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서정가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터넷 서점의 도서정가제 반대라는 것이,

과연 현 인터넷 서점의 10% 추가할인 만을 놓고 얘기하는게 맞나?

 

난 이 도서정가제의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혼란스러운 잡음이 생기지도 않을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함께살기님의 글에 댓글로 달았던 것을,

새로 페이퍼로 만들어올렸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바로 잡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도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도서정가제 라는 것이, 책을 사 읽는 독자들을 위한 정가제가 아니지요.

책 표지에 적정가격을 정하여 기록하지 않게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그 책에 합당한 가격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정한다는 의미의 '도서 정가제 프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책값이 얼마, 책에 들어가는 종이값이 얼마, 작가나 역자에게 얼마...가 들어가고 그 남은 금액에서 몇 퍼센트의 이익을 인터넷서점과 출판사가 나눠 먹는다는 의미의 정가제 프리가 아니지요.

'정가제 프리'가 그냥 인터넷에서 책값 10%를 싸게 받는 그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사읽는 독자나, 책을 사읽을 수도 있는 잠재의 독자들이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지,
그냥 사실을 두루뭉술, 수박겉핥기식으로 호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혹시나, 저에게 궁금해할 자격이 있냐...라고 말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제 알라딘 구매내역을 공개합니다.

 

순수구매총액 (구매액 - 쿠폰 결제액 - 적립금 결제액) = 100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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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1 14:26   좋아요 1 | URL
알라딘책방에서는 '도서정가제'가 무엇이요, 도서정가제를 말하는 출판사와 작가와 매장책방이 무엇을 바라면서 이루려 하는가 하는 대목은 하나도 알려주지 않아요.

무엇을 반대하려 할 때에는, 왜 반대하고 반대하는 까닭을 낱낱이 밝히잖아요. 이를테면, 4대강 삽질을 반대한다고 할 적에는, 반대운동 하는 이들은 4대강 삽질이 무엇이요, 이러한 막개발 꾀하는 이들이 무엇을 노리며, 이 삽질이 어떤 결과를 낳는다 하고 낱낱이 밝히면서 반대를 하는데, 알라딘책방에서는 어떠한 대목도 밝히지 않아요.

아무개 2013-01-21 14:34   좋아요 1 | URL
인터넷 서점에서 책값을 결정한다는 말인가요?
저도 이 도서정가제라는게 뭔가 그러고 있었거든요.

꿈꾸는섬 2013-01-21 14:46   좋아요 1 | URL
메인 화면에 뜨는 도서정가제 반대, 저도 그게 대체 뭘까? 했어요.

2013-01-21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01-21 21:4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님.
전 님의 서재 즐찾해 놓고 야금야금 들리는 걸요, ㅋ~.

현행 출판계가 얘기하는 것에는, 가격을 인터넷 서점에서 정하는 것이 들어가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얘기들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전 제 밥그릇도 제대로 찾아먹지 못하는 출판계가 잘했다는 것도...
잠정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알라디너에게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안내없이 그냥 반대하는 공지만 내보내는알라딘사측이 잘했다는 것도...아닙니다.

다만, 현실을 제대로 보고...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다시한번 시장경제 원리를 들먹여서 그런데...
가격의 적정선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서 정해져야 하는게 일반적인 게 아닐런지요~^^

2013-01-2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3-01-22 21:31   좋아요 1 | URL
흠,저도 도서정가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한번 인터넷을 뒤져봐야겠네요.
그나저나 양철 나무꾼님 순수구매내역보니 좀 ㅎㄷㄷ 해집니당^^(ㅎㅎ 부럽단 얘깁니당)
 
작가가 작가에게 - 글쓰기 전략 77
제임스 스콧 벨 지음, 한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영어가정법을 공부할때, 꼭 외우게 되는 문장이 있다.

 

이몸이 새라면, 너에게 날아갈 수 있을텐데...

 If I were a bird, I could fly to you.(가정법과거)

나는 새가 아니라서 날아갈 수 없다.

As I am not a bird, I can't fly to you.(직설법현재)

 

이 문장을 얘기하면서 '소망'이나 '희망'에 힘을 주어 얘기했던 거 같다.

뱃속에 집어넣고 다닐때부터였을지,

또 예전에 영어공부에 열을 올릴때부터 지켜보았을지는 모르겠는데,

울아들 녀석이 (솔직히...지켜봤는지는 기억에 없다~--;)

일곱 살땐가, 새가 아니어도 날 수 있음을 실현시키려다가,

지(=자기) 친구 다리를 부러뜨려 놓는 사건이 있었다.

다빈치가 조상쯤 됐었는지,

제법 도면까지 그려 날개옷을 만들어,지(=자기)가 달고 난게 아니고,

지 친구에게 입혀 나는 연습을 시키다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우리동네에 고지대 낭떠러지가 없는 것에 감사하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그렇게 날고 싶으면, 니가 입고 날지?"
"엄만, 유명한 박사들이 자기가 마루타되는 거 봤어?
 박사들은 그저 만들뿐이야."

 

한때 장르소설을 열심히 읽어댈때는,

번역의 질을 놓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잠깐 번역을 해볼까도 싶었으나,

시도해보니 이론과 실재는 너무도 달랐다.

그리하여 그게 쉽게 넘볼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닫고 나서는, 헛된 망상을 접었다.

 

'작가가 작가에게-글쓰기 전략77'이란 제목의 이 책을 처음 만났을때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였었기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쪼개 이 책을 일부러 읽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다시 만났는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쓴 '김은숙'작가가 뒷표지에 써놓은 이런 말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참 신기한 책이다. 분명 작법 책인데, 스펙터클 하다가, 아슬아슬 하다가, 로맨틱 코미디처럼 콩닥거린다. 그간의 작법 책들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흥미롭지 못했던 이유는 현실은 무시한 채, 허황된 꿈과 용기만을 주려했기 때문이다. '매일 써라, 열정을 가져라, 상상력을 키워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이젠 지겹다. 하지만 '작가가 작가에게'는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무엇을 매일 써야 하는지, 주인공의 열정이 중요한지 작가의 열정이 중요한지, 키워놓은 사상을 어떻게 배치하는지 직설화법으로 역설한다. 장담하건(대)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은, 책 한권을 읽은 것이 아니라 책 한권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드라마 '시크릿 가든'작가) 

또 내가 우리나라 장르소설 작가 중 좀 좋아하는 한유주가 번역하였다.

