굴들을 짓는구나,

늦은 밤, 구름처럼 피어나는 불꽃 속에서 땜질을 하는 용접공의 점화기처럼 빛나는 얼굴들을.

 

내용은 금방 파악이 안 되어도,

오랫동안 입속에서 둥글리며 읊조리다 보면,

뭔가 몽글몽글 마음 속 한가득 차오르는게 있다.

 

암튼, 시 한편 외지 못하더라도...

단지 소리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은하수 별길은 아니어도,

졸졸졸 맑은 물 흐르는 물길 하나 열리는 느낌이다.

 

'★로'를 '★을'로 슬쩍 발상 전환했을 뿐인데,

그리하여 내 마음에 졸졸졸 맑은 물 흐르는 물길 하나 만들어준 친구에게,

이 페이퍼를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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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2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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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 맑고 쉽게 살려 쓰는 한국말
최종규 지음 / 철수와영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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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쉽게 읽을 책은 아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쓰인 책을 이렇게 휘리릭 읽어 넘긴다는 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줄 안다.

하지만, 휘리릭 쉽게 읽어넘길 책은 아니어도,

참 좋은 책이라고 침 튀겨가며 칭찬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본다.

 

책의 취지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사자성어를 한국말로 번역하여 '맑고 쉽게 살려 쓰기 위해서'란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새 '사자성어'를 하나씩 내어놓습니다.ㆍㆍㆍㆍㆍㆍ그런데 대학 교수이든 지식인이든 기자이든,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사자성어'는 뽑을 줄 알지만, 막상 새로운 '한겨레 말글'은 빚을 줄 모릅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알차고 아름다이 빚는 길을 열지 않습니다. "올해를 빛낼 한국말"을 빚어 널리 알리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요.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라는 이름을 붙인 이 책은 '한국말로 예쁘고 즐거이 꾸리는 빛나는 삶'을 생각하고 싶은 꿈을 담으려 합니다. 한국사람이기에 쓰는 한국말입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니까 쓰는 한국말이에요. 껍데기만 한글인 한국말로는 안 된다고 느낍니다. 알맹이는 없으나 겉차림만 한글인 한국말로는 내 넋을 살찌울 수 없다고 느낍니다. 알맹이로부터 빛나고 아름다운 말이요 글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랑스러운 삶을 담는 줄거리가 빛나는 말이면서 글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자성어'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사자성어 가운데 한국말로 받아들일 낱말이 더러 있을 테지만, 사자성어는 한국말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는 영어이지 한국말이 아니거든요. 영어 가운데 한국말로 받아들일 낱말이 더러 있으나, 영어는 한국말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영어 가운데 '한글'이나 '김치' 같은 낱말이 스며들 수 있어도, 영어는 영어여야지 한국말이 되지 않고, 될 수조차 없어요.  (6~7쪽, 부분 발췌)

그동안 그의 책들을 받아봐온 나로써는,

자동 번역기와 메뉴얼(헉~, 혼나겠다~--;)등 갖가지 편하고 빠르고 손쉬운 방법이 판치는 시대에,

하나 하나 수작업으로 했음이 엿보이는 노고를 이런 방법으로라도 광고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웬만한 정성과 열정으론 할 수 없는 일을 한 그를, 격려하고 응원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이런 방법을 택했다.

 

이 책에 사자성어가 124개 정도 나오는데, 예문이 되는 책이 사자성어 하나 당 세권 정도만 실린다고 잡아도 만만치 않은 책이 등장한다.

예문이 다양하고 풍성하게 실려있는 것으로 미루어, 그의 다방면 독서이력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암튼, 그의 소망대로 한국말을  곱게 보살피길,

그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길...바라며,

그리하여 "올해를 빛낼 한국말"도 빚어 널리 알리며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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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6 0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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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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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얼굴이 궁금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저자의 경우는 저자 어머니의 얼굴이 참 궁금했다.

(물론 저자의 얼굴은 책 날개 안쪽에 단정하게 실려 있고,

인터넷에 저자 이름 석자를 치는 수고를 해도 나오니까~^^)

그런데, 나같은 오지랖이 또 있었는지, 요번 작품에선 원없이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얼굴을 보면서 든 생각은,

"나도 참...그어머니에 그 아들이지 ...뻔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끔 판박이구만,

 뭐가 한참 다를 줄 알고 얼굴을 궁금해했나? ㅋ~."