다시말해, 이 책은 작법 책이긴 하지만 구태의연하지 않아 재밌고 스펙터클하였고, 그리하여 아슬아슬하게 읽혔다.

'글쓰기'자리에 '자기 자신'이나 '삶'을 대입시키면 '자기계발서'나 '인생지침서'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요즘 대세는 '힐링'이란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충분히 좋다면 아주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을 했었던 내게,

''충분히 좋다'는 결코 '완벽하게 좋다'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17쪽)' 라는 문구는 강하게 다가왔다.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잘이나 잘못이라는 단어는 충분이나 불충분이라는 단어와 호환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을 다했는데, 나의 온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는데...결과가 잘못 나올 수도 있는 거고,

그거면 충분하다 싶지만, 그게 필요충분에 꼭 맞춤한 조건이 충족되어지는 완벽한 상황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이론에만 빠삭하고 몸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울아들은,

'공부만 빼고 뭐든지 다 쉬울 것 같다'면서,

공부 외의 잡기로 삐딱선을 타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공부 외의 잡기를 향하여서 실습을 하려고 하지 않고,

이론만으로 튼튼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까지...영락없는 모전자전이다.

'충분히 좋다'는 자기만족은 다른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하게 좋다'는 아닌 것이다.

이건 다시말하면, 공부가 되었든지 공부 외의 잡기가 되었든지 간에...

장인정신을 표출할 것, 결점을 없앨 것, 더 훌륭한 글을 쓰려는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글쓰기 뿐만 아니라...자기 자신이나 삶을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통용되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이지 싶다.

적어도 '공부 빼곤 다 쉬울 것 같아요'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를 끄집어내 주는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설적인 광고인 데이빗 오길비가 말했듯, "오늘날의 업계에서는 창조한 것을 팔 능력이 없으면 굳이 창조할 필요도 없다."

 ㆍㆍㆍㆍㆍㆍ출판업자는 사실 소설을 출판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그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를 원한다.ㆍㆍㆍㆍㆍㆍ

이 모든것들은 사랑하는 것들을 쓰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 될까? 물론 그렇지 않다. 항상 두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써야 한다.(24쪽)

하지만, 무조건 공부해라, 공부해라...한다고 해서 먹혀들어가지 않듯,

글이란게 무조건 써야한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닐게다.

항상 두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쓸 수 있듯이,

마찬가지로 공부도 무조건 하는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내서 그 분야를 열심히 해야 능률이 오른다.

내가 하고싶고,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내기...까지가 오히려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다.

 

난 그걸 무르익는다고 하고 싶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조건 쓰는게 아니라,

참고 뜸을 들이고, 무르익혀서...

쓰지않고는 못 배기겠을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은 글쓰기의 어려움과 출판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바보는 그 두 가지가 단번에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자신을 작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31쪽)

기타리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간신히 코드를 잡고, 손가락의 굳은살도 박이지 않았으면서도...

유명 기타리스트들의 뮤직비디오나 동영상 따위를 보고,

그들이 연주에 몰입하다 필 충만하여 기타를 집어던지는게 좀 멋있어서 흉내를 낸다고 치자.

유명기타리스트들이야 기타와 함께 울고웃고한 시간이 있으니...그냥 집어던지는 것 같아보여도 어떤 낙법이 있을테지만,

그냥 무식하게 흉내를 내서는...애먼 기타만 박살나고 만다.

 

기타리스트나 소설가 따위를  '일반적인'과 '유명한'으로 나누는 기준은,

굳은살이 박이도록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과 더불어,

자기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고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나 덧붙이자면 사소한 비난 쯤은 감수할 수 있는 의연함, ㅋ~.

깊이 뿌리 내린 나무는 웬만한 비바람에 끄덕하지 않는다.

  당신이 받을 만한 사소한 비난들을 스스로 예상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LA의 유명한 느와르 소설가 로버트 크레이스는 "이 세상은 적개심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를 싫어하는 독자들이 이메일을 보내오면, 미리 고용한 비서를 통해 그런 이메일들을 가려냈고, 그것들은 읽지도 않았다.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지 마라. 그렇다고 자만심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50쪽)

 

언젠가 로버트 크레이스를 읽었을때,

물론 소설이 좋았지만, 참 멋지다고 생각한 건 '저자 후기'에 기록된 그의 일상을 보고나서였다.

 

참 규칙적이고 시간관리와 자신의 건강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정시간을 정해놓고 운동과 글쓰기 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었는데,

그 빡빡한 일정이 일반인으로 치자면, 철인3종경기를 하는 수준이었다.

자신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엘비스 콜(좀 건들거리는 느낌이 있지만...ㅋ~)도 그렇고 조파이크도 그렇고,

그렇게 살아있는듯 완벽하고 멋진 인물로 그려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의 친구 '마이클 코넬리'도 규칙적이고 철저한 자기관리는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이건 바꾸어말하면, 자기를 돌아보는 자기반성은 하되,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집착하면 안된다...가 될 수 있겠다.

자기를 돌아보는 자기반성은 필수적이지만,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집착하게 되면, 자기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자신감이나 자긍심과 자만심은 다른 이름이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고 책 전반에 걸쳐서 누차 강조하고 있고,

나의 경우를 돌이켜보아도 확실히 독이었다.

 

거절하는 법을 배워라.

  작가들 스스로 홍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이나 학교나 작가 회의 같은 모든 행사의 초대를 받아들인다. 우리는 수천 마일을 여행할 것이며, 고작 30부의 책을 팔기 위해 계속해서 미소를 짓느라 사나흘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신인이거나 아직도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면 이런 일들에도 시간을 투자할 만하지만, 언제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54쪽)

시간안배와 시간활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상품값어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일의 효율성을 생각하여 시간안배와 시간활용을 잘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책 30부를 팔기위하여 사나흘 동안 글을 못쓰고 일상이 흐트러지는 걸 감수해도 좋은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질투하지 말고 분노하라...라는 말의 뜻을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처음엔 타인을 향한 부러움과 샘이, 왜 많은 작가들의 생명을 갉아먹는 못된 괴물인지를 모르겠었다.

그러다가 부러움과 샘이라는 것은 타인이라는 대상은 존재하지만,

타인의 어떤 능력을 놓고 부러워하고 샘을 내는지의 경계는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타인을 보고 부러움과 샘이 난다면,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어떤 점을 놓고 부러워하는 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야 하는데,

그 부분이 나를 의기소침하게 하거나, 나의 장점마저 건드리지 않도록 슬기로워야 겠다.

자기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켰을 때에 의미가 있다.

  그러니 부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오히려 긍정적인 좋은 면을 보려고 하라.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ㆍㆍㆍㆍㆍㆍ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라. 부러움이 당신을 지나치게 힘들게 한다면, 한 시간 정도는 오히려 부러움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이을 거라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당신의 느낌을 토로하라.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면, 컴퓨터 앞이나 노트 앞으로 돌아와서 다시 글을 쓰도록 하라.(67~68쪽)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러움에 치여서, 부러움에 잠식당하여, 나 자신의 글쓰는 일상이 흐트러지면 안되는 거다.

내 자신과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작가들이 다수 마술적인, 그러나 요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시적인 문체를 가졌으면 한다. 나는 단어들과 문장들이 공명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  - 존 D. 맥도널드(101쪽)

요란하지 않지만 시적인 문체는...작가의 개성적인 문체를 두고 얘기하는 것일게다.

작가 나름대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작가의 단어들과 문장들에 공감할 수 있어야 공명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전문가는 기분이 내키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농구팀인 레이커스가 패배했기 때문에 혹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는 외과의사는 없다. 또 변호사가 범죄자에게 고용된 처지를 비관해 마음대로 재판을 연기하고 진짜로 결백한 의뢰인을 만나게 될 날을 꿈꾸면서 해변으로 떠날 수는 없다.

(106쪽)

이 책을 읽은 소감을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어떤 일이 되었건 간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자신의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그 일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남의 일이 쉬워보일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여 즐기면서 할때이다.

그러니, 나도 내 일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나가 사랑하고 좋아하여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함이 먼저이다.

 

훌륭한 번역자이기도 한, 이윤기 님의 소설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 우리가 직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과연 직선이겠는가?
  혹시 곡선의 한부분을 우리가, 자네 말마따나 대롱시각으로 보고는 직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인가?

  자네는 혹시 큰 곡선을 작은 직선으로 본 것은 아닐 것인가?"

 

요즘 난 본질의 주변을 겉돌면서, 본질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왔다고 자책하곤 한다.

모든 건 내 주변에 그대로 있는데...,

변한 건 내 자신의 마음가짐 뿐인데 말이다.

내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 잡는게 먼저이다.

 

10센트(10퍼센트)(126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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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01-21 21:33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님의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일단은 제 사정이 열악했고,
그리고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부담일 듯 싶어서...
그냥 모른 척 했습니다여.^^

그래도 그렇게 그렇게 한걸음씩 내딛는 님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여.
좋은 소식이 있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가끔 안부 남겨주세여.
헤에~^________^
 
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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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평생 나이 따위는 먹지 않을 줄 알았다.

어렸을때부터 좀 조숙하여 빨리 나이 먹기를 바랐었고,

빨리 나이먹기를 바라는 그 나이가 스무살쯤이었던 것도 같다.

어렸을때는 스무살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스무살이 되어서 본 세상은 핑크빛도 아니었고...아무 제약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는 더 더욱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 <저스트 키즈>는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이란 부제 속의 '로버트 메이플소프'라는 이름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패티 스미스'가 바로  몇년 전 지산락페스티벌에서 보았던, 일흔의 할머니와 동일인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던 나는, 로버트 메이플소프 쪽이 흥미로웠다.

그는 흑인 남성누드사진과 조지아 오키프처럼 성기를 연상시키는 꽃 사진 등을 찍은 사진작가에다, 동성연애자라고 알려져 있던 터였고, AIDS로 죽은 후에도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이런 저런 뉴스를 만들고 다니는 '뉴스 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사진 등 그들의 예술적 명성으로가 아니라, 그냥 이런 저런 흥미로운 기사 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나는...금방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일흔 할머니가 젊은 날을 회고하며 쓴 회고록이 아니라,

그녀 '패티 스미스'의 삶 자체의 기록이고,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젊은 날을 살아가고 있는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스물도 안된 나이에 만나,

로버트 메이플소프와의 20여년의 젊은 날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그를 먼저 보내고 30여년을 그녀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내가 젊은 날을 회고하는 회고록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 또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 어느 하나 바뀌지 않고 여전하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진부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려 하는지,

그녀는 우리가 젊음이라고 부르는 그것들을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간직하고 있다.

 

먼저, 책을 읽고 이토록 감동을 받았으니 책에 대해서 얘기해야 겠다.

난 흔히 노래를 하거나,

그림 또는 사진을 하거나,

글쓰는게 본업이 아닌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좀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데...

그런게 기우라고 할만큼 글의 완성도가 높았다.

물론 패티 스미스는 시인이니까 문학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솔직히 외국 작가의 시 따위가 선입견 없이 그대로 감동을 주기는 힘들었던 경험에 미루어,

이 책도 그럴거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책이 워낙 좋고 완성도가 높다보니,

패티 스미스 그녀가, 작가로서 우리에게 들려주려했던 것, 그 이상의 것을 느끼고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필 충만하게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역자 박소울도 한 몫하는 거 같다.

글을 읽고 있으면,

진짜 좋은 책이고,

시적으로, 철학적으로 아름다운 것이...완성도가 높은 책이다...라는 느낌과 더불어,

그런 책을 정말 아름답게 환상적으로 번역해 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건 역자가 저자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존경과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나와주기 힘든 그런 '헌사'를 보는 느낌이다.

박소울, '소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음 뿐 아니라, 영혼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문장의 연금술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완전 콩밥 먹는 기분이에요."내가 말했다.

"그래, 그치만 우리는 자유의 몸이라는 거지."

그가 우리 농담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같은 부분은 역자가 두 언어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쥐락펴락 할 수 있기에 가능한 번역이 아닌가 싶다, 멋지다~!

 

 

암튼, 마음을 열고 감상할 준비만 하면 되는데,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멈칫거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쓴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너 좀 밥맛이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패티 스미스'의 예술적 영감과 자유로운 영혼과 상상력이라고 하는 것이 나랑 좀 닮았다는 생각에서...였다.

난 언제부턴가 흔히 말하는 남녀 간의 사랑이나 종교 간의 사랑, 이딴게 아닌...

그냥 흔히들 말하는 우정이나, 소울 메이트, 따위에 관심이 있었다.