속 좋은 듯 허연 이를 한껏 드러내고 눈꼬리에 자글자글 주름을 만들어가며 웃는 모습이 꼭 닮았다.

 

 

 

처음엔 모자의 웃는 모습을 쳐다보며 따라 웃다가, 이내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작년 초여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나서였다.

그러고보면, 어머니란 단어는 만국공통어쯤 되고,

어머니라는 발음만으로도 만인을 아우를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것인가 보다.

 

아니, 어쩜 한숨과 고초당초보다 매운 시집살이,농사일...

이 모두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공용어인지도 모르겠다.

 

한숨의 크기

어머니 학교 19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냇물 흐린다지만,

그 미꾸라지를 억수로 키우면 돈다발이 되는 법이여.

근심이니 상심이니 하는 것도 한두 가지일 때는 흙탕물이 일지만

이런 게 인생이다 다잡으면, 마음 어둑어둑해지는 게 편해야.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라.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

 

어머니의 한숨 수를 세어봤더라면 아마 우리 남편이 일등 공신이 아닐까 싶다.

하루는 한숨을 쉬다 나한테 들키시곤 겸연쩍으신지,

'식용소다'라고 적힌 봉지의 흰가루를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 안에 떨어넣으셨다.

"어머니, 그걸 왜 드세요?"

어머니는 눈을 곱게 흘기시며,

"이 신맛보다 더 신게 시집살이라는 데, 너도 한술 먹어볼래?"

 

한숨을 유난히 많이 쉬셨던 어머니.

한숨의 기전은 따로 있지만,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하는 이 시에서처럼이라면,

어머니의 마음 크기는 망망대해 같았을게다.

아니, 실제로 망망대해 같았다.

근심이니 상심이니 인생사 간난고초를 거두어 감추기만 하셨지,

한번도 흔들리는 부표처럼이라도 수면 위로 드러낸 적이 없으신 분이었다.

 

하늘 벼루

어머니학교22

 

 

너무 바쁘고 힘드니까

 

 

밤낮없이 밤밤이었으면 싶어.

 

 

하느님은 붓글씨 안 배운다니?

 

 

벌건 해 벼루 삼아 밤밤으로

 

 

흥건하게 먹이나 좀 갈지.

 

시인의 어머니는 '힘들다'는 말을 소리내어 하셨을까?

'힘들다'소리내어 말씀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한숨이 아니라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호탕하게 웃어 떨어버릴 수 있는 분이실게다.

어머니가 한번도 '힘들다'소리내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랬었고,

임종을 눈앞에 두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그러셨다.

'너무 바빠서 힘드니까'내지는 '너무 바쁘니까 좀 쉬었다가 하게'가 되어도 좋겠다. 

 

언젠가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시는 어머니 때문에 마음이 안좋아서,

알람 시계가 고장났다고 한 적이 있었다.

천천히 일어나서 움직이실 줄 알았더니 웬걸, 어머니는 밤새 못 주무시고 깨어 계셨다.

 

사랑

어머니학교 29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그래야 고른 들판이 되걸랑.

병충해도 움품 꺼진 자리로 회오리치고

비바람도 의젓잖은 곳에다가 둥지를 틀지.

가지치기나 솎아내기도 같은 이치여.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여.

풀 한 포기도 존심 하나로 벼랑을 버티는 거여.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며

혀를 차는 게 그중 나쁜 짓이여.

요번 시집에서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시는 이 시 '사랑'이다.

'편애가 진짜 사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당신이야말로,

고른 사랑을 얘기할 수 있는 분이다.

 

뛰어난 것을 북돋워주는게 사랑이 아니라,

부족하고 모자란 것을 곧추 세워 고르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쏟아붓는 당사자 외에는 수혜자나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선 안된단다.

존심이 걸린 문제란다.

사랑과 동정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함은 당근이다, ㅋ~.

 

가슴 우물

어머니 학교 48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겄냐?

내 잘못이라고 혼잣말 되뇌며 살아야 한다.

교회나 절간에 골백번 가는 것보다

동네 어르신께 문안 여쭙고 어미 한 번 더 보는 게 나은 거다.

저 혼자 웬 산 다 넘으려 나대지 말고 말이여.

어미가 이런저런 참견만 느는구나.

늙을수록 고양이 똥구멍처럼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한숨을 말끔하게 내몰질 못해서 그려.