우정이나 소울메이트, 영혼의 파장이 똑같은 친구 따위에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게 되면...

그때부터는 좀 구질구질해지고,

예술하는 사람들 특유의 자유로운 영혼이나,

사람들이 말하는 영혼의 교감 따위는,

오래된 문헌에나 등재되는 기념물쯤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걸 보아왔다.

그런데, 이들은 친구였을 때나, 연인이었을 때나, 애인이었을 때나, 부부였을때나, 같은 예술을 하는 동료였을때마저도...

일정한 파장, 아니 둘 만의 독특한 파장으로 그들만의 우정과 사랑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나가는 걸 보니,

이 책이 더 아름답고,

그들의 우정과 사랑이 더 존경스럽다.

진짜 좋은 책이다.

석탄 난로 옆에서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기도는 여느 신자와는 달리 침묵 속에서 이뤄졌고, 말을 하기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행위에 가까워졌다.(16쪽)

겉으로 보기에는 전과 다름없이 축 처진 열두 살 소녀에 불과했지만, 전시회를 보고 나서 내면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다는 것을, 인간이 창조한 예술에 깊이 감동받았고, 예술가란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25쪽)

작업환경은 형편없었고, 일을 할 때면 나는 늘상 작품을 만드는 몽상에 빠졌다.나는 예술가의 세계에 속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예술가들의 가난과 옷 입는 스타일이나 작업 과정이나 생각 모두를 갈망했다. 언젠가 예술가의 정부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 마음에 그것보다 로맨틱한 건 없어 보였다. 디에고의 뮤즈이자 그 자신이 에술가이기도 한 프리다 칼로에 나 자신을 투사했다. 예술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곁에서 그를 보조하면서 나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가꿔가는 꿈을 꾸게 되었다.(27쪽)

 

그녀는 이렇게 어렸을때부터 나름대로의 에고를 갖고, 나름대로의 예술 세계를 꾸준히 가꿔 나간다.

그러니 그녀의 명성이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하루 아침에 모든게 바뀌어 있는 그런 류는 아니었던 셈이다.

나름 예술적 자질도 가졌었고, 본인이 노력도 했고, 그랬기에 오늘날의 그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ㆍㆍㆍㆍㆍㆍ, 한 사람이 꼭 다른 사람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진지했다. 말하자면 로버트가 마약을 해서 상태가 좋지 않다면 니는 반드시 맑은 정신을 유지해 로버트를 지켜줘야 했다. 내가 저조하면 로버트는 정상이어야 하고, 한명이 아프면 다른 한명은 건강해야 했다. 같은 날 둘 다 동시에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했다.(72쪽)

 

그의 탐닉에 나도 동참하고 싶었다. 그는 피코트를 입고 파일럿의 실크 스카프를 걸쳤다. 내게 제2차 세계 대전이란 원자폭탄과 『안네의 일기』의 이미지밖에 없었기 때문에 선뜻 동조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가 나의 세계로 거리낌 없이 들어와준 것처럼 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그가 왜 이렇게 갑자기 변하게 됐는지 궁금하고 혼란스러웠고 조금은 화도 났다. 온 아파트 벽돌과 침실 천장을 모조리 마일라 필름으로 덮어버렸을 때 나는 정말 신경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싶었다. 나보다는 그 자신만을 위한 행동으로 느껴졌다.ㆍㆍㆍㆍㆍㆍ뭔가 화가 나거나 마음이 맞지 않을 때에 내가 입을 닫아버리는 편이긴 했지만, 지금 그 모습은 전혀 그답지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그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98~99쪽)

나 또한 나와 취향이 비슷한 친구를 만나서,

그(또는 그녀)가 나의 세계로 거리낌 없이 들어와 준것에 대해 감사한다.

하지만 난 거기까지이다.

내 변덕이 널을 뛰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이 짬뽕공 같다고 하여,

내 기본적인 성격이나 취향 또한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뀔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그(또는 그녀)의 성격이나 취향도 그렇게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바뀌진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난 그(또는 그녀)의 성격이나 취향만큼이나, 그의 인격과 개성도 존중한다.

내가 그(또는 그녀)를 친구로 생각하고 내 안에 들인것은 그(또는 그녀)가 그(또는 그녀)이기 때문이지,

그(또는 그녀)가 나와 닮았기 때문은 아니다.

나와 닮은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로 족하다.

그(또는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고, 그(또는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만약 저 구절에서처럼,

갑작스런 친구의 변화에 선뜻 동조하기 어렵다면,

깨끗이 두손 들고 쿨하게 포기하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못한다면,

나와 닮은 그를 좋아했던게 아니라...

나에게 맞춰주고,

그리하여 내 맘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는 얘기밖에 되질 않는다.

 

우울하고 저조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나는 예술을 창조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고민에 빠졌더랬다. 누구를 위한 걸까? 신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한 일일까? 아니면 우리 자신과 소통하는 행위일까? 그래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뉴욕현대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같은 에술의 위대한 감옥 안에 우리의 작품을 가두는 행위인 걸까?

진정성을 갈구했지만 내 안의 모순을 인정해야만 했다. 왜 작품 활동을 하는 걸까? 자아실현, 아니면 그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본래의 의도나 의미보다 내 태도가 더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앉으면, 베트남 전쟁같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바깥세상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 어떤 의미도,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인 운동에 가담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바가 세상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형태로 관료주의에 영합하는 일이 아닐까 싶은 불안에 휩싸여, 가능하면 세상 돌아가는 데에도 깨어 잇고 정의로운 운동에도 참석하려고 노력하였다.

로버트는 이런 자기성찰적인 물음에 대해서 조금도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는 단 한순간도 자신의 예술적 욕구에 대해서 의심을 품지 않았다. ㆍㆍㆍㆍㆍㆍ신념과 수행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걸작이 태어나고 영적인 안정에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피카소는 사랑하는 바스크 지역이 폭격당하자 껍질 속에 숨어 있지만은 않았다. 『게르니카』라는 대작을 통해 스페인 내전의 참상과 민간인에게 가해진 고통을 만천하() 폭로했다.(90~91쪽)

좀 길지만, 이 부분을 옮긴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우리가 예술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예술은 '미'의 추구가 목적이다.

어떤 이는 말 그대로 아름다움을 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진정성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에 신념과 행동이 더해져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패티 스미스는 평생을 두고 로버트 메이플소스를 사랑했지만,

그래서 쌍둥이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닮게 행동했었지만,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영감을 주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미를 대하는 신념과 행동까지도 일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그녀 안에 들이되

그가 아무런 경계나 거리낌없이 움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넓은 멍석을 깔아준다.

경계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경계를 만들게 된다면 성긴 그물로 만들어 바람 따윈 걸리지 않게 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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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me now baby here as I am
Pull me close, try and understand
Desire is hunger is the fire I breathe
Love is a banquet on which we feed

Come on now try and understand
The way I feel when I'm in your hands
Take my hand come undercover
They can't hurt you now,
Can't hurt you now, can't hurt you now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ust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us

Have I doubt when I'm alone
Love is a ring, the telephone
Love is an angel disguised as lust
Here in our bed until the morning comes
Come on now try and understand
The way I feel under your command
Take my hand as the sun descends
They can't touch you now,
Can't touch you now, can't touch you now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

With love we sleep
With doubt the vicious circle
Turn and burns
Without you I cannot live
Forgive, the yearning burning
I believe it's time, too real to feel
So touch me now, touch me now, touch me now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

Because tonight there are two lovers
If we believe in the night we trust
Because tonight there are two lov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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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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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4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7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7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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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잘 모르는 얘기인데,

난 한때 첼로를 했었다.

아니, 잠깐 첼로를 만졌었다.

아니, 그보다... 하고 싶어 했었다...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대학 신입생 때 우연히 듣게 된 미샤 마이스키에 홀딱 빠져서,

어느날 그때 돈으로 거금 10만원을 주고 연습용 첼로를 사서는

혼자 '낑낑'거리고 '끙끙'거리고 '앵앵~♬'거리다가 끼고 잠들기를 여러날,

드디어 소리가 나와주셨고(어렸을적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조금씩 했었다.)

하늘이 주신 천부적인 자질을 그냥 썪힐 수 없어 전공을 첼로로 바꿔야 하는게 아닌가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ㅋ~.

남동생이 계획에도 없던 작곡과에 대학 원서를 써서 걔네 학교와 온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한 10개월을 혼자 '낑낑'거리고 '끙끙'거리고 '앵앵~♬'거리던 첼로를, 접었다.

 

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과거의 추억에 연연하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현실에 대략 만족하고 안주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희망사항 되시겠음~--;)

고작 마흔 몇 해를 살아온 인생이고,

첼로를 했던 건 고작 10개월이기 때문에,

돌이켜 감상에 젖는 일 따위는 결코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로든) 영향을 끼치긴 했나 보다.

그때 그렇게 잘라냈거나 가라앉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던걸 보면 말이다~--;

 

친구가 '이세 히데코'의 책 몇권과 함께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를 '참 좋다'면서 선물로 주었던게 한참 전의 일이다.

선물을 받으면 어떻게든 고마움을 표현하는게 '인지상정'인데...

추억이라도 들추어낼까 봐 그랬는지,

들추어내면 상처를 헤집게 될까 봐 그랬는지,

상처를 헤집어 통증을 들쑤셔낼거라고 생각해서 였는지,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 마냥,

책이 칼이라도 되는양 지레 겁먹고 한쪽으로 치워놨었다.

그런데, 이 책은 상처를 헤집는 책이 아니라...치유, 힐링이 되는 책이었다.

세상에, 책이...또, 그림이 힐링이 될 수 있다니 좀 놀라웠다.

 

'이세 히데코'는 좀 독특한 이력을 가진 화가 겸 그림책 작가이다.

1949년 홋가이도 출신으로 그니의 남편은 르포라이터란다.

증학교 졸업 후 도쿄로 상경해서 첼로를 배웠웠고,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했고,

프랑스에서 1년간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우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재원(才媛)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니는 서른 여덟 살때 눈병으로 오른쪽 시력을 잃는다.

열세 살때 첼로를 배우고,

미술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갈 정도로라면,

집안이 어렵거나 제때 손을 못써 눈병을 고치지 못했을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오른쪽 시력을 잃은 것이, 그니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물을 보는 것은 어쩜, 눈이 아니라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첼로의 음을 읽어내고 연주하는 것 또한 어쩜, 눈이 아니고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눈으로 보는게 다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거니까,

아니,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느끼고 온몸으로 통과해 내야...

그려낼 수 있고, 연주할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요즘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대세다.

자기치유, 자체치유라는 뜻을 담고 있는 힐링(healing)이라는 말은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따위의 말들은 동병상련의 위로는 될지언정, 처방이나 치유 또는 힐링(healing)의 개념은 아니다.

 

자신이 아파보지 않고서는 상대의 아픔을 헤아릴 수 없다.

자신이 직접 겪고, 온몸으로 통과해 내지 않고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앎'이 아니라 단순히 백과사전에 나오는 지식의 나열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니의 책이, 그림과 글이 힐링(healing)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니가 온몸으로 직접 겪고, 온몸으로 직접 통과해 낸 알음 앎의 과정을 담담히 담아내고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아이는 내가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곡을 술술 켰다.

힘이 넘쳤지만, 왠지 화를 내는 것 같은 연주였다.

 

"네 첼로 소리는 꼭 강아지 소리 같더라. 앙앙거리는 게."

이런 문장은 어찌보면 쉽게 쓰여진것 같지만,

직접 첼로를 켜보지 않고는,

이렇게 첼로에 감정을 이입하는 첼로 연주자의 감정을 읽어내는게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혼자 열심히 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단다."

할아버지가 조용히 웃으며 옆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느끼면서 연주하면 돼."

 

 

위 문단은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라는 이 책 속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 전반에 대입시킬 수 있는 상황일 것이다.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치유', '자체 치유'라는 뜻을 담고 있는 '힐링(healing)'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지하게 자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수도 없고, 맞추어 나가기도 힘들다.

 

다시말해, 내가 아파봐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고,

내 눈이 보이지 않아 봐야,

눈 이외의 다른 감각들을 일깨워 온몸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 보고, 느끼고, 그려 내고, 연주할 수 있는 것이다.

 

아픔이나 고통 따위는 없으면 좋겠지만,

그런 감정들을 통하여 우리가 한뼘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니...

어쩌겠는가?

삶 또는 자연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듯,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겪어내고 통과해 나가는 수밖에~--;

 

인디언들에게 친구란 말은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나에게 이 책을 권해준 친구는,

나름 아프거나 고통 받아봤을테고...