뒤주에서 인심 나는 법인데

가슴팍에다 근심곳간 들인 지 오래다 보니

사람한테나 허공한테나 걱정거리만 내뱉게 되여.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리지 못하니께

가슴 밑바닥에 어둠만 출렁거리는 거지.

샘을 덮은 우덜거지를 열고 들여다봐라.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어.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

 

그동안도 그랬고, 요번 시집에서도 그렇고...

어머니를 옮겨놓았다는 그의 시를 통하여 느끼는 걸 하나로 압축시켜보면,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말을 할때고,

글을 쓸때고,

행동을 할때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말하고 글 쓰고 행동했는지...를 한번만 생각해 본다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누구나 다 그 같은 시인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일흔 두 편 중 내맘대로 골라낸 네 편은 코끼리 뒷다리의 발톱 만지기이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시와 사진들이 시집엔 더 다양하다.

일독을 권한다.

난 한동안 이 시집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보듬고 쓰다듬고 어루만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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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2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11-02 06:57   좋아요 0 | URL
'배려'란 바로 '마음'이잖아요.
마음으로 어머니를 만나고,
동네 어르신을 만나고,
내 가까운 동무랑 이웃하고 인사하고,
그러면서
시가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2-11-02 09:24   좋아요 0 | URL
맞다~, 된장님도 바로 그런 시인이시잖아요.
늘 그런 귀한 맘이 담긴 시들, 사진들 잘 받아보고 있어요, 꾸벅~(__)
아참참,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출간 축하드려요.
지금 읽고 있어요.
깜냥은 안 되지만 읽고 느낌을 끄적거려 보기로 하죠, ㅋ~.

hnine 2012-11-02 13:47   좋아요 0 | URL
이 시집 읽다가 시 두편 서재에 올려두고 검색해보니 양철나무꾼님께서 바로 어제 올리신 페이퍼가 있네요!
추울때마다 꺼내 읽으면 좋은 시들이 잔뜩이지요? 마음이 따뜻해질거예요.

양철나무꾼 2012-11-05 10:34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hnine님~^^
계절 참 빠른거 같아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워, 더워~' 하며 시원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말예요.
가끔 들려 읽는 님 서재 글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마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 좋아요.
그쵸? 이정록 님 요번 시집도 정말 좋죠?^^

하늘바람 2012-11-02 15:54   좋아요 0 | URL
어머니 그림이 참
와닿는 책이네요
좋은 시들이 잔뜩이라니
언제나 님 서재에는 보물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양철나무꾼 2012-11-05 10:45   좋아요 0 | URL
보물이라고 봐 주시는 하늘바람님 눈에는 보물창고인거죠, ㅋ~.

블루데이지 2012-11-03 17: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hnine님 서재에서 이.시집읽고 너무 가슴이 찡해 양철나무꾼님께서 올리신 글도 읽어보려고 왔어요!
추워지는.계절 가슴도 따뜻해지고, 삶도 더 진지해지는 글들.잘.읽고 얻어갑니다!

양철나무꾼 2012-11-05 10:47   좋아요 0 | URL
네, hnine님 서재는 언제 읽어도 따뜻한 글들이 많죠, ㅋ~.
전 블루데이지님 예전에 즐.찾.해 놓고 몰래 엿보곤했었는데...
이렇게 커밍 아웃해주시다니 반갑습니다여, 꾸벅~(__)
 

어제도 손석희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데...

히야~, 거참...

가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던 그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의 아내의 것이 되었다가,

처남 소유가 되었다가,

딸에게 상속이 된것이 밝혀졌단다.

근데 그 과정에서 무려 250배 뻥튀기가 되었단다.

이는 1673억이라는 추징금의 공소시효 만료를 1년여 남겨놓고 있는 시점이었다.

아니, 검ㆍ경의 수사는 오래전에 끝난 상황에서,

어느 기자가 87년부터 하나 하나 이잡듯 파헤치고 끈질기게 추적하여 밝혀낸 것이란다.

1억6천, 아니 1천6백만원이었어도...언뜻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숫자에 둔한 나는, 한참을 형광등처럼 눈을 꿈뻑거리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다음 코너에서 경제전문가란 사람이 나와,

'지금은 경제위기이고,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발끈~'하고 말았다.

 

숫자야 기상천외한 액수여서 언뜻 감이 오지않아 형광등처럼 꿈뻑거리고 앉아 있었지만,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잘 파악한다.