아마도 이 책을 통하여 치유, 힐링(healing)을 경험하였나 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건...

내 슬픔이나 아픔 또는 고통을 자기 등에 나눠 함께 짊어져 주려는 그 '마음'이다. 

지휘봉이 움직이고, 조용한 공연장에 천 개의 첼로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진다.

노래하는 소리, 높은 소리, 낮은 소리, 서로 합쳐지는 소리들, 빠르게, 느리게, 부드럽게, 힘차게,

앞으로 나왔다가 뒤에서 받쳐준다. 사람들이 온몸으로 귀를 기울인다. 천 명이 첼로를 켠다.

다가왔다가 물러가는 파도 같은 첼로의 활, 바람이 되어 스치고 지나가는 첼로 소리ㆍㆍㆍㆍㆍㆍ.

치유, 힐링(healing)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였을 때 의미가 있다.

그리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지의 여부는 본인의 경험의 내재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치유 또는 힐링(healing)이 현실을 외면하게 하거나 현실의 도피처라면 '자기계발'이라는 허울 좋은 독이 될 수도 있다. 힐링(healing)의 자리에 '책' 또는 '친구'를 넣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치유 또는 힐링(healing)은 단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 행위만이 아니라,

나를 비추는 거울마냥 상대방을 통하여, 나의 현실 또는 현위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투영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겠다.

 

 

 

중언부언, 말이 길었다.

참 좋다.

참 좋은데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일독을 권할 밖에...~--;

 

한 친구의 안부가 궁금하여 오후내내 전화기를 붙잡고 수소문을 한 끝에,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몇 다리 건너 건너 전해 듣게 되었다.

어찌 어찌 전화번호를 따서,

왜 그렇게 되도록 연락이 없었냐고 다그치자 이 친구 한다는 말이...

내가 편한 친구가 아니라, 이쁜 것만을 보이고 싶은 친구란다.

옆에서 전화 통화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던 우리 아들이 툭 한마디 던진다.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네. 우린 그런 사이를 경쟁자라고 불러, ㅋ~."

나는 지금 그 친구가 몹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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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1-12 23:48   좋아요 0 | URL
글 참 아련하고, 달콤 쌉싸름하고, 아프고 끝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네요.
이 책 저자와 출판사는 양철님께 고마워해야할듯. 쫀득쫀득한 호기심을 발라놓는 글, 즐감합니다.^^*

마녀고양이 2013-01-13 11:59   좋아요 0 | URL
와, 아들의 통찰력으로 인해 댓글을 달게 되네...
그러게, 예쁜 것만 보이고 싶은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경쟁자라고 생각되는걸.
하지만 궁금하여 오후 내내 전화기 수소문을 한 그대는 참 예쁜 사람이네요, 나는 그렇게 못하는 걸. ㅠㅠ

힐링이라... 그냥 뜻 말고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어감이 참 예쁘지 않아?
부드러우면서도 H의 칼칼함이랄까 단아함이랄까 상쾌함이랄까, 난 이 단어 자체가 참 예쁘더라.

같은하늘 2013-01-17 01:25   좋아요 0 | URL
이 책 찜하고 선물은 해봤지만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이 글을 보니 다시 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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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을 흔히 '취미'라고 한단다.

지난 며칠동안, 아들과 진로를 놓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자사고에 다니는 울 아드님께서 사상 초유의 성적표를 받아온게 발단이 되었다.

난 모든 엄마가 그렇듯,

공부에 관한 잔소리를 조금, 아주 조금 늘어놓았을 뿐이고...

울 아들은 공부가 재미없으니 다른걸 하고 싶으시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울 아들은 밥 몇끼 굶는게 낫지,

평생을 재미없는걸 하면서 불행하게 사는게 낫겠냐며 날 설득하는데...헐~--;

'엄마, 아빠가 너 밥을 안 굶겨봐서 니가 참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

는 소리가 입밖으로 돌출하려는 걸 맨밥을 삼키듯 꾹꾹 눌러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울 아들이 하겠다는 공부 아닌 다른 것이...

어느 특정한 한가지도 아니거니와,

그 중 어느 것도 밥을 벌어먹을 만큼 특출난 것이 없다.

 

아들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봤을때...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난, 그저 공부를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잔소리를 할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봤을때,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난 변변히 내세울만한 무언가가 독서 밖에 없다.

마흔이 넘은 인생을 돌이켜볼때,

그나마 땀과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던 건 '공부'가 있겠는데...

그렇다고 공부가 취미라고 할 수는 없는거고 말이다.

(어째 내가 생각해도 얘기가 점점 밥맛으로 흘러가고 있다~--;)

 

요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발달로 주변을 보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취미들을 갖고 자기계발을 하고,

그 과정을 블로그나 카카오 스토리 따위에 소상히 밝혀놓기도 하곤 하던데,

운동이나 여행, 맛집 탐방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몹시 부러울 따름이지만,

난 그야말로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는건 딱 질색인 저질체력되시겠다.

그래서 여행은 이렇게 여행기로 만족하고,

맛집탐방은 집에서 레시피를 보고 흉내를 내서 해먹는 걸로 대만족이다.

 

서론이 길었다.

그래서 여행기와 맛집탐방기 따위로 대리 만족을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여행과 맛집이라는 책의 필요조건 말고 한가지 더 고려하게 되는게 있는데,

그게 소위 '글발'이라고 하는 '글의 맛과 멋' 되시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김훈, 신경숙, 은희경, 박찬일, 이적,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박칼린, 장기하에 이르기까지

검증된 '글발'의 집합소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제품사양서 마냥 빵빵하고 폼나는 사진과 지도, 그 밖의 자료들을...

감정이입 없이 빽빽하게 실어놓은 책을 만나게 될 경우가 있다.

그런 책은 지도를 읽지 못하는 내게 지도가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읽어도 전혀 재미있거나 즐겁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암튼, '여행이 그다지~--;'인 내가 이상한 것인지,

열 명의 사람들은 마음을 빵빵한 이스트 불리듯 불려가며...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

이미지를 찾기 위해,

휴양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등등 여행의 변을 늘어놓는다.

 

나의 '여행이 그다지~--;'인 것과 가장 근접한 구실을 찾는다면,

얼마전 읽은 이다혜의 '책읽기 좋은 날'에서 만난 이런 구절이다.

그녀는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 사이에 편지 글로 오고간<경계에서 춤추다>를 읽고 이런 생각을 남겼었다.

이름이 보통명사와 다른 점은 시간이 지면서서 의미를 잊게 된다는 사실이다. 설령 의미를 알고 있더라도 쓰면서 의미를 잊게 된다. 그게 좋은 것이다. 여행은 자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일상으로부터의 일시적인 해방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이름을 말해야 하고, 신분증명을 요구당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행이라는 것 역시, 자신을 재정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다혜의 '책읽기좋은날'181쪽)

자신을 붙잡아 두고 있는 일상으로부터 일시적으로라도 해방 되기를 바라고 계획한 여행인데...

잘못하면 안 되는 언어로 끊임없이 이름을 말해야 하고, 신분증명을 요구받고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놓여나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자신의 존재의미를 되묻고, 자신을 재정의해야 하는 '자기 증명'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일상으로부터 일시적으로라도 해방되기 위해서 나는 '여행'이 아니고 '쉼'을 택하고 볼 일이다, ㅋ~.

 

암튼, 책을 다 읽은 후...여행의 결과물을 놓고 봤을때 제일 부러웠던 사람은 이병률이었다.

박찬일 세프는 내가 닮고 싶은 형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의 솜씨가 그렇고 그의 지적인 사고의 기럭지가 그렇고 그의 부러 탈색시킨 듯한 내면의 다면이 매력인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6쪽, 이병률)

나야말로 여행에서 '사람' 하나쯤 얻어가질 수 있다면...아무리 힘들고 녹초로 만들어 놓는 여행이라도 불사하겠다.

게다가 그가 박찬일 쉐프로부터 닮고 싶다는 것이 발가락도 아니고,

지적인 사고의 기럭지와 일부러 탈색시킨 듯한 매력있는 내면의 다면이라고 하니 말이다.

흔히 생김새와 성질을 닮는다고 하는데, 그리하여 '지적인 사고의 기럭지'라는 생김새와 '매력있는 내면의 다면'이라는 성질을  만들어준 그의 언어유희도 눈여겨봐둘만 하다.

 

개인적으로 여행의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은희경'이다.

난 (포도밭을 지나도 그리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밀밭만 지나도 취하는 타입이니,

그니의 여행이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답사라는 고고스한 것이여서...는 아닐테고 말이다.

술의 맛을 만드는 조건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 술을 마시는 순간 내가 붙잡은 시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 조금 친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힘든 사랑 때문에 붉은 와인에서 죽음의 달콤한 맛을 느꼈듯이. 그리고 내가 서늘하고 향기로운 화이트 와인의 맛에 오래 떠나 있던 집을 떠올렸듯이, 밤의 비행기 불빛을 그리움 속에 가만히 바라보았듯이.(16쪽, 은희경)

'술'이란 단어를, '여행'이나 '추억'으로 바꾸어도 좋겠다.

그리고 햇살...

(술꾼이 아니라서, 술의 참맛을 모르는) 난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의 당도라고 생각하는 고로,

햇살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고,

햇살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포도의 당도 뿐만 아니라, 여행과 추억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꿈같은 여행과 추억은 그래서, 꿀 같은 여행과 추억과 동의어인지도 모르겠다, ㅋ~.

나는 야생 새들에게 먹이를 줄 때 신기하긴 했지만 그들이 사는 이끼 낀 나무 사이를 걷는 게 더 좋았다. 삽으로 석탄을 부으며 움직이는 기차 체험도 재미있었지만 그 기차를 타고 달릴 때 숲의 햇살이 더 좋았다.ㆍㆍㆍㆍㆍㆍ벽난로 위의 선반에 여러 대에 걸친 가족사진 액자가 겹쳐 놓여 있었다.ㆍㆍㆍㆍㆍㆍ어쩐지 마음이 애틋해지는 사진이었다. 인연을 맺는다는 것, 관계를 지속하고 또 넓혀가는 것, 마음을 나누는 것,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33쪽.은희경)

그래서인지 나도,

여행을 할때 야생 새들에게 먹이 주기나 석탄으로 움직이는 기차에 석탄을 부어주는 등 독특한 체험을 하는 것보다는,

나무 사이의 산책이나 기차 차창으로 느껴지는 햇살바라기 등 어디에서나 넉넉하고 고르게 누릴 수 있는 그런 것들 사이에서...

문득 사는게 고마워지는 걸 느끼게 되고 뭉클해지는 게 더 좋다.

다시 말해, 여행에서 고마움을 느끼게 될때는 특이한 경험이나 독특한 체험, 멋진 장관 등을 봤을 때가 아니라...

내가 일상을 떠올리고 생각나는 그런 순간,

지지고 볶고...그러고 평범하게 사는 게 문득 고마워지는 그런 순간, 들이다.

게다가 여행하는 동안 사진도 찍지 않고 메모도 하지 않는다. 여행의 기록은 몸 속에 새겨지는 것이므로 그 시간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록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소문난 장소와 유명한 코스를 답습하기만 하는 여행은 마치 필기한 노트처럼 잃어버리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발견하고 즐겨야 내 것이 되지 않을까.(38쪽.은희경)

여행에서 처음하게 되는 특이한 경험이나 독특한 체험은 놀랍고 생소하기는 하지만,

습관이나 버릇을 몸이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필기한 노트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직접 체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었을때 의미가 있다.

 

아래 문장 같은 경우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니가 햇살이, 또는 바람이 되어 대지의 등에 올라타 본 후에만 나올 수 있는 그런 문장이니까 말이다.

그 창가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등뒤의 벽에는 책장에 꽂힌 책들처럼 벽을 가득 채운 와인들이 꽃혀 있고. 겨울 와이너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른한 평화와 달콤한 탈선의 의식이랄까. 잠깐 와인 잔을 들고 나가 맨발로 풀밭을 밟아보았다. 내가 밟고 선 땅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스쳐갔고, 그러자 대지의 등에 올라탄 듯 잠깐 몸이 흔들렸다.

 

와인 투어를 진행했던 와이너리의 매니저에게 물었다. 겨울에 와이너리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대답은 간단했다.

 

 - 포도 밭을 가만히 놔둡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죠.(41쪽)

 

이어지는 와이너리 매니저의 선문답도 그렇고,

이어지는 다음 문장들도 그렇다.