게다가, 흥분도 잘하는 성격인지라...

서둘러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손 놓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렇다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감정을 이입하여 이 책을 읽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신현림 글.그림 / 현자의숲 /

 2012년 8월

 

이 책에서 말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은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는데,

실상에서의 나는...아무것도 하기 싫을뿐더러, 나를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는 날이다. 에효~--;

 

「갓 태어난 수달은 물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미가 어린 수달을 개울가나 호수로 데리고 가 물을 조금씩 뿌려준 다음 물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점차 물에 적응시킨다. 그렇게 하면 어린 수달은 두려웠던 경험이 기쁨과 좋은 것이 됨을 알게 된다.」

이렇게 수달이 기뻐하니 강가의 물은 더 즐겁게 찰랑거리는 듯 했어요.

ㆍㆍㆍㆍㆍㆍ

아기 수달과 엄마 수달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ㆍㆍㆍㆍㆍㆍ

"엄마랑 있으면 뭐가 달라도 달라요. "

"뭐가 다른데?"

"강물 색은 더 푸르고, 해는 더 빨갛고, 엄마도 더 반짝여서 특별한 수달로 보이고, 엄마랑 있어 편안해선지 나도 멋져지는 거 같아요."

"그래, 우리가 사람이 아닌 수달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엄마 수달은 아기 수달을 끌어안고 무척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말했어요.(15~16쪽)

 

그래, 난 수달도 아닌 사람이면서 무슨 배짱으로 사람 하나 끌어안고..

강물 색은 더 푸르고, 해는 더 빨갛고, 그대는 더 반짝여서 특별한 수달로 보이고, 그대랑 있어 편안해선지 나도 멋져지는 거 같아요...읊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나의 행복이, 곧 그대의 행복인 따위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일이고,

인간의 세계에서는 절대 금지 사항 인가 보다.

 

그렇고 그런 감정들이 헤프게 흩어져 있는 사이를 이리저리 유영하듯 건너다가,

'손편지로 울게 해봐'에서 '손편지'란 단어에 제대로 낚여 주셨다.

 

ㆍㆍㆍㆍㆍㆍ

오늘은 컴퓨터 냄새가 싫으니까

손으로 쓴 편지로 나를 울게 해봐

ㆍㆍㆍㆍㆍㆍ

 

암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곧,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는걸 그냥 터득하게 되지는 않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톨스토이 옹의 말처럼, 상대가 있기에(상대가 북돋워 주기에) 가능한 상호적인 것이라는 걸, 몸소 체험한 결과이고 소산이다.

 

또 한 권,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PD의 책 '소금사막' 되시겠다.

 

 

 

 

 

 

 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김영희 PD는 혼자만의 여행을 택한다.

혼자하는 여행이 참 외로웠습니다...라고 한다.

나는, 외로워서 나를 사랑하기 좋았습니다...라고 조용히 덧붙인다.

 

남자는 일단 강해야 돼!

 

 

 

그러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강한 것이지만

강하다고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지요.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변하지않고 자신을 지키는 것/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처럼 말이다.

 

안데스가 나에게 준 것.

사람!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어떤 이유로든

그 사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

신현림도, 김영희 PD도 같은 얘길 단어와 어법만 바꾸어 하고 있는듯 하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

돈처럼 대접받고 싶으면 돈처럼 대접하면 되고,

내가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나도 사람으로 대접하면 된다.

내가 꽃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나도 꽃으로 대접하면 된다.

그런데, 실상은...

해처럼 떠받들었는데, 해바라기로 되돌아 오기도 하더라만...ㅋ~.

 

 

'그리워하다보면 닮나봐'하는 이 그림은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비참하고 구질구질한 생각이 들때면 가끔 꺼내보고,

나를 되돌아 보고 자극하는 계기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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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the way you are

 

Don't go changing, to try and please me
You never let me down before
Don't imagine you're too familiar
And I don't see you anymore
I wouldn't leave you in times of trouble
We never could have come this far
I took the good times, I'll take the bad times
I'll take you just the way you are

Don't go trying some new fashion
Don't change the color of your hair
You always have my unspoken passion
Although I might not seem to care

I don't want clever conversation
I never want to work that hard
I just want someone that I can talk to
I want you just the way you are.

I need to know that you will always be
The same old someone that I knew
What will it take till you believe in me
The way that I believe in you.

I said I love you and that's forever
And this I promise from the heart
I could not love you any better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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