똑같은 와인이 담긴 병이라고 해도 와인은 마시는 순서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 기분의 높낮이에 따라 맛이 다르다.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45쪽)

 

 

 

 

여행에서 평범한 일상을 떠올리고, 우리의 삶이란 것 또한 그렇게 평범한 하루 하루가 모여서 되는거라는 걸 깨닫게 되어야만,

난 '이명세'의 여행이 부러울 수도 있겠다.

 

 

 

ㆍㆍㆍㆍㆍㆍ그러나 퍼즐이란 무엇인가?

 다 제자리에 들어가야 비로소 하나의 장면,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내게 있어서 이미지란 있는 그대로 대상을 사랑하기다. 있는 그대로 사랑할 뿐이다. 가끔은 다가가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끌어안기도 한다. 조급증 때문이다. 그럴수록 대상은 모습을 감추거나 거리를 둔다. 그럴 때면 너무 원망스러워 대상에서 등을 돌리거나 대상을 향해 소리치기도 한다. 그러나 소용없고 부질없는 짓임을 경함을 통해 뼛속 깊숙이 알고 있다. 결론은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다. 내게 있어서 이미지란 처음부터 기다리는 대상이다. 그저 사랑하고, 그저 묵묵히 기다리기. 그것이 전부다. 내가 할 수 있는. 그래서 언젠가 대상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나를 받아들여줄 때 나는 그때 대상이 갖고 있던 본래의 이미지를 만난다. 하여 이미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다. T.S.엘리엣의 시론에서 말하는 '당구알을 그리기 위해서는 당구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결정되기 전 이미지란 환영幻影과 같다. 하여 내게 있어서 이미지란 부수기 위한 대상이다. 지우기 위한 대상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풍경을, 내 기억 속에 자리잡은 풍경을 부수고, 지워야만 지금 그대로의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행은 떠남이다.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누군가에 의해서 혹은 나에 의해서 규정된 것들을 몽땅 버리고 말 그대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다.(59~60쪽, 이명세)

이병률은 또 어떤가?

'바로 내가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사람이지만,

사람이 한말에서 그런 선물같은 문장을 끄집어내는 그도 마찬가지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고마운 일이다.

ㆍㆍㆍㆍㆍㆍ그럼 남편에게는 어떤 선물을 준비했냐고 묻자 더 파랗게 눈을 빛내며 대답한다.

"남편한테 선물을 왜 해요? 내가 바로 선물이죠."

뭐, 그러면 됐다. 그 사랑 한번 믿음직스럽다.

ㆍㆍㆍㆍㆍㆍ지휘를 맡은 안나에게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냐'고 묻자, 다른 달도 아닌 이 12월에 이렇게 모여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고마운 일 아니냐고 한다. 맞다, 휙.(Huick. 많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 에스토니아 말) 이 12월에는 뭐라도 해야 한다. 피가 돌게 마른 감정이라도 연소해야 한다.(96쪽)

 

쉰살 화가인 알렉산드르 사브첸코프를 만난 일은 조금 농담 같다. 도미니크 수도원의 기도실이라고 알려진 지하방을 찾았을 때 놀란 것은 동굴 같은 공간에 가득 채워진 그림들 때문이었고, 또 한번 놀란 것은 그 그림들은 그림의 숫자만큼이나 각자 다른 화풍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그림들 모두 단 한사람 알렉산드르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ㆍㆍㆍㆍㆍㆍ

"이 겅간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영적인 보살핌을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왠지 그런 느낌들을 문득문득 받고 있을 것 같아 묻는 겁니다."

나의 물음을 살짝 비껴 그가 말한다.

"신은 항상 보고 있어요. 그러면서 노력하고 바라는 이에게 영감도 주죠. 영감이란 건 무의식적으로 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주지는 않아요. 메마른 땅에 아무나 데려다놓았을때 그 사람이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난 장미를 그린 그림 한 점을 산다. 배낭에 넣어다니면 이 12월이 춥지 않겠다. 헤어지는 길에 그가 나뭇가지 하나를 내민다. 정원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가끔 이런 모양의 가지를 떨어뜨린다면서 건넨다. 가지와 가지가 만나 서로 혈관을 나누고 십자가 모양을 이루면 아침 정원 바닥에 무심히 떨어진다고 한다. 십자가 모양의 나뭇가지. 그가 기도를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그의 기도는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한다. 수많은 이들이 기도실을 찾느라 그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면서 귀찮게 해도 그가 그것을 등질 수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는 신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둥지를 튼 것이 분명하므로. (100~101쪽)

 

신은 어느 곳에 있고 공평하다는 말은 어쩜 거짓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신이라면 영적으로 깨어 있고, 준비하는 자를 편애하실 것 같다, ㅋ~.

암튼 여기서도 느끼는 것은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의 중요성.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깨달을 수 있는 마음 만이,

여행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한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쯤되면, 내가 그동안 여행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눈치챌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을 한장 한장 읽어나가면서,

여행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고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던 나는, 김훈의 이 한문장으로 명쾌해졌다.

물고기가 잘피 숲에 모여 살 듯이 그들은 숲속이나 병영의 잔해에 깃들어 있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숲에서는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는 있었다. 그들의 가난을 무소유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무소유는 소유가 있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개념이었다.(181쪽)

어쩜, 김훈의 이 한문장은 수백번 아니 어쩜 수천, 수만번을 지우개로 고치고 다시 쓴 한문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글들도...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는건 딱 질색인 저질체력'이어서라는 구실로...

'여행이 그닥~--;'인 내가 '여행 한번 해볼까~?'라고 변심을 하게 하지는 못하다가, '장기하'에 가서 마음이 움직였다.

 

 세렌디피티. 그것은 혼자 하는 여행이 주는 가장 짜릿한 선물이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여행중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좋은 일일 경우에는 그 순간이 여행의 절정으로 기억되곤 하는 것이다. 나는 길치라서 어디가 어딘지를 잘 알지 못하지만, 또 길치라서 세렌디피티를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 (285쪽, 장기하)

장기하와 나 사이엔 아주 큰 공통점이 있었다.

나 또한 길치라서 어디가 어딘지를 잘 알지 못하지만,

또 길치라서 세렌디피티를 자주 마주치기도 할 지 모르니까 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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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0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3-01-11 09:56   좋아요 0 | URL
흐음...... 나는 절대 못 읽을 책이네,
얼마 전에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서 3박4일 해외 여행이라는 책을 읽다가
더 심통이 터져서 던져버렸오. 내가 먹는거 관련 책을 못 읽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나란 사람은 내가 직접 해야 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